#72
“…왔어?”
“네.”
“아침에… 스케줄 있었어?”
“없었어요.”
“…….”
쉬는 기간이라 스케줄이 없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멤버들이 다 올 때 오지 않은 정우에게 이유가 있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냥 오지 않은 게 아니라 오지 못할 이유가 있어서 오지 못한 거라고, 그렇게 말을 들어야 서운한 마음이 사라질 것 같았다. 하지만 없었다고 말하는 정우의 대답에 마음은 또다시 흔들리며 가라앉았다.
“매니저 형한테 따로 가겠다고 했어요.”
“…….”
“형한테 할 말도 있고.”
“…앉아.”
“이게 편해요.”
앉으라는 하진의 말에 정우는 고개를 한 번 젓고 침대 옆으로 다가와 섰다. 하진은 아까 본 멤버들보다 더 까칠해 보이는 정우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나를 걱정해서 그런 걸까. 많이 놀랐을까. 너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궁금한 게 많지만, 하나도 소리 낼 수는 없었다. 그저 제 얼굴 위를 덮은 정우의 기다란 그림자 속에 갇힌 게 이런 순간에도 두근거릴 뿐이었다.
“…할 말이 뭔데? 얘기해.”
따로 오면서까지 할 말이 뭘까 싶었다. 멤버들 앞에서는 할 수 없는 말들이 뭘까. 화를 낼까. 왜 죽지 못했냐고, 다그치면 어쩌지. 하진은 저를 내려 보는 정우의 시선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형이 나를 진짜 좋아하긴 하는구나. 오늘 새삼 알았어요.”
“…….”
“그만두라는 말은 안 듣더니, 죽으라는 말은 들었잖아요. 죽는 게 더 쉽다는 거잖아. 날 안 좋아하는 것보다.”
쏟아지는 말들은 아프지 않았다. 전이라면 아팠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말이 아니라 정우를 향해 부서질 듯 뛰는 심장이 더 아팠다. 손을 뻗어 그 얼굴을 만지고 싶었다.
이 순간에도 떨리지 않는 목소리도, 다정하지 않은 시선도 여전히 좋았다. 저를 사지로 내몬 사람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원망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너를 미워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형이 이겼어요.”
정우의 손이 하진의 머리칼 위로 내려앉았다. 매만지는 그 손길에 몸이 굳었다. 하진은 등줄기가 다 오싹해질 만큼 선명한 감각에 눈을 감았다. 그와 거의 동시에 미끄러져 내려온 손이 하진의 뺨 위를 느릿하게 문질렀다. 손길을 따라 심장이 내려앉고,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숨을 쉬는 것도 잊은 채 벌벌 떠는 것 외에는 무엇도 할 수가 없었다.
무성의한 손길도 아니고, 거칠게 변할 것 같은 느낌도 아니었다. 감히 다정이라는 말을 붙여도 될 정도의 손길이었다. 얼마 만에 느껴 보는 정우의 다정함인지 알 수도 없었다. 멤버들과 같이 있을 때는 다정한 척 굴어주었지만, 둘이 있을 때는 이렇게 다정했던 적이 없었다. 애원하고, 매달려도 차갑기만 하던 정우의 따뜻한 손길은 거친 섹스에 익숙해진 하진에게는 충분히 놀랄 일이었다.
“해요. 연애. 형이 하고 싶은 게 그거잖아요.”
연애. 정우의 입에서 나온 연애라는 말에 하진은 뚝 떨구었던 시선을 들어 올렸다. 확장된 동공이 오롯이 정우를 담아냈다.
“형은 연애하고, 나는 형이 원하는 거 해주고, 팀은 팀대로 굴러가고. 정리해 보니까 어려운 일이 아닌데, 내가 너무 어렵게 생각한 것 같더라구요.”
뺨을 매만지다가 더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온 손이 하진의 턱을 어루만졌다. 꼭 애완동물의 턱을 만지는 것과 같은 움직임이었다.
“형이 죽어서 팀 해체되는 것보다, 내가 형이랑 연애해 주는 게 낫잖아요. 형이랑 할 때마다 나도 기분 좋았던 건 부정 못 하겠고, 뭐 내가 말할 거야, 형이 말할 거야. 둘만 입 다물면 밖에 알려질 일도 없을 거고. 아, 임신해서 복잡해질 일도 없고.”
“…….”
“진작 할걸. 왜 몰랐지. 편한 길이 있는데.”
턱을 만지다가 올라와 다시 뺨을 완전히 감싸 쥔 정우의 손에 시선을 떨군 하진이 떨리는 입술을 감쳐물었다. 자존심이 상하지도, 마음이 아프지도 않았다. 원치 않지만, 연애를 해주겠다는 식으로 들리지도 않았다. 아니, 그렇게 들린다고 해도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정우에게 열렬한 고백을 받은 것만 같아 벅차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기형적인 해석이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여기서 할까요?”
다시 내려앉는 정우의 말에 놀란 하진의 눈이 커졌다. 그렇게 커진 눈을 본 정우가 작게 웃었다.
“농담인데, 뭘 그렇게 놀라요. 형 아프니까 기분 좋게만 해주고 갈게요. 형 키스 좋아하잖아.”
뺨을 감싸 쥐었던 손이 다시 턱을 감싸 쥐었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정우의 얼굴이 가까이 내려왔다. 하진은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전부 눈에 담았다. 순식간에 입술이 겹쳐지고, 혀가 엉켜 드는 느낌에 온몸에 불이 켜지는 것만 같았다. 내내 몽롱하던 머릿속이 밝은 빛으로 물들었다.
“으응…….”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다정한 키스를 정우가 먼저 해 준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도 눈물이 날 만큼 좋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지 않고 살아나 괴로웠는데, 지금은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진은 정우를 향해 턱을 조금 더 들어 올렸다. 더 깊게 맞물린 입술 사이로 한참이나 더 진득하게 혀가 뒤엉켰다.
“…하아…….”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한참이나 맞물려 있던 입술이 떨어지며 두 혀끝으로 타액이 길게 늘어졌다. 하진은 체온이 오른 숨을 내쉬며 젖은 정우의 입술을, 변화가 없는 눈동자를, 저를 사랑하지 않는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더 있고 싶은데 훈이 형이 기다려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응. 조심해. 기자들 많다며.”
“네. 그래서 저도 다른 병원 건물에 내려서 왔어요.”
“그랬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하진의 머리칼을 다시 부드럽게 쓸어내린 정우가 다시 고개를 기울여 내렸다.
“숙소에서 봐요.”
“…와줘서 고마워.”
고맙다는 그 말의 끄트머리가 뭉개지며 다시 입술이 겹쳐졌다. 주삿바늘이 꽂힌 하진의 손이 올라가 그런 정우의 뺨을 매만졌다. 미치도록 만지고 싶던 얼굴이었다. 하진은 정신없이 제 혀를 머금는 정우에게 매달렸다. 정우가 지금 여기에서 제 환자복을 모두 벗기고 마음대로 해대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아니 그래 주기를 바랄 만큼 좋으면서도 불안했다. 닿아 있는데도 더 확인받고 싶었다.
“…하아… 흐으…….”
떨어진 입술은 몇 번이고 다시 맞물렸다. 하진은 깊게 제 입술을 다시 한번 머금었다가 완전히 멀어지는 정우를 바라보았다. 뭉개진 초점이 천천히 또렷해졌다.
“쉬어요, 형. 퇴원 전에 올 수 있으면 또 올게요.”
“…응.”
가볍게 미소 지은 정우가 뒤돌았다. 하진은 멀어지는 그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안다. 정우가 저를 사랑하지 않는 것쯤은. 저에게 거짓된 감정으로 손을 내밀고, 그것이 거짓임을 숨기려 하지도 않는 정우의 눈빛도, 다정한 척 저를 달래는 그 손길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니까. 아직도 사랑하고 있으니까.
“…….”
손을 뻗었다. 멀어지는 그 등으로. 하지만 정우는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하진은 닫힌 문을 향한 저의 손끝을 바라보았다. 또다시 초점이 뭉개졌다. 굳이 눈에 담고 싶은 것이 없는 것처럼.
철저히 만들어진 다정함. 순간의 쾌락 외에는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닿음. 달래는 말투와 손길, 사랑이 아닌 감정. 하진은 그렇게 정우와 거짓된 연애를 시작했다. 사랑을 연기하는 그런 가짜 연애를.
그룹 아포제 데뷔 1년 8개월 만의 일이었다.
***
하진은 이틀 더 병원에 머문 뒤에 퇴원할 수 있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언론은 신나게 가장 잘나가는 보이그룹의 불화를 추측하고, 떠들어댔다. 억측을 삼가 달라는 한영엔터테인먼트의 경고를 부탁 정도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평소 아포제를 좋아하지 않고 질투하던 다른 보이그룹 팬들이나 안티들은 하진의 자살기도를 기정사실처럼 떠들었다. 방송에 나와 하진이 웃지 않는 순간을 악의적으로 캡처해 우울증이라 떠들었고, 그 게시물은 빠르게 공유되었다. 팬들은 악질적인 게시물의 PDF를 따 한영엔터테인먼트로 보냈고, 소속사는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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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지창이 오기를 기다리며 기사들을 보던 하진이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정우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정우의 등장에 하진은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왔어? 아니… 이렇게 물으면 안 되는데… 금방 퇴원하고 숙소로 갈 텐데…….”
“형 퇴원하는데 당연히 와야죠.”
“…….”
“그것도 그거고, 기자들이 불화니 뭐니 떠드는 거 짜증 나서요. 대놓고 정문 앞에 내려서 들어왔어요. 마스크도 안 하고.”
“…미안해. 나 때문에 괜히 번거롭게……. 소문만 이상하게 나고.”
눈을 맞추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하진에게 손을 뻗은 정우가 가볍게 그 뺨을 문질렀다. 하진은 부드럽고 간지러운 느낌에 살짝 고개를 들었다. 늘 웃지도 않고, 차가운 태도를 보인 정우와 오랜 시간 마주하다가 이렇게 다정한 순간을 공유하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웠다.
“키스할까요?”
“…어? 지창이 형 올 때 됐는데…….”
“싫다는 건 아니네.”
닫힌 문을 한 번 보고, 가까이 얼굴을 내린 정우를 본 하진이 결국 눈을 감았다. 감자마자 맞물린 입술에 어깨가 움찔거렸다. 키스해 달라고 먼저 매달리거나 부탁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다가온 정우의 체온이 좋아 몸이 녹아버릴 것 같았다.
“…으응…….”
두 눈을 감은 채 제 혀끝을 문질러주는 정우의 혀를 마주 문지르던 하진이 꼭 꿈인 것만 같아 눈을 떴다. 사실 그때 죽은 게 아닐까. 깨지 않는 긴 꿈을 꾸고 있는 거면 어쩌지. 하진은 정우를 놓칠 것만 같아 두 팔을 들어 그 목을 가득 끌어안았다.
“정우야…….”
“네.”
“…내가 너 좋아하는 만큼… 나 안 좋아해도 돼.”
“…….”
하진은 숨이 닿을 거리에 있는 정우와 눈을 마주한 채 말했다. 자존심도 욕심도 묻지 않은 진심을.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나 좋으라고… 이렇게 안 해줘도 난 괜찮아.”
“…….”
“난… 나는… 네가 이렇게 와주고, 얘기할 때 날 봐주고… 화 안 내고, 다시 다정하게 얘기도 하고… 그러는 것만으로도 좋아.”
“싫은데. 난 형이랑 연애할 거예요. 형 죽으면 안 되니까.”
형을 사랑하니까. 좋아하니까.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죽으면 안 되니까, 라는 이유는 조금 마음이 아팠다.
“죽으래서 죽으려고 했는데, 살아났더니 이제 죽지 말라 그러고 뭔가 싶죠. 나도 내가 우스워요.”
“…….”
정우의 목에 감긴 팔이 힘없이 스르르 풀어졌다. 하진은 다시 제 입술을 깊게 파고들어 헤집는 정우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형은 나랑 연애하기 싫어요? 싫어졌어?”
“…그런 게 아니라…….”
“그럼 해요. 내가 다른 사람이랑 만나는 거 싫댔잖아요. 그래서 형이랑 해 준다고 하잖아요. 형이랑만 키스하고, 형이랑만 섹스하고.”
하진은 다시 닿았다가 떨어지는 정우의 입술에 눈을 깊게 감았다가 떴다. 두근두근하면서도, 묵직하게 내려앉는 마음이 조금 답답했다. 무조건 좋아야 맞는데, 저와 정우의 생각이 다른 쪽으로 흐르는 것 같아 감정이 뻐근하게 흔들렸다.
“형 오나 봐요. 소리 나네.”
정우가 몸을 떼며 뒤로 한 걸음 물러섰을 때, 병실 문이 열렸다. 들어온 지창이 정우를 보고 웃었다.
“사진 제대로 찍혔더라. 너 올 줄 몰랐는데, 방금 기사 보고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어. 말이라도 하고 오지.”
“불화니 뭐니 짜증 나잖아요. 형들 지금 하진이 형 걱정에 밥도 못 먹고, 죽만 먹고 있는데. 지금 파티 준비하고 있어요. 퇴원식.”
“진짜 내가 우리 애들 다른 건 몰라도 외모랑 인성은 확실하게 알지.”
기특하다는 얼굴로 정우를 보고 웃은 지창이 가방을 들었다.
“훈이한테 차 일부러 정문에 대라고 했어. 하진아, 괜찮겠어?”
“네. 그럼요.”
“이럴 땐 정면돌파가 최고야. 헛소리들도 작작 해야지, 웃고 넘기지. 열심히 고소 리스트 뽑고 있다니까 걱정 마. 아주 손가락 잘못 놀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줘야지. 가자.”
뭐 두고 가는 건 없는지 병실을 한 번 살핀 지창이 먼저 밖으로 나가 문을 잡아주었다. 정우는 하진의 어깨를 감싸 부축했다.
병원 밖에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기자들이 와 있었다. 여기저기서 얼굴을 드러낸 하진을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고, 마이크를 들이댔다. 이유가 어떠하든, 아팠던 사람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였다.
“멤버들 간의 불화로 자살기도라는데 정말인가요?”
“수면제 다량섭취가 맞나요?”
“아니면 아니라고 한마디만 해주세요. 이제 괜찮으신 건가요?”
자극적인 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하진은 경호원들이 길을 만드는 사이로 정우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 제가 뭐라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지 너무 무서웠다.
“조심해요, 형. 넘어져요.”
“…응. 괜찮아. 정우 네가 잡아주잖아.”
“하긴. 내가 우리 형 넘어지게는 안 두지.”
더 단단히 하진을 잡은 정우가 그대로 밴 안으로 하진이 탈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소음과 플래시에서 벗어난 뒤에야 숨을 크게 내쉴 수 있었다.
“아, 진짜 저기 저 기레기 입을 확 찢어버릴까 보다. 자살기도? 아, 진짜 아포제 매니저 깡패라고 소문날까 봐 말도 못 하고. 하진아, 괜찮아? 저딴 말 신경 하나도 쓸 필요 없어. 알았지?”
“네. 그럼요. 괜찮아요.”
“자, 그럼 숙소로 갈게.”
지창이 앞으로 몸을 돌리는 것을 본 하진이 옆에 있는 정우를 슬쩍 바라보았다. 제 휴대폰에도 진동이 오는 것을 보면, 아마 멤버들 단체 대화방에 말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다른 사람이랑 만나는 거 싫댔잖아요. 그래서 형이랑 해 준다고 하잖아요. 형이랑만 키스하고, 형이랑만 섹스하고.」
머리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정우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 어느 한 곳 틀린 곳이 없는 말인데, 자꾸 뭔가 어긋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었다. 그토록 바라던 일이 이루어져서 그런 걸까? 말도 안 되는 일을 이루고, 믿을 수가 없어서?
“…….”
하진의 시선을 느낀 정우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 순간, 하진은 훔쳐보다 들킨 것 같은 민망함에 작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저와 같은 웃음이 정우의 입가에 번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
그래, 말도 안 되는 일이 이루어져서 그런 거야. 서운해할 이유가 없잖아. 이상하기는 뭐가 이상해. 나랑 연애한다는데. 해 준다는데. 나랑만 닿겠다는데 도대체 왜 그래. 하진은 고개를 저어 복잡한 생각을 흩트렸다. 그럼에도 깊은 곳으로 가라앉은 알 수 없는 마음의 조각은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