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퍽퍽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렸다. 정우는 하진의 허리를 꽉 쥔 채 여유 없이 몸을 움직였다. 하진의 몸은 늘 여유와 생각을 앗아갔다. 마주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많아지던 생각은 몸이 맞붙는 순간 모두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흐읏, 아… 하아……!”
시트를 꽉 쥔 채 얼굴을 파묻은 하진의 입에서 억누른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한 번 만져주지도 않았는데 흥분에 통통해진 귀두가 젖어 들었다. 머리카락 한 올까지 다 쾌감으로 물든 것 같았다. 그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 같은 것들이 전부 다 기분 좋은 감각으로 변해 몸을 괴롭혔다.
좋아.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아. 머릿속엔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하진은 정우의 몸이 제 몸 위를 덮는 그 순간 꽉 눌리는 깊은 곳에 결국 사정했다. 잔뜩 느껴 벌어진 입술이 다물어지지 않는 그 순간에도 정우는 쉬지 않고 가장 잘 느끼는 곳을 강하게 치고 들어왔다. 턱이 덜덜 떨리고, 시트를 쥔 손끝이 새하얗게 변했다.
“내가 연애하면 형이랑 안 자 줄까 봐 그게 그렇게 불안해요?”
몸이 다시 돌아갔다. 하진은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며 정우의 얼굴이 제 얼굴 위로 드리워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우의 입에서 나온 연애라는 말에 어깨가 움찔댔다.
“나 가지고 별생각 혼자 다 하는구나.”
“…있어?”
“뭐가요.”
“…좋아하는 사람.”
“있어도 지금 떠올리고 싶겠어요? 이런 상황에서?”
“없다고… 해 줘. 있어도… 그냥 지금은 없다고, 없다고 말해 줘. 제발…….”
가지고 있는 모든 감정이 무너지는 그 순간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우는 제 밑에 누워 어쩔 줄을 모른 채 우는 하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몸이 벌벌 떨리는 게 전부 전해졌다. 없다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데 굳이 하고 싶지 않았다. 정우는 우는 하진의 얼굴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며, 안으로 다시 제 성기를 밀어 넣었다. 그리고 몸을 납작하게 내려 마주한 채 깊은 곳을 빠르게 찌르기 시작했다.
“하으, 으응!”
전립선이 인정사정없이 연달아 눌리는 것에 고개가 뒤로 확 젖혀졌다. 하진은 정우의 어깨를 움켜쥔 채 터져 나오는 신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바깥으로 새어 나가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대로 얼굴을 내린 정우가 하진의 입속으로 제 혀를 물리며 틀어막았다. 완전히 맞물린 입술 사이로 신음이 구겨져 들어갔다.
“흣, 응! 읏! 하으…….”
숨과 함께 새어 나오는 신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정우는 그마저도 집어삼키기 위해 하진의 혀끝에 고인 말들을 전부 빨아들였다. 짧고 단정한 하진의 손톱이 제 어깨 위로 박히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게 느껴졌다. 그대로 하진의 한쪽 허벅지를 잡아 더 벌리게 만든 정우가 사정없이 그 안으로 성기를 박아 넣었다. 질척이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방 안으로 울렸다.
“으응!”
하진의 허리가 확 들리며 맞물려 있던 입술이 떨어졌다. 정우의 단단한 배에 문질린 하진의 성기가 또다시 말간 액을 울컥대며 쏟아냈다. 곧은 다리로 전율이 일었다. 굽었던 하진의 발끝까지 영역을 넓힌 쾌감이 다시 몸으로 올라 몸을 괴롭혔다.
“읏…!”
“아…….”
정우가 사정하는 그 순간 하진은 다리를 들어 정우의 몸을 휘감았다. 완전히 맞물린 몸이 더욱 꽉 물리며 쾌감이 오르내렸다. 흥분에 가득 휩싸인 멍한 눈동자로 제 위에 드리운 정우를 본 하진이 혀를 내밀어 정우의 젖은 입술을 할짝댔다.
“…정우야. 나 자고 싶어.”
지독히도 원하던 느낌이었다. 잠이 쏟아지고 눈만 감으면 의식이 사라질 것 같은 이 느낌. 하진은 머릿속을 뒤흔드는 수마의 손길에 잠이 묻은 눈을 깜빡였다. 정우가 그런 하진을 바라보며 제 입술을 할짝대는 그 혀끝에 제 혀를 대주었다. 자연스럽게 혀끝이 문질리는 느낌에 하진이 몸을 움찔대며 헐떡였다.
“내가 형 재워주려고 시작한 줄 알아요?”
그대로 하진의 허리 아래로 손을 넣어 일으킨 정우가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아 다리를 두드렸다. 정우가 뭘 하라는 건지 잘 알고 있는 하진은 손으로 침대를 짚은 채 몸을 움직여 그 다리 위로 몸을 올렸다. 그리고 좀 전에 사정을 했는데도 줄어들지 않은 정우의 성기를 손으로 쥔 채 제 입구에 맞추려 애썼다.
“…아…….”
엉덩이를 살짝 내려가며 맞추려 노력하지만 정확하게 입구와 선단을 맞추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진은 젖은 입술을 문 채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였다. 손에 쥔 정우의 성기가 점점 더 커지고, 단단해지는 느낌에 또다시 아랫배로 힘이 확 몰렸다.
“형 귀가 빨개요.”
“…….”
“전에는 힘들어 보였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어 보여.”
“…….”
“포기하라는 게 그런 건 아니었는데. 뭐 형 입장에서 포기하면 더 좋은 쪽을 포기한 거겠지만.”
그대로 손을 움직인 정우가 하진의 입구 근처를 더듬대다가 손끝을 집어넣었다. 한 마디가 안으로 빨려 들어간 순간 하진은 눈을 감은 채 긴 숨을 내쉬었다. 그런 하진의 얼굴을 빤히 보며 정우는 제 성기를 감싼 하진의 손 위를 덮었다.
“…….”
“…….”
얇은 눈꺼풀이 걷히며 드러난 눈동자는 여전히 정우가 좋아한 것이 아니었다. 정우는 무심한 얼굴로 성기 끝을 젖은 구멍 위로 맞췄다. 그것을 눈치챈 하진이 그대로 엉덩이에 무게를 실어 내려앉았다. 잔뜩 젖어 축축한 내부가 또다시 정우를 집어삼켰다.
“하아…….”
겨우 정우의 것을 끝까지 머금고 주저앉은 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삼키고 앉아 있으면서도 무서워 움직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꼭 잘못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렇게까지 깊게 들어와도 되는 건지, 또 몸이 뜨거워져도 되는 건지 겁이 날 정도였다.
“왜 그렇게 떨어요. 무서워서? 그런데 형. 형은 무섭다고 해도 별로 그 말에 진정성이 안 느껴져요. 무서워야 할 건 안 무서워하면서 웃기잖아요. 들켜서 세상에 까발려지는 건 아무렇지도 않아서 계속 섹스하자고 달려들면서, 그 좋아하는 자지 물고는 무섭다고 벌벌 떠는 꼴이.”
“흐으… 그게, 너무, 너무 깊어서…….”
“그러니까 그걸 누가 믿겠어. 다른 새끼들은 그 순진한 얼굴로 벌벌 떨면 다 믿어줬나 보지?”
정우가 위로 확 찔러 올리자 하진의 허리가 비틀렸다. 화난 것 같은 움직임에도 하진은 하릴없이 흔들렸다. 치고 들어오는 움직임이 난폭하다는 생각도 잘 들지 않았다. 하진은 정우의 어깨만 겨우 쥔 채 정신없이 치여댔다.
“흐읏! 읏, 응, 으응… 흑!”
하진은 정우가 허리를 세게 쥐기만 해도 느껴 어쩔 줄을 몰랐다. 전립선이 눌릴 때마다 마른 허리가 비틀리고, 엉덩이가 저도 모르게 들썩였다. 죽을 것처럼 큰 쾌감에 두려움이 밀려드는 그 순간에도 그보다 더 큰 쾌감을 원하는 모순적인 행동이었다.
“하아… 하읏…….”
또다시 말간 액이 흘러나왔다. 정우는 하도 쏟아내 더는 정액 같지도 않은 말간 물을 흘려대는 하진의 성기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흘려댔는지 제 셔츠 아랫단도 흠뻑 젖어버렸다.
정우는 끈질기게 하진의 반쯤 겨우 뜨인 눈과 시선을 맞추며 유두를 손끝으로 건드렸다. 안 그래도 벌어진 입술이 조금 더 벌어지며 숨과 섞인 탄성을 작게 뱉어냈다. 그리고 엉덩이를 크게 들썩여 스스로 가장 잘 느끼는 곳에 맞춰 움직였다. 또다시 깊게 확 맞닿은 순간 하진은 말간 액을 흘려댔다. 이렇게 전부 쏟아버리고 탈진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정우야…… 나 더는…….”
“형 생각, 형 상태 그런 거 안 궁금해요. 나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며.”
“…….”
내리 감겼던 하진의 눈꺼풀이 힘겹게 들어 올려졌다. 더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고야 마는 빠른 포기에 정우는 실소를 터뜨렸다.
“흐윽…!”
그대로 하진의 몸을 돌려 바로 눕힌 정우가 단숨에 빠진 성기를 다시 끝까지 삽입했다. 몇 번이나 안에 사정한 탓에 젖은 소리가 온 방 안에 울렸다. 웬만하면 이제 자라고 놓아줄 수도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하진이 잠들 수 있도록 도와준 꼴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제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었다. 강하진이 아니라 차정우,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힘든 척하지 말아요. 안 속아. 이러고도 내일 또 무릎 꿇고 자지 물 생각할 거잖아.”
“하아… 아, 너무, 너무 빨, 빨라… 아…….”
무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우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 하진의 몸에 큰 구멍이 나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헐떡이다가 잘못되는 건 아닐까. 그래도 멈출 수가 없었다. 멈추고 싶지 않았다. 정우는 마른 몸이 부서지도록 마구 움직였다. 걱정은 흐려지고, 결국 머릿속에는 쾌감만이 가득 찼다.
“아…….”
숨과 섞인 탄식과도 같은 소리가 흘렀다. 정우는 다시 하진의 안에 사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감았던 눈을 뜨자 제 밑에 누워 겨우 숨만 헐떡이는 엉망이 된 하진이 보였다. 손으로 조금만 더 세게 쥐어도 부서질 것처럼 약하고 여린 모습이었다.
“…….”
땀으로 젖은 앞머리를 아무렇게나 확 쓸어올린 정우가 하진의 몸 안에서 성기를 확 빼냈다. 성기를 내내 머금고 있던 구멍에서 하얀 정액이 고이다 못해 흘러내렸다.
“일어나요. 욕실 가서 빼게.”
“…나 졸려. 자고 싶어. 오랜만에… 너무 졸려…….”
침대에 축 늘어진 채 하진은 손가락도 하나 움직이지 못했다. 겨우 뜨려고 노력하던 눈마저 의지를 잃고 감겨버렸다. 얼마 만에 밀려드는 잠인지 정말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토록 맛보고 싶던 최고의 순간에 하진은 그대로 가물가물한 정신을 놓았다.
“…….”
금세 잠들어버리는 하진을 바라보던 정우가 짧게 숨을 내뱉었다. 대충 이불이나 덮어주고 일어나기에는 정말 너무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었다. 아침에 누가 들어와서 이 모습을 보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우는 먼저 제 옷을 제대로 대충 내려 정리했다. 땀과 정액으로 젖어 다시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하겠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옷을 정돈하고 티슈를 몇 장 뺀 정우가 하진의 살짝 벌어진 구멍 속으로 손가락을 넣었다. 아주 많이 해본 것도 아닌데, 안에 든 정액을 빼주는 건 이제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자신이 어이없고 우스웠다.
“으응…….”
잠든 와중에도 손가락이 들어가 안을 헤집는 건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정우는 앓는 소리를 내는 하진을 바라보며 일부러 내벽을 더 쿡쿡 건드리며 헤집었다. 입술이 벌어지고, 살짝 미간이 구겨지기도 하는 그 작은 반응에 실소가 터졌다.
더 이상 정액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안을 헤집은 정우가 손가락을 빼냈다. 두 손가락을 휘감고 있던 뜨거운 내벽이 사라지자 묘하게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자면서도 제 손가락에 반응하는 걸 보니 또다시 열이 올랐다. 저도 정말 하진을 닮아가는 걸까. 별 미친 생각을 다 하고 앉아 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
하지만 이미 생각만으로 아플 만큼 발기한 것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정우는 다시 트레이닝 팬츠를 내리고 단단해진 성기를 하진의 입구로 맞췄다.
“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내 맞물려 있던 곳이라 다시 파고드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었다. 정액을 다 빼내 더는 미끈거리지 않는 내벽이 다시 정우의 성기를 촘촘히 감쌌다. 정우는 잠든 채 야릇한 표정을 짓는 하진을 내려 보며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그렇게 박아댔는데도 또 이렇게 흥분해 미친놈처럼 굴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아… 읏.”
숨과 섞인 짧은 신음이 하진의 몸 위로 떨어졌다. 정우는 멋대로 하진의 안을 헤집으며 고개를 내려 유두를 머금었다. 금세 혀끝에 걸릴 정도로 솟은 유두가 하진의 흥분을 부추겼다.
“으응…… 흐으…….”
벌어진 입술 사이에서 뜨거운 숨이 흘렀다. 정우는 눈도 뜨지 못하는 그 얼굴을 보며 더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온몸을 휘감는 쾌감과 쏟아지는 숨에 머리가 어떻게 될 것만 같았다. 정우는 하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은 채 헐떡였다. 달아오른 숨이 하진의 목덜미를 덥히고, 마주 닿은 몸에서 같은 곳에 있는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아…!”
밀려드는 사정감에 정우가 서둘러 성기를 빼냈다. 기껏 안을 정리해줬는데 또다시 안에 사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짧고 낮은 소리와 함께 하진의 납작한 배 위로 정액이 묻어났다. 자는 와중에도 달아오른 하진의 숨이 열이 오른 그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정우는 하진의 배 위에 쾌감이 고인 성기를 느릿하게 문질렀다. 머리끝까지 오른 쾌감이 어느 정도 눌린 뒤에야 지금 제가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씨발.”
자조적인 욕을 짓씹은 정우가 인상을 쓴 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티슈로 하진의 배 위에 묻은 정액을 닦아내고, 이불을 아무렇게나 덮어주었다.
“…….”
도망치듯 방을 나온 정우가 완벽하게 고요하고 어두운 거실을 바라보았다. 모두가 고단한 하루였으니 아마 전부 깊은 잠에 빠졌을 것이었다. 고요와 마주한 뒤에야 안도한 정우가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거울 속 제 얼굴을 바라보았다.
“…….”
무슨 짓을 한 거야. 진짜 발정 난 건 차정우 너 아니야? 얼굴을 확 일그러뜨린 정우가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했다. 셀 수 없을 만큼 몇 번이고 한 섹스를 한 번 더 했다고 해서 이렇게 심각해질 필요는 없었다. 잠든 하진에게 한 번 더 박았다고 달라질 건 없지 않은가. 넘어가지 않는 생각을 아무렇게나 애써 넘긴 정우가 땀과 정액으로 젖은 티셔츠를 벗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