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제-52화 (52/122)

#52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요? 아, 또 혼자 해댔나.”

“…아니, 한 번도… 아, 안 했어…….”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위 한 번 안 했다는 그 말을 꼭 전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정우는 분명히 들었으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하진의 몸을 돌려 세웠다.

“벌써 무너지면 재미없잖아요. 재미라도 있어야지.”

“…나 괜찮아…….”

“괜찮아야죠. 그렇게 하고 싶던 거 하는데.”

정우는 발로 아무렇게나 변기 캡을 내려 닫았다. 그리고 그 위로 앉으며 하진을 확 당겼다. 힘이 빠진 하진의 몸은 그대로 정우에게 다가와 허벅지 위로 주저앉은 모양새가 되었다. 놀란 하진이 얼른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정우는 하진을 놓아주지 않았다.

“…….”

“이제 좀 쪽팔려요?”

“…….”

“형도 내 얼굴 봐서 좋을 거 없고, 나도 형 얼굴 별로 보고 싶지 않으니까 방향 잘 정해요, 우리.”

“…방향?”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그 순진한 얼굴을 보던 정우가 하진의 다리를 들어 제 반대편 허벅지 쪽으로 벌렸다. 하진은 넘어질 것 같아 얼른 손을 뻗어 휴지걸이를 붙들었다. 등이 정우의 품으로 닿은 순간 상황파악이 됐다. 정우의 얼굴을 보고 싶은데,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은 굳게 닫힌 화장실 문이었다.

“흐읏!”

흘러내려 몸을 다시 덮은 니트 안으로 정우의 손이 파고들었다. 허리에 정우의 손 모양으로 자국이 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손이 닿을 때마다 꼭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느껴졌다.

하진은 정우가 제 허리를 두 손으로 꽉 쥐고 몸을 들어 올리는 것을 도와 슬쩍 엉덩이를 움직였다. 정우가 뭘 하려고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엉덩이를 위로 올린 하진은 곧 단단한 귀두가 다시 안으로 파고들려는 것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하지만 눈이 마주치기도 전에 아직 굵고 단단한 것이 안으로 확 파고들었다.

“으응…! 정우야, 나, 나 못 하겠어…….”

“이름 부르지 말아요. 나랑 이런 짓 한다고 광고하고 싶은 거 아니면.”

정우는 하진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채 허리를 잡아 아래로 확 내려앉혔다. 하진은 정우의 힘과 또 더는 몸을 위로 살짝 들어 올린 채 버틸 수 없음에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이전보다 더 깊게 귀두가 끝까지 들어오는 것에 하진은 마구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몸속으로 깊게 들어와도 되는 걸까 싶은 마음에 무섭기까지 했다.

“읏! 너무, 너무 깊게까지…… 하으…….”

애초에 완전히 주저앉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더 깊어지면 안 될 것 같아 가까스로 엉덩이를 살짝 들고는 있지만, 이제 더는 무리였다. 하진은 결국 완전히 정우의 성기를 집어삼킨 채 몸을 떨었다. 머리는 무섭다고, 못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몸은 아니었다. 몸에 닿은 정우의 손가락이 조금만 움직여 다른 곳에 닿아도, 또 그 숨이 목덜미에 닿기만 해도 흥분에 정신을 못 차렸다.

저도 모르게 허리가 움찔대고 엉덩이가 움직였다. 정우가 그런 하진을 보며 손 하나만 앞으로 움직여 흘러내린 니트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하진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붙였다.

“혼자 움직이네.”

귓가로 스며들어 오는 정우의 목소리에 하진이 고개를 젖혔다. 정우는 집요하게 하진의 귀를 놓아주지 않은 채 니트 안으로 넣은 손을 움직였다. 제대로 만져주지 않고 살짝 스치기만 해도 내벽이 더 꽉 조여들며 아플 만큼 성기를 감쌌다.

“아… 힘 좀 빼 봐요. 움직일 수가 없잖아.”

정우는 말을 듣지 않고 꽉 물고 있는 하진의 얼굴을 잡아 뒤로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다시 입속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하진은 키스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처럼 마구 혀를 내밀어 정우의 혀를 문질렀다. 이대로는 정말 안 될 것 같은데 정우의 체온과 이 느낌을 도저히 밀어낼 수 없었다.

“형 키스 좋아하는구나.”

“하아…….”

“좋아요?”

맞물려 있던 입술이 살짝 떨어져 틈을 만들었다. 여전히 낮고 듣기 좋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정우의 목소리가 틈과 입술 모두를 뒤덮었다. 하진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그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가 대었다.

“말로 해 봐요.”

“…좋아.”

“…….”

“좋아… 너무 좋아… 너랑 할 때마다 너무 좋아서… 머리가 이상해져.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떨어지기 싫고 또…….”

“그 정도면 됐어요.”

정우는 입술을 열어주지 않은 채 아래를 움직였다. 키스로 살짝 몸에서 힘이 빠진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진은 정우가 몸을 움직여 제 안을 푹푹 찌르고 들어오는 느낌에 다시 눈도 뜨지 못한 채 마구 흔들렸다.

“움직여야죠. 잘하면 나가기 전에 키스해 줄게요. 형이 해달라는 만큼.”

그 말이 마음에 들었던 건지 하진의 엉덩이가 조심스럽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정우는 살짝 들렸다 내려앉는 그 움직임에 미간을 확 구겼다. 그리고 하진의 허리를 뒤에서 양손으로 잡아 움직임을 도와주었다.

“하으, 흣! 아!”

위로 더 대담하게 엉덩이를 들었다가 내려앉을 때마다 하진의 소리가 커졌다. 정우는 어쩔 수 없이 하진의 고개를 돌리게 만들어 다시 깊게 입을 맞추며 소리를 집어삼켰다.

혀끝이 문질릴 때마다 하진의 움직임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깊은 곳을 찔러 올릴 때마다 자지러지는 그 몸의 반응도 또 뜨겁게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일 것만 같은 하진의 깊은 곳도 좋았다. 정우는 있는 힘껏 허리를 움직였다. 요령도 없고, 힘 조절도 되지 않는 움직임에 무자비한 쾌감이 마구 쏟아져 내렸다.

“흣! 응, 으읏, 아! 하으, 으응!”

말간 액이 또다시 쏟아졌다. 하진은 사정을 하면서도 정우가 찔러 올리는 감각에 마구 흔들리며 밀려드는 쾌감들을 끌어안았다. 지금 제 머릿속을 보면 전부 다 뜨거움에 녹아 흐물흐물해졌을 것이었다. 그 안에서 유일하게 녹지 않은 것이라고는 차정우라는 그 이름 하나뿐일 것이었다.

“쉿.”

그때 귓가로 정우의 짧은 목소리가 스쳤다. 하진은 헐떡이던 숨을 겨우 죽인 채 귀를 기울였다.

“아, 끈끈해. 빨리 갈아입어야겠어요. 저 상담 가야 되는데.”

“콜라 확 터져서 진짜 놀랐네.”

“제 말이요. 흔들지도 않았는데. 형도 다 젖었죠?”

“응. 나도 갈아입으려고.”

해성과 인규의 목소리였다. 하진은 순식간에 창백해진 얼굴로 두 손을 들어 입을 틀어막았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이러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문 바깥에는 해성과 인규가 있고, 문 안쪽에는 저와 정우가 있었다. 그것도 몸을 겹친 채. 문을 부수거나, 이 문을 안에서 열지 않는 이상 쉽게 들키지는 않겠지만, 굉장히 위험한 상황인 것은 맞았다. 다 비어 있는데 칸 하나만 닫혀 있는 것을 둘 중 한 명이라도 이상하게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진은 숨을 죽인 채 손으로 화장실 벽을 조심스럽게 짚었다. 그리고 정우의 몸 위에서 일어나려고 살짝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정우는 그런 하진의 몸을 놓아주지 않았다. 하진은 결국 정우의 몸 위로 다시 주저앉았다. 단단한 선단이 다시 깊은 곳을 확 찌르는 느낌에 느껴져 미칠 것만 같았다.

“누구 있나? 왜 문 닫혔지. 여기 거의 우리밖에 안 쓰지 않아요?”

해성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하진은 기겁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정우는 느릿하게 하진의 어깨 위로 턱을 올렸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 그 하얀 목덜미를 소리 나지 않게 핥으며 손을 니트 안으로 집어넣었다. 유두에 손끝을 대자마자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움찔대는 몸이 느껴졌다. 정우 역시 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엿 같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를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쾌감을 벗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섹스라는 게 원래 이런 걸까. 이렇게 판단력이고 뭐고 다 날리고 쾌감밖에 보이지 않는 걸까. 정우는 느릿하게 하진의 안을 깊게 찔러주었다. 제 성기를 꽉 물고 바들바들 떨며 느끼는 몸이 야했다.

“가끔 고장 나면 닫아두던데. 아, 갈아입으니까 살 것 같다.”

“그래요? 근데 정우랑 하진이는 어디 가서 안 오지.”

저와 정우의 이름이 나오는 것에 놀란 하진의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정우는 세면대에서 물소리가 세게 나는 것을 들으며 하진의 귓가에 입술을 붙이고 속삭였다.

“해성이 형이 묻잖아요. 어디 가서 안 오냐고. 형이 말해요. 나랑 이 안에서 섹스한다고.”

“그만, 흣, 그만… 이러다 정말 들켜…….”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다. 하진을 곤란하게 만들면, 저 역시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알지만, 괴롭히고 싶었다. 이런 와중에도 제 성기를 꽉 문 채 허리를 움찔대고 있는 하진을 이대로 망가뜨려 버리고 싶었다.

정우는 그대로 손을 들어 하진의 입을 틀어막은 채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면대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멤버들의 목소리 안으로 살 부딪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숨어들었다. 하진은 고개를 저으면서도 다시 앞을 세웠다. 멤버들이 밖에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가자.”

물이 쏟아지던 소리가 멈추고, 발소리가 멀어졌다. 다시 고요함이 찾아든 뒤에야 정우는 하진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하진의 허리를 꽉 쥔 채 빠르게 찔러 올리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접합부에서 질척이는 소리가 났다.

정우는 그대로 확 세게 찔러 올리고는 밀려드는 사정감에 하진의 안에서 빼내려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하진은 그런 정우를 놓아주지 않았다. 아무런 힘도 주지 않아도 좁아 가득 조이는 내부로 힘이 확 들어 간 순간 정우는 하릴없이 하진의 안으로 사정했다. 하진은 그 느낌에 잔뜩 몸을 떨며 허리를 비틀었다. 그리고 또다시 말간 액을 뚝뚝 흘려댔다.

“하아, 흐으…….”

벌어진 입술 사이로 숨이 마구 터졌다. 정우는 엉망으로 헐떡이는 하진의 숨소리를 들으며 밭은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하진의 허리를 안아 들며 성기를 빼냈다.

“밖에다 하려고 했는데.”

“…괜찮아.”

“뭐가 괜찮아요. 이대로 나갈 수 있어요?”

“…….”

정우는 그대로 하진을 돌려세웠다. 그리고 욕실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직 덜 다물린 하진의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정액을 빼냈다. 안을 긁어낼 때마다 뜨거움이 묻은 하진의 숨소리가 잔뜩 흘러나왔다. 정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하진의 안에 든 것들을 전부 빼주었다. 그리고 휴지를 길게 당겨 뜯어 접어서 하진의 뒤를 닦아주었다.

“…고마워.”

앞 상황은 생각도 안 나는 건지, 이 상황에 저를 보고 고맙다 말하는 하진을 본 정우가 짧게 숨을 뱉어냈다. 그리고 젖은 손을 대충 휴지로 문질러 닦았다.

“가요.”

“저기…….”

그대로 나가려는 정우를 잡은 하진이 하고픈 말이 있는 얼굴로 눈을 맞췄다. 정우는 그 입술 사이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하면서도 한편 듣고 싶지 않기도 했다. 안 그러게 생겨서는 은근 노골적이고, 놀랄 말을 잘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섹스하고 싶다든지, 더 해달라든지 하는 그런 류의 말들은 정우를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나 잘… 못했어?”

“뭘요?”

“잘하면… 키스해 준다고 했잖아.”

“아, 그랬지.”

정우는 제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하진을 위에 앉혀 놓고 잘 움직이면 원하는 만큼 키스해 주겠다는 말을 하긴 했었다. 정말 그걸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또 그걸 말할 줄은 몰랐지만, 어찌 되었든 약속은 약속이었다. 정우는 그대로 고개를 기울여 하진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갔다. 키스보다 더한 짓거리를 지금까지 한 주제에 또 잔뜩 긴장한 얼굴을 보니 아랫배가 확 당겼다.

“형 진짜 사람 질리게 만들어요.”

그래서 이렇게라도 내뱉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또다시 몸속으로 처박아버릴 것 같았다. 하는 거야 상관없고, 하진은 오히려 좋아하겠지만, 그 뒤가 문제였다. 정신이라도 잃고 잠들면 그땐 정말 방법이 없기에 장소가 장소인 만큼 밀려드는 감각들을 눌러야 했다.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

“혀 내밀어 봐요.”

수치심과 여러 감정으로 물든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 정우는 그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하진의 감정을 손안에 꽉 쥐었다. 그리고 다물려 있던 입술 사이로 혀끝이 나오는 것을 바라보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