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그래, 이래야 형답지. 이번에는 그래도 오래 버틴다 했는데 역시 이 정도밖에 안 되네요.”
“…너무 극단적이라는 생각 안 들어? 어떻게 사람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가 있어. 정우 너는 이렇게 지내는 게 괜찮아?”
“괜찮을 리가 있어요?”
정우의 손이 다가왔다. 하진은 그 손끝이 제 뺨을 따라 흘러내리는 느낌에 어깨를 움츠렸다. 그 손길 하나에 내내 긴장해 굳어 있던 몸으로 열이 흐르기 시작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형이 나랑 자고 싶어서 수치도 모르고, 쪽팔린 것도 모르고 이렇게 앞을 막고 서 있는데.”
“…….”
“해주는 거 어렵지 않아요. 형 몸은 나쁘지 않거든.”
대놓고 멘탈이 흔들릴 말을 해도 제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하진을 가만히 바라보던 정우가 그대로 손을 하진의 몸 뒤로 가져갔다. 그리고 손잡이를 잡고 있는 그 두 손을 한 손으로 잡으며 문을 열었다. 다소 거칠고 힘을 실은 움직임에 하진의 몸이 앞으로 밀려났다. 정우가 그런 하진의 팔을 잡아 비상구 바깥으로 나갔다.
복도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저 복도 끝 연습실에서 그리 크지 않은 소리들이 한 번씩 들려왔다. 갑자기 형들이 들이닥친다고 해도 더 안전한 곳은 휴게실보다 화장실이었다. 곧바로 들키지는 않을 테니까.
정우는 그대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다른 화장실이라면 거부감이 들었겠지만, 소속사 화장실은 늘 향긋하고 물기 하나 없는 깨끗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었다.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가야만 볼 수 있을 정도로 공을 들인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우는 적당히 따뜻하고 향긋한 그 안에서 전부 비어 있는 칸을 바라보다가 가장 끝 쪽에 있는 곳으로 하진을 밀어 넣었다.
“…….”
해달라고 앞을 막아선 주제에 어쩔 줄 모르고 선 하진이 보였다. 정우는 그 얼굴에서 시선을 돌리며 가까이 다가가 하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내내 연습을 해서 그런지 묻어나는 미약한 땀 냄새가 흥분을 부추겼다. 정우는 입술을 벌려 그 얇고 여린 하진의 목덜미를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확 깨물어 자국을 남기고 싶었다. 계산되지 않은 솔직한 충동이 정우의 몸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남이 봤을 때 보이는 곳에 흔적을 남기는 것은 결국 저와 팀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생각 정도로 멈추어야 했다.
“흐읏…….”
정우는 하진의 얇은 니트 아래로 손을 밀어 넣었다. 납작한 배가 먼저 닿고, 조금 더 손을 올리자 혼자 흥분해 솟은 유두가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손끝으로 하진의 유두를 집어 비트는 순간 조금 더 열이 오른 숨이 터졌다. 정우는 제 목을 끌어안는 하진의 두 팔에 조금 더 노골적으로 유두를 괴롭혔다. 손끝이 유두를 문지르고, 그 주변을 돌려 만져줄 때마다 귓가로 뜨거워진 숨이 달라붙었다.
“으응… 하아…….”
“소리 내지 마요.”
대답 대신 고개를 몇 번 끄덕이는 느낌이 났다. 정우는 제 어깨 위로 하진의 고개가 움직여 닿는 것을 상상했다. 이렇게 어긋나 있는 순간에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하진이 귀엽게 느껴졌다.
저의 그 어이없는 생각에 짧게 숨을 내쉰 정우가 하진의 귓가에서 입술을 떼어냈다. 그리고 니트를 완전히 들어 올려 하진의 입술 사이에 그 끝자락을 물려주었다. 몇 번 본 적이 있는 모습인데 여전히 그 모습은 꽤 잘 어울렸다. 정우는 하진의 입술이 니트를 꾹 물고 있는 것을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기울여 내리며 톡 튀어나온 유두를 혀끝으로 문질렀다.
“으응!”
하진의 마른 허리가 비틀렸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하진은 유두가 약했다. 아니, 이 몸에는 약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허리만 두 손으로 쥐어도 쉽게 흥분하고, 헐떡였다. 가느다란 발목, 뼈가 불거져 나온 쇄골, 늘씬한 팔과 다리. 그 어디를 만지고 머금어도 하진은 흥분했다. 정우는 입안으로 하진의 유두를 집어삼키며 다른 쪽 유두 주변을 손끝으로 애태우듯 만져 주었다. 하진이 니트 자락을 입에 문 채 마구 고개를 저었다.
“흐으…….”
억누르고 있는 그 사이로도 신음이 흘러나왔다. 정우는 쪽 소리가 나게 유두를 빨며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젖은 하진의 두 눈을 마주했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하진은 예뻤다. 처음 연습실에 들어와 저를 외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서 눈만 깜빡이던 그 모습이 떠올랐다.
「안녕하세요! 강하진이라고 합니다!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오 실장이 모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가서는 누군가를 데려왔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저 정도일 줄은 몰랐었다. 아, 진짜 예쁘네. 밝게 웃으면서 주눅 하나 들지 않고 큰 목소리로 인사하는 하진을 보며 처음 한 생각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하진은 단 한 순간도 예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정우는 하진의 눈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돌려세웠다. 그 얼굴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제가 해야 할 일은 과거의 감상에 젖는 것도, 또 강하진이라는 사람을 동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정우는 철저히 제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아…….”
그대로 하진의 속옷과 바지를 한꺼번에 내린 정우가 손을 앞으로 가져가 하진의 입에 물린 니트를 빼냈다. 그리고 그 대신 뜨거운 입속으로 제 손가락을 두 개 물렸다.
“으응…….”
뜨겁게 열이 오른 혀를 누르고, 질척한 입안을 헤집자 듣기 좋은 소리가 흘렀다. 정우는 성기처럼 처박은 손가락 두 개를 빠르게 하진의 입속으로 움직여 넣었다 빼는 것을 반복했다. 침이 더 가득 고이고, 손가락을 타고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정우는 잔뜩 젖은 손가락을 빼내어 아래로 가져갔다. 그리고 전보다 조금 더 익숙하게 하진의 깊은 곳을 찾아 입구를 문질렀다.
“흣!”
넣은 것도 아니고 입구를 문질렀을 뿐인데 하진의 허리에 힘이 들어가 빳빳하게 펴지고,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정우는 사정을 봐주지 않은 채 손가락을 안으로 찔러 넣었다. 넣자마자 꽉 조이는 내벽이 정우의 감각을 깨워 주었다. 손가락을 넣었을 뿐인데 성기를 넣은 것처럼 쾌감이 다 느껴지는 것 같았다.
손가락은 안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아픈 소리가 잠시 나기는 했지만, 전처럼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정우는 손가락 두 개를 깊게 넣었다가 빼내며 벽을 짚고 어쩔 줄 모르는 하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참고 또 참는 것 같은데 그 사이로도 어쩔 수 없이 흘러나오는 신음이 지나치게 야했다.
“…….”
더는 참기가 힘들었다. 정우는 트레이닝팬츠 안에서 정말 더 버티기 힘들 만큼 발기한 제 성기를 꺼내 급히 하진의 입구에 맞추었다. 단단하고 굵은 것이 닿자 하진이 몸을 떨었다. 정우는 그대로 손가락이 빠져나와 살짝 벌어진 안으로 제 것을 처박았다.
“하읏!”
참으려고 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진은 정우의 것이 안으로 파고드는 느낌에 무너졌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버티기가 힘들 만큼 아프면서도 좋았다. 배 속이 꽉 차는 느낌, 또 몸이 정우로 가득한 이 느낌이 좋아 견딜 수가 없었다. 저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도 개인적으로는 섞지 않던 정우와 닿고 있었다. 그동안의 아슬아슬 버티고 있던 것들이 쾌감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
“너무, 으응, 너무… 흣, 빨라…….”
“형들 상담 끝나기 전에 가야 되는 거 잊었어요?”
“그, 그래도… 하으, 읏! 아파…….”
아프다는 말에도 정우는 하진의 허리를 잡은 채 더 깊이 파고들었다. 단순히 허리를 꽉 쥐었을 뿐인데 숨소리가 짙어지고, 내벽이 더 확 조여들었다. 힘을 완전히 풀어도 끊어질 것처럼 조이는데, 거기에 힘까지 들어가니 정말 이러다 성기가 끊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우는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을 하나 앞으로 가져가 하진의 유두를 만져주었다.
“흐읏, 아… 으응…….”
긴 신음이 흐르며 살짝 힘이 빠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로 너무 꽉 문 채였다. 정우는 유두를 만져주던 손을 움직여 하진의 턱을 잡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다가갔다. 얼굴이 가까워지고, 보고 싶지 않던 눈이 결국 다시 마주쳤다. 정우는 입술이 닿고, 혀가 뒤엉키는 순간까지 저를 보고 있는 하진의 눈을 바라보았다. 너무 가까운 거리라 초점이 맞춰지지 않지만, 누구나 다 길고 예쁘다고 하는 그 속눈썹도, 그 아래 보이는 눈동자도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이라 어떤 눈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런 식의 키스는 오랜만이었다. 멤버들끼리 1주년 파티를 하고 잠든 그날 같은 침대에서 한참이나 나눴던 키스 이후, 섹스를 할 때에는 이렇게 키스를 한 적이 별로 없었다. 그냥 키스는 감정이 섞이는 것 같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이렇게 혀를 문지르고, 결국 서로의 숨을 머금게 되며 하진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만 같아 의식적으로 하지 않아 왔었다.
“으응…….”
단순히 제 성기를 끊어먹을 듯 조이는 하진의 아래에서 힘을 좀 빠지게 하려는 의미의 키스였지만, 뒤엉키는 혀의 느낌이 좋았다. 혀끝을 문지를 때마다 흠칫대면서도 제 혀를 피하지 않고 마주 문질러오는 하진의 혀도, 말캉하고 부드러운 입술도 모두 좋았다. 정우는 그렇게 제 입술 사이로 들어오는 하진의 혀를 길게 빨아주었다. 기분이 좋았던 건지 몸에 가득 들어갔던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정우는 그대로 성기를 가장 깊은 곳까지 확 삽입했다.
“하아…….”
길게 신음이 울렸다. 하진은 떨어지는 정우의 입술이 아쉬워 고개를 저었다.
“…더… 더 해 줘. 응?”
젖은 입술로 헐떡이며 말하는 하진을 외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정우는 성기를 길게 빼냈다가 안으로 세게 밀어 넣으며 다시 입술을 겹쳤다. 입속으로 쏟아지는 숨과 섞인 신음을 전부 삼킨 정우가 하진의 혀를 휘감았다.
“읏, 응! 흐읏, 으응, 아!”
그동안 컴백 준비를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와 하진과의 관계에서 온 불편함 같은 것들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우는 짧게 입속으로 들어오는 하진의 신음을 맛보며 그 입안을 정신없이 헤집었다. 허리가 멈추지를 않았다. 아니, 멈출 수가 없었다. 성기를 꽉 조이며 감아오는 내벽은 제가 성기를 빼내면 딸려 나왔다가 다시 안으로 파고들면 휘감으며 안으로 더 강하게 끌어들였다.
“하으, 흣!”
저에게만 들릴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신음이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화장실 안에 들어온다면 충분히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우는 조금 더 깊게 입술을 맞물리며 하진의 입안을 망가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헤집었다.
혀가 질척하게 엉키는 소리와 아래에서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울렸다. 정우는 한 팔로 하진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납작한 배 위를 가로지른 팔에 힘이 들어가며 몸을 누르자 하진은 흐느꼈다.
배 속에 가득한 정우의 성기와 더 확 닿는 느낌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깊은 곳을 찔릴 때마다 극렬하게 몸을 타고 오르는 쾌감에 눈물이 다 흘러나왔다. 하진은 정신이 하나도 없는 그 와중에도 정우와 더 오래 키스하고 싶어 혀를 내밀었다. 정우가 먼저 제 혀를 빨고 문지를 때마다 꼭 같이 좋아서 섹스하는 것만 같은 기분에 몸이 더 뜨거워졌다.
“아! 응, 읏, 흐읏!”
배를 감은 정우의 팔에 힘이 더 꽉 들어간 순간 하진은 사정했다. 정우는 그런 하진의 가장 깊은 곳을 찌른 채 놓아주지 않았다. 하진은 계속 이어지는 쾌감에 눈도 뜨지 못했다. 온몸이 쾌감에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끈적끈적한 설탕물에 몸이 빠져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너무 좋아 견딜 수가 없었다. 이미 흠뻑 젖은 속눈썹 사이로 새 눈물이 엉겨 붙었다. 하진은 쾌감에 흐느끼며 애원했다.
“하으… 그만, 그만… 안 돼…….”
정우의 입술이 귓불에 닿고 혀가 그 위를 문지른 순간 하진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정우는 조금 더 단단히 그 몸을 한 팔로 잡아 세웠다. 느껴 어쩔 줄 모르고 무너져 내리는 걸 보니 이대로 더 망가뜨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을 무너져도 예쁠 것이었다. 정우는 꽉 조이던 팔을 느릿하게 풀며 성기를 반쯤 빼냈다. 그제야 하진은 숨을 엉망으로 내쉬며 헐떡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