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말해 봐요. 여기까지 왔는데 말 못 할 게 뭐가 있어. 혼자 무슨 생각 했어요, 내가 어떻게 만져줬어, 응?”
정우는 급히 하진의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벗겨냈다. 스스로 이걸 내리고 빈 화장실 칸에 처박혀 만지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성기가 단단해지는 느낌이 났다. 정우는 아직도 안 된다고 고개를 젓는 하진을 보며 내린 바지와 속옷을 발목에서 빼냈다. 그리고 오므라드는 무릎을 잡아 활짝 그 다리를 벌렸다.
“뒤로 했어요? 그럼 저번처럼 손가락 안 넣어줘도 되겠네.”
“…아니, 아니야……. 그, 그렇게 안 했어. 그냥, 그냥…….”
“그냥 뭐요. 똑바로 말해.”
“……그냥 만지기만… 했어…….”
“어디를. 여기?”
손가락이 그대로 하진의 입구 위에 닿았다. 거침없이 입구 위를 더듬는 느낌에 하진이 겁에 질려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거기로 안 했어…….”
“그래? 그럼 여기 만졌어요?”
정우의 손이 하진의 성기를 감싸 쥐고 흔들었다. 뜨겁고 큰 손이 성기를 감싸 쥐고 흔드는 느낌에 하진은 고개를 젖혔다. 쾌감에 몸이 덜덜 떨렸다. 충격에 한 번 늘어진 몸은 정우의 손길에 그대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진은 창백한 얼굴로 달아오른 숨을 내뱉으며 헐떡였다. 그리고 이내 정우의 손을 잔뜩 적시며 사정했다.
“흐으… 흣… 하아…….”
사정 한 번에 헐떡이며 늘어진 하진을 본 정우가 그대로 젖은 손을 움직여 다시 입구 위를 문질렀다. 그리고 젖은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었다.
“하읏!”
하진의 허리가 움찔대며 비틀리기 시작했다. 정우는 제 손가락을 꽉 문 하진의 아래를 바라보았다. 조이는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래, 이 느낌이었다. 손가락을 꽉 조이고 물다가, 성기를 밀어 넣으니 죽을 것처럼 헐떡이면서도 제 것을 꽉 물어 왔었다. 눈이 돌 만큼 쾌감이 컸다는 것 외에도 어느 정도 희미해진 감각들이 다시 정우의 머릿속으로 하나둘 떠올랐다.
“아직도 싫어요?”
정우는 손가락을 하나 더 집어넣었다. 배려, 다정함 이런 것들이 전혀 묻어 있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정우는 손가락 두 개로 하진의 안을 쑤시며 넓혔다. 성기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 그 외에는 따로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으… 으응, 읏!”
아픈지 입술을 꽉 깨무는 하진을 보며 정우는 일부러 벗기지 않은 티셔츠 끝자락을 쥐고 하진의 입술에 물려 주었다. 목까지 걷어 올려져 있어 물리기도 더 쉬웠다.
“잊은 모양인데 형 저번에 나랑 할 때도 혼자 이거 물고 있었어요.”
“으응, 흐읏…! 아……!”
“혼자 할 때마다 이거 물고 했구나. 습관이었어.”
손가락이 하나 더 안을 파고든 순간 하진의 허리가 들썩였다. 정우의 짧은 손톱 끝이 확확 안으로 파고들며 내벽을 찔러댔다. 조금만, 조금만 더 움직이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진은 애가 타 견딜 수가 없었다. 이 와중에 쾌감을 좇아 허리를 들썩이는 제가 인간 같지도 않았지만, 그런 것에 이 뜨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죄책감과 쾌감이 뒤섞였다. 외면하려고 해도 더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
“하앗…!”
그 순간 정우의 손가락들이 어딘가를 확 찌르고 떨어졌다. 창백하게 흔들리던 머릿속으로 지울 수 없을 것처럼 새빨간 쾌감이 흩뿌려졌다. 쾌감은 아주 짙은 자국을 내며 줄줄 흘러내렸다. 정우의 세 손가락이 빠르고 세게 하진의 안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고통이 사라지고 온전한 쾌감만이 자리한 그 순간 하진은 축 늘어진 손끝을 세워 시트 위를 문질렀다. 힘이 들어가 하얗게 번진 손끝으로 피가 확 도는 순간 하진은 정우의 손가락을 꽉 문 채 다시 사정했다.
“…흐으… 하아…… 흐윽…….”
신음과 뒤섞인 우는 소리에도 정우는 하진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저 제 손가락 세 개를 한 번에 문 채 조였다 풀었다 하는 하진의 아래를 구경하듯 바라볼 뿐이었다.
정우는 벌름대는 구멍에서 손가락을 확 빼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하진의 뒤를 쑤시는 동안 발기한 제 성기를 꺼냈다. 언제 이렇게 발기한 건지 벌써 힘줄이 불거져 꺼떡댈 정도로 단단해져 있었다. 정우는 쏟아져 내리는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고, 제 성기를 하진의 입구에 가져다 대었다. 여전히 하진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였다.
“하으읏!”
매끈한 귀두가 그대로 하진의 몸속으로 사라졌다. 겨우 끄트머리만 들어왔는데도 손가락과는 다른 느낌에 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하진이 사정할 때 입에서 떨어진 티셔츠 끝자락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정우는 그 젖은 자국을 보며 묘한 흥분에 휩싸였다. 아랫배가 더 확 당기고, 성기가 더 커졌다. 하진은 제 안을 뚫고 들어오며 더 커지는 정우의 것을 벅차게 겨우 참아냈다.
바라던 것이었다. 아픔 같은 건 아무래도 좋으니 정우가 다시 제 안으로 파고들기를 바라고 또 바랐었다. 화장실에 선 채 혼자서는 차마 건드리지도 못하는 그 구멍 위를 손끝으로 누르며 사정할 정도로 이 느낌을 원했었다. 하진은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손을 들어 올려 정우의 팔을 잡았다. 얼마나 힘이 없는지 분명 잡았는데도 미끄러지고, 또 올려 잡았는데도 아래로 손이 주욱 미끄러졌다.
“아파… 아흣…!”
“나 지금 아무것도 안 하는데 형이 내 거 먹고 있잖아요. 내가 아프게 하는 게 아니야. 형이 내 거 이렇게 혼자 빨아들이는 거야. 이거 봐. 허리 움직이잖아요. 가만히 있지를 못하네.”
정우의 경멸이 묻은 목소리가 숨과 섞여 흘렀다. 하진은 눈도 뜨지 못한 채 정우의 것을 집어삼켰다. 정우의 말이 다 맞았다. 더 물고 싶어서, 더 깊게 머금고 싶어서 머리가 어떻게 된 것만 같았다. 아마 저 방문을 열고 멤버들이 들어온다고 해도 멈출 수 없을 것 같았다.
“더럽게 예쁘다, 진짜.”
하진은 웃음이 섞인 정우의 말에 겨우 눈을 떠 제 얼굴 위에 드리워진 정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가 좋아하는 정우의 체향이 코끝을 스쳤다.
“더러운데 예뻐,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지. 형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요?”
자조 섞인 웃음이 흐르다가 사라졌다. 정우는 다시 예민하고 화가 난 얼굴로 하진을 내려 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허리를 세게 움직여 하진의 안으로 끝까지 파고들었다. 인정사정없는 그 움직임에 하진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그런 하진의 얼굴을 바라본 정우가 젖혀져 드러난 턱 아래를 느릿하게 핥아 올렸다.
“형은 이제 좋은 말을 써 줄 필요가 없어요.”
“하아… 하으읏… 아, 정우야…….”
“이름은 쌀 때나 불러요. 그래야 들을 만하니까.”
전부 다 무너져 더는 무너질 게 없었다. 정우가 그 화장실에 와서 들었다는 것을 안 그 순간부터 잔뜩 흔들리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전부 무너져 버렸다. 마음이 무너지고, 멘탈이 무너졌다. 제정신으로 버틸 수가 없어 힘이 빠졌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섹스를 할 만큼 체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정우가 깊게 안을 찌르며 파고들 때면 몸이 종이처럼 구겨졌다가 펴지는 것 같았다. 손을 올려 잡을 수도 없고, 아프다는 말을 할 수도 없었다. 하진은 그저 흔들리고 또 흔들렸다.
“아아…! 읏, 응! 으응, 아…!”
창백한 얼굴, 연약한 땀과 제가 만든 땀에 젖어 붙은 부드러운 머리칼, 눈물이 엉겨 붙은 속눈썹과 내내 울어 물러질 것 같은 붉은 눈가. 정우는 감정이 실리지 않은 눈으로 하진의 그런 얼굴을 똑똑히 바라보았다. 전부 무너져 두 발로 서지도 못하면서도 쾌감에 사로잡혀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은 미칠 듯 흥분을 부추기면서도, 화가 나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걸까. 도대체 왜. 이건 다 강하진 때문이었다. 정우는 하진의 가느다란 허리를 두 손으로 꽉 쥔 채 인정사정없이 성기를 처박았다. 처박으면 처박을수록 치여 흔들리는 그 쾌감에 열려버린 얼굴에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정우는 하진의 전립선을 마구 찌르며 파고들었다. 하진은 너무 느껴져 신음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밭은 숨이 흐르고, 눈물이 내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읏…!”
정우는 머리끝까지 확 몰려드는 쾌감과 함께 하진의 안으로 사정했다. 진짜 눈이 확 돌 만큼 큰 쾌감이었다. 엉망이 된 거친 숨을 내쉬며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하진의 얼굴을 본 정우가 고개를 느릿하게 기울였다.
“엎드려요.”
“…하아… 더는, 더는 못… 하겠어…….”
“엎드리라고.”
“…….”
“했잖아요.”
하진은 화가 난 것 같은 정우의 얼굴을 보며 겨우 몸을 돌렸다. 정말 고개를 가누기도 힘들었다. 겨우 몸을 돌렸을 뿐인데, 머리 안이 마구 흔들리고 어지러울 만큼 핑핑 돌았다. 하진은 시트 위에 뺨을 댄 채 눈을 감고 쾌감과 뒤섞인 어지러움 속에서 정돈되지 않은 숨을 뱉어냈다.
“난 이제 형 말 안 들어줄 거예요.”
“…….”
“말해도 듣지를 않으니까.”
“…….”
“형도 나 속이고 계속 형 마음대로 하니까, 나도 이제 내 마음대로 하려구요.”
“…….”
그대로 엉덩이가 잡혀 들렸다. 버틸 힘이 없어 자꾸만 무너지고 또 무너졌다. 한 번 무너지고 또 한 번 무너졌다. 그렇게 엉덩이를 들지 못하고 세 번째 무너진 순간 찰싹 하는 소리와 함께 아픔이 번졌다. 하진은 느릿하게 퍼지는 아픔에 입술을 문 채 다시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
아픔도 쾌감과 뒤섞여 묘한 기대감을 부추겼다. 정말 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진은 다시 뒤로 들어오는 정우의 성기를 받아들였다. 몸속이 가득 차는 그 순간 우습게도 사라진 줄 알았던 심장이 덜컹이기 시작했다.
“흐윽, 읏, 응!”
정우의 손이 하진의 허리를 꽉 쥐었다. 하진은 엉덩이로 퍽퍽 소리가 나게 부딪치는 정우의 몸에 자꾸만 앞으로 밀려 나갔다. 침대 헤드를 겨우 손으로 짚은 채 버티고 또 버틸 수밖에 없었다. 아니, 버틴다는 말은 사실 어울리지 않았다. 힘들고, 더는 버티지 못할 만큼 아무 힘도 가지고 있지 않음에도 하진은 정우의 성기가 파고들면 엉덩이를 뒤로 밀었고, 정우가 빠져나가면 몸을 앞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깊게 전립선을 찔리고 내벽을 헤집힐 때마다 어쩔 줄을 모르며 잔뜩 느꼈다.
“정우, 정우야… 흣, 으응! 아, 흐으… 아, 정우야, 제발…….”
더, 더 해줘, 더. 숨에 파묻힌 말들이 마구 터져 나왔다. 거칠고 강한 정우의 움직임에 마구 치이면서도 하진은 잔뜩 느껴 사정했다. 앞을 만져주지 않아도 말간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리고 정우가 다시 안으로 깊게 사정한 순간 버티고 있던 다리가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