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힘을 전혀 주지 않아도 엄청나게 조일 정도로 좁은 아래지만, 그래도 힘이 조금씩 빠지자 고통이 조금 줄어들었다. 정우는 힘이 빠진 하진의 안으로 반쯤 넣은 성기를 단번에 확 밀어 넣었다. 끝까지 맞물리는 느낌에 탄성이 쏟아졌다.
“하으… 흣, 흐으…….”
하진은 정우를 끌어안은 채 몸을 떨었다. 배 속이 전부 정우로 가득 찬 느낌이었다. 정우와 자는 건 어떤 느낌일지 늘 궁금했는데,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몸이 차정우로 가득 차는 느낌은 생각보다 훨씬 더 뜨겁고 묵직했다. 제 몸을 아래로 당겨 두 발을 땅에 붙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런 느낌이었다. 정우가 빠져나가면 위로 확 떠 올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진은 그렇게 정우의 목을 꽉 끌어안으며 넓은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정우가 그런 하진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은 채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읏, 읏! 응… 하읏!”
참으려고 해도 소리가 참아지지 않았다. 정우가 빠져나갔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반복했다. 원래 이렇게 아프기만 한 걸까. 아프기만 한 것은 싫은데, 분명 섹스는 좋은 거라고 했는데 왜 이렇게 저는 아프기만 한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정우와 떨어지고 싶지 않아 하진은 아픔을 누르고 또 눌렀다.
“아파요?”
“…아니, 안 아파.”
하진은 제 얼굴을 내려 보는 정우와 눈을 맞췄다. 멀어졌던 빗소리가 다시 귓가에 들리기 시작했다. 이 비는 언제 그칠까. 다른 생각을 하는 순간 빛이 번쩍이며 창 안으로 파고들었다. 꼭 그 빛이 할퀸 것처럼 뾰족한 아픔이 하진의 안을 스치고 지났다. 하진은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안 아픈데, 읏, 표정이 왜 그래요.”
“좋아서, 좋아서 그래.”
“거짓말하지 말아요. 또 나 속이려고.”
“…그게 아니라…….”
“전에는 안 아팠어요?”
“…어?”
“할 때마다 아픈 건가. 아니면 작은 사람이랑 했나.”
정우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잠시 생각하던 하진의 입술이 작게 벌어졌다. 제가 다른 사람과도 한 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제가 너무 적극적이어서 그런 걸까. 키스도 막 먼저 하고, 하고 싶다고 소리도 내고 그래서?
아니면 정우의 성기를 보고 커서 안 들어갈 것 같다고 한 그 말 때문에 오해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갈 것과 들어가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하진은 어떻게 말을 해야 하나 싶어 잠시 망설였다. 역시 정우에게 오해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거 아니라고, 너랑 처음이라고 말을 하려는 그 순간, 날카로운 아픔이 머물던 자리 위를 강한 쾌감이 스치고 지났다.
“으응!”
아픔과 뒤섞인 신음이 아니라 동그란 신음이 흐른 순간 정우와 눈이 마주쳤다. 익숙해진 어둠 속에서 마주친 시선에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하진은 제 눈을 바라보며 조금 전 누른 곳을 느릿하게 누르는 정우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쾌감이 또다시 몸을 잔뜩 휘감았다.
“흣, 으응, 응, 아, 아아… 하읏!”
느릿하게 확인하듯 안을 찌르던 정우가 점점 빠르게 한 곳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반쯤 빠져나갔던 성기가 확 안으로 들어와 빠르게 하진의 전립선을 짓뭉갰다. 눈앞으로 빛이 다시 번쩍였다.
하진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큰 쾌감에 발버둥 쳤다. 허리가 마구 비틀리고, 눈물이 막 흘러내렸다. 정우와 마주 닿을 때마다 퍽퍽 몸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몸과 몸이 맞물리며 나는 소리가 너무 야해서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사정감이 밀려들었다.
다시 한번 빛이 들어와 온 방을 환하게 비춘 그 찰나 하진은 크게 몸을 찌르는 쾌감에 흐느꼈다. 곧이어 찾아온 굉음 속으로 비명 같은 신음이 묻혔다. 만져 주지도 않았는데 바짝 선 통통해진 귀두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하아… 정우야, 으응, 정우, 정우야!”
낼 수 있는 소리가 정우라는 이름, 그것 하나뿐인 것 같았다. 하진은 애원하듯 정우의 이름을 마구 불렀다. 요란한 천둥소리가 세상의 모든 소리를 전부 흡수하듯 울렸다. 정우는 제 이름을 소리 내는 하진의 입 모양을 바라보았다.
번쩍이는 찰나의 빛이 비춘 하진의 얼굴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예뻤다. 이 고통스러운 빛 속에서도 예쁜 이 얼굴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정우는 천둥이 하진의 목소리를 집어삼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제 이름을 부르는 이 소리마저 지금 들어버렸다면 약해졌을지도 몰랐다. 충동을 넘어 충분히 흔들렸을 것이었다.
하진의 밑바닥에 선 채 잔뜩 고인 눈물과 빗물을 타고 기꺼이 떠올랐을지도 몰랐다. 두 발이 그 바닥에서 떨어지는 순간 중심은 흐트러지고, 모든 것이 흔들려 버린다는 것을 정우는 알고 있었다. 하진과는 여기까지인 게 맞았다. 적당히 달래 마음을 접게 만드는 것. 물론 오늘은 충동에 져 이런 상황까지 왔지만, 더는 이어지면 안 될 일이었다. 이 이상의 의미와 행위는 가져서도 안 되고, 가지고 싶지도 않았다.
“흣, 하으, 으응!”
정우는 하진의 깊은 곳으로 사정없이 허리를 움직였다. 저의 이 충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뚜렷한 쾌감에 머리가 터져버릴 만큼 좋았다.
성기를 감싸며 달라붙는 뜨겁고 좁은 내벽의 느낌이 좋았다. 저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반응하는 하진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남자와 첫 섹스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지만, 그게 다른 사람이 아니고 하진이라 큰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거부감은커녕 미칠 듯한 쾌감이 신념마저 뒤흔들었다. 저의 움직임에 하진이 망가질 것 같아 한편으로는 두려우면서도, 정말 망가질까 궁금하기도 했다.
정우는 크고 뜨거운 두 손으로 하진의 군살 하나 없는 허리를 꽉 붙들었다. 그렇게 조이듯 꽉 쥔 순간 하진이 크게 신음하며 또다시 사정했다. 정우 역시 하진의 깊은 곳을 찌르며 사정했다. 머리끝까지 파고든 쾌감은 스물이 된 정우에게 또 다른 감각을 일깨워 주었다.
“…….”
가수, 노래, 춤, 연습, 데뷔. 이 다섯 가지 외에는 무엇도 제대로 깊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저 다섯 가지가 합쳐져야 꿈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 노력했고, 이루었다. 다섯 가지가 합쳐져 생긴 그 빈 나머지 자리에 쾌감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처음이었다. 이런 큰 쾌감은. 자위로도 이렇게 큰 쾌감은 느껴 본 적이 없었다.
하진의 납작한 배가 오르내리며 겨우 숨을 쉬고 있는 게 보였다. 저의 움직임 하나에 어쩔 줄을 몰랐다. 눈도 뜨지 못한 채 겨우 가쁜 숨을 내쉬며 쾌감에 떠는 하진을 눈에 담던 정우가 천천히 뜨이며 마주하는 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쁜 짓을 한 것처럼 심장이 조여들었다.
“…….”
“…….”
정우는 하진의 시선을 외면하며 성기를 빼냈다. 충동은 여기까지여야 했다. 하진이 얼른 그런 정우의 팔을 잡았다. 정우는 흘끗 그 만류를 바라보았다.
“…그만할 거야?”
“다 했잖아요.”
“…또 해도 돼.”
“…….”
“너 하고 싶은 만큼 해도 돼…….”
“…….”
“…별로였어?”
제 눈치를 보는 하진을 바라본 정우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별로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세상에 노래랑 춤 말고도 이렇게 좋은 게 있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찌릿거리면서 쾌감이 퍼지고, 좁아서 숨만 쉬어도 제 성기를 꽉 조이던 그 느낌에 눈이 도는 줄 알았다. 하지만 굳이 이런 말을 하진에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좋아도 충동은 충동일 뿐이었다. 하진에게 헛된 기대감을 주고 싶지 않았다.
“…부탁이야. 해 줘. 나 또 하고 싶어. 응?”
부탁은 들어주겠다는 저의 말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순진할 수 있을까. 자존심을 밑바닥으로 떨어뜨려 감정을 짓이기기 위해 했던 저의 말들을 다 진심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정우는 부탁이라 소리 내는 하진을 바라보다가 손을 들어 제 팔을 잡고 있는 하진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 그대로 하진의 몸을 돌려 엎드리게 만들었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정우는 그렇게 엎드린 하진의 뒤에서 허리를 붙잡았다. 고작 허리를 잡았을 뿐인데 긴 신음이 들려왔다. 그 신음 하나에 아랫배가 당기고, 다시 발기하기 시작했다. 정우는 발기한 성기를 하진의 다리 사이로 넣어 문질렀다.
“하으… 으응…….”
다리 사이로 성기가 문질리며 점점 커지고 단단해지는 느낌에 하진이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긴 숨을 뱉어냈다. 곧 다시 정우가 깊게 들어올 것이었다. 그 생각만 해도 몸에 열이 오르고, 귓가가 뜨거워졌다. 하진은 단단한 정우의 성기가 제 뒤에 닿고, 순식간에 파고드는 것에 몸을 떨었다. 시트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감과 동시에 몸이 앞으로 확 밀렸다.
“흐읏! 아…….”
아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처음처럼 아프지는 않았다. 꼭 원래 있던 것이 들어와 제자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런 제 머릿속을 정우가 본다면, 완전히 질려버릴 것 같아 하진은 생각을 안으로 감추고 또 감추었다.
“아! 하아, 앗, 윽, 응!”
정우가 뒤에서 허리를 쥔 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에서 들어오니 바로 누워 있고 그 다리 사이로 정우가 움직일 때보다 더 깊게 들어오는 것 같았다.
하진은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고개를 저었다. 베개와 얼굴 사이에 고인 뜨거운 숨이 마구 흐트러졌다. 정우가 점점 세게 밀어붙이는 것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몸이 앞으로 밀리고, 퍽퍽 소리가 노골적으로 울렸다.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데도 정우가 앞으로 밀고 들어오면 엉덩이가 저절로 뒤로 빠졌다. 그래서 가장 깊은 곳을 찔릴 때마다 눈물과 함께 큰 신음이 터졌다. 또다시 혼자 발기한 하진의 성기 끝에서 말간 물이 뚝뚝 떨어져 시트를 적셨다.
“흣, 하으, 으응! 응, 읏! 하으읏……!”
하진이 베개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치켜들었다. 엎드린 채로 고개가 젖혀지고, 허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여러 번 사정해 말갛게 변한 정액이 또다시 터져 나왔다. 하진은 쾌감이 몸으로 퍼지는 동안에도 제 허리를 쥔 채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정우에 고개를 저었다.
“하읏! 제발, 흐윽… 정우야, 아… 으응!”
정우가 움직이는 대로 몸이 마구 흔들렸다. 하진은 그렇게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치이고 또 치였다. 정우는 몇 번 더 확확 세게 하진의 안을 드나들다가 깊은 곳에 성기를 처박고 사정했다. 다정함보다는 욕구에 충실한 움직임이었다.
“하아…….”
몸 안으로 또다시 확 뜨거움이 고이는 느낌에 하진은 긴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몸을 늘어뜨렸다.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하진은 겨우 감았던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렇게 밤새 연습을 해도 쌩쌩했던 몸이 벌써 이렇게 늘어진다는 게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