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제-30화 (30/122)

#30

정우가 그런 하진의 허리를 한 팔로 당겨 안으며 붙잡았다. 하진의 두 손이 아무것도 입지 않은 정우의 몸을 붙들었다. 그리고 못 참겠다는 듯 먼저 정우의 입술을 찾아들었다.

“으응…….”

정우의 입속을 파고든 혀가 가만히 있는 그 혀끝을 문질렀다. 이렇다 할 스킬도 없이 문지르다가 정우가 혀끝을 움직여 먼저 문질러줄 때면 어김없이 몸을 떨었다. 정우가 그런 하진의 혀를 깊게 머금고 쭈욱 빨아들였다. 혀를 빨아주며 목덜미를 매만지자 하진이 참지 못하고 야릇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뜨거워진 정우의 손끝이 하진의 귓불을 매만지며, 침대로 데려갔다.

“하아… 흐읏…….”

제 침대가 아닌 하진의 침대를 택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 모든 것은 하진 때문이었다. 상처 받으라고 한 말을 순진하게 받아들여 먼저 닿아 온 것도, 저의 충동을 부추긴 것도 다 하진이었다. 정우는 모든 것을 하진 탓으로 돌리며 그대로 마른 그 몸을 넘어뜨리듯 눕혔다.

거실의 빛이 이 안까지는 들어오지 않아 잔뜩 어두웠다. 창으로 더 가까이 다가와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한 번씩 번쩍이고, 뒤이어 커다란 굉음이 울릴 때마다 더욱 깊게 엉켜 들었다.

하진은 정신없이 제 혀를 머금는 정우의 혀를 마주 머금었다. 정우의 혀가 제 혀끝을 문지르고, 빨아줄 때면 미칠 것만 같았다. 꿈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더 그런 걸까. 쾌감은 몇 배로 더 크게 다가와 하진의 몸을 뒤흔들었다.

“아…!”

정우의 혀가 미끄러져 내려가 목덜미를 문지른 순간 하진의 허리가 크게 들썩였다. 모든 감각이 하나로 이어진 것만 같았다. 목덜미를 핥았을 뿐인데 꼭 몸 여러 곳을 핥아준 것처럼 허리가 비틀리고 숨이 가빠졌다. 하진은 고개를 저으며 정우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정우의 손이 그대로 하진의 티셔츠 밑을 파고들었다.

“하으… 읏!”

단숨에 파고든 손은 허리를 매만지다가 올라가 유두를 비틀었다. 감각이 몰려들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눈동자가 축축해지고, 이내 맺혀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지만, 그 뜨거움마저 온전히 쾌감으로 변했다.

“흣, 으응… 아아…….”

평소에 내지 않는 목소리가 마구 흘러나와 빗소리와 뒤섞였다. 그 소리를 정우가 듣는 게 싫어 가슴 위까지 들린 셔츠를 들어 입에 물었다. 전에 욕실에 서서 자위할 때 소리를 참기 위해 물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하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톡 튀어나온 유두를 혀끝으로 건드리던 정우가 고개를 들어 무언가에 가로막힌 소리를 내는 하진을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예요?”

위로 들어 올린 티셔츠 끝자락을 물고 있는 하진은 지나치게 야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이 번쩍일 때마다 잔뜩 젖은 그 눈과 얼굴이 보였다. 정우는 손을 뻗어 하진이 물고 있는 티셔츠 자락을 느릿하게 빼냈다.

“하아… 하으…….”

그것을 빼내자 조금 더 선명한 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우는 침으로 젖은 하진의 입술을 보다가 똑같이 젖은 티셔츠 자락을 매만졌다. 손끝으로 축축하고 눅눅해진 천이 닿아왔다. 정우는 그대로 하진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겨냈다. 머리가 빠져나가며 살짝 헝클어진 머리칼이 베개 위로 부드럽게 흐트러졌다.

정우는 더 이상 무엇도 물 수 없게 벗겨낸 티셔츠를 아무렇게나 바닥으로 던졌다. 하진은 완전히 드러난 몸이 부끄러운지 손을 들어 괜히 어깨와 가슴 위 같은 곳을 슬쩍 가렸다. 정우가 그런 하진을 보며 입술을 올려 웃었다. 그리고 그대로 하진의 바지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흐읏!”

속옷 위를 감싸 쥐자 허리가 크게 튀었다. 정우는 발기한 하진의 성기를 쥔 채 속옷 앞 젖은 곳을 손끝으로 둥글게 돌려가며 문질렀다. 하진이 고개를 저으며 발을 마구 움직였다.

“아으… 으, 아아, 잠깐, 잠깐만… 아, 흣……!”

하진은 이내 속옷 안으로 들어오는 정우의 손에 고개를 젖혔다.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정우가 저의 성기를 쥐고 만지고 있었다. 손길은 그리 부드럽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흥분이 됐다. 위아래로 쓸듯 움직였다가 그대로 쥐고 귀두 위를 손끝으로 문지르기도 했다. 쉽게 밀려드는 사정감에 하진은 허리를 마구 비틀었다. 정우는 그대로 하진의 성기를 쥐고 빠르게 흔들어주었다. 제 손에 잡혀 어쩔 줄 모르고 우는 하진의 얼굴이 미칠 듯 야했다.

“하으, 읏, 응… 아, 할, 할 것 같… 흐으, 아!”

고개를 젓던 하진이 그대로 사정했다. 눈을 꽉 감는 순간 또다시 눈물이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하진은 아랫배에서부터 위아래로 확 퍼지는 쾌감에 다리를 시트에 비비적댔다. 시트를 꽉 쥐었던 손끝도 하얗게 질리며 하진의 쾌감을 도왔다.

“흐윽…….”

울음 같은 숨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정우는 잔뜩 젖은 손을 꺼내 하진의 납작한 배 위에 문질러 닦았다. 그리고 양손으로 하진의 바지를 잡아 아래로 내렸다. 바지가 쑥 내려가는 느낌에 놀란 하진이 정우의 손을 잡았지만, 이미 속옷까지 발목으로 내려간 뒤였다.

하진은 다리를 오므리고, 입술을 꾹꾹 깨물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모습을 정우에게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같은 방을 쓰니 옷을 갈아입거나 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속옷까지 벗은 것을 보인 적은 없었다. 아무리 바빠도 샤워 한 번 같이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기분 좋아요?”

“…응.”

“넣을게요, 그럼.”

정우는 그대로 버클을 풀고 성기를 꺼내 하진의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그에 놀란 하진이 얼른 정우의 손을 잡았다. 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정우의 저 큰 성기를 바로 받아들일 수 없을 거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하는지 알아?”

“알려주게요?”

“…그거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안 들어갈 것 같다는 하진의 말에 정우는 하진의 다리 사이로 손을 넣었다. 그리고 성기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하진의 입구 주변을 손끝으로 매만졌다.

“하읏…!”

“여기다 하면 되는 거잖아요.”

“…그, 그건 그런데…… 너무 커서….”

말끝을 흐리는 하진을 내려 본 정우가 미간을 구겼다. 손끝으로 만져만 봐도 너무 좁아 이곳에 뭔가가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기는 했다. 정우는 잠시 하진의 얼굴을 보며 생각하다가 그대로 손을 들었다. 그리고 하진의 입속으로 손가락 두 개를 물렸다.

“흐읍…….”

그리고 하진의 혀를 느릿하게 손끝으로 문지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어떻게 할지 몰라 벅차하기만 하던 하진이 이내 손끝을 혀로 핥고 입술을 모아 머금어 빨아오는 것에 아랫배가 팽팽히 당기기 시작했다.

정우는 제 손가락을 빠는 그 익숙하고도 낯선 하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엉망으로 헤집었다. 입 옆으로 침이 흐르고, 입술이 반질거리게 잔뜩 젖은 뒤에야 흠뻑 젖은 손가락을 그 입속에서 빼냈다. 그리고 다시 다리 사이로 가져가 입구 주변을 문질렀다. 이런 일을 하는 자체가 처음이라 솔직히 위치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흐읏! 하으……. 아파….”

그러다가 우연히 안으로 푹 들어가는 곳을 찾았다. 정우는 그대로 젖은 손가락 한 마디를 밀어 넣었다. 하진이 아픈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꽉 조여 왔다. 정우는 처음 느껴보는 뜨거움에 숨을 죽인 채 손가락을 조금 더 깊게 밀어 넣었다.

“아…! 아파, 아파… 흣, 아아…….”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늘려야 할 것 같았다. 정우는 그대로 끝까지 손가락을 밀어 넣은 채 하진의 안을 휘저었다. 그리 부드럽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움직임이었다. 하진은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고개를 마구 저었다. 아래가 뚫린 것만 같았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이물감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정우의 손가락이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난 순간 하진은 시트를 꽉 말아 쥐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아팠다.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났을 때에는 숨을 헐떡이며 마구 고개를 저었다.

“흐으… 읏! 응…….”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몸 안에 꽉 찬 이물감이 더 이상 이물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되었을 때, 묘한 느낌의 변화가 있었다. 그저 아프기만 하던 느낌이 아니었다. 길고 저보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안을 휘저을 때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픔을 받아들여야 했던 그 감각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하아…….”

“목소리가 달라졌네요.”

“…응? 흐읏!”

그대로 정우가 안에 넣었던 손가락을 확 빼냈다. 하진은 안을 확 문지르며 빠져나가는 느낌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우습게도 꽉 차 있던 손가락이 빠져나간 자리가 조금 허전하게 느껴졌다. 허전함이라니, 정말 미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 순간 하진의 눈이 어둠 속에서 커졌다.

“하윽!”

조금 전까지 느꼈던 아픔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는 아픔이 밀려들었다. 몸이 완전히 반으로 갈라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래가 사라져버린 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하진은 저의 몸 위로 내려오는 정우의 상체를 생명줄처럼 끌어안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두 몸이 마주 닿으며 체온이 뒤섞였다. 하진은 정우의 어깨를 쥐다가 허겁지겁 그 목을 끌어안았다. 정우가 제 허벅지를 잡아 벌리며 안으로 깊게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아파서 숨도 쉴 수가 없었다.

“읏…….”

귓가로 낮은 정우의 숨이 흘러들었다. 아픈 걸까. 아니면 좋은 걸까. 하진은 제 몸이 갈라질 것처럼 아픈 와중에도 정우의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태어나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첫 닿음이었다. 아파도 좋고, 몸이 정말 반으로 찢어져도 좋을 것 같았다. 지금 정우가 이렇게 닿아 있지 않은가. 제 부탁을 들어주고 있는 것뿐이라고 해도 닿을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 하진은 제가 아픈 소리를 내면, 정우가 싫어할까 싶어 고통을 꾹 삼켜냈다.

정우의 성기는 안으로 들어오며 점점 더 단단해지고 커졌다. 내벽을 이리저리 늘리며 꽉 채우는 동안 하진은 그저 눈을 감은 채 정우를 가득 끌어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허리 아래로는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기 시작했다. 그저 무언가가 꽉 몸 안을 채우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힘 좀… 아, 빼 봐요.”

“어떻게, 흣… 빼야 하는지 잘… 하아, 모르겠어……. 나 무서워….”

“무서우면 시작도, 읏, 말았어야지. 이러다 끊어먹겠네.”

낮은 목소리가 한 번씩 끊길 때마다 하진은 정우의 목을 더 가득 끌어안았다. 꼭 그 멋진 목소리가 저에게 다 흡수되는 것 같았다. 하진은 제 귓불을 혀끝으로 핥고, 턱에 입을 맞추는 느낌에 다시 눈을 깊게 감았다. 간지럽기도 하고, 아랫배에서 작게 쾌감이 밀려들기도 했다. 아파서 잔뜩 들어갔던 다리 사이의 힘이 느릿하게 빠져나갔다. 하진은 유두를 비틀어 주는 손길에도 잔뜩 느껴 어쩔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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