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포제-25화 (25/122)

#25

하진이 두 팔을 들어 올려 정우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대로 하진의 몸 위에 올라탄 정우가 이 쾌감을 이어 가겠다는 생각 단 하나로 마구 그 입술을 머금고, 입속을 헤집었다. 스킬보다는 본능이 앞서 마구 힘이 들어갔다. 뭘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도 몰랐다. 정우는 다시 하진의 니트 안으로 손을 넣어 마구 그 몸을 만졌다. 그 손이 닿을 때마다 하진의 허리가 들썩이고 비틀렸다.

“하으…! 흣, 아…….”

정우는 그대로 하진의 목덜미로 입술을 미끄러뜨렸다. 평소 비율 좋게 길고 예쁘다고 생각했던 그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처박은 순간 머리가 확 돌았다. 하진에게 나는 체향에 미칠 것 같았다.

정우는 하진의 허리를 만지던 손을 더 위로 움직였다. 그리고 어디인가를 스친 순간 하진이 크게 신음하는 것에 목에 박고 있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가만히 하진의 얼굴을 보며 조금 전 스친 곳을 다시 손끝으로 문질렀다.

“흐읏! 하으, 으응!”

손끝에 점점 더 노골적으로 돌기가 걸리기 시작했다. 정우는 흥분해 톡 튀어나온 하진의 유두를 손끝으로 눌러 문지르고, 비틀었다. 하진은 쾌감에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부드러운 색의 머리칼이 하얀 베개 위로 마구 흐트러졌다.

정우는 그대로 하진의 니트를 확 들어 올리고 가슴 위로 얼굴을 묻었다. 이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뭘 해야 맞는 건지도 알지 못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 하는 행동들이었다. 정우는 그대로 하진의 유두 위를 혀로 핥고 짓뭉갰다. 손끝과는 다른 축축하고 말캉한 느낌에 하진이 허리를 비틀었다.

“하으… 흐읏! 아아…….”

정우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움켜쥔 하진이 고개를 저었다. 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 정우의 손이 제 몸을 마구 만지고, 입술이 몸에 닿아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미치도록 좋은 것이 꿈이라면, 영영 깨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아아… 하아… 흐으, 읏!”

하진은 마구 신음했다. 방 안으로 그 야릇한 소리가 퍼져 나갔다. 정우는 고개를 비틀어 내려 소리가 흐르지 않도록 입술을 맞물렸다. 입술이 열리자마자 마주한 두 혀가 마구 뒤엉켰다. 다시 손끝으로 타액이 묻어 젖은 하진의 유두를 만져 주던 정우가 그대로 손을 내렸다.

트레이닝팬츠를 입고 있을 줄 알았는데 버클이 손끝에 닿았다. 불편하게 이걸 입고 잤구나. 어제 씻고 이걸 입고 나왔었나.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하진이 입고 있는 크림색 니트만 떠오를 뿐, 바지는 떠오르지가 않았다. 정우는 어렵지 않게 한 손으로 버클을 풀어내고, 지퍼를 내렸다. 그리고 열기가 감도는 하진의 속옷 위를 덮었다.

“흐읏!”

혀가 풀리고 신음이 크게 터졌다. 정우는 다시 그 혀를 집어삼키며 손을 움직였다.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었다. 이게 다 하진 때문이었다. 자는 사람에게 키스를 하고, 몸을 만지도록 만든 강하진 때문이었다.

정우는 속옷 위를 덮은 채 하진의 성기를 만져주었다. 속옷 위가 조금씩 젖는 게 느껴졌다. 제 성기 역시 발기하기 시작했다. 아니, 아까부터 이랬었다. 하진의 혀가 입속으로 먼저 들어오고, 제 혀를 문지를 때부터 돌이킬 수가 없었다.

“눈 떠요, 형.”

정우는 하진의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하진이 크게 허리를 들썩였다. 정우는 여전히 눈도 뜨지 못하고 헐떡이는 하진을 내려 보았다.

“눈 뜨라고, 강하진.”

하진은 성까지 붙여 이름을 부르는 정우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정우가 저를 내려 보고 있었다. 하진은 다시 눈을 깊게 감았다가 떴다. 이상하게 꿈 같지가 않았다.

“이제 알았어요?”

정우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진은 제 성기를 쥐고 흔드는 정우의 손에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허벅지 안쪽부터 경련하듯 퍼지는 쾌감을 이길 방법은 없었다. 하진은 정우의 거친 손길에 허리를 비틀었다.

“맞아. 이거 꿈 아니야.”

그리고 꿈이 아님을 정우의 목소리로 확인받으며 사정했다. 허벅지 안쪽과 아랫배가 확 당기듯 조여들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타고 오르는 쾌감에 몇 번이나 허리가 잘게 움찔댔다. 정우의 젖은 손이 하진의 성기를 몇 번 더 만져 주었다.

하진은 마구 고개를 저었다. 꿈이 아니다. 분명 꿈이었는데, 언제부터 꿈이 아니게 된 걸까. 하진은 제 속옷 안에서 빠져나가는 정우의 손을 느끼며 몸에서 힘을 빼냈다. 잔뜩 달아오른 숨이 또다시 엉망으로 쏟아졌다. 힘이 없는 눈을 뜨자 정우가 젖은 손을 들어올렸다.

“…정우야, 그게…….”

“형은 배우 했어도 잘했을 거예요.”

“그게 아니라…….”

“나랑 이런 짓 하는 꿈 꾸는 주제에 아닌 척 연기까지 하고 얼마나 힘들었어요.”

정우는 손에 묻은 정액을 하진의 니트 위에 문질러 닦았다. 이 와중에도 참을 수 없는 것은 갑자기 밀려드는 배신감과 원망, 어이없음 속에서도 발기한 자신의 성기였다. 놀라 어쩔 줄을 모르고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달싹이는 저 입에 처박고 싶은 마음이 혐오스러웠다. 정우는 얼른 침대를 벗어났다. 하진이 따라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뒤를 돌아보지는 않았다.

“…정우야. 형이랑 얘기 좀…….”

“무슨 얘기요?”

“…….”

갈아입을 옷을 꺼낸 정우가 문손잡이를 잡으며 하진을 돌아보았다. 침대에 앉은 채 넋이 나가 보이는 그 얼굴이 우습게도 예뻤다.

“들어봤자 변명일 텐데 굳이 들을 필요 없잖아요.”

“…….”

어스레했던 방 안이 점점 더 분명한 빛으로 밝아지고 있었다. 하진의 등 뒤로 어둠이 지고 빛이 퍼져 들었다. 정우는 절망에 물든 하진의 얼굴을 눈에 담으며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갔다. 저렇게 아름다운 절망이라면 몇 번이고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우스운 생각이었다. 제가 생각을 하고도 어이가 없어 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텅 빈 거실을 한 번 보고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샤워를 하기 위해 입고 있던 옷들을 벗자 아직도 발기한 성기가 드러났다. 정우는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가 물을 가장 세게 틀었다. 따뜻한 물이 금세 샤워 부스 안을 뿌옇게 만들었다. 정우는 그 축축해진 공기 안에서 성기를 쥐었다.

“…아…….”

낮은 숨이 흘렀다. 뿌옇게 샤워 부스 안으로 차오르는 증기가 꼭 하진의 손길 같았다. 얼굴을 만지던 느낌, 또 피어스 위를 매만지던 그 손끝. 솔직히 피어스를 만질 때에는 눈이 확 돌았다. 제 침으로 젖은 입술을 하고 밀려나 바라보던 그 얼굴이 떠올랐다. 다시 다가와 꿈인데 밀어내지 말라며 먼저 혀를 밀어 넣던 느낌도 생생했다.

정우는 더 발기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해진 성기를 쥔 채 흔들었다. 밀어냈으면서 그 얼굴, 붙었던 감촉을 떠올리며 자위하는 꼴이 우스워 견딜 수가 없었다. 정우는 머릿속에 차오른 하진의 얼굴을 지우려 애썼다.

「정우야.」

제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 기다란 속눈썹. 꿈이 아닌 것을 알고 놀라 어쩔 줄 모르면서도 제 손에 사정하며 허리를 비틀던 그 순간. 정우는 하진의 정액이 묻었던 손을 들어 입을 덮었다. 그리고 숨을 들이마신 순간 사정했다.

“읏…!”

아랫배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자위야 가끔 씻으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한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물론 남자를, 아니 멤버를 떠올리며 할 줄은 몰랐지만.

“…….”

사정 뒤에 밀려드는 혐오감이 정우를 휘감았다. 견딜 수가 없었다. 저라도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 하진에게 말려버렸다. 더 힘껏 밀어냈어야 하는데 다가와 붙는 그 체향과 쾌감에 져버렸다. 정우는 따뜻한 물 아래로 들어가 눈을 감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몸에 달라붙은 하진을 전부 씻어냈다. 남아 있는 흥분도 전부 정우의 혐오감과 함께 수챗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우.”

정우는 긴 숨을 내뱉었다. 꿈은 끝났다. 이제 더 적나라한 현실과 마주할 때였다. 그렇게 정우는 한참이나 그 물줄기 아래에 머물렀다. 저에게 남은 모든 따뜻한 감정들마저 씻겨 나가는 것도 모른 채.

***

하진은 멍하니 시선이 머무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침대 모서리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는 바닥이기도 했다. 또 닫힌 문이기도 하고, 흐트러짐 하나 없는 정우의 침대이기도 했다.

「눈 떠요, 형.」

거기까지는 분명 꿈이었는데

「눈 뜨라고, 강하진.」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는 꿈이 아니었다. 눈을 떴는데 완전히 느낌이 달라져 있었다. 어떻게 이것을 꿈이라고 착각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달랐다.

“…….”

그럼 도대체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일까. 정우가 제 침대에서 자고 있던 것부터 다 현실이었을까. 제가 꿈이라고 혼자 생각한 그 순간부터 제가 만든 가짜 꿈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현실 부정, 정신 승리. 그 어떤 말을 가져다가 붙여도 그럴싸했다. 그중에서 가장 지금의 저와 어울리는 말은 미친놈이라는 말이었다. 제정신이 아니다. 정신병원에 갇혀도 할 말이 없었다.

“…….”

나름 잘해왔었는데 순간의 충동을 이기지 못해서 다 망쳐버렸다. 제 손으로 쌓아온 것들을 다 무너뜨렸다. 아니, 무너뜨리기만 한 게 아니라 밟아 가루를 내고 흔적도 알아볼 수 없게 만들었다. 이제 정우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하진은 그 어떤 형체가 있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생각을 하려고 하면 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또 하려고 하면 제가 부순 가루들이 날려 머리 안을 뒤덮었다.

「이제 알았어요?」

나긋한 목소리. 낮고 부드러운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꿈에서 늘 듣던 목소리와 다르기 때문이었다.

「맞아. 이거 꿈 아니야.」

꿈이 아니라는 것을 정우의 목소리로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 순식간에 괴로움이 다시 밀려들었다. 닿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꿈이라고 혼자 미친 생각을 하면서까지 다가가 먼저 입을 맞췄다. 정우의 얼굴을 만지고, 그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

제 혀끝을 문지르고 머금던 정우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했다. 하진은 침대 아래로 내려간 다리를 올려 세워 무릎을 끌어안으며 그 위로 얼굴을 파묻었다. 저에게서 비릿한 냄새가 났다. 정우가 제 니트에 정액을 묻히던 게 떠올라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진은 절망에 휩싸여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돌파구 같은 건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형은 배우 했어도 잘했을 거예요.」

생각을 하려고 하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 게 아니라, 애초에 생각을 한다고 해결이 될 일이 아니었다. 생각 따위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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