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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객잔 정상 영업합니다 (85)화 (86/145)

085화

‘뭐?’

청연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그 목소리를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같았다.

‘어디서 들었더라?’

열심히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묘한 목소리였다. 분명 들어봤는데, 아무리 고민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객잔 손님이었다고 하기에는 저를 보고 놀라는 게 이상했고, 거기다가 옷차림마저 심상치 않았다. 무호 못지않게 새카만 옷에다가 새카만 두건을 머리에 덮어쓰고….

“어?”

문득 눈앞을 스쳐 지나간 기억의 잔영에 청연은 움찔했다. 검은 옷과 두건,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얼굴, 낮은 목소리까지.

구 년 전, 도박장에서 만났던 점쟁이였다.

‘단명할 상이군. 앞으로 얼마 못 살겠어.’

제게 그런 예언을 들려주었던 사람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딱 한 번 만났지만 인상이 강렬해 잊히지 않고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 사람이 대뜸 객잔에 찾아오더니 어째서 아직도 살아 있느냐 물었다.

점쟁이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객잔 안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특히 무호를 볼 때는 곧 기절할 것 같은 표정으로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아는 분이십니까?”

조금 전까지 싸울 태세였던 제하 역시 점쟁이에게 시선을 빼앗긴 채 물었다.

청연은 목덜미를 긁적이며 점쟁이를 향해 걸어갔다. 제 얼굴을 바라보는 두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이게 대체….”

점쟁이는 정신이 나간 듯이 중얼거리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나는 이런 거 쓴 적 없는데….”

“저기요.”

청연은 잔뜩 웅크린 그의 어깨를 두드리려다가 멈칫했다.

뭐라고 불러야 하지? 소저?

“…괜찮으세요?”

하나도 안 괜찮아 보였다. 점쟁이는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덜덜 떨고 있었다.

“당신은, 당신은 죽었어야 하는데.”

“진정하시고 똑바로….”

“거기다 쟤들은 왜 여기 있어? 왜 죄다 여기 모여있냐고. 난 이런 거 쓴 적 없다니까?”

“…예?”

순간 정신이 번쩍 든 청연은 점쟁이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 눈빛이 왠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마….

“심지어 천마까지… 헙.”

청연은 놀라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 채 침묵이 흘렀다. 몇 초가 지난 뒤, 청연은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물었다.

‘민아?’

그 모습을 본 점쟁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민아였다니. 얘는 대체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청연은 그의 입을 막았던 손을 내리고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대치 상태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 남자가 있었다.

‘일단 쟤들부터 내보내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다 나가.”

“무슨 일이야, 세화야?”

“객주님, 그분은 누구십니까?”

여운과 제하가 동시에 물어왔다. 무호 역시 날 선 눈빛으로 민아를 훑어보았다.

“오래전에 알던 친우인데 좀 아파. 너희 진짜로 싸울 생각이면 그냥 나가. 내 객잔에 피해 주지 말고 나가서 싸우든가 해.”

“하지만 객주님….”

“어서. 영원히 출입 금지당하고 싶지 않으면.”

가장 먼저 검을 집어넣은 사람은 제하였다. 그는 출입 금지라는 말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시무룩한 얼굴로 꼬리를 내렸다.

“시랑.”

여운은 무호가 있는 쪽을 흘끗 보더니 결국 검을 검집에 넣었다.

객잔주의 강경한 태도에 두 사람은 고분고분해졌다. 청연은 그들을 밖으로 떠밀며 말했다.

“지금은 중요하게 할 일이 있으니까 둘 다 나중에 와.”

“객주님….”

“세화야….”

청연은 그들을 뒤로하고 무호에게 다가갔다. 그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밥은 나중에 먹어야겠다.”

“…….”

“미안. 오랜만에 친우가 찾아와서.”

무호는 다시 한번 점쟁이를 훑어보았으나 친우라는 말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나가서 쟤네 상대할 생각 말고. 그냥 무시하고 너 갈 길 가. 알겠어? 괜히 나서서 애들 겁주지 말란 말이야.”

“재밌던데.”

“…그러다가 너부터 출입 금지당하는 수가 있어.”

그들이 정말로 밖에서 싸우기라도 할까 걱정되기는 했지만 지금 제일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무호까지 객잔을 떠나고 난 뒤, 청연은 바닥에 주저앉은 점쟁이를, 아니, 민아를 바라보았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

「특히 이 객주 말이야. 이렇게 엑스트라로 쓰이다가 천마한테 홀라당 살해당할 거면 이름이랑 외모 묘사는 왜 구구절절 써 둔 건데? 병약하다는 설정까지 붙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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