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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객잔 정상 영업합니다 (17)화 (18/145)

017화

사실 송원은 청연이 빙의하고 나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나 다름없었다.

고급스러운 비단옷에 돈을 흥청망청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부잣집 도련님일 거라 짐작했는데, 대규모 상단을 이끄는 상단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통성명을 하고 나서야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청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원작에서는 그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엑스트라였다. 상단을 이끌고 산을 넘던 중 산적의 습격을 받아 사망한 비운의 상단주. 마침 산길을 지나던 제하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장렬히 퇴장한 인물이었다.

그래서인지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고, 송원의 성격이 워낙 서글서글하니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그는 중원 전역을 돌아다니는 만큼 정보통이나 다름없어, 청연에게 늘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물어다 주고는 했다. 낯선 세계에 떨어진 저의 외로움을 달래 준 고마운 사람이기도 했다.

송원은 청연의 어깨에 손을 두르더니 귓속말로 물었다.

“오늘 밤에 저와 밤놀이를 가시지 않겠습니까?”

“밤놀이요?”

청연은 의아하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와 때때로 어울리기는 했지만, 그래 봤자 주루에 가서 술 한잔 나눠 마시고 오는 게 전부였다. 밤놀이라는 묘한 어감이 신경에 거슬렸다.

“예. 제가 아주 재미있는 곳을 찾았습니다. 객주님께서도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뭐 하는 곳이길래 그러십니까?”

“그걸 모르고 가셔야 재밌는 겁니다. 저만 믿고 따라오십시오.”

“하하…. 단주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는 걸 보니 정말 대단한 곳인가 봅니다.”

“대단하다마다요. 오늘 밤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실 테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새로운 세상이라니, 어딜 가려고 저렇게까지 허풍을 떠는 건지.

청연은 우습기도 했고 잔뜩 신이 난 그가 귀엽기도 해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송원은 해시(亥時)경에 데리러 오겠다고 약조하고서는 객잔을 떠났다. 간만에 놀러 나갈 생각에 기분이 상쾌해진 청연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다가 문득 저 멀리서 저를 지켜보고 있는 무호를 보고 움찔 놀랐다.

‘왜 저렇게 보는 거야…. 아직도 화가 났나? 내가 분명 사과까지 했는데.’

눈에서 광선이라도 뿜어낼 기세에 눌려 청연은 땀을 삐질 흘렸다.

***

해시, 처마에 매달린 홍등이 불을 밝혔을 때쯤 송원은 약속한 대로 청연을 데리러 왔다.

“준비되셨습니까?”

“준비까지 해야 하는 일입니까?”

청연은 웃으며 되물었다.

어디 보자. 약도 방금 먹었고. 오늘 밤은 손님이 많지 않아 나갔다 와도 괜찮을 법하고. 무호에게도 얌전히 있으라고 단단히 일러 놓았으니. 준비가 된 듯싶었다.

“갑시다.”

“가시죠.”

송원은 청연과 보폭을 맞추며 길을 안내했다. 생전 처음 가 보는 길이었다. 널찍한 번화가를 지나 구불구불한 골목을 걷다 보니, 두 사람의 그림자는 점점 으슥한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객주님은 운이 좋으신 편입니까?”

뜬금없는 질문에 청연은 곰곰이 과거를 되짚어 보았다.

“음….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은 좋기를 바라셔야 할 겁니다.”

“예?”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맛보기 정도만 하셔도 충분합니다.”

물음표를 가득 안고 도착한 곳은 의외로 커다란 전각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번화가에 위치한 주루들과 다를 바 없었다. 문틈으로 밝은 빛과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으슥한 곳에 이런 건물이 있다니?

“들어갈까요?”

“아… 예.”

그를 따라 문지방을 넘으려던 청연은 그제야 처마 밑에 달려 있던 현판을 발견했다. 현판 위에는 거침없는 서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산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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