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름다운 신부 (74)화 (74/97)

목걸이와 팔찌, 반지. 모두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아사드의 나신 위에 남은 건 오직, 케이든과 나눠 낀 테가 얇은 반지 하나뿐이었다.

아사드는 제 아래에 깔린 남자의 다리를 벌리고 종아리를 쥐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당신도 나도 맨 정신인데…… 이상해. 꼭 희락기가 온 사람들처럼 정신이 없잖아. 몸이 너무 뜨거워…….”

케이든의 다리가 눈치껏 아사드의 어깨 위에 걸쳐졌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뭘 해 주길 바라는지. 케이든 당신이 알려 줘. 응? 내가 좋은 배우자가 되게 해 줘.”

몸을 숙인 아사드가 속삭였다.

케이든은 답하기를 망설였다. 그러나 이내 그의 손이 아사드의 뺨에 닿았다.

제 살갗을 간질이는 다정한 손길을 느끼며, 아사드는 소리 죽여 웃었다. 하나 이어진 케이든의 말을 듣고는 얼굴을 굳히게 됐다.

“입을 맞추고…… 제 안으로 들어와 주세요.”

참 이상한 일이었다. 노골적이고 상스러운 소리를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케이든이 제게 건넨 말이 너무나 외설적으로 느껴져 얼굴이 홧홧해졌다. 여유 있는 척을 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표정 관리가 되질 않았다.

“…….”

지금이 어두운 밤이어서, 침실의 불빛이 너무 환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제가 머저리처럼 얼굴을 붉힌 채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케이든에게 조금이라도 숨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은 아사드가 침대 위를 구르고 있던 고무 하나를 다급히 집어 들었다. 마법사가 알려 준 대로 입구를 벌리고 그것을 성기에 씌우려고 했다. 하지만…….

작았다.

말 그대로 너무 작았다. 성기를 억지로 끼워 넣는 것도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아사드의 얼굴이 사납게 구겨졌다. 이딴 걸, 뭐 이딴 걸, 이렇게나 많이 챙겨 줬단 말인가. 아니, 애초에 마법사 자식은 제 성기의 크기가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질 않으리라 여긴 건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안 들어가.”

속으로 안절부절못하던 아사드가 케이든에게 자신의 곤혹감을 실토했다.

“내 성기가 너무 커서 그래.”

“…….”

“…….”

“…….”

케이든은 말이 없었다. 말을 하는 대신, 아니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겹게 웃음을 참고 있었다. 웃음을 숨기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다 티가 났다.

“길이랑 둘레가 어떻게 되는지…… 마법사들한테 상세히 적어 냈어야 했나 봐.”

이런 말 하지 말걸. 아사드는 다시 한번 초조해졌다. 케이든에게 어린애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어리숙한 꼴을 내보이게 되니 속이 탔다.

아사드는 요령이 좋은 사람이었다. 눈앞에 놓인 일이 무엇이건 곧장 능숙하게 해치울 수 있었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케이든의 앞에선, 이런 식으로 자꾸만 헛발질을 하게 됐다. 제 나이 또래의 한숨 나오는 멍청이들과 똑같이 굴었다. 어설프고 또 어설펐다.

이 상황을 어찌 헤쳐 나가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았다.

케이든의 열기가 가라앉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내 성기가 너무 크다고 조잘거리는 알파의 어디에서 성적 매력을 느끼겠는가. 핏대까지 세우고 선 제 성기마저 짜증 날 지경이었다. 가라앉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마도구를 함께 가지고 오셨으니까요.”

“…….”

“나중에, 그걸 쓰면 됩니다.”

당황한 아사드에게 케이든은 속삭였다. 머리가 하얘진 남자에게 마법사가 주머니 속에 함께 넣어 준 다른 도구를 알려 줬다.

“그래도 노팅은 안 됩니다. 더 안쪽으로 들어오는 건 괜찮지만…….”

말을 마친 케이든이 멋쩍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아사드는 침묵했다. 심장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크게 뛰었다.

세간에서 입을 모아 말하는 매혹적인 오메가가 케이든 같은 이를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지금, 케이든을 보면서 아사드는 딴생각을 하게 됐다.

‘다른 알파들은…… 진짜로 매혹적인 사람을 한 번도 못 만나 봤구나.’

이런 생각 말이다. 케이든을 모르는 세간의 알파들이 측은하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주제도 모르고 쳐다보게 두지도 않겠지만.

아사드는 홀린 듯 케이든에게 입을 맞췄다. 갈급한 입맞춤이었다.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는 건 아래 역시 마찬가지였다. 딱딱한 성기의 선단이 물기를 머금은 축축한 구멍 위에 비벼졌다. 부드럽게 풀어져 뻐끔대는 곳에 귀두 끝을 처박은 채로, 아사드는 황홀한 압박감을 느꼈다.

입술을 뗀 아사드는 케이든을 내려다봤다. 자신이 만들어 낸 그림자 아래에 갇힌 케이든의 뺨에 입을 맞췄다. 떨어지려는 시선을 붙들었다.

케이든은 허리를 들어 아사드의 진입을 도왔다. 두꺼운 귀두에 이어 성기의 기둥 부가 안으로 밀어 넣어지기 시작했다. 좁은 안쪽이 비명을 지르듯 침입자를 쥐어짰다.

아사드는 입 밖으로 새어 나오려는 욕지거리를 참아야 했다. 한참을 손가락으로 쑤시고 지분댔는데도 여전히 안쪽이 좁았다. 뜨거운 압박감을 느끼는 아사드의 숨이 허공에 퍼졌다.

하나 아사드는 거칠게 날뛰려는 욕망의 고삐를 잡았다. 그는 제 신부의 안쪽에 천천히 길을 냈다. 쉼 없이 입을 맞추고 힘이 들어간 몸을 어루만지며, 끝내 성기를 뿌리 끝까지 완전히 처박았다.

고통이 사그라드는 순간은 금세 찾아왔다. 불처럼 피어난 열기는 환희가 되어 케이든을 흔들었다. 그 누구도 아닌 아사드가 제 안을 빈틈없이 채워 주고 있다는 사실이, 그와 하나가 됐다는 만족감이 케이든을 흥분하게 했다.

물기 어린 안쪽이 빠듯하게 들어찬 성기를 기쁘게 조이고 빨았다. 케이든의 고결한 낯과 어울리지 않는 음탕한 게걸스러움이, 아사드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아사드는 입을 맞추기 위해 굽혔던 상체를 바로 세웠다. 그리고 제 신부의 성기를 손에 쥐었다. 케이든의 얼굴만큼이나 잘생긴 성기는 꼭 아래의 구멍처럼 물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아사드는 케이든이 제게 했던 그대로, 자신의 손을 움직였다. 제 하나뿐인 선생님을 상대로 그가 배운 것을 복습했다.

“아흣…….”

눈을 꾹 감고 있던 케이든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흘렸다. 원망인지 쑥스러움인지 모를 색이 퍼진 얼굴을 가리며 아사드를 훔쳐봤다.

어깨 위에 걸쳐진 다리가 움찔대는 게 느껴졌다. 그건 저를 물고 있는 아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케이든은 저와 같은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속내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열이 올라 따뜻하고 단단한 성기가 손에 들어차는 감각이 기분 좋았다. 매일매일 쥐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케이든이 들으면 기절할 만한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나왔다.

가장 깊은 안쪽까지 처박혔던 성기를 느릿하게 뒤로 빼고 또다시 밀어 넣길 반복하며, 아사드는 계속해 손장난을 쳤다.

느릿하고 집요한 내부의 쾌감과 정신없이 빠른 외부의 쾌감이 케이든을 향해 번갈아 몰아쳤다. 그 간극 속에서 헤매던 케이든이 끝내 사정할 때까지.

케이든을 내려다보는 아사드의 두 눈이 기쁨으로 반짝였다. 손을 들어 올린 아사드는 제 손에 묻어난 백탁액을 혀끝으로 맛봤다.

“……이상하지 않네.”

“전하, 그, 그게 무슨.”

손 뒤로 얼굴을 숨기려 들던 케이든이 질겁해 아사드의 손목을 붙잡았다. 차마 힘을 줘 끌어 내리지는 못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진짜 안 이상한데.’

속으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아사드는 순순히 케이든에게 붙잡혀 줬다. 사정의 여운이 남아 떨리는 손으로 저를 붙드는 케이든을 보는 게 어딘가 즐거웠다.

“이제 내 차례야.”

그리고 자신을 붙들고 있던 케이든의 손을 다시 쥐었다. 그의 다른 손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사드는 완전히 몸을 숙였다. 저를 붙잡기 위해 세워졌던 케이든의 상체가, 다시 침대 위에 완전히 쓰러지게 됐다.

무게를 실어 몸을 겹치자 삽입이 더욱 깊어졌다. 헛숨과 함께 케이든의 허리가 들렸다.

케이든의 얼굴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던 아사드가 성기를 뒤로 뺐다. 뭉툭한 귀두 끝만을 구멍에 걸쳐 둘 정도로 물러섰다. 그리고 다시, 저를 원하고 있을 깊은 곳을 향해 성기를 끝까지 처박았다. 퍽, 퍽. 소리가 날 정도로 거칠게 쑤셨다.

케이든은 조금 모순적인 사람이었다. 입맞춤은 솜털처럼 부드럽길 바라면서, 그 아래의 정사는 그보다 거칠기를 바랐다. 이틀간의 희락기를 보내며 아사드가 깨닫게 된 사실이었다. 아마 케이든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사실이기도 했다.

움직임이 거칠어질수록, 쫀득한 안쪽 살이 성기를 미친 듯이 조여 왔다. 아사드는 당장 입을 열어 지금 자신이 보고 있는 풍경을, 느끼는 감각을 케이든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엔, 제 기쁨을 케이든에게 모조리 쏟아 내고 알리고 싶다는 욕심을 꾹 참아 냈다.

케이든에게 그런 말을 할 순 없었다. 그랬다간, 저와 일주일도 넘게 눈을 안 마주쳐 줄 게 뻔했으니까.

“……좋아.”

몸을 숙인 아사드가 케이든의 귓가에 속삭였다. 케이든이 창피해할 말 대신이었다.

“당신 안이, 큭, 좋아서 미칠 것 같아.”

제 성기를 받아 내며 흔들리는 남자의 혼몽해진 눈동자가 사랑스러웠다. 그대로 더 흐려지게 하고 싶기도, 이지를 잃을 정도로 엉엉 울게 만들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케이든을 기쁘게 해 주고 싶었다.

케이든을 괴롭게 했던 쓰레기와의 정사 같은 건 제대로 된 교접이 아니었다는 걸, 아사드는 그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이렇게라도 말이다. 희락기 성교육 좀 열심히 들어 둘걸. 그런 후회와 함께였다.

아사드는 제 신부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계속해 성기를 푹푹 쑤셨다. 두꺼운 귀두 끝으로 도톰한 살을 짓이기듯 눌러 댔다. 또 한 번 찾아온 절정에 발을 곱은 채 몸을 떨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봐주질 않았다. 아니, 봐주질 못했다.

“흐읏…… 하윽.”

다문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게 된 신음을 놓칠까, 제 신부의 입술 위에 아사드는 쉼 없이 입을 맞췄다.

더 깊은 안쪽을 열고 싶어. 거기에 노팅하고 싶어. 더 완전하게 이어지고 싶어.

아사드는 자신의 충동을 이겨 내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정신없이 제 신부의 목을, 가슴을 핥고 또 깨물었다. 바짝 선 젖꼭지를 쪽쪽 빨자 흘러나오는 울먹임이 듣기 좋았다.

케이든의 페로몬이 느껴졌다.

“하…….”

다시 케이든의 목덜미에 코를 박은 아사드가 숨을 내쉬었다. 탄식인지 감탄인지 모를 숨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말도 안 될 정도로 벅찬 만족감이었다.

손가락이 잘린 머저리는 제대로 맡아 보지도 못했을 편안하고 부드러운 향이, 너무나 미약해서 있는 힘껏 느끼지 못하면 알아채기 어려운 향이 제게 안겨 들고 있었다. 저를 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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