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더듬던 손은 이내 케이든의 성기를 쥐었다. 손은 아직 쾌락의 잔열이 남은 성기를 가볍게 흔들어 보기도, 손가락 끝으로 요도구를 간질여 보기도 했다.
밀어낼 수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도 없는 손길에 케이든은 혼란에 빠졌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몸을 바르작거리며 간신히 신음을 참아 내는 일뿐이었다. 눈에서 힘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좋아? 더 만졌다간, 내 좆이 먼저 끊어질 것 같아. 당신 뒤가 너무 조여서.”
아사드의 손은 사정 후 늘어져 있던 성기가 완전히 단단해진 뒤에야 떨어져 나갔다.
“당신이 능숙한 건지 미숙한 건지 모르겠어…….”
웃음이 사그라든 아사드가 케이든의 골반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는 천천히 몸을 뒤로 물렸다. 깊이 틀어박혔던 성기가 천천히 빠져나가려 하고 있었다.
아사드를 보내기 싫다는 듯, 안쪽의 살이 끈질기게도 그의 성기에 달라붙으려 했다. 그 노골적인 감각에 아사드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건 케이든 역시 마찬가지였다.
케이든은 입술을 깨물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느끼게 될 쾌감이 두려웠다. 희락기가 끝이 날 때까지 제가 아사드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완전히 빠져나갈 듯했던 성기가 금세 다시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흡. 케이든은 그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두꺼운 살덩이가 안쪽을 거칠게 찍어 눌렀다. 쿵, 쿵 소리를 내며 몇 번이고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내벽 안에 숨은 볼록한 살이 두꺼운 귀두 끝에, 기둥에 몇 번이고 짓눌렸다.
“여기를, 찔러 주면, 좋아하는구나. 책에서 배워 두길, 후……. 잘했지. 응?”
몸을 숙인 아사드가 케이든의 입을 막고 있는 손등 위에 입을 맞췄다. 가끔은 심술을 부리듯 이를 세웠다. 억지로 입에서 떼어 낼 생각까진 없지만 탐탁지는 않아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별안간 케이든의 손을 빤히 바라봤다. 어딘가 아쉽다는 듯 미련을 가지고, 손등 위에 수놓아진 상처 위에 제 입술을 대었다 떼길 반복했다.
하지만 결국 미련을 접고 물러섰다.
“이 손 안 치울 테니까…… 나를 봐 줘.”
아사드는 속삭였다.
케이든은 저도 모르게 아사드와 눈을 맞췄다. 혼탁한 세상에서 아사드만이 선명했다. 이 모든 감각이 처음인 아사드의 눈에서도 여유가 사라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의 황금색 눈동자는 여전히 예쁘게 빛이 났다.
아사드의 눈이 감기고 뜨이는 모습을, 흘러내린 땀이 속눈썹을 적시는 모습을 케이든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쾌감을 닮은 묘한 만족감이 그의 심장께를 몇 번이고 두드렸다.
살과 살이 부딪쳐 나는 소리가, 물이 찰방거리는 소리가 침실 안을 울렸다. 안쪽에서 흘러나온 끈적한 물이 출납하는 성기를 타고 흘렀다. 두 사람의 하반신이 금세 축축해졌다.
비집고 나오려는 신음을 참으며 케이든은 입을 가리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다급히 이불보를 붙잡았다. 부딪쳐 오는 아사드의 몸도, 아랫배를 달구는 쾌감도 제게는 너무 거셌다.
이제야 완전히, 있는 그대로 느껴지기 시작한 아사드의 묵직한 페로몬이 너무 달았다. 그를 비웃는 불안과 두려움을 잊게 할 정도로 달기만 했다.
아사드가 제 세상을 흔들었다. 그 흔들림 속에서, 케이든은 다시 한번 아사드의 낯을 훔쳐봤다. 그 역시 저처럼 쾌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자신이 아사드가 첫 희락기를 무사히 보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기뻤다. 너무 좋았다. 아사드가 제게 베풀어 준 친절을 갚을 길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라도 그에게 보답하게 됐다. 좋았다.
어쩌면, 보답이라는 말의 절반쯤은 거짓말일지도 몰랐다. 아사드의 침실에 발을 들인 건 그저…… 아사드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제가 좋아하는 이가 첫 희락기를 힘들게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사드의 희락기를 이용해서, 내 욕심을 채우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쳤다. 저는 그러면 안 됐다. 주제도 모르고, 저 같은 게 그래선 안 됐다.
케이든은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욕망과 욕심을 잘라 내려 했다. 아사드에게 몸을 붙이고 그를 끌어안고 싶다는, 모르는 척 그의 뺨 위에 입을 맞추고 싶다는 욕심을 간신히 참아 냈다.
저는 이 정사에서 케이든이란 사람이면 안 됐다. 단지 아사드의 희락기를 달래기 위한 오메가여야만 했다.
케이든은 자신이 아사드의 기분을 가라앉히기라도 할까, 입을 꽉 다물고 소리를 흘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얼굴을 완전히 드러내지도 않았다.
“아…….”
하지만 또 다른 입구가 열리는 순간엔, 자신도 모르게 놀란 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알렉스가 몇 번이고 억지로 열리게 하려 했던, 그러나 끝내 열리지 않았던 다른 길이 드러났다. 케이든은 너무 놀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또 다른 길이 열리는 순간을 아사드는 놓치지 않았다. 모습을 드러낸 안쪽으로 커다란 성기가 비집고 들어갔다.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케이든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절정에 달했다.
흉포한 성기가 들어찬 좁은 길은 오메가의 성감대 그 자체였다. 아플 정도의 쾌감이 머리를 쾅쾅 내리쳤다. 옮겨붙은 열기가 너무 뜨거웠다. 겁이 날 정도로, 거친 쾌락이 무섭기만 했다.
케이든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으로 아사드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를 뒤로 밀었다. 하나 밀려나기는커녕, 아사드는 더 가까이 몸을 붙여 왔다. 아사드의 들뜬 숨이 케이든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아, 아흑…… 잠시만, 이게, 흣.”
“이상해. 당신이 나를, 조르고 있어. 안으로, 더 안으로 들어와 달라고, 큽, 난리를 치고 있다고.”
새로운 길의 더 깊은 안쪽까지 닿고 싶다는 듯, 성기를 퍽퍽 박으며 아사드는 짓씹어 말했다.
케이든은 소리 없는 절정을 맞았다. 단단해진 성기에선 아무것도 나오질 않았다. 완전히 분출되지 못한 쾌감이 계속해 배 속을 울렸다.
지금껏 이런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없었다. 이러다 죽는 게 아닐까? 쾌락과 두려움으로 혼탁해진 정신이 약한 소리를 했다.
케이든은 아사드에게 매달렸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주제에 안 맞는 짓을 해 아사드를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너무 겁이 나서 그를 꽉 끌어안았다. 지금 케이든이 의지할 수 있는 건, 오직 아사드 한 사람뿐이었다.
거센 움직임이 이어졌다. 몸은 빈틈없이 맞닿게 됐다. 아사드의 몸에 반쯤 짓눌린 채로 케이든은 이상한 안도를 느꼈다. 어지럽게 뒤엉킨 숨소리처럼, 그와 제 심장 소리가 뒤엉키고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침묵이 찾아온 건, 아사드가 케이든의 안에서 절정을 맞이한 후였다. 케이든 역시 그와 함께 또 한 번의 절정을 맞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분명, 내 몸을, 갈기갈기 찢어발기면서 터져 버릴 거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사드는 중얼거렸다.
완전히 밀착됐던 몸이 천천히 떨어져 나갔다. 파정의 여운을 느끼며 아사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아사드는, 붉어진 케이든의 눈가를 제 손끝으로 쓸었다.
고작 눈가를 쓰는 손길에도 케이든은 몸을 떨었다. 아사드의 것이 들어차 있는 안쪽도 그의 손이 닿은 살갗도, 한껏 예민해졌다. 통제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아사드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
케이든의 배 위에 늘어져 있는 성기와 몸 위에 흩뿌려진 뿌연 액이 마치 예술가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구멍에 박힌 좆 기둥 사이로 새어 나오는 정액을 보는 게 어딘가 즐거웠다.
다시, 몸이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케이든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며 아사드는 뒤로 몸을 물리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사드의 성기 끝에 멍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노팅의 순간이었다.
“이게 무슨…….”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이상야릇한 감각이 아사드의 얼굴을 구겨지게 했다.
성기는 안쪽으로 이전보다 더 단단히, 더 깊게 박혀 들었다. 그리고 연결된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몸을 뺄 수 없게끔 강하게 내벽을 움켜쥐었다.
최절정의 순간보다도 더 몸집이 커진 성기를 품고 케이든은 헛구역질을 했다. 성기가 자리 잡은 안이 너무 따갑고 뜨거웠다. 생리적인 눈물이 별안간 줄줄 흘렀다.
“케이든. 아파?”
놀란 아사드가 케이든의 얼굴을 더듬었다. 그의 금색 눈동자 위에 어울리지 않는 당혹감이 퍼져 있었다.
욕지거리와 함께 아사드는 자신의 몸을 뒤로 빼려 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이 곧 케이든의 고통이 되는 통에 다시 얌전히 제 신부를 향해 몸을 숙일 수밖에 없었다.
“개 같은 노팅. 왜, 왜 사람을 아프게 하고 지랄이야.”
당황한 아사드가 되는대로 말을 지껄였다.
아사드는 다급하게 케이든의 눈물을 닦아 줬다. 힘든 숨이 새어 나오는 입술 위에 입을 맞추고, 조심히 머리를 쓸었다.
“당신이 이렇게 아파할 줄 알았으면 난 노팅 같은 거…….”
아사드는 말끝을 흐렸다. 저 남자의 가장 깊은 곳에 정액을 뿌리겠다는 본능에 푹 잠겨 어지러움을 느끼던 자신이 할 소리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제게 성교육을 해 줬던 그 어떤 선생도 알파의 노팅이 오메가에겐 개같이 아프기만 할 거란 걸, 그것도 우는 일과는 거리가 먼 남자마저 눈물을 펑펑 쏟게 할 정도로 아플 거란 걸 알려 주지 않았었다. 천하의 개자식들이 아닌가.
망설이던 아사드는 케이든을 들어 올려 와락 끌어안았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제가 끌어안은 케이든의 등을 마냥 쓸어내렸다.
왜인지 훌쩍이는 소리가 조금 더 커진 것 같지만, 그래도 이렇게 안고 있는 편이 낫겠지 싶었다. 어쩌다 이딴 일이 벌어졌는지 알 길이 없어 미칠 지경이었다.
「……아프지 않습니다.」
케이든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제국어가 아니라, 왕국어로 내뱉은 말이었다. 아사드는 그의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하나도 아프지 않고, 좋아요.」
일부러 제가 알아듣지 못하리라고 여긴 언어를 쓴 건지, 정신이 없어 익숙한 언어를 쓴 건지. 케이든의 뜻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저, 되레 저를 달래 주려는 듯한 남자가 어딘가 사랑스럽게 느껴지기만 했다. 더 미안했다.
아니, 사랑스럽다고?
그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아사드는 혼란을 느꼈다. 다시 몸을 태우기 시작하는 열기와 입 안을 메마르게 하는 갈증 역시 당혹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