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15세 이용가 안내]
*본 작품은 15세 미만의 청소년이 열람하기에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보호자의 지도 하에 작품을 감상해 주시기 바랍니다.
‘헌터’라는 직업이 물망에 오른 것은 갑자기 생겨난 포탈 때문이었다.
80년 전,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빈곤 외곽 지역에 포탈이 생성됐다. 그 포탈에서 엄청난 수의 괴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괴물에 의해 밤눈이 어두운 노인들은 꽥 소리 한 번 질러 보지 못하고 바로 즉사했다. 조그마한 마을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지만, 6개월 가까이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 사태가 알려진 것은,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아 시골에 내려온 어떤 자식에 의해서였다. 현관은 열려 있었고 집은 온통 피투성이에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단다. 온 동네 사람들이 통째로 사라졌고, 간헐적으로 뼛조각 따위가 발견되었다.
인간의 소행일 수가 없다고 결론 내린 과학수사부는 특별팀을 조직하여 주변 지역을 수색했다. 그리고 산 깊은 곳에서 포탈을 발견해 내고 만다. 포탈 주변엔 사람 뼈와 내장들이 마치 장식처럼 걸려 있었는데, 그걸 처음 본 특별팀 신입은 그 자리에서 바로 기절했다.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을 먹어 치운 포탈은 그 시대 사람들에게 의문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오로라같이 생긴 이 공간이 사람을 먹어 치우는 건지, 아니면 여기서 새로운 생명체가 생겨나는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차 포탈이 열리고야 만다. 2차 포탈에서 괴이한 형태를 가진 괴물들이 떼 지어 나오는 장면은 방송국 카메라에 찍히며 상류층 지역 중심으로 생중계되었다.
정부는 괴물을 잡기 위해 군인, 경찰, 특수 요원을 모두 투입했지만, 대부분이 죽어서 돌아왔다. 그야말로 패닉의 순간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의원 회의가 열렸고, 내각은 사실상 해체되었다. 쿠데타를 일으킬 군인들도 제멋대로 직위를 해제하고 도망갔다. 나라를 지킬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국민 전멸을 막기 위해서 대통령은 절망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2차 포탈이 열린 지역을 통째로 날려 버리는 것.
과학자들은 부작용을 크게 우려했지만, 거대한 포탈의 존재를 이기진 못했다. 대통령은 미사일을 승인했고 그 결과, 단 몇 초 만에 2차 포탈이 생긴 지역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났다. 포탈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고, 사람들은 점차 안정을 찾았다. 평화롭게 교류하고 자유롭게 사랑하며 아이를 낳았다. 정부는 언제 또 생길지 모르는 포탈을 대비하기 위해서 내각에 ‘헌터부’를 신설하고 소속 헌터들에게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사례 1) 신생아 병동 13호실, 새로 태어난 아이가 큰 소리로 울자 같은 병실에 있던 사람들의 머리가 전부 터져 죽었다.
(사례 2) 4살 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놀이공원에 놀러 갔다가 동물을 허공에 둥실둥실 띄웠다.
(사례 3) 11살 초등학생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불꽃이 튀었다.
(……사례 213) 15살 중학생은 수업을 듣던 도중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이후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세계 각지에서 빗발친 15세 이하 아이들의 이상 증세와 함께 빌어먹을 3차 포탈이 시작됐다.
정부는 사력을 다해 포탈에서 튀어나오는 괴물을 저지하려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다시금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여 잡아먹기 시작한 괴물들을 저지한 것은 의외로 그 지역에 살던 어린 꼬마였다.
꼬마는 부분 중력을 이용할 줄 알았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누구도 설명할 수 없었지만, 그 장면 역시 TV를 통해 철저히 생중계되었다.
꼬마는 코피를 줄줄 흘리며 포탈이 열린 허공을 반으로 접었다. 종이접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괴물을 쏟아 내던 3차 포탈은 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꼬마에 의해 완전히 구겨져 사라졌고, 지상에 남은 잔여 괴물은 헌터부 소속 헌터에게 사살당했다.
포탈을 없앤 꼬마는 그 자리에서 온몸의 피를 다 내뿜고 죽었다. 꼬마는 시초 능력의 소유자로 명명되었다.
그로부터 딱 1년 후, 정부는 특수 능력자 학교를 설립하고, 헌터를 특수 공무원으로 선포했다. 헌터는 5급 이상 공무원 대우를 받으며 많은 급여와 명예를 챙길 수 있었다. 사람들은 헌터를 존경하고 사랑해 마지않았다. 권의현의 아버지가 헌터부 장관이 된 것도 정확히 그즈음이었다.
[권중섭 헌터부 장관, 빈곤 지역 출신 남아 입양, “능력자가 아니더라도 사랑으로 키웁시다!” 캠페인 참여 독려. 누리꾼 “역시 차기 대통령감”, “보여 주기식 여론 플레이” 상반되는 반응…….]
“뭐? 보여 주기식? 빌어먹을 신문사 놈들! 감히 기사를 이따위로 써?!”
권중섭은 읽던 신문을 바닥에 내던졌다. 떨어진 신문을 줍는 것은 Z의 몫이었다. Z는 식탁 아래에 쭈그려 있다가, 금세 신문을 주워 의자에 앉은 이에게 전해 주었다.
“고마워.”
권의현은 뼈만 앙상하게 남은 팔이 건네는 신문을 받아 들고 다시 권중섭의 앞에 놓아두었다.
“애초에 지들이 낳은 새끼를 버리는 짓만 안 했어도 내가 이런 거지 같은 새낄 데려오는 일 없었잖아!”
권중섭은 제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식탁을 뒤엎었다. 쾅! 쨍그랑! 호화롭게 차려진 식탁은 본래 무슨 음식인지 알아볼 수도 없게 무참히 뒤섞였다. 식탁 아래에 숨어 있던 Z는 몸을 크게 떨었다.
“…….”
열다섯 살 권의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제 입에 든 음식을 씹었다. 수차례 음식을 씹는 동안에도 권중섭은 분노조절장애라도 있는 것처럼 흉포하게 굴다가 곧 Z의 머리카락을 잡고 방 안으로 끌고 갔다.
“아, 아, 아…….”
Z는 말을 더듬으며 권의현이 있는 쪽으로 손을 뻗었다. 열한 살의 어린 손가락들은 무언가를 쥐어 잡고 싶어 안달이었다.
“…….”
권의현은 Z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돌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 씹은 음식을 삼켰다.
사람들은 여전히 평화롭게 교류하고 자유롭게 사랑하며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새로운 종류의 차별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특수 능력자 아이를 소유하기 위해서 자기가 낳은 아이를 버렸다. 빈곤 구역은 더했다. 특수 능력자 학교에 입학하기만 해도 성공은 보장되어 있었기에, 빈곤 구역 사람들은 끊임없이 번식 행위를 통해 새끼를 쳤다.
특수 능력은 80% 이상이 2~6세인 유아기에 발현이 이루어졌다. 빈곤 구역 출신 사람들은 아이가 여섯 살까지 능력 발현이 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내버렸다. 나락까지 떨어진 자신들의 향후를 책임져 줄 수 있는 건 ‘헌터’가 된 제 자식밖에 없었다.
이러한 ‘자식 고르기’ 현상이 심해지자 정부는 언론을 통해 아이를 구별하지 말고 사랑해 주자는 캠페인 활동을 시작했다. 광고, 드라마, 음악 등의 언론에서 그러한 내용을 끊임없이 방영했다.
차기 대통령을 노리고 있던 권중섭 역시 제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 빈곤 지역의 버려진 아이, Z를 입양했다.
Z는 항상 그렇듯 방에 끌려가 개처럼 얻어맞았다.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나도 권의현은 아무 신경 쓰지 않았다.
“도련님…….”
나이든 유모가 어떻게 좀 해 달라는 표정으로 권의현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이렇게 사느니, 쟨 그냥 거기서 사는 게 나았을까요?”
권의현은 궁금했다. 묻고 싶어도 Z는 말도 제대로 할 줄 몰랐다. 대화가 안 됐다. Z는 발달에 장애가 있는 애처럼 제 감정을 원초적으로밖에 표현 못 했다. 좋으면 헤 웃고, 싫으면 울고 소리쳤다.
“제가 해 줄 수 있는 건 없어요. 유모도 아시잖아요.”
“그렇지만…….”
“그냥 두세요. 어차피 시간은 흘러요.”
죽지 않는다면 어차피 시간은 흐른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Z의 고통도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었다.
권의현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주방은 구석에 처박힌 식탁과 깨진 그릇들, 그리고 한데 섞인 음식물로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권의현이 손가락을 대충 까딱거리자, 부서지고 깨진 물건들은 원래 있어야 할 제자리로 돌아갔다. 순식간에 깨끗하게 정리된 식탁을 뒤로하고 권의현은 태연하게 가방을 멨다.
“저 학교 다녀올게요.”
특수 능력자 학교 중등부 2학년 수석, 권의현은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무료했다.
권의현의 이러한 삶은 매일매일 반복됐다.
권중섭은 제 정치 생활 중 기분 나쁜 일만 생기면 Z를 잡아다 팼고, 그때마다 Z는 알 수 없는 말로 권의현을 불렀으며, 권의현은 그걸 죄다 무시했다.
Z는 학교도 제대로 못 나왔다. 하긴 말도 못 했으니 수업을 듣는다고 이해할 수나 있을까? Z가 방에서 점점 더 병신이 되어 갈 때, 권의현은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시험을 통과해 헌터가 되었다.
3차 포탈 이후로부터 크고 작은 포탈들은 항상 있어 왔다. 헌터들은 등급에 따라 임무를 차등적으로 부여받으며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았다. 권의현은 몇 없는 희귀 등급, S급이었다.
권중섭의 외동아들 권의현이 S급 헌터가 된 것은 그의 지지 세력에 더없는 힘을 실어 주었다. 권중섭은 지지 세력을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그 무렵 권의현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 헌터들이 여럿 죽은 포탈을 막으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 포탈을 막기까지 정확히 3일이 걸렸다. 그렇게 3일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겨우 기숙사로 들어왔을 땐 이미 낮이었다.
“개 같은 헌터…….”
되고 싶던 적 없었다.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살다 보니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헌터가 되어 있었다.
권의현은 씻지도 못하고 침대 위로 쓰러졌다. 결 좋은 검은 머리카락은 피떡이 된 채로 이불 위에 흩어졌다. 숨쉬기도 귀찮았다. 눈이 계속 감겼다. 권의현은 정말 기절이라도 하듯 잠에 빠져들었다.
그가 깨어난 것은 하루가 꼬박 지난 다음 날 새벽이었다. 핸드폰이 하도 시끄럽게 울려 벽에 내던졌더니, 이번엔 무전기가 난리였다.
“네.”
눈도 못 뜨고 무전을 받자, 같은 팀 선배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의현아 코드레드야! S급들 지금 다 소집됐어! 얼른 나와!
평소 내성적이기로 유명한 선배였다. 한 번도 큰 소리 내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따라 이상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천천히 설명을 좀…….”
―설명할 시간이 없……. 오, 오지 마! 오지 마! 으아악-!
무전이 뚝 끊겼다. 권의현은 놀라서 화들짝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내던진 핸드폰은 벽에 부딪혀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권의현은 암막 커튼을 걷어 냈다. 어슴푸레한 달빛 사이로 상상할 수도 없이 아주 거대한…….
“저게 뭐야, 미친…….”
아주 거대한 포탈이 열려 있었다.
권의현은 무전기를 챙겨 들고 바깥으로 튀어 나갔다. 포탈 수준이 아니었다. 하늘 전체가 전부 불쾌한 오로라 빛으로 일렁였고, 그 위에선 괴물들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렸다. 사람들은 제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그야말로 떼죽음을 맞았다.
“씨발,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무전을 했지만, 누구도 받지 않았다. 대기업 건물 위에 걸린 반쯤 부서진 스크린에서는 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시초 능력의 후계자, 시공간을 찢어 포탈 강제 개방!]
헌터는 열린 포탈을 막을 순 있어도, 그걸 강제로 개방할 수는 없었다. 그런 건 신의 영역이 아닌가?
하지만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크린은 제 손으로 하늘을 찢고 포탈을 새기는 남자의 뒷모습을 생생히 보여 주었다.
툭-.
권의현의 손에서 무전기가 추락했다.
“쟤 지금 저기서 뭐 하는 거야……?”
오랜만에 본 거지만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저 얼굴은 분명, Z였다.
Z는 맛이 간 얼굴로 씩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온갖 괴물들이 권의현의 목을 따기 위해 달려들었다. 저항할 새도 없었다.
의현이 언젠가 막연히 상상했던 지옥의 모습과 완벽히 일치했다. 산 사람은 없고 온통 죽었거나 죽음을 앞둔 자들만 있는 허무의 세상.
이 지옥에서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든 순간, 거짓말처럼 몸에서 힘이 탁 풀렸다.
“하…… 씨발…….”
죽기 직전 Z의 이름이나 한번 불러 보고 싶었으나, 애석하게도 그럴 수가 없었다. Z에겐 그 흔한 이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개……새끼…….”
그렇게 Z는 시초 능력을 사용해 세상을 한순간에 끝내 버렸다. 권의현은 이상한 개죽음을 맞이했다. 비단 권의현뿐만이 아니라, 전 인류가 단 한 사람에 의해 절멸당했다.
〈 리셋하시겠습니까? Y/N 〉
사망한 권의현의 앞에 글씨가 나타났다.
‘이건 또 뭐야.’
삶에 미련이 없던 권의현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N을 선택했다.
‘미쳤냐? 이 지겨운 삶이 드디어 끝나는데?’
〈 N을 선택한 당신, 삶에 미련이 없군요! 안타깝네요! 불쌍한 당신에게 리셋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
〈 강제 리셋됩니다! 3, 2, 1……. 〉
‘빌어먹을! 뭐가 어째?!’
욕지거릴 뱉을 틈도 없이 눈앞이 환히 밝아졌다. 뒤통수가 얼얼했다. 권의현은 눈을 번쩍 떴다.
―세인트 해피 보육원
아, 이건 분명히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명패였다.
“의현아, 오늘 여기서 네 동생을 데려갈 거야.”
여긴 Z를 처음 보았던 그 장소였다.
※ 본 저작물의 권리는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저작물을 복사, 복제, 수정, 배포할 경우 형사상 처벌 및 민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