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3/7)

햇살은 5월의 따스함을 간직한 채 정우의 몸에 내리쬐고 있었다.

푸른 풀밭으로 나온 정우는 싱그러운 자연의 냄새를 만끽하며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현관에서 급하게 뛰어 나오느라 맨발이었지만 바닥에 깔린 풀들은 부드러워서 정우가 걷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었다. 풀내음으로 가득한 숲은 마치 동화에나 나올법한 분위기였고 정우의 머리위로 내리쬐는 햇살은 아까 방안에서 형의 다리를 베고 누웠을 때 창으로 새어 들어왔던 햇살의 느낌과 매우 닮아 있었다.

하지만 현관문을 열자마자 이상한 곳으로 떨어지고, 게다가 이런 숲 속안에서 헤매고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정우는 불안한 기분이 되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한 없이 숲을 걸어가던 중 생전 처음 보는 커다란 버섯을 발견했다.

정우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 버섯을 향해 달려갔고 빨강 파랑의 현란한 색체를 띤 거대 버섯 위에는 아랍인 같은 차림을 한 남자가 물담뱃대를 입에 물고 느긋하게 앉아있었다.

  "피울래?"

남자는 입에 물던 걸 빼곤 정우에게 건네는 시늉을 했다. 버섯은 거대 했지만 높이는 정우의 어깨정도였고 그래서 아랍인처럼 보이는 그 남자와 정우는 별 무리 없이 서로를 바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담뱃대를 내미는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정우는 아무 대답도 못한 채 경악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형?!!"

정우가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평소 본 적 없는 터번을 두르고 짧은 조끼에 풍성한바지를 입은 복장이었지만 버섯위에 편안하게 앉아서 자신에게 담배를 권하는 그의 얼굴은 정우가 늘 보아오던 그 얼굴이었다.

  "형? 내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자가 정우를 빤히 바라 보았다. 그 표정이 너무나 낯설어서 정우는 순간 당황했지만 눈앞의 남자는 자신의 형이 분명했다. 비록 안경을 쓰지 않고 얼굴은 햇볕에 그을은 듯 가무잡잡했지만 그 정도의 변화로 자신의 형을 못 알아볼 정우가 아니다. 하지만 남자는 정우의 말을 못 알아듣겠다는 듯 뻐끔 뻐끔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형,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나를 모르겠어?"

정우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런 정우의 얼굴을 빤히 보던 아랍인은 곧 빙그레 웃으며 담뱃대에서 입을 떼었다. 그리곤 버섯의 가장자리로 와 손을 뻗어 정우의 턱을 쓰다듬었다. 그 다정한 모습에 정우는 기뻐하며 나즈막하게 "형..."이라고 불러 보았다. 그러나 아랍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정우는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꼬마야...지금 네가 날 유혹하는 거니?"

턱을 쓰다듬는 아랍인의 손이 정우의 머리로 올라가 슬슬 쓰다듬고 있었다. 정우는 겁에 질려 아랍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고 그 모습이 맘에 들었는지 아랍인은 또 한번 빙그레 웃었다.

  "...형...왜그래..."

버섯위의 남자를 바라보며 정우가 목을 움츠렸다. 언제나 보아오던 형의 미소였지만 낯선 차림 때문인지 그 미소가 조금 달라보였다. 왠지 놀림당하는 느낌이었다.

  "이거 먹어."

아랍인은 자신이 앉아 있는 버섯의 한 귀퉁이를 떼어 내곤 정우의 앞에 들이 대었다. 얼떨결에 그것을 받아든 정우는 아랍인의 얼굴을 보고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형...이게 어떻게 된 거야. 옷차림도 그렇고....

  빨리 집에 가자 응? 장난하지 말고..."

아랍인은 여전히 웃으며 낮게 한마디 했다.

  "먹어."

  "형?"

  "먹어."

자신이 버섯을 먹기 전엔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정우는 불안함을 느끼며 손에 들고 있는 버섯을 오물오물 씹어 먹었다. 

버섯에선 오렌지 맛이 났다. 입에서 살살 녹아 흐르는 게 솜사탕이나 주스를 씹어 먹는 느낌이었다.

  "맛있지? 네가 좋아하는 오렌지 맛이잖아."

그 말에 놀라 얼굴을 든 정우의 눈엔 아예 버섯위로 엎드린 채 두 손을 턱에 괴고 정우를 내려다보고 있는 아랍인이 보였다.

  "형... 깜짝 놀랬잖아. 그렇게 모른 척 하다니."

정우가 빙그레 웃어보였다. 아랍인도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정우는 전신에 퍼지는 싸아한 느낌에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찌릿거리는 느낌이 전신을 휘감고 돌아 이내 정우의 하체에 집중되었고 그 느낌에 당황한 정우는 안절부절못하며 아랍인을 올려다보았다.

  "이거, 뭘 먹인 거야?"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올려보는 정우에게 아랍인은 빙글빙글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대꾸했다.

  "최음제. 

  먼저 유혹했으니 네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봐야겠는걸.

  내 앞에서 자위해봐."

  "형!!"

정우의 표정이 붉어졌다 파래졌다 수시로 변화했다. 하지만 아랍인은 그런 정우의 모습이 오히려 재밌다는 듯 여전히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몸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발끝까지 저릿저릿한 느낌에 정우는 두 다리에 힘이 빠져 스르륵 주저앉고 말았다. 차가운 땅바닥과 닿은 엉덩이가 움찔했고 사타구니 사이의 그것이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뜨거워지며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정우는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들어 버섯 위를 바라보았다.

  "왜...이래...정말......장난이라면 지나치잖아..."

  "참을 필요 없어. 설마 방법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문지르면 되잖아. 물론 내게 점수를 더 받고 싶다면 네 그 곳이 나에게 보이도록 해야겠지만 말야." 

짓궂게 웃는 그 얼굴에서 정우는 더 이상 형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얼굴, 목소리 모두 형과 똑같았지만 형이라면 절대 자신에게 이런 짓을 시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정우는 눈초리를 매섭게 하곤 아랍인을 노려봤다.

  "넌 형이 아냐."

  "당연하지"

  "우리 형은 너보다 더 하얗고, 친절하고, 착해. 

  너 같은 변태가 아냐!"

정우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아랍인은 얼굴에 웃음을 지웠다. 그리곤 버섯위에서 내려와 정우에게로 다가왔다.

  "네가 뭘 모르나 본데..."

검게 그을린 손이 정우의 어깨를 짚었다.

  "사람 속은 아무도 모르는 거야."

한숨 같은 숨결이 귀 뒤를 간지럽혔다. 온 몸이 예민해진 지금 작은 자극도 쾌감이되어 정우의 몸을 괴롭혔고 감당할 수 없는 거부감에 정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우, 웃기지마! 다 너 같은 변탠줄 알아?!"

전신을 뒤덮고 있는 아릿한 느낌을 어떻게든 떨쳐내려고 정우는 고개를 흔들며 소리쳤다. 아랍인은 슬그머니 정우를 등 뒤로부터 끌어안았다. 그러더니 그 두 손으로 정우의 바지 버클을 풀곤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무슨 짓이야!!"

자신의 것이 타인의 손에 붙잡혀 버린 정우는 수치감과 경악스러움으로 소리를 지르며 아랍인을 떼어내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몸에 돌고 있는 약 기운 때문에 정우의 저항은 무의미했다.

  "겉으론 아무리 깨끗한 척 도덕적인 척해도

  인간이란 건 충분히 추악해질 수 있는 생물이지." 

한 손으론 정우의 사타구니를 붙들고 한 손으론 정우의 웃옷에 손을 넣어 그 가슴을 쓸며 아랍인은 한 숨쉬듯 말을 이었다.

  "네가 믿고 있는 형도 언제 너를 배신할지 모르는 일이야."

  "이 새끼...닥치고 이거 치워..."

정우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 나왔다. 그러나 아랍인은 쿡쿡 웃으며 더워진 정우의 몸을 주무르며 갖고 놀고 있었다.

  "너도...알고 보면 그 조그마한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살지 않아?"

아랍인의 중얼거리는 듯한 그 말에 정우는 움찔하며 반응했다. 

  "닥치라고 했어..."

정우는 사타구니를 더듬는 아랍인의 손에 일일이 반응하는 자신의 몸과는 어울리지 않게 분노한 음성으로 말했다. 아랍인의 손은 정우의 몸을 어루만지며 쾌감을 일으켜내었지만 정우는 남의 손에 자신의 치태를 뿜고 싶지 않았기에 땀을 흘리며 참고 있었다. 아랍인은 킥하고 웃더니 정우의 귓가로 입을 가져가 낮게 속삭였다.

  "정우야..."

흠칫 하고 정우의 몸이 떨렸다.

  "우리 착한 정우..."

  "이...개...자식..."

자신의 이름을 형과 똑같은 음성으로 부르며 등 뒤로 겹쳐오는 따뜻한 체온. 그리고 따뜻한 손이 자신의 속옷 속을 어루만지며 쾌락의 절정으로 끌어 올리려는 부드러운 자극을 주자 두 허벅지가 경련한다. 

  "흑.."

머릿속이 하얘졌다.

부끄럽고 슬퍼서 눈물이 새어 나오는데도 몸은 절정을 맞아 하얀 액체가 아랍인의 손에 뱉어 내어지고 있었다. 전신을 훑는 쾌감에 정신이 아득해진 정우는 등 뒤의 따뜻함을 느끼며 울면서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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