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장 (15/16)

15장

편의점에서 출발한 택시가 멈춘 곳은 또 다른 편의점 앞이었다. 택시에서 내린 지훈은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와 라이터를 사서 나왔다. 

지훈은 손에 담뱃갑과 라이터를 쥔 채로 걸었다. 걷다가 긴 횡단보도가 나왔고, 잠시 기다렸다가 파란불로 바뀌자 다시 발을 움직였다. 횡단보도를 등지고 양옆을 쳐다봤다. 한쪽은 아파트단지로 이어지는 길, 한쪽은 상가와 주택가가 밀집한 곳으로 이어진 길이었다. 망설임 없이 상가 쪽으로 몸을 틀었다.

큰길을 따라 걸으며 골목길로 이어지는 길목을 살폈다. 네 번째 길목이 나타났을 때, 걸음을 멈췄다. 길목 중간에 가로등이 우뚝 서 있었다. 밤에는 주황색 불빛이 강해 길목 전체를 주황색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밝았지만, 지금은 환한 아침이라 꺼져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담뱃갑을 들어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들이며 길목 안으로 들어갔다. 니코틴이 몸 안에 빠른 속도로 퍼졌다. 걸을 때마다 욱신거리는 허리에 찡그려 있던 표정이 점차 펴졌다. 

길목을 걷는 발걸음이 느린 듯 빨랐다. 일정한 속도로 내딛는 발소리가 아무도 없는 길목 안을 울렸다.

얼마나 걸어 들어갔을까, 핸드폰이 울렸다. 박살 난 핸드폰 액정에 저장하지 않은, 하지만 익숙한 핸드폰 번호가 떴다. 전화를 받았다.

“거의 도착했어. 기다려.”

바로 전화를 끊은 핸드폰을 넣고 조금 전보단 속도를 올려 걸었다. 빠르게 걷던 지훈은 한 폐건물 옆에서 걸음을 멈췄다.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버리며 내내 그러모았던 손을 바닥을 향해 펼쳤다. 바닥에 담뱃갑과 라이터가 나뒹구는 소리가 들렸으나 쳐다보지 않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폐건물 안은 벽 군데군데 금이 가고 발바닥엔 크고 작은 돌들이 밟히는 게 느껴졌다. 고르지 못한 바닥과 발에 차이는 이물질들을 느끼며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스산한 폐건물은 아침이라도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올라가는 내내 사방이 어두침침하고, 조용했다. 몇 층을 올라간 다음 재킷을 벗었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벌써 힘든 걸 보면 요사이 몸이 많이 상하긴 한 듯하다.

“콜록, 콜록.”

숨을 들이마시자 목구멍에서 기침이 나왔다.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셔츠만 입고 있어 추웠다. 벗은 재킷은 계단 난간에 걸었다. 걸은 다음 더 계단을 올라가지 않고 그대로 복도를 걸어 들어갔다.

사방이 캄캄해도 계단을 오르는 동안 어둠에 익숙해져 그리 긴장되지는 않았다. 자기 의지로 들어온 것이고, 한 번 와본 적 있는 곳이라 마음은 편했다. 마음 한편의 긴장감은 폐건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곧 일어날 일에 대한 약간의 긴장감이었다. 

복도를 걸어 들어가니, 넓은 공간이 나왔다. 깨진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내부 공간을 환하게 비추며 시야를 더 밝게 해주었다. 계단보다 훨씬 더 또렷하게 내부 공간을 읽을 수 있었다.

계단에 비하면 밝은 공간을 코앞에 뒀을 때였다.

“퉤.”

바닥에 침을 뱉는 소리였다. 지훈이 넓은 공간 안으로 발을 들였다. 안쪽에 몇 미터를 앞두고 사람이 서 있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보란 듯이 삐딱하게 선 자세였다. 담배 냄새가 풍기는 걸로 봐서는 이미 담배를 피운 듯했다.

“존나 늦게 오고 지랄이야, 씨발.”

삐딱하게 선 다리를 달달 떨며 말하는 남자의 얼굴이 불만으로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불량스럽기 그지없는 표정. 지훈이 무표정하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지균.”

“전화했더니 지 할 말만 하고 딱 끊어버리고. 예의 어디다 팔아먹었어?”

지훈은 온몸으로 건들거리며 질 낮은 말을 내뱉는 동생을 조용히 쳐다봤다. 분명 같은 피가 흐르고 있는 제 동생이다. 지균과는 작년 그가 백가연 산하 클럽에서 저질렀던 폭행 사건을 합의하고 마무리할 때 마지막으로 봤었다.

오랜만에 보는 동생은 지훈의 마지막 기억에서 더 멀어져 있었다. 그때도 한숨이 나오긴 했으나 분명히 갓 스무 살이 된 대학생으로서 풋풋하고 어설픈 티가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몰라도 그의 친형으로서 지훈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포기하거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원래 가족 앞에선 유독 작아지는 자신이기도 하지만, 그 이유가 컸다.

하지만 지금 제 눈앞에 있는 건 더 이상 친동생도, 이지균도 아니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서 있는 것 같다. 분위기부터 복장, 눈빛과 표정까지 처음 보는 사람처럼 다가왔다. 마치 강력팀에 근무할 때 상대했던, 소규모 조직의 따까리 정도. 그게 가장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설픈 느낌이야 있었다. 어설프게 조폭을 따라 하려는 느낌. 거기에 절대 학생다운 풋풋한 느낌은 남아 있지 않았다.

‘조폭 끄나풀들이랑 어울린 뒤로 완전히 그쪽에 물들어졌구나.’

정확히 어느 조폭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통장 들고 왔어?”

나름 세게 나가도 동요 없이 있는 형에게 지균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꽤 궁금했는지, 초조하게 다시 가래침을 바닥에 뱉는 모습이다. 삐딱하게 선 한쪽 다리를 달달 떠는 걸 본 지훈이 되물었다.

“통장?”

“어. 몇천만 원 들어 있는 통장. 작년에 형 입원했을 때 집에서 봤었어.”

“네가 들고 나간 거?”

“쯧, 그 얘기가 왜 나와?”

당시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 김명준에게 받은 녹음 파일을 듣고 나서 얼마 안 가 통장은 분실 신고하고 새로 발급받았다. 본인 명의도 아니라 지균이 가져간 통장과 도장은 휴짓조각이 되었을 거다. 통장을 새로 발급받고, 도장도 새로 다시 파느라 좀 귀찮긴 했다. 그게 가장 받고 싶은 모양이다.

새벽에 별실에서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지훈은 두 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중 한 명인 지균에게 잠시 시간을 내 따로 보자고 했었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혼자 오라는 제안을 건넸었다.

‘내가 왜.’

‘너한테만 줄 돈이니까. 누구든지 알리면 네 몫은 줄어들어. 네 친구는 물론이고 백가연이나 박승혁한테도. 위에 알리면 그대로 갖다 바쳐야 하는 건 알지?’

처음엔 콧방귀를 뀌던 그도 일리 있는 말에 금세 목소리를 깔았다.

‘······어디서 볼 건데.’

지훈은 시간과 위치를 알려주었고, 준영의 문상을 갔다 온 뒤 이곳으로 온 상황이다. 예상한 시간보다 늦어져 전화를 걸 정도로 재촉하고, 짜증 내면서도 얌전히 기다린 건 그 통장 때문인 듯했다.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만졌던, 코앞의 돈이었으니까.

“그 금액에 더 얹어서 줄 거야.”

“마음에 드네.”

고개를 혼자 빠르게 끄덕이더니, 손부터 내밀었다.

“줘. 빨리.”

“그 전에 하나만 물어보자.”

“에이 씹.”

지균이 혀를 찼다.

“내 이럴 줄 알았어. 그냥 줄 리가 없지. 뭐? 형 게이인 거 말하지 말아 달라고? 알겠어, 알겠어. 줘.”

“아니, 그거 말고.”

지훈은 몇 걸음을 더 내디뎠다. 두 사람의 거리가 점차 좁혀졌다.

“일주일 전쯤에 나랑 통화하면서 그랬잖아. 내가 남자랑 만난다는 거 아버지 빼고 가족한테 다 알렸다고. 지안이한테도 말했다고 했었지?”

“쯧, 말했다고 했잖아. 그게 왜. 어쩌라고. 내가 말 안 했어도 엄마가 말 했어.”

“동생 반응이 어땠다고 했지?”

“아- 말했잖아! 개 쌍욕 박았다고. 걔 성격 지랄 같아서 말리는 데만 시간 존나 걸렸다니까.” 

“언제 말했는데.”

막힘없이 대답하던 지균이 “하”하고 헛숨을 내뱉었다.

“······왜, 내 말 못 믿겠어?”

“······”

“못 믿겠으면 확인해봐. 내가 형 죽이려고 하는 애 좆 빠지게 말려줬더니만, 시발.”

“이미 확인했어. 좀 전에.”

입을 꾹 다문 얼굴에 대고 이어 말했다.

“지안이는 이미 알고 있었어. 작년에 네가 전화로 알려줬다 하더라고. 정확히는 너랑 어머니가 서에 악성 민원 넣을 즈음에.”

“악성? 그거 다 사실인데 뭔 악성이야. 킥킥.” 

“······너는 나한테 알게 된 지 얼마 안 돼서 충격받았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알고 있었는데도 일주일 전쯤에서야 말한 건 일부러 시기를 노리고 기다렸다는 거지. 내가 원래 지안이랑 잘 연락하지 않기도 했고, 가족이랑 연을 끊었으니까 더 연락할 리 없다고 생각했던 거잖아.”

“아 씨발년.”

지균이 짜증스럽게 고개를 털었다.

“물어본다고 있는 그대로 말하고, 씨발. 눈치 좆도 없기는.”

“얼마 전에 통화했을 때, 지안이는 이미 알고 있었어. 내가 남자랑 만나고 있다는 거. 알고 나한테 그런 말을 한 거지.”

‘나는 오빠가 어떻게 살든 만족하면 그거로 됐다고 생각해. 어떤 모습이든지 행복하면 됐어. 나는 아무 생각이 없어. 난 내 인생에 제일 관심이 많아.’

카랑카랑하게 잘만 말하더니 끊기 직전에 갑자기 진지하게 말하던 목소리. 그때 찝찝했던 게 몇 시간 전 했던 통화로 말끔하게 해소되었다. 궁금증에 관한 확인만 하고 끊으려고 했던 통화는 지안이 ‘큰오빠가 만나는 남자친구’에 대해 질문을 퍼부어 길어졌다.

지안의 ‘그런 말’이 무엇인지 궁금해할 법도 하건만, 지균은 큰형을 보지도 않고 손을 휘저었다.

“아, 몰라. 걔가 뭐라고 말했는지 관심 없어. 보나 마나, 혼자 잘난 척 존나 하면서 깨어 있는 척 말했겠지. 난 똑똑하고 열린 사람이야, 사람의 성적 취향은 다 다를 수 있어, 이 지랄 하면서.”

“네가 지안이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말했는데, 그렇게 말했나 보네.”

“어. 처음엔 자기도 놀라놓고 나중에 전화 와서는 형이 누구랑 만나든, 어떻게 살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시발, 조온나 어이없어. 자기도 놀란 주제에 혼자 깨어 있는 척은 다 해요. 전부터 재수 없었어. 그 씨발년······”

“왜, 막내도 어떻게 하게? 백가연한테 말해서?”

지균이 그를 빤히 쳐다봤다. 한쪽으로 삐뚜름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흐리멍덩한 눈까지 더해져 기괴해 보였다.

“아니? 아니? 내가 왜 백가연한테 말해? 박승혁한테 말하면 알아서 해줄 건데.”

“올 초에 지안이가 대학 입학하고 챙길 게 있어서 본가에 갔던 거 알지.”

“알지. 걔 때문에 억울하게 신고당하고. 그거 합의하느라 쓸데없이 돈 들어갔어.”

“어차피 상관없잖아. 박승혁이 도와줬다면서.”

“…어, 도와줬지. 엄청.”

“쓸데없이 일 만들어서 백가연 똘마니들한테 한 소리 들은 건 아니고?”

“······”

“지안이가 한동안 본가에 머물면서 보고 들었다고 했어. 네가 조폭 똘마니들이랑 어울려 다니고, 통화하는 거. 네가 ‘백 회장님’이라고 말했다고 하던데.”

정확히는 ‘회장님’과 ‘이사님’을 번갈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확신하는 척 던져봤다. 김준영이 부검에 들어가 아직 빈소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말, 그 말을 들은 뒤부터 정신을 붙잡고 생각 끝에 내린, 하지만 완전히 확신하진 않아 박승혁에겐 물어보지 않은 결론이었다.

지훈은 지균의 얼굴을 살폈다. 비뚤어진 얼굴에 낭패감이 비쳤다. 어릴 때부터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비치는 성격이다. 아무도 훈육하고 통제하지 않고 키운 탓이다.

“정확히는 회장님이랑 이사님 번갈아 가면서 썼지? 백가연은 회장님이란 호칭보다 이사님이라고 불리는 걸 더 좋아할 테니까. ······박승혁처럼.”

“아- 형 지금 내가 박승혁한테 사주받은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구나? 그렇게 믿고 싶은 거구나? 박승혁이 좋긴 좋은가 봐. 억지로 아닌 척하면서 정신승리 오지게 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박승혁한테 붙었는지, 백가연한테 붙었는지. 네가 양다리 걸치는 줄 알고 백가연이 좀 빡친 상태거든.”

낭패감이 가시던 얼굴이 굳어갔다. 낭패감보다는 두려움일 것이다. 이지균은 백가연 쪽에 붙은 게 맞다. 완전한 확신이 들었다.

김준영이 사망하던 즈음 전화해서 남자랑 사귄다더라, 라며 충격을 준 건 백가연과 얘기된 사항이다. 하지만 악성 민원을 넣은 부분까지 다 박승혁의 사주를 받아서 했다는 건 지균의 개인적인 판단일 것이라는 게 지훈의 생각이었다.

백가연도 박승혁이 처음부터 연락해 원하는 만큼 돈을 줄 테니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말했다고 시키기엔 위험부담이 큰 걸 알았을 거다.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고 이간질하는 데는 제격이지만 스케일이 커서 들통나기 쉬운 거짓말이다. 기간이 길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차라리 백가연 측에 붙어 그 바닥에 들어갔는데, 박승혁이 ‘경찰과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소문을 배려 없이 흘리고 다닌다더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 게 더 신빙성 있고 ‘확인하기 어려운’ 이간질이다. 

경찰 신상에 대해서도 흘리고 다닌다고 했다면 지훈이 박승혁에게 실망하는 효과는 똑같이 얻었을 것이다. 박승혁에게 사실이냐고 물어도 당연히 아니라고 했을 거고, 자신도 단지 형체가 없는 소문일 뿐이기에 그 말을 확인할 길이 없어 믿지 않았을 거고. 

스케일은 작지만, 효과가 길고 확실한, 어쩌면 더 독처럼 스며들 수 있다.

지균이 멀쩡하게 제 앞에 이러고 있는 걸 보면 지균의 개인적인 판단에 대한 건 백가연이 모르는 눈치였다. 후에 알게 된다면 자기 말을 안 들었다고 분명 응징하겠지. 백가연은 그런 것에 더 분노하는 타입이니까.

아마 지균은 제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더 스케일을 키워 공격한 것에 뿌듯해 자만하고 있을 거다. 분명 백가연 똘마니들에게도 거드름을 피워 알게 모르게 그의 쓸모 여부에 관해 점치고 있겠지. 저에게 공격한 것으로 쓸모가 다했기 때문이다.

‘오빠 말 들으면서 생각해보니까 기억이 좀 더 나는 거 같아. 내가 말했잖아. 계속 감사하다고, 부탁드린다고 말했다고. 그거 같이 어울려 다니는 조폭들한테 하기도 했는데, 회장님인지 이사님인지 그 사람한테도 했었어. 전해달라는 식으로. 그리고 건강하셔야 한다, 이건 말했었지.

 그리고······ 오빠 말처럼 여자였던 거 같아. 아름답다고 했던 거 같거든. 되게 찬양하듯이. 나는 무슨 사이비에 빠진 줄 알았다니까.’

지훈은 아침 막냇동생과의 통화에서 지균의 말을 확인하는 동시에 본가에서 머물 때의 기억을 좀 더 살려보라고 말했다. 지균의 입에 ‘성격 지랄 같은 막내’로 올려진 게 불쾌했던 지안은 고심 끝에 기억을 더 떠올렸었다.

검증된 사실 속에 개인적인 생각 한두 개 섞어 말하면 그것까지 검증된 것처럼 보이는 법이다. 지균이 말한 ‘회장님인지 이사님’은 백가연이다. 백가연은 그 세계로 숨어든 뒤로 박승혁처럼 이사로 불리기를 원한다. 검증되지 않은 생각이지만 사실일 것이다.

“지안이는 분명히 네가 ‘백 회장님’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어.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해서 말할 때도 아름답다면서 여자에게 아부하는 듯이 찬양했다고 하고. 일반적으로 남자한테 아름답다는 표현은 잘 하지 않잖아? 게다가 박승혁처럼 우락부락한 놈한테. ······그리고 조폭 똘마니들이랑 만난 것도, 백가연 쪽 똘마니들이었지?

그런데 그 정도로 친하게 지낸 놈이, 뒤론 박승혁 사주받아서 나한테 악성 민원 넣은 걸로 모자라서 세입자 폭행 사건도 잘 마무리되게 합의금 지원해줬다고? 

둘 사이가 나쁜 건 그 바닥 돌아가는 거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다 아는 건데 간 크게 양다리를 걸친다고? 박승혁이 바보냐? 백가연 똘마니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거 지안이가 알 정도로 티는 다 내는데, 돈 주고 폭행 사건 합의금까지 지원해주고. 그걸 모를 거 같아?”

목소리가 커지며 두 사람의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친형에게 훈육 당하는 느낌에 지균이 몸을 움츠렸다.

“백가연도 보통 여자가 아닌데 네가 양다리 걸치는 거 모른다고 생각해? 네가 그 정도로 간 큰 놈도 아니고. 멍청해도 잔머리는 잘 돌아가잖냐.”

“뭐?”

“나도 그 바닥에 아는 사람 없는 거 아니야. 네가 박승혁이랑 양다리 걸치는 줄 알고 백가연이 열받았다고 하던데. 너한테 연락 안 왔냐?”

“······”

“연락 없는 게 더 무서운 건 알지?”

동공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낯빛이 어두워져 가는 게 이제야 혼자서 판단하고 저질렀던 게 실수였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모르지. 지금쯤 똘마니들 풀어서 너 찾고 있을지. 일부러 이런 폐건물에 오라고 해준 거야. 너 못 찾아내게 하려고······”

지훈이 말을 멈추자 갑자기 침묵이 돌았다. 그게 사람을 더 긴장에 빠져들게 했다. 밖에서 들리는 조그만 소음도 귀에 날아와 꽂혔다. 참새 몇 마리가 짹짹대는 소리에 지균이 불안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형에게 꾸지람을 들어 움츠러든 몸과 불안하게 주변을 힐긋대는 태도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예전 동생을 느낄 수 있어 안도감이 들었다. 아직 예전 동생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안도감이었다.

이미 못 돌아올 강을 건너는 짓을 해버렸지만, 자신이 가족 한정으로 물러서 그런지 반가움까지 돋아났다. 그런 스스로가 호구 같아 조소를 지었다. 박승혁이나 막냇동생이나, 왜 자신을 그렇게나 답답해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침묵을 뚫고 희미한 발소리가 들렸다. 밖에서 나는 소리였다. 희미하지만 여러 명이 걸어오는 듯한 소리에, 지균이 욕을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시발······”

저도 모르게 내뱉은 소리였다. 백가연 똘마니들과 어울리며 그쪽 세계가 얼마나 무서운지, 한 번 눈 밖에 나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느꼈을 것이다. 똘마니들도 허튼 생각하지 말라는 뜻에서 일부러 겁을 줬을 거고.

밖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는 건 사실이다. 번화가도 아니고, 골목길이라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들어올 리는 없는데. 정말 백가연 똘마니들이라도 온 건가?

지훈은 몸을 틀어 창가를 향해 발을 뗐다. 얼룩지고 일부는 금이 간 더러운 창문에 가까이 다가가며 중얼거렸다.

“벌써 왔나?”

“-아아악!”

뒤에서 들리는 괴성에 뒤를 돌아봤다. 동시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부딪힌 몸이 뒤로 넘어가며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바닥에 나동그라진 두 사람이 먼지와 함께 바닥에 굴렀다.

감금당하기 전의 지훈이었다면 저보다 비쩍 마르고, 운동이라곤 담을 쌓은 남자 정도는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방금 꾸지람을 들어 기가 죽은 친동생이다. 심리적인 요인만으로도 더 손쉬운 제압이 가능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지훈은 일주일쯤 감금되었던 데다 운동은커녕 제대로 몸을 움직이지도, 제대로 된 식사도 하지 못했다. 몇 시간 전엔 박승혁과 거친 정사를 했다. 그냥 걷는 것조차 허리가 아픈데, 이 상황에서 자기 마음대로 몸이 움직여질 리 없다. 

머릿속으론 이미 동생을 제압했으나 실제론 엎치락뒤치락조차 하지 못하고 바닥에 깔려 버둥대는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다 지균은 백가연 똘마니들이 언제 들어와 잡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어차피 곧 잡혀갈 거,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해 눌러왔던 불만이라도 폭발시킬 상태였다. 금방이라도 물어뜯을 기세로 친형 위에 올라타 내려다보는 얼굴엔 독기가 서려 있었다. 

생각만 하던 행동을 실행한데다 별 힘도 못 쓰고 깔린 지훈의 모습에 지균은 흥분이 잔뜩 올라왔다. 어깨를 틀어잡고 누르는 손부터 이어진 팔엔 근육이라곤 없었다. 그런 팔에 눌려 일어나지도 못하는 건 몸 상태도 상태거니와, 손톱을 어깨에 박아 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깨에 느껴지는 통증에 신음을 내도 손톱은 어깨를 더 파고들었다.

“으윽······”

“너 때문이야.”

구겨진 얼굴에 대고 지균이 말했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에 내 인생 좆 됐다고 이 개새끼야! 아악, 아아아악!”

어깨엔 손톱이 박히고 귓가엔 소음이 꽂혔다. 정신이 멍멍해 손톱을 박은 팔을 잡았다.

“이지균, 지균아, 일단 진정 좀······”

“어렸을 때부터 주변에서 뭐만 하면 형 반만 따라가라······ 형만 따라 하면 된다······ 지겨워 씨발······ 엄마도 마찬가지야. 내놓은 자식이면서 필요할 때만 존나 비교하고 씨발, 개새끼만 끌어안고 있고. 너만 없어지면 되는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중얼중얼 혼잣말하던 지균이 “아”하고 감탄사를 뱉었다.

“애초에 안 태어났으면 됐는데.”

“······”

“엄마가 뭐라 했는지 알아? 형 낳은 거 후회된대.”

손톱이 박혀 아리던 어깨에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정신만 아니라 머릿속까지 멍멍해진 듯하다.

“애초에 왜 나랑 나이 차이 존나 나겠어. 생각 하나도 안 해봤어? 형 낳고 한참 있다 왜 둘이나 낳았는지.”

멍청하게 쳐다보는 얼굴이 만족스러웠던 지균이 피식 웃으며 쏟아냈다.

“원래는 계획에 없었는데 더럽게 눈치 없이 들어서서 씨발, 어쩔 수 없이 낳았다는 거야. 형 낳고 존나게 후회했대. 젊은 날 즐기지도 못하고 애새끼나 키우고 있어야 해서. 몰랐지? 어? 몰랐지, 씹새끼야?”

어깨에 박혀 있던 손톱이 떨어졌다. 자유로워진 손이 목을 감싸더니, 그대로 힘을 줘 졸랐다. 갑자기 강제로 숨이 막히는 감각에 지훈이 단말마의 소리를 냈다.

“억······”

“어차피 살기 싫잖아. 남자한테 박히는 거 가족한테 소문나서 개 쪽팔리잖아. 어? 하나 더 말해줘? 아빠한테도 다 말했어. 형사 잘린 것도 모자라서 깡패 좆에 박히면서 산다고. 아니라고 끝까지 부정하더니 결국 기절하시더라? 구급차 실려 간다고 몇 년 만에 밖에 나왔어. 존나 효자다 효자. 형 때문에 아빠 지금 의식불명이라고. 어때? 더 살기 싫지? 뒤지고 싶지?”

목이 졸려 숨을 쉴 수 없었다. 숨 쉴 수가 없어서 눈이 뜨거운지, 지금 코앞에서 저를 공격하고 쑤시는 말로 눈이 뜨거운지 몰랐다. 열이 올라 뜨거워진 눈에 물기가 차올랐다. 독기 서려 일그러지고 기괴한 얼굴이 물기로 흐려 보였다.

내가 그렇게, 그렇게 아버지한테는 말하지 말아 달라고 빌었는데. 왜.

차오른 물기가 뭉쳐 관자놀이를 타고 흘러내려 갔다. 맑아진 시야로 킥킥대는 입꼬리가 보였다. 수술했던 부위가 찌릿한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았다. 꾹 깨문 입술이 덜덜 떨렸다.

“뭘 잘했다고 울어. 다 형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형이 몸가짐만 잘했으면 이럴 일 없었다고. 유흥업소 처돌아다니고, 가족이랑 연 끊고 지랄해서 다 이렇게 된 거야. 다 형 때문이라고. 내가 도와주는 거야. 어? 어차피 곧 백가연한테 잡혀 뒤지는데, 형도 같이 가자······”

목에 가해지는 압박이 점차 강해졌다. 산소가 부족해 입을 벌려 소리 없이 뻐끔댔다. 시야가 뿌옇게 변했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두 발의 뒤꿈치가 바닥을 마구 쓸며 자국을 남겼다.

“아 씨발, 맞다.”

“커흑, 컥.”

지균이 목을 조르던 손에 힘을 풀었다. 기침하며 산소를 들이마셨다.

“죽기 전에 돈 내놔.”

“콜록, 콜록.”

“내 돈 내놓으라고. 그거 내가 발견한 거야. 엄마보다 먼저 발견했다고. 내가 집까지 쳐들어가서 찾은 건데, 씨이발······ 치사하게 그걸 뺏냐?”

“이우(지균)······”

“내놓기 싫어? 어? 안 줄 거야? 어? 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다시 목이 꽉 조여들었다. 아,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안 들리는 상태구나. 그 생각이 들며 정신이 희미해졌다. 끊이지 않고 관자놀이를 타고 내려가는 눈물도 느껴지지 않았다. 목을 조르는 팔을 잡은 손에선 힘이 빠져나갔다. 귓가를 울려대는 고성도 점점 환청처럼 들렸다.

눈앞에 있는 건 제 동생인데, 왜 박승혁 얼굴이 보이는지 모르겠다. 죽을 때가 돼서 그런가. 그래도 덕분에 좆같은 기분이 조금 가셨다. 죽음을 직감한 눈이 감겼다. 발버둥 치던 두 발에도 힘이 빠져나갔다.

“내 돈 내놔. 내 돈 내놓으라고 개새끼야아아! 컥.”

갑자기 목덜미를 잡아 끌어올리는 손짓에 얼굴이 붉어지도록 고성을 지르던 입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나왔다. 단말마의 소리를 낸 몸이 딸려 올라가더니, 붕 뜨며 옆으로 던져져 흙먼지가 굴러다니는 바닥에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콜록, 콜, 억.”

부옇게 뜬 먼지에 지균이 콜록대며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갑자기 머리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한쪽으로 돌아간 머리가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짧은 감탄사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대신 퍽, 퍽, 둔탁한 소리가 폐건물에 일정한 속도로 반복되며 울려 퍼졌다. 둔탁한 소리가 날 때마다 널브러진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명준이 그쪽을 힐긋거리다 이내 지훈에게 달려갔다. 몸을 숙여 어깨를 흔들었다.

“경위님, 경위님!”

어깨를 흔들며 얼굴을 살피던 명준이 가만히 있다 손을 놓았다. 놓는 대로 얼굴이 힘없이 옆으로 돌아갔다.

“······허.”

심각한 표정이 된 명준은 옆을 쳐다봤다. 거리를 좀 두고 떨어진 옆에선 계속해서 둔탁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박승혁이 이지균을 깔고 정신 나간 것처럼 때리고 있었다. 처음엔 양손으로 때리더니 오른손으로만 때리는 모습이 기계 같았다. 때리는 손짓에 맞추어 움찔대던 몸이 이젠 잠잠했다. 움찔대는 대신 충격을 받을 때마다 얕게 흔들렸다.

‘저러다 죽을 거 같은데.’

저 목숨이 아까운 게 아니라, 죽으면 귀찮아져서 든 생각이다. 명준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들어오지 말고 기다려!”

복도로 뛰어들던 부하들이 멈칫거리더니 뒤로 물러났다. 맨 앞에 있던 철성이 손짓하며 계단으로 도로 내려가게 한 다음, 두 손을 모으고 복도 앞을 지켜 섰다. 철성을 확인한 명준이 박승혁을 쳐다봤다. 여전히 때리느라 여념이 없다.

“형님.”

“······”

“형님!”

대답하긴커녕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마 이성을 잃어 눈앞의 기생충을 후려 패느라 들리지도 않는 거겠지. 유추해 보면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한 장본인이 이지균인 듯하니까. 

화가 나는 건 이해하지만, 그거랑 별개로 경위님 상태가 이상해서 구급차를 부르거나 당장 병원으로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작년 그때처럼.

퍽, 퍽, 하던 건조한 소리에 물기가 섞여들었다. 보지 않고도 지균이 피 칠갑이 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저 상태에선 말려도 안 들릴 거다. 아니면 자신까지 맞을 수 있다. 저런 기생충 때문에 큰형님께 맞긴 싫다. 저 행위에 응징한다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기생충에겐 사치다. 명준은 고민하다 작게 한숨을 내쉬곤 말했다.

“경위님 상태가 이상합니다.”

거짓말처럼 움직임이 멎었다. 뒤를 돌아보는 얼굴엔 감정이 없었다. 짐승의 본능만 남은 듯한 날것의 눈빛이 볼에 튄 핏자국과 더해져 섬찟했다.

“숨을 안 쉽니다.”

“······” 

“와서 좀 보셔야······”

순식간에 다가와 밀치는 힘에 옆으로 밀려났다. 엉덩방아를 찧은 명준이 다시 몸을 일으키며 엉덩이를 털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박승혁은 제 다리 사이에 지훈을 가둔 자세로 그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더러운 바닥에 무릎을 대고, 닿을 것처럼 숙인 뒷모습이 절박해 보였다. 힘없이 돌아간 얼굴을 잡아 돌린 손이 떨리고 있나, 싶었다.

“지훈아.”

뒷덜미를 감싸 올리는 대로 딸려오는 얼굴이 창백했다. 가늘게 떠진 실눈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초점이 없었다. 의식 없는 자의 눈이다. 손자국대로 시퍼런 목엔 강제로 손이 풀어지는 과정에서 긁힌 손톱자국까지 남아 있었다. 

넓은 손바닥이 눈물과 침 자국이 남은 얼굴을 쓰다듬었다. 부드럽게 쓰다듬는 손등이 피로 얼룩져 있었다. 조절하지 못하고 마구 내려친 손등뼈가 얼룩덜룩하게 부어 있었다.

“지훈아.”

한 번 더 힘주어 부르는 목소리 끝이 떨렸다. 눈빛부터 시작해 얼굴, 어깨, 손끝까지 힘이라곤 없었다. 죽어 축 늘어진 동물 사체를 만지는 것 같다. 그 생각이 들자 숨이 가빠져 왔다.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명준의 귀에 들릴 정도로 거칠었다.

엄지손가락이 입을 벌렸다. 입을 벌린 손가락이 혀끝을 꾹 눌렀다. 인공 호흡할 것처럼 고개를 젖혀 꺾은 순간, 입 안에 넣은 엄지손가락에 바람이 닿는 느낌이 전해졌다. 박승혁의 두 눈이 커졌다. 바로 귀를 입가에 가져다 댔다. 명준도 덩달아 숨을 멈췄다.

‘······새액······’

숨소리다······ 숨을 쉬고 있다. 아주 희미하지만. 귀를 넘어 머리까지 울릴 정도로 쿵쾅대던 심장이 거짓말처럼 누그러졌다. 힘들었던 숨쉬기가 편해졌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던 손끝도 멎었다. 박승혁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명준이 재빨리 말했다.

“아, 제가 잘못 봤나 보네요.”

정신을 돌리기 위해 거짓말했지만, 상태가 심각한 건 사실이다. 자신도 처음 지훈을 살폈을 때 잠깐 죽은 줄로 알았다. 명준을 쳐다보는 살기 가득하던 두 눈이 얌전해진 게 보였다. 목울대는 아직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래도 상태가 심각해서, 바로 병원으로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철성이더러 애들 물리라고 할까요?”

“······”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박승혁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다시 지훈을 들여다봤다. 명준이 뒤를 돌아봤다.

“철성아.”

손을 모으고 곧은 자세로 서 있던 철성이 뛰어왔다.

“경위님 모시고 병원 가야겠다. 애들 물리고 밑에 차 대기시켜.”

“네.”

철성이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뒤로 물러났다. 부하들에게 지시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명준은 저 멀리 바닥에 대자로 널브러진 사람을 힐긋댔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에 명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귀찮아지지 않으려면 지훈을 데려갈 병원에 이지균도 데려가야 했다.

시트 더러워지면 귀찮은데. 

차를 몬 이래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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