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상한 나라의 가이드 (40)화 (40/63)

#40

-제목: 근데 이건 어느 쪽을 축하해야되냐?

가이드? 아니면 애쉬?

누가 더 아까운거임???

[댓글]

-? 애도를 해야지 축하 이지랄ㅋㅋ 싸패세요?

⤷이거맞다

⤷맞네 상대가 애쉰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너무해

⤷내가 애쉬였으면 이 댓 보고 울었음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이드 기피증 그렇게 심하던 놈이 웬일..;; 가이드한테 협박당한거 아님?ㅜ

⤷누가 누굴 협박?

⤷너 애쉬 누군지 모르지

-가이드만 ㅈㄴ불쌍.. 인생 살기 싫겠다

⤷ㄹㅇㅠㅠ

-엥 애쉬가 아깝지 반응머임

⤷내말이 밸붕 애쉬아님?

⤷그니까ㅋㅋ 쟤가 업계에서 굴러먹은 경력만 얼만데

⤷매칭 상대가 누구든 무조건 손해보는 건 에스퍼쪽임ㅋㅋㅋㅋ 에스퍼가 가이드 고용하는 방식이라 소득 일부도 가이드한테 뜯기잖아ㅜ

-아까 익게 올라왔다 빛삭된 글 본사람? 매칭률 한자리수라는데 진짜임?

⤷지랄ㅋㅋ

⤷50% 미만이라도 난리날텐데 뭔 한자리수야; 오바임

⤷이것도 진짜면....

⤷근데 지금까지 뜬 것도 다 뻥인줄 알앗는데 찐이었지 않음? 진짜라면..

⤷⤷ㄷㄷ

⤷매칭률 한자리수로 페어 계약이 가능해?

⤷⤷안 될 건 없지…? 매칭률은 권장사항이야. 매칭률 토대로 팀 배정하는거면 몰라도 페어 계약은 본인들 선택이라서 매칭률과 관계 없이 할 수 있음.

-누가 아까운거랑 별개로 센터 인간들은 사람 맞냐? 존나 잔인하다.. ㅋㅋㅋㅋㅋㅋ 애쉬만큼 가이드 기피증 심한 에스퍼도 없는데 굳이 페어계약까지 강제해야 했음...? 무엇보다 본인들이 싫다잖아...ㅠㅠ 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거임? 이래봐야 서로한테 안 좋은 일 아니냐고... 결말이 뻔히 보이네. 한 달도 못 가서 계약 해지했다는 소식부터 뜰듯ㅗㅗㅗㅗㅗ

⤷ㅅㅂ 그 누구도 합의하에 했다고는 생각 안하는거 봐

⤷⤷ㅋㅋㅋㅋㅋㅋㅋㅋ

⤷⤷내말이ㅋㅋㅋㅋ 합의했을수도 있다고요ㅠㅠ ㅋㅋㅋㅋㅋㅋ

-나 궁금한게 있다.....

⤷먼데?

⤷⤷애쉬 거기 크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딴 질문 순수하게 하지 마

⤷⤷뜬금없는게 개웃김;

-헉 맞넼ㅋㅋㅋ 이제 진짜 쟤랑 해본 가이드가 나오겠네

⤷엥 저 얼굴로 동정임?

⤷⤷몰라ㅇㅅㅇ 누구 애쉬랑 해본사람?

⤷⤷솔직히 동정인게 말이 안되지않나…

⤷⤷저걸 어케 가만히 둠??????????

⤷⤷최소 가이드랑은 안해봤겠지..ㅋㅋ 닿기만 해도 소리지르던데

⤷⤷소리를 지른다고?

⤷⤷잉 니네 스크리밍 애쉬 모르냐?

⤷⤷그게 뭔데 씹덕아

⤷⤷밑댓

-(소리지르고지랄.gif)

⤷ㅅㅂ

⤷합성아니고??

⤷⤷ㅇㅇ찐..

⤷아 시발ㅋㅋㅋㅋㅋ 표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언제야?

⤷⤷작년..ㅋ

⤷존나 예민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일명 시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잘보면 제대로 닿지도 않았음ㅋㅋ

⤷⤷블루투스 접촉;

⤷⤷아시발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대급 호들갑;;;;;

⤷가이드가 더 놀랐겠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짬도 짬이고 에스퍼 벌이가 얼만데 애쉬가 ㅈㄴ아깝지ㅋㅋ 하면서 글 들어왓다가 윗 짤 보고 가이드가 존나 불쌍하단 쪽으로 마음기움ㅅㄱ

⤷ㄹ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그럼 걘 가이딩 할 때마다 저 지랄하는 거 봐야댐?ㄷㄷ 레전드 극한직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발 천년의 발정도 다식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일부 S등급들보다 훨씬 몸값이 비싼 에스퍼가 하루아침에 듣도 보도 못한 가이드와 페어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직무 유기 전문 에스퍼’ 애쉬, 금일 가이드와의 페어 계약 소식 밝혀… 드디어 철들었나.

갑작스러운 애쉬의 페어 계약은 각성자 관리 협회도 미처 예상 못 해… “우리도 상황 파악 중.”

에스퍼 애쉬에게 목줄을 채운 가이드는 과연 누구인가.

[단독 보도] 에스퍼 애쉬와 그의 페어 가이드의 매칭률은 고작 8%?]

“애쉬는 원래 제정신 아니니 별로 안 놀라운데 나인 당신까지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소식이 반나절도 안 되어 기사화되자 외부에서는 애쉬와 얽히게 된 가이드가 누구일지 떠들어 대고 있었다. 지금껏 가이드 내쫓고 무시하는 게 취미인 데다, 가이딩을 안 받아 말썽이던 에스퍼가 갑자기 가이드 하나와 전속 계약을 맺겠다니. 누구든 흥미가 생기지 않고서는 못 배길 소식이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센터에서는 이러한 소란을 반기지 않았다.

“매칭률 8%가 뭡니까, 8%가…. 아니, 검사일이 일주일 전인데 이걸 왜 아무도 몰랐지?”

누가 협박했다. 그리고 자랑까지 하던데.

“그리고 어떤 사람이 가이드 등록하고 한 시간도 안 돼서 페어 계약까지 맺느냐고요.”

“……”

내가….

“가이드님, 여기도 나름 절차라는 게 있단 말입니다. 미리 언질이라도 주셨으면 저희가 무슨 짓이라도 해서 서류 처리를 늦췄을 거라고요.”

……죽도록 혼났다.

나인에게 제발 가이드로서의 재능을 소중하게 여기라고 하던 사람들마저 이건 좀,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들이 바라는 대로 나인이 가이드가 된 것과 별개로 그와 엮인 사람이 하필이면 애쉬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식 절차를 죄다 무시하고 사고부터 친 애쉬를 가루가 되도록 욕하며 울분을 토했다.

등록을 마친 가이드는 일주일에서 한 달간의 교육 과정을 거치며 가이딩을 조절하는 방법에 대해 배운다. 그 후 센터의 원하는 부서에 지원해 합격을 기다리거나 에스퍼 팀에 배정된다.

팀 가이드에서 페어 가이드로 발전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초고속으로 계약부터 해 버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인에게 페어 에스퍼가 생겨 버려서 가이딩 교육을 돕는 에스퍼와 매칭시키는 것도 불가능했다.

짧은 이야기가 끝난 후 나인은 각성자 교육동으로 옮겨졌다.

“…왜 따라와요.”

“한눈팔면 또 어디 갈까봐요.”

에스퍼로서의 경력만 10년 이상인 애쉬는 오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따라왔다. 두 사람은 갓 발현한 어린 각성자들 사이에 앉아 시청각 자료를 시청할 예정이었다. 분위기는 무척 어수선했다. 애쉬는 얼굴이 널리 알려진 에스퍼였고 아이들 역시 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 어어!”

아이들의 눈이 길거리에서 공룡이라도 본 양 휘둥그레졌다. 앞자리에서부터 차례대로 벌떡벌떡 일어나는 게 꼭 어떤 동영상에서 본 미어캣 같았다.

“에스퍼 아저씨다.”

“애쉬! 같이 사진 찍어 주세요!”

아이들이 일체 달려들어 뽈뽈대자 애쉬는 귀찮은 듯 한숨을 내쉬면서도 차례대로 줄을 세워 요구를 들어주었다. 사진은 나인이 찍어 줬는데, 다 흔들리고 수평이 안 맞아 아이들은 썩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반부터는 왜 이렇게 못 찍냐며 핀잔까지 들으며 사진사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애쉬가 애들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번쩍번쩍 들어 올려 사진을 남겨 주니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탄 것처럼 꺄르륵 웃으며 좋아했다.

“이거 우리 엄마한테 보내 줘도 돼요?”

“잘 나왔어?”

“네!”

“너 말고 나.”

“아저씨가 더 잘 나왔는데요….”

“보내.”

“사진 찍은 거 스토리에 올려도 돼요?”

“검사 맡고 올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찍힌 사진을 보여줘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상당히 성의 없고 심드렁한 태도인데도 어린아이들은 유명인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듯했다. 까르륵거리는 웃음소리가 귀여웠다. 평소 다른 에스퍼들에게 말하는 꼴로 미루어 보면 애 하나는 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그는 아이들을 잘 다뤘다. 하는 짓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철없는 삼촌 같아 보이기도 했다.

“어우, 시끄러워. 얘들아,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어수선한 상황을 잠재운 것은 뒤늦게 들어온 교육 담당자였다. 그는 애쉬를 보고 뇌 정지가 온 듯 굳어 있다 한발 늦게 물었다.

“여, 여기서 뭐 하고 있습니까?”

“놀러 왔습니다.”

“……놀러.”

“여긴 내 가이드.”

애쉬가 나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나인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했다. 제 가이드를 바라보는 애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왜 쪼개지? 교육 담당자는 낯선 광경을 보는 사람처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현 상황에 대해 들은 것은 있는지 남자는 나인을 보고도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나인과 애쉬를 번갈아 보며 옅은 한숨을 내쉬기는 했지만.

“……일단 들어가세요. 얘들아, 너희도 다들 자리에 앉자.”

불이 꺼지고 전면의 커다란 화면에서 영상이 흘러나오자 어수선하던 분위기도 어느 정도 정돈되었다. 각성자의 역사나 개념에 대한 교육 자료였다. 책에서 보고 주변 각성자들에게도 주워들어 아는 내용이었지만 또 봐도 지루하지는 않았다. 다만 애쉬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조금도 집중하지 못하고 꾸무럭거리던 그는 이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나인을 돌아보며 말을 걸었다.

“짐 많아요?”

“네?”

나인이 그게 무슨 말인지 한 번에 제대로 이해를 못 해 되묻자 애쉬가 몸을 기울이며 고개를 숙였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닿았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애쉬는 영상 소리 때문에 나인이 본인의 말을 듣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가 나인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애쉬에게서 젖은 화단의 풀처럼 씁쓸한 향이 확 풍겼다. 숨결마저 느껴지는 거리감 탓에 순간 목덜미가 오싹해지며 소름이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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