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4화 (4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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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멤버들이 웃으면서 자리를 만들어줬다. 유진이 형은 눈썹을 움찔거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나는 울면서 웃었다. 자꾸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팬분들에게 예쁜 웃음을 지어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멤버들이 엉덩이에 뿔난다고 놀려댔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감사해요.. 정말 고마워요. 저도 여러분을 많이 좋아해요.”

 나는 울면서 그렇게 말했다. 팬분들도 많이 울고 있었다. 공연장은 완전히 울음바다가 되었다.

 이런 상황은, 이런 풍경은 상상도 못했다.

 엔돌핀의 팬들이 이라를 좋아한다는 피켓을 흔들면서 나와 함께 울고 있는... 이런 광경은.

 가슴이 자꾸 벅차올랐다. 청산가리도, 파양과 재입양도, 신동우의 협박도, 유진이 형도 모두 잊혀졌다.

 팬에게서 사랑받고 있음을 실감하는 지금 이 순간은, 그 무엇도 내게 두려움을 일으키지 못했다.

 울음이 그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멤버들이 분위기를 전환할 겸 토크하는 동안 유진이 형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다시 노래할 수 있을 만큼 진정한 후에 정말로 내 솔로 무대를 소개했다.

 “우리도 뒤에서 들을 거야. 잘해. 화이팅.”

 “나도 저 피켓 흔들고 싶다. 근데 그렇다고 노래하다 울면 안 돼. 너 너무 울어서 걱정이다.”

 “괜찮아요. 팬분들은 이라 형이 음이탈을 내도 좋아할 거예요.”

 멤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내게 힘을 주며 내려갔다.

 “하던 대로만 해.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응. ..고마워.”

 제이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번 미소 짓고는 내 귀에 입술을 가져가대며 아주 작게 말했다.

 “네 가족은 2층 3구역에 있어. 3층 1구역에는 권수한이 있고.”

 “..어?”

 “처음엔 없었는데 중간에 들어오더라. 허겁지겁 들어와서 지금은 피켓 옆자리 팬한테서 받아서 같이 흔들고 있어.”

 나는 눈을 깜박이며 3층 1구역을 보았다. 내 시력으로는 보이는 건 노란색 피켓 뿐이었다.

 그 사이 제이는 무대를 내려갔다.

 오늘 바쁘다고 코빼기 한번 안 비치더니 몰래 객석에 와 있는 괘씸한 권수한 씨를 어떻게 칭찬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차갑게 내 앞을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유진이 형이었다.

 나는 형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잊어도 상관없는 것 같다.

 모두가 내려가고, 핀조명을 제외한 조명이 꺼졌다. 전주가 흘러나왔다. 환호가 거세졌다.

 어린 날 내가 염원했던 순간이다.

 나를 두 번째로 입양해준 분들은 너무나 다정하고 상냥한 분들이었다. 혼 낼 때는 따끔하게 혼을 내고, 안아줄 때는 누구보다 따스하게 안아주는 진짜 부모님이었다.

 나는 다시는 사고 치지 않게 소울러로서의 능력을 죽여 가며 조심히 살았다. 그러다 부모님에게 아기가 생겼다. 친자식을 낳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기며 살아오셨던 분들이 얼마나 기뻐하셨는지 모른다.

 진짜 친자식이 태어난 후에도 나를 차별하시는 일은 결코 없었다. 민이가 모셔너 판정을 받은 뒤에는 우리 집에 오러 유저가 두 명이라고 친척들을 다 불러서 잔치를 열기도 하셨다. 나는 민이를 어색하고 어렵게 대했는데, 한번은 부모님이 날 앉히고 동생이 많이 서운해 한다고, 조심스럽게 대할 필요 없다고 충고를 하셨다. 그래도 난 좀처럼 태도를 변화하기가 어려웠다.

 민이는 12살에 중급에 들어가면서 내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티를 안 내서 몰랐는데 어느 날, 아빠가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내게 소리쳤다.

 「형은 친아들이 아니라서 걱정도 안 하지? 내가 부모님의 진짜 친아들이니까 내가 옆에 있을 거야! 형은 저리 꺼져!」

 엄마와 민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괜찮을 거란 말만 반복하자 화가 난 것이었다.

 나는 민이에게 쫓겨나듯이 병실을 나왔고, 아빠가 입원한 병동을 멀리 벗어날 수도 없어서 로비에 혼자 앉아 있었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환자와 간호사들 틈에서 나는 고독을 느꼈다. 그리고 이 고독은 내가 영원히.. 죽을 때까지 영원히 함께 어울려야 하는 감정이라는 것도 직감했다.

 이 세상은 이렇게나 넓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있을 장소도 나의 가족도 없다고..

 나는 영원히 혼자라고. 이 넓은 세상에.

 나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이 세상에 허락받지 못해 티끌 같은 한 자리 조차 차지하지 못한 존재가 바로 나라는, 그런 공허감으로 마음이 사무칠 때였다.

 병원 로비의 대형 TV 화면에 어느 아이돌 그룹의 무대가 나왔다. 콘서트에서의 무대 영상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듯한 미소를 얼굴에 띠우고 춤추며 노래하는 아이돌과 그들을 바라보며 너무나 행복해하는 팬들이 있었다.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질 정도로 커다란 공연장을 꽉 메운 팬들은 일제히 그 다섯 명을 향해 환호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보기 위해서 온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세상이 저 아이돌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느꼈다. 적어서 그 순간만은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 광경은 날 영원히 따라다닐 고독을 잊게 할 수 있는 단 하나 뿐인 해답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광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커다란 공연장, 넓은 무대 위에 오로지 나 혼자만이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서 있고,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만 보면서 환호하는 순간.

 그 어떤 직업도 느끼지 못하는, 오로지 아이돌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 이 순간을 위해 아이돌을 꿈 꿨으면서, 언젠가부터 포기해버렸지만, 지금

 나는 나를 향해 환호하는 팬들을 보며 마이크를 붙잡았다.

 콘서트가 끝나고, 나포함 멤버들이 다 울면서 무대를 내려왔다. 아, 제이는 안 울었다. 존나 눈물샘이 메말랐나 싶었지만 얼마 전에 날 붙잡고 엉엉 울었던 걸 떠올리면 분명 작동하는데.. 혼자 있을 때 울 지도 모르겠다.

 유진이 형은 내 솔로 무대가 끝난 뒤에도 올라오지 않았다. 모두 내 이름을 연호하는 무대에 오르기 싫었을 것이다. 고유진의 이름을 외치는 팬 또한 없었고, 멤버들도 언급하지 않았다.

 눈물로 얼룩진 메이크업을 닦아내고 있을 때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도 울고 있었다. 히끅히끅 하면서 내 무대의 멋졌던 점을 마구 칭찬하다가 옆 사람이 뭐라 몇 마디 한 후에야 수한쌤이랑 주차장에 있다고 말했다. 멤버들도 각자 가족 차를 타고 뒤풀이 장소에 오기로 해서 난 짐을 챙기고 서둘러 나왔다.

 주차장에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꽉 차서 계단을 선택했다.

 지하 3층 계단까지 순식간에 내려왔는데, 문 앞에 서 있는 사람 때문에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유진이 형은 문에 등을 기댄 채 고고하게 날 내려다 봤다.

 “부모님 뵈러 가?”

 “..응. 아직 있었어?”

 “두 번째 양부모님은 네게 퍽 잘해주시나 보군. 네가 쳤던 사고를 알고는 계시는지 모르겠네.”

 난 놀라지 않았다. 마음 한 켠에서 이 순간을 나도 모르게 예상했었나 보다.

 형이 신동우를 부추겼다는 사실을.

 아마 너무 닮지 않은 민이를 보고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뒷조사를 하다가 파양 사실을 알아내고 형은 기뻐했을까.

 “두 분 다 알고 계셔. 나 부모님 뵈러 가게 길이나 좀 비켜줘.”

 아무렇지 않게 되묻자 형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었다.

 “등급 돌아왔다고 오만하게 굴지 마. 추락은 한순간이니까.”

 “내가 할 말을 형이 하네.”

 형은 벌레라도 씹은 것처럼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곧 한쪽 입 꼬리를 들어 올리며 비웃음을 띄었다.

 “주제에 노력하는구나. 감히 내 앞에서. 무리하는 게 눈이 보인다.”

 나는 짐을 추슬렀다. 그리고 비틀린 웃음을 짓는 유진이 형을 보며 티끌 한 점 없이 개운하게 미소 지었다.

 “형이 날 아무리 자극하고 충동질 해봤자 이제 나는 변했어. 아무 소용없으니까 그만둬.”

 “.......”

 그제야 형의 얼굴이 천천히 변했다.

 처음에는 놀란 듯 하더니 곧 비틀린 웃음도, 차가운 무표정도 아닌, 자연스러운 허탈함이 얼굴에 떠올랐다.

 나는 그것이 형의 진짜 모습임을 느꼈다.

 형은 한숨을 쉬면서 문에 기댔던 등을 뗐다.

 “권수한이 널 버려놨구나. 예전이 나았어. 순종적으로 내게 의지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어쩐지 힘이 빠진 목소리였다. 나는 형의 이런 목소리는 처음 들어 보았다.

 “알고 있었네. 난 형한테 많이 의지하고 있었는데, 형은 항상 나를 적대시했잖아.”

 “내가 언제 널 적대했지.”

 “항상 나를 견제했던 거 알아. A등급 밖에 안 되는 소울러고, 형보다 노래 실력도 훨씬 부족한 애를 왜 견제했는지 모르겠어. 모든 게 형보다 부족했는데.”

 “...너의 그런 점이.”

 형이 내게 손을 뻗었다. 나는 물러나지 않았다. 형의 손은 내 머리 앞에서 멈췄다. 쓰다듬을 것처럼 허공만 휘젓다가 거두어졌다.

 “속 터지게 답답하고, 미칠 만큼 귀여웠어.”

 형은 말을 이어갔다.

 “나랑 비교도 못할 정도로 노래 잘 부르는 애가 항상 날 향해 선망의 눈빛을 보내고 있으니, 내가 그 눈빛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네가 알까. 내가 소울 유저가 아니었다면 네가 날 조롱하는 줄 알았을 거야.”

 형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유진이 형, 유진이 형 하면서 졸졸 따라다니는 널 보고 다른 사람들은 귀엽다 했지만 나는 무서웠어. 어린애의 선망만큼 잃기 쉬운 게 또 없으니까.

 널 내 손이 닿지 않는 더 큰 세상에 내놓지 않기 위해 성격에도 안 맞는 그룹 데뷔를 선택했지. 아이돌 활동은 꽤 즐거웠지만 너의 부러움 가득함 시선만큼은 아니었어. 만약 네가 제이와 호감을 갖지만 않았어도 내 아이돌은 좀 더 길었겠지.”

 나는 형의 얘기를 따라가기에 벅차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큰마음 먹고 양보했더니, 웬 어댑터가 나타나서 낚아챌 줄은 몰랐지만. 뭐 됐어. 나는 네 눈빛에 질렸으니까. 정말 힘들었거든. 가끔씩 네 눈을 멀게 하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로.”

 형은 말을 이어갔다.

 “정치로 가면서 겨우 네 선망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지. 정치는 아이돌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있는 곳이야. 나는 소울 의사들과 함께 전쟁도 막았다. 그때의 감정은 글쎄, 표현할 단어가 없구나. 이라야, 너도 네 A급의 소울 오러를 좀 더 올바르고, 더 큰 것에 사용하지 않을래? 예전과 달라진 너라면 할 수 있어.

 이쪽으로 와. 네 소울 오러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널 기다리고 있어.”

 형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마치 악수를 청하듯.

 난 형의 얘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게 적대감을 표현하고, 몇 번이고 시험할 때는 언제이고 무슨 선망이 두렵다느니 하다가 갑자기 정치계 입문 권유라니? 어디까지가 진심인 거야?

 지금 형의 태도를 나로선 따라잡을 수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갑자기 온순해진 변화를 납득하기에는 너무 내게 많은 상처를 줬다. 사실은 온순해진 것도 믿기 힘들다. 다 연기하는 게 아닐까.

 나는 형이 내민 손을 물끄러미 보다가 꽤 격양된 어조로 물었다.

 “그래서 날 좋아한다는 거야, 싫어한다는 거야?”

 “..뭐?”

 “난 머리가 좋지 않으니까 알아듣게 얘기해줘. 지금도 시험하는 거야?”

 “경계심이 높아졌구나.”

 형이 눈을 접으며 웃었다.

 “글쎄... 진심일까, 거짓일까. 어떻게 생각해?”

 내 소울러로서의 직감이 들지 않았다. 아무래도 형이 막은 듯했다. 나는 조금 고민하다가 판단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굳이 결론 내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신에 내가 했어야 할 말을 했다.

 “형한테 부담 줬던 건 미안했어. 그때 형은 고작 지금의 내 나이였는데. 얼마나 부담이었을지 이제는 알겠어.”

 “.......”

 유진이 형의 눈동자가 커졌다. 사과를 할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그리고 그거랑 별개로 지금 솔직히 화해하러 온 것도 아니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 형이 나한테 했던 짓들 절대 잊지 않았어. 오늘도 날 곤란하게 만들었고, 또.. 형이 신동우도 부추겼잖아! 얼마나 치졸하게 협박했는지 알아?”

 내가 소리치자 유진이 형의 얼굴이 굳어졌다.

 “나한테 도와달라고 할 생각이면..”

 “그럴 생각 없어. 내가 알아서 해결할 거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형한테서 도움도 안 받을 거고, 형도 더 이상 나 엿 먹일 생각하지 마. 그냥 제발 형의 길을 가. 정치를 선택했으면 정치나 하란 말이야. 나도 형을 극복할 테니까 형도 나를 극복해. 이제는 그럴 때가 됐잖아.”

 나는 형을 미워하지 않는다. 잠깐 미워했었지만 이제는 다 사라졌다. 그 진심을 담아서 형을 올려다봤다.

 형의 눈가는 경련하고 있었다. 도저히 감정의 진실을 알 수 없었던 방금 전과는 반대로, 내가 소울러가 아니라도 너무나 선명하게 감정이 읽혀왔다.

 아쉬움과 후회.. 슬픔..

 그리고는 곧 형은 허탈하게 웃었다.

 뭐라고 입술을 움직여 말했지만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 형은 내 손을 붙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고, 몸이 기울자 가볍게 안아왔다.

 긴 숨이 귓가에 담겼다.

 형은 한 손으로는 내 머리를 쓰다듬고 다른 손으로는 등을 어루만졌다.

 “많이 성장했구나.” 라는 짧은 감상과 함께 이어서 말했다.

 “너는 항상 날 힘들게 하지. 아무런 자각도 못한 채....”

 형의 목소리는 나를 탓하는 것 치고는 한결 후련하게 들렸다. 형은 한동안 내 목 뒤를 어루만지다가 나를 놔주었다.

 웃고 있었다. 형의 미소는 많이 봐 왔는데 이번에는 처음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형 나이 대처럼 보였다. 아마 이게 진짜일 것이다. 내게는 처음 보여주는 진짜 미소.

 “그래, 네 말대로 화해하러 온 건 아니니까 여기까지만 하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게.”

 나는 해보라는 듯이 눈썹을 까딱했다.

 “정말로 정치 할 생각 없어? 아이돌에 네 능력을 쓰기는 아까워. 더 크고, 더 뜻 있는 일에 널 소개해 줄 수 있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있는 곳이야.”

 유진이 형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한새가 랩을 할 때처럼, 문이 형이 노래할 때처럼. 그래서 나는 형의 말이 진심임을 알았고, 그래서 나도 진심으로 답해주었다.

 “정치에도 아이돌과 비교할 수 없는 성취감이 있겠지만, 아이돌에도 정치와 비교할 수 없는 희열이 있어. 오직 아이돌만이 가질 수 있는 벅찬 감정이고, 이것도 세상에 비교할 것이 없을 만큼 뜻 깊은 일이야.”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다.”

 유진이 형은 담담하게 미소 짓고는 두 손을 들고 물러났다. 문 앞이 트였다. 나는 천천히 문손잡이를 잡았다. 돌리기 전 형을 한번 보았다.

 형은 웃음을 띤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얼른 나가라는 듯 고갯짓했다.

 유진이 형은 내게 영원히 의중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 남을 것이다.

 나는 한번 눈을 깜박이고는 형을 향해 웃어주었다. 내가 의지하고, 존경했던 고유진에게 보내는 미소였다.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손잡이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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