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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저번에 말했던 대로 커리였다. 권수한은 집에 없는 재료를 사야한다며 마트에 들렀다. 저번처럼 내게 이것저것 사 오라고 심부름 시킬 생각인 것 같았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시동을 끄는 권수한의 옆에서 나는 미동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라.”
“나가고 싶지 않아요.”
“.......”
“그냥 집에 있는 걸로만 해가지고 먹어요.”
권수한이 계속 나가자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다. 권수한은 다시 시동을 켜고 부드럽게 운전대를 돌렸다.
창문 밖으로 도시의 저녁 풍경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다른 차선은 복잡했지만 자동전지차 전용차선은 막히지도 않고 지나가는 차 자체가 몇 대 없었다. 갑자기 자동차가 되고 싶어졌다. 아니면 도로. 아니면 신호등이라도 좋다. 모르겠다. 마음이 답답해서 눈을 감았다. 어느새 고여 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증상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다. 권수한은 고개를 돌리고 숨을 불안정하게 내쉬는 나를 모르는 척 해주었다. 그런 자상한 배려에 더 눈물이 흘러나왔다.
난 소파에 멍하니 앉아서 요리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다가 울었고, 커리를 먹다가 또 울었다.
권수한은 한숨 한번 내쉬지 않았다.
오러 치유를 받으면서 그에게 사진을 보여줬다.
[너 요즘 기고만장 하더라ㅋ
기다려. 언젠간 내가 너 죽일 거니까.]
권수한은 핸드폰을 가져가서 자기 번호로 전송해놓고 다시 돌려줬다.
“쪽지는 버렸다고?”
“네.”
“아무한테도 얘기 안 했어?”
“그럼요.”
권수한은 답답하다는 얼굴을 했다가 다시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그걸 왜 얘기 안 하니’라고 답답해하는 것 같았지만 날 혼내지는 않을 생각인가 보다.
“저 건강검진은 어때요?”
“네 부모님에게 알리고 싶을 정도로.”
“.......”
“좋지 않아.”
권수한은 이마를 짚었다. 내 건강이 좋지 않다는데 왜 자기가 이렇게 절망을 하지.
“식도염, 후두염, 위궤양, 빈혈.. 영양실조 기미도 있어. 네가 어떻게 오러 아이돌 활동을 했는지 신기할 정도라더군.”
“이제 활동 끝났으니까 나아지겠죠.”
나는 권수한의 커다란 등을 토닥여줬다.
“저 원래 활동 할 때만 밥 잘 못 먹고, 비활동 기간에는 삼시세끼 잘 챙겨먹어요.”
“나한테 거짓말 할 생각하지 마라. 네 감정이 다 느껴지니까.”
어댑터는 진짜 치사한 초능력자들이다.
“거짓말이 아니라.. 내일 사장님이랑 담판 짓기로 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사장님이 밝히지 말라고 해도 멤버들한테는 무조건 알릴 생각이에요. 더는 나도 못 버티겠어서.”
“...네 감정이...”
권수한이 말을 더듬었다. 그는 등을 토닥이던 내 손을 잡았다. 놀란 눈이었다.
“네 감정이.. 왜 이렇지?”
“무슨 말이에요?”
“공허해.”
“.......”
“텅 비어버렸어.”
눈이 마주쳤다. 늘 냉정 침착하던 권수한의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었구나. 이 쪽지 말고도 무슨 일이 있었어.”
권수한은 단정 지어서 말했다. 난 그 무슨 일이 어떤 일을 말하는 건지 생각해보는 척 했는데 사실 선명하게 떠오르는 광경이 있었다.
하나는 한새가 케이크를 먹지 못하게 해서 화를 냈던 것. 다른 하나는.. 병아리팬. 이제 팬이 아니게 되어버린 그 사람의 글. 아니.. 처음부터 ‘팬’이라고 할 수 있었을까. 그렇게 루머 한 번에 돌아서버릴 사람이라면. 사진까지 합성해서 시간을 들여서 인터넷에 올릴 정도로 좋아했으면서. 주머니에 넣고 가지고 싶다고도 했으면서. 나의 어떤 해명도 없었던 루머글 한 번에 식을 감정이라면.
“이라야.”
“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그 부름에 문득 정신이 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나를 싫어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그 누구도 팬이 준 선물을 버리려 하는 연예인은 싫어할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으니 루머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나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아무런 설명 없이 날 이해해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대체 언제 철이 들지.
권수한에게 설명해줬다.
인터넷에 목격담이 올라왔어요. 제가 팬이 준 음식을 버리려고 했다는 글이 올라와서 많은 사람들이 더욱더 저를 싫어하게 됐어요. 멤버들도 그 글을 보고 의문을 품고 있어요. 이제 내일이면 이유를 얘기할 테니까 상관없어요. 이젠 상관없어요..
권수한은 나보다 더 아픈 눈을 하고서 그 품에 나를 껴안았다. 섣부른 위로 따위는 하지 않았다. 나는 그의 가슴에 안심하고 얼굴을 기댔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다정한 나의 어른. 입술이 잘게 떨렸다. 심장도 찌르르 아팠다. 권수한은 오러를 풀어주었다. 그 따뜻함에 꾹 참고 있던 눈물이 오히려 북받쳐 올랐다.
참지 마. 참지 말고 울어.
그의 오러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다정한 손길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내 등을 단단하게 감싸 안았다.
“..흑...”
울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도저히..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울음소리를 참으려고 했지만 자꾸 마음을 건드리는 오러 때문에 결국 소리를 내버렸다. 그의 가슴팍이 축축하게 젖어 갔다. 그게 내 눈물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더 서러워졌다.
나는 왜 우는 걸까. 내일이면 후련해질 텐데 지금쯤 좋아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참을 울었다.
비하인드 캠 녹화 스케줄 말고는 아무 일도 없어서 오후까지 늦잠 잘 예정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서 선잠만 들었다 깼다 했다.
비하인드 촬영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숙소 거실 조명을 어둡게 맞춘 상태에서 빙 둘러 앉아 이번 활동을 되돌아보면서 진중하게 얘기를 나누는 게 마지막화의 주요내용이었다.
이번 활동은 유난히 길었던 느낌이다. 첫 녹화 때 권수한을 만났다. 화장실에서 마주쳤을 때까지만 해도 나를 싫어하는 줄 알았다. 청산가리 건으로 협박하려나 생각했는데 오히려 치유를 해주었다. 그 시간은 모든 걸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아, 권수한이 보고 싶은 건지 그의 오러 치유를 받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그냥.. 권수한의 집, 넓고 안락한 거실 카펫 위에서 포근한 이불을 덮고 누워서 푹 잠들고 싶다. 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는 손길과 온화하게 감싸주는 오러를 느끼면서. 모든 걸 잊고 편하게.
“지금까지 낸 노래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서 기쁘고 좋았어. 무대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칭찬 받았고. 샌드 싱잉 스테이지도 힘들었지만 여러 평론가분들이 좋게 말해주셔서 그만큼 보람이 있더라.”
그랬어? 칭찬을 받았었어? 난 전혀 몰랐어.
“확실히 이번 앨범 하면서 팬분들 수가 확 늘은 게 느껴지지? 팬사인회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게 좀 아쉬워.”
“과분할 정도로 사랑 받았던 것 같아요. 웃으면서 촬영했고, 그래서 이번 활동이 유난히 짧게 느껴지네요.”
“이라, 너는 어땠어?”
제이가 내게 물었다. 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땠냐고? 너무 무서웠어. 너희들의 팬들을 마주할 때마다 두려움에 몸이 떨렸어. 무대도 너무 힘들었어. 모래가 자꾸 목이 들어와서 하고나면 늘 토해서 뱉어냈어. 팬사인회가 너무 많아서 좀 줄었으면 했어. 너무 길게 느껴졌어. 너무 길게.
“나도 좋았어. 특히 느낀 점이 많은 활동이었던 것 같아. 너희도, 형도 다들 수고 많았어.”
나는 정석대로 답했다. 그 수밖에 없었다.
캠을 들고 있던 둘째 매니저 형이 부모님 생각은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야단이와 한새는 그래도 1, 2주에 한 번씩 부모님을 뵙고, 문 형도 한 달에 한번은 얼굴을 보지만, 제이와 난 가족을 실제로 못 본지 반년이 다 되어 간다. 제이 부모님이야 정치인이시니만큼 워낙 바쁘신 분들이고, 우리 가족은 이민을 갔으니까.
“어유, 보고 싶죠, 당연히. 진짜 이번에 휴가 받으면 본가에서 일주일은 뒹굴 거리면서 놀 거야. 엄마랑 아빠가 차려주는 따뜻한 쌀밥 먹으면서.”
“나도 못 본지 한 달이 넘었네. 통화는 계속 하지만.”
“전 얼마 전에 만났어요.”
“아, 맞다. 얼마 전에 야단이네 어머니가 반찬 주셨지.”
“반찬도 주시고, 사인해달라면서 종이 50장을..”
“하하. 아들 인기 많아서 부모님이 뿌듯하시겠당. 너도 보람차고.”
진짜로 웃음 지었다. 난 멤버들의 가족 얘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그냥 훈훈하고, 따뜻하고, 그런 게 좋다. 내가 웃자 멤버들은 일제히 날 바라봤다. 왜 저러지? 웃는 거 처음 본 사람처럼. 내 입가에 경련이 일 때쯤 한새가 웃으며 덧붙였다.
“하, 하긴. 맞아. 우리 부모님도 나만 보면 싸인해달라고 막 종이랑 앨범이랑 엄청 줘.”
“난 그런 일 없던데.”
“제이, 너한테야 뭐 감히 부탁을 하시겠냐..”
그때 갑자기 TV 모니터가 켜졌다. 어두울 거실에 환하게 켜진 화면 속에 중년 부부가 등장했다.
-문이야. 엄마아빠다. 잘 지내고 있니?
“헐...”
“와, 이거 영상편지에요?”
중년 부부는 문이 형의 부모님이셨다. 문 형의 얼굴이 밝아졌다. 형의 영상편지가 나온다면 아마 멤버들 다 나오겠지? 우리는 각잡고 편지를 감상했다. 네가 팀의 맏형으로서 힘든 일도 많을 텐데 잘해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고, 언제나 건강 잘 챙기라는 내용이었다. 나중에는 문 형의 동생인 미란이도 얼굴을 비췄다. 부모님이 계속 와서 한 마디 하라는 걸 두 번 정도 거절하다가 결국 화면 속에 들어왔다.
-오빠, 잘 지내고.. 제느.. 제느님이랑.. 제느님도.. 건강하시고 늘 좋아하고 오빠랑 어울려줘서 고마워요. 오빠 제느한테 잘해. 그럼 안녕.
하하하, 멤버들은 터진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미란이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푸후후 웃었다.
다음에는 한새네 부모님이 나왔다. 외동아들 보내놓고 걱정도 많으실 텐데 그런 얘기보다는
-우리 눈치 없는 아들내미 잘 받아주는 멤버들한테 늘 고맙고, 우리 맏형 문이, 든든한 제이, 착한 이라, 귀여운 야단이 늘 수고가 많다. 앞으로도 한새 잘 부탁해.
라고 우리에게 편지를 남기셨다. 두분은 영상 내내 손을 꼭 잡고 계셔서 너무 귀여우셨다.
야단이네는 부모님과 형 한 분이 출연하셨다. 야단이네 부모님은 무뚝뚝한 성격인데 형들은 굉장히 밝고 명랑하셔서 지금까지 영상 중에 가장 텐션이 높았다.
“작은형님 여전히 되게 밝으시다. 큰형님은 안 계시네?”
“큰형 출장 갔을 때인가, 봐요.”
한새의 질문에 대답하는 야단이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야, 너 우냐..?”
“으이구, 우리 막내. 부모님 보고 싶구나.”
야단이는 문 형 영상편지 나올 때부터 눈시울을 붉히고 있더니 결국 눈물을 떨어뜨렸다. 어린 나이에 집 나와서 연예계 생활 하는 게 많이 힘들기도 할 것이다. 부모님도 보고 싶고.. 형들도 보고 싶고. 야단이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래도 울고 있는 게 부끄러운 것 같았다. 난 야단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멤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안녕, 제이야. 큼, 어색한데.
-잘 좀 얘기해 봐요. 평상시 하듯이.
-난 못하겠어. 여보가 먼저 해요.
제이도 부모님이 두 분 다 나오셨다. 정치하는 분들이라서 출연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제이에게 선물을 주고 싶으셨나 보다. 나는 제이를 보았다. 제이는 입가에 미소를 걸고 있었다.
제이 부모님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돌이 힘들겠지만 잘하고 있고, 늘 건강하라는 내용을 남겼다.
다음은 내 차례다. 나는 벌써 눈물이 나왔다. 야단이가 울었으니까 안 숨겨도 되겠지.
-안녕, 이라야. 엄마아빠야.
아, 엄마랑 아빠가 둘다 나왔다. 엄마 파마 새로 했구나. 아빠는 수염도 깎았다. 아이돌을 반대했던 아빠를 이렇게 보게 되자 가슴이 찌릿 했다. 카톡 대화도 안 하면서 갑자기 영상 편지를 남길 줄은 몰랐다. 결국 내게 져 준 걸까.
-이런 거 처음이라 어색하네. 큼큼.
-우리 착하기만 한 큰아들이 아이돌 한다고 그렇게 속을 썩였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네가 데뷔한지가 1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지금 펄펄 날아다니는 모습 보니까 좋기는 하다만 너무 말랐던데 밥도 좀 잘 챙겨 먹고.
-그래, 너네 아빠는 살 쪄서 걱정인데 넌 그게 뭐니.
-너네 엄마도 살 쪄서 걱정이지. 사돈남말을.
-뭐야, 이 아저씨가. 잠깐 카메라 꺼 봐요.
푸하하하. 멤버들 물론 회사 직원분들도 웃었다. 나도 울면서 웃었다. 끝나면 매니저형한테 말해서 이 영상 소장해야지. 두분이 투닥거리는 모습은 안 잘리고 다 나왔다. 한새가 자꾸 우는 내게 휴지를 건넸다.
“어, 고마워.”
“아니.. 근데 네 동생은 없네? 잘생겼던데.”
“걔랑은 좀 어색한 사이라서..”
난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눈 주위가 쓰라렸다. 그 사이 부모님은 다툼을 끝내고 다시 소파에 정자세로 앉았다.
-아무튼, 이런 부모 밑에서도 얌전하고 착하게 잘 자라준 이라가 갑자기 아이돌 하겠다고 해서 우리 가족 다 놀랐었는데, 너무 잘 해주고 있어서 뿌듯하고, 기특하고, 항상 자랑스러워.
-엄마, 아빠는 네 건강이라든지.. 여러 가지로 걱정스러운 게 많아. 꼭 아이돌을 해야 하는지 지금도 사실은 좀 걱정되지만 그래도 네가 즐겁다면 됐다. 무대 위에서 네가 너무 반짝 반짝 빛이 나서 더 반대하지도 못하겠더구나.
이라야, 지금 즐겁니? 즐거운 거지? 그럼 다 됐다. 우리도 네 길을 열심히 응원하도록 할 테니 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겁게 살려무나. 즐겁게 말이야.
난 영상편지가 끝나고 나서도 펑펑 울었다. 잠시 녹화를 중단할 정도였다. 제이는 나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줬다. 나는 짓물린 눈가를 닦으면서 생각했다.
아니, 엄마, 아빠. 하나도 즐겁지 않아. 너무 힘들어. 너무 힘들어..
난 비하인드 녹화가 끝나자마자 부모님께 전화하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상황이 급변해서 할 수 없었다. 마이크를 풀고 있을 때쯤 둘째 매니저 형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리고 뒤이어 문 형, 제이, 한새.. 회사 직원들도 전화가 왔다.
“뭐야? 왜 갑자기 일제히 전화가 오냐?”
“무슨 일 생겼나?”
멤버들은 어리둥절했다. 내게도 권수한에게서 전화가 오고 있었다. 난 무의식중에 목소리를 체크했다. 방금 운 나머지 너무 가라앉아 있어서 목기침을 하는 사이 끊어졌고, 바로 다시 전화가 왔는데 용준이 형이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지금 인터넷 난리 났어.
“네? 저요?”
-미치겠다. 주위를 좀 살피면서 버렸어야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형은 숙소로 오고 있으며, 기자들의 질문은 일절 답하지 말라 당부하고 끊었다. 회사 직원들이 전화를 받고 허둥지둥 숙소를 나갔다. 나는 얼어붙어 있었다. 동시에 울려오던 전화를 끊은 멤버들은 심각한 얼굴로 휴대폰을 켰다.
무언가를 발견한 야단이가 아, 탄성을 내지르자 멤버들이 모여 들었다. 난 겁이 나서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러나 문 형이 오라고 나를 불렀다. 내가 다가가자 야단이가 화면을 보여줬다.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의 게시글이었다.
요즘 탑아이돌 인성 (영상有)
(사진)
팬들이 빵 줌
(사진)
헤어지고 1분도 안 돼서 쓰레기통 직행
(동영상)
엔돌핀의 이라임.
평소에도 팬이 준 거 안 먹기로 유명ㅇㅇ 얼마 전에도 사과주스였나? 버리려는 거 들킨 적 있음
┗ㅅㅂ 이런 인성쓰레기도 소울러인데
┗얘 합류할 때 욕 오지게 얻어먹어서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ㅋㅋ 역시 괜히 욕먹는 게 아니었네
┗┗괜히 혐이라 혐이라 해대는 게 아님ㅋㅋㅋ
┗와 망설임 1도 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군가 했더니 병아리 걔구나. 생긴 거랑 인성이 반비례하네.
┗;;;;; 와 1분이면 팬들이 뒤돌아볼 수도 있고 돌아올 수도 있는 시간인데
┗┗팬들한테 들키든말든 상관없다는 뜻인듯
┗..멘붕온다.........
┗팬들이 너무 불쌍하다ㅠㅠㅠㅠ
┗내 친구 얘 팬인데 지금 울고 난리났어,,, ㅠㅠㅠ
┗┗내 친구도ㅠㅠㅠㅠㅠㅠㅠ
┗지금 혐이라 팬들 조작일 거라고 자위 중인데 짠해서 놀리지도 못하겠다
┗아.. 나 얘 팬인데 진짜 지금 눈물 나고 아무것도 못하겠어....
┗┗힘내라..ㅠㅠㅠㅠㅠㅠ
┗아이돌 인성 검사 해야 된다 진짜 저게 뭐냐 소울러라고 아무거나 갖다 쓰니까 이런 일이 생기지 괜히 선량한 팬들만 상처받잖아
┗┗공감22222222222222222
┗┗공감33333333333333333
┗살다살다 팬이 준 빵 버리는 아이돌은 처음;;;;
┗이 그룹에 제이 있잖아. S 모셔너. 제이 부모님도 정치인이고 본인도 정직한 타입인데 멤버가 저 지랄을 하니...
┗엔돌핀은 끝이네 이제
┗┗그냥 혐이라만 탈퇴시키면 되지 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