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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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분 째. 라이브 앱이 끝날 시간이 다가왔다. 아직도 30분이 안 되었다는 게 놀라웠다. 아마 인사까지 하고나면 35분쯤에 끝날 것 같다.

 “끝내기 아쉬운데 벌써 막바지네요. 오늘은 특별히 각자 1분씩 단독샷으로 팬분들과의 소통 타임을 가져보겠습니다. 1분 동안 박수 제일 많이 받은 사람은 공식 SNS에 셀카 올릴 거니까 박수 아낌없이 보내주세요~!”

 요즘 다른 아이돌 그룹이 이런 코너를 해서 박수를 꽤 많이 얻었다. 라이브 앱을 계속 하려면 박수가 많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도 할 수밖에 없다. 개인팬덤 규모 측정도 할 겸인데 너무 노골적이라 미움 받는 아이돌은 서럽다.

 앉은 순서로 문 형부터 시작했다. 올라오는 댓글들을 읽으면서 하트도 뿌리고 여러 가지 멘트로 꽉 찬 1분을 보냈다. 한새는 카메라에 대고 온갖 애교를 부려댔다. 나랑 문 형은 한새 뒤쪽에서 토하는 시늉을 하며 장난쳤다.

 제이의 경우에는 무뚝뚝하게 인사한 후 댓글만 읽었다. ‘오빠 하트 한번만요ㅠㅠㅠㅠㅠ’, ‘제느님 애교보고싶어요!!!!!!’ 라는 댓글로 도배가 됐는데 그런 종류만 빼고 읽어서 멤버들이랑 같이 뒤에서 푸훕훕 숨죽여 웃었다.

 내 차례가 됐다.

 “안녕하세여. 이라입니다. 30분이 진짜 일찍 가네요. 어떻게 즐거우셨는지는 모르겠어요. 이번 앨범 우리 멤버들 모두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다들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전수록곡 우리 야단이랑 한새가 랩메이킹 했어요. 박수를 보내주셔야 하는 타이밍입니당. 짝짝짝. 애들이 이렇게 센스 넘쳤나 듣고서 놀랐으니까 기대 많이 해주세요. 제느님도 늘 그렇듯 안무 직접 짜셨답니다. 연습실에서 제이가 검무 연습할 때마다 팬분들 심장 걱정될 정도고요.. 우리 문이 형이 작사한 3번 트랙, 아 이거 녹음하다가 살짝 눈물 흘렸거든요. 문이 형 시인인줄 알았어요.”

 화면에 나만 나오는 단독샷이라서 팬들이 라이브 앱 확 종료해버릴까 봐 다른 멤버 얘기를 줄줄 읊었다. 뒤에서 한새가 댓글 좀 읽으라고 속삭였다. 난 라이브앱의 이 부분이 싫다. 팬들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는 것.

 “댓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네요. 외국분들도 많으시고.. 한새야, 귀여워. 한새가 뭐가 귀여워요. 제느 검무 궁금해. 후후 궁금하시죠? 전 다 압니당.”

 일부러 내 댓글은 피해 읽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다 가서 야단이한테 넘겼다.

 후우..

 내게는 큰 산 같았던 험난한 여정을 끝내고 자리로 돌아와 멤버들과 태블릿 PC를 봤다. 야단이는 제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과묵한 모습이었다.

 제이가 조용한 목소리로 날 혼냈다.

 “넌 네 댓글을 읽어야지 다른 사람 것만 읽어?”

 “너무 빨라서 못 읽었어.”

 “귀엽다, 노래 해달라, 밥 많이 먹어라.. 그런 댓글 사이에서 잘도 다른 놈들 것만 속속 골라 읽었군.”

 “아, 그래? 못 봤네. 근데 진짜 네 검무 기대한다는 댓글 짱 많던데. 우리 음악방송 녹화한 거 오후에 첫방이지? 팬들 다 목 빼고 기다리겠다.”

 헤실헤실 웃으며 바라보자 제이는 혀를 찼다. 그리고 머리통을 쓰다듬는데 요즘 왜 이렇게 내 머리 자주 쓰다듬는 느낌이지? 싫은 게 아니라서 더 곤란하다.

 야단이까지 끝나고 박수 집계를 했는데 1위는 제이였다. 나는 놀랍게도 제이랑 적은 차이로 2위를 했다. 아마 계속 멤버들 얘기를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았다. 만약 1위였으면 공식 계정에 내 셀카가 올라가는 거라 정말 다행이었다. 매니저 형들은 우리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3위 이하로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럼 지금까지 엔돌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같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3, 2, 1 녹화 중 표시가 꺼졌다. 난 꺼지기 전 마지막 댓글을 봐버렸다.

 ┖혐이라퇴출해라 유진오빠불러와

 가지마라, 아쉽다, 좀 더 해라.. 댓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와서 하나 읽기도 벅찼는데 꼭 저런 댓글만 잘 보인다.

 “아, 시발. 마지막 뭐냐? 야. 신경 쓰지 마라. 너 좋아하는 사람이 훨 많아.”

 내 눈에 보였으니 멤버들도 봤을 것이다. 그냥 넘어가주면 좋겠는데 눈새새끼가 언급을 했다.

 “어, 신경 안 써. 댓글이야 자유롭게 남기는 거니까. 가자, 얼른.”

 아무렇지 않은 척에 도가 텄으므로 웃을 수 있었다. 한새는 ‘ㅆ’ 자가 들어간 욕설을 하며 씩씩거리는 반면 문 형은 나를 미안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직도 그런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네. 미안하다, 이라야. 신경 쓰지마.”

 “신경 안 쓴다니까? 나 괜찮아요, 이 사람들아.”

 그리고 왜 형이 미안해해. 미안하게 만든 내가 미안하다.

 “형.. 악플 다는 인간은 쓰레기에요.”

 “너까지.. 형 괜찮으니까 우리 얼른 다음 스케줄이나 가자. 응?”

 내가 먼저 앞장서자 멤버들도 각자 찝찝함을 품은 채로 준비했다.

 멤버들 마음은 알겠는데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다들 알잖아.

 내가 미움 받고 있는 거. 왜 이렇게 새삼 크게 반응해? 다 알면서.

 나는 진짜 괜찮다. 괜찮지 않은 부분까지 괜찮다.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혐이라 퇴출 고유진 복귀. 내가 엔돌핀의 팬이었어도 그렇게 외치고 다녔을 것이다.

 다음 스케줄 가기 전에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변기를 붙잡고 토를 했는데 먹은 게 없어서 위액만 나왔다. 메이크업 한 상태라 세수는 못하고 입만 헹궜다. 다음 대기실에서 양치를 좀 해야겠다. 거울 속에는 초췌한 소년이 서있었다. 눈빛은 탁하고 흐렸다.

 “...형, 잠깐...”

 제이 목소리가 들려서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복도에 제이랑 용준이 형이 둘만 비밀회동을 하듯이 서있었는데 잘 보니 제이가 용준이 형을 붙잡고 있었고, 용준이 형은 겁에 질린 것 같았다.

 제이의 얼굴은 늘 그렇듯 침착했는데 왠지 모를 뜨거운 분노가 느껴졌다. 제이는 그 흑표범 같은 눈빛으로 용준이 형을 내려다보면서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찾아서.”

 “....어, 어.”

 “고소하세요.”

 “그, 그래..”

 “나중에 확인합니다.”

 “응, 알았어..”

 모셔너에게 붙잡한 평범한 노유저 용준이 형은 눈도 못 마주치고 끄덕였다. 대답을 들은 제이가 거칠게 손을 놓고 성큼성큼 복도를 걸었다.

 화가 난 기색이 역력한 뒷모습을 보며 나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오늘 보이는 라디오는 생방이었다. 메이크업을 다시 하고 녹음실에 들어갔다. DJ는 예능 쪽에서 활동 중인 같은 회사 형이라서 마음이 편했다.

 생방이 시작되고 간단히 새앨범 소개부터 했다. DJ형도 노래 들었다며 너무 좋다고 칭찬을 해줬다. 현재 엔돌핀의 순위를 알하자면 타이틀곡은 현재 음방 사이트 1위고 수록곡 중 3곡이나 20위권에 진입 중이다.

 “이제 드디어 라이브 시간이 왔네요~~ 엔돌핀분들 준비해주시구요. ‘푸른계절’ 라디오 라이브는 우리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영광이에요~~ 저도 너무 좋아하는 노래라 기대됩니다. 다 준비되셨나요? 이라 씨, 준비됐어요?”

 “넹, 됐어여.”

 “후훗,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DJ형은 왜인지 짧게 웃고는 멘트를 마쳤다. 헤드셋을 통해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라이브 때 실수를 하면 실력파라는 호칭에 큰 흠이 간다. 특히 메인보컬인 나는 더욱 집중해야 한다. 스탠딩마이크를 붙잡고 눈을 감았다.

 노래를 마치고 가쁜 숨을 고르느라 잠깐 마이크를 잡은 채 있었다.

 “괜찮아?”

 “어, 어? 괜찮아. 넌?”

 “..이번 곡이 힘들지.”

 제이가 조용히 속삭이고 자기 생수를 건넸다.

 “자.”

 내 자리에도 작가님이 놔둔 생수가 있는데 뜯지도 않았다. 제이는 내가 그걸 끝까지 뜯지 않으리라는 걸 아는 것처럼 자기 걸 줬다. 난 고맙게 받았다.

 “와, 너무 좋네요. 라이브로 들으니까 이건 진짜.. 이라 씨는 진짜 노래를 너무 잘하시네요. 내가 형님으로 모시고 싶을만큼.”

 “푸하하, 형 저 말 놔도 돼요?”

 “응, 놔도 돼요. 지금은 놔요. 한 일주일쯤은 말 놓아도 용서해줄게요. 아니, 이라 씨 몇 살이었지?”

 자리에 앉자마자 폭풍칭찬이 이어졌다.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제이가,

 “스물두 살입니다.”

 했다. DJ형이 와아아~~ 하며 감탄했다.

 “유진이랑 동갑이었구나. 아니, 31년도에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노래 잘하는 아이들이 태어났대요?”

 난 순간 움찔하며, 이 움찔이 티 났을까 걱정하며 웃어보였다.

 “유진이 형은 저보다 형이에요. 빠른년생이라.”

 “아하. 그래도 태어난 년도는 같은 거잖아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유진이는 요즘 뭐한대요? 유학은 잘 되어가나?”

 “장학금 받았다고 자랑하던데요? 딱 적성에 맞다나 뭐라나. 하하.”

 “언제쯤 졸업하죠?”

 “원래는 내년인데 빠르면 올해 할 수도 있대요. 성적이 좋아서 L-코스에 들어갔다고 자랑을 어찌나 하던지.”

 “오, 축하할 일이네요. 개인적으로 연락 한번 해봐야겠군요. 지금 문자가 많이 오고 있는데, 유진 오빠랑 이라 오빠랑 친해요? 라고 4889님이 보내주셨어요. 같은 회사인 제가 말씀드리자면, 많은 분들이 이라 씨가 나중에 합류한 것 때문에 어색한 사이일 것이다~ 하는데 사실 두 분 굉장히 친하답니다. 그렇죠?”

 “네, 연습생 기간이 비슷해서.”

 “우리 다 비슷한 시기에 연습생이어서, 여섯 명이서 자주 뭉쳐다녔죠.”

 대화가 길어져 곤란하던 차에 한새가 끼어들었다.

 “그룹 결성 전에도 여섯 명이서 숙소 생활 하고 그랬기 때문에 어색함 전혀 없었어요. 누누이 얘기하지만 원래 이라가 엔돌핀이었고, 유진이 형은 솔로로 데뷔하려고 했었어요. 여차저차 이렇게 됐지만.”

 “그 여차저차가 몹시 궁금한데요?”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여러 가지 어른의 사정이..”

 “아, 좀 곤란한 얘깁니까?”

 “그런 건 아닌데 아무래도 이라랑 유진이 둘다 보컬이니까요. 그것도 소울오러 유저이니 굳이 한 그룹에 넣을 필요는 없었을 거예요. 제가 회사 입장이라면요.”

 문 형이 침착하게 정리해줬다. 멤버들과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유진이 형도 회사의 생각에 동의했고, 형이 그룹을 원했기에 나는 솔로를 택했다. 고작 2년 전인데 왜 이렇게 아득한 일처럼 느껴질까.

 “그렇군요. 3465님이 오빠들 식시티엔 어떻게 입사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하셨어요. 이거 나도 궁금하네. 문 씨는 우리 회사 창립 연예인이죠?”

 “하하, 네. 제가 식시티 1호 연예인입니다.”

 “식시티의 숨겨진 사장이라는 얘기가 있어요.”

 “지금 사장님이 사실은 바지사장이라고.. 푸흐흐.”

 나와 한새가 틈새 개그를 쳤다. 연습생 시절에는 문 형을 바지 형이라고 부르고는 했다. 유진이 형은 차분한 성격이었는데 가끔씩 문 형이 아침 식사에 늦으면 ‘이라야, 가서 바지 깨워라.’하고는 했다. 나랑 한새는 킬킬 웃으며 ‘바지 형 일어나~~ ’했고..

 “다른 분들은 어떻게 들어왔어요?”

 “제가 유진이랑 같은 고급 다니고 있을 때라서 데려왔고, 유진이가 제이 데려오고.”

 “유진 씨랑 제이 씨는 무슨 사이에요?”

 “집안끼리 친분이 있습니다.”

 제이는 그 대답을 하며 나를 보았다. 제이는 아까부터 계속 나만 보고 있었다.

 “그럼 한새 씨랑 이라 씨, 막내 야단 씨는요?”

 “셋 다 오디션 보고 들어왔어요. 이라는 실장님 통해서 오디션 보고, 저랑 야단이는 공채 오디션 동기구요.”

 “오호, 그렇군요. 입사 계기는 방송에서 처음 얘기하나 봐요. 팬분들 반응이 굉장히 뜨겁네요.”

 “아, 그런가요? 종종 연습생 때부터 친했다는 얘기는 했었는데.”

 “오디션 볼 때는 뭐로 봤는지 기억나는 거 있어요? 노래나 춤이나.”

 DJ형은 한새부터 시켰다. 한새 새끼가 기억 안 난다며 뻥치길래 내가 “너 트로트 불렀잖아~~^^*” 친절히 얘기해줬다. 결국 구수하게 한소절 불렀다. 나랑 문 형은 쿡쿡 웃었다. 야단이는 짧게 랩을 했다. 오디션 볼 때 다 같이 밖에서 기웃댔었는데 잘생긴 어린애가 랩을 너무 잘해서 감탄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라 씨는요?”

 “쟤는 발라드 세 곡 불렀어요. ‘힘내라’랑 ‘세월의밤’이랑 ‘open the do’ 세 곡이요.”

 내가 뭐라 할 새 없이 한새가 일러바쳤다. 시발.. 이렇게 금방 부메랑 맞을 줄은.

 난 짧게 짧게 세 곡을 불렀다. DJ형은 물론 작가님들도 환호를 해줬다. 멤버들도 노래 하난 기가 막힌다며 웃음 짓고 있었다.

 이 실장님의 권유로 오디션을 봤을 때 나는 통통한 시골 촌놈 같았는데, 노래를 부르고나서 면접관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때부터 됐다! 싶었다. 오디션을 통과하고 보컬 트레이닝을 받을 때도 늘 칭찬과 경탄만 들었다. 그래서 나도 내가 노래를 잘 부르는 줄 알았다. 유진이 형의 노래를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형에게는 내가 낼 수 없는 목소리와 흉내 낼 수 없는 묵직함이 있었다. 처음으로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었고, 동경심을 안겨주었다. 처음 친해진 사람도 유진이 형이었다. 그러다 형이 제이를 소개해줬고, 그 후로 내 인생은 내 이성을 벗어나게 되었다.

 DJ형은 몇 번 더 내 노래를 칭찬하다가 광고를 틀었다. 멤버들과 나는 헤드셋을 벗고 DJ형이랑 얘기를 나눴다. 작가님이 스크립트를 가지고 들어와 문 형과 DJ형에게 줬다. 둘이 대본을 읽는 사이 다른 멤버들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들을 보고 있었다.

 난 목을 좀 축이고 싶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복도의 정수기 물을 마셔야겠다고 생각하고 일어나려는 찰나였다.

 “이라, 목마르면 물 마셔.”

 제이가 자신의 생수를 건네줬다. 댓글만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응, 땡큐. 다 마셔도 돼?”

 “다 마셔. 얼마든지.”

 그리고 제이는 다시 댓글로 시선을 돌렸다. 나도 물을 다 마시고 내 앞의 모니터를 봤다. 새로고침 할 때마다 백 개는 업뎃되는 것 같았다.

 ┗혐이라 노래존못 탈퇴해라.

 왜..

 왜 이런 댓글들만 눈에 띄는 걸까? 노래 좋았다는, 사랑하고 고맙다는 수없는 댓글들이 사이에서 왜 혐이라 라는 단어만 선명하고 정확하게 보이는 걸까. 그만큼 많이 올라오기 때문인 걸까..

 멤버들 눈치를 살폈는데 그 댓글을 못 본 건지 미소만 짓고 있었다.

 “너도 댓글 보고 있냐?”

 “어, 응.”

 제이가 어느새 나를 보고 있었다.

 “방금 그 댓글 봤어?”

 “어.. 보긴 봤는데.”

 역시 보인 건가. 난 신경 안 쓰니 괜찮다는 말을 하려는데 제이가 눈까지 접으며 웃었다.

 “나도 네 오디션 곡 중에선 ‘힘내라’가 제일 좋더라고. 역시 팬들도 그게 제일 좋은가보네.”

 “어...?”

 “손 줘 봐.”

 “왜 갑자기.”

 “일단 줘.”

 제이가 내 손을 붙잡았다. 깍지를 끼더니 지 얼굴에 갖다 댄다.

 “드디어 미친 거냐?”

 얼굴을 찡그리며 묻자 제이는 손을 더욱 꽉 잡더니 어느 때보다 근사하게 웃어 보였다.

 “팬서비스.”

 “별.. 야, 한새놈이랑 손 쳐 잡아. 왜 하필 난데?”

 “너랑 내가 제일 많으니까. 가만히 있어.”

 제이가 뜻 모를 얘기를 하며 다른 쪽 손으로 내 귀 뒤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난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없었어도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다.

 “점점 빨개지는군.”

 제이는 웃는 낯으로 내 얼굴 상황을 생중계했다. 시발새끼.. 제이는 진짜 잘생긴 시발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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