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린황후-36화 (37/42)

15. 궁 밖에는 뭐가 있어?

강희왕과 강연왕의 혼례식은 생각보다 작은 규모로 준비되었다.

이복형제이자 사촌인 두사람의 혼례식이 생각보다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대신들은 그들의 혼례식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강희왕과 강연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그들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있었는 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축복한 것은 선대황제였다.

“첫날밤에는 과하게 하지마라”

“왜?”

“강희왕이 버틸 힘이 있어야 일주일 내내 할 수 있지 않겠느냐”

“훗! 그렇겠지?”

“그리고 이것....”

선대황제는 음흉하게 웃고 있는 강연왕에게 자그마한 병을 품으로 찔러넣어주었다.

강연왕은 작은 병의 뚜껑을 열어 향을 맡아보고는 씨익 웃었다.

작은 병의 내용물은 사가에서 첫날밤을 치루는 신부에게 먹이는 미약인데, 첫날밤의 공포를 잊게 해주고 사내를 받아들이기 쉽게 해주는 것이었다.

강희왕이 표면상 신랑일 뿐이라는 걸 아는 몇안되는 사람중 한사람인 선대황제는 강희왕이 덜 아프길 바라며 강연왕에게 미약을 선물 했을 뿐이고, 손에 넣은 것을 요긴하게 쓰려고 계획하는 강연왕은 음흉할 뿐이다.

“....에휴....”

“한숨 그만 쉬시지요. 복 날라갑니다”

“황제폐하. 저는 억울합니다. 당한건 전데 왜 제가 욕먹냐구요”

얼마전 취루관의 형제들에게 새로운 테크닉을 배워왔다던 강연왕은 강희왕의 위에서 강희왕을 괴롭히고 있었는 데, 갑자기 그가 위치를 바꾸더니 강희왕의 꽃잎에서 자신을 꺼내고는 강희왕의 것을 자신의 꽃잎에 넣으라고 했다.

강희왕은 울며불며 겨자먹기 식으로 어쩔수 없이 강연왕의 꽃잎에 파고들었는 데, 때를 맞추어서 내관과 나인들이 들이닥쳐버렸다.

오랜시간 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정액으로 인해 축축해진 침대 시트로 인해 민망해죽겠는 데, 맨날 때리는 것도 모자라서 밤일까지 매일하냐며 원망하는 듯한 눈빛을 모두 받아버린 강희왕이었다.

아무리 억울해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미 황궁 내에서는 강희왕의 정력이 과해서 약한 강연왕이 괴롭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산적 같은 등치와 외모를 가졌음에도 마음이 따스한 사람이라고 판단된 강연왕은 여론의 힘을 입어 강희왕을 더더욱 궁지에 몰았고, 혼례식 전날에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함부로 월담하지 않는 것 뿐이었다.

어릴적부터 매일밤 월담해서 다음날 아침 호위무사들에게 끌려온 적이 수도 없는 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니 다행일지도 모른다.

뒷골목에서 죽으면 그 시체를 찾을 수 있는 확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저는 그저 황후가 사랑스러우니까 밤을 보내는 것인데, 짐승이라고 속닥거리는 것들도 있더군요”

“..........”

“우리 연이가 얼마나 사랑스러운데....숙부님 연이 아주 사랑스럽죠?”

연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황제는 강희왕이 자신을 바라보는 지 잊은 듯이 환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어느 누구에게든 친절한 영인왕이 전사한 후, 그나마 있었던 표정조차 사라져 싸늘하기만 했던 황제는 이제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영인왕이 남긴 아이는 그렇게 황제에게 기쁨과 행복을 가르쳐주고 있기에....

그것을 보고 안심한 강희왕은 살며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황후폐하께서 저의 혼례식에 참석하실수 있도록 허락해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짐의 황후를 넘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풉....”

“아직 완전하게 얻은 아이가 아니기에 초조합니다. 어릴적부터 같이 있어서 저를 사랑한다 착각하고 있을 까봐....”

“그럴지 없습니다. 황후폐하는 진심으로....”

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황제를 포함한 황실 식구들은 강연왕과 강희왕이 살게될 저택에서 혼례식을 지켜보았고, 두사람은 영원히 함께 할 것을 맹세하며 하늘과 땅에 제사를 올렸다.

그들의 진행되는 사이 황궁에서는....

“힝~ 유모 나 한번만 나갔다 오면 안돼?”

“안됩니다”

“숙부님들이 혼례식을 치루는 데....”

“폐하께선 나가시면 아니되신다고 하셨습니다”

유모의 단호한 말에 아이는 섭섭한듯 눈물을 글썽였다.

태어난지 얼마 안되어 황궁에 입성한 아이는 단 한번도 황궁 밖을 나가본 적이 없었다.

황궁이 워낙 거대하고, 황후전만 따로 보더라도 산 하나와 커다란 호수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거대한데 아이가 황후전을 모두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오랜시간이 걸렸다.

그런 아이가 황궁 밖의 세상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는 평생을 황궁에서 보내야하는 황후였기 때문이다.

물론 선대 황후는 예외였다.

왜냐하면 그녀의 집안이 대대로 장군직을 수행했던 무관집안이었기 때문에 태자비 시절 자신의 부군과 함께 참전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 지 궁금한 황궁 밖의 세상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그곳에 대해 알려주는 이는 이제 없었다.

황제의 철저한 감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실 식구 모두가 강연왕과 강희왕의 혼례를 축하하는 사이 아이는 무료할 뿐이다.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기에 더더욱 무료한 것일지도 모른다.

해가 지고 연회가 시작되었을 것이 분명한 저녁 아이는 잠자리에 들어가야만 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키가 자라기 때문이다.

잠이 오지 않은 아이는 이리뒤척 저리뒤척하며 시간을 보내보지만 이날따라 잠이 더욱 오지 않았다.

결국 잠들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아이는 조용히 숨을 죽이고 밖에 누군가 있는 지 소리를 들었다.

풀벌레가 우는 소리만 존재하는 밤이라는 걸 확인한 아이는 두리번 거리며 확실하게 누가 없음을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방을 나서고 있었다.

가을이 다 되어가는 때인지라 저녁에는 시원하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아직 안자고 있었던 계냐?”

아이는 갑작스래 등장한 황제로 인해 놀라 주저앉았다.

“유모가 자고 있다고 했는 데....”

“......”

“일찍 자야 일찍 일어난다”

아이를 일으켜 흙을 털어준 황제는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는 습관대로 황제의 목에 팔을 두르고,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아이가 많이 자랐음에도 황제는 아이를 어린 아이처럼 다독여주고 다정하게 안아준다.

“형아. 숙부님들 혼례식 잘 치루었어?”

“응”

“나두 가고 싶었는 데....”

아이는 아쉽다는 듯이 말꼬리를 흘리며 말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다독여주며 침실로 들어간 황제는 아이의 아쉬움을 알면서도 모른척했다.

자신만 바라보고 자신만 알게 된 아이다.

조금이지만 대신들 앞에 서고 있지만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어야 할 존재기에 황궁 밖의 세상에 내놓기 싫었다.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두어야지만 자유롭게 날아가지 않을 것이기에....

아이가 아프더라고 떠날 수 없게 할 것이다.

황제는 그렇게 다시금 다짐하며 아이를 침대에 눕혔다.

“형아 나 밖에 나가고 싶어”

“밖? 후원 말이냐?”

황제는 모른척하고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황제에 대해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황제의 품에서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아니....밖에....바다....”

황궁에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자유롭게 살수 있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아이는 황제의 것이고, 아국(我國)의 황후였기에....

황궁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서 백성들을 보살필 이가 되었기에....

“다음에 데려가주마”

황제는 아이에게 속삭이며 약속하자, 아이는 황제의 대답에 좋아하며 잠들었다.

아이의 꿈속에서는 황제와 함께 바다를 뛰어놀 것이다.

황제의 약속이 지켜질 것인지 의심스럽지만....

그렇지만 아이는 믿을 것이다.

황제가 자신을 바다에 데려다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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