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린황후-34화 (35/42)

13. 나 시집 갈꺼라구!!

지끈 거리는 허리와 따끔 거리는 꽃잎으로 인해 잠에서 깨어난 강희왕은 자신이 침대에 묶여 있음을 발견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며 덥친 강연왕은 어디로 갔는 지,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아 강연왕은 그가 어디로 갔는 지 궁금했다.

이왕 가려면 풀러주고 가지라고 생각하던 강희왕은 오랜만의 휴식이니 조금만 더 눈 붙이고 있자하고 생각하였다.

강연왕에게 어울릴만한 여성을 찾느라 수많은 족자를 펼치고 그녀들에 대한 서류들을 보느라 하룻밤을 꼴딱 새 버렸었던 지라 휴식은 너무도 달콤했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너무 시달려서 아프다는 것 정도?

강희왕이 침대에 묶여 있는 사이, 강연왕은 조카인 황제가 일하고 있는 집무실로 달려갔다.

“강희왕을 내 호적으로 넣어주게나. 황제조카님!”

“이미 같은 호적을 가지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라....강연왕의 반려로.....”

-쾅!!!

“형아!!!!!!”

강희왕을 자신의 왕비로 삼으려고 하는 강연왕은 자신의 말이 끊긴 것에 대해 강한 분노가 생겨 자신의 말을 끊어버린 자에게 살기어린 눈빛을 보냈다.

“.....우......우아아아아아아앙!!!!!!!!!!!!!!!!!!!!!!”

다른 곳에서는 스승들이 가르쳐준 대로 엄숙하고 위엄있는 황후지만 자신의 반려인 황제 앞에서만큼은 어린 아이와 같은 아이는 전쟁터에서 다져진 살기를 이길 수 없었다.

놀란 아이가 크게 울어버리기 시작하자 황제는 얼른 달려가서 친히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고, 강희왕을 자신의 왕비로 삼으려다가 강연왕은 빨리 나가달라고 말하는 황제의 눈빛에 항의하려다가 한숨을 쉬고는 나가버렸다.

강연왕이 쫒겨나는 사이 아이는 열심히 훌쩍이며 황제의 어깨에 눈물을 닦았다.

“가짜로 우느라 고생했구나. 아가”

“헤헤헤. 형아 어떻게 알았어?”

“그건 비밀이다”

사실 아이는 어지간한 살기에 놀라지 않았는데, 아무리 전쟁터에서 구르고 또 구르느라 얻게 된 강한 살기라고 해도 놀라지 않았다.

그 이유는 살기라는 것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형아. 아까 산적 숙부님 방에 가니까. 검술 숙부가 묶여있었다”

“그래?”

“그래서 내가 풀어줬어. 잘했지?”

아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자 황제는 아주 잘했다라며 엉덩이를 다독여주었다.

아이가 황제의 집무실에서 가짜 울음을 터뜨리던 시각에서 1시진 전....

아침 검술 연마를 하기 위해 강희왕을 기다렸던 아이는 강희왕이 오지 않자 그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가 어릴 적부터 살았다는 처소에도 찾을 수 없자 지나가는 내시에게 그가 어디 있는 지 말하라고 명하였다.

아이가 지나가다 붙잡은 내시는 어제 강희왕의 명에 따라 처녀들의 족자를 옮겼던 내시였던지라 강희왕이 강연왕의 처소에 있을 것이라고 고하였다.

아이는 내시의 안내를 받아 강연왕의 처소로 갔는 데, 그곳에서 이불로 하체만을 가린채 침상위에 구속되어있는 강희왕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울긋붉긋한 자국이 몸 구석구석에 있는 것을 보며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짐작한 아이는 조용히 강희왕을 풀어주었다.

“못난 꼴을 보여드려서 송구하옵니다. 황후폐하”

“아니예요. 숙부님. 그런데....괜찮으세요?”

“아뇨! 안괜찮습니다! 이렇게 아프게 하다니.....아무래도 그 인간 한번 잡아야겠습니다”

두명의 숙부 사이에서 벌어진 사랑싸움에 끼어들어서 등터지고 싶지 않았던 아이는 분노에 불타오르고 있는 강희왕에게서 도망쳐서 황제에게로 왔다.

그곳에서 무언가 이야기하려는 듯이 입술을 달싹이던 강연왕을 보고는 얼른 우는 척을 하였는 데, 자신이 우는 척 하고 있는 것을 황제에게 들킬 줄은 몰랐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리겠군”

“응!”

“아가. 오늘 검술 시간이 없는 게냐?”

“웅!”

“내일은 분위기 봐서 휴일이겠지?”

아이는 순진한 눈을 반짝이며 끄덕거렸다.

황제는 아이의 순진한 눈망울을 쳐다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일주일동안 방학해야겠다.”

황제는 조금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아이의 엉덩이를 다독였다.

황제가 하는 말의 뜻을 모르는 아이는 고개를 꺄우뚱거리다가 엉덩이를 다독여주는 손길이 음흉해지는 것에 얼굴을 붉혔다.

“긴 방학동안 편하게 쉬자꾸나”

황제가 아이를 덥치기 바로 직전과 같은 시각.

오랫동안 묶여있어 팔이 저릴 것이 분명한 강희왕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의 처소로 간 강연왕은 강희왕이 이미 침대에서 풀려난 것을 보고 놀라 굳어버리고 말았다.

강희왕의 뒤쪽에서는 어둠의 기운이 폴폴 날렸지만 그것을 피해 도망가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제가 그만하라고 했지요. 형.님.”

“헉!! 그....그게....”

“형님도 한번 당해보세요. 얼마나 아픈데!!”

강희왕의 눈가에 눈물이 서리자 강연왕은 강희왕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 미친게 분명하다. 너를 아프게 하다니....미안하다”

“정말 미안하십니까?”

-끄덕

강연왕이 끄덕이자 강희왕은 강연왕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선언하듯 차갑게 말하였다.

“그럼 혼례식을 치루시지요”

“나랑 혼인해줄꺼야?”

“누가 형님과 한답니까? 형수님이 되실 분을 고르라는 말입니다”

“강희왕!!”

“형님께서 직접 골라주십시오”

“싫어!!!”

싫다고 하는 강연왕을 싸늘하게 내려다본 강희왕은 강연왕을 두고 그의 처소를 나갔다.

남겨진 강연왕은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떠나버리려고 했던 것을 잡으려고 했을 뿐인데....

결국 이렇게 떠나버릴 것을 왜 같이 있어주었는 지....

강연왕은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지 못한채 무심히 흘려보냈다.

강연왕을 두고 나간 강희왕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강연왕을 장가보내야하는 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만 했다.

저렇게 싫어하는 장가를 보내지 않고 그냥 있으면 좋겠는 데....

하지만 강희왕은 강연왕이 좋은 여자를 만나 아들딸 구별말고 낳아서 함께 행복하게 웃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그래야만 자신의 어미가 마지막으로 부탁한 강연왕의 웃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자가 생기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황가 사람들의 피를 이어받은 강희왕이지만 외가의 피도 흐르고 있어 자제를 할 줄 알았다.

무조건 달려가는 황제와 강연왕과 다르게 이성적으로도 생각할 줄 아는 강희왕은 이번이 마지막으로 상처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꺼 할 꺼야!!”

한참동안 울고 있던 강연왕은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닦고는 외치고는 강희왕의 처소로 달려갔다.

강연왕이 달려오는 때와 같은 시각, 강희왕은 술잔을 기울리고 있었다.

강연왕을 상처주었다는 것이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겨우 이틀이란 시간동안 벌어진 일 치고는 너무 커서 강희왕은 술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강희왕!!”

술을 한들통 마신 것처럼 취한 강희왕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이를 보고는 헛것을 보는 줄 알았기에 환하게 웃으며 강연왕을 반겼다.

“형님~ 예쁜 귀족 여자들이 많아요~ 그녀들은....그녀들은.....아....뭐가 좋더라?”

“..........”

“아! 맞다! 그녀들은 정숙하고 현명해요. 그러니까 형님의 외로움에 지친 마음을 채워줄 것입니다”

강연왕은 언제나 자신을 걱정하는 강희왕을 보며 미안해졌다.

자신이 나이가 더 많음에도 받기만 했었기에.....

“난 장가 안갈꺼야”

“왜요~ 장가 좋잖아요. 아름다운 부인과 형님을 닮은 아이들이....딸꾹....”

“나 시집갈꺼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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