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린황후-32화 (33/42)

11. 우리 아이가 삐뚤어졌어요!?!

선선대 황제는 덩치가 무지 컸다.

선선대 황제의 모습을 쏙 빼닮았다고 하는 강연왕(鋼鍊王)은 과거 황태자였던 선황제의 지지 세력들에게 수도없이 암살 위협에 시달렸었다.

그러다보니 월담은 기본이고, 으쓱한 골목길에 있는 잡배들과 뛰어놀아 능글맞은 성격으로 자랐는 데, 하마터면 불량 어른으로 성장할 그를 붙잡은 것은 그의 이복동생이자 외가에선 사촌동생인 강희왕(江熙王)이었다.

그러다보니 강희왕(江熙王)에게 한없이 약한 강연왕(鋼鍊王)이었다.

물론 강연왕(鋼鍊王)보다 강희왕(江熙王)이 강한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과거 어느날처럼 월담하여 으쓱한 골목길과 사창가에서 한바탕 밤을 즐겨보려던 강연왕(鋼鍊王)은 월담한 것을 강희왕(江熙王)에게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없자 뭔가 허전한듯 고개를 자꾸만 꺄우뚱거렸다.

그 모습을 보는 시녀들은 꺄아~거리면서 귀엽다고 난리가 아니었지만 그것에 신경 쓸 강연왕(鋼鍊王)이 아니었다.

그의 인생은 무조건 강희왕(江熙王)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컥!! 쾅!

아침 일찍부터 강연왕(鋼鍊王)의 처소에 강희왕(江熙王)이 들이닥쳤다.

강연왕(鋼鍊王)은 자신이 늦게 일어났나 싶어 창밖을 쳐다보았지만 어느 때처럼 바른생활을 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거기 빨리 들어오게”

“예. 전하. 전하께서 빨리 들랍신다~”

“예이~”

강연왕(鋼鍊王)은 강희왕(江熙王)이 갑자기 들이닥친 것에 놀라다가 더 놀랄만한 일에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산더미나 다름없이 수많은 족자들이 내관들에 의해 자신의 방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강희왕(江熙王). 이게 머냐?”

“....아....이거요?”

“그래. 이거!”

“형님 맞선 상대입니다”

“뭐?”

“제가 하나하나 훑어보고, 고르고 또 고른 처자들입니다. 괜찮은 여자 있는 지 고르세요”

고르고 또 고른 처자라더니 저렇게 많이 쌓여있는 것에 강연왕(鋼鍊王)은 항의하고 싶었다.

그러데 강연왕(鋼鍊王)이 하나 놓친 것이 있었다.

아니, 놓치고 지나갈 뻔 했던 강희왕(江熙王)의 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 맞선 상대??”

“네”

“여기 있는 족자들 모두?”

“당연하지요”

맞선 상대는 바로 결혼을 약속할 대상이었다.

강연왕(鋼鍊王)은 갑자기 들이닥쳐진 현실에 너무너무 놀라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강연왕(鋼鍊王)을 모르는 지 아니면 무시하는 건지 강희왕(江熙王)은 뒤적거리며 강연왕(鋼鍊王)이 좋아할만한 풍만한 여성을 찾고 있었다.

가슴이 크고 키가 큰 여성을 좋아하는 강연왕(鋼鍊王)이었기에 그런 여성을 찾기에 쉽지 않았지만 다행히 아국(我國)의 북방 여성들 중에는 강연왕(鋼鍊王)이 좋아할많한 여성들이 많았다.

우선 그런 여성들부터 찾아낸 강희왕(江熙王)은 강연왕(鋼鍊王)에게 그녀들이 그려진 족자를 들이밀었다.

“한번 훑어보시고 말씀하세요”

“어이~ 나는 아직 혼인할....”

“닥치고 보세욧!”

날카로운 강희왕(江熙王)의 말에 강연왕(鋼鍊王)은 족자를 보는 시늉을 해야만 했다.

최근 잘못해도 때리지 않더니 아침부터 족자를 들이밀어서 정신적으로 괴롭히나 싶어 눈치를 보던 강연왕(鋼鍊王)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족자를 내던져버렸다.

“안봐!!!”

“그냥 보시죠”

“내가 왜봐!!!”

“형님께서 혼약하셔야한다니까요”

“싫어!!!”

강희왕(江熙王)은 강연왕(鋼鍊王)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도 어린애처럼 저렇게 떼쓰다니....

강희왕(江熙王)은 강연왕(鋼鍊王)의 뒤통수를 한 대치고 바닥에 패대기 쳐버린 후에 비오는 날 먼지 날리듯 밟아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여기서 잘 해주지 않으면 강연왕(鋼鍊王)이 맞선할 때 도망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형님. 곧 40인거 아십니까?”

“아니얏!! 난 아직 30대 중반이라굿!!”

“형님. 세월은 빠르다구요”

“그래서?”

“그러니 어서 제게도 조카를 보여주세요”

강희왕(江熙王)의 말에 강연왕(鋼鍊王)은 화가 났다.

왜 이렇게 자신을 장가보내려고 하나 싶어서....

하지만 뭐라고 해야 장가를 보내려는 상황을 취소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차버렸음에도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이럴 때에는 강희왕(江熙王)의 똑똑한 머리가 부러워지는 강연왕(鋼鍊王)이었다.

“왜?”

“제가 더 이상 뒷바라지 해 드릴 순 없잖습니까”

“무슨 소리지?”

강희왕(江熙王)의 말에 강연왕(鋼鍊王)은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버렸다.

언제나 자신을 따라다니며 자신의 곁에 있어주던 동생이었다.

전쟁터에서도 자신의 등을 맡길 정도로 신임하는 전우이며, 외로울 때에는 항상 보듬어주고, 슬플 때는 위로해주며, 기쁠 때에는 같이 웃어주는....

마치 쌍둥이와도 같은 그런 존재가 바로 강희왕(江熙王)었다.

그런 강희왕(江熙王)의 말은 강연왕(鋼鍊王)에게 배신으로 다가왔다.

항상 같이 있어주마라고 말하고서 떠나가려는 강희왕(江熙王)이 용서가 되지 않았다.

아직 떠나지 않았고, 그저 결혼만 시키려는 것일 뿐이라는 걸 잊고는 어느새 머릿속으로 결론을 내린 강연왕(鋼鍊王)이다.

“모두 다 나가!!”

강연왕(鋼鍊王)의 명령에 놀란 내관들은 손에 들고 있던 족자를 놓고는 얼른 강연왕(鋼鍊王)의 방을 나섰다.

조용히 보려나 싶어 강희왕(江熙王)이 나가려고 하자 강연왕(鋼鍊王)은 강희왕(江熙王)을 붙잡았다.

“형님?”

“이리 따라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민감하게 느낀 강희왕(江熙王)은 속으로 많이 놀라고 있었다.

이렇게 화낼줄 알았으면 더 많이 가져 올 걸이라고 생각하는 강희왕(江熙王)과는 달리 강연왕(鋼鍊王)은 자신에게 여자의 족자를 들이 밀은 강희왕(江熙王)을 용서해줄 생각이 없었다.

강희왕(江熙王)은 갑작스런 강연왕(鋼鍊王)의 강한 힘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침상 위에 엎드려 졌다.

“형님. 장난하십니까? 누워서 족자 보시려구요?”

강희왕(江熙王)의 물음에 강연왕(鋼鍊王)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말 없는 강연왕(鋼鍊王)으로 인해 강희왕(江熙王)은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형님!!!”

“가만있어!”

“풀러주세요!!”

강연왕(鋼鍊王)은 강희왕(江熙王)의 두팔을 뒤로 꺽어 자신의 허리끈으로 묶어버렸다.

그리고는 강희왕(江熙王)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목덜미를 제대로 붙잡아 눌렀다.

“항상 내 곁에 있어준다고 했잖아!!!!”

“형님!!!”

“약속했잖아!!!!”

어미가 떠남을 알고 있는 버려진 아이가 이렇게 외치는 것일까?

강희왕(江熙王)의 마음을 아프게 할 정도로 강연왕(鋼鍊王)은 소리치고 있었다.

“그랬으면서!!! 왜 나를 떠나려고 하는 거야!!!”

“떠나려는 게 아닙니다”

“아니야!! 그런 여자들에게 나를 두고 가려고 했잖아”

이미 강희왕(江熙王)이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강연왕(鋼鍊王)에겐 아무런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절대 못 가게 할 꺼야!! 아니!! 내가 못 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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