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린황후-31화 (32/42)

10. 야심한 시각! 건전하게~

밤늦게까지 황제와 정사를 나누었던 아이는 자다 말고 일어나 황제가 자고 있는 지 확인하였다.

고른 숨을 쉬며 잠들어있는 황제를 확인한 아이는 방긋 웃으며 얼른 침상에서 내려와 방을 나섰다.

으쓱한 곳에서 황후전을 지키고 있는 그림자 호위들은 아이가 방에서 나오자 조심스럽게 아이의 움직임에 집중하였다.

살금살금 발자국 소리가 안 들리도록 움직인 아이는 황후전의 뒷문을 벗어나자 후다닥 달리기 시작했고, 아이를 지켜보단 그림자 호위들도 덩달아 달려갔다.

“황후가 어디갔는 지 확인하고 오라”

“예. 폐하”

최근 밤마실을 나가는 아이가 신경쓰였던 황제는 아이가 가는 곳을 그림자 호위에게 확인하도록 했다.

매일밤 아이가 가는 곳은 바로 황가 식구들만 사용하는 연무장이었다.

그곳에서 아이는 아침나절동안 배운 검술을 복습해보는 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그림자 호위들은 아이가 검술을 연마하는 데에 있어 노력하는 모습에 감탄하였다.

지식만 아니라 검술에도 능한 황후는 그림자 호위에게 있어서 존경할만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림자 호위들은 황후가 기어 다니던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온 존재이니 아이의 성장은 그림자 호위들에게 아주 흐뭇한 일인 것이다.

“....음....내 귀여운 황후가 그곳에서 검술을 연마하고 있다고?”

“예. 폐하”

“사랑스런 황후가 어두운 곳이라 다칠수 있는 데 그냥 놔둔 것이냐?”

“....저....그게....”

낮에 실컷 검술을 배우고서 밤에는 자신과 시간을 보내면 좋은 데, 어째서 저렇게 나가서 노력하는 지 황제는 이해하지 않았다.

얼마전 우대신 하율 장계석을 포함한 스승들에게 배우는 것들이 전술(戰術)과 관련된 것임을 알게된 황제는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 지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이래서 피는 못 속이는 것인가 보다.

죽은 영인왕(永仁王)처럼 전쟁터에 나가려고 하는 것이 뻔하게 보여서 황제는 걱정이 더욱 앞서고 있었다.

영인왕(永仁王)처럼 전쟁터에서 선두에 설 장수가 되려면 아주 어릴적부터 체계적으로 배워야한다.

그렇기에 일부러 아이에게 그쪽 지식을 가르치지 않았으며, 아이가 황후전에 있는 동식물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한 것이다.

황제의 의도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고 있는 아이로 인해 황제는 조금 화가났지만 어쩔수 없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무장으로 간다”

“예!”

황제는 아이가 검술을 연마중인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아주 밝은 보름달이 떠서 연무장은 어둡지 않았고, 아이의 움직임이 확실하게 보이고 있었다.

황제는 자신이 보아도 노력하고 있다는 게 보여 아이가 잘 자랐음에 흐뭇했지만 저렇게 잠을 안자고 무리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앗! 틀렸다”

아이는 자신이 틀렸음을 발견하고는 스스로 머리를 쥐어박더니 다시 처음부터 배운 것을 연마하기 시작하였다.

서툰 몸짓이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황제는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얼마큼 아이가 연습하였을 까?

어느새 아이의 몸은 땀으로 적셔지고 있었고, 가픈 숨을 내쉬는 모습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았다.

황제는 그러한 아이를 보며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이가 침상에서 얼마나 색스럽게 보이는 지....

저렇게 땀에 적셔져서 가픈 숨을 내쉬며 자신의 움직임을 서툴게 따라하며 울먹이던 그....

황제는 그 모습을 생각하기만 해도 불끈 솟아오르려는 하체를 자제시키고는 숨어있던 몸을 드러내기로 했다.

“이 야심한 시각에 자지 않고 무엇을 하는 게냐?”

아이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황제를 바라보았다.

혼날까 싶어 눈치를 보며 조심스래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몸 뒤로 숨긴 아이는 주눅이 들어있었다.

그런 아이를 혼낼 생각이 없던 황제는 아이를 품에 안아 들어올렸다.

“이런 밤에 연무장에 나와선 안된다는 거 모르는 게냐?”

-도리 도리 도리

“그럼 왜 밤에 나온게냐”

아이는 황제가 혼내지 않자 시선을 피하지 않고 황제와 눈을 마주쳤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본 황제는 아이가 울 것 같아 아이를 데리고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정원으로 향했다.

풀벌레 소리만이 존재하는 정원은 흐르는 물로 인해 타인에게 두사람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아 조용한 대화나 두사람만 아는 대화를 나누기에 아주 좋았다.

황제의 품에 안겨진 채로 정원에 도착한 아이는 황제가 혼내지 않자 조심스럽게 황제의 목에 팔을 둘렀다.

황제는 아이의 등을 다독이며 정원 중심에 위치한 돌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았다.

“이런 밤에는 무엇을 해야한다고 했지?”

“자요”

“푸욱 자는 것만 해도 된다고 했지?”

-끄덕 끄덕

“그런데 왜 안자고 나온게지?”

아이는 황제의 질문에 눈을 잠시 피하였다.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황제는 답을 알고 있어도 모른 척하며 아이를 재촉했다.

“말해보거라”

아이는 황제의 다정한 말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장군이 되고 싶어요”

아이의 말에 올것이 왔다는 듯이 황제는 바짝 긴장하였다.

예상대로 아이는 영인왕(永仁王)과 같은 길을 걷고 싶어했다.

“그래서 열심히 연습했지만 안되요”

“왜지?”

“저랑 같은 나이인 사람들은 벌써 하사관이 되어서 장군의 휘하에 들어가잖아요”

울먹이며 아이가 말하자 황제는 엉덩이를 다독여주었다.

“너는 내 황후다”

“....하....하지만....”

“네가 전쟁터로 나간다면 어떻게 되겠느냐”

아이는 장군이 되고 싶어 한다.

그 생각을 하게 된 이유를 황제는 모르지만 말이다.

“황후는 무엇이지?”

“황제의 반려이며 아국(我國)의 백성들을 따스하게 보살피는 어머니요”

“그래. 잘 알고 있구나”

황제는 아이가 잘 교육 받았음에 아직도 서류에 치여 야간 근무를 하고 있을 우대신 하율 장계석을 포함한 스승들을 봐주기로 했다.

물론 우대신 하율 장계석을 포함한 스승들이 황제가 원하지 않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쳤다는 것에 대한 벌은 모두 마치고서....

이렇게 잘 가르쳤으니 아이가 잘 대답하는 게 당연하지만 아이가 워낙 똑똑한 아이니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대답을 하는 것이지...라는 팔불출 생각을 하는 황제였다.

“그렇다면 황후가 장군이 되어 전쟁터로 나간다면 어떻게 되겠는 가?”

-도리 도리 도리

“황후가 다치면? 어머니가 다치면 어떻게 되지?”

아이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라며 놀라 눈을 크게 뜨고는 황제를 바라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특히 아이들에게....그건 잘 알고 있겠지?”

-끄덕 끄덕

“아국(我國)의 백성들은 아이와 같다. 그래서 황제가 백성들을 이끌고, 황후가 백성들을 보살피는 것이지”

황제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아이는 황제의 설명을 듣는 사이 어느새 황제에게 설득당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장래 희망이 바뀌었다.

“형아! 나 훌륭한 황후가 될 거예요!”

아이의 장래희망까지 바꾸는 데 성공한 황제는 아이의 선언이 기쁜지 아이와 함께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그림자 호위들은 눈물을 뿌리며 무예에 능한 황후를 포기해야했다는 걸 황제는 알고 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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