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린황후-27화 (28/42)

06. 안녕? 방가방가

받아들이는 것은 익숙해졌지만 한번 하면 삼일에서 일주일 정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아이였다.

그렇다보니 황제는 아이를 매일 탐할 수 없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자신의 것이라는 증명인 정조대가 채워진 엉덩이를 다독이며 아이를 침대에 눕힌 황제는 아이를 재촉하였다.

“얼른 자거라”

“히이잉”

아이는 황제의 말에 싫다는 듯 투정을 부렸지만 황제는 엄하게 고개를 젓는 것으로 아이에게 자도록 하였다.

자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는 조심스럽게 황제를 올려다보고는 눈을 감고 억지로 자보려고 했다.

따스한 다독임이 아이를 잠으로 이끌었고, 고른 숨을 내쉬며 잠에 빠져 버렸다.

“잘자라”

황제가 다정하게 아이의 이마에 키스를 해준 후, 방을 나서고 발자국 소리가 멀어질 무렵 아이의 눈이 떠졌다.

아이는 황제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잠든 척 했는 데, 황제가 황후전을 떠나자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헤헤헤”

아이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정원으로 나왔다.

작은 연못에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녀서 아이는 그 것을 보며 웃었다.

예쁜 반딧불이는 아이의 주변을 맴돌다가 떠났고, 아이는 아쉬운듯 반딧불이를 쳐다보았다.

사실 황제는 알고 있었다.

아이가 잠든척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아이의 기대감을 빼앗을 수 없어서 모른척 하고 황후전을 떠났는 데, 황제의 명을 받은 그림자 호위들이 아이를 지키고 있어 황제가 아무 말 없던 것이다.

그것을 모르는 아이는 반딧불이에 빠져서 밤을 보내고 있었다.

-부시럭

“웅?”

-부시럭 부시럭

아이는 부시럭 소리가 나는 숲풀을 보다가 무엇이 있는 지 궁금해서 다가갔다.

그때 갑자기 어떤 커다란 손이 아이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덥썩!

“꺄아아아악!!!!”

아이의 비명소리가 들리자 그림자 호위들은 재빠르게 아이에게 달려갔고, 아이의 손목을 잡은 이를 붙잡았다.

“아앗! 미안 미안. 놀래킬 생각은 없었다구~”

붙잡힌 이는 황급히 말해보지만 아이는 너무 놀라서 주저앉아있었고, 그림자 호위들은 검을 뽑아놓고 있었다.

그림자 호위들에게 잡힌 이는 바로 얼마전 수도로 귀환한 강연왕(鋼鍊王)이었다.

자신의 동생인 강희왕(江熙王)의 제지로 인해 조카중 하나인 황후를 만날 수 없었는 데, 몰래 만나보고자 야밤에 담타기를 한 것이다.

“강연왕(鋼鍊王)전하. 이 야심한 밤에 어인 일이십니까?”

과거 강연왕(鋼鍊王)과 전우로 지냈던 그림자 호위중 한사람이 강연왕(鋼鍊王)을 알아보고 그에게 말하였다.

그가 강연왕(鋼鍊王)라는 것을 알게된 그림자 호위는 그를 놓아주었고, 그는 옷에 뭍은 흙을 탈탈 털면서 방긋 웃었다.

“황후조카를 만나고 싶었거든”

“그렇다면 낮에 오시지 어찌....”

“강희왕(江熙王)이 서류를 잔뜩 떠넘겼어”

“그 서류 강연왕(鋼鍊王)전하께서 당연히 처리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데요”

“쳇! 그냥 모른척하고 넘겨버렷!”

투덜투덜 거리던 강연왕(鋼鍊王)은 주저 앉은 아이에게 다가갔다.

“안녕? 방가방가. 황후조카님”

덩치가 크기 때문에 아이가 두려워하는 것도 모르는 강연왕(鋼鍊王)은 아이에게 반갑게 인사했지만 아이는 반응이 없었다.

저 사람이 누구인가 유심히 살피는 아이를 보며 멋쩍은 웃음을 흘린 강연왕(鋼鍊王)은 아이를 덥썩 안아들었다.

“꺄아~”

“숙부가 인사하는 데 아는 척도 안하다니!! 못된 아이는....”

“웅?”

“간지럽혀줄테다~~”

“꺄르르르르르륵”

강연왕(鋼鍊王)은 아이의 옆구리를 간질이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아이는 낮선 사람이 자신을 덥썩 잡아서 놀랐지만 간질이기 시작하자 웃고 장난치다 보니 어느새 조심스럽게 경계심을 풀었다.

“이렇게 자랐을 줄은 몰랐는 걸. 황후조카님”

“누구세요?”

“헉!! 나를 모르는 거야?”

“웅!”

아이가 끄덕이자 강연왕(鋼鍊王)은 충격받은 듯이 아이를 놓아주고 쭈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으흐흑....조카님이 숙부인 나를 모르다니....흑....”

열심히 우는 척 하는 강연왕(鋼鍊王)을 보고 미안해진 아이는 강연왕(鋼鍊王)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하였다.

“동화책에서 나오는 산적아저씨인가요?”

“산적?”

“헉!”

아이의 말에 같은 전우였던 그림자 호위가 헉!하고 놀랐다.

강연왕(鋼鍊王)의 덩치가 크다보니까 그의 별명이 산적이었고, 그것은 강연왕(鋼鍊王)에게 있어서 콤플렉스였기 때문이다.

침입자들이 산적이라고 불렀다가 악날하다고 소문난 고문을 받았다고 소문이 날 정도로 그는 산적이라는 말을 싫어했다.

“산적이라....산적.....그래.....조카님이 나를 모르니까....중얼 중얼”

“산적 아닌가요?”

“산적 아니얏!!! 나는 강연왕(鋼鍊王)이라구!! 네 숙부!!”

“숙부?”

“그랫!!!”

강연왕(鋼鍊王)의 말에 아이는 끄덕였다.

자신에게 숙부가 많은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 놀랐지만 그래도 아이는 좋았다.

아버지인 영인왕(永仁王)에 대해 들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숙부”

“엉? 다시 한번 말해봐”

-수줍 수줍

“숙부~”

“아아아아~~~ 귀여운 우리 황후조카님!!!”

-부비 부비 부비 부비

아이의 숙부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진 강연왕(鋼鍊王)은 아이를 덥썩 붙잡아서 아이의 볼에 털로 덥혀진 얼굴로 부비적 거리기 시작했다.

거친 강연왕(鋼鍊王)의 얼굴이 부비적 거리기 시작하자 아이는 꺄아거리면서 웃었고, 강연왕(鋼鍊王)은 즐겁다는 듯 크고 웃었다.

“거기 무엇하시는 겁니까?”

갑작스래 어둠속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강연왕(鋼鍊王)은 굳어버리고 말았다.

“헉!!”

“서류가 많이 남아있을 텐데요!!”

“강희왕(江熙王)!!!!”

“죽고 싶은 게군요! 형님!!”

강희왕(江熙王)의 등장에 강연왕(鋼鍊王)은 쫄아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동생인 강희왕(江熙王)의 뒤에서는 어둠의 기운이 폴폴 날리고 있기 때문이다.

“도망가잣!!!”

강희왕(江熙王)을 피하기 위해 강연왕(鋼鍊王)은 아이를 안고 있는 채로 후다닥 도망갔고, 그림자 호위와 함께 강희왕(江熙王)은 강연왕(鋼鍊王)을 쫒았다.

“거기 서세요!!”

“싫어~~ 나 때릴꺼잖아~~~”

“알면 조용히 맞으세요!!”

야밤의 도망은 언제 끝날지...

저 위에 떠 있는 달과 별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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