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귀환
황궁을 중심으로 발달한 수도의 시장은 각 지역에서 올라온 특산품과 사람들로 인해 북적거리고 있으며 경제의 중심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빽빽하게 들어선 상점 사이로 크게 나 있는 길은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몰려도 번잡스럽지 않게 해주어 마차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아주 좋았다.
-끼이이익!!!
-히이이이잉!!!!
“워~!!”
갑작스럽게 등장한 마차로 인해 사람들이 놀라는 사이 마부가 말을 멈추게 하고 마차는 급하게 정거하였다.
먼지까지 일으키며 등정한 마차로 인해 놀란 사람들은 마차의 문이 열리자 호기심을 느낀듯 마차에서 내릴 이를 기대하며 시선을 던졌다.
“히야~ 바뀐게 하나 없네”
갑옷을 입은 덩치 큰 남자가 마차에서 내리며 말을 하였다.
그 뒤를 이어 한 청년이 내리려고 하는 사이 덩치 큰 남자는 예쁘장한 여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추근덕 대기 시작했다.
“오홋!!! 예쁜 빨간 치마 두른 아가씨 오늘밤 시간 있어? 나랑 데이트 안 할래?”
아가씨는 남자의 말에 심한 거부감이 느꼈는 지 슬금슬금 피하였고, 덩치 큰 남자는 아가씨를 따라가려고 했다.
청년이 그의 뒤통수를 치지 않았으면 말이다.
-퍽!!
“악!! 아팟!! 왜 세게 때렸어!!”
“아프라고 때린겁니다”
“....아이씨....아가씨가 도망갔잖아”
아쉽다는 듯이 덩치 큰 남자가 입맛을 다시자 청년은 그를 째려보았다.
“오랜만에 수도에 왔으니 기념으로 이쁜 여자들이랑 데이트 하고 싶다구”
“오랜만에 수도에 왔으니 황제폐하부터 만나뵈야합니다”
“쳇!”
나 삐졌어라는 기운을 팍팍 드러내며 덩치 큰 남자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으로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자 청년은 남자의 목덜미를 잡아 끌고가기 시작했다.
상당한 덩치를 가지고 있어서 두려움마저 느낄만한 남자를 가벼운 아이처럼 끌고 가는 모습은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말았다.
“진짜 뽀대 안나게....쳇....”
“그만 투덜거리십시오”
“나 제대로 걸어갈테니까 놔주면 안되냐?”
“그냥 닥치시고 가만히 계시면 안되겠습니까? 형님”
믿거나 말거나 하는 이야기이지만.....
두사람의 다정한 모습은 시장들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웃음을 주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하”
송내관이 황제의 내전에 찾아온 두사람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하자 황궁까지 덩치 큰 남자의 목덜미를 잡고 있던 청년은 송내관에게 살며시 미소 지으며 인사하였다.
송내관에게 인사하느라 청년이 목덜미를 잡고 있던 손을 놓자 남자는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나 송내관에게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와우! 송내관 날이 갈수록 늙어가는 게....나 심히 마음 아프려고 해”
“이 늙은이가 날이 갈수록 늙어가는 게 마음 아프시다면....부디 황궁에서는 말썽 부리지 마십시오”
“에잉~ 내가 무슨 말썽을 부린다고”
“폐하께서 기다리십니다”
섭섭하다는 듯이 덩치 큰 남자가 말하자 송내관은 손자를 보는 듯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두사람을 안내했다.
집무실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서류를 처리하고 있는 황제가 있었고, 황제의 보좌관들은 황제의 재빠른 일처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허덕였다.
그러한 모습을 본 덩치 큰 남자는 황제가 있는 곳으로 후다닥 달려가서 인사하였다.
“요잇! 황제조카님~ 잘 지내 셨는 가?”
단정치 못한 인사를 하는 덩치 큰 남자를 보고 이마를 찌푸린 청년은 덩치 큰 남자의 옆구리를 세게 꼬집으며 황제에게 인사하였다.
“악!!”
“형님은 무시하십시오. 황제폐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두분 여전하시군요”
“바뀌지 않아서 머리가 아프답니다”
고개를 절래절래 젓는 청년은 항의하려는 남자의 정강이를 차버렸다.
“악!! 왜 때려!”
“아프라고 때립니다”
“그러니까 왜!!”
항의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은 청년은 변방지역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담은 보고서를 황제의 앞에 놓았다.
황제는 자신의 앞에 놓인 보고서를 집어 대강 읽어보고는 청년을 바라보았다.
“곧 있으면 영인왕(永仁王) 형님의 유품이 수도에 도착합니다”
“영인왕(永仁王) 전하의 유품이요?”
“네”
영인왕(永仁王)이 전사했을 때, 그의 갑옷과 무기를 훔쳐갔던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전쟁에서 패한 줄 알고 적인 침입자들에게 항복하였으나 침입자들이 당시 황태자였던 휘민에게 패하자 도망쳤다.
그들의 행방을 쫒던 청년은 자신의 이복 형님인 영인왕(永仁王)의 유품을 회수 할 수 있었고 그것들은 청년의 수하에 의해 수도로 옮겨지고 있었다.
시신과 함께 생전에 가장 많이 쓰던 것을 넣어주지 못했던 것을 안타까워하던 그는 이제야 자신이 원했던 일을 이루어서 기쁜 것 같았다.
“황제조카님, 나 아직 황후조카 못 만나봤는 데 만나러 가도 되나?”
“안됩니다. 형님”
“어이~ 동생! 황제조카님이 허락하면 끝이라구”
“형님께서는 해야 할 일이 많으시지 않습니까. 얼른 그 일이나 처리 하시죠”
냉정하게 끊는 청년의 말에 남자는 삐진 듯 구석에 쭈그리고 앉았다.
“치...나는 그저 황후조카님 만나고 싶을 뿐인데...”
“그냥 무시하십시오. 황제폐하”
황제는 여전한 두 사람의 모습에 안심하였다.
사실 영인왕(永仁王)를 아끼는 것은 선황제만은 아니었다.
수많은 후궁들이 낳은 많은 용자(龍子)들 중에서 영인왕(永仁王)을 미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나 온화했던 영인왕(永仁王)은 그의 왕호(王號)를 보더라도 그의 인품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자신의 적에게는 가차없었지만 말이다.
어릴적부터 온화했던 영인왕(永仁王)은 어린 형제들과 놀아주며 돌봐주었고, 그 덕분인지 형제들은 영인왕(永仁王)에게 의지하였다.
그렇게 사랑받는 이었기에 그가 전사했을 때, 충격을 받은 이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황후폐하는 언제 뵐 수 있습니까? 공부중이시라면...”
“곧 있으면 점심이니 함께 가십시다”
“엇!! 나두~”
-퍽!
“아악!”
“형님은 놔두고 우리끼리 가는 것이 좋을 듯 싶군요”
청년의 발길질에 멀리 날라 간 남자로 인해 황제는 난감한 듯 웃어버렸다.
두사람이 이렇게 티격태격 거리는 모습은 언제 봐도 적응이 안되기 때문이다.
저것이 서로를 향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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