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경축 14살 생일!
“다른 사람은 안된다구요!!”
“그분께는 정궁이 있지 않느냐”
철없는 여식의 말에 답답한 것은 아비였다.
동방국가 중에서 가장 거대한 토지를 가지고 있으며 가장 큰 권력을 지닌 황제에게 반하여서 시집가고 싶다고 떼쓰는 철없는 여식은 아비에게 있어서 위협이 될 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늘그막에 얻은 여식이라 오냐오냐 기른 탓도 있어서 아비는 한탄하였다.
그런 아비의 마음을 모르는 철없는 여식은 무시무시한 말을 하였다.
“그럼 아버지가 죽이거나 폐하세요!! 네? 아버지는 그런 힘이 있잖아요”
철없는 여식의 말에 아비는 기겁하였다.
그들의 황제가 자신의 황후에게 위협을 가한 이들을 어찌 처리 했는 지 똑똑히 보아왔으며, 자신도 줄을 잘못 탔으면 그 꼴이 났을 것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기 때문이다.
집안에서만 자라서 아무것도 모르는 철없는 여식은 아비가 제 바램을 들어주지 않자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다.
“황제폐하는 제 꺼라구요. 월하노인이 제게 정해준 분이라구요”
이제는 부부의 연을 맺어준다는 신선 월하노인의 이름까지 끌어들여 황제가 제껏이라는 말을 하는 철없는 여식의 말에 아비는 제발 입을 다물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다.
모든 나라가 황제의 손아귀에 있는 데, 까딱하면 3대가 멸해질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와중에 아비의 마음에 혹시나 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하였다.
지금 현재 정궁인 황후가 남자였기에 후대를 볼 수가 없고, 지난 숙청 사건으로 인해 후궁전이 비어있어 황제를 유혹할 후궁마저 없는 지라 자신의 여식을 넣을 수 있지 않나하는 그 마음이....
어느 곳에서 황제가 용납하지 않는 마음이 싹트는 사이, 황후이자 과거 영인왕의 영지였던 영인왕부의 현 주인인 송연이 14살 생일을 맞이하여 아침부터 소란스러운 황후전에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었다.
정신없이 휘두르는 유모와 나인덕분에 아침부터 기진맥진하던 아이는 그들이 아침식사 준비로 분주해서 아이에게 신경쓰지 않는 것을 보고는 후다닥 달아났다.
아이의 나이 이제 14살.
그새 키도 많이 자라서 이제 막 150cm를 앞두고 있다.
아이였던 황후가 소년기를 맞이하면서 매일매일 성장하고 있는 데, 그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방 한쪽 구석에 있는 기둥에 아이가 아무도 몰래 새겨 둔 선이었다.
거의 매일매일 선을 그어 키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던 아이는 오늘도 어느 누구도 모르게 키를 재어보고는 조금 자란 것에 기뻐하며 환하게 웃었다.
싱글벙글해서는 좋아하지 않는 요리들이 몇 가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먹고 있는 아이를 보며 유모는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기씨. 오늘 즐거운 일이 있으셨나봐요”
빨리 크고 싶어 아침식사도 거르지 않고, 싫어하는 당근과 시금치를 꼬박꼬박 먹는 아이가대견한 듯 유모는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는 정신없이 식사를 하다가 유모의 질문에 살며시 웃었고, 점점 색기가 더해지는 눈웃음에 유모는 이마를 짚으며 이미 돌아가신 영인왕 부부를 불렀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색기를 가지고 있으니 유모가 머리를 집고 혈압을 올리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황제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아이는 가만히 있다가도 황제에게 덥쳐지는 데, 그 이유는 황제를 유혹하고도 남을 정도로 색기가 철철 흘러넘치기 때문이었다.
시도때도없이 찾아와서 아이를 덥치는 황제로 인해 유모는 울고 싶었지만 어쩌겠는 가.
황제가 황후를 사랑하지 않으면 황후에겐 아무런 권력이 없는 것을...
그걸 알고 있어 유모는 아무말 할수 없었다.
자신의 소중한 아기씨가 사랑 받고 있으니 좋은 일이라고 애써 위로 할 수밖에....
“아기씨. 오늘 생신이신데, 무슨 선물 받고 싶으셔요?”
“웅?”
“황제폐하께서 무슨 선물 주실지 궁금해서요”
“당과”
올해도 또 당과를 원하는 아이의 대답에 유모는 절실히 바라고 있었다.
황제 때문에 아이가 당과를 많이 먹고 있는 것이니 제발 자제 좀 해달라고....
팔불출 황제라고 이미 국내외에서 소문이 자자한 황제가 자신의 사랑스런 황후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만 매번 과해서 탈이었다.
아이가 한 접시의 당과를 달라고 하면 한 바구니의 당과를 가져오고, 작은 동물을 키우고 싶다며 데려와 달라고 하면 사냥터까지 친히 달려가서 호랑이 한 마리를 잡아오는 것이다.
그 덕분에 황후전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고, 황제가 잡아온 호랑이를 위한 사육장이 따로 마련되었다.
야생 호랑이인지라 마음대로 풀어놓았다간 아이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상처하나 없이 호랑이를 잡아온 황제는 호랑이가 으르렁 거리면 한번 째려보는 것으로 호랑이를 제압했는 데, 황제가 호랑이에게 무엇을 하였는 지 호랑이는 황제의 시선 하나에 두려움에 떨며 꼬리를 감추었다는 소문이 나인과 내관들 사이에 조심스럽게 퍼졌다.
과도한 팔불출 황제의 행동에 나인과 내관들은 과거의 황제가 그리워졌다.
전쟁터에서 선봉에 서서 병사들을 이끌고 격려하였던 요맹한 장수였었고, 매번 조하 때마다 싸늘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황제였지만 황후전에만 오면 180도 달라져서는 모두를 대략 난감하게 만들었다.
가득이나 짝도 못 만드는 법도를 가진 이들 앞에서 닭살행각을 벌이는 것은 나인과 내관들의 눈물을 뿌리게 하는 것이었다.
“아기씨. 이제 아기씨는 어른이니까 당과 드시면 안되요”
“왜?”
“어른이잖아요”
“웅? 형아가 먹어도 된데”
악!하고 소리 지르고 싶은 유모였다.
이제 당과도 슬슬 끊고 차분하게 앉아서 정사를 돌보며 내궁을 두루두루 살펴야할 황후이건만 팔불출 황제의 허용아래 공부는 뒷전이고 마음대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의 성격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오냐오냐 하면서 자란 아이들은 자기 고집이 세서 무엇이든 자기 마음대로 하고, 나인과 내관들을 괴롭히지만, 연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 식사하는 중인게냐?”
갑작스럽게 들려온 황제의 목소리에 아이는 밥을 먹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에게 달려가 폭!하고 품에 안겼다.
황제는 아이가 많이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어릴적처럼 품에 안아 올리고는 아이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았다.
“무엇을 먹나 보자”
황제는 아이가 먹는 요리들의 가짓수와 조리 상태를 꼼꼼히 살펴보고는 아이가 무엇을 많이 먹는 지 확인하였다.
아이가 평소 싫어하는 당근과 시금치가 눈에 뜨일 정도로 줄어들어있는 것을 보고 아이를 칭찬하기 위해 엉덩이를 다독여주었다.
“당근과 시금치를 잘 먹어서 예쁘다”
“헤헤. 형아가 당근이랑 시금치 먹으면 키 자란다고 했잖아”
“그렇지”
“나 1cm 자랐어!!”
아이는 자신이 자랐음을 기뻐하며 황제에게 자랑하였다.
황제 또한 아이가 기뻐하는 것이 좋아 살며시 웃어주었다.
물론 아이가 하루하루 잘 자라는 것도 좋았지만 아이가 기뻐하는 것에 비하면 별로 인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
황제의 미소에 아이는 더욱 기뻐하더니 황제의 뺨에 뽀뽀를 했다.
“쪽!”
소리가 날 정도로 뽀뽀를 한 아이는 황제에게 먹을 것을 집어달라며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지엄하신 나라의 아버지에게 먹여달라며 손가락질 하는 것은 아마도 그의 어부인인 황후 뿐일 것이다.
어릴 적부터 굳어진 습관 덕분에 어느 누구도 감히 하지 못하고, 만약 했다면 목숨까지 바쳐야 할 만큼 간 큰 짓을 아이는 스스럼없이 하는 것이다.
남들은 그런 모습을 보면 경기를 일으키거나 자신이 헛것을 본거라며 현실을 외면하겠지만 저런 모습을 너무 자주 본 유모는 이제 적응이 된 듯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다.
더 이상 신경 쓰다가는 유모의 명이 짧아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유모는 자신의 소중한 아기씨와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었기에 일부러 보양식을 챙겨 먹고 있었다.
“형아. 나 저거 좋아해”
“고기 말이냐?”
“웅! 저거 줘”
아이의 말에 황제는 멀찍이 있는 고기를 집어 아이의 입에 쏙하고 넣어주었다.
철도 씹어 먹을 수 있다는 성장기라서 그런지 과일을 좋아했던 과거와 다르게 아이는 고기를 많이 좋아하였다.
아이는 황제가 입에 쏙하고 넣어준 고기를 꼭꼭 씹으면서 조심스럽게 유모를 살피었다.
사실 오늘 아이의 생일이라서 아침 일찍부터 유모와 나인들에게 둘러 쌓여 휘둘렸었는 데, 이번에도 그럴 것이 분명하다는 걸 눈치 채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배부름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 많이 먹어서 시간을 끌어야지 하는 아이의 생각을 눈치 챈 유모는 황제 내외에게 다가갔다.
“폐하. 아기씨께서는 오늘밤에 있을 연회를 준비하셔야하옵니다”
“아....그렇군”
“시져!!!”
“아기씨. 다 드셨으면 이리 오셔요”
“히이잉~~ 형아~~”
아이는 싫다고 하면서 황제의 옷자락을 잡고 늘어졌지만 유모와 나인들은 막강했다.
그들은 무엄하게 황제의 옷자락을 찢어서 아이를 데려간 것이다.
“형아~~~~”
아이가 부름에도 황제는 가만히 아이를 배웅했다.
예쁘게 꾸민 아이는 아주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연회장에서 예쁘게 꾸민 아이를 내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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