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경축! 연이의 10번째 생일!
썩은 물이 사라지자 그 틈새를 타서치고 올라오는 자들로 인해 잠시 혼란기가 있었다.
하지만 황제의 치세아래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고 썩은 물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는 어느새 다른 이들로 메워졌다.
후궁들로 가득 차 있었던 후궁전이 썰렁한 것을 빼면 황궁은 어느 하나 바뀐 것이 없이 평온했다.
어린 황후가 10세 탄신일을 맞이하여 번잡스러운 것을 빼면 말이다.
황제와 정식으로 초야까지 치룬 어린 황후는 한 나라의 어머니가 되었으며, 원한다면 얼마든지 큰 권세를 지닐 수 있는 자가 되었다.
황제를 제외하고 모든 자의 위에 설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어린 나이인지라 정치에 참여하지 않았다.
황제의 절대적인 보호아래 온실 속에 자라는 화초처럼 애지중지 하게 자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측근을 제외하고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사실 썩은 물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황후의 외가였던 가문이 완전히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황후의 어머니가 그 가문의 서녀라고 하더라도 외가는 외가였다.
그렇지만 완전하게 제거했다는 사실은 황궁의 사정을 잘 모르는 자들로 하여금 황제가 황후를 아끼지 않는 다고 인식하게 되었다.
“형아!!”
아이는 어른에 비해 짧은 다리를 움직여 황제에게로 달려갔다.
생각보다 아이의 빠른 달리기에 유모는 따라 달리다가 숨이 찬듯 헉헉거렸고, 나이든 나인과 내관들은 나중에 널부러지고 말았다.
아이의 체력은 생각보다 무한이었기에 달리는 것도 돌아다니는 시간도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달려오는 속도에 맞추어 팔을 벌린 황제는 아이가 자신의 품에 뛰어 들어오자 단단히 아이를 붙잡으며 안아올렸다.
“형아! 내일이 내 생일이래요”
“알고 있다”
“정말? 꺄르르르르”
아이는 자신의 생일이 내일인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자랑하였다.
황제가 친히 나서서 치루는 것이 아이의 생일인데, 이번 생일도 아이가 기뻐할 만한 것들이 가득 준비되어있었다.
5살 이전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특별하게 없었고, 아이가 뭔가 원하기도 전에 쥐어준터라 5살 이전 생일선물은 없었다.
하지만 5살 이후 분명하게 좋아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형아!! 나 선물!!”
“뭐 가지고 싶은 데?”
“당과!!”
아이는 올해도 어김없이 당과를 외쳤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형아와 당과였기 때문이다.
황제는 아이의 말에 미리 준비한 선물이 주기도 전에 무참하게 거절당한 것을 알게 되었다.
5년째 같은 것만 준비하라고 하는 아이도 재미있지만 아이의 말을 들어주기 위해 송내관에게 눈치를 보내는 황제도 재미있는 듯....
“얼마큼?”
“이만큼!!!”
아이는 황제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자 즐거운듯 팔을 벌려 크게 원을 만들었다.
많이 먹으면 탈난다고 혼날 것이 분명하지만 아이는 당과가 많은 것을 좋아했다.
“정말 그만큼 선물로 줄까?”
“웅!”
아이는 기쁘게 웃으며 황제의 목에 팔을 두르고 꺄르륵 웃었다.
황후전의 들뜬 분위기가 아이를 기쁘게 해준 것이다.
지난번 있었던 암살 미수 사건으로 인해 아이가 놀랬던 지라 그동안 조용했다가 이제야 즐겁게 웃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를 보며 황제는 아이가 모르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귀한 아이가 조용히 있는 것보다 웃는 것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연이가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하며 기다렸던 다음날이 다가왔다.
밤 늦게까지 자지 않으려고 했던 연이라서 조금 늦잠자고 일어났는 데, 황제가 황후전에 방문하면서 아이는 유모의 손에 깨워지게 되었다.
“생일 축하한다”
황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달콤한 향이 아이를 사로잡았다.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당과가 온 것이다.
지난밤 황궁의 모든 요리사들이 동원되어 만든 당과산(山)은 아이로 하여금 입이 찢어지도록 웃게 만들었다.
“와아~ 멋있다. 형아! 저거 다 내꺼야?”
“네 생일 선물이다”
“형아! 고맙습니다~아~~”
아이는 기쁜듯 장옷차림 그대로 당과산(山) 앞으로 달려갔다.
아이가 하나하나 집어먹어도 쓰러지지 않게 잘 쌓아올린 당과산(山)이었다.
아이는 기쁜듯이 당과 하나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다 말고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슬며시 황제에게로 다가갔다.
“형아! 먹어”
아이가 아기 때 자기 맘마를 먹으라고 했던 것처럼 황제에게 당과를 권하였다.
황제는 평소라면 쳐다도 보기 싫어할 정도로 단 당과를 아이가 주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입에 넣었다.
아찔할 정도로 달디단 당과지만 아이가 준 것이라 맛있게 느껴졌다.
“맛있지?”
“그래. 맛있다. 그러니 연이 많이 먹어”
“웅!”
매해 아이의 생일에 당과를 잔뜩 쌓아올린 당과산(山)을 보며 난감한 것은 유모였다.
평소라면 일정한 양을 주고 그 이상 못 먹게 할 텐데, 황제가 주면 제제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가져와 하루종일 물고 앉아있기 때문이다.
“란! 란!”
“네. 아기씨. 부르셨어요?”
“란두 하나 줄게”
아이가 유모에게 하나를 집어주자 유모는 황제의 눈치를 보며 입에 넣었다.
자신의 행동이 황제에게 질투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생일인지라 황제는 기분 좋게 넘기기로 결심했다.
아이의 생일인 오늘 같은 좋은 날에 질투하면 아이가 슬퍼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당과산(山)에 있는 당과들을 주변에 있는 나인과 내관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혼자 먹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고 나누어 먹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아이는 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아이가 주변의 나인과 내관들에게 나누어 주어도 당과산(山)은 줄어든 티를 내지 않았고, 그만큼 많았다.
“연아”
“네~”
아이는 황제의 부름에 응답하여 황제에게 달려갔다.
황제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말했다.
“오늘 밤에 연이 생일을 축하해주러 아저씨들이 온다”
“엄마 아빠는 요?”
“당연히 오시지”
정식으로 초야를 치룬 이상 황후인 아이는 대신들과 만나야한다.
특히 아이의 생일이라면 당연히 대신들의 축하를 받아야한다.
그렇지만 황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이의 사랑스러움을 누구에게도 알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당과 말고 다른 선물 있는 데....”
“선물??”
송내관은 기다렸다는 듯 황제와 아이 앞으로 상자를 가져왔다.
이전에 아이가 잠들었었기에 주지 못했던 정표와 새로운 선물이 상자 안에 있는 데, 상자를 열기 전에 송내관이 알아서 모두를 나가게 했다.
“네가 열어보아라”
“웅!”
아이는 상자를 열어서 안에 든 것을 보았다.
아이가 워낙 활동량이 많은 지라 가구나 아이가 쓰는 물건에 보석이 쓰이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 데, 상자 안에 든 물건은 보석과 화려한 세공이 박혀있는 물건이었다.
-꺄우뚱
“형아. 이거 모야?”
아이는 고개를 꺄우뚱 꺼리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정조대다”
“정조대?”
아이가 모르는 단어를 말한 황제는 아무말 없이 아이의 옷을 벗겼다.
그리고는 보석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정조대를 아이의 하체에 채웠다.
“이것은 절대 벗어선 안된다”
“웅?”
“나와 있을 때만 벗는 것이다. 알겠느냐?”
“웅!!”
황제의 말을 잘 드는 아이가 착한 아이라고 배운 아이는 열심히 끄덕였다.
황제는 만족한듯 아이의 엉덩이를 다독이고는 다음 선물을 먼저 집어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이것은 귀걸이다”
황제가 집어든 상자안에는 황가를 상징하는 한쌍의 귀걸이가 들어있었다.
그것은 사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주어지는 황족임을 뜻하는 귀걸이가 있지만 황제는 그것보다 더 귀한 것을 주고 싶었다.
그 귀걸이는 바로 봉황이 새겨져 있는 귀걸이는 황후만이 가질 수 있는 귀걸이었다.
“시져! 귀 아포! 형아~”
“연이가 형아의 신부라는 걸 증명해주는 건데?”
“형아 신부?”
“그렇다”
황제의 신부라는 것을 증명해준다는 말에 아이는 울먹거리며 귀걸이를 걸어도 된다는 듯이 황제에게 귀를 내주었다.
황제는 자신의 것이라는 걸 증명해주는 두 개의 정표를 아이에게 준 것을 크게 기뻐했고, 아이는 귀가 얼얼한 것에 울먹이다가 당과를 입에 넣으며 아픈 것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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