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린황후-16화 (17/42)

16. 마지막 위협

그림자 호위는 어린 황후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주군이 가장 아끼는 존재라서 어린 황후의 곁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린 황후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있어 어린 황후의 곁에 있는 것이다.

그런 그의 마음을 모르는 아이는 자신과 함께 웃어주는 이에게 환하게 웃어주었다.

“형아! 나 흙놀이 할래!”

자신을 구해준 적이 있는 그림자 호위가 모습을 드러낸 후, 그가 못 가게 떼를 쓴 아이는 같이 놀아줄 대상이 생겨서 기뻤다.

황후전에 배치되었던 어린 나인과 내관들은 다른 곳에 배치되었고, 그 빈자리를 나이 많은 나인과 내관들이 채우고 있었기에 아이는 같이 놀아줄 사람이 없었다.

혼자 정원을 돌아다니며 노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호기심이 많아서 정원에 사는 동물들에게 관심을 두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대꾸해줄 이가 없이 노는 것은 아이로 하여금 외로움을 느끼게 했다.

“아기씨. 옷이 더러워지지 않습니까”

“웅? 유모가 흙놀이 해도 괜찮다고 그랬는 데?”

“흙놀이는 옷이 더러워지니 다른 놀이를 할까요?”

“웅!!”

그는 아이가 심심하지 않도록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옛날 옛날에.....”

오랜만에 일을 미루고 황후전을 찾은 황제는 아이가 정원으로 나간 것을 알자 규하를 대동하고 직접 아이를 찾아 나섰다.

그런데 아이의 맑은 웃음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니 그림자 호위와 황후가 같이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보이는 게 아닌가.

사실 황제는 그림자 호위가 황후와 가까이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멀리서 지켜보고 위험할 때, 황후를 지키는 것만을 허락하였다.

그런데 황후가 먼저 다가간 것은 생각하지도 못한 일이었다.

규하는 자신의 수하가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마도 주변에 숨어있는 그림자 호위들도 규하와 같이 얼굴이 창백해졌을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냥 놔두거라”

“예??”

“침묵하고 있거라”

그림자 호위를 처리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아니, 그 그림자 호위의 진정한 신분을 알기에 처분하는 것을 보류한 것이다.

이용할 가치가 있는 것은 끝까지 이용하는 것이 그였기에....

황제의 말에 규하는 아끼는 수하가 목숨을 건진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스승이 되어서 그림자 호위가 황제의 분노를 사서 죽임을 당하거나 유배지로 압송되는 것은 규하에게 있어서 애석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훗....인연이란....”

“네?”

“아니, 혼잣말이다”

황제는 그림자 호위가 자신의 아이를 끝까지 보호할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지금 아이와 함께 하고 있는 그라면....

아마 자신의 목숨이 다한다고 해도 지킬 것이겠지....

그리고 자신의 것인 아이를 그림자 호위가 넘보지 않을 것을....

“돌아간다”

“예. 폐하”

황제는 한걸음 물러서기로 했다.

아이가 그림자 호위와 함께 지낸다고 해도 자신의 것임이 틀림없으니까.

황제가 떠나자 주변에 있던 그림자 호위들이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내쉬었다.

황제가 떠난지 얼마 안되어 숲의 공기가 심상치 않게 변하고 있었다.

황제가 잠시 온 것에 주춤하고 있었던 무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가 정원으로 나설 때, 매수하고 있던 나인에게 연락을 받은 암살자들은 아이를 따라 움직였다.

그림자 호위에게 들킬뻔한 적도 있었지만 은신술에 대가인 암살자답게 그 위기를 넘긴채 아이를 향해 검은 손을 내밀수 있게 된 것이다.

암살자는 은밀한 움직임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암살자는 다른 암살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아무것도 모른채 천진난만하게 이야기를 듣는 아이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한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아이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방심한 아이를 죽이는 것은 암살자에게 있어서 식은 죽 먹기 였기에....

“거기까지”

차가운 검이 암살자의 목을 겨누었다.

조금만 움직이면 바로 죽임을 당하는 위치에 있는 검으로 인해 암살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아니,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다른 암살자를 믿었다.

그들이 자신을 위협하고 있는 이를 죽이면 자신은 아이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두번까진 참았다. 하지만 세 번째는 안된다”

“!!!!!!!!!!!!!!!!”

“하찮은 벌레들이 내 것을 건드는 것은 용서가 안되거든”

싸늘한 목소리가 암살자의 사지를 구속하고 있는 듯 암살자는 목소리가 가진 싸늘함에 자신도 모르게 굳어버렸다.

“모두 잡았사옵니다. 폐하”

암살자는 그제서야 자신에게 검을 겨누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멀리 떨어졌을 꺼라 생각했던 황제가 자신에게 검을 겨눈 것이다.

“끌고가라”

“예!”

암살자들이 그림자 호위들에게 끌려가는 사이, 공기가 변한 것을 느끼고 재빠르게 아이에게 망토를 덮은 그림자 호위는 다가올 암살자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가 아무 일도 없어 더더욱 긴장했다.

주변에 있는 동료를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걸 결심을 한 그는 아이가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단단하게 붙잡았다.

만약 아이가 두려움으로 인해 그의 품을 떠나게 된다면 제대로 지킬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심하라”

나타나야할 암살자 대신 자신의 동료와 황제가 나타나자 그는 당황하였지만 침착하게 품에 안고 있는 아이를 황제의 앞에 내려놓고 부복하였다.

황제는 한쪽 무릎을 굽혀 아이와 시선을 맞출 정도로 몸을 굽히고는 아이의 시야를 가린 망토를 거두었다.

“....형아....”

아이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시야를 가린 망토로 인해 많이 놀란 상태였다.

망토가 거둬지기 바로 직전에 그림자 호위가 자신을 내려놓자 더더욱 놀랐었기에 아이는 황제의 얼굴을 보자 울먹거렸다.

“안심하거라. 이제 위협은 없을 게다”

“우아아아앙!!!!!!!!!”

아이의 울음소리가 황제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완벽하게 일을 도모해서 썩은 물을 제거하려는 욕심 때문에 아이를 놀라게 한 것이다.

황제는 아이를 울게 만든 원인을 향해 이를 갈았다.

그냥 제거하지 않고 대대손손 짐승보다 못한 삶을 살게 해주겠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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