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린황후-12화 (13/42)

12. 여유로운 오후, 그리고 시작되는.......

초야가 치러지기 전, 황제는 세공사를 불러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아이가 자라는 것에 따라 치수가 변할 것을 감안하고 만들라는 명에 세공사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고했다.

그러자 황제는 세공사에게 당장 쓸 수 있는 것과 함께 만들라고 했고, 세공사는 황제의 명을 받들고 물러났다.

일주일의 시간이 지나자 우선 임시로 쓸 것이 황제에게 바쳐졌다.

임시로 쓸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황금과 보석으로 치장되어있어 귀족가문에서조차 임시로 쓸 엄두조차 내기 힘든 귀중한 것이었다.

황제는 그것이 담긴 상자를 송내관에게 주고는 3일간의 초야를 치루고 몸살이 난 아이가 있는 황후전으로 향했다.

“시러!!!! 아프단 말이야!!!”

아이의 목소리가 문지방을 넘어서 정원에서 대기중인 시녀와 내관들에게까지 들렸다.

아이가 아프다며 소리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3일간의 정식적인 초야를 치룬 후, 아이의 근육이 잔뜩 뭉쳐져 안마를 받아야하는 데, 워낙 심하게 뭉쳐있는 지라 안마하는 동안 통증이 심했기 때문이다.

“아프단 말이야~ 으허어엉~~~”

“아기씨 안마를 안하시면 더 아프셔요”

“시러~~!!! 안해~~ 어허엉~~!!!”

결국 아이가 울기 시작하자 유모가 달래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안마로 인해 통증이 심해서 그런지 아이는 쉬이 달래지지 않았고, 마지막 카드인듯 유모는 아이에게 말하였다.

“아기씨. 당과랑 과일 드릴까요? 그거 드시면서 하실래요?”

아이가 좋아하는 달달한 주전부리를 대령하며 유모가 말하자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유모를 보았다.

“당과?”

“네. 여기 맛있는 당과랑 과일이 있답니다”

“연이. 당과. 조아”

“아기씨께서 울지않고 안마 받으시면 드실수 있어요”

“정말?”

“네”

아이는 눈 앞에 당과에 눈이 멀어 결국 울음을 뚝 그치고 안마를 받기 시작했다.

맹인 안마사가 혈을 제대로 집어 뭉친 근육을 푸는 동안 아이는 당과를 집어먹기 시작했고, 접시는 빠르게 비워졌다.

아쉽다는 듯이 빈 접시를 바라보던 아이는 기름과 꿀이 잔뜩 묻어있는 손이 끈적거리는 게 싫었던지 옷에 쓱쓱 문질러 닦아버렸다.

“아기씨!”

유모는 아이의 나쁜 습관중 하나를 보고는 날카롭게 아이를 불렀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손에 무엇이 묻으면 옷에 닦는 습관이 있었다.

그것이 나쁜 습관이기에 유모는 어떻게든 고쳐주고 싶었다.

아이가 황후인 만큼 아이의 행동을 주시하는 사람들이 많고, 약점이 생기면 그것을 빌미로 삼아 아이를 제거하기위해 발 벗고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회조차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 유모의 마음이었다.

자신의 여식을 낳은 지 얼마 안 되어 잃은 후, 어미를 잃은 아이에게 젓을 물리면서 자신의 친자식 마냥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옷에 지지를 무쳐버리면 안된다고 했잖아요. 지지가 묻으면 이 유모가 수건으로 잘 닦아 드릴터이니 옷에 닦지 마셔요. 아셨죠?”

“웅!”

“우리 아기씨. 너무 착해요”

“연이! 착해!”

아이는 유모가 칭찬해주자 기분이 좋았는 지 환하게 웃었다.

아이의 정신이 안마가 아닌 다른 곳에 팔리는 사이 어느새 안마가 끝나고 맹인안마사는 나인의 안내에 따라 뒤로 물러났다.

근육이 많이 풀려서 노곤해진 아이는 하품을 하였다.

그러자 유모는 아이가 피곤한 것을 재빠르게 눈치 채고는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토닥거려주었다.

아이가 까무륵 잠들려고 할 때에 내관이 황제가 왔음을 알렸다.

황제가 도착했다는 소식에 까무륵 잠들던 아이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 그런 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황제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가 있는 침상으로 다가갔다.

“저런 낮잠 자려고 했구나”

황제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아이의 곁에 앉았다.

아이는 자신이 졸리다고 투정 부릴 때마다 다독여주며 재워주던 따스한 품으로 파고들려고 황제에게 손을 뻗었다.

“히이잉~ 연이. 졸려”

“많이 졸린가?”

“웅!! 많이 졸려요~”

황제가 아이를 품에 안아주며 투정을 받아주자 아이는 안심하고 황제의 가슴에 기대어 심장소리를 들었다.

어머니의 심장소리만큼 아이에게 가장 좋은 안정제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어머니가 없는 아이는 황제의 심장소리를 듣고 자라서,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거나 불안 할 때에는 황제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잠투정을 하는 아이를 일으켜서 자신이 준비한 것을 줄 수가 없었던 황제는 아이를 그냥 재우기로 했다.

심장 박동소리와 같이 박자로 다독이던 황제는 자신의 품에서 안심하고 잠든 아이를 바라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에는 너무 작디 작아서 품에 아는 것조차 무서울 정도였었는 데....

어느새 이렇게 자라서 자신의 품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질투에 상처 입으면서도 자신을 거부하지 않는 아이가 사랑스러웠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를 머리가 인식하기도 전에 심장이 먼저 알아차렸나보다.

그래서 2살밖에 안된 아이를 덥석 데려와 황후로 삼은 것 일지도....

“오늘밤은 푹 쉬거라”

아이에게 준비한 것을 주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황제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이와 여유로운 낮잠을 즐기기로 했다.

황제가 아이를 품에 안은 채로 잠든 것을 본 이들은 조용히 방을 나서고 황제와 아이는 그렇게 여유로운 한때를 보냈다.

-쨍그랑!!!

“아아아악!!! 그런 하찮은 것을!!!!”

“진정하십시오. 마님!”

분노로 가득한 여인은 손에 집히는 것들을 모두 부셔버렸다.

화려하면서도 기품 있었던 방은 전쟁터마냥 혼란스럽게 되었고, 여인의 손에 의해 던져진 것들은 모두 부셔져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년의 아이가 그토록 높은 자리에 있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거늘!!!”

아주 오래전 여인은 한 남자를 사랑했다.

그 남자는 품에 안기고 싶을 만큼 다정하고 따스했었다.

그의 이름은 영인왕(永仁王) 송하율.

선황제의 이복동생이자 현황후의 아버지였던 자.

그를 사랑했던 여인은 그와 혼인을 하기위해 아버지를 졸랐다.

하지만 그가 사랑했던 것은 여인이 아니라 여인의 동생이었다.

기방에서 온 첩실의 딸이기에 아름다웠던 동생은 미인을 좋아하는 세도가에 첩실로 들어갈 운명이었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동생은 그와 만나게 되어 혼례식을 치루게 된 것이다.

자신의 사랑을 가로챈 동생의 아이가 황후에 오른 것도 모자라 초야까지 치러 완벽하게 지위를 굳혀버린 것은 여인에게 있어 분노할만한 일이었다.

게다가 동생의 아이는 여인의 딸아이를 제치고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지 않은 가....

“후궁전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더냐!”

“영빈마마께서 새로 매수한 내관과 황후를 폐하고 싶어 하는 자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하옵니다”

“그래?”

“예. 그래서 나중에 황후를 폐하면 명단에 적힌 자들은 공신으로 추대할 것이라 전해다오라고 하셨습니다”

여인은 소식을 가져온 자의 말이 마음에 쏙 들었는 지 분노를 어느정도 가라앉게 하고는 방에서 대기중이던 하녀를 불렀다.

“빙화야. 너는 오라버니께 전해다오. 무슨 일이 있어도 황후를 폐하여야한다고!”

“예. 마님”

하녀를 자신의 오라버니에게 보낸 여인은 입술을 깨물다가 이를 악물었다.

“그 아이는 절대로 가만두지 않아!”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의 사랑을 독차지 하던 동생을 향한 증오와 질투심이 풀리기도 전에 동생이 죽었다.

그렇기에 여인은 동생을 향해야할 증오와 질투심을 황후가 된 동생의 아이에게 풀기로 했다.

아이가 황후로 책봉 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자가 하나둘이 아니라서 여인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아직 10살을 앞둔 아이를 둘러싸고 어른들의 이기심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주 깊고 어두운 곳부터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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