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린황후-9화 (10/42)

09. 정식으로 행해지는 초야 - 1

아이가 이미 황제에게 범해진 것은 황궁의 소수만이 아는 이야기였다.

대신들이 황궁에 심어둔 간자들은 물론이고, 황후를 제거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을 수 있는 시기를 시시탐탐 노리고 있는 후궁들이 심은 간자들조차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황제가 초야를 치루겠다고 선언 한 것이다.

아이가 아직 10살도 채 되지 못한 9살인 것을 알고 있는 대신들은 놀라서 펄쩍 뛰며 반대의 상소를 올리느라 정신없었다.

황후를 제거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후궁과 그들의 뒷배가 되어주는 대신들에게 있어서 초야는 막아야만 하는 일인 것이다.

2살에 혼례를 치룬 황후가 진정으로 황후로서 즉위하려면 초야만을 남겨두고 있었는 데,  황제와 초야를 치루게 되다니....

막으려는 자들의 아우성이 진행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초야를 위한 준비는 신속하게 처리되고 있었다.

황후전의 나인들과 내관들은 어린 황후에 대한 걱정에 눈물이 눈앞을 가렸지만 나라의 지존이자 황후의 하나뿐인 지아비의 명령이었다.

아이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보이다가 피곤 했는 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정식으로 초야를 위한 준비가 끝나면 어찌 될지 모르는 아이였기에 유모는 걱정이 앞서면서도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초야를 위해 애썼다.

“이러실순 없습니다!!”

“맞아요. 폐하께서는 우리들을 버리실 리가 없습니다!!”

“그런 하찮은 아이 때문에....”

후궁전에서는 황제의 관심을 받지 못한 화려한 꽃들이 모여살고 있다.

황제의 씨를 받은 적이 한번도 없어 아이를 생산하지 못한 꽃들은 그저 장식일 뿐이었다.

지금의 황후가 아이를 생산하지 못하는 사내 아이 였기에 후궁들은 자신을 더욱 치장하며 황제의 총애를 얻기 위해 은밀한 곳에서 암투를 벌였다.

하지만 황제는 그들에게 시선을 둔 적이 없었다.

정욕을 풀고 싶다면 연회에서 춤을 추는 무기(舞妓)나 허드렛일을 하는 노예를 취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 중에도 그들이 임신하여 황제의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 이유는 귀하디 귀한 용정을 받아도, 용정의 아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그저 정욕을 풀기 위한 소모품이니 용정의 아이를 가지는 것이 절대로 불가능 했던 것이다.

“아버님께서 상소를 올리셨다고 해요”

“상소는 보지도 않으신다고 하잖아요!”

“이러다가 그 더러운 아이가 정식으로 초야를 치룬다면....”

“끔찍한 소리군요”

아이가 황후로서 혼례를 치루지 않고 황실의 식구 중 하나로서 왕이 되었다면 다른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이곳에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후궁들이 쳐다볼 수 없는 고귀한 존재로서 군림하게 될 것이며,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황후로서 혼례를 치룬 것은 물릴 수 없는 일이었다.

“황궁전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숙청되어서 없는 지라 독살하기도 어려워요”

“게다가 직접 거두시고 키우신 근위병까지 배치하셨다고 하더군요”

“죽으라고 저주할 수도 없으니....”

“저주?”

“아! 그럼....”

공동의 적인 아이가 제거되면 서로 물어 뜯으며 싸우게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권력에 눈이 멀은 후궁들은 속닥이기 시작했다.

초야를 치루기 전에.....

자신들의 공동의 적이 되어버린 그 아이를 제거하기 위해....

그들이 그렇게 속삭이는 것을 황제의 귀가 되어주는 이들이 듣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이 축복일지도 모른다.

만약 알고 있다면 황제의 손안에서 놀고 있던 것에 절망해서 죽고 싶을 테니까....

후궁전에서 후궁들이 연합하고 있는 사이 초야는 착실히 준비되어 황제의 명만 떨어지면 언제든 지샐 수 있게 되었다.

아이는 붉은 색으로 치장된 방을 구경하다가 해가 지면서 어둑해지자 켜지는 촛불에 호기심이 가는 지 구경하고 있었다.

“뜨거우니 만지지 마라”

눈물을 흘리며 불을 밝히고 있는 촛불에 아이가 손을 대려는 데, 아이의 손길을 제지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제는 아이의 손이 조금이라도 촛불에 닿을 까 싶어 아이의 허리를 단단한 팔로 감싸 안아 올렸다.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아느냐?”

-도리 도리

“초야니라”

“초야?”

아이는 처음 듣는 단어에 황제를 바라보며 갸우뚱 거렸다.

아이가 초야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 것은 당연했다.

황제가 그런 단어를 배울 수 없도록 철저하게 차단했기 때문이다.

아이는 무슨 뜻인지 알려달라며 황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래. 초야”

최근 아이는 긴장을 풀고 있었다.

다시는 괴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이의 행동은 길들여진 새가 주인이 자신의 다리를 꺽어 버린다 해도 새장을 벗어나 날아가지 않는 것과 같았다.

그것이 황제의 의도된 길들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황제는 초야를 위해 준비된 합환주를 한모금 마시고는 다시 한모금을 입에 머금고 아이의 입을 맞추며 아이에게 먹게 했다.

처음으로 마시는 술에 아이가 깜짝 놀랐지만 생각 외로 달콤해서 아이는 황제에게 더 달라는 듯이 바라보았다.

“합환주가 마음에 드는 게냐?”

-끄덕 끄덕

아이를 취하게 하는 것은 긴장을 풀게 하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취하게 해서 아이를 가진다는 것이 싫었던 황제는 아이의 조름을 거절했다.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을 주마”

“당과?”

“....글세....당과 보다 더 달콤하겠지”

황제가 은밀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침상에 내려놓았다.

아이는 지난번 있었던 나쁜 일이 생각 났는 지 움츠러 들다가도 황제의 다정한 손길에 이끌려 가만히 있었다.

황제가 초야를 위해 만들어진 옷을 보며 싱긋 웃었다.

지금 아이가 입고 있는 옷은 잠옷으로 입고 자는 옷보다 더 하늘하면서 벗기기 쉽게 만들어진 옷이었기 때문이다.

가슴에 달린 끈만 당기면 아이의 몸이 모두 드러나게 되어있는 옷이기에 하나하나 벗기는 재미는 줄어들겠지만 나름 자극적인 옷이기도 했다.

황제는 아이를 바라보며 살며시 웃고는 옷의 끈을 잡아당겼다.

옷에 대해 잘 모르던 아이는 끈이 풀리기가 무섭게 벗겨지는 옷을 보고는 부끄러워서 어쩔줄 몰라했다.

부끄러움이란 감정을 모르던 아이가 황제와 있었던 무서운 일로 인해 부끄러움을 배웠기에 황제의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낀 것이었다.

황제는 아이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자 아이에게 입을 맞추었다.

“이런 것은 지아비인 나와만 해야하는 것이다”

“지아비?”

“그래. 지아비”

아이는 지아비라는 단어도 몰랐다.

그렇지만 황제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가 아닌 자와 이런 일을 해선 안된다는 것을....

아이는 길들여져 버린 본능을 통해 깨닿고 있었다.

달콤하면서도 향기로운 향유의 향이 아이의 콧가를 간질거리자 아이는 향유가 담긴 병을 바라보았다.

“....시....싫어!!”

아팠던 그밤이 생각났는 지 아이는 비명을 지르며 황제에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향유의 향은 그날밤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영혼 깊숙이 박혀버린 고통이 아이를 사로잡자 아이는 필사적으로 바둥거렸다.

황제는 그런 아이를 단번에 제지하며 아이의 꽃 잎 안으로 향유를 흘려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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