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린황후-4화 (5/42)

04. 호기심이 많은 아이

아이가 황궁에 와서 자라게 된 것도 9년에 접어들었다.

“꺄르르륵!!”

아이의 웃음소리가 황궁에 울려 퍼지게 되고 난 후, 아이보다 조금 윗 또래의 나인과 내관들이 아이가 살고 있는 황후전에 배치되었다.

황후전은 황제의 정궁인 황후만을 위한 공간으로, 화려하지만 단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며, 주인이 바뀔 때에도 그 아름다움만은 퇴색되지 않고 반짝이고 있다.

지금 현재 황후전의 주인인 아이는 9살 밖에 안된 사내아이지만 초야를 제외한 모든 예식을 다 치룬 상태라 정식으로 입적이 되어 있는 상태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정치에 관여할 수 있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그런 쪽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황후전의 넓디 넓은 정원에서 뛰어노는 것만 관심이 있었다.

“아기씨. 여기 개구리가 있사옵니다”

“개구리? 정말?”

“얼른 와보셔요”

어린 나인과 내관이 부르자 아이는 개구리를 보러 연못으로 달려갔다.

호기심이 많아 황후전의 정원에서 자라는 잡초의 이름까지 알고 싶어 하는 아이는 개구리가 연못의 연잎 위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는 탄성을 질렀다.

“우와~ 예쁜 초록색이다~”

“아기씨. 제가 잡아올까요?”

“웅? 아니. 잡지마.”

“가까이서 보고 싶지 않으세요?”

“보고 싶지만.....잡으면 불쌍하잖아”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어릴적에 자신이 잡은 매미 같은 벌레들이 가두어두면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보고, 그것들을 잡지 않게 되었다.

그렇기에 개구리 같이 밖에서 사는 동물들도 잡지 않는 데, 어린 내관이 자신이 모시는 아기씨가 개구리를 좋아하자 잡아주려고 했던 것을 거절했던 것이다.

멀직이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 아이는 장난기가 발동했는 지, 손으로 연못의 물을 떠서 어린 내관과 나인에게 뿌렸다.

“꺄앗!”

“꺄르르르르. 재미있지? 우리 물놀이 하자”

“반칙이예요! 아기씨. 먼저 공격하시다니....”

“물놀이에 반칙이 어디 있어~”

“반칙 있어욧!”

“그런가?”

어린 나인의 말에 고개를 꺄우뚱 거리던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베시시 웃으며 어린 나인에게 물을 튕겼다.

“그래도 재미있는 걸...헤헤”

“앗! 차가워요~”

“같이 놀자. 응?”

“아기씨. 이번엔 제가 공격할꺼에요~”

어린 나인과 내관이 연못의 물을 떠서 아이에게 뿌리자 아이는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맞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한 여름의 찌는 더위는 연못의 시원한 물 덕분에 가시기 시작했고, 아이는 물론이고 어린 나인과 내관의 옷은 물로 적셔져 버렸다.

재미있는 물놀이에 푸욱 빠진 세 사람은 아이를 찾으러온 내관이 올 때까지 즐겁게 놀았다.

“아기씨~ 어디 계십니까~ 아기씨~”

내관이 찾는 소리를 들었지만 아이는 노는 게 더 즐겁기에 내관의 부름을 모른 척 했다.

같이 놀던 어린 나인과 내관은 아이의 눈치를 보며 소리에 답하려고 했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어 그들을 제지했다.

“쉿! 조용히 하고 숨어. 얼른!”

어린 나인과 내관은 황후전의 큰 어른인 아이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내관이 보이기도 전에 나무 사이에 숨겨진 작은 굴에 숨은 세사람은 내관의 발소리가 들리자 잔뜩 움츠렸다.

세 사람이 숨죽여 숨어있기에 연못가에서 아기씨를 볼 수 없었던 내관은 아기씨가 있을 법한 곳을 찾아 떠났다.

내관의 소리가 완전히 멀어지자 숨어있던 아이는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폈다.

“우리 호수가로 가서 수영하자!”

“하지만....내관님께서 부르시는 걸 봐서는....”

“괜찮아. 조금만 더 놀고 가면 안 혼날꺼야”

“....아기씨....”

“조금만 더 놀자. 응?”

혼날걸 알면서도 아이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아이가 황후인 것 때문이 아니라 같이 뛰어노는 사이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조금만 놀고 가셔야해요”

“응. 그럴게”

조금만 놀겠다고 약속한 아이는 어린 나인과 내관을 재촉하며 황후전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호숫가로 향했다.

수원지라 맑은 물이 항상 고여 있는 호수는 황후전의 정원에서 사는 야생동물들의 목마름을 해소시켜주며, 황후전의 정원수들을 길러내는 생명수이다.

호숫가에 다다른 아이는 햇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는 호수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탄호성을 질렀다.

“너무 예쁘다!!!”

예쁜 호수의 반짝임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는 연못에서 물놀이 하느라 적셔져버린 옷을 벗어던지고 얼른 호수로 들어갔다.

아이와 함께 놀기 위해 어린 나인도 옷을 벗고 호숫가로 달려갔지만 지정된 장소 외에서 옷을 벗어선 안되는 법도를 배운 어린 내관은 옷을 입은 채 호숫가에서 물놀이를 했다.

세 사람이 정신없이 물놀이를 하던 중, 갑자기 아이가 어린 나인의 몸을 물끄럼히 바라보았다.

“응?”

“제 몸에 무엇이 묻었나요?”

“너는 왜 나랑 틀려? 꼬추가 없잖아”

“앗! 그건....”

당황한 어린 나인과 내관은 얼굴을 붉히며 어쩔줄 몰라했다.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일찍이 배운 어린 나인과 내관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호기심에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건 제가 여자라서 그런거예요”

“여자? 어머니랑 같은 거야?”

“네”

“그런데 왜 공이 없어?”

“공이요?”

“응! 쭈쭈”

아이의 물음에 어린 나인과 내관은 대답할 수 없었다.

어린 여자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면 아이에게 젖을 주기위해 가슴이 푸풀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지만 그걸 모르기는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른 어린 나인의 몸을 찬찬히 둘러보던 아이는 어린 나인의 가슴에 손을 댔다.

“쭈쭈 없는 데 왜 여자야?”

“....아....아기씨.....소....손 좀....”

“웅?”

“아기씨~”

울먹이면서 아이에게 손을 치워달라고 말하려던 어린 나인은 아이가 자신을 물끄럼히 바라보자 아무말 하지 못하고 고개를 쑥였다.

글선생이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한계가 있다.

이러한 것들은 부모가 가르쳐주거나 형제가 가르쳐주는 것이지 나인과 내관들이 가르쳐줄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생기는 거래요”

“어른? 열밤자면 되는 거야?”

“아니요”

“그럼 백밤?”

“백밤도 모자라요”

어린 내관의 말에 아이는 끄덕이더니 어린 나인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그런데 너는 왜 안 벗어? 물놀이 할때는 옷 입고 하면 안된데”

“법도래요”

“법도?”

“네. 내관은 아무곳에서 옷을 벗으면 안된다. 지정된 장소에서만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라는 법도가 있어요”

“왜?”

“글세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어린 만큼 아이는 호기심이 많아다.

그 호기심을 채워주려면 한도 끝도 없는 지라 아이의 글선생이 제일 난감해 하는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밖의 세상과 성적인 문제와 관련된 것은 황제가 가르치지 말라고 철저하게 하명한 터라 어느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었다.

그래서 갑자기 호기심이 아이가 생겨 물어보는 상황이 생긴다면 고생하는 것은 아이랑 함께 뛰어노는 어린 나인과 내관이었다.

아이가 어린 나인의 몸을 구경하며 여자와 남자의 차이점을 배우는 사이 황후전에 황제가 갑자기 납시었다.

쌓인 서류들을 처리하고 여유가 생겨 황후와 차를 마시기 위해 들렀던 황제는 황후가 자리를 비운 것을 알고는 아이를 찾으라 내관에게 명하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늦게 오는 내관으로 인해 심기가 불편한지 손가락을 탁자로 두드리던 황제는 자신을 호위하기 위해 숨어있는 그림자중 하나를 불러내었다.

“균하(筠河)야. 네가 가서 찾아라”

“예. 폐하”

내관이 더디게 오자 황제는 자신의 호위무사인 균하에게 아이를 찾도록 명을 내렸고 균하는 황제의 명을 따라 아이를 찾기 위해 정원으로 향했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는 토끼와 같은 동물들이 있는 곳이지만 그곳에 있었다면 내관이 쉬이 데려올 수 있는 장소였다.

그래서 균하는 호숫가로 가서 아이를 찾아보기로 했다.

“나 만져보면 안돼?”

-화들짝!

“신기해. 꼬추가 없잖아”

“....하....하오나....”

“딱 한번만 만져볼게. 응?”

아이의 말소리가 균하의 예민한 귀에 들려왔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내용인지라 발걸음을 빨리하여 호숫가에 도착한 균하는 절벽에서 떨어진 것 마냥 아득한 느낌을 받고야 말았다.

그 이유는 황제의 정궁인 황후가 어린 나인과 벌거 벗고 있는 것 만으로 모자라 어린 나인의 몸을 만져보기 때문이다.

사가에서 어린 아이들끼리 호기심에 구경하거나 만져보는 것은 어쩌면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지엄하신 황궁에서 해선 안되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황후가 자신의 부군이 아닌 다른 존재와 몸을 만지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인데, 지금 아직 어려서 잘 모르는 황후가 들키면 경을 칠만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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