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린황후-3화 (4/42)

03. 황제! 사실은 보모였다?

4살이 된 연이 황궁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은 황궁 식구들에겐 이제는 익숙한 일이 되었다.

아기라고는 황후인 연 하나밖에 없는 곳이라 연이 가는 곳마다 환영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하지만 딱 한곳만은 연을 반기지 않았는 데, 그곳은 바로 후궁들이 모여 사는 후궁전이었다.

단 한번 연의 고집으로 그곳에 갔다가 후궁들로 인해 다칠 뻔한 적이 있었고, 그로 인해 후궁들이 모여 사는 곳은 한바탕 피바람이 몰아쳤었다.

외척이 없어서 무시당하던 연은 선황제와 선황비를 뒤에 업고 있으며, 선황제와 선황비가 후궁을 처벌하는 것은 황제의 묵인 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연의 유모인 란은 후궁들의 공격에 자신의 몸을 바쳐 아기를 지켰다는 이유로 큰 상을 받았고, 후궁들이 사는 곳은 새로운 후궁들로 채워졌다.

후궁들의 아비들이 떼거지로 몰려와서 황제에게 항의했다가 반역죄로 몰려 결국 제거되었고, 황제가 제일 싫어하던 기생충들은 한시적으로 사라졌다,

그렇기 때문에 선황제와 선황비가 후궁을 처벌하는 것을 황제의 묵인했을 지도 모른다.

“아기씨. 저쪽으로 가면 안되옵니다”

“시져~ 갈끄야”

“안되옵니다. 저쪽은 황제폐하께서 일하시는 곳이라....”

“형아한테 갈래”

“아기씨~”

원하는 것이 생기기도 전에 채워주었기에 연에겐 원하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산책하는 시간만큼은 고집부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에는 가선 안되는 연무장으로 가고 싶다면서 떼쓰다가 황제가 크게 화낸 적도 있었지만 울면서도 가겠다고 해서 황제가 데려간 적도 있었다.

연에게 있어서 황제는 남편이 아니라 재미있는 형이었다.

무표정으로 자신을 내려 보고 있지만 사실은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민감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민감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을 어른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만 말이다.

“하오나...”

“시져~ 갈끄야~”

“아기씨”

“나 울끄야! 우아아아아앙~~~~”

자기 고집대로 안되자 결국 아이는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자신이 울면 유모가 난감해하다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모는 아이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이의 작은 몸을 들어올려 품에 안고 달래주면서 황비전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말 안되옵니다. 아기씨”

“우에에에에엥~~~”

“아기씨. 많이 울면 머리 아파요. 네? 뚝!”

“시져~ 시져~ 나 형아 볼끄야~~!!”

“아기씨~”

계속해서 우는 아이의 음성이 크게 울려퍼져 지나가던 나인들과 내관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아기를 달래줄 사람은 없었다.

아니. 딱 세사람이 있었지만 그 세사람 모두 이곳에 없었다.

그게 더 서러웠는 지 아이는 우는 척이 아닌 진짜로 울기 시작했다.

“우아아아아아앙~~~!!!!!!!!!!!”

자지러질듯이 울어버리는 아이를 어찌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던 유모는 황후전에 도착하자마자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당과와 꿀에 절인 대추가 앞에 있어도 아이는 계속해서 울었다.

물보다 즐겨찾는 과일즙도 소용없었고, 새로 만들어져 진상된 장난감들도 소용없었다.

“아기씨. 무엇을 원하시옵니까~ 네? 뚝 하시고 유모에게 말씀해주세요”

“형아~~ 으허엉~~ 형아~~~”

“아이고~ 아기씨. 폐하께서는 못오십니다”

“으허엉~ 형아~~”

황제를 찾는 음성이 황후전의 정원까지 울려퍼졌다.

아이가 산책할 시간에 맞추어 쉬는 황제는 황후전의 정원에 들어서다가 아이가 울면서 자신을 찾는 소리를 들었다.

“송내관”

“예. 폐하”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오게”

“예”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이의 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던 황제는 내관이 황급하게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발길을 돌리려다가 고개를 저으며 아이가 울고있는 곳으로 향했다.

“우허어어어엉~~~”

“아기씨. 뚝하세요~ 네?”

“시러~~ 어허엉~~”

“아기씨~”

“유모 미어~ 어허엉”

눈물이 폭포수처럼 줄줄 흘러내려 옷까지 적시고 있었다.

혹시라도 탈수증에 걸릴까봐 유모는 안절부절하면서 아이의 울음이 그치길 바랬다.

내관은 그런 아이와 유모의 모습을 보고 황제께 고하기 위해 나가려다가 황제가 들어오는 모습에 아이에게 황제가 왔음을 알리려고 했지만 황제의 제지에 가만히 있었다.

“어허엉~ 형아~”

“한참동안 울고 있었나보군”

“우허엉~~”

“란. 그대는 아이를 달랠 줄 모르는 건가?”

“소...송구하옵니다”

“물러가거라”

“예. 폐하”

정신없이 울어대는 아이를 향해 손을 뻗은 황제는 아이를 안아서 올리고는 자신의 품에 안고서 다독이기 시작했다.

아이는 그 다독임에 더 서러운지 울려다가 자신을 다독이는 손길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리고는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다.

“연이는 울보인가?”

“아니야! 나 울보 아니야!!”

“울보 맞아. 하루종일 울고 있으니”

“나 울보....울보 아니야....우헤엥~~”

자기가 달래 놓은 것을 다시 울려버리는 황제였다.

울보가 아니라면서 계속해서 우는 아이의 모습에 황당한 황제는 귀를 시끄럽게 하는 울음소리를 줄여보고자 다시금 달래주기 시작했다.

“울지 않으면 같이 산책 가주마”

“울먹 울먹....정말?”

“네가 울면 얼마나 못났는 지 아느냐?”

“????”

“울면 못생겼다구”

“우....우.....울먹 울먹”

못생겼다는 말에 제대로 울지 못하고 아이는 울먹였다.

다시 울까 싶어 황제는 아이에게 당과 하나를 쥐어주었고, 황제는 너무 달아서 냄새조차 싫어하는 당과를 쥔 아이는 맛있다는 듯이 오물오물 거렸다.

작은 입으로 열심히 오물오물 거리는 모습을 본 황제는 아이에게 다시금 당과를 쥐어주었고, 자신의 옷에 설탕과 기름이 묻는 것엔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대기중이던 내관들과 나인들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친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다가 황제가 아이와 함께 나오자 얼른 절을 올렸다.

“송내관, 연이가 좋아하는 것을 들고 따라오라”

“예. 폐하”

친히 아이를 안아서 가는 황제의 모습에 익숙하지 않은 나인과 내관은 경기를 일으켰고, 이미 익숙해진 나인들과 내관들은 경기를 일으키는 이들을 다독였다.

자식도 저렇게 안아서 가는 법이 없는 것이 바로 황실이었다.

그런데 연이 이곳에 온 후부터 황실의 최고 어른들이 연을 안아서 다니는 것이다.

“나는 우는 아이를 싫어한다”

“시져? 형아 시져?”

“그래. 우는 건 싫다. 그러니 너도 울지 마라”

“웅! 나 안 울어! 형아 조아!”

얼굴에는 눈물과 콧물이 범벅인 채로 아이는 열심히 끄덕였고, 황제는 자신의 옷자락으로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이것으로 황제의 진정한 정체가 드러난 것이다!

황제는 아이의 보모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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