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어린 아기와의 신혼 생활??
2살짜리 아기를 황후로 맞이한 것에 대해 반대한 자는 오직 선황과 선황비 뿐이었다.
선황과 선황비는 자신들의 품에서 2년 동안 자란 소중한 아기씨를 자신의 친자인 황제에게 시집보낸다는 것이 못마땅해서 황제가 집무중인 곳까지 와서 들들 볶았다.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혀버린 황제를 설득할 수는 없었고, 품에서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아기씨를 황궁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내궁에 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황위를 넘긴지 얼마 안 된 선황과 선황비지만 아기를 완벽하게 지켜줄 수는 없었다.
아직은 아기지만 자라면 정치 세력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아기씨를 죽이기 위해 자객을 보내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누군가가 아기씨가 먹는 유아식에 독을 타 넣었지만 선황제와 선황후가 심어둔 나인과 내관의 지혜 덕분에 아기는 지금까지 무사할 수 있었다.
“우에에에엥!!!!!!!!!”
“시끄럽군”
“....죄....죄송합니다”
유모는 물론이고, 평소 아기씨와 놀아주던 나인들과 내관들이 아기씨를 달래보았지만 무엇이 불만인지 아기씨는 울음을 그치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귀저기를 적신 것도 아니고 배가 고픈 것도 아니건만 아기씨는 계속해서 울기만 했고, 황제는 시끄럽게 우는 황후 따위 보이지 않는 곳에 던져버리고 싶어졌다.
발버둥 치던 아기씨는 손에 잡히는 것이 무엇이든 실증을 내며 던져버리던 중에 우연하게 황제의 옷자락이 잡히자 울음을 뚝 그쳤다.
고급 천으로 만든 황제의 옷자락이 주는 부드러움에 호기심을 느꼈는 지, 아기는 황제의 옷자락을 잡아 입에 넣고 쭉쭉 빨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주변 나인들과 유모가 기겁을 하였고, 황제는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어머나!! 아기씨 제발 놔 주세요. 네?”
“우에에에엥!!!!!!!!!”
“아기씨~”
황제의 심기가 더 이상 건들여지지 않도록 눈치를 보며 억지로 잡힌 황제의 옷자락을 놓게 하려고 해보았지만 아기는 울고 떼쓰며 거부하였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선황비가 나서지 않는 한 달래기 힘들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황제는 안절부절 하며 서 있는 내관에게 명령하였다.
“할 수 없군. 새로 옷을 가져와라”
“예. 폐하”
내관이 황급히 밖으로 나가고 아기는 자신이 마음에 드는 것을 가졌기에 기분이 좋은 지 헤실헤실 미소를 짓다가 꺄르륵하고 웃었다.
외척이 없고 황실 식구라서 황제의 권력에 대항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황후로 삼을 생각에 혼례를 치룬 아기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기는 황제의 하루를 침범하기 시작했고, 집무가 없는 시간에 함께 보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아기가 황제의 물건을 손에 쥐면 놓지 않는 것일까?
새로운 물건을 주어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울어버리기 때문에 아기에게 많은 물건을 빼앗긴 황제는 아기의 놀이방에 쌓인 물건들이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이 신경 쓰일 뿐이다.
물론 황제라는 고귀하고 또 귀한 신분을 가졌기에 얼마든지 사치를 부리며 살 수 있겠지만 전쟁터를 누비던 시절 아기의 친아비인 영인왕(永仁王)이 일반 병사들과 함께하던 것에 영향을 받았기에 사치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
아기가 호기심과 관심을 다른 곳에 두면 황제의 물건들을 황제의 궁으로 다시 가져다가 놓을 수 있지만 아기는 장난감 대신 그것들을 가지고 놀고 있어서 쉽지가 않았다.
“아부!”
“누가 아부라는 게냐?”
“꺄~ 아부! 아부!”
어려서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녀석이라 아무리 아버지가 아니라고 설명해도 모를 뿐이다.
아이에게는 커다란 남자는 무조건 아빠였고, 커다란 여자는 무조건 엄마였기 때문이다.
만약 선황제와 선황비가 계속해서 키웠다면 그런 혼동이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게다가 아기의 눈 높이에 맞추어서 설명해줄 사람도 없었다.
그러니 아기가 마음에 드는 호칭대로 불려질 수 밖에....
“라! 라! 나 맘마”
란(蘭)이라는 발음이 어려워서 아기가 “라”라고 부르는 존재는 아기의 유모였다.
유모는 아기의 말을 잘 알아듣고는 아기가 원하는 것을 충족 해 주었는 데, 아기의 말은 황제에겐 이해 할 수 없는 외계어였다.
“아기씨 한바탕 우셨으니까 배고프시죠?”
-끄덕 끄덕
“우리 아기씨 좋아하는 전복죽 먹을 까요?”
평소 전복죽과 호박죽을 좋아하는 아기는 유모의 말에 기뻐하였다.
그 와중에 죽같이 물컹한 것들을 왜이리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며, 아기가 하는 모든 일에 속으로만 테클을 걸고 있는 황제였다.
“아~ 하세요”
“앙~ 앗뚜 앗뚜”
“호 해드릴까요?”
“웅! 호해 호~”
제대로 식혀서 나오지 않은 죽으로 인해 놀란 아기는 유모가 호호 불어서 식혀주자 그제서야 좋아라하며 받아먹었다.
어린 새가 어미에게 먹이를 받아먹는 것처럼 숟가락을 대기가 무섭게 먹어대던 아기는 황제의 시선을 알아 차렸는 지 황제와 눈을 마주쳤다.
“아부!!”
황제가 자신을 봐주는 것이 좋은 지 아기는 눈을 반짝이며 바둥거렸고, 아기에게 죽을 먹이던 유모가 아차 하는 사이에 의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아기씨!!!!”
유모의 비명소리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위병들이 황후의 방으로 재빠르게 들어왔다.
유모의 비명소리라 분명히 아기씨에게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 짐작한 호위병들이 들어오자 본 것은 황제가 몸을 던져 아기씨를 받는 모습이었다.
깜짝 놀란 아기는 자신을 받아준 단단한 팔과 듬직한 품 속에 가둬지게 되었고, 황제는 아기가 다치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란(蘭)!! 황후가 아직 아기니 잘 보라 하지 않았느냐!!”
“죽을 죄를 지었사옵니다”
머리를 바닥에 찧으면서 유모는 황제에게 빌었고, 황제는 아기가 다치지 않았음을 재차 확인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만 하거라. 란(蘭). 네가 다쳐서 황후를 돌보지 못하게 되면 어떻겠는 가?”
“송구하옵니다”
“나가봐라”
유모가 황급히 방을 나가자 황제는 아기를 안은 채로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로 돌아가 앉았다.
“아부! 맘마! 맘마!”
“너는 이 상황에서 밥이 넘어가냐?”
“맘마!”
“애가 뭘 알아듣는 다고 말했는 지....에휴....”
한숨을 쉰 황제는 나인을 시켜 새로운 죽을 가져오도록 했다.
배고프다며 울어버리면 시끄러워서 내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황제뿐이었으니까.
혹시나 독극물이 있을 까 싶어서, 나인과 내관이 각각 두명씩 기미를 보고, 황제의 앞으로 전복죽이 진상되었다.
황제는 유모가 그러했듯이 아기에게 주기 위해 숟가락으로 떠서 주었다.
“....호....호....”
뜨거울까봐 호호 불어가면서 아기에게 한술한술 떠먹인 황제는 아기 황후를 위한 아기용 의자를 새로 만들라 지시해야겠다고 다시금 결심했다.
“머그! 머그!”
황제가 잡고 있는 숟가락을 기어코 빼앗아서 서툴게 죽을 뜬 아기는 황제에게 먹으라고 재촉했다.
아기의 침에 점령당한지 오래인 숟가락에 입을 대고 싶지 않았던 황제는 거부했지만 아기는 끈질겼다.
유모가 그랬던 것처럼 황제는 먹는 척 함으로서 아기에게 먹었다고 인식 시킨 것이다.
황제의 기억 속에서만 첫만남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두사람은 그렇게 조금씩 친해지고 있었다.
물론 황제가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