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어린황후-1화 (2/42)

01. 침을 질질 흘리는 아가와 전쟁터를 누비던 황태자의 첫만남

“엄마라고 해보렴. 아가~”

지엄하고 또 지엄하신 제국의 어머니께서 한 아기를 안고 어르며 엄마라는 말을 가르치고 있다.

아기는 제국의 어머니 즉 황후를 보며 환하게 웃었고, 황후는 아기의 웃음에 기대하며 말문이 터지기만을 기다렸다.

“아무!”

“그래. 엄마. 한번만 더 해보렴”

“어무. 어무”

“폐하 들으셨습니까. 우리 예쁜 연이가 저에게 엄마라 하옵니다”

아기의 귀여운 입이 오물오물 거리면서 황후께서 원하시는 단어를 말하자 황후는 기쁨에 겨워 곁에서 아기를 바라보는 황제에게 말하였다.

황제는 흐뭇하다는 듯이 끄덕이며 아기의 모습을 지켜보았고, 자신을 좋아해주는 사람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아기는 황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아부”

“우리 아기가 아비도 알아보니 기쁘옵니다”

“누구의 아들인데 못 알아보겠는 가”

아기의 이름은 송연.

이제 겨우 1살을 넘겨 2살을 앞둔 아기이다.

황제와 황후가 친히 낳은 아기가 아닌 황제의 이복 동생인 영인왕(永仁王)의 유복자인 송연은 영인왕(永仁王)이 전쟁터에서 전사하면서, 충격 받은 어미에게서 8개월 만에 세상 밖으로 나왔다.

결국 어미와 아비를 잃어버린 송연을 영인왕(永仁王)의 저택에 혼자 둘 수 없다고 판단한 황후의 간정으로 황제의 궁에서 자라게 되었는 데, 아들 하나가 있으나 전쟁터에 나가 있느라 곁에 없어 외로웠던 황후는 송연을 자신의 자식처럼 키우기 시작했다.

유모가 있음에도 젓을 먹일 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품안에서 키우는 황후는 황제와 함께 아기의 재롱을 즐기는 것을 하루의 낙으로 삼고 있었다.

“어제 짐이 손을 잡아주니 곧잘 일어나더군”

“참말이시옵니까? 우리 귀한 아기씨가 얼른 자라서 저와 함께 산책도 다녔으면 좋겠사옵니다”

“어진 어미를 닮아서 이 아이도 어질게 자랄 것이오”

“호호호호 그렇게 말씀해주시다니 송구하옵니다”

하루 하루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기를 보며 금술이 좋은 황제와 황후는 자신의 위(位)를 아들에게 넘기고 아기를 키우며 평온한 노후를 즐기길 원하고 있었다.

체통도 잊어버리신 나라의 부모는 한 아기의 성장만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자신의 씨가 아니지만 가장 아끼던 형제의 아기를 친자마냥 사랑하게 된 두분은 아기의 자그마한 움직임에도 놓칠세라 집중하고 있었고,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나인들은 미소를 지었다.

“폐하. 황태자께서 오셨사옵니다”

“들어 오라”

“예”

아국의 황태자 강휘민.

그는 12살의 어린 나이에 전쟁터를 누벼 온 무골을 타고난 소년이다.

무골을 타고나지 않은 아비와 달리 어미의 피를 강하게 이어받아 무골을 타고난 그는 황제와 황후의 단 하나뿐인 소생이자 다음대 황제의 자리를 이어받을 자였다.

아직 17살 밖에 안된 소년이고, 전쟁터만 누비고 다녀서 아직 황태자비가 없었지만 그에게 안기고 싶어 하는 여자들의 수가 수도를 둘러싸고도 남는 다고 한다.

황후는 자신이 낳았지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황태자가 방안으로 들어오자 미소를 지으며 환영했다.

“어서오게나. 태자”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마마마. 그동안 강녕하시었습니까. 아바마마”

“그래. 태자도 잘 지내었는 가”

“그런데 왠 아기입니까? 어마마마께서 낳으셨습니까?”

아직 어린 아기는 황태자에게 익숙한 존재가 아니었다.

황태자에게 익숙한 존재는 전쟁터에서 구르고 구른 병사들과 장군들 그리고 그들을 따라다니며 위로해주는 창녀들이었다.

위험한 전쟁터에 자신의 가족을 데려올 병사들과 장군들이 아니었고, 창녀들은 자신의 장사 밑천인 몸을 확실하게 관리하고 있기에 아기라는 존재가 그에게 생소한 것이 당연했다.

“영인왕(永仁王)의 유복자입니다”

“영인왕(永仁王)의 유복자요?”

“그렇다. 영인왕(永仁王)의 유복자이지. 영인왕(永仁王)의 전사 소식에 놀라 낳은 터라 어미마저 잃어서 짐이 데려왔다”

낯선 존재가 있음에도 나인들의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아기는 울지 않고 가만히 혼자서 놀았다.

그런 아기의 모습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보는 황제와 황후의 모습에 황태자는 아기를 지켜보기로 했다.

“어머! 아기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기가 스스로 일어나기 위해 곁에 있는 기둥을 잡고 있었다.

다른 이의 도움 없이 일어나는 것이라 황제와 황후는 체통따위 잊어버린채 아기를 응원하기 시작했고, 아기는 두분의 응원에 힘입어 스스로 일어났다.

“폐하. 보셨사옵니까? 우리 연이가 스스로 일어났사옵니다”

“짐도 보고 있소. 황후”

아기는 자기가 스스로 일어난 것에 기분이 좋은지 용감하게 기둥에서 손을 놓았고, 조심스럽게 한발자국을 내딛었다.

“폐하!!! 연이가!!!”

“쉿! 조용하시오. 황후. 연이가 놀라면 어떻하오?”

황태자는 이미 뒷전이 되버린지 오래였고, 아기만이 주인공이 되어버렸다.

아기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첫걸음을 내딛였고, 황후와 황제는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려다가 멈추었다.

아기가 스스로 걸어가다가 엉덩방아를 쪄버린 것이다.

황후는 아기가 다쳤을 까 싶어 얼른 일어나려 했지만 황제는 그녀를 제지하였다.

“아직 울지 않으니 갈 필요 없소”

“....하오나....”

“영인왕(永仁王)을 닮아서 용감한 아기요. 걱정하지 마시오”

황제의 단호한 말에 황후는 아기를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자신이 엉덩방아를 쪄버린 것에 아기는 조금 놀랬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자리에서 일어났고, 작은 발을 움직여서 자신에게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로 갔다.

“호호호호”

아기가 걸어서 간 곳은 황태자가 있는 곳이었다.

황태자는 아기가 자신의 옷자락을 잡자 뿌리치고 싶었지만 톡 치면 날아갈 만큼 작은 녀석이라서 그럴 수가 없었다.

혹시라도 자신으로 인해 상처 입게 되면 황제와 황후가 슬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부! 아부!”

아기에게 있어서 모든 남자들은 아부였다.

그렇기에 황태자는 아기에게 아부라고 불린 것이다.

예의 없는 아기의 모습에 황태자는 인내심을 가지며 황후나 황제가 떼어내주길 기다렸지만 두분은 웃느라 정신이 없어서 아기는 여전히 황태자에게 붙어있게 되었다.

“어머나! 태자전하 어떻하옵니까? 아기씨가....”

황후를 오랜시간 보필해왔으며 황태자의 유모이기도 했단 서부인이 조용히 있다가 아기가 황태자의 옷에 침을 바르는 것을 보고는 입을 열었다.

자신이 잡고 있는 옷자락을 입에 문 아기는 축축해질 정도로 황태자의 옷자락을 적시고 있던 것이다.

“떼어주시겠습니까?”

“우리 연이가 마음에 들지 않나봅니다. 태자”

“그게 아니라....”

“태자. 이 어미가 섭섭합니다. 연이는 태자의 동생이나 다름없는 데....”

“어마마마”

우는 척하며 고개를 돌리는 황후로 인해 아기를 떼어 낼 수 없는 황태자는 대략 난감할 뿐이다.

황태자를 놀릴 기회를 잡은 황후는 여전히 모른척 놀릴 뿐이고, 황제는 그런 황후를 위해 가만히 있을 뿐이다.

할수없이 스스로 떼어내기로 한 황태자는 아기를 들어올렸다.

생각보다 가벼운 아기의 무게에 놀라는 것도 잠시....

-뿌지직

그렇다!!

아기는 황태자에게 들어 올려지는 순간 똥을 싼 것이다.

“....우....우....우에에엥~~~~!!!!”

황태자 강휘민의 기억 속에서 아기 송연은 그저 침을 질질 흘리고 다니는 똥싸개라는 걸  아는 사람은 오직 아주 오랜 시간 황태자를 보필해온 내관뿐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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