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_Last Scene 결혼식의 바람직한 풍경
클로드 스토메어, 아리스트 대공과 일리드 백작가의 삼남 줄리안 일리드가 결혼하는 날. 하늘은 두 사람을 축복하듯 화창했고 대공저 정원에 거대한 규모로 마련된 야외 피로연장은 순결한 백색과 청순한 녹색을 바탕으로 꾸며져 있었다. 정장을 입었지만 군인 티가 나는 남자들이 철통 경호를 펼치는 가운데 각계의 손님들이 초대장과 신분증을 내밀고 삼엄한 몸수색을 거친 뒤 피로연장으로 들어섰다.
하얀 테이블보 위에는 손님들의 명패와 함께 결혼식 브로슈어가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지금은 성당에 계시겠군요.”
손님 중 한 명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인이 자신의 브로슈어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10분 뒤에 성당 결혼식이 시작되겠네요. 한 시간 30분 뒤에는 이곳에 도착하실 테니 저는 그때까지는 좀 쉬어야겠어요.”
여인은 그렇게 말하고는 야외 피로연장 주변에 마련되어 있는 파빌리온으로 들어가 누웠다. 그러자 하인이 필요한 것을 물어보고는 곧 사방의 커튼을 닫아주었다.
“느긋하네요.”
여인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다른 남자가 약간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다. 그러자 둘이 지금은 성당에 있겠다고 말했던 중년 남자가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뭐, 손님이란 다 느긋하기 마련이죠. 바쁜 사람은 당사자들뿐이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지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손님들 사이에는 부드러운 기류가 감돌았다. 확실히 손님들은 느긋했다. 그리고 그들이 말한 대로 당사자들은 바빴다.
“흐읏, 읏, 잠깐, 안 돼, 하읏, 아, 아아!”
“존나, 뜨거워, 내 거, 흣, 잘 먹고 있어, 응? 좋아? 맛있어?”
“오, 옷, 찢, 어져―.”
“여기가, 응? 네 내벽, 완전 부었어. 아래를 잔뜩 부풀, 읏, 리고는, 무슨, 말.”
“옷, 옷, 예복! 하으읏, 핫! 앗! 흐읏!”
줄리안의 옷은 이미 벗겨져 있었지만 클로드는 아직 반 정도는 입은 상태였다. 아까 줄리안의 예복 차림을 보는 순간부터 흥분한 남자는 줄리안이 혼자 남자 무작정 달려들었다. 섹스까지는 순식간이었다.
“아, 옷? 내 옷? 됐어, 괜찮아. 후―, 시발, 야해 죽겠어요, 스토메어 씨.”
클로드가 그렇게 말하며 질척하게 줄리안의 귀를 핥았다. 흘끗 시계를 보자 입장하기까지는 3분도 남지 않았다. 3분 뒤에는 신의 앞에서 줄리안을 가진다. 줄리안에게 소속된다. 스토메어라는 이름은 재구성된다.
영원히 둘이 한 이름을 가진다.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쾌감이 미쳐 날뛰고 있었다. 이미 백치 같은 얼굴로 울고 있는 줄리안을 보며 클로드는 그의 허리를 잡아 마구잡이로 들이박았다. 줄리안의 뺨이고 목이고 되는대로 입을 맞췄다. 사실은 빨아 당기고 싶지만 흔적이라도 남기는 날에는 줄리안에게 뺨이라도 맞을 것 같았다.
맞아도 되는데, 역시 빨아볼까? 말랑말랑한 살을 잔뜩 빨아 피부에 배어 있는 꿀을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하자마자 이혼당할 수도 있으니 관두자.
“이따가, 밤에, 흣.”
“안 돼에, 읏, 거기, 진짜, 아아, 안 돼, 아, 나, 나, 갈 것 같아, 아아!”
“가, 가도 돼, 오늘, 완전, 죽이네? 성당에서, 흥분한 거야? 응? 결혼 직전에, 밑으로, 흣, 받아먹는 게 좋아?”
“오, 옷, 젖으면, 클로드, 당신, 흣, 옷, 옷!”
“내 옷, 적시는 거 싫으면, 하읏, 참아. 내가 먼저 싸고, 먹어줄게.”
줄리안이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싫어, 안 돼. 그러자 클로드가 줄리안의 성기를 움켜쥐었다. 아아아! 줄리안이 비명을 지르려고 해서 클로드가 입술을 막았다. 고통스러운 교성은 줄리안의 목에서 팽창했다가 결국 수그러들었다. 줄리안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을 때 클로드의 것이 단숨에 아래에서 위로 치고 올라왔다. 뜨거운 정액이 내부를 질척하게 적셨다.
클로드가 천천히 빠져나가려고 하자 줄리안이 힘을 주어 안을 조였다. 클로드가 얼굴을 구겼다.
“아, 시발……. 결혼이고 나발이고 존나 떡이나 치면 좋겠는데……, 넌 왜 이렇게 야해서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내 잘못이야? 줄리안이 고개를 들었을 때 클로드는 천천히 성기를 꺼내었다. 그리고 그는 급히 줄리안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줄리안의 것을 물었다. 거침없이 머리를 움직여 피스톤질을 한다. 줄리안이 히익히익 소리를 내며 클로드의 머리를 붙잡으려다 벽으로 양손을 붙였다. 머리가 흐트러지면 안 된다. 눈앞에 뭔가가 와서 쾅쾅 부딪치는 와중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은 그 생각뿐이었다. 소리도 내면 안 되지만 그건 무리였다. 방음이 조금이라도 잘되길 바라며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는 수밖에 없었다.
클로드는 줄리안의 성기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그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줄리안의 성기를 목 깊숙이까지 집어넣었다. 하지만 줄리안은 왠지 몸에서 힘을 풀 수가 없었다. 결혼식 직전에 이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무서워서 도리어 정액이 나오질 않았다.
“줄리안? 준비 다 되었니?”
밖에서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줄리안은 저도 모르게 힘을 풀어버렸다.
“흣―.”
그리고 다급히 자신의 손으로 입을 막았다. 아래에서 콸콸 흘러나오는 착각이 들었다. 클로드가 꿀꺽꿀꺽 삼킬 때마다 그의 목구멍이 묘하게 줄리안의 것을 조였다. 줄리안은 눈을 질끈 감은 채 겨우 그 감각을 참아냈다.
클로드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사납게 웃는 얼굴이 묘하게 만족스러워 보였다. 혀를 내밀어 입가에 묻은 정액을 훑은 그가 일어서며 줄리안 대신 입을 열었다.
“백작부인, 거의 다 되었습니다. 홀에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아, 대공 전하시군요.”
힛. 줄리안이 눈을 크게 떴다. 클로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줄리안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고는 꽉 닫힌 입구로 손가락을 넣었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네, 이따 뵙죠.”
문 너머에서 백작부인이 말했고 클로드가 대답했다. 곧 그녀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하, 하지 마세요.”
“하지 말기는. 너 이거 빼야 배 안 아플 거야. 어서 풀어. 시간 없어.”
“그러게 제가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나한테 시집오려고 하얀 예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봤는데 내가 좆이 안 서면 사람이야? 조각이지.”
“흐으읏…….”
클로드가 줄리안을 끌어안은 채 착해, 잘한다, 속삭였다. 줄리안이 분을 못 참고 클로드의 가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제법 아프게 때렸는데도 클로드는 물러나지 않았다. 클로드의 손가락이 줄리안의 뒤를 벌려서 흘러나오게 했다. 줄리안이 입술을 깨문 채 그 배설감을 참으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자니 클로드가 “시발, 진짜 미치겠네”라고 웃으며 이를 갈았다.
“존나 야해서 온몸을 아그작아그작 씹어드리고 싶네요, 아리스트 대공비 전하.”
클로드가 속삭였다. 줄리안의 눈물이 어린 눈을 본 그가 가볍게 혀를 차더니 양쪽의 눈물을 빨아먹었다.
“첫날밤엔 발톱부터 빨려서 잡아먹힐 줄 아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클로드는 다정하게 줄리안의 뒤처리를 도와주었다. 줄리안은 눈을 감은 채 파르르 몸을 떨었다. 결혼식 때문일까. 줄리안의 감도가 엄청났다. 클로드는 첫날밤이 기대되어 미칠 것 같아졌다.
아슬아슬하게 둘 다 옷을 입고 성당에 들어섰을 때였다. 버진 로드를 걷던 줄리안이 갑자기 멈춰 섰다. 왕족 및 친족들만이 모여 있다고 해도 상당히 많은 숫자의 하객이 자리를 빛내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가 줄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단상 앞에서 클로드 또한 줄리안을 보고 있었다. 줄리안과 같이 걷던 아버지 크리스토퍼가 “줄스? 괜찮은 거니?”라고 물었다.
줄리안은 희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아까 클로드가 뒤처리를 해주었는데도 급하게 해준 탓일까, 안쪽에서 뭔가가 새어나오려 하고 있었다.
죽여버릴 거야, 진짜.
결혼식 한중간에 남자의 정액이 흘러나오려 한다는 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야말로 꼭 죽여버리겠다고 줄리안이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실례.”
어느새 클로드가 다가와 있었다. 그는 단번에 줄리안을 안아 들었다.
“전하.”
자신이 아들을 건네준 것도 아니고 빼앗겨버린 크리스토퍼가 어이없는 눈으로 클로드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클로드는 크리스토퍼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저벅저벅 걸으며 줄리안에게 속삭였다.
“미안, 안에 남았지?”
제대로 빼지 않아서 불안하다 했다.
“우린 내일 이혼이에요. 무조건 이혼할 거야.”
줄리안이 울어서 붉게 달아오른 눈으로 이혼, 이혼, 이혼이라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둘은 대사제의 앞에 당도했다.
“미안한데 이렇게 안고 좀 진행하게 해주십시오. 몸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신께 엄숙한 맹세를 하시는 자리이니 스스로 서 계셔야 합니다.”
대사제가 엄숙하게 말했을 때 클로드가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
“지랄하지 말고 진행이나 해.”
대사제는 흘끔 클로드와 줄리안을 바라보았다. 일리드 가문의 셋째는 대공에게 코가 꿰여 억지로 결혼한다는 소문이 매우 파다했다.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다 온 인간 도살자가 시종인 줄리안 일리드에게 반해 강간하고 고문하고 감금해서 결혼한다는 내용이었다. 왕족이며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클로드 스토메어라 재무장관인 크리스토퍼 일리드도 결국 아들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줄리안 일리드는 얼굴이 빨갛고 눈이 부어 있었다. 어지간히 이 결혼이 싫어 울었던 모양이다. 그럴 만도 하지. 아무리 남자여도 평생 인간 도살자와 억지로 같이 살아야 한다는데 눈물이 나겠지.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
대공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제 다리로 서 있지도 못하는 줄리안 일리드가 가여워 사제는 결혼식을 진행했다. 그사이 몇 번이고 클로드는 줄리안의 이마며 뺨에 입을 맞췄다. 미안. 들릴락 말락 하게 속삭였지만 줄리안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미안, 줄. 내가 잘못했어, 응? 아무리 사과해도 줄리안에게서는 대답을 들어내지 못했다.
“왜 그러셨습니까. 줄리안이 화나면 얼마나 오래가는지 아시면서.”
줄리안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제이미가 물어서 클로드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줄리안은 잠시 옷을 갈아입으러 갔고 제이미와 클로드는 같이 신랑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평소라면 대기실에 와서 클로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었을 줄리안이었지만 오늘은 어림도 없을 게 뻔했다. 오늘을 위해 고용한 스타일리스트들의 사무적인 손길 끝에 완벽해진 클로드가 마음이 답답한지 담배를 물었다.
“그러게. 아까 이혼하겠다고 하더군.”
“줄리안이라면 당장 내일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빨리 잘 풀어보세요.”
“그래야지.”
클로드가 벽에 기댄 채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제이미는 그 연기를 가만히 바라보다 물었다.
“그런데 정말로 왜 그러셨어요?”
아무리 클로드가 짐승이라고 해도 결혼식 직전에 신부를 덮치는 몰상식한 짓을 할 남자는 아니었다. 사실 클로드는 줄리안을 대상으로 색에 미칠 뿐 평소에는 멀쩡한 남자였다. 사람을 패긴 해도 강간과는 거리가 먼 인간이 바로 클로드 스토메어였다. 줄리안과 그렇게 결혼하고 싶어했으니 나름대로 경건한 자리였는데 왜 그랬을까.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제이미가 묻자 클로드가 새 담배를 물고 라이터 불을 붙이며 대답했다.
“줄리안을 보러 갔어.”
“예.”
“문을 여니까 서 있더군. 빛 속에, 하얀 옷을 입고.”
그랬겠죠, 빛이 잘 드는 방이었으니까. 결혼식이니 여자처럼 웨딩드레스는 못 입어도 하얀 예복을 입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나가주더라. 문이 닫히고 계속 그 모습을 보고 있었지. 줄리안이 웃더라고. 시발, 천사인 줄 알았어.”
“그래서, 천사인 것 같아서 각하 버리고 날개 돋아 날아갈까 봐 정액으로 더럽혀줘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우와, 포르노 같네요. 포르노 평생 보지도 못하신 분이 내추럴 본 포르노 스타처럼 구시다니, 신기하네요. 제이미가 그렇게 빈정거렸을 때 클로드가 담배 연기를 훅 내뿜으며 대답했다.
“울 것 같았어.”
“……예?”
“줄리안이 거기 서 있더라고. 빛 속에, 하얀 예복을 입고. 예뻤어.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울 것 같더라고. 눈물이 그냥 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통곡을 할 것 같았어.”
클로드는 창가에 서서 줄리안을 내려다보았다. 줄리안은 옷을 갈아입고 피로연장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렇다는 건 클로드도 내려가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여전히 하얀 옷을 입은 줄리안은 조금 지친 얼굴로 웃고 있었다. 클로드는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담배를 손으로 짓이겨서 꺼버렸다. 각하! 제이미가 놀라서 달려왔을 때 클로드가 말했다.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서 울 것 같고, 이게 현실이라서 기뻐서 통곡하고 싶어졌어. 사람은 너무 기쁘면 울고 싶은가 봐. 어린애처럼 엉엉 하고.”
“…….”
“아픔이 느껴지지 않아. 난 아마 지금 죽어도 불에 타도 아픔 따위는 느끼지 못할 거야. 난 말이야, 진심으로 감동했어. 운명과 현실과,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준 존재에게. 그래서 울 것 같아서.”
클로드의 청회색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제이미는 멍하니 그 눈을 보고 있다 정신을 차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쪽팔려서 섹스로 전환했다고요. 각하가 어린애입니까?”
제이미의 질렸다는 말투에 클로드가 손으로 비벼 끈 담배를 쓰레기통에 버리며 투덜거렸다.
“아, 울고 싶지 않았다고. 줄은 웃고 있었단 말이야.”
날 울려놓고 넌 웃고 있다니, 불공평하지 않으냐며 클로드는 기어코 줄리안을 울려버렸다. 그 전말을 들은 제이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의 상관은 그를 지나쳐 앞서 걸었다. 자신의 배우자를 만나러 가는 그 발걸음은 마치 구름을 밟는 듯 가볍고 행복해 보였다.
멀리서 상관의 배우자가 그들을 보고 있었다. 내일 이혼을 하겠다고 했다던 남자는 클로드를 기다리며 서 있었다. 정원의 초록 잔디 위에서 그는 연인을 보며 해사하게 웃었다. 그 자신은 아마 픽 웃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는 정말 예쁘게 웃고 있었다. 상대방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손은 왜 이래요?”
클로드가 딱히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줄리안은 연인의 손바닥에 생긴 화상을 눈치챘다.
“담배, 잘못 쥐어서.”
“왜 담배를 잘못 쥐십니까? 어디를 쥐라고 거기 그려져 있잖아요.”
줄리안의 말에 클로드가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결혼식 날 이혼하겠다는 소리 들으니까 당황해서 그랬어.”
“갖다 붙이시긴.”
“정말인데.”
줄리안이 워드를 외우기 시작했다. 클로드의 손바닥에 난 화상에 푸른색 빛이 어른거렸다. 푸른색 빛은 상처를 뒤덮더니 천천히 동화되었고, 화상은 조금씩 작아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줄리안이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중얼거렸다.
“이번만 봐드릴게요.”
줄리안의 귀가 빨갛게 익어 있었다. 그 귀를 보며 클로드가 응 하고 개구지게 웃었다.
신랑과 신랑은 푸른 잔디 위를 걸었다. 그들의 결혼을 축하하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파티를 열고 있는 곳으로 향하며 둘은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녹색과 흰색이 바람에 나부끼고 어딘가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곡이더라? 잠시 생각에 빠졌던 제이미가 아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결혼행진곡이 푸른 땅과 파란 하늘을 맑게 수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