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래디언스에게 예능 섭외가 들어왔다. 케빈이 고정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마련한 특집이었다.
평소였다면 유채는 거절했을 것이다. 이번에도 명태가 운을 뗐을 때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부터 저었다. 그러나 기획을 들은 뒤에는 제법 구미가 당겼는지,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유채 섭외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케빈이 팔짝팔짝 뛰었다.
“오랜만에 다 같이 놀러 간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우주 응원도 할 겸. 얼마나 좋냐?”
“놀러 가는 건 아니지, 케빈아.”
“이신이 형은 누구 편이냐? 케빈 편들어 줘라!”
“이게 무슨 편들고 말고 할 문제야. 유채 쉬기로 했는데,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지.”
“아이이이, 재밌을 거 같은데. 같이 가자, 응?”
“저도 재밌을 것 같은데요. 팬들도 좋아할 것 같고. 유채 형 안 하면 그냥 우리끼리라도 가면 안 됩니까? 유채 형 하기 싫은 거면 억지로 시키는 것도 좀…….”
“그냥 우리끼리? 으응, 그래도 되긴 한다……. 라윤이랑 이신이 형은 그럼 하는 거냐?”
“전 좋습니다.”
“뭐, 나도 좋아. 케빈이 말대로 우주 응원도 할 겸.”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저희들끼리 숙덕거리더니 결론을 지어 버렸다. 유채는 조금 더 고민해 볼 생각이었는데, 태오에게 가면서 자신을 빼놓겠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발끈하고 말았다.
“거길 왜 나만 빼놓고 가? 안 돼, 그럼 나도 갈래.”
“와아아아! 그러면 유채도 같이 가는 거냐? 신난다! 당장 피디님한테 연락 때린다!”
“어? 어…….”
“오, 진짭니까? 저 영화 촬영장 진짜 궁금했는데! 우주 형 일하는 것도 보고 되게 재밌을 거 같습니다!”
“그러게. 나도 기대된다. 케빈이 아이디어 낸 거야? 기획 잘했네.”
“어, 어! 케빈이 이거 하자고 했다! 피디님이 대따 좋아했다!”
유채가 잠시 발끈한 사이에 일정이 정해져 버렸다. 낚인 것 같아서 유채는 순간적으로 눈썹을 구겼다. 이렇게 얼렁뚱땅 일할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콘셉트를 들어 보니 유채가 맡은 역할이 컸다. 아무래도 거절해야겠다. 유채는 내심 마음을 굳혔다.
그러나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었다.
***
“추 감독님이랑 촬영 팀하고는 얘기 다 됐어. 우주만 모르는 거니까, 미리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뭐 알아도 상관없긴 한데……. 그래도 서프라이즈 해 주는 게 더 재밌잖아.”
“예, 뭐.”
유채는 시큰둥하게 대꾸하면서 턱을 괴었다. 차창 밖에서 익숙한 경치가 스친다. 목적지는 유채가 다른 영화를 찍을 때 주로 출퇴근했던 일산 세트장이었다. 이번 목적은 영화가 아니라 리얼리티 예능 촬영이라는 점이 다르긴 했다.
“근데 우리 무슨 요리 하냐? 유채 뭐 할 줄 아는데? 진짜로 오튀 할 거냐? 그냥 처음부터 이신이 형한테 다 맡기면 안 되냐?”
“유채가 요리 배운다고 인터뷰해서 요리 실력 보여 주는 기획이잖아. 내가 끼어들면 안 되지. 우리는 그냥 보조야.”
“아이, 그래도 음식이 맛이 있어야 하는데! 다른 건 몰라도 오튀는 진짜 아니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우리끼리 먹는 것도 아니고 촬영 팀한테 대접하는 건데?”
“내가 하면 맛없다고 누가 그래?”
가만히 듣던 유채가 툭 끼어들면서 인상을 썼다. 유채의 요리를 흉보려고 시동 걸고 있던 케빈과 라윤이 흠칫 놀랐다.
“아니, 그걸 꼭 누가 말해야 압니까. 우리도 먹어 봤는데.”
라윤이 고개를 떨구면서 개미만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가까운 거리라서 충분히 다 들렸다.
유채는 한숨을 쉬면서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물끄러미 유채를 바라보던 이신이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 너도 우주 영화 촬영장 궁금하지 않아?”
“궁금하지.”
“근데 왜 이렇게 우울해.”
“우울하긴 누가 우울해.”
아까부터 입 꾹 다물고 묻는 말에나 시큰둥하게 대꾸하던 건 어디 사는 누구였냐고 묻고 싶은 것을 이신은 겨우 참았다. 유채를 메인으로 하는 리얼리티 촬영을 곧 시작해야 하는데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일이 없다. 촬영장에 도착하면 기분이 나아지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유채는, 기분이 안 좋거나 우울한 게 아니라 근심이 가득해서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이번 예능은 케빈이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특별 코너로 기획된 것이었지만, 케빈이 아니라 유채가 메인이 되기로 했다. 작년 말 연말 시상식 인터뷰에서 유채가 했던 발언이 화근이었다.
-전 요리 배우려고요.
하필이면 유채가 전 국민이 보는 방송에서 그런 말을 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발언이었다.
-어떤 요리를 가장 먼저 배우고 싶으세요?
-오징어튀김이요.
그런 소리도 했다.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작년 말까지 약 사 년간 유채가 숨도 쉬지 않고 달려왔다는 것을 모든 팬이 알았다. 그래서인지, 휴식기를 가지면서 요리를 배우겠다는 유채의 선언은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한두 달, 혹은 두세 달 쉬는 게 아니라 벌써 반년이 넘었다. 소속사와 계약을 끝내고 명태가 새 기획사를 세울 때까지 공백기가 있었다지만 다른 멤버들은 계약 관계와 상관없이 줄곧 활동을 해 왔다. 특히 태오는 짧은 일정으로 연극 무대를 마친 뒤 바로 영화를 찍기 시작해, 벌써 막바지 촬영에 접어들었다.
무슨 대단한 요리를 얼마나 배우려고 이렇게 오랫동안 얼굴도 안 보여 주냐고, 팬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만 하루에도 이백 개였다. 그때마다 공통적으로 달리는 댓글이 있었다.
「오징어튀김」
가끔 변형된 버전으로도 달렸다.
「튀김옷 다 벗겨진 오징어튀김」
「사랑이 담긴…… 사랑만 담긴 오징어튀김. 맛은 보장 못 함」
유채는 그 댓글의 주인공이 태오인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을 했다.
유채의 의심에는 근거가 있었다. 가끔 지난 일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 태오는 종종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팬 게시판의 게시글들을 언급했다. 래디언스가 데뷔했을 무렵에 유채에 대한 온라인 반응을 모니터링하느라 살펴보기 시작한 게시판이라고 했다. 그때 익숙해져서 요즘에도 간혹 들어가 보는 모양이었다.
거기까지는 크게 수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은 또 그런 말을 했다.
-나도 가끔 댓글 달았다? 근데 사람들이 아무도 반응 안 해 줬어. 면박만 주더라.
-진짜요? 뭐라고 했는데요?
-아니 언제는, 너보고 다들 이상한 소리 하잖아.
-무슨 이상한 소리?
-그게 예전에 나 깨어나고 나서, 처음 사녹 했을 때 방청 후기였거든. 네가 나한테 귓속말했다면서 다들 무슨 말 했을까 궁금해하는데, 어떤 댓글이 ‘씨발, 짜증 나게 굴지 마, 꺼져, 이런 소리나 했겠지.’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화나서.
-화나서……?
-우리 유채는 그런 말 안 해, 그랬어.
-음…….
-사실은 했는데. 그 팬이 작두 타는 줄 알았다니까? 너 나한테 그랬잖아, 기억나지.
-안 나는데요…….
그리고 또 무슨 말을 했냐고 물었더니, 그때 태오가 알려 준 댓글이 가관이었다.
-너랑 나랑 유산 문제로 지라시가 돌았나 보더라고. 윤태오랑 유채가 무슨 사이라고 그런 소리를 하냐고들 하잖아.
-……설마 그런 말에도 댓글 달았어요?
-화나는데 어떡하냐.
-뭐라고?
-사랑하는 사이.
-…….
-아니 근데, 그랬더니 아니다 이신이랑 사랑한다, 케빈이랑 사랑한다, 애들이 다 튀어나오는 거야.
-팬들이랑 싸우지 마요, 형.
-안 싸웠어. 어차피 우유즈가 다 이겼잖아.
-네…….
그게 끝일 것 같지 않았다. 유채에게 몇 번 더 심문당한 끝에, 태오는 래디언스 데뷔 시절부터 유구히 달아 왔던 댓글 기록들을 알려 주었다.
그러니 지치지도 않고 오징어튀김 얘기를 하는 댓글러는 태오일 가능성이 높았다. 문제는, 유채가 연말 시상식 인터뷰에서 오징어튀김을 직접 언급했기 때문에, 다른 팬들도 그 댓글에 열렬히 호응했다는 점이었다.
두문불출하는 유채가 어딘가에서 요리—특히 오징어튀김—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은 눈덩이처럼 퍼졌다. 얼마나 멀리까지 알려졌는지, 케빈이 참여하는 예능 프로그램 담당 PD가 직접 ‘유채와 함께하는 요리 교실—오징어튀김 편’을 함께하자고 연락해 왔을 정도였다.
결국 그 건은 무사히 거절했는데, 이번에는 케빈이 쓸데없는 기획을 가져왔다.
태오가 예술 영화로 유명한 추여정 감독의 신작에 주연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태오—정확히는 우주지만—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 그러자 고정 멤버로 참여한 지 오래라서 기획 회의에도 종종 들어가(서 졸고만 나오곤 하)는 케빈이 웬일로 손을 번쩍 들고 외쳤다는 것이다.
-래디언스 멤버들이 우주 촬영장에 밥 차 나가는 리얼리티 어떻냐? 요?
케빈의 아이디어는 그날따라 유독 괜찮은 안건이 나오지 않아서 끝을 모르고 이어지던 회의 때문에 낡고 지쳐 버린 방송 스태프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하여간 쓸데없는 얘기는 꺼내서.’
유채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혀를 찼다.
사실 쓸데없지는 않았다. 유채도 그 아이디어가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신은 요리 실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니, 나머지 멤버들이 주방 보조로 거드는 정도였다면 유채도 흔쾌히 촬영에 응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유채가 요리 배운다고 우리 팬들도 난리다! 예요! 유채 셰프가 요리해 주면 대박 친다! 케빈 장담해! 요!
피디는 케빈에게 뽀뽀라도 퍼부을 듯 굴었고, 의기양양해진 케빈은 유채를 반드시 섭외해 올 테니 마음 탁 놓으시라고 큰소리를 쳤다. 유채가 절대로 거절 못 할 미끼가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채가 절대로 거절 못 할 미끼는 태오였다. 태오의 영화 촬영 현장을 직접 구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유채가 지나칠 수 있을 리 없었다. 케빈이 유채를 제대로 보았다.
다만 작품에 대해서 엄격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추 감독인 만큼 당연히 거절하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명태가 가끔 태오가 촬영장에서 어지간히 예쁨받는다고 자랑을 늘어놓더니, 사실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서 유채는 멤버들과 함께 태오의 촬영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까지도 메인 멤버를 이신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품었지만 소용없었다. 유채가 몸부림을 쳐서 간신히 바꾼 것은, 기존의 밥 차 기획을 간식 차로 변경시킨 것 정도였다. 그래도 촬영 팀의 식사를 책임져야 할 뻔했던 것에 비하면 한결 마음 놓이는 일이었다. 하마터면 태오나 추 감독을 포함한 촬영 팀 전원이 식사도 못 하고 굶을 뻔했다.
***
“간식 차 도착했습니다. 셰프님께 드시고 싶은 메뉴 주문해 주시면 돼요!”
유채는 긴장한 얼굴로 트럭 중앙에 앉았다. 주방 보조인 케빈이나 다른 멤버들은 미리 전해 듣지 못했지만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며칠 전 유채 혼자 사전 회의에 참여해서, 피디와 함께 메뉴를 확정하고 왔다. 메뉴는 다양했지만 핵심은 당연히 오징어튀김이었다. 유채는 정말로 못한다고 사정했지만 피디는 완고했다. 오징어튀김 특집 요리 교실까지 기획하려고 들었던 사람이니 예정된 수순이었다.
“와, 웬 간식 차예요? 래디언스 사진 붙어 있네? 우주 형, 형한테 왔나 봐요.”
“어, 그러게. 나 들은 얘기 없는데. 팬들이 보냈나?”
멀리서 태오가 누군가와 함께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유채는 점점 더 손끝이 떨렸다. 눈앞의 도마 위에 거대한 오징어 한 마리가 놓여 있었다. 이신이 지금 막 기본 손질을 마쳐서 건네준 거였다.
‘오징어 잘라서…… 계란 옷, 튀김 가루 입히고…… 튀김 가루가 먼저였나? 계란이 먼전가…….’
마른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몇 번이나 연습해 본 메뉴였는데도 갑자기 순서가 헷갈렸다. 어쨌든 계란 옷을 입혀야 하는 건 사실이었으니, 유채는 커다란 볼에 날계란 몇 개를 담아서 왼쪽에 앉은 라윤에게 건넸다. 라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만 끔뻑거렸다.
“이거 뭡니까?”
“계란. 풀어.”
“풀어요? 계란을?”
라윤이 앵무새처럼 유채가 한 말을 따라 했다. 계란을 푼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소리다.
유채는 한숨을 쉬면서 라윤에게서 볼을 뺏어 들었다. 이번에는 오른쪽에 앉은 케빈에게 주었다. 케빈이 신난 얼굴로 외쳤다.
“어! 케빈 할 줄 안다! 계란! 푼다!”
“진정해…….”
오늘따라 텐션이 하늘 끝까지 올라가 버린 케빈은 야심 차게 깨부순—정말로 부숴 버렸다—날계란을 볼에 넣고 휘휘 젓다가 온갖 곳에 다 튀게 했다.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쏘아붙이면서 유채가 다시 볼을 뺏어 들었다. 그러나 유채라고 딱히 할 줄 아는 게 많지는 않았다.
옥신각신하는 동안에도 발걸음 소리는 착실히 가까워졌다. 이번에는 태오의 목소리가 코앞에서 들렸다.
“어? 근데 웬 카메라예요? 피디님? 여긴 웬일이세요?”
“어어, 우주 씨. 반가워. 하하하…….”
“촬영하시는 거예요? 케빈도 왔어요?”
“어어어, 왔지, 왔어.”
“이 간식 차 촬영하러 오신 거예요? 무슨 콘셉트예요?”
“하하, 우주 씨가 주문하면서 직접 봐. 추천 메뉴는 오징어튀김이야.”
“오징어튀김이요? 그거 튀김옷 잘 입히기 힘든데. 우리 유채도 맨날 튀김옷이 혼자 둥둥 떠서…….”
그리고 기어코 태오가 트럭 앞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유채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동그래지면서 까만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태오는 유채를 부르지도 못하고 입술만 뻐끔거렸다.
“……잘 입힐 수 있어. 튀김옷.”
“어어……?”
“연습 많이 했는데.”
“아니, 그게. 유채야.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 근데 진짜 뭐예요, 이거. 깜짝 카메라예요, 피디님?”
“하하하하하하, 서프라이즈지! 오늘 셰프는 유채 씨야!”
“유채가요……?”
왜 그런 짓을 시켰냐는 듯한 말투였다.
유채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몇 달 전, 촬영을 마치고 유난히 지친 얼굴로 귀가했던 태오가 현관맡에서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유채를 끌어안고 울먹울먹 고백했던 목소리가 귓가에 선연했다.
-사실은…… 네가 만든 오징어튀김 맛없어.
얼마나 맛없었으면 오자마자 대뜸 그랬을까? 딱히 상처받지도 않았고, 사실 그 후에도 약이 올라서 만회해 보려고 수없이 여러 번 오징어튀김을 만들었다. 매번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하필 오늘따라 그때 태오가 했던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유는 뻔했다.
집에서 태오와 단둘이 있을 때 해 주는 거라면 아무 상관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래디언스의 이름을 걸고 간식 차까지 대동하고 나왔다. 유채는 정말 태오를 망신시키고 싶지 않았다.
어깨가 축 늘어졌다. 유채는 눈을 내리깐 채 말없이 볼 안의 날계란을 휘휘 저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을 알아챘는지, 줄곧 시끄럽던 케빈과 라윤도 양쪽에서 눈치만 봤다. 태오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침묵이 싸하게 흘렀다.
“오튀 말고 다른 것도 있어…….”
결국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유채였다. 카메라가 계속 돌아가고 있었고, 이러다가 프로그램을 망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평소였다면 유채보다 먼저 카메라를 신경 썼을 다른 멤버들이나 태오가 아무 말도 못 한 채 숨만 죽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유채 기분이 완전히 상했다고 생각해 버린 듯했다.
그렇지 않았다. 태오가 몇 마디 했다고 바로 울적해지지는 않는다. 유채는 단지 태오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유채는 표정을 의식적으로 밝게 고치면서 입꼬리를 당겼다.
“떡볶이나…… 매운 어묵 같은 것도 있어. 우동도 할 수 있고…….”
“어? 어…….”
태오는 얼떨떨하게 대꾸하면서 눈을 굴렸다. 아무 준비도 안 된 것 같은데.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하면 유채가 억울했다.
유채와 간식 차는 이제 막 도착한 참이었고, 태오가 예상보다 빨리 나타난 탓에 재료 손질도 제대로 안 되어 있었다. 피디는 준비 시간부터 태오가 찾아와서 구경하면 더 재미있는 그림을 뽑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듯했다.
하지만 유채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태오가 혼자 온 것도 아니었고,—그러고 보니 옆에 달고 온 어린 배우는 누구인가 몰랐다. 스물 초반밖에 안 되어 보이는 어린 남자였고, 유채는 태오가 어린애들에게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신경이 쓰였다—다른 배우 앞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서 좋을 게 뭐냔 말이다.
태오의 동료들에게 처음으로 인사하는 자리였다. 어쩔 수 없이 끌려오긴 했지만 기왕 여기까지 온 이상 유채는 완벽하고 싶었다. 숨죽였던 승부 본능이 오랜만에 튀어나와 피가 끓었다.
그런데 정말 도와주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저도 모르게 아랫입술이 슬쩍 나왔다.
그러자 태오가 화들짝 놀란 얼굴을 했다. 다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트럭 앞에 서 있는 이신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매사에 차분하다 못해 가끔 AI가 아니냐는 말도 듣는 이신이 멀뚱한 얼굴로 태오를 바라보았다. 태오가 소곤소곤 말했다.
“형이 좀 도와줘.”
“나? 오늘 셰프는 유챈데.”
“애가 울잖아! 입꼬리 떨리는 거 봐.”
“울긴 누가 울어. 눈물방울도 안 보여.”
“아직 안 보이는 거지. 진짜 울면 어떡해? 유채 마음 여리단 말이야.”
“넌 아직도 그 소리냐. 누가 마음이 여려. 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와.”
“형이 봤어? 바늘로 찔러서 피 한 방울 안 나오는지 봤어? 진짜 찔러 보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뭐라는 거야. 네가 울려 놓고 왜 혼자 놀라서 나한테 그래?”
“내가 언제?”
다 들렸다.
유채는 내리깔았던 눈을 치켜떴다. 무심코 싸늘한 표정이 됐는지 태오는 물론 이신의 어깨도 움찔 떨렸다. 유채는 볼을 내려놓으면서 좀 더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준비가 안 끝나서 그래. 개점도 하기 전에 왔으면서.”
“어? 어……. 미, 미안.”
거봐, 삐졌잖아. 태오가 또다시 이신에게 소곤거렸다. 이신은 어깨를 으쓱하기만 했다.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던 유채는 눈썹을 찡그렸다.
“좀 있다가 와. 다 해 놓을 거야. 그리고.”
유채가 고개를 휙 돌렸다. 날카로운 시선 끝에는 아까부터 어쩐지 거슬렸던 어린 배우가 멍하게 서 있었다.
“누구세요?”
“네, 저요?”
“네.”
“아 저는 그, 우주 형님이랑 같이 일하는…… 기, 김우민이라고 합니다!”
유채의 박력에 놀란 우민이 기합이 바짝 들어 더듬더듬 대답했다. 유채는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할 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우민이 어깨를 움츠린 채 기죽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저는 그, 하인 역할인데 오늘 대기가 조금 길어서…… 우주 형님이 챙겨 주셔 가지고…… 그래서 같이 온 건데…… 요…….”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또다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이번에는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유채가 새침한 얼굴로 볼 안의 계란을 휘휘 젓는 소리만 들렸다. 계란을 풀다 못해 머랭을 만들 기세였다.
“……유채야.”
침묵 끝에 이번에는 태오가 입을 열었다. 한결 다정해진 목소리였다. 선뜻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이번에는 부드럽게 채근하듯 다시 불렀다.
“유채야.”
“……응.”
유채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대꾸했다. 태오가 성큼 다가와서 유채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지나치게 거리가 가까웠다. 카메라도 있는데 뭐 하는 거야. 유채는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싫지 않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내가 아까 그렇게 말한 건, 그러니까 튀김옷 둥둥 뜬다고…… 그 얘기는 귀여워서 얘기한 거였어. 그리고 요즘 해 주는 건 튀김옷 떨어져도 오징어랑 같이 한 번에 먹으면 되게 맛있어.”
유채는 눈을 슬쩍 뜨고 태오를 흘긋거렸다. 두 손을 모으고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태오의 표정은 상당히 진정성 있어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태오는 천재적인 배우다. 유채 정도 속이는 건 쉬웠다.
유채는 잠시 고민하다가 마음에 걸렸던 다른 얘기를 꺼냈다.
“왜 내가 셰프냐고 그런 말투였잖아.”
“그거야 유채 고생할까 봐 그랬지. 혼자 요리하려면 힘들잖아. 케빈 형이나 라윤이는 도움도 안 될 거고.”
“……진짜야?”
“그럼, 당연하지.”
유채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태오는 안심한 듯 싱긋 웃었다. 볼록해진 뺨 가운데 깊은 보조개가 팼다. 유채의 얼굴이 사르륵 녹았다. 분위기를 기민하게 눈치챈 케빈이 발랄하게 끼어들었다.
“케빈 도움 된다! 많이 되는데!”
“저도 도와줄 겁니다. 왜 애먼 우리를 잡습니까? 싸우려면 둘이 싸우십셔!”
그러자 태오의 눈매가 길게 접혔다. 케빈과 라윤을 번갈아 돌아보면서, 한층 더 낮아진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둘 다 조용히 하고 당장 재료 손질 시작해.”
“응.”
“넵.”
***
유채의 간식 차는 꽤 성공적이었다. 오징어와 튀김옷은 여전히 분리되었다. 그래도 태오가 한꺼번에 집어서 한입에 넣으면 맛은 괜찮다고 했던 얘기는 빈말이 아니었다. 태오는 유채가 태오 준다고 하나하나 직접 튀겨 준 오징어튀김을 소중하게 아껴 먹으면서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명길과 우민이 태오 양옆을 차지하고 앉아서 소란스럽게 접시를 비웠다. 의외로 보기보다 맛있다고 수군수군하더니 태오의 접시로 은근슬쩍 손을 뻗었다. 손등을 찰싹 때리자 명길이 억울한 얼굴로 외쳤다.
“아이, 많이 남았잖아요! 어차피 또 받아 오면 되는데 같이 비우고 같이 받으러 가면 되지!”
“어차피 또 받아 오면 되는데 너희가 지금 가서 받아 오면 되잖아.”
그러자 이번에는 우민의 입이 나왔다.
“무섭단 말이에요. 유채 선배님 무서워요, 내가 갈 때마다 노려본다고요.”
“우리 유채가 어디가 무서워? 별명이 아기새야. 귀엽고 상냥해.”
“그거 형 혼자 그렇게 부르는 거 아니냐고요.”
“아니거든? 래디언스 아기새로 검색해 봐.”
“놀리는 댓글만 있던데.”
“그게 다 귀여워서 놀리는 거야.”
“꿈보다 해몽입니다.”
투닥투닥하면서 접시를 비우는데 어디선가 빤한 시선이 느껴졌다. 누가 이렇게 노려보는지 돌아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아서 태오는 웃음만 삼켰다. 간식 차는 한바탕 정신없이 손님을 받은 후 잠시 쉬는 시간이었다. 이만하면 성공적이라고 케빈과 라윤이 신나서 떠드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이신도 간간이 끼어들었는데 유채의 음성만 들리지 않았다. 태오가 가서 놀아 줘야 할 것 같았다.
태오는 접시에 남은 오징어튀김을 서둘러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명길이 약 오른 얼굴로 따졌다.
“제가 달라니까 그렇게 한입에 넣기 있어요?”
“유채가 만든 건데 널 주면 어떡해.”
“어차피 거기 간식 전부 다 유채 씨가 만든 거거든요?”
“아니야. 다른 건 라윤이나 이신이 형이 중간에 거들었는데 내 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채가 한 거야.”
“뭐라는 거예요, 진짜. 그래서 더 맛있냐고요.”
더 맛없지……. 태오는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삼키면서 피식 웃었다.
그래도 유채 요리는 장족의 발전을 했다. 몇 달 전 시도했던 삼계죽을 기점으로 실력이 크게 늘었다. 이제는 어디 내놔도 남들이 별말 없이 먹을 정도는 되었다. 보기에는 조금 별로였지만.
“아무튼 난 더 받으러 간다. 너희도 더 먹어?”
“예, 예. 전 떡볶이 먹어야지.”
“전 우동.”
“그건 면 삶아야 하잖아. 떡볶이 남았네, 떡볶이 먹어.”
너무한다고 투덜거리는 우민을 뒤에 달고 간식 차에 다가갔다. 다른 멤버들은 근처에 따로 자리 잡고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유채만 간식 트럭 안에 혼자서 덜렁 앉아 있었다. 태오가 고개를 불쑥 내밀자 유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혀…… 아앗.”
자연스럽게 형, 하려다가 혀를 한 번 깨물고,
“어……. 왔어? 뭐 먹어?”
허둥허둥 반말 모드로 전환하면서 슬쩍 곁눈질을 했다. 우민에 이어서 명길을 훑어보는 눈길이 날카로웠다. 태오는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깜빡 잊고 유채의 말랑한 뺨을 꽉 잡아서 옆으로 쭉 늘렸다.
“자꾸 어딜 그렇게 보는 거야. 어?”
“어어…….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닌데. 우리 여기 떡볶이 남은 거만 좀 먹을게. 얘들도 조금씩 덜어 줘.”
형, 저는 우동……. 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 것 같았지만 태오는 슬쩍 무시했다. 유채가 태오의 접시를 받아 떡볶이를 덜어 주는 동안, 태오는 갸웃거리면서 트럭 안을 둘러보았다.
“뭐 좀 먹었어? 계속 요리한다고 바빴던 거 같은데.”
“아니, 아직.”
“그래도 먹어야지. 굶으면 어떡해.”
“그냥 별로 입맛도 없고.”
유채가 눈을 내리깐 채 시무룩하게 대꾸했다. 작은 머리통 속에서 무슨 생각이 굴러가고 있는지 투명하게 보였다. 형 촬영 현장 보고 싶어서 따라왔는데. 형은 알은척도 잘 안 해 주고 다른 배우들이랑 계속 놀고. 쟤들은 또 누구야? 형 쟤들이 좋아요? 나보다 더 좋아?
태오로 말하자면, 서프라이즈라고 간식 차를 몰고 올 생각을 한 것은 놀랍고 귀여웠지만 줄곧 따라다니는 방송국 카메라가 마음에 계속 걸렸다. 지금까지만 해도 벌써 위험 수위를 아슬하게 넘나드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대로 유채를 굶길 수는 없었다. 태오는 카메라를 흘긋 바라보았다가, 어쩔 수 없이 유채를 향해 싱긋 웃었다.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면서 살살 달랬다.
“나 이거 좀 많은데. 그럼 같이 먹자. 응?”
“같이?”
유채가 고개를 반짝 들었다. 태오가 진지하게 대꾸했다.
“같이.”
“그럼 그럴까?”
다음 순간, 번개같이 트럭에서 뛰어 내려온 유채가 태오의 손목을 붙잡고 간이 의자로 향했다. 빈 접시를 들고 대기하고 있었던 명길과 우민이 멍한 얼굴로 두리번거리자, 근처에서 식사하던 이신이 혀를 차면서 다가와 명길에게 떡볶이를 덜어 주고 면을 삶아서 우민에게 우동을 말아 주었다.
***
나란히 앉아 무릎을 닿을 듯 말 듯 붙이고 떡볶이 접시를 비우는 동안 유채의 기분도 풀렸다. 태오는 멀찌감치 보이는 촬영 팀을 한 명 한 명 눈짓으로 가리키면서 설명해 주었다.
“저 친구는 주인공 수혜 역 맡은 이주윤. 나이도 어린데 연기 내공이 깊어. 아역 출신이잖아. 너도 많이 봤지?”
“네……. 응. 어릴 때부터 연기 신동으로 유명했잖아.”
“어 맞아. 성격도 서글서글해서 다들 좋아해. 나는 좀 쥬니퍼 생각나더라. 그 옆은 김명길. 내 이복형 역이야. 무섭게 생겼는데 착해. 좀 전에 봤지?”
“어. 떡볶이.”
“어어. 앞에는 우민이. 쟤는…….”
“우동.”
“그럼 나는 오튀야?”
“너는.”
유채는 근처에서 따라붙은 카메라를 흘긋 바라보더니 태오를 향해 고개를 기울였다. 몸에 붙은 마이크를 손으로 가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거렸다.
“윤태오.”
떡볶이 한 개를 쿡 찍어서 유채의 입 안에 넣어 버렸다. 유채가 눈을 길게 휘면서 활짝 웃었다.
“여기 있었네요. 한유채 씨, 맞죠?”
그때, 추 감독이 다가와 유채에게 인사했다. 추 감독이 줄곧 촬영 중이었기 때문에 유채와는 처음으로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유채가 놀란 얼굴로 벌떡 일어나 허리를 꾸벅 숙였다.
“예, 감독님. 한유채입니다. 오늘 저희 예능 촬영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감사하죠. 촬영 막바지라 다들 지칠 때인데 고생해 줘서 미안하고 고마워요.”
“아니, 아닙니다.”
유채는 침착한 척 대답했지만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얼마나 빠르게 눈을 깜빡이는지 빽빽한 속눈썹이 파드득파드득 날갯짓을 한다. 태오는 거들어 주려던 것도 잊고 입을 반쯤 벌린 채 그 속눈썹의 움직임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추 감독은 추 감독대로 다른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말이 없었다. 당황한 유채가 태오의 옆구리를 검지로 쿡 찍었다.
그제야 정신이 든 태오가 아무 말이라도 해 보려고 입을 벌렸을 때, 추 감독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보니 반갑네요. 성 감독이 얘기 많이 해서 궁금했어요.”
“성 감독님께서요?”
성우현은 ‘제왕’ 시절의 총감독이었다. 태오도 모처럼 들린 반가운 이름에 눈이 커졌다. 추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볍게 웃었다. 단단한 인상이 다소 부드러워지면서 유채도 한결 긴장이 풀린 얼굴이 되었다.
“유채 씨는 차기작 계획이 있나요?”
“저는 아직 없습니다.”
“그럼 우리 곧 크랭크 업이니까 언제 식사 한번 같이 할 수 있을까요?”
“예? 예, 무, 물론입니다. 언제든 불러 주시면…….”
“그래요. 그럼 우주도 같이 셋이 한번 날 잡아요.”
“전 아무 스케줄도 없어서 아무 때나 됩니다, 감독님.”
“우주가 제일 바빠서 이쪽 눈치부터 봐야 해요. 둘이서 미리 시간 한번 맞춰 봐도 좋고. 그럼 보는 거로 알고 조만간 연락할게요.”
“예, 예…….”
얼떨떨하게 대답하는 사이에 추 감독의 왜소한 뒷모습은 촬영 팀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유채는 멍한 얼굴로 반쯤 넋을 놓았다. 태오가 유채의 눈앞에서 손바닥을 휘휘 저었다.
“있잖아. 지금…….”
유채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태오는 떡볶이를 하나 더 찍어서 유채의 입에 물렸다. 대중적인 기호에 맞췄는지 이번 떡볶이는 맛이 좀 덜 달고 덜 매웠다. 집에 가서 유채 입맛대로 훨씬 더 자극적으로 만들어 줘야지. 생각하는 동안 유채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추 감독님께서…… 나랑 식사하고 싶다고 하신 건가?”
“그렇지?”
태오는 얼떨떨한 얼굴로 입술만 달싹거리는 유채를 끌어안고 뺨에 입술을 꾹 눌러 주고 싶었다. 추 감독에게 들었던 얘기를 해 주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요 며칠간 입이 간지러워서 눌러 참느라 힘들었던 터라 더 그랬다. 카메라가 찍고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추 감독이 직접 운을 뗐으니 더 숨길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몇 시간만 더 참자. 태오는 호흡을 고르면서 인내심을 다스렸다. 촬영이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태오는 접시에 마지막으로 남은 떡볶이를 찍어서 유채의 입 안에 넣어 주었다. 유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아기새처럼 입만 짹 벌렸다.
***
다들 케미가 좋아서 분량이 잘 나올 것 같다면서 피디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세트장을 떠났다. 태오도 머지않아 촬영을 마쳤다. 다른 멤버들은 예능 팀이 출발할 때 명태와 함께 숙소로 돌아갔고, 마지막까지 기다린 유채는 태오가 가져온 차에 탔다. 분장을 지우면서 간단하게 씻은 후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유채가 벌써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태오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접어 웃으면서 물었다.
“내 차인데 왜 네가 당당하게 운전석이야?”
“덜 피곤한 사람이 운전하는 거죠. 나랑 니 거 내 거 따질 거예요?”
“알았어, 알았어.”
더 입씨름해 봤자 태오가 이길 리 없었다. 고개를 저으면서 조수석에 올랐더니 유채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시동을 걸었다. 얼마 전 새로 뽑은 차체가 바닥에서 부드럽게 미끄러지면서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유채는 운전하는 내내 입을 다물고 있었다. 태오도 촬영을 마친 직후라 늘 그렇듯 피곤했고, 오늘은 예능 팀 카메라까지 신경 쓰느라 조금 더 날을 세우고 있었던 탓에 몸이 무겁고 팔다리가 축축 늘어졌다. 태오는 차창에 이마를 기댄 채 밖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주변이 유난히 고요한 느낌이 들어서 퍼뜩 깼을 때는 이미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한 뒤였다. 태오는 눈을 비비면서 기지개를 켰다가, 코앞까지 다가온 유채를 맞닥뜨리고 무심코 소리를 질렀다.
“아, 깜짝이야!”
“형.”
“어어, 왜 그래. 놀랐잖아.”
눈꺼풀 위를 촘촘하게 채운 속눈썹이 뺨에 닿아서 간지러웠다. 어느새 유채는 조수석 시트를 뒤로 젖히고 태오 위에 올라탄 채였다. 뭘 하려고 이래. 태오는 웃음기와 잠기운이 반반씩 섞인 얼굴로 유채를 올려다보았다. 바로 입술을 부딪쳐 올 줄 알았는데, 유채는 의외로 멈칫하더니 곱상한 미간을 슬쩍 좁혔다. 할 말은 있는데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표정으로 혼자서 끙끙 앓았다.
그 속내를 재빨리 눈치챈 태오의 뺨에 보조개가 팼다. 그래도 뜸을 들이면서 모르는 척 굴었다. 쑥스러워서 말도 못 꺼내는 유채가 귀여워서 놀리고 싶었다.
“혀엉……. 아까 추 감독님이요.”
결국 유채가 입을 열었다. 반쯤 어리광 섞인 목소리였다. 유채는 원하는 게 있을 때마다 그랬다. 이번에 원하는 건 평소처럼 잠자리나, 잠자리라든가, 잠자리 같은 게 아니라는 것쯤은 태오도 알았다. 그래서 괜히 눈을 크게 뜨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감독님이 왜?”
운만 떼면 태오가 바로 말을 받아 줄 줄 알았는지, 유채는 입을 반쯤만 벌린 채 잠시 말이 없었다. 또 한참 그러는 동안 자신감이 파스스 사라진 모양이었다. 유채는 힘없이 고개를 툭 떨궜다. 마침 딱 안기 좋은 자세가 되어서, 태오는 동그란 뒤통수를 끌어안고 머리숱이 빽빽한 작은 머리통에 입맞춤을 퍼부어 주었다. 유채가 태오의 어깨에 뺨을 묻은 채 웅얼웅얼 말했다.
“아냐. 그냥 식사만 한번 하자고 하신 거겠지……. 별일 아니겠죠.”
“흐음.”
추 감독이 먼저 다가와서 식사 얘기를 꺼낸 순간부터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올라서 감출 수 없어진 속내가 꾸물꾸물 삐져나왔다. 태오는 어디까지 알려 줄까 고민하는 척 눈을 굴렸다. 유채가 그 표정을 알아채지 못할 리 없었다. 긴 눈매가 금세 동그래졌다.
“뭔데, 뭔데요?”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손길에 안달이 느껴졌다.
“하지 마. 바깥이잖아.”
간지럽다고 뿌리치면서도 태오는 싫지 않은 얼굴이었다.
태오가 뜸을 들일수록 유채의 연갈색 눈동자에 기대감이 커졌다. 괜한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비밀스럽게 말을 꺼냈다. 며칠 전, 태오는 추 감독과 함께 커피 타임을 보낼 기회가 있었다.
커피 잔을 비울 때까지 이런저런 얘기가 오갔다. 그리고 지나가는 말끝에, 추 감독은 유채를 언급하면서 언제 날을 잡아서 식사 자리를 잡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태오는 얼떨떨한 얼굴로 당연히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그때 추 감독이 덧붙인 말이 이것이었다.
-나도 아직 이 영화도 안 끝나서 다음 영화까지는 좀 먼 얘기인데, 한유채 씨 연기 보니까 미리 선점해 두고 싶어서 욕심이 생기네.
태오는 너무 놀라서 당장 유채에게 전화하고 싶어 좀이 쑤셨다. 그러나 추 감독 쪽에서 이내 말을 바꿨다. 기왕이면 직접 만나서 청하고 싶다는 거였다.
그때만 해도 추 감독이 유채를 만날 일이 뭐가 있을까 싶어서, 흐지부지 없는 일이 되는 줄 알고 실망했었다. 알고 보니 그 무렵 예능 프로그램에서 섭외 요청이 들어간 거였다. 유채가 촬영장에 찾아올 테니 태오를 통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진짜로 영화 미팅이에요? 진짜요? 추 감독님이? 나를?”
“그렇다니까.”
추 감독은 다른 말도 했었다. 태오는 추 감독의 미팅 요청보다도 이 소식에 유채가 더 흥분하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까만 눈동자가 장난스럽게 빛났다. 유채는 기대와 불안감이 뒤섞인 얼굴로, 이어질 말을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태오는 숨을 훅 들이켠 후 빠르게 말을 뱉었다.
“예전부터 기획하셨던 시나리오인데, 남주 투 톱으로 생각하고 계신다고 했어. 내년 이맘때쯤 크랭크 인 할 계획으로.”
“그,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태오는 유채의 뺨을 잡아다 쭉 늘렸다. 말랑한 찹쌀떡이 단번에 길어지면서 빨간 손자국이 났다. 유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더니 눈꺼풀이 풀썩 닫혔다. 입술을 달싹거리면서 내뱉는 목소리가 휘청거렸다.
“설마…… 그런 거 아니죠……. 아니면 나 너무 속상할 거 같은데. 지금 완전 기대해 버렸거든요?”
“그런 게 뭔데?”
“장난 그만 쳐요. 진짜 못됐다.”
그래서 태오는 며칠 전 추 감독이 했던 이야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전달해 주었다.
“‘둘이 같이 공동 주연으로 출연할 생각 있어? 둘 다 괜찮으면 바로 계약서 보내고 싶은데.’”
지금쯤 명태의 사무실에 계약서 서류가 도착했을 터였다. 다음 영화는 유채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
***
★ Radiance TALK
[불판] 얘들아 오늘 더넥게 래디언스 편 알지! 당장 텨와라!
떨리는 마음으로 불판 열어본다,,,
더 넥스트 게스트에 우리 애들 나오는거 알지!!! 다들 빨리빨리 들어와!!!!
[댓글(3129)]
‣ 한다한다한다한다한다
‣ 헉 케빈 컨셉회의… 하루짜리 게스트 출연한다고 좋아 날뛰던게 어제같은데 이제 메이킹 회의도 맨날 들어가는거 봐ㅠㅠㅠㅠ
⤷ 야 너 몇년전 얘기햌ㅋㅋㅋㅋㅋㅋ 그거 한 십년전 아님?
⤷⤷ 우리애들 찐으로 망돌이던 시절,,, 래디언스가 뭐임? 하면 온수메트임 하던 시절…
⤷⤷⤷ 아앀ㅋㅋㅋㅋㅋㅋ온수매틐ㅋㅋㅋㅋㅋㅋ 진짜 추억이다…
⤷⤷⤷⤷ 니네 다 고인물이냐ㅋㅋㅋㅋㅋㅋㅋ
‣ 케빈이… 오늘은 웬일로 안 졸아?
⤷ 쟤 저렇게 눈 번쩍거리는거 처음 봄
⤷⤷ 손 번쩍 드는데? 무슨 소리 하려고 저러지?
⤷⤷⤷ 불안한데… 케빈아 그냥 가만있어;;;
⤷⤷⤷⤷ 왜 우리케빈 무시함?? 뒷걸음치다가 쥐밟아 터띨수도 있지 왜그럼??? 어????
⤷⤷⤷⤷⤷ ㅋㅋㅋㅋㅋㅋㅋㅋ니가 젤 무시하네 ㅋㅋㅋㅋㅋㅋ
‣ 헉…… 래디언스편 아이디어 케빈이가 낸 거였어????
⤷ 우주 촬영장 밥차?????
⤷⤷ 헉 어떡함 케빈이가 진짜로 뒷걸음치다가 쥐밟아서 터뜨려버림;;;;;
⤷⤷⤷ 돌았냐고;;;;; 진짜 우주 촬영장 가는거임??? 추여정감독 영화 촬영장 거기????
‣ 낚시 아닌가;;; 추여정이 예능 렬리티 촬영을 허락했을리가;
⤷ 내말이… 다들 넘 김칫국이네ㅎ
‣ ???? 진짜 가나본데????
⤷ 헉………… 돌았냐고…… 진짜 가나봐;;;;;;
⤷⤷ 아냐 아직몰러,,, 더넥게한테 한두번 당했냐고.. 저러고 분명히 딴데간다…
‣ 추 감독이다!!!!!!!!!
⤷ 존나대박;;;;;
⤷⤷ 헙 어캄ㅠㅠㅠㅠㅠㅠ 와 진짜 촬영현장 보는거야??? 우주랑 추여정 촬영하는거 보여주는거야???ㅠㅠㅠㅠㅠㅠ
⤷⤷⤷ 이거 저영화 칸 가면 자료화면으로 길이길이 성지되는거 아니냐…
⤷⤷⤷⤷ 영화 칸 간대????
⤷⤷⤷⤷⤷ 또 무슨 칸이야;; 망상도 적당히해라…
⤷⤷⤷⤷⤷⤷ 뭐래; 추감독 영화 문댄스에서 감독상탔고 그전영화는 베니스에서 탔고,, 칸 가는게 왜 망상임?
‣ 유채갘ㅋㅋㅋㅋㅋㅋㅋ쉐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작진 진심임?????
⤷ 아씨 글램핑에서 한우 다태워먹어서 우주한테 극켬눈깔 받은거 까먹었냐고ㅋㅋㅋㅋㅋㅋㅋ
⤷⤷ 어떡함;;;; 유채 근심걱정에 절여짐;;; 귀여워 죽는다 존나씹닥;;;;ㅠㅠㅠㅠㅠㅠㅠㅠㅠ
‣ 죽어도 밥차 못한대ㅋㅋㅋㅋㅋㅋ
⤷ 아 유채 울겠다 아기새 괴롭히지 말라고!!!!!ㅋㅋㅋㅋㅋㅋㅋ
⤷⤷ ㅅㅂ아기샠ㅋㅋㅋㅋㅋㅋ 언제까지 할건데
‣ 간식차로 바꿔줬엌ㅋㅋㅋㅋㅋㅋ
⤷ 제작진이 봐도 밥차는 노답이겠지ㅋㅋㅋㅋㅋㅋ퓨ㅠㅠㅠㅠㅠㅠ
‣ ㅋㅋㅋㅋㅋ라윤이 계란 푸는거 뭔주모른다ㅋㅋㅋㅋㅋㅋ
⤷ 케빈이는…… 할줄아는거 맞냐고……
‣ 이신아 도와줘!!ㅠㅠㅠㅠㅠㅠ
⤷ 이신이 왜 혼자 유유자적 트럭밖에서 돌아다니냨ㅋㅋㅋㅋㅋㅋ
⤷⤷ 쟤 도와줄생각 없어 지금,, ㅋㅋㅋㅋㅋ유채 어떠캄ㅋㅋㅋㅋㅋㅋ
⤷⤷⤷ 에고 유채야 그니까 왜 요리배울거라고 전국민 상대로 사기를 쳤어…
⤷⤷⤷⤷ 사기라닠ㅋㅋㅋㅋㅋㅋ
‣ 헉… 우주한테 말 안해줬나봐
⤷ 헉 우주야 말조심해 앞에 유채있어……!
‣ 아앀ㅋㅋㅋㅋㅋ 어떡해 유채가 만든 오튀 튀김옷 혼자 둥둥 떠있대ㅋㅋㅋㅋㅋㅋ
⤷ ?????지금 그게 문제임??????
⤷⤷ ??? 그럼 머가 문제임???
⤷⤷⤷ >>>우리 유채<<<
⤷⤷⤷⤷ >>>우리 유채<<<222222
⤷⤷⤷⤷⤷ 333333333
⤷⤷⤷⤷⤷⤷ 444444444
⤷⤷⤷⤷⤷⤷⤷ 555555
‣ 우유즈 떡밥 너무 넘쳐나서 뭐...ㅎ 이정도는 걍,, 그러려니…
⤷ 이거지ㅎㅎㅎㅎ
⤷⤷ ㅋㅋㅋㅋㅋㅋ거만해진거봐 작년까지만해도 떡밥도 아닌거 나노단위로 빨면서 울었으면서 ㅋㅋㅋㅋㅋㅋ
⤷⤷⤷ 쟤네 우유즈가 눈만 마주쳐도 떡밥이라고 축제했었잖앜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유채가 우주한테 인상만 써도 떡밥이라고 했었음ㅋㅋㅋㅋㅋ
⤷⤷⤷⤷⤷ 우유즈 일케 떡상할줄 누가 알았냐…
⤷⤷⤷ 나도 겸손하고 시픈데… 애들이 너무 사랑하니까 잘 안댕…
‣ ㅋㅋㅋㅋㅋㅋㅋㅋ유채가 쉐프라니까 우주 떨떠름한거밬ㅋㅋㅋㅋㅋ
⤷ 글케 티내면 어케 우주얔ㅋㅋㅋㅋㅋㅋ
‣ 유채 삐졌어;;
⤷ 잘 입힐수 있대 튀김옷
⤷⤷ 연습 많이 했대ㅎ
⤷⤷⤷ 어 그래그래 우리아기새,,,
‣ 유채말 안끈남,,,
⤷ 오튀말고 다른것도 있대ㅋㅋㅋㅋㅋㅋ
⤷⤷ 떡볶이 매운오뎅 우동도 할수있댘ㅋㅋㅋ 메뉴읇지말라구 ㅋㅋㅋㅋㅋㅋㅋ
⤷⤷⤷ 그만해 유채야…
‣ 우주 지금 안들릴줄 알고 이신이랑 떠드는거야?ㅋㅋㅋㅋㅋㅋㅋ
⤷ 유채가 울었음??
⤷⤷ 울긴 누가 움;;; 욕하고 싶어서 입꼬리 떠는거 아니냐고 아기새…
⤷⤷⤷ 아기새 마음 여리시대잖아
⤷⤷⤷⤷ 신우주 콩깍지 진짜 어카냨ㅋㅋㅋㅋ 쟤 글램핑에서 유채랑 존나 싸워대던 걔 맞냐구ㅋㅋㅋㅋ
‣ 이신이 팩폭 쩐다ㅋㅋㅋㅋㅋㅋ 그치 유채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오지...
⤷ 우주 뭐냐 진짴ㅋㅋㅋㅋ 누가 바늘로 찌른댓냐구;;; 바늘로 찌르면 죽는다가 왜나옴ㅋㅋㅋㅋㅋ
⤷⤷ 일년전만 해도 니가 제일 많이 찔렀잖아 우주야ㅋㅋㅋㅋㅋㅋㅋ
‣ 유채 질투함??ㅋㅋㅋㅋㅋ 김우민한테 시비 왜 검ㅋㅋㅋㅋㅋ
⤷ 김우민 당황스럽겠다 진짜ㅋㅋㅋㅋㅋ
‣ 우주 진짜 변했다 새삼ㅎㅎㅎ
⤷ 존잘생,,
⤷⤷ 성격도 진짜 변함.. 밝고 훈훈해지고,, 존나 쾌남임ㅠ 우리애가 원래 일케 천산데 그 고생 하느라고 그동안 욕만 먹고ㅠㅠㅠㅠ
‣ 아 결국 우주가 유채 달래줌ㅋㅋㅋㅋㅋㅋ
⤷ 아 진짜 아기새다ㅋㅋㅋㅋㅋ
‣ 우주 카리스마 머임;;; 조용히하고 재료손질이나 하래;; 무서워;ㅋ;ㅋㅋㅋㅋㅋㅋ
⤷ 우주온더탑
‣ 헐 생각보다 맛있나봐 유채 오튀
⤷ 우주가 했던말 맞네.. 튀김이랑 오징어랑 한번에 먹으면 맛있다고ㅋㅋㅋㅋㅋ
⤷⤷ 그래 튀김이랑 오징어 따로먹고 배 속에서 섞이면 오튀되는거지 머ㅋㅋㅋㅋㅋ
⤷⤷⤷ 머야 그럼 나물먹고 밥먹고 고추장 퍼먹으면 배속에서 비빔밥됌?ㅋㅋㅋㅋㅋㅋ
‣ 우주 다른 배우들이랑 어케지내는지 보여줘서 좋다ㅎㅎㅎㅎ
⤷ 다들 좋아하는 듯ㅋㅋㅋ 김우민이랑 김명길 쫓아다니는거봐ㅋㅋㅋ
⤷⤷ 우주가 매력쩌나봐ㅋㅋㅋ 타이브렉 때도 김홍두랑 쥬니퍼가 난리치드니ㅋㅋㅋㅋ
⤷⤷⤷ 걔네만 그랬냐구ㅋㅋㅋ 테니스부 멤들 죄다 우주 팬클럽인줄ㅋㅋㅋㅋ
‣ 쟤 또 머라는거야 왜 순진한 김우민 붙잡고 세뇌시켜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나 창피해;;; 악 김우민도 알아버렸어 아기새ㅠㅠㅠㅠㅠㅠㅠㅠ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씨 하지말라고 아기새!!!!!!!!!
⤷⤷⤷ 헉 나 티비 지금튼다;; 머야머야 먼일인데 왜 다들 부끄러워함;;
⤷⤷⤷⤷ 우주가 김우민 배우한테 유채는 아기새드립 침..
⤷⤷⤷⤷⤷ 아……
⤷⤷⤷⤷⤷⤷ ㅋㅋㅋㅋㅋㅋㅋ윗댓의 당황이 액정뚫고 느껴진닼ㅋㅋㅋㅋㅋ
⤷⤷⤷⤷⤷⤷⤷ 아니 당황하진 않았는데… 조금 수치스럽네^^;
⤷⤷⤷⤷⤷⤷⤷⤷ ㅋㅋㅋㅋㅋㅋㅋ윗댓 못된거봐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우주 또 유채한테 간다 더 먹으러...
⤷ 배 안터지냐고ㅋㅋㅋㅋ
‣ 배우들 줄줄이 데려가놓고 왜 또 유채랑 둘이 로맨스찍는대..
⤷ 부끄러워서 좀 보기 힘듬;;
⤷⤷ 간지럽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
‣ 우유즈 진짜 둘이만 노네ㅋㅋㅋㅋㅋ
⤷ 아씨 한유채ㅋㅋㅋㅋㅋ 우주가 기껏 배우들 소개해주는데 김명길은 떡볶이고 김우민은 우동이냐고ㅋㅋㅋㅋ
‣ 우주는 오튀ㅋㅋㅋㅋㅋㅋㅋ
⤷ 헉,, 유채 오튀 배우고싶다고 한거 우주때문이었음???
⤷⤷ 헉 그런가 진짜??
‣ 근데 우주 오징어 알러지있었잖아 이제 괜찮은건가? 그때 스토커가 우주한테 일부러 오징어 밥차 보내고 그랬었잖아
⤷ 알러지 없어졌다고 우주 인터뷰 떴었음
⤷⤷ 알러지도 없어지는구나.. 신기하다
⤷⤷⤷ 우주 워낙 좀 여러모로 특이한 케이스라.. 스물네살에 오센치넘게 크고 보조개도 생겼는데 뭐ㅋㅋ
⤷⤷⤷⤷ 인상도 완전변함
⤷⤷⤷⤷⤷ 인성도 개조함
⤷⤷⤷⤷⤷⤷ 아앀ㅋㅋㅋㅋㅋㅋㅋㅋ 흑역사 좀 넣어도라!!!
⤷⤷⤷⤷⤷⤷⤷ ;;; 우주가 예전에 일부러 그랬던 것도 아니고.. 방치학대당해서 우울증 심하고 정서적으로 문제있었던건데 이런식으로 드립치는거 별로다,,
⤷⤷⤷⤷⤷⤷⤷⤷ 222333444 존중 좀..
‣ 헉 추 감독
⤷ ???? 유채한테 왜????
⤷⤷ 이거뭐야 이거뭐야 무슨상황인건데????
⤷⤷⤷ 헉 미팅제안 아니야???? 혹시 캐스팅?????
⤷⤷⤷⤷ 추감독이 직접 유채한테;;;;; 헉 어캄!!!!!!!!!
‣ 근데 왜 우주랑 셋이 같이 식사하자고 하지??? 설마 공동캐스팅인가???
⤷ 우유즈 어떠캄ㅠㅠㅠㅠㅠㅠㅠㅠ 와진짜 오늘 우유즈 떡밥 미쳤다ㅠㅠㅠㅠㅠㅠ
⤷⤷ 밟는데마다 떡밥임ㅠㅠㅠㅠㅠㅠ 체할 듯...
⤷⤷⤷ 또 왜들저럼;; 추 감독 영화에 유채 캐스팅한다고 말한사람 아무도 없음.. 공동캐스팅 얘긴 더더욱 없음,,
⤷⤷⤷⤷ 그냥 추 감독이 우주 예뻐하는거 유명하니까 친구 온김에 같이 밥사주는거 아님?
⤷⤷⤷⤷⤷ 추 감독이 그렇게 할 일없냐?
‣ 그래서 뭔데.. 캐스팅은..
⤷ 아 뭐야 어케됐는지 왜 안알려줘 그래서 캐스팅이냐고 아니냐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공동캐스팅 소취ㅠㅠㅠㅠㅠㅠㅠㅠ
⤷ 소취2222ㅠㅠㅠㅠㅠㅠ
⤷⤷ 소취33344455 ㅠㅠㅠㅠㅠㅠㅠ
⤷⤷⤷ 우유즈 추감독 영화 공동캐스팅.. 성지순례왔습니다;; 취준기원..
⤷⤷⤷⤷ 성지순례… 합격하게 해주세요…
⤷⤷⤷⤷⤷ 성지성지,, 로또붙게 해주세요ㅠㅠㅠㅠ
⤷⤷⤷⤷⤷⤷ 성지순례왔어요.. 우유즈 앞으로도 영원히 행복해!!!!
<잃어버린 소년을 위하여 추가외전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