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정우진이 샤워하러 욕실에 들어간 사이, 나는 그의 서재로 가 이것저것 책을 보고 있었다. 아예 외국어로 된 책도 많았고, 한국말로 써 놨음에도 불구하고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는 책들이 부지기수였다.
질린 표정으로 얌전히 다시 책장에 책을 꽂는데 옆 칸에 익숙한 책이 보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옆에 있는 전공 서적 같은 것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만화책이었다. 이 비싸 보이고 두꺼운 책들보다 훨씬 정리가 잘 되어 있는 만화책을 멍청하게 보고 있는데 귓가로 단조로운 벨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난 쪽으로 가자 소파 위에 아무렇게나 벗어 둔 하늘색 재킷이 보였다. 일단 나는 더듬더듬 핸드폰을 찾기 시작했다. 핸드폰은 안주머니에 있었는데 내가 손을 대자마자 벨소리가 멎었다.
나중에 정우진이 나오면 줘야겠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들고 몸을 일으키려는데 다시 시끄럽게 핸드폰이 울렸다. 액정 위엔 장호섭이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장호섭이면 아까 그……. 나는 아직 물소리가 나고 있는 욕실 쪽을 가만히 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전화를 받았다.
그래도 아까 만났던 사람이고, 계속 폰이 울리는 걸 보니 받을 때까지 계속할 것 같아서였다.
“여보세…….”
-이 씨발 새끼야!
전화기 너머에서 터지는 우렁찬 포효와도 같은 외침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떨어뜨려 버렸다. 나는 헉 숨을 들이켜고 재빨리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들었다.
“여, 여보세요?”
-이 새낀 또 뭐야! 정우진 바꿔!
화가 나도 보통 많이 난 게 아닌 듯했다. 역시 정우진이 괜찮다고 했던 말은 다 구라였나 보다. 나는 작게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장호섭 씨, 우진이 지금 씻으러 갔어요. 전 아까 스튜디오에서 만났던…….”
한숨을 내쉬며 주절주절 말하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내가 어떻게 수습할 새도 없이 수화기 너머에서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 못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 그게 좀 사정이…….”
전화를 너무 급하게 받아서 그런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내가 당황해서 더듬더듬 말하고 있는데 장호섭이 내 말을 잘라먹고 딱딱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우진 지금 어디 있습니까?
“씻으러 갔는데…….”
-씨발.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욕설에 슬슬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화가 나서 그렇다는 건 알겠지만, 내가 욕먹을 이유는 없지 않나? 아닌가, 나 때문에 정우진이 일을 못 한 거니까 내 잘못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장호섭이 뜬금없이 사납게 입을 열었다.
-너 뭐 하는 새끼냐?
“네?”
-뭐 하는 새낀데 정우진이랑 둘이 있어? 너 말할 수 있다는 거 그 새낀 아냐?
“…….”
-살다 살다 별, 씨발……. 내가 너 같은 새끼들 존나게 많이 봤는데 너처럼 말 못 한다고 들러붙은 놈은 처음이다.
저 뜬금없는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멍청하게 눈만 깜박이고 있는데 정호섭이 말을 이었다.
-정우진이 그 씨발놈이 얼마나 좆같은 새낀지 몰라서 그러나 본데, 인생 좆 되기 싫으면 씻으러 간 사이에 토껴, 병신아. 두 번 다시 그 새끼 앞에 얼쩡거리지 말고.
“…….”
-못 알아 처먹겠으면 그냥 그러고 있다가 나중에 정우진 나오면 나한테 전화 왔다고 전해라.
내가 뭐라고 할 새도 없이 전화가 끊어졌다. 나는 멀거니 끊어진 핸드폰을 보다가 헛숨을 내쉬었다. 이 새끼 뭐야? 지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참견이야? 이 씨발놈이 누군 욕을 못해서 안 하나…….
핸드폰을 잡은 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애꿎은 핸드폰만 노려보며 화를 삭이려 부들부들 떨고 있는데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정우진이 가운을 입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닦으며 날 쳐다보고 있는 게 보였다.
“내 핸드폰 들고 뭐 해요?”
“이 씨발놈이…….”
“선배?”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이 씹새끼야!”
나는 들고 있던 핸드폰을 차마 정우진에게 던지진 못하고 소파 위로 던지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
정우진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멍청하게 날 쳐다보기만 했다. 화가 나기는 했지만 딱히 뭐라고 할 말도 없어서 그냥 계속 씩씩거리고 있는데 정우진이 소파 위에 패대기쳐진 핸드폰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누구였어요?”
장호섭이라는 새낀 도대체 뭐 하는 놈이냐고 물으려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화가 나긴 했지만 말을 못 한다고 거짓말을 한 건 일단 내 잘못이었으니까. 아니, 따지고 보면 내가 거짓말한 건 아닌데……. 그래도 어쨌든 정우진은 그 남자랑 앞으로도 계속 일할지 몰랐다. 나 때문에 사이가 어색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쉽게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혼잣말처럼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고개를 돌리는데 정우진이 핸드폰을 보며 다시 말했다.
“무슨 말 했어요?”
“그냥 너 찾는 전화였어.”
“근데 왜 욕을 해요?”
짜증 나서 뒷머리를 거칠게 헤집으며 주방 쪽으로 가는데 정우진이 내 뒤를 따랐다. 정우진은 내가 차가운 물 한 컵을 다 비울 때까지 멀뚱멀뚱 날 쳐다보기만 했는데 그 시선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나는 빈 컵을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
“욕 왜 했어요? 선배한테 혹시 이상한 말 했어요? 뭐가 나 때문이에요?”
불안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정우진을 가만히 보는데 장호섭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깐 화가 나서 별생각 없이 그냥 넘겼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너 같은 새끼들 존나 많이 봤었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이며, 정우진 그 씨발놈이 얼마나 좆같은 새낀지 넌 모른다는 말은 또 무슨 뜻이란 말인가. 마치 관찰하는 듯한 내 시선이 이상했는지 정우진이 미간을 좁히고 있다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난데, 방금 전화했었죠?”
정우진은 핸드폰을 귀에 대고 눈도 깜빡이지 않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장호섭인가?
“아까 선배랑 무슨 얘기 했어요? 선배가 왜 이렇게 화가 나 있어? 뭐라고 했는데?”
날 빤히 쳐다보고 있어서 그런지 정우진이 꼭 내게 화를 내는 것만 같았다. 아, 나도 이제 모르겠다. 장호섭인지 뭔지 이제 거긴 절대 안 갈 거니까 두 번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다. 열 받긴 했지만 어쨌든 오해가 있기는 했으니까……. 아니, 씨발. 근데 내가 말 못 한다고 한 건 아니잖아?
“정우진 좆같은 새끼라고 했다고?”
그때 정우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뭔가에 놀란 듯싶었지만 이내 정우진은 허탈하게 웃으며 날 쳐다봤다. 더 이상 저 대화를 듣고 있어 봤자 짜증만 날 것 같아 등을 돌리는데, 정우진이 끊긴 핸드폰을 식탁 위에 두고 뒤에서 날 안아 왔다. 달콤한 샤워 코롱 냄새에 남아 있던 짜증이 가시는 걸 느꼈다.
“내 욕 해서 그렇게 화났던 거예요?”
슬쩍 고개를 들자 정우진이 천사처럼 웃고 있었다. 그걸 보며 나는 헛숨을 내쉬었다. 저 또라이가 뭐라는 거야.
“갑자기 착각은 자유라는 말이 떠올랐다.”
비아냥거리는 내 말에도 정우진은 내 머리 꼭대기에 턱을 비비며 날 안은 채 뒤뚱뒤뚱 앞으로 걸어 나갔다. 덩달아 나까지 앞으로 걸어 거실에 도착했다.
“내 욕 해서 화난 거 맞잖아요.”
“아니라고.”
“부끄러워서 그래요?”
“지랄 염병……. 이거 놔!”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었다. 빽 소리를 지르며 몸을 뒤틀었지만 정우진은 올가미처럼 날 더욱 꽉 안을 뿐이었다. 배를 압박하고 있는 팔을 떼어 내려고 손을 내리는데 정우진이 내 귓불을 살짝 물었다가 놨다. 귓가로 정우진이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소름이 끼쳐 어깨를 움츠리며 짜증스레 말했다.
“장호섭인지 뭔지 그 새끼가 다짜고짜 반말하고 욕해서 그랬다, 됐냐! 이거 놔!”
“선배한테 욕했어요?”
“아, 씨발! 놔!”
내가 암만 사지를 비틀고 몸을 꿈틀거려도 정우진은 쉽게 내 귓바퀴를 핥고 귓구멍을 혀로 쑤셔 댔다. 귀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온몸의 잔털이 곤두섰다.
“내가 혼내 줄까요, 그 사람?”
“됐으니까……. 아, 씨발 진짜 너 죽……!”
진짜 짜증 나서 한 번만 더 말하고 안 놓으면 팔꿈치로 배를 때리려고 준비 자세를 취하는데 문득 엉덩이 쪽에 뭔가가 닿았다. 내가 말꼬리를 흐리자 정우진이 다시 물었다.
“뭐라고 욕했는데요?”
“…….”
“내가 가서 똑같이 해 주고 올게요.”
믿을 수가 없다. 도대체 우리의 대화 중 어디서 정우진이 발기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착각한 것이길 바랐지만 정우진은 오히려 당당하게 더 노골적으로 문지르며 태연하게 말했다.
“어떻게 혼내 줄까요?”
뻔뻔해도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을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럽기만 했다. 게다가 며칠 전 생사를 넘나들었던 정사의 기억이 떠오르자 숨이 턱턱 막혀 왔다. 그딴 짓을 다시 하게 되면 정말 난 죽을지도 몰랐다.
나는 당황하지 않은 척, 태연한 척 그의 팔을 부드럽게 떼어 냈다.
“혼내 주긴 뭘 혼내 줘, 네가 무슨 선생님이냐?”
나도 지금 내가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눈을 흘기며 인상을 찌푸리는데 놔줄 것처럼 반쯤 떨어졌던 팔이 다시 들러붙었다.
“교양 수업 같이 들었을 때 기억나요?”
나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틀어 정우진을 쳐다봤다. 교양 수업? 갑자기 교양은 무슨 교양? 갑작스러운 화제 변환에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교양?”
“청포도 사탕 먹으면서 교수님한테 질문했을 때요.”
“사탕? 뭔 소리…….”
정우진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하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표정이나 안색이 심상치 않았다. 나는 정우진을 보지 못한 척 자연스럽게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청포도고 지랄이고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육감이 더 이상 물으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우진은 묻지도 않은 걸 자기 혼자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선배 교양 수업 들을 때, 저도 같이 들었거든요. 그때 사탕 먹었잖아요. 청포도 맛 사탕……. 뭔지 기억 안 나요? 입 다물고 안에서 사탕 굴릴 때마다 볼이 동그랗게 나왔는데, 말할 때마다 입 안으로 혓바닥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고, 그때 정말…….”
“…….”
당연한 말이겠지만 나는 기억 상실이라 정우진이 하는 그 교양 수업 청포도 사건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만약 기억 상실이 아니라도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정우진이 조금 멋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선배가 갑자기 선생님이라고 하니까 생각났어요. 그땐 선배가 교수님, 교수님 하면서 물어봤었거든요. 손 살짝 들고 물어봤는데 그거 기억 안 나요?”
정우진은 내가 학교에서 교수님에게 질문 좀 한 걸 특별한 일인 것처럼 떠들어 댔다. 도대체 이딴 걸 왜 이렇게 진지하고 길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지만, 정우진의 목소리에 점점 숨소리가 과도하게 섞이고 있어서 나는 다급하게 말을 돌렸다.
“……나 화장실 좀…….”
나도 모르게 몸을 자꾸만 앞으로 빼고 있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아까보다 엉덩이에 닿는 게 훨씬 더 커지고 단단해졌기 때문이다. 내 말을 들은 건지 못 들은 건지 정우진은 더운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귀를 핥지도 않고 내 머리카락을 만지지도 않았다. 도대체 내 뒤에서 뭔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너무 조용해서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데 귓가로 다급한 헐떡임이 들려왔다. 순간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소름이 끼쳐 왔다.
나는 설마설마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너 지금 뭐, 뭐 하냐?”
나는 앞만 바라보며 뻣뻣하게 몸을 굳혔다. 슬쩍슬쩍 엉덩이며 허리에 뭔가가 자꾸만 닿았다. 질척거리는, 뭔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정우진이 내 배를 안은 손에 힘을 줬다.
“하고 싶어.”
“……뭘?”
묻자마자 후회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라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선배랑 섹스 하고 싶어요.”
“…….”
“선배 배가 임신한 것처럼 튀어나올 때까지 안에 싸고 싶어요.”
정우진은 내 귀에 입을 바짝 갖다 대고 음담패설을 내뱉었다. 숨을 헐떡이며, 하지만 차분하게 날 유혹했다.
“저번에 선배도 좋았잖아요. 그때 몇 번이나 쌌는지 알아요? 쑤셔 줄 때마다 좋다고 환장하면서 질질 흘리고 더 해 달라고 우진아, 우진아 보채면서 애처럼 울었잖아요.”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못 하는 말이……. 야, 너 이거 안 놔?”
더 이상 못 들어 줄 거 같아서 정색을 했지만 정우진은 애처럼 떼를 썼다.
“한 번만 할게요. 하고 싶어요. 지금 죽을 거 같아. 매일 하고 싶은데 선배는 한 번만 해도 앓아눕고 내가 조금만 건드려도 화만 내고…….”
칭얼거리는 그 말에 기가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이 양심도 존나 없는 새끼가……. 야! 한 번만 해도 앓아누워?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어이가 없어 화도 나지 않았다. 그때의 그 정사는 도저히 섹스라는 단어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내 인생의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다. 눈앞에서 별이 번쩍거리고 눈을 감을 때마다 요단강이 보이고 시커먼 저승사자가 내 손을 잡았다 놓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장담하는데 정우진이랑 또 그런 짓거리를 하면 난 불구가 될 게 틀림없었다.
“선배가 자주 못 하게 할 거 같아서 그런 거잖아요. 그때 하면 이제 또 언제 할지도 모르는데……. 이거 봐요. 그때 마지막으로 하고 얼마나 지났어. 그러니까 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시끄러워. 이게 뭘 잘했다고……. 아, 씨발 이거 좀 놔!”
“한 번만. 진짜 딱 한 번만요. 네?”
“아, 이거 놓으라고!”
“쑤시고 싶어, 찌르고 싶어, 안에 넣고 흔들다가 선배가 느끼는 데 싸 주고 싶어, 선배, 선배.”
정우진은 거머리처럼 끈덕지게 들러붙으며 도저히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음담패설을 안부를 묻듯 태연히 쏟아 냈다.
“진짜 한 번만 할게요. 한 번만 하게 해 주세요.”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내 배를 꽉 끌어안은 채 정우진이 벌어진 가운 속으로 손을 넣었다. 그러더니 이미 발기한 채 액을 질질 흘리고 있는 제 성기를 흔들며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뭘 자꾸 한 번만 한대? 한 번을 하든 두 번을 하든 한다는 거 자체가 문제라고!”
답답한 마음에 언성을 높이자 정우진이 앓는 소리를 내며 물었다.
“그럼 두 번 해도 돼요?”
“아니,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지?”
씨발, 내가 지금 사람이랑 말을 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황당한 마음에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자 정우진이 우는소리를 냈다.
“한 번 하든, 두 번 하든 똑같다면서요.”
“내가 언제? 너 귀먹었냐? 아니, 씨발 그만 좀……!”
자꾸만 뒤에서 비벼대는 통에 진저리를 치며 떼어 내려고 하는 순간, 뒤에 뭔가가 쏟아지듯 튀는 느낌이 났다. 나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로봇처럼 삐거걱 고개를 돌렸다. 땀인지 물인지, 머리카락이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다.
정우진은 달뜬 얼굴로 혀를 내밀어 제 입술을 핥더니 내 입술에 키스했다. 벌어진 입 안으로 뜨거운 혀가 들어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재빨리 그를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너 지금……!”
“아, 또 섰어.”
“…….”
“선배, 진짜 한 번만. 딱 한 번만 할게요. 네?”
정우진이 애원하듯 속삭이며 정액이 묻은 손으로 내 바지 버클을 풀고 있었다. 내 이마며 콧잔등, 입술, 목덜미에 짧게 키스하며 강아지가 애교를 부리듯 애원하고 있는 정우진은 숨이 넘어갈 정도로 처연하고 청초하기 그지없었다.
코앞에서 젖은 눈동자로 날 바라보는 정우진을 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삼켜졌다. 내 목울대를 가만히 보던 정우진이 그곳에 입술을 문지르고 핥다가 깨물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말했다.
“자지 아파요.”
유리알처럼 반질반질한 새카만 눈동자로 날 바라보며 애처롭게 말하는데 숨이 턱 막혀 왔다.
“선배가 낫게 해 주세요.”
“…….”
“자지 아파.”
아픈데 뭐 어쩌라는 거지, 씨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정우진의 입술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박치기나 다름없을 정도로 세게 부딪쳐 이까지 닿았지만 나도 정우진도 그런 건 개의치 않았다. 키스가 아니라 입술로 싸우고 있는 싸움닭들처럼 얽혀서 부딪치고 깨물고 들러붙었다. 까득까득 이가 닿고, 입술에 상처가 생기고, 혀뿌리가 끊어질 듯 당겨 왔다.
당장 주먹질이라도 할 엄청난 기세로 입술을 부딪치고 있다가 먼저 정신을 차린 건 정우진이었다.
“선배, 잠…….”
정우진이 내 어깨를 밀어내며 입을 열었다. 그 틈을 타 손을 뻗어 그의 뒷목을 끌어당겨 잡았다. 내가 힘을 주는 방향으로 쭉 앞으로 딸려 와 정우진이 코앞에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피와 침으로 번들번들한 입술이 살짝 벌어져 더운 숨을 뿜고 있었다. 뭔가에 홀린 듯 숨을 헐떡이며 무작정 입술을 부딪치는데 정우진이 다시 날 밀어냈다. 정우진이 날 밀어낼 때마다 그의 입 속에서 사리 분간 못 하고 날뛰어 대던 혀가 허공에서 침을 흘렸다.
“잠깐, 선배. 잠시만, 입술……!”
밀가루 반죽처럼 허옇던 낯이 복숭아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핏방울 맺힌 입술을 연신 달싹이는 정우진을 보고 있자니 척추가 찌르르 울려 왔다.
“입술, 피, 잠깐만, 씨발, 선배! 입술에 피!”
“아, 이 씨발! 가만히 좀!”
“내가 할 테니까……. 윽!”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결국 다리가 얽혀 바닥에 엎어졌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정우진이 밑에 깔리는 자세로 넘어진 터라 어디가 크게 아프진 않았다. 하지만 정우진은 넘어지면서 어딘가 부딪쳤는지 일그러진 표정으로 손을 뻗어 내 뺨을 감쌌다.
“어디 안 다쳤어요?”
딱히 무슨 의도가 있어서 질문한 건 아닐 터였다. 말 그대로 정말 괜찮은지 묻기만 한 것뿐이었다. 근데 왜 이렇게 숨이 차고 자꾸만 침이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멍청하게 굳어 있는 날 여기저기 살피던 정우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뱉으며 양손으로 내 허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내가 정우진의 배를 깔고 앉은 자세였다.
“고개 숙여 봐요. 입술 다쳤잖아요.”
그 말에 나는 홀리듯 허리를 숙였다. 코와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가만히 날 보던 정우진이 입술을 벌려 혀를 내밀었다. 그 모든 동작들이 느리게 보였다. 축축한 혀가 입술에 닿자 아릿하게 고통이 느껴졌다. 정우진은 내 입술에 묻은 피와 찢어진 곳에서 나오는 피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끈덕지게 입술을 핥았다. 이대로 입술이 녹아 버릴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 정우진이 입술을 맞댄 채 말했다.
“다시 해 봐요.”
“…….”
“아까처럼.”
피 나게는 하지 말고.
정우진이 입꼬리를 끌어 올린 채 날 보며 웃었다. 나는 조금 전 정우진이 내 입술을 핥아 줬던 걸 떠올리며 혀를 내밀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터질 것 같던 머릿속이 멍멍해졌다.
마치 첫 키스를 하는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갑자기 내가 뭐 하는 짓이지,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얼굴 쪽으로 열이 몰려서 조금 전처럼 발정 난 개같이 달려들 수가 없었다.
그래도 관두기는 싫어서 고양이처럼 입술을 할짝거리고 있는데, 내 허리를 잡고 있던 정우진이 손을 올려 꼬리뼈 쪽을 꾹 눌렀다. 엉덩이가 밑으로 내려가면서 가랑이 사이로 뭉툭한 게 걸렸다. 굳이 보지 않아도 그게 뭔지 알았다.
“갑자기 왜 이렇게 조신해졌어요? 아깐 걸신들린 것처럼 빨더니.”
내가 쭈뼛거리자 정우진이 목 안으로 웃으며 중얼거렸다. 허리를 펴려고 했지만 등을 눌리는 바람에 제대로 펼 수가 없었다. 저 새끼는 도대체 말을 어디서 배워서 말투가 저럴까?
그런 생각을 잠깐 하다가 어정쩡한 자세로 정우진 위에 엎어져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도대체 아까 내가 뭔 짓거리를 했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왜 그랬지? 이유가 뭐야, 나 진짜 돌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자책하고 있는데 정우진이 슬금슬금 내 바지춤 안으로 손을 넣었다. 손가락 끝이 골반 뼈에 닿자 부르르 몸이 떨려 왔다.
“선배, 키스해 주세요.”
귓가로 나른하게 퍼지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다. 악마의 유혹이라는 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거절할 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까 안 된다 뿐이지 싫은 건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세뇌당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며 입술을 벌벌 떨었다. 혓바닥을 내밀어 평소보다 부풀어 붉어진 입술을 슥 핥자 정우진은 기분 좋은 짐승처럼 그르렁거렸다. 그는 반쯤 뜬 검은 눈으로 가만히 날 바라보며 인심 쓰듯 입술을 조금 벌렸다. 그걸 깨달았을 땐 이미 벌어진 입 속으로 혓바닥을 넣은 뒤였다.
정우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바지 속으로 손을 넣고 내 엉덩이를 살살 쓰다듬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오돌토돌한 입천장을 핥자 속옷 안으로 손이 들어왔다. 뜨거운 손가락이 엉덩이를 꽉 쥐었다.
“읏…….”
“다리 좀 벌려 보세요. 키스하는 거 멈추지 말고.”
입을 계속 벌리고 있어도 침이 마르기는커녕 밑으로 주르륵 흐를 정도로 축축하기만 했다. 벌벌 떨면서 조금씩 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들어 올리자 정우진이 손을 더욱 깊이 넣었다. 마치 문을 두드리듯 엉덩이 사이를 가볍게 툭툭 건드릴 때마다 움찔움찔 허리가 튀었다. 금방이라도 손가락을 넣을 것 같던 정우진이 손을 빼내며 내 이마와 볼을 따라 머리를 쓸어 넘겨 주더니 조용히 물었다.
“좆 빠는 거 다 까먹었죠?”
“뭐?”
좆을……. 뭐? 뭘 빨아? 내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정우진이 사르르 눈웃음을 치며 천사 같은 얼굴로 다시 말했다.
“펠라 하는 거요. 다 까먹었죠?”
몸을 숙이고 있는 날 일으켜 세우며 정우진이 내 뺨을 쓰다듬다가 입술을 톡톡 건드렸다.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지자 입 안으로 검지가 하나 쑥 들어왔다.
“이 세우지 마세요.”
손끝으로 잇몸과 혓바닥을 슬슬 문지르는데 너무 간지러워서 몸이 비틀렸다. 내가 몸을 뒤로 빼려 하자 정우진이 손가락을 갈고리처럼 세워 내 입천장을 할퀴었다. 내가 목을 움츠리자 정우진이 반대쪽 손으로 내 허리와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빨아 보세요. 볼이 움푹하게 파일 정도로.”
그 말에 쭈쭈바를 먹을 때처럼 쭙 손가락을 빨아들이자 정우진이 입술을 벌리며 숨을 내뱉었다.
“하나 더 넣어 줄 테니까 계속 빨아요. 혀도 쓰고 안쪽……. 안쪽까지 핥으면서.”
이미 검지를 물고 있는 입 속에 중지가 하나 더 들어왔다. 입을 크게 벌리자 턱밑으로 침이 주르륵 흘렀다. 정우진이 혓바닥 중간을 살살 문지르면서 점점 더 안쪽으로 손가락을 넣어 갔다. 그의 말대로 열심히 핥고 빨던 나는 잔뜩 인상을 쓰고 정우진을 노려봤다. 더 이상 들어가면 헛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더 못 삼키겠어요?”
여전히 인상을 쓴 채 고개를 끄덕이자 정우진이 내 턱을 붙잡고 손가락을 빼냈다. 주르륵 침이 흘러 정우진의 배 위로 떨어졌다. 정우진은 상체를 일으키더니 내 뒷목을 잡고 턱까지 흐른 침을 죄다 핥아 주고는 내 눈가에 입을 맞추며 물었다.
“빨아 주세요, 지금 했던 것처럼.”
“…….”
“내 자지요.”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거시기를 빨라는 건 좀……. 내가 입을 꾹 다물자 정우진이 내 등을 살살 쓸고 있던 손을 점점 위로 올리더니 내 뒷목을 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다시 입술이 닿았다. 벌어진 입 속으로 혀가 얽히고 삼키지 못한 침이 뚝뚝 떨어졌다. 정우진은 내 입 안에 고여 흘러넘치려던 침을 흡사 감로주라도 되듯 죄다 빨아 마시고 혀를 꼿꼿하게 세워 입천장을 긁었다. 치열을 훑던 혀가 볼 안쪽을 살살 긁을 땐 손끝이 벌벌 떨려 왔다.
다시금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면서 끈질기게 들러붙는 키스에 덩달아 나까지 집요하게 그의 혀를 빨고 있었다. 정우진을 밀어내려고 그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으로 그의 뒤통수를 붙잡고 고개를 옆으로 틀자 정우진이 숨을 헐떡이며 내 아랫입술을 물었다. 아프지 않게 물었다가 놓으며 점점 밑으로 내려와 내 턱까지 깨물고 혀로 핥았다. 나는 고개를 쳐들고 몸을 들썩이며 숨만 내뱉었다. 턱을 핥던 뜨거운 혀가 더 밑으로 내려와 목덜미에 닿았다.
목덜미를 한입 가득 물고 세게 흡입하던 정우진이 이를 세웠다. 눈이 질끈 감길 정도로 아팠지만 고통은 한순간이었다. 게다가 정우진이 날 다치게 할 리 없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믿음이 불현듯 들어 별로 무섭지도 않았다. 목덜미를 핥던 정우진이 고개를 들면서 손을 뻗어 천장을 보고 있는 내 머리를 아래로 숙였다. 그러더니 다시 입술을 빨고 쪽쪽 가볍게 키스했다. 이게 꿈인지 생신지 머릿속이 몽롱했다. 정우진은 날 더 밑으로 내리더니 제 목덜미에 내 입술을 대게 만들었다.
“아까 내가 했던 것처럼 해 보세요.”
목덜미에서 느껴졌던 통증이 떠올랐다. 나는 정우진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그의 목덜미 살을 한입 가득 물고 흡입했다. 쪽쪽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빨아들이다가 가볍게 이로 물었다 놓고 혀를 세워 몇 번이고 핥았다.
“이 세워도 돼요. 피 나도 되니까 더 세게.”
그 말에 다시 입을 벌려 살덩이를 한가득 베어 물었다. 피가 난 건 아니었지만 잇자국이 선명하게 났다. 하얀 살갗에 반듯하게 나 있는 잇자국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정우진이 내 턱을 들어 올려 다시 입을 맞췄다. 이젠 몇 번이나 키스를 했는지 셀 수도 없었다. 내 입 안을 핥던 것처럼 똑같이 그의 입 속을 핥으며 숨을 헐떡이고 있는데 정우진이 다시 날 떼어 놨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날 밑으로 끌어내려 제 다리 사이로 꾹 눌렀다. 키스할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힘들면 그냥 핥기만 해도 돼요. 그냥 아까 내 입술을 핥았던 것처럼 해도 되니까.”
정우진이 울 것처럼 일그러진 표정으로 헐떡였다. 손을 뻗어 이미 발기할 대로 발기한 성기를 천천히 감싸 쥐자 끄트머리에서 선액이 울컥 흘렀다. 손바닥 안에서 두근두근 맥박 치는 성기는 가여울 정도로 핏줄이 곤두서 아파 보이기까지 했다. 혀를 내밀어 아까 뭉클하게 흐른 선액을 핥자 정우진이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혀를 내민 채 시선을 올리자 정우진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날 내려다봤다.
문득 ‘나는 게이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우진이 내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제 입술을 핥자 머릿속이 몽롱해졌다.
“잘하고 있어요.”
그 말에 나는 커다랗게 입을 벌려 단숨에 그의 성기를 삼켰다.
점막에 닿은 뜨거운 성기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두근두근 박동했다. 아직 반도 다 넣지 못했는데 귀두 끝이 목젖을 찔러 하마터면 구역질을 할 뻔했다. 슬쩍 시선을 올려 정우진의 눈치를 보며 입에 문 성기를 천천히 빼냈다. 정우진은 젖은 새카만 눈동자로 날 내려다보며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헐떡이고 있었다. 고작 입에 물었을 뿐인데도 그의 성기는 당장에라도 사정할 것처럼 벌벌 떨리고 있었다. 사정감을 참으려는 듯 정우진이 눈을 꽉 감자 눈꺼풀에 아슬아슬 달려 있던 눈물이 발간 뺨을 따라 흘러내렸다. 누가 보면 정우진이 강간이라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청초하고 가련한 모습이었다.
“선배.”
시선이 마주쳤다. 더운 숨을 내뱉고 있는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새빨간 혀가 비쳤다. 김이 나고 있는 듯 빨갛고 뜨거워 보이는 혓바닥이 젖은 입술을 뱀처럼 느리게 핥고 지나갔다. 그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아주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고작 자기 입술 한 번 핥는 것뿐인데 저렇게까지 야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더 세게 빨아 주, 아……!”
나는 정우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천장이고 혓바닥이고 목구멍이고 전부 빈틈없이 꽉 들어찬 성기를 거세게 흡입했다. 내 뒷머리를 살짝 잡고 있던 그의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갔다. 아프지 않게 잡힌 머리카락이 성감대라도 되는 듯 두피가 당길 때마다 척추를 따라 전류가 흘렀다. 그의 표정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혀가, 물기에 젖은 눈동자가, 턱 끝에 맺혀 있는 땀이, 내 머리카락을 잡고 있는 손가락이, 그냥 정우진의 모든 것이, 귓가에 울리는 헐떡이는 숨소리까지도 나를 흥분시켰다.
기교도 없이 그저 본능에 따라 고개를 움직이고 혓바닥을 움직여 정신없이 그의 성기를 핥고 빨기를 반복하고 있는데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작은 소리에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성기를 가득 문 채로 시선을 올리자 정우진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웃으며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어 있는 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 줬다.
“예뻐요.”
혓바닥과 입천장에 닿아 있는 성기가 뭍에 나온 고기처럼 펄떡였다.
“진짜 싸 주고 싶게 생긴 얼굴이네.”
“으읍!”
그때 정우진이 내 뒷머리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줬다.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귀두 끝이 꾸욱, 목젖을 눌렀다.
“읍, 컥! 하읍!”
정우진은 두어 번 허리를 퉁기며 내 입 속에 성기를 퍽퍽 박았다. 눈을 질끈 감고 허우적거리는데 목구멍 안으로 정액이 터져 나왔다.
“큽, 푸학! 컥, 쿨럭! 쿨럭, 쿨럭!”
다급하게 정우진을 밀어내고 성기를 뱉어 내며 기침하고 있는데, 얼굴 위로 뜨거운 게 확 뿌려졌다. 나는 반사적으로 질끈 눈을 감고 입을 다물었다.
“…….”
귀가 먹먹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내가 어떻게 정우진의 성기를 빤 건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단기 기억 상실이라도 걸린 것처럼 순간 머릿속이 백지장이 됐다. 하지만 입 속에 남아 있는 뜨거운 게 목구멍을 따라 줄줄 흘러 배 속에 고이자 정신이 들었다. 번쩍 눈을 뜨자 배부른 짐승 같은 얼굴로 날 내려다보고 있는 정우진이 보였다. 반쯤 눈을 뜬 채 나른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던 정우진이 피라도 날 듯 시뻘건 제 입술을 핥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미안해요.”
“…….”
눈꺼풀을 들어 올려도 시야가 뚜렷하지 않았다. 속눈썹에 끈적거리는 뭔가가 길게 늘어져 밑으로 흘러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미안하다는 말이나 지껄이던 정우진이 내 얼굴을 실컷 감상한 뒤 손을 뻗었다. 커다란 손바닥이 내 얼굴을 쓸어내리자 코끝으로, 그리고 혀끝으로 느껴졌다. 이건 정액이었다.
“눈에 안 들어갔어요?”
“……너 죽고 싶냐?”
“미안해요.”
정우진은 전혀 미안해 보이지 않는 얼굴로 실실 웃으며 내 손을 끌어당겨 제 무릎 위에 앉혔다. 그러더니 아직도 눈가에 엉겨 붙어 있는 정액을 핥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자기 정액을.
비위도 안 상하는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눈가를 살살 쓸던 혓바닥이 눈알에 닿았다. 감으려고 해도 눈꺼풀 사이를 억지로 비집고 들어와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슬쩍 눈을 뜨자 뜨거운 혓바닥이 눈알을 부드럽게 쓸었다.
“꿈이면 어쩌지.”
정우진이 내 얼굴에서 입을 떼고 날 꽉 끌어안았다. 조금의 틈도 없이 팔을 얽은 정우진이 내 목덜미에 이마를 묻고 웅얼거렸다.
“믿을 수가 없어. 살면서 이런 건 꿈으로도 꿔 본 적 없었는데.”
“숨 막혀.”
점점 숨통이 막히고 어깨며 가슴이 죄어 오기 시작했다. 내가 나지막하게 기침을 하자 정우진이 팔에 힘을 풀며 고개를 들었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는 새카만 눈동자는 비가 막 갠 하늘처럼 맑았다.
“사랑해요.”
“…….”
“내 마음을 사랑한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게 화가 날 만큼 사랑해요.”
순간 치미는 욕정에 못 이겨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내가 어쩌고 싶은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지금 내가 가장 믿을 수 있는 것도, 그리고 날 가장 믿어 주는 것도 정우진밖에 없다는 거다. 정우진은 뭐가 그렇게 감격에 겨운지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진짜 죽을 거 같아…….”
정우진은 다시 날 꽉 끌어안으며 흐느꼈다.
* * *
키스라기보다는 잡아먹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서로에 대한 배려도, 여유도 없었다. 자꾸만 이가 닿고 코끝이 스쳐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도 오래 입을 붙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숨도 찼고, 자세도 불편했고, 무엇보다 뒤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이물감 때문에 더 그랬다.
“읍, 헉, 아윽, 읏, 하읍……!”
정우진은 숨을 쉬기 위한 조금의 틈도 주지 않고 그저 밀어붙이기만 했다. 한 손으로는 도망가지 못하게 단단히 허리를 잡고 있었고 반대쪽 손은 무자비하게 뒤를 쑤시고 있었다. 내가 뒤로 도망가려 할 때마다 뒤를 쑤시는 손가락이 하나씩 늘어 갔다.
“아흑!”
온 힘을 다해 정우진의 어깨를 밀어내자 뒤로 손가락 하나가 더 짓쳐들어왔다. 두 개까지는 그럭저럭 참을 만했는데 세 개로 늘어나니 정말 죽을 맛이었다. 주저앉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일어서서 도망치지도 못하고 그저 정우진의 어깨를 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무릎에 힘을 주고 있는데, 정우진이 다시 혀를 내밀어 왔다. 고개를 돌려 이리저리 피하다가 무릎이 미끄러져 뒤로 주저앉을 뻔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정우진이 내 허리를 세게 당겼다.
“읍, 흐, 아흡……. 응, 아응, 헉! 자, 잠깐……!”
나는 결국 허리를 뒤로 젖혀 도망가는 것보다 차라리 정우진 쪽으로 허리를 굽혔다. 그러자 정우진이 날 떼어 내지도 못하고 잠시 움찔하다가 더운 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조금 내려 내 어깨를 깨물었다. 그 틈을 타 나는 다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산소가 모자라 쪼그라들었던 폐에 숨을 불어넣자 그제야 좀 살 거 같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멍멍했던 머리가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고 있는데 뒤를 쑤시던 손가락이 어느 한 지점을 건드렸다.
“아흐윽!”
눈앞에서 별이 튀었다. 정우진의 어깨를 잡고 있는 손가락 마디마디에 힘이 들어가 그의 살갗을 파헤쳤다. 살과 살이 부딪치는 그 반복적인 마찰음에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아, 아으, 흑, 잠시, 아응, 흐아!”
“엉덩이, 선배, 엉덩이 좀…….”
정우진이 헐떡거리면서 뒤를 쑤시는 속도를 조금 높였다. 나는 진저리를 치면서 그의 말대로 무릎을 조금 더 세웠다. 그러자 정우진이 고개를 숙여 내 쇄골을 깨물었다가 가슴을 물었다. 뾰족하게 선 젖꼭지에 뜨거운 혀가 닿았다.
“흐익!”
혀로 꾹 눌렀다가 할퀴듯 쓸더니 이를 세웠다. 아픈 건지 좋은 건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뭔지 모를 이 감정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한계에 다다라 나를 끊임없이 몰아붙였다.
“아, 아파, 아프, 흑, 하악! 아, 잠, 힉, 으아, 아으읏!”
“엉덩이 더, 빨리, 선배, 씨발, 엉덩이 들어!”
정우진이 내 가슴에서 입을 떼고 뒤를 쑤시던 손으로 내 젖꼭지를 세게 밀어 올렸다. 귓가에 내리꽂히는 욕설과 명령은 내가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뇌로 전달되어 감전된 듯 몸이 위로 쳐들렸다. 엉덩이가 쑥 올라가자 정우진이 벌어져 벌름대고 있는 뒤에 제 성기를 맞춰 내 허리를 내렸다. 꼬챙이에 꿰이듯 푹 꽂혀 소리도 내지 못하고 벌벌 떨면서 사정하는 날 보며 정우진이 혀를 내밀어 내 턱을 핥았다.
“흐, 아……. 아으아, 아……. 윽, 흐아아!”
턱을 느리게 기어 다니는 뜨거운 느낌에 정신이 들어 병신처럼 괴상한 소리만 내다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선배, 조이지 마세요.”
“흑, 흐엉……. 아, 아흐윽! 흐…….”
“벌써 울면 어떡해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아, 아파, 우진아, 아프, 흐이익!”
“거짓말하지 마세요.”
정우진의 무릎 위에 마주 앉은 자세라 도저히 어떻게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저 팔을 허우적대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어서 결국 그의 등을 세게 끌어안고 흔들리는 대로 흔들거리며 손톱을 세웠다.
“아윽, 읏, 아, 잠, 흐으응!”
“선배, 좋아요?”
“으, 힉! 아, 거, 거기, 싫, 으응, 아……! 거기 싫어, 그만!”
“좆으로 여기 비벼 주는 거 싫어요? 여기? 여기가 싫다는 거예요? 네?”
싫대도 그 부분만 집중적으로 비비는 바람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마치 꽁꽁 묶인 듯 손가락 하나도 까닥할 수가 없었다. 벌벌 떨면서,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혀만 내민 채 그저 신음을 내는 게 고작이었다.
“흐아앗!”
그때 뭉근하게 허리를 돌리기만 하던 정우진이 허리를 퉁겼다. 깊숙이 안쪽까지 박혀 있던 성기가 빠르게 빠졌다가 다시 성급하게 안쪽까지 푹 박혔다. 숨은커녕 신음도 지를 수 없을 정도로 다급하게 두어 번 허리를 퉁기던 정우진이 내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날 안아 올렸다. 주르륵, 성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선연했다.
“흐으으! 아, 잠, 흐아악!”
살짝 귀두만 걸쳐져 있던 구멍에 정우진이 손에 힘을 빼자 다시 퍽 소리가 나게 깊이 박혔다. 엄지로 젖꼭지를 꾹꾹 누르고 벌어진 입에서 흐르는 침을 핥으며 정우진은 끊임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실금을 하듯 질질 사정하고 있었다. 바쁘게 허리를 움직이던 정우진이 동작을 멈추고 날 바닥에 눕혔다.
“헉……. 하윽, 허억.”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고 있는데 뒤에서 성기가 빠져나갔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사지를 축 늘어뜨리자 정우진이 내 다리를 붙잡고 주르륵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밑으로 끌려가 다리가 쳐들린 채 다시 박혔다.
“흐아아앙!”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었다. 안에 넣은 채 허리를 흔들기만 하던 정우진이 제 불알까지 처넣을 기세로 박아 댔다. 그의 성기가 민감한 내벽을 짓쳐 억지로 안까지 쑤셔 박힐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 왔다. 그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던 내 성기에서 다시 정액이 흘렀다. 정우진이 내 성기엔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았는데, 마치 쥐어짜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헉, 아, 아윽! 힉, 아, 잠, 우, 우진아, 잠, 으아앙! 앙, 아, 히익! 처, 처처, 아파, 아프, 응, 아……!”
귀두 끝까지 성기가 빠졌다. 나는 경악에 찬 눈으로 정우진을 보며 숨을 들이켰다. 내 입에서 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정우진이 숨을 한 번 내뱉더니 안쪽까지 쑤셔 박았다. 퍼억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절로 고개가 쳐들렸다. 내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꺽꺽거리고 있자 정우진이 허리를 흔들면서 바짝 붙어 왔다. 그러곤 고개 숙여 내 눈가를 핥다가 벌어진 입 속으로 혀를 집어넣어 점막을 핥았다.
“흑, 아으응……. 읍, 흑, 아, 아프다고, 씹, 내가 아프다고, 아까, 응, 읍!”
사실 아픈지 안 아픈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파야만 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아프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다. 스스로에게 세뇌라도 하듯 계속 아프다는 말을 반복하자 정우진이 내 뺨을 핥으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뒤가 하도 미끌거려서 안 아플 줄 알았어요. 미안, 윽!”
입술에 맞닿아 있던 정우진의 입술을 콱 깨물자 정우진이 미간을 좁혔다.
“이 씨발, 개……! 터진 입이라고 그따위로, 아! 아으, 악!”
“물소리 들려요? 쑤셔 박을 때마다 철퍽거려요. 내가 싼 건 아니니까 전부 선배 뒤에서 나온 거예요.”
정우진이 얄밉게 웃으며 내 다리를 제 어깨 위로 올렸다. 그러더니 내 엉덩이를 잡고 퍽퍽 쑤시기 시작했다.
“흑, 아, 잠, 흐윽, 아응! 그, 그만, 이제 아, 안 할 거……! 으아앙!”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한 번만 한다고 해서 싸고 싶은 걸 아까부터 계속 참고 있었는데.”
“……뭐?”
나는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정우진을 쳐다봤다. 그리고 정우진이 삽입하기 전에 두 번이나 사정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 이 씨발, 너 그래서 아까! 이 치사한, 개, 흐아!”
“젖꼭지 껍질 벗겨졌네. 반대쪽도 벗겨 줄게요, 한쪽만 벗겨지면 불쌍하잖아요.”
뭐가 불쌍해, 이 사이코 새끼야!
내가 고함을 치기도 전에 정우진이 내 가슴에 얼굴을 박았다. 허리를 흔들면서 가슴을 물고 빠는 바람에 발가락까지 굽었다. 어떻게 몸을 가눌 수도 없고, 터지진 않고 자꾸 쌓이기만 하는 쾌락을 감당할 수가 없어 눈물만 났다. 행위가 계속될수록 정신 연령까지 어려지는 것 같았다.
“흑, 그만, 제발, 이제 좀……! 아앗!”
가슴을 빨다가 위로 올라와 내 목덜미를 자근자근 씹던 정우진이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안쪽을 문지르던 성기가 정확히 전립선을 찍어 눌렀다. 이미 분별없이 싸지른 정액에 젖어 있던 성기에서 다시 묽은 정액이 튀었다. 이젠 점성도 없이 물에 가까운 정액이 가슴 근처까지 튀어 불거진 유두 끝을 스쳤다. 그 느낌마저 죽을 것처럼 오싹했다.
드디어 가슴을 괴롭히던 걸 멈췄나 싶어 안도한 게 조금 전이었는데, 내 가슴에 튄 정액을 보던 정우진의 눈빛에 이채가 돌았다. 그걸 보자마자 나는 울상을 짓고 애원하듯 말했다.
“우, 윽, 우진아, 가, 가슴 그만, 아, 아픈, 으으읏!”
홧홧한 가슴 위로 더 뜨거운 혓바닥이 닿았다. 가슴이 쓸리고 빨릴 때마다 하도 쑤셔져 감각이 없던 뒤가 경련하듯 떨리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라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나는 정우진의 머리를 꽉 끌어안은 채 자존심이고 나발이고 그딴 건 전부 버리고 애원했다.
“가슴 싫어, 우진, 으읏, 아파, 싫어, 우진아, 흐어엉! 살려, 아앗! 거기, 거기 그만……!”
“가슴 싫어요?”
“싫어, 가슴 싫은, 응, 아흑! 우진아, 우진, 힉!”
“젖꼭지 빨아 줄 때마다 안쪽이 떨리고 있는데, 정말 싫어요? 싫은 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그런 거 아니에요?”
씨발, 뭔 개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냥 무작정 정우진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힉, 아, 잠깐! 지, 진짜 아팠, 아읏, 아……! 깨, 깨물지 마! 조, 좋은 거 맞, 힉! 아, 제발……!”
“젖 빨리면 뒤가 떨릴 만큼 좋은 거죠?”
“헉, 흐, 마, 맞아, 아으으응! 이제 그만 좀……!”
날 내려다보던 정우진이 처박고 있던 성기를 빼냈다.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내벽을 긁으며 성기가 빠져나가는 감각에 또다시 사정할 뻔했다. 이를 깨물고 사정감을 참고 있는데 정우진이 좀 이상해 보였다. 입술을 꽉 깨물고 옅게 떨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그 진한 웃음을 보며 깨달았다. 정우진이 나처럼 방금 사정을 참았다는 걸.
“자, 자, 잠깐, 너……!”
“선배가 그렇게 애원하니까 가슴은 그만 만질게요.”
“잠깐만, 잠시, 우, 우진아, 잠깐, 아, 안……!”
내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날 뒤집어엎은 정우진이 그대로 다시 성기를 쑤셔 박았다. 마치 짐승처럼 뒤에서 처박혀 팔에 힘이 풀렸다. 엉덩이만 쳐든 채 바닥에 얼굴은 박은 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쾌감에 손을 갈고리처럼 세워 바닥을 박박 긁으며 울었다.
“흑, 흐엉, 아, 아흣! 아응, 앙, 히이잇! 아, 잠, 으응!”
나는 방금 전 사정을 참은 게 무색할 정도로 또다시 사정해 버렸다. 정우진이 뒤를 박을 때마다 흔들리는 성기에서 정액이 줄줄 흐르는 게 느껴졌다.
“선배 또 싸요?”
“헉, 아, 잠, 그만, 너, 으아앙! 허, 윽, 자, 으아!”
“계속 사정하세요. 다 비워야지. 선배랑 나랑 또 언제 섹스 할지도 모르는데.”
정우진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하며 몸이 앞으로 밀려 나갈 정도로 거세게 박아 댔다. 그러다가 정우진이 고개를 숙여 허리께에 입을 맞출 땐 허리가 녹는 줄 알았다.
“이, 이제 그만, 응, 아, 아흑, 흐어엉, 그만, 빨리……!”
“빨리 뭐요? 더 빨리 쑤셔 줄까요?”
“아, 아니, 아앗! 앙, 아, 아, 아으아아……!”
더 이상 힘을 줄 수가 없어서 허리에 힘이 빠져 무너지려고 할 때면 어김없이 정우진이 내 배 쪽으로 손을 넣어 날 일으켜 세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억지로 엉덩이가 들린 채 바닥을 벅벅 긁는 것밖엔 없었다.
“그만, 싸, 싸라고, 빨, 으학! 나, 이, 이제 안, 으, 아앙, 아!”
“싫어요, 또 언제 섹스 할지 모르니까 자지 헐 때까지 할 거예요.”
정우진이 내 뒷목에 키스하며 끔찍한 소리를 태평스럽게 해 댔다.
“흑, 흐어엉!”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해서 대성통곡을 하자 정우진이 추삽질을 멈추더니 뭉근하게 허리를 돌렸다. 안쪽이 벌어지는 느낌에 몸을 부르르 떨고 있자 정우진이 아까보다 더욱 다정하게 속삭였다.
“그럼 내일도 나랑 섹스 해 줄 거예요? 그럼 지금 바로 안에 쌀게요.”
그 말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고개를 돌려 정우진을 쳐다봤다.
“나 원래 섹스 할 때 이렇게 당장 내일 죽을 사람처럼 안 해요. 그냥 선배랑은 언제 또 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불안하고 초조해서…….”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렁이 백 마리는 키울 것 같은 표정으로 혀를 날름거리던 정우진이 지금은 버려진 개처럼 처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극단적인 변화에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하루에 한 번씩. 네?”
“그……. 아흐윽!”
그때 정우진이 완전히 성기를 뺐다가 안쪽까지 퍽 처박았다. 다시 무너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몸을 벌벌 떨고 있는데 정우진이 주르륵 성기를 빼냈다.
“선배, 하루에 한 번씩 하게 해 주세요.”
“아, 안, 흐아악!”
“그럼 매번 할 때마다 이렇게 힘들지도 않고…….”
“흐, 힉, 잠, 자, 잠, 우, 우진, 으아아앙!”
퍽, 퍽, 퍽, 마치 구타라도 당하고 있는 듯한 소리가 귀를 때렸다. 입 밖으로 내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사실 하루에 반은 섹스만 하고 싶은데, 선배가 싫다고 할 게 분명하니까…….”
“힉, 히익, 잠, 아으응, 아흑! 흑, 흐아앙, 아……!”
정우진이 뭐라고 지껄이는지도 모르겠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내장을 토할 것 같아서 나는 죽기 살기로 입을 열었다. 그건 생존 본능에 가까웠다.
“아, 알았, 흑! 하, 하루에, 헉, 한 번, 우진아, 주, 죽을 거 같아, 나 진짜, 사, 살려, 으하아아앙!”
너무 세게 박혀서 앞쪽으로 조금 밀렸는데, 정우진이 내 배 안쪽에 손을 넣어 날 다시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더니 허리를 숙여 내 뒷덜미에 얼굴을 박으며 드디어 사정했다. 사정이 아니라 오줌을 싸고 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터지는 뜨거운 정액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깜빡깜빡한 정신 사이로 정우진이 내 뺨에 입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