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화.
팔짱 끼고 선 도진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급급 여율령은 귀신을 내쫓는 주문인데.”
급급 여율령이 주술의 가장 마지막에 붙는 일반적인 문구라는 건 잘못된 상식이었다. 급급 여율령은 오로지 원혼을 쫓아낼 때만 쓰인다. 그래서 영능력이 어설프게 있는 아마추어가 강령술을 하다가 마지막에 급급 여율령을 붙이는 바람에 슬금슬금 다가오던 원혼들이 도망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는 했다.
어차피 지금은 아까 전 이리가 강화한 결계로 원혼이든 악신이든 이 산에 존재할 수 없지만.
“아아… 여러분, 느껴지십니까? 바로 이곳에 귀신이 있습니다. 귀신님, 오셨다면 우리에게 존재를 알려 주세요!”
휘우우웅… 소년이 말을 끝내자마자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쳤다. 사람들이 한겨울 칼바람에 옷깃을 여몄다. 나무 위에 쌓여 있던 눈이 투둑투둑 떨어졌다.
“이제 곧 시작될 귀신의 시간에 모두 함께 경배를.”
소년이 소복이 쌓인 하얀 눈을 가리켰다. 사람들이 손전등과 조명으로 눈 위를 비췄다. 아무 흔적도 없었던 고운 눈 위에 발자국 하나가 생겼다. 그리고 두 번째, 세 번째 발자국까지.
누군가 눈 위를 걷고 있었다.
사람들이 세상에, 맙소사를 외쳤다. 누군가는 무릎 꿇었고, 누군가는 뒤로 물러났고, 누군가는 환호했다. 아마 스트리밍 중이었는지 외국인도 카메라에 대고 흥분하며 말을 쏟아 냈다.
소년이 앞머리를 쓸어넘기고 허리를 뒤로 젖히며 웃었다.
“크하하하… 자아 모두들, 귀신이 다스리는 새 시대에 어서 오시오-.”
도진이 양팔을 쓸었다. 얼굴이 창백했다.
“스승님, 저 진짜 너무 오글거리고 소름 돋아서 더 못 듣겠어요. 약간 속도 안 좋아졌어요. 스승님은 괜찮으세요?”
“으음.”
이리는 딱히 소름 돋지 않았다. 오히려 저 열여덟 살 소년이 귀여웠다. 나름대로 인생을 재미나게 사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 말을 하면 도진이 당장 은신술을 풀어 버리고 저 소년보다 더한 광기를 보일지도 모를 일이라 참았다.
사람들의 가장 뒤에 있던 이리가 밝은 곳으로 나섰다.
“그래서 네가 퇴마 영상의 출연자라고?”
“어…?”
“…아?”
“와…….”
사람들은 그제야 이리를 발견하고 어버버거렸다. 이리는 촬영 카메라가 각도를 바꾸는 것을 보고 잠깐 카메라를 고장냈다. 외국인이 당황하며 욕을 내뱉었다.
패딩 입은 소년, 아니 청년… 소년과 청년 사이에 있는 묘한 분위기의 예쁘장한 소년이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사람들은 홍해처럼 갈라졌다.
“뭐, 뭐야? 너, 넌 누구야?”
‘광룡’도 이리의 신묘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는지 말을 더듬었다.
“네가 올린 글을 보고 찾아온 사람이지.”
“그럼 너도 우리 동호회?”
“그건 아니지만.”
이리의 시선이 소년의 뒤쪽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소년의 수호령으로.
소년과 닮은 얼굴의 남자 수호령은 이리를 발견한 순간부터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