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이리의 신령들
이해자
저 결혼해욥^^/
학교수
?
학교수
ㅋㅋㅋ
학교수
니 결혼이 한두번도 아니고 새삼 왜 말함
이해자
ㅡㅡ그냥 좀 말해봄
약사
축의금 달란 거냐 설마?
이해자
됐다 내가 제일 부자인데 너네한테 받아서 뭐하냐
약사
그럼 진짜 왜 말했어?
이해자
너네한테 말한 거 아니니까 걍 닥치고 있어
이해자
선인님한테 보고드린 거야 일단 결혼이란 인륜지대사니까
학교수
아 이거 ㅋㅋ딱 보니 주례해달라고 말한거네
약사
ㅁㅊ
약사
선인님 귀찮게하지마;
약사
안그래도 바쁘신분 도와드리질못할망정
이해자
아니라고; 우리 결혼식 안 할거거든; 결혼식장도 안 빌렸다고;
학교수
갈수록 이해가 안 되네..
학교수
그럼 대체 단챗에 왜 말함..?
단챗은 거기서 멈춰 있었다.
마지막 고객을 보내고 뒷정리까지 마친 후 지잉지잉 울리는 핸드폰을 확인했더니 이 상태였다.
마침 중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리에게 도진이 핸드폰 화면을 보여 줬다. 이리는 담백한 반응이었다.
“그래. 결혼할 것 같더라. 이번에 오래 사귀더라고.”
“결혼식 안 한다는데 상대가 서운해하지 않을까요?”
“서운해할 상대라면 본인과 뜻이 맞지 않으니 이해자도 일찍이 헤어졌을 거야.”
“하긴 그렇네요. 이해자 님은 결혼을 몇 번이나 하셨어요?”
“글쎄….”
이리가 미간을 모으고 곰곰이 생각했다.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는데.”
“열 번 넘어요?”
“훨씬 넘어. 이해자한테 물어보면 대답해 줄 거야. 대신 연애 얘기도 들어줘야 하지만.”
“으, 사실 별로 안 궁금해요.”
“그렇지. 청소 다 해 놨구나.”
이리가 도진이 깨끗하게 정리해 놓은 작업대를 보고 고맙다며 예쁜 웃음을 답례로 보내 줬다.
“청소뿐이에요? 차와 다과도 준비해 놨죠. 앉아 계세요. 가지고 올게요.”
“응. 고마워.”
이리가 앉자 도진이 곧 차를 내왔다. 들고 온 쟁반에 널브러진 끼웅이도 있었다. 아마 스스로 차를 따르려고 애쓰다가 실패하고 지쳐 쓰러진 것 같았다.
끼웅이는 삐웅이를 보내고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겁은 많지만, 주머니에서 발발 떨기보다는 고개를 내밀고 마주하는 것을 택할 때가 많아졌다.
스스로 자그마한 일이라도 하고 싶어 해서 내방 고객 상담 시 고객의 접시에 약과를 옮기는 역할을 맡겼다. 찻잔에 차를 따라 주는 임무도 수행하고 싶어 했는데 아직은 여러모로 무리였다.
“끼웅아. 피곤하면 올라가서 자.”
끼우웅….
끼웅이가 이리의 손가락에 비비적거렸다. 그래도 아직 독립은 못하고 이리 옆에서 자는 끼웅이였다.
“하, 좋겠다. 저도 스승님 옆에서 자고 싶네요. 두 달 후면 즉위식까지 하는 마당에 아직도 우리 관계는 짝사랑 중과 짝사랑 상대라니. 스승님, 저희 언제 사귀어요?”
“나한테 물어봐도….”
“네에. 그냥 한번 물어봤어요. 스승님 자각시킬 겸 해서.”
이리가 말없이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온기가 목을 타고 내려가 온몸에 퍼졌다. 오늘이 유독 추운 날이었다는 걸 이런 식으로 깨닫게 되었다.
“서윤이는 공식적으로 사퇴했고. 홍연은 아직 사퇴할 마음이 없죠?”
“응. 얘기 못 들었어.”
“이대로 가면 도술 대결이든 뭐든 치르겠군요. 뭐 저는 자신 있지만.”
“분명히 그 전에 결정이 날 거야.”
“그동안 이렇게 임박했을 때까지도 후보들이 사퇴하지 않은 적 있었어요?”
“보름 전까지도 후보가 열 명이 넘은 적도 있어.”
“아하…. 시간이 더 지나야겠네요.”
“그렇지.”
이리는 도진이 작게 잘라 놓은 약과를 우물우물 먹으며 핸드폰을 켰다.
“답장하시게요?”
“응.”
이해자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이미 파악했다. 도진이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바짝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네 연인이 우리를 소개받고 싶어 하는구나
“와. 올리자마자 다 읽네. 관조자 님도 읽었네요?”
“관조자도 이해자가 무슨 말 하려는지 눈치챈 거지.”
이해자
네,,,ㅠ 자기 말로는 괜찮다는데 서운해하는 게 눈에 보여서 말입니다
학교수
아니 무슨 상견례하냐ㅋㅋㅋ
약사
학문가랑 나는 괜찮은데
약사
선인님까지?
이해자
엉 ㅠㅠ 선인님을 제일 보고싶어하네
이해자
대체 당신의 은인이란 분이 어떤 분인지 너무 궁금하다고
사실 이리는 이미 이해자의 연인을 소개받은 적 있었다. 퇴마 영상 관련으로 도진과 이해자에게 찾아갔을 때 마침 옆에 있었다. 아마 그는 무당의 도움이 필요해서 연줄을 빌려 용한 무당에게 찾아온 평범한 대학생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