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안녕? 주인
“으음…”
주인은 어느새 눈꺼풀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떴다. 얼마 전 식물이었던 비엔나를 위해 채광이 좋은 것으로 창을 바꿨던 것은 참 좋았는데, 아침이면 너무 눈이 부시다는 단점이 있었다.
“으…”
어젯밤에 너무 늦게 잠든 게 문제였는지 오늘따라 잠이 잘 깨지 않았다. 주인은 몸을 뒤척이며 눈을 비볐다. 그리고 돌아누운 주인은, 아직 잠들어 있는 비엔나의 얼굴을 마주했다.
‘…와, 진짜 예쁘다.’
방금 눈을 비벼 조금 더 또렷해진 시야에 들어온 비엔나의 자는 얼굴에 주인은 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그 늦은 새벽까지 자신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어 놓고도 저렇게 얼굴이 붓기 하나 없이 매끈하고 예쁜지 주인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 자신의 얼굴은 부은 것인지 뺨이며 눈두덩에 뻐근한 느낌이 났던 것이다.
아침에도 매끈한 얼굴을 보며 어이가 없는 것은 둘째 치고, 어쨌든 아침부터 애인의 예쁜 얼굴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기는 했다. 비엔나의 길고 새까만 속눈썹과 살짝 벌어져 색색 숨을 내뱉는 모양 좋은 입술을 보는 주인의 입꼬리가 헤실헤실 올라갔다. 잘 때 참 얌전한 것은, 작은 문어였을 때부터 인간 모습이 된 지금까지 똑같았다.
“으응, 주인…”
‘미친, 진짜 귀엽다.’
가만히 비엔나가 자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비엔나의 까만 눈동자가 드러났다. 일어나자마자 웅얼웅얼 졸음이 담긴 목소리로 자신을 찾으며 커다란 눈을 깜박이는 비엔나에를 보며 주인은 침대를 세게 내리치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침대 스프링이 조금 위험한 것 같은데, 침대에게 더 무리를 줄 수는 없었다.
“응, 나 여기 있어. 일어났어? 우리 애기?”
주인은 침대를 내리치는 대신 비엔나를 애칭으로 부르는 것을 택했다. 그래도 이젠 인간 모습을 한 비엔나를 애칭으로 부르는 것이 조금 익숙해져서 입에서 나오는 울림이 제법 자연스러웠다.
“응, 일어났어.”
비엔나가 얌전히 대답하며, 꾸물꾸물 주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막 자고 일어나 따끈한 몸이 품으로 파고들자 보송보송한 맨살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기분 좋았다. 주인이 팔을 들어 품으로 파고드는 비엔나의 등을 감싸 안았다. 둘 다, 새벽에 서로의 체액으로 끈적거리는 몸을 씻어 내고 바로 잠들어 이불 아래로는 맨몸이었다.
“주인…”
“으응, 비엔나….”
아침이라 묵직하게 부푼 비엔나의 성기가 배에 비벼지는 것이 느껴졌다. 주인도 아침이라 피가 몰린 좆이 비엔나의 매끈한 허벅지에 스치는 감각에 신음을 내뱉었다. 둘의 눈이 뜨겁게 마주쳤다.
꼬르륵. 그리고 비엔나가 막 이불을 젖히고, 주인의 단단한 배 위로 올라타는 순간 비엔나의 배에서 소리가 울렸다.
“…주인, 나 배고파.”
“그래, 일단 뭐 좀 먹자.”
비엔나의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니 주인도 배가 고픈 것 같았다. 확실히, 비엔나가 인간 모습이 된 이후로는 비엔나가 배고파 해 자신까지도 끼니를 더 제때 챙겨 먹었더니 밥때가 되면 배가 고팠다. 비엔나는 광합성을 하는 식물로 제법 긴 시간 있다가 변해서 그런지 인간의 모습이 된 뒤, 유독 더 먹을 것을 찾고는 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한 주인은, 냉장고를 열어보고는 비엔나에게 조용히 말했다.
“…비엔나. 옷 입어. 마트 가자.”
* * *
“주인, 나 이것도.”
“응, 여기 넣… 안 돼. 그건.”
주인은 별생각 없이 카트를 끌던 중, 비엔나가 집어온 바스락거리는 봉지를 보고 비엔나를 제지했다.
“왜? 주인이 전에도 줬던 거잖아. 그때 맛이 괜찮았었어. 또 먹고 싶은데.”
비엔나가 까만 눈을 깜박이며 물어 왔다. 확실히, 비엔나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비엔나가 들고 있는 것은 강아지용 간식이었으니까. 주인은 비엔나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점에, 새삼 충격을 받고 카트를 끌던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 보면, 원래 강아지… 아니, 식물… 아니, 문어였는데. 인간 먹는 거 다 먹어도 괜찮은 건가?’
“주인?”
주인은 고개를 돌려 비엔나의 얼굴부터 발까지를 한 번 쭉 훑었다. 비엔나는, 마트에서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싫다고 해서 주인이 자신의 것과 색만 다르고 똑같은 모양으로 맞춰 준 캡 모자를 쓰고 있었다.
주인은 캡 모자 아래서 반짝이는 까만 눈을 포함해, 얼굴을 유독 꼼꼼히 살펴봤다. 귀가 두 개, 커다란 눈도 두 개, 반듯한 코가 하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입이 하나. 여전히 예쁘고, 귀여운 것은 둘째 치더라도 어디를 어떻게 봐도 인간으로 보였다. 미묘하게 문어나 강아지, 식물과는 달랐던 예전과는 달리 빨판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비엔나는 이제 완전히 인간이 된 건가?’
비엔나는 분명, 자신의 옆에 영원히, 아니, 주인이 죽을 때까지 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인은 비엔나가 계속 함께해 주겠다는 말이 기뻤던 나머지 그 대답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비엔나가 자신의 말에 대답도 하고, 항상 자신의 옆에 있어 주고, 까만 눈을 반짝이며 안기는 것이 너무 좋아서 그런 중요한 문제를 고민해 보지 않았다니! 주인은 충격에 빠졌다.
사탕이며 초콜릿 등 봉지로 된 진열해 놓은 코너를 지나던 중 비엔나가 눈을 반짝이며 신제품이라고 반짝이는 장식과 함께 진열되어 있는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주인, 나 이것도.”
“저, 절대 안 돼.”
비엔나가 집어 든 것이 초콜릿임을 본 주인이 다급하게 비엔나의 손에서 초콜릿을 빼앗아 다시 진열대 위에 올려놨다.
“…알았어.”
비엔나가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인 것을 본 주인의 얼굴에 갈등이 어렸으나, 그래도 위험할지도 모르는 것을 막 먹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다른 거 사 줄게. 초콜릿 아닌 거면 괜찮아, 응?”
그 말을 들은 비엔나가 이번에는 통으로 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집어와 주인에게 내밀어 보였다.
‘…저건 초콜릿이 아니니까 괜찮나?’
“그래, 카트에 넣어도 돼.”
“응!”
한 번 의식하고 나니, 마트에는 초콜릿이 들어간 식품이 너무 많았다. 또 혼자 심각해진 주인이 돌돌돌 카트를 끌고 빠르게 초콜릿이며 과자가 진열된 코너를 지나쳐 야채 코너를 지나가는 사이, 주인과 속도를 맞춰 걸어가던 비엔나의 시선이 당근과 감자가 쌓인 매대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녀에게로 향했다.
“엄마, 나… 당근 진짜로 먹기 싫은데…”
“안 돼. 골고루 먹어야 몸에 좋다고 엄마가 말했잖아.”
“싫어! 싫단 말이야. 자꾸 당근 먹으라고 하면, 하면… 엄마가 하루에 하나만 먹으라고 한 사탕 백 개 먹어 버릴 거야! 그리고, 이빨도 안 닦을 거야아아!”
“뭐…뭐?! 어디 먹어 봐! 너, 먹나 안 먹나 엄마가 하루 종일 너만 지켜볼 줄 알아!”
비엔나가 눈을 깜박이며 그 광경을 쳐다봤다. 주인은 여전히 멍한 상태로 카트를 끌고 계산대로 향하고 있었다. 주인과 이제는 바닥에 드러누워 빙글빙글 돌며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아이를 내려다보던 비엔나가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뛰어가 아까의 그 초콜릿을 집어와 카트에 던져 넣었다. 비엔나가 카트에 초콜릿을 던져 넣으며 주인의 얼굴을 살폈으나 주인은 비엔나가 카트에 초콜릿을 넣은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주인이 먹지 말라고 한 것을 넣었는데도, 자신의 쪽을 보지 않는 주인에 비엔나의 얼굴에 불만이 어렸다. 주인은 장 본 것을 계산하고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도 말이 없었다. 주인의 옆에서 비엔나가 까만 눈으로 걱정스럽게 주인을 계속 흘끔거렸지만, 주인은 그 예뻐하는 비엔나의 시선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주인은 집에 도착해서, 멍한 상태로 장을 봐 온 것들을 정리했다. 주인의 손이 이게 무엇인지도 잘 모른 채 장 봐 온 것들을 냉장고로 집어넣었다. 주인한테 배운 대로 얌전히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뽀득뽀득 씻고, 세수도 하고, 집에서 입는 반바지로 갈아입고 나온 비엔나가 자신을 칭찬해 달라는 듯 주인의 주변을 맴돌았으나 평소처럼 칭찬을 해 주지 않는 주인에 금세 다시 시무룩해졌다.
“주인, 나 이거 먹어도 돼?”
“으응.”
주인의 관심을 끌려는지 비엔나는 평소에 주인이 허락을 받지 않고 먹어도 된다고 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할 텐데도 굳이 냉장고 문을 열고 주인을 불렀다. 비엔나의 손에는 아까 주인 몰래 카트에 넣어 놓았던 초콜릿이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함께 들려 있었다. 하지만 식탁에 멍하니 앉아 있던 주인은 여전히 비엔나를 쳐다보지 않으면서 대답했다. 비엔나의 매끈한 뺨이, 불만스럽게 부풀었다.
“주인, 왜 나를 안 봐 줘?”
그리고 급기야는, 주인이 앉아 있는 식탁의 맞은편에 앉아 주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초콜릿을 보란 듯 아이스크림에 얹어서 먹고 있던 비엔나가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주인을 불렀다.
“어? 어어, 우리 애기… 나 불렀… 히익! 초콜릿!”
비엔나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앞을 본 주인이 비엔나의 앞에 놓여 있는 큼직한 초콜릿과 그 옆의 거의 반 정도는 사라진 아이스크림 통을 보고 기겁했다. 비엔나의 입가를 보니 하얀색이며 갈색 자국이 입 주변에 묻어 있는 것이 이미 입에 넣은 것 같았다.
‘비엔나가 초콜릿을 먹으면 안 돼!’
순간 그 생각만이 주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땡그랑. 주인이 쳐 낸 아이스크림 스푼과 통에 든 아이스크림이며 초콜릿이 식탁 아래로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를 울렸다. 그 광경을 보는 비엔나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얼마나 먹었어!?”
하지만 주인의 머릿속에는 지금 비엔나가 초콜릿을 먹었다는 사실밖에는 없었다. 주인이 다급하게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식탁을 돌아 비엔나의 앞으로 갔다. 그리고 주인의 손이, 비엔나의 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 올렸다.
“아- 해.”
비엔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주인의 단단한 손가락 하나가 비엔나의 입술을 벌리고 들어갔다. 단단한 손가락이 차갑고 미끈거리는 입 안을 헤집기 시작했다. 몇 차례 깜박이던 새까만 눈이 다급하게 자신의 얼굴을 쥐고 내려다보는 주인의 얼굴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얌전히 내리깔아졌다.
“우응… 주인…”
비엔나가 전혀 반항하지 않고, 오히려 입을 더 벌렸으므로 주인의 손가락은 걸릴 것 없이 비엔나의 입 안을 헤집었다. 단단한 손가락이 고른 치열을 전부 더듬고, 말랑한 볼 안쪽과 입천장, 말캉거리는 혓바닥을 전부 더듬고 지나갔다.
처음엔 차가웠던 입 안의 여린 살들이, 주인의 손가락이 구석구석 더듬을수록 미지근하게 변하며 비엔나의 부드러운 입술 옆으로 미지근하고 단내가 나는 침이 흘러내렸다. 내리깔려 있던 비엔나의 눈이, 새까만 눈동자 안에 열기를 띠고 주인을 올려다봤다.
“젠장, 다 먹었잖아…”
비엔나의 입 안을 손가락으로 휘젓던 주인이 비엔나의 입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하긴, 자신이 비엔나를 봤을 때 이미 숟가락을 내려놓은 뒤였으니 그전까지는 먹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주인은 허탈하게 비엔나의 뺨에서 손을 떼어 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벌어진 입술 사이를 한 번 더 들여다보기도 했지만 비엔나의 고른 치열이며 새빨간 혀만 한 번 더 확인했을 뿐이었다.
“아.”
주륵. 주인은 자신의 팔을 타고 뭔가 흐르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올려 핥았다. 혀끝에 단맛이 느껴졌다. 그제야 주인은, 자신이 비엔나의 입 안을 마구 헤집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아, 반사적으로 강아지일 때처럼 대해 버렸네. 사과해야겠지.’
“비엔나, 놀랐지. 미안… 읍!”
그리고 주인이 비엔나를 내려다보며, 막 사과하려던 순간 주인은 그대로 멱살을 잡혀 몸이 당겨졌다. 순식간에 말캉하고 축축한 입술이 주인의 입에 맞닿고 미지근한 온도의 혀가 주인의 놀라 벌어진 입술 사이를 벌리고 파고들었다.
‘…갑자기?’
주인은 약간 얼떨떨했으나 입 안을 헤집으며 달게 얽혀 오는 비엔나의 혀를 보면 당장 뭐 아프거나 한 것은 아닌 것 같아 가만히 있었다. 처음 입술을 벌리고 들어올 때만 해도 미지근했던 비엔나의 혀는, 주인의 혀를 감고 빨아 올리고 있는 지금은 뜨겁게 변해 있었다. 입 안에서 진하고 뜨거운 초콜릿 맛이 났다.
‘아, 달다. 정신 좀 차리고 있을걸. 몸이 더 커졌으니까 상관없으려나. 그렇지만 역시 신경 쓰이는데.’
“하아… 주인.”
그 와중에, 숙어진 등과 목이 아파 왔다. 주인이 식탁 위로 어설프게 숙어진 몸이 불편해 잠시 몸을 일으키느라 입술이 떨어지자 비엔나의 몽롱하게 풀린 까만 눈이 다급하게 주인을 좇으며 비엔나가 몸을 일으켜 다시 입술을 부딪혀 왔다.
‘…그런데 지금은 멀쩡해 보여도 수명이 줄어든다거나, 그랬으면 어쩌지. 사람이 먹는 것 중에 동물이나 식물한테 좋은 건 거의 없다던데…’
“읏…”
키스를 하는 와중에도 주인의 눈동자가 자신을 똑바로 보지 않자 까만 눈이 불만스러운 기색을 띠더니 비엔나가 주인의 입술을 잘근 물었다. 입술에 따끔한 느낌을 느낀 주인의 검은 눈동자가 자신을 향하자, 비엔나가 주인의 허리를 꽉 안아 당기면서 다시 입술을 핥아 왔다.
주인은 아직 외출복 그대로였으므로 비엔나가 허리를 당기자 주인의 가슴이 천 한 겹을 사이에 두고 비엔나의 단단한 가슴과 부딪히며 뭉개졌다. 비엔나가 혀로 주인의 입천장을 느릿하게 문지르면서, 틈 없이 밀착된 상체를 뭉근하게 비벼 왔다. 비엔나의 가슴에 뭉개진 가슴 위의 도톰한 젖꼭지가, 비엔나가 밀착된 상체를 비비자 천 아래로 쓸려 조금씩 단단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비엔나의 단단한 허벅지가 주인의 청바지에 감싸인 허벅지 사이를 파고들어 벌렸다.
“우응… 음, 흐응…”
이쯤 되자 주인도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여린 입 안을 마구 헤집어지는 것과 동시에, 여기저기 예민한 부위에 문대지는 비엔나의 몸에 주인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비엔나는 주인의 눈동자의 초점이 마침내 자신을 향하자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주인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있던 손을 움직여 주인의 티 안으로 파고들었다.
“하으… 으응… 비엔나…”
잠시 입술이 떨어진 틈에, 옷 안으로 들어온 비엔나의 뜨거운 손이 잘록한 허리며 그 위의 등줄기를 더듬어 올라왔다.
“하으… 으흣…”
등을 더듬던 뜨끈한 손이, 척추 위를 더듬으며 쓸어 올리자 허리에 힘이 풀린 주인이 비엔나의 목덜미에 그대로 고개를 파묻었다. 그대로 쭉, 티를 밀어 올린 비엔나가 주인의 등짝이 전부 드러나도록 돌돌 말아 올린 상의를 쥐고 자신의 목덜미에 더운 숨을 뱉는 주인의 귀 뒤를 빤히 쳐다봤다.
“하응…!”
그리고 비엔나의 뜨겁고 축축한 혀가 그대로 주인의 귀 뒤를 핥아 올렸다. 주인의 몸이 파드득 튀어 오르며 꽉 맞닿아 있던 주인과 비엔나의 가슴이 떨어졌다. 이미 비엔나가 등 쪽의 옷을 잔뜩 올려놓아, 떨어진 주인의 가슴 부근의 천도 거의 젖꼭지가 보일락 말락 하게 말려 올라가 있었다. 드러난 주인의 복근이 잡힌 배부터 아슬아슬 드러난 밑 가슴까지의 하얀 피부를 새까맣게 가라앉은 비엔나의 눈동자가 빤히 응시했다.
“하악… 하…”
비엔나가 헐떡이는 주인의 가슴 부근의 천을 확 끌어 올렸다. 드러난 주인의 빨갛고 통통한 젖꼭지를 보며 입맛을 다신 비엔나가, 옷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주인의 발갛게 상기된 뺨을 쓰다듬으며 끌어 올린 천을 주인의 입술에 물렸다.
조금 전까지 온몸이 더듬어진 감각과 집요한 키스의 여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주인이, 약간은 멍한 상태로 헐떡이며 비엔나가 물려 주는 돌돌 말린 천 뭉치를 입에 물었다. 처음에는 분명 비엔나의 입 안에 초콜릿이 남아 있나 확인하고 있던 것뿐이었는데, 어느새 가슴을 드러낸 채 옷자락을 물고 있게 된 주인의 눈이 느릿하게 깜박였다.
“하아… 주인.”
비엔나의 팔이 이제는 공기 중으로 완전히 드러난 주인의 맨허리와 등에 단단히 감겨들었다. 흘긋 내려다보니 비엔나가 열기를 품은 새까만 눈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눈과 마주친 주인은 새까만 눈동자 안으로 빠져들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비엔나가 주인의 가슴에 매끈한 뺨을 비볐다. 비엔나의 뜨거운 숨이 빨갛게 부푼 젖꼭지 근처에 느껴지자 주인이 부르르 떨었다. 고스란히 비엔나의 앞에 가슴을 드러내고 있음을 새삼 자각한 주인이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 가슴을 가리려고 했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하기는 했으나 비엔나의 곱상한 얼굴이 발갛게 뺨과 눈가를 붉힌 채로 자신의 가슴팍에 매달린 것을 보니 새삼 민망했다.
“흐웅…!”
그러나 비엔나의 뜨겁고 물컹거리는 혀가 가슴 위를 핥기 시작하자 주인은 비엔나의 얼굴을 볼 새도 없이 입에 물고 있던 천 뭉치를 질끈 물었다. 비엔나의 축축한 혀가 가슴 위를 지나가자 자꾸 배 속이 간질간질하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싶었다. 뒤로 물러나고 싶었지만 비엔나가 허리와 등을 단단히 끌어안고 있어 쉽지 않았다.
비엔나가 꽉 붙들고 있는 몸통은 뒤로 빼지 못하고, 몸통 대신 반 발짝 정도 뒤로 물러난 주인의 맨발이 뭔가 차갑고 끈적거리는 것을 밟았다. 놀란 주인이 입에 물고 있던 돌돌 말린 티셔츠를 놓쳤다. 놓친 티셔츠 자락이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 위로 흘러내렸다.
‘이게 뭐지?’
방금까지 비엔나에게 잡혀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주인의 시선이 자신의 발치로 향했다. 그리고 주인은 발밑에 차갑고 끈적하게 밟히던 것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전, 주인이 쳐 냈던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다. 그새 녹아내린 모양이었다.
“흐… 비엔나, 잠깐… 잠깐만…”
하지만 비엔나는 멈추지 않고, 주인의 말랑한 가슴에 뺨을 비비며 주인의 허리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으응, 흣, 비엔나. 잠깐 이것부터… 하읏!”
이번엔 비엔나가 주인의 젖꼭지를 잘근 씹으면서 다른 쪽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꼬집었다. 주인은 젖꼭지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감각에 자신의 가슴을 물고 있는 비엔나를 내려다봤다. 비엔나가 티셔츠 자락을 손에 쥔 채 주인의 젖꼭지를 잘근거리고 있었다.
“아앙… 흐아…”
비엔나가 양쪽 젖꼭지를 동시에 집요하게 씹고 비틀어 대자 금세 따끔한 쾌감이 느껴지는 젖꼭지에 온 신경이 쏠려 버렸다. 젖꼭지를 꼬집던 비엔나의 손이 머리에 닿아 거치적거리는 티셔츠 자락이 불편했는지 다시 티셔츠 자락을 모아 쥐어 주인의 입으로 가져다 댔다.
“비엔… 으읍…”
비엔나를 부르려던 주인은, 벌어진 입가에 와 닿은 티셔츠 뭉치를 반사적으로 물었다.
“주인, 이번에는 놓치지 말고 물고 있어야 해.”
비엔나가 손가락으로 천을 물고 있는 주인의 반들거리는 입술을 더듬으며 말했다.
“으응… 웁…”
주인은 몽롱한 정신에도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왠지, 티를 놓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든 탓이었다.
주인의 대답을 들은 비엔나가 다시 주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매끈한 뺨으로 젖꼭지 위를 문대기도 했고 코로 가슴골을 비비기도 했다. 주인의 하얀 가슴이 비엔나의 곱상한 얼굴이 움직이는 대로 눌려 말캉하게 뭉개졌다.
“우음, 웅… 흐움…”
‘왜 아무것도 안 하지?’
비엔나가 가슴에 얼굴을 비빌 뿐 아무것도 하지 않자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주인이 엉덩이를 들썩였다. 비엔나가 꼬집은 젖꼭지가 화끈거리고, 비엔나의 단단한 허벅지가 비빈 좆이 욱신거렸다. 조금 전까지는 그렇게 집요하게 굴더니, 막상 몸이 달아오르고 나니 진득함은 사라지고 그냥 애교를 피우듯 구는 비엔나의 애무에 주인은 안달이 났다.
그런데 입에 천을 물고 있어서 비엔나에게 가슴을 빨아 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 주인이 가슴에 얼굴을 비비는 비엔나의 뺨을 잡았다. 주인의 단단한 손에 얼굴을 잡힌 비엔나가 커다란 눈을 위로 떠 주인을 올려다봤다.
손에 쥔 비엔나의 얼굴을 자신의 젖꼭지 옆에 가져다 댔다. 축축하게 젖은 입술이 빨간색으로 부푼 젖꼭지에 스치자 주인이 그대로 비엔나의 뒤통수를 꾹 눌렀다. 주인의 가슴에 얼굴이 거의 파묻히다시피 한 비엔나가, 긴 속눈썹을 한 차례 깜박이더니 우물우물 입술을 움직여 주인의 젖꼭지를 뜨거운 입 안으로 한 번에 삼켰다.
“후웅… 후앙…!”
비엔나의 뜨겁고 말캉한 혀가 젖꼭지를 감아 잘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주인이 비엔나의 뒷통수를 누르고 있지 않은 다른 손을 더듬어 비엔나의 엉덩이 위로 올렸다. 얇은 천 아래로, 단단하게 올라붙은 모양 좋은 엉덩이가 주인의 손아귀에 잡혔다. 주인의 손이 그대로 비엔나의 엉덩이를 당겨 자신의 하체에 그의 하체를 밀착시켰다.
“하아… 주인…”
청바지의 거친 천에 감싸인 주인의 허벅지에 좆이 비벼진 비엔나가 입 안에 물고 우물거리던 젖꼭지를 뱉고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비엔나의 뜨거운 숨이 닿은 침으로 젖어 유독 빨갛게 보이는 도톰한 젖꼭지가 더운 숨결에 파르르 떨렸다.
“브웁…”
천 뭉치를 입에 문 채로, 계속 뭐라고 말을 하려고 시도한 탓에 주인이 입에 물고 있는 티는 이미 침으로 잔뜩 젖어 들어 원래의 색보다 한층 어두워져 있었다. 주인의 손이 다급하게 비엔나의 매끈한 허리를 몇 차례 더듬다가, 아래로 내려가 헐렁한 반바지 안으로 들어갔다. 속옷을 입지 않아 바로 만져지는 비엔나의 매끈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마구 더듬던 주인의 손이, 마침내 원하던 뜨겁고 단단한 살덩이를 쥐는 것에 성공했다.
주인은 손안에서 불뚝이는 것 같은 뜨거운 좆 기둥의 핏줄이 돋아 울퉁불퉁한 표면을 쓸어내리고, 새어 나온 액체로 질척거리는 끄트머리를 문질렀다. 이 커다란 것으로 자신의 안을 쑤셔 주는 것이 얼마나 좋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인의 뺨과 눈가가 발긋하게 달아올랐다.
좆을 주무르는 주인의 손길이 점점 거칠어지자 비엔나가 주인의 가슴에 파묻고 있던 고개를 들며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주인, 하으…”
비엔나가 헐떡이며 주인의 몸 위로 덮쳐들었다. 주인의 몸이 비엔나의 몸에 깔려 주방 바닥으로 눕혀졌다. 갑자기 몸이 뒤로 넘어가 놀란 주인이, 입에서 잔뜩 젖은 천 뭉치를 뱉어 냈다. 손아귀 가득 쥐고 있던 뜨겁고 두꺼운 살덩이도 놓쳤다. 비엔나가 거치적거리는 바지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다급하게 주인의 위로 올라타듯이 몸을 겹쳤다.
“아응… 비엔나, 빨리…”
비엔나가 다급하게 주인의 티의 밑단을 잡았다. 하지만 입에서 한참을 물고 있어 완전히 침으로 젖어 버린 티는 잘 벗겨지지 않았다. 잠시 티의 밑단을 잡고 끙끙대던 비엔나가, 그대로 티를 뜯어내 버렸다.
“흐으읏…!”
티가 무슨 종잇장처럼 뜯어지는 것을 목격한 주인의 눈이 잠시 크게 떠졌으나, 비엔나가 목덜미에 축축한 입술을 비비며 혀로 목을 핥아 올리기 시작하자 금세 다시 몽롱하게 풀렸다.
비엔나가 목과 쇄골을 끈적하게 혀로 핥으며 내려오자 주인의 헐떡이는 신음이 점점 더 거칠게 변했다.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는 뜨겁고 말캉한 혀의 감촉에 뇌까지 말랑하게 쾌감에 녹아드는 기분이 들었다.
“…흐아… 으음…”
어느새 비엔나는 쪽쪽 입술을 맞추며 내려가 주인의 복근의 갈라진 틈을 새빨간 혀로 적시고 있었다. 비엔나의 뜨겁고 말캉거리는 혀가 옴폭 들어간 배꼽을 쑤시듯 핥자 주인은 등줄기까지 저릿한 감각에 금세 정신을 차릴 수 없어졌다. 주인이 부추기듯, 비엔나의 결 좋은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었다.
그리고 엉덩이에서 느껴지던 축축함과, 단내의 정체는 허리 부근을 입술로 쪽쪽대던 비엔나가 마침내 청바지를 속옷째로 끌어 내리기 시작했을 때 밝혀졌다. 청바지가 내려가며, 바닥에 닿은 맨엉덩이에 끈적이고 약간은 차가운 액체가 닿는 것을 느낀 주인이 미약하게 신음을 내뱉었다.
“아으… 먹으면 안… 돼…”
그사이 비엔나가 자신의 청바지를 끌어 내리면서 허벅지를 핥아 올리자 주인이 헐떡이며 그를 제지했다. 주인의 청바지가 무릎 조금 아래까지 끌어 내려지던 중 멈췄다. 청바지가 끌어 내려지며 밖으로 퉁 튀어나온 주인의 통통한 좆이, 비엔나의 것과 마찬가지로 배 위로 올라붙어 꺼떡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묻어 약간 반들거리고 단내가 풍기는 엉덩이를 다 드러낸 채, 먹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주인에 비엔나의 얼굴에 불만이 어렸다. 심지어 주인은 조금 전까지 부추기듯 머리카락을 마구 헤집었었다.
“…싫어. 먹을 거야.”
자신의 얼굴 근처에서 흔들리는 주인의 붉은색 좆을 한 번 쳐다본 비엔나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다시 허벅지에 입술을 묻었다. 그리고 비엔나가 입을 벌려 방금까지 혀로 문지르던 허벅지를 왕 물었다.
“아얏, 아으…”
그러고는 물어 놓아 빨간 잇자국이 남은 자리를 뜨겁고 말캉한 혀로 다시금 문질러 오는 것에, 주인이 허벅지를 핥는 비엔나의 머리로 손을 얹었다. 주인의 단단한 손이 자기도 모르게 비엔나의 결 좋은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가 두피를 헤집었다. 이래서야, 입으로는 먹지 말라고 해 놓고 몸은 반대로 행동하는 격이었으나 더 큰 쾌감을 알고 있는 몸이 자꾸만 제멋대로 움직였다.
“하아… 아까 주인, 먹어도 되는 거 맞지?”
“우움…”
주인이 신음인지 대답인지 모를 애매한 소리로 웅얼거렸다. 점점 좆과 가까운 허벅지 위쪽으로 혀를 놀리던 비엔나가, 다급하게 주인의 상체 쪽으로 몸을 움직여 주인의 입술을 삼켰다.
입 안을 헤집는 비엔나의 뜨거운 혀에서 다시 느껴지는 미미한 단맛에, 주인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주인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 것인지 비엔나의 혀가 입천장을 진득하게 문대며 목구멍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우우음… 웅…!”
갑자기 깊게 들어온 혀에 숨이 막힌 주인이, 비엔나의 어깨를 쥐었으나 비엔나는 멈출 생각이 없는지 이제는 아예 목구멍 깊은 곳까지 넣은 혀를 왕복 운동을 하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인이 고개를 돌리려고 시도했으나 비엔나의 집요한 혀는 입 안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에 누운 자세로 비엔나의 혀를 받아 내고 있던 주인은 꼭 비엔나의 혀로 입 안에 좆질을 당하기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우븝…!”
급기야는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숨이 막힌 주인이, 비엔나의 어깨를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세게 쥐었으나 비엔나는 고개를 틀어 가며 집요하게 주인의 입술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주인은 눈물이 고여 뿌옇고 몽롱한 시야로 보이는 비엔나의 얼굴만 애원하듯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비엔나, 네 주인 이러다 죽는다…!’
입 안 깊은 곳까지 집요하게 침범하며, 모든 호흡을 앗아 가는 비엔나 때문에 주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입술이 아주 잠시라도 떨어지는 틈을 타 부족한 공기를 헐떡헐떡 들이마시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며 비엔나에게 매달리는 것뿐이었다. 비엔나의 뜨거운 혀가 입 안 깊은 곳을 들락날락할수록, 모든 감각이 입 안에 집중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몽롱하게 풀려 자신만을 담고 있는 주인의 검은 눈동자를 내려다본 비엔나가 만족스럽게 목을 울리며 마침내 주인의 입 안을 왕복하듯 움직이던 혀를 빼냈다.
“하악… 헉, 허억… 흐…”
주인은 헐떡이며 눈물이 잔뜩 고인 눈으로 비엔나를 올려다봤다. 비엔나는 주인과 첫 키스를 한 이후로, 키스가 마음에 들었는지 자주 입을 맞춰 오고는 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유독 집요했다. 자신의 입 안을 헤집는 비엔나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시야가 흐릿했다. 뿌연 시야로도 가까이 있는 비엔나의 새까만 눈동자는 아주 잘 보였다.
“비엔, 흐읏… 나아…”
주인이 헐떡이며 비엔나를 불렀지만, 비엔나는 곧장 주인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무릎 조금 아래까지 내려간 채로 그대로 걸려 있는 청바지 때문에 비엔나가 들어 올린 것은 한쪽 다리뿐이었음에도 주인의 양다리가 동시에 공중으로 딸려 올라갔다. 둥글고 살이 많은 엉덩이가 비엔나의 앞에, 붉은빛을 띠는 구멍이며 회음부와 함께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흐앗…!”
그리고 이번에는, 엉덩이 위를 뜨끈한 혀가 핥고 지나가는 감각에 주인이 다리를 버둥거렸다. 주인은 이 창피한 자세에서 벗어나 보고자 팔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키려고 시도해 봤으나 몸이 거의 반으로 접힌 탓에 허리와 팔에 힘을 줘 봐도 도저히 일으킬 수가 없었다.
주인의 버둥거림에 아랑곳 않고, 비엔나의 빨간 혀가 흰 엉덩이 위를 진득하게 핥고 지나갔다. 비엔나가 주인의 허리와 함께 들린 엉덩이를 뜨거운 혀로 핥아 올리자 주인이 헐떡이며 공중에서 다리를 버둥거렸다. 하지만 주인의 종아리를 쥔 비엔나의 팔에는 미동조차 없었다.
‘진짜, 그렇게 안 생겨서, 힘은 왜 이렇게 센 거야…!’
인간 모습을 한 비엔나는 주인에 비한다면 분명 덩치가 작았음에도 이상하게 힘이 참 좋았다. 주인의 눈에 억울함이 서렸다. 비엔나가 귀여운 것과는 별개로, 근육을 키우기 위해 그간 투자한 시간들이 억울해서였다.
“아으… 으응…!”
비엔나가 다리를 쥐고 들어 올려 몸을 반쯤 접어 놓은 상태라, 비엔나의 얼굴도 보이지 않으니 엉덩이는 물론 다리 사이를 고스란히 내보이고 있는 이 상황이 더 민망했다. 주인이 잠시 억울해하고 있는 동안, 비엔나가 다시 주인의 엉덩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엉덩이가 축축해서 그런지 비엔나의 숨결이 더 잘 느껴진 탓에 주인이 끙끙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접힌 몸과 청바지 때문에, 비엔나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데 젖은 엉덩이에 닿는 뜨거운 숨결 때문에 비엔나의 얼굴의 위치가 너무 잘 느껴졌다.
‘으으… 기분 이상해. 지금은… 구ㅁ…’
“가, 가슴! 가슴 만질래?”
더운 숨이 예민한 구멍 주변의 주름에 내려앉는 감각에 등줄기가 다 오싹했다. 이미 발기해 있던 주인의 좆의 진한 붉은빛으로 물든 끄트머리가 움찔 떨렸다. 하지만 비엔나에게서는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대답이 없었다.
‘엉덩이에서 숨이 안 느껴지는 걸 보면, 고개는 든 것 같은데 왜 대답이 없지? 슬슬… 허리가 좀 아픈데.’
반으로 접힌 몸과 무릎 아래에 걸쳐져 시야를 가리는 청바지 때문에 현재의 자세에서 최대한 고개를 들어 봐도 비엔나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주인이 고개를 들어 움직일 때마다, 커다란 가슴과 그 위의 빨갛게 부푼 젖꼭지가 주인의 두꺼운 허벅지에 닿을 듯 말 듯 흔들리고,하얀 허벅지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인의 끝이 반들거리는 붉게 부푼 좆도 가슴에 닿을 듯 말 듯 흔들렸다.
결국 배만 잔뜩 당기는 것을 느낀 주인이 상체를 움직이는 것을 포기하고 바닥에 다시 얌전히 등을 붙였다. 그래도 운동을 꾸준히 했던 덕인지 좀 배가 당길 뿐 이 자세가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음, 창피하긴 한데, 그나마 유연성이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네.’
주인이 다리가 상체에 닿을 듯 말 듯 몸이 반쯤 접힌 이 자세에서 벗어나는 것을 막 포기한 순간, 비엔나가 잡고 있던 주인의 다리를 센 힘으로 당긴 다음 눌러 주인의 엉덩이가 자신에게 더 잘 보이도록 만들었다. 주인은 몸이 반 접힌 상태에서 엉덩이와 허리를 띄운 자세가 되었다.
“으흐응…!”
허벅지며 가슴이 서로 완전히 밀착되면서, 졸지에 아까부터 닿을 듯 말 듯 하던 젖꼭지며 좆이 전부 접힌 몸에 눌리며 뭉개진 주인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거, 주인이 먹어도 된다고 했었잖아.”
비엔나가 이제 완전히 자신의 앞에 고스란히 노출된 주인의 통통한 엉덩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비엔나의 손가락 아래에서 하얗고 달콤한 액체로 덮인 주인의 피부가 미끄러졌다.
“내가 언… 흐앙!”
주인은 자기가 언제 엉덩이를 먹어도 된다고 했는지 전혀 기억이 없었지만, 주인이 대답을 마치기도 전에 비엔나가 다시 주인의 엉덩이를 혀를 내어 핥아 올리자 금세 신음을 내뱉었다. 간질거리고 뜨거운 느낌이 엉덩이부터 시작해 온몸을 타고 퍼져 나가는 것 같았다.
접힌 몸 때문에 둥근 가슴에 눌려 있던 주인의 끝이 새빨갛게 부푼 좆에서 울컥울컥 액이 새어 나와 가슴을 더럽혔다.
공기 중에서 약간은 차갑게 식은 피부 위를 뜨겁고 말캉한 살덩이가 핥고 지나가자 조금 전에 핥아질 때보다 몇 배는 기분이 이상했다. 느릿하게, 새빨간 혀가 둥근 엉덩이 위를 지나며 끈적이는 하얀 액체를 핥아 냈다.
“으응… 비엔, 흐읏… 나아…”
목소리가 자꾸만 바람이 빠지듯 줄줄 샜다. 신음과 섞인 주인의 목소리는 비엔나를 제지하려고 부른 것보다는 오히려 부추기는 것에 가까웠다. 핥아지는 것은 엉덩이인데 좆과 젖꼭지까지 저릿저릿 간질거리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비엔나의 앞에 고스란히 드러난 구멍까지도 욱신거리는 기분이었다. 새빨간 혀는 둥근 엉덩이 위를 지나다니면서도 구멍 주변으로는 향하지 않았다.
구멍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도 빨간 혀가 살 위를 질척하게 쓸고 지나갈 때면 주인의 가슴 위로 짓눌린 좆에서 울컥울컥 액이 새어 나왔다. 주인의 손이 뭐라도 쥐고 싶은 듯 애타게 바닥을 긁었으나 매끈한 주방 바닥 위에서 자꾸만 헛손질을 반복했다.
주인은 애가 탔다. 어서 구멍을 풀고, 그 안에 혀보다 더 뜨겁고 단단한 비엔나의 것을 넣어 줬으면 좋겠는데 비엔나는 정말로 엉덩이만 끈질기게 핥고 있었다. 아까 젖꼭지도 그렇고, 자꾸만 주변만 감질나게 건드리는 비엔나가 야속했다.
‘그치만, 구멍을 빨아 달라고 하긴 민망한데!’
조금 적응을 했다고는 해도, 예쁜 얼굴로 가슴에 매달려 적나라하게 가슴을 빠는 모습까지가 아직 주인의 한계였다.
“흐응…”
주인은 머릿속에 비엔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새빨간 혀가 축축하게 젖은 입술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젖꼭지를 감고, 이어서 입 안으로 삼키고, 강하게 흡입하며 커다란 까만 눈을 위로 떠 자신과 눈을 마주치던…
비엔나의 얼굴이, 자신의 가슴에 매달렸던 모습을 떠올리자 아랫배가 다 뻐근했다.
“으응… 하앙, 앙…!”
자신의 엉덩이를 핥고 있는 비엔나의 얼굴을 떠올린 주인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 소리가 점차 높아지기 시작했다. 비엔나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상상력이 더 자극됐다.
“하악… 하으…”
결국, 주인의 엉덩이에서 끈적이는 액체가 전부 사라졌을 무렵에는 주인의 가슴골과 복근에는 가슴께에 눌린 좆에서 울컥이며 새어 나온 정액이 범벅되어 있었다. 주인은, 한 번 내보낸 것만으로도 이미 진이 다 빠진 기분이었다.
“하아… 주인,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어.”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 주인에게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윽… 내가, 언제 먹으라고 했어.”
주인은 밀려오는 억울함에 비엔나에게 항의했다.
“아까, 내가 물어보니까 ‘응’이라고 대답했었잖아.”
그랬던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주인은 간질거리는 쾌감이 온통 헤집어 놓고 지나간 머릿속을 더듬어 보았지만, 자신이 대답을 했는지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애초에 주인의 기억의 시작은 비엔나가 초콜릿을 입가에 묻히고 있었다는 것부터였다.
“흐으… 잘, 기억이…”
“아니야. 주인이 분명히, 내 쪽은 보지도 않으면서 ‘응’이라고 대답했어.”
비엔나가 주인의, 이제는 자신의 침으로 번들거리는 엉덩이 사이로 훤히 드러난 구멍 주변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대답했다.
“아흐… 흐윽…!”
그랬던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주인은 이번엔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박아 넣은 비엔나 때문에 다시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 실패했다. 구멍 안의 내벽을 긁어내리듯 손가락을 안에서 움직이는 비엔나 때문에, 주인이 허리를 튕겼으나 접힌 몸 때문에 주인의 엉덩이만 움찔거리는 결과를 낳았다.
‘…내가 그랬었나? 아니, 그러면 먹으라고 한 내가 잘못인 거 아니야?’
주인은 갑자기 심각해졌다. 이렇게 정신을 빼놓고 다니다니, 비엔나의 단 하나뿐인 보호자로서 절대로 올바른 태도라고 할 수 없었다.
주인의 반응을 살피며 주인의 구멍에 넣는 손가락의 개수를 늘려 가던 비엔나가, 또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 같은 주인의 반응을 보고는 자신의 손가락을 물고 있는 하얀 엉덩이를 노려봤다. 그리고 잠시 망설이는 기색으로 침으로 번들거리는 통통한 엉덩이를 내려다보던 비엔나가, 손을 들어 올렸다.
“아응…!”
찰싹. 주방에 찰진 소리가 울렸다. 잔뜩 핥아진 예민한 피부에 느껴지는 화끈한 감각에, 주인이 파드득 몸을 떨었다.
“주인, 나는 주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응? 그게 뭔… 아흑!”
그 말과 동시에 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낸 비엔나가 주인의 몸을 휙 뒤집었다. 주인은 순식간에 뒤집힌 몸에 당황했다. 아직도 무릎 조금 아래에 걸쳐져 있는 청바지 때문에 주인은 어정쩡하게 가슴을 바닥에 대고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엎드린 자세가 되자 이미 젖꼭지가 꼿꼿하게 서 있던 가슴이 바닥에 뭉개진 주인이 얕은 신음을 흘리는 동안 비엔나의 손이 주인의 배 아래로 들어와 주인의 하체를 들어 올렸다. 주인은 이제 엉덩이를 비엔나 쪽으로 치켜들고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흐앙!”
이번엔 반대쪽 엉덩이를 찰싹 내려치는 비엔나 때문에 주인은 또 한 번 파드득 몸을 떨었다. 자세 때문에 따끔한 느낌이 나도 몸을 뒤트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게다가, 그새 비엔나는 구멍 안에 다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조금 전까지 손가락을 물고 있었던 구멍은 쉽게 손가락을 삼켰다.
‘아니, 그 말이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주인은 따끔한 엉덩이 때문에 엉덩이에 손을 대고 문지르고 싶은데 자세가 불편해 손을 들기가 힘들어 몸을 뒤틀면서 생각했다. 대체 둘의 상관관계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침으로 젖은 하얀 엉덩이 위로는 벌써 빨갛게 비엔나의 손 모양으로 손자국이 떠오르고 있었다. 양쪽 엉덩이에 하나씩이었다.
“아니, 비엔나, 무슨 오해가… 아흐으응…!”
이번엔 따끔거리는 살 위를 다시 뜨끈한 혀가 핥고 지나가는 감각에 주인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주인은 이 나이를 먹고 엉덩이를 맞는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식물일 때 별 모양의 이파리에 맞아 본 적이 있기는 했으나, 낭창하게 휘어지던 이파리 대신 사람의 손으로 맞으니 또 느낌이 달랐다. 주인은 처음 느껴 보는 감각에 헐떡였다.
못 견딜 정도로 아픈 것은 아니었으나 맞은 부위가 계속 화끈거려 온 신경이 엉덩이에 쏠렸다. 게다가 엉덩이를 고스란히 보여진 채로 잔뜩 핥아진 엉덩이를 맞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수치스러웠다.
“비엔… 흐읏, 나아… 아응!”
하지만 주인이 조금 정신을 차리고 비엔나를 부를라치면, 비엔나의 뜨겁고 말캉거리는 혀가 화끈거리는 부위를 다시 핥고 지나갔다. 그 와중에도 구멍을 들락날락하는 비엔나의 손가락은 착실하게 개수를 늘려 가고 있었다. 길고 선이 고운 손가락을 오물오물 삼키고 있는 붉은색 구멍은 손가락이 잠시 빠져나갈 때면 붉은 주름을 뻐끔대며 유혹하듯 연한 속살을 내보였다.
그사이, 이미 한 번 사정을 마치고 말랑해졌던 좆은 어느새 다시 부피를 키워 바닥에 쓸리며 꺼떡이고 있었다. 유독 붉은 끄트머리에서는 끝없이 울컥울컥 액이 새어 나왔다. 치켜든 몸 아래의 바닥에 좆에서 새어 나온 정액이 작고 동그란 웅덩이를 만들었다. 헐떡헐떡 거친 숨을 내뱉는 입에서도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으… 흐아아…! 으응…!”
구멍을 진득하게 휘저어지면서 내벽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이 뭉개지고, 젖은 엉덩이가 따끔하게 내리쳐지고 뜨거운 혀로 핥아지는 것을 반복하자 주인은 딱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직접적으로 좆이나 젖꼭지를 만져 주지 않았는데도, 꾸준하고 간질거리는 쾌감이 쌓이자 배 속이 부글부글 끓고 온몸이 간지러웠다.
바닥에 뭉개진 젖꼭지와 바닥에 아슬아슬하게 쓸리는 좆이 통증에 가까운 쾌감으로 욱신거렸다. 주인은 자기도 모르게 바닥에 닿은 가슴을 비비며 젖꼭지에서 느껴지는 욱신거림이라도 해소해 보려고 끙끙댔다. 비엔나에게 핥아지는 엉덩이가 주인이 바닥에 가슴을 뭉개려고 끙끙대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렸다.
“하아… 주인… 맛있어 보여.”
온통 붉은 자국으로 얼룩진 통통한 엉덩이가 자꾸만 들썩이자 더운 숨을 뱉으며 입을 뗀 비엔나가 욕망으로 얼룩진 까만 눈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네 개나 탐욕스럽게 삼키고 있는 붉은색 구멍을 응시했다. 구멍을 빤히 응시하는 비엔나의 얼굴 역시도 눈가며 뺨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조금 전까지 주인의 엉덩이를 녹아내릴 만큼 핥아 댄 입술과 혀는 침으로 젖어 반들반들 빛나고 있었다.
비엔나가 주인의 구멍에서 손가락을 전부 뽑아냈다. 둥글고 흰 엉덩이는 붉은 자국이 여기저기 떠오른 채 온통 침으로 푹 젖어 있었고, 방금 손가락을 빼낸 구멍은 주름이 오물오물 움직이며 벌어진 채로 붉은 속살을 보이고 있었다.
“아흐으…!”
“하아, 이러면… 더 맛있을 거 같은데…”
비엔나가, 옆에서 굴러다니는 아이스크림 통에 손가락을 넣었다 빼더니 손가락에 묻은 다 녹아내린 아이스크림을 주인의 빠끔대는 구멍 위로 문질렀다. 붉은 속살이 보일 정도로 뻐끔대는 구멍 위로 끈적거리는 하얀 액체가 엉겨들며, 진한 단내를 풍겼다. 뜨거운 손가락으로 쑤셔지던 구멍에 녹았다고는 해도 체온보다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닿자 주인이 허벅지를 바르작댔다.
“아아앙…!”
그리고 더운 숨을 내뱉으며 잠시 멍하니 끈적한 액체로 젖어 뻐끔대는 구멍을 보던 비엔나가, 젖은 엉덩이 위로 거의 얼굴을 처박듯이 가져다 댔다. 부드러운 엉덩이 살에 비엔나의 곧은 콧대가 파묻히고, 주인의 구멍 위로 번들거리는 뜨거운 입술이 내려앉았다.
잠시 뻐끔거리는 구멍 위에 입을 맞추듯 더듬던 번들거리는 입술에서, 이내 새빨간 혀가 나와 구멍 위를 핥고 더 크게 벌어진 입이 구멍을 물고 우물대기 시작했다. 이미 손가락 네 개를 무리 없이 삼킬 정도로 풀어져 뻐끔대던 구멍은 주름 위를 진득하게 지나가는 혀를 빨아들이듯 삼켰다.
새빨간 혀는 구멍 주변을 온통 적신 것으로도 모자라 예민한 내벽의 물컹거리는 벽면을 뾰족하게 세운 혀끝으로 문지르고 쿡쿡 쑤시듯 눌렀다. 이미 넓혀 놓은 구멍은 비엔나가 혀를 넣고 원을 그리듯 돌리자 뻐끔거리며 쿨쩍이는 소리를 만들어 냈다.
몇 차례 구멍을 더 넓히듯 빨간 혀를 휘저어 잔뜩 구멍을 적신 비엔나가 이제는 아예 오물거리는 구멍에 혀를 깊게 넣었다가 빼내기 시작했다. 새빨간 혀가 흠씬 젖은 붉은 구멍 안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가 뽑혀 나오는 것을 반복했다.
혀가 구멍을 들락날락할 때마다 찔꺽이는 물에 젖은 소리가 주방을 울리고 구멍 주변에서 침으로 만들어진 거품이 생겼다가 터지는 것을 반복했다. 주방에는 주인의 신음 소리와 젖은 구멍이 찔꺽찔꺽 쑤셔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으으… 으흐읏… 비엔… 나아… 더, 더 깊이…”
주인은 구멍 안 꽤 깊숙한 곳까지 헤집고 들어온 뜨거운 혀가 예민한 내벽을 문지르는 감각에 엉덩이를 들썩이면서도 바닥에 계속 가슴을 문댔다. 구멍을 뜨끈한 입에 빨리고 혀로 쑤셔지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조금만 더 안쪽에 있는 느끼는 지점을 더 굵은 것으로 쑤셔 줬으면 하는 마음에 주인이 자꾸 엉덩이를 들썩이며 비엔나의 혀를 더 깊은 곳까지 넣으려고 했다. 비엔나에게 진득하게 구멍을 빨리면서 흐물흐물 쾌감으로 녹아내린 뇌가 본능적으로 더한 쾌감을 좇았다.
비엔나가 보채지 말라는 듯 주인의 얼룩덜룩 자국이 남은 엉덩이를 쥐고 주물렀다. 비엔나가 양손에 가득 쥔 흰 엉덩이를 주무를 때마다 단단하고 긴 손가락 사이로 통통한 엉덩이 살이 볼록볼록 비어져 나왔다. 하얀 가슴이 아파 보일 정도로 바닥에 엉망으로 뭉개지고, 빨간 자국이 얼룩덜룩한 엉덩이가 제법 센 힘으로 주물러지고 있는데도 주인은 아픔은커녕 부족함을 느꼈다.
이 정도로는 부족했다. 더, 뜨겁고, 단단하고, 깊은 곳까지 들어오는 비엔나의 것으로 미친 듯 간질거리고 욱신거리는 구멍 안을 더 깊고 거칠게 쑤셔 줬으면 했다. 더 커다랗고, 길고, 단단한 데다 표면까지 울퉁불퉁한 비엔나의 좆으로 쑤셔지면 구멍 안 깊은 곳까지 자극되어 배로 기분이 좋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이 입에서 그 말을 내뱉는 것을 망설이게 했다. 갑자기 엉덩이를 핥아진 데다, 엉덩이까지 찰싹찰싹 맞았는데!
‘아니, 나도 자존심이란 게 있다고!’
“하아앙…!”
그리고 다음 순간 비엔나의 혀가 단단하게 세워진 채로 주르륵 내벽을 긁으며 빠져나가자 주인의 허리에 힘이 풀렸다. 비엔나가 혀를 빼내며 주인의 엉덩이를 세게 주무르자, 또 한 번 울컥, 많은 양의 정액이 주인의 붉은 좆 대가리에서 새어 나와 바닥에 고인 웅덩이의 크기를 키웠다.
주인이 바닥에 만들어 놓은 웅덩이의 크기가 커진 것과 반비례하여, 주인의 자존심은 스르륵 녹아 사라졌다.
“비, 비엔… 흐윽, 나아… 박아 줘. 네 거, 네 거 넣어 줘…! 응? 빨리이…”
“하아… 하, 주인…”
더 이상 참기가 힘들었는지 자신의 바지를 내리는 비엔나의 손길도 다급했다. 얇은 바지가 내려가자, 바지 위로도 이미 불룩 솟아 존재감을 자랑하던 길고 두꺼운 좆이 퉁 튀어나왔다. 두툼하고 긴, 몽둥이와도 비슷한 모양새의 좆 기둥 위로는 평소보다도 훨씬 불거진 핏줄이 잔뜩 돋아 있었다. 단단하게 부푼 두꺼운 기둥 위로 불뚝이는 핏줄들이 잔뜩 덮인 모양새는 흉흉해 보일 정도였다.
“비엔나아… 네 좆, 흐응… 응, 으응, 빨리…”
주인은 이제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채 비엔나의 좆을 조르고 있었다. 자존심이고 뭐고 빨리빨리 비엔나가 뜨겁고 단단한 살기둥으로 자신의 안을 세게 쑤시고 뭉개 줬으면 했다. 애가 타서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아까부터 비엔나의 애무는 너무 간질거리고 끈질겼다. 빨리 좆을 넣을 수만 있다면, 다 상관없을 것 같았다.
“지금, 지금 줄게, 주인.”
비엔나가 좆 대가리를 얼룩덜룩 부어오른 둥근 엉덩이 사이에서 뻐끔거리는 붉은 구멍 위로 맞췄다. 두꺼운 귀두가 잔뜩 젖은 구멍 위로 한두 차례 비벼지자 찰박이는 소리가 울렸다. 주인이 어서 빨리 좆을 넣으려는 듯 엉덩이를 비엔나의 쪽으로 몸을 들썩이며 밀어붙였다. 주인의 단단해진 커다란 젖꼭지가 가슴살과 함께 바닥에 세게 비벼지고 하늘로 더 높이 치켜 올라간 엉덩이가 비엔나의 좆 대가리를 꾹 누르며 자극했다.
“흐으… 빨리이…”
“하읏, 조르지 마, 주인. 난 전부, 주인 거니까.”
자신의 좆에 비벼지는 주인의 커다란 엉덩이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던 비엔나가 무릎을 세우며 주인의 허리를 양손으로 세게 쥐었다.
“아아아앙!”
그리고 뻐끔대는 구멍의 입구에 맞춰져 있던 좆을 한 번에 뿌리까지 박아 넣었다. 길고 두꺼운 좆이 순식간에 뿌리 부분을 제외하고 불뚝이는 좆 대가리부터 기둥까지 전부 주인의 엉덩이 안으로 사라졌다. 한 번에 내벽을 주르륵 뭉개며 깊은 곳까지 묵직하게 박혀 든 뜨겁고 단단한 좆에, 주인의 커다랗게 뜨여진 눈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두껍고 긴 좆은 느끼는 지점이고 뭐고 구멍 안의 내벽을 한계까지 벌리고 빠듯하게 뭉개고 있어 버겁기까지 했다.
주인의 붉게 물든 눈가가 일그러지고 잔뜩 벌어진 통통한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엉덩이를 치켜든 자세라서 그런지 아니면 비엔나의 좆이 그새 더 커지기라도 한 건지 평소보다도 훨씬 깊은 곳까지 들어온 기분이었다.
“하윽!”
두꺼운 좆이 주는 빠듯한 느낌에 주인이 숨이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하아, 주인… 주인, 전부 넣었어. 느껴져? 주인이, 원했던 거잖아.”
“으흐… 흐아아…”
하지만 이미 지나친 쾌감으로 녹아내리다시피 한 주인에게는 비엔나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잠시 그대로 좆을 박아 넣고 주인의 잘록한 허리를 쥐고 있던 비엔나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닥을 짚고 버티는 주인의 얼굴에서 땀과 눈물이 섞여 뚝뚝 흘러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두껍고 긴 좆은 들어왔다 나가는 것만으로도 내벽을 빠듯하게 헤집고 뭉갰으며 핏줄이 우둘투둘하게 돋은 표면으로 내벽을 주르륵 긁으며 지나갔다.
“하악… 흐앙… 흑…!”
몇 차례 뜨겁고 두꺼운 몽둥이와도 같은 좆이 깊은 곳까지 쿵쿵 박혀 들었을 때, 지속적인 자극으로 이미 한계까지 부풀어 있던 주인의 좆이 울컥이며 정액을 내보냈다. 이미 여러 차례 정액을 흘렸던 터라, 주인의 좆에서 나오는 정액의 양은 그리 많지 않았으며 색도 진하지 않았다.
이미 가 버렸는데도 비엔나의 허릿짓은 멈추지 않았다. 방금 사정을 마쳐 더 예민해진 내벽을 두껍고 뜨거운 좆이 사정을 봐주지 않고 한계까지 벌리고 뭉개며 쾅쾅 박혀 들었다. 이제 버티던 허벅지며 허리의 힘까지 다 풀려 버린 터라, 비엔나가 허리를 뒤로 뺐다가 다시 세게 좆을 박아 넣을 때마다 주인의 희고 두툼한 몸이 종잇장처럼 흔들렸다.
“흐아… 하윽, 흣.”
주인은 이제 신음을 내뱉을 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예 한 손으로는 주인의 허리를 잡고, 다른 손은 주인의 단단한 배 밑에 넣어 주인의 몸을 받치고 박아 넣는 비엔나 때문에 주인의 몸은 오히려 아까보다도 안정적으로 허리와 엉덩이를 띄우고 있었다. 바닥에 뭉개져 있던 주인의 가슴도 허리가 띄워짐에 따라 바닥에서 떨어졌다.
바닥에서 띄워진 커다란 가슴은 아까 주인이 바닥에 어찌나 세게 문지르고 뭉갰는지, 따로 만져 주지 않았음에도 흰 피부가 불그스름하게 변해 있었으며 젖꼭지도 진한 붉은색으로 도톰하고 큼직하게 뭉쳐 있었다. 쿵쿵 비엔나가 좆을 박아 넣는 박자에 따라 아래로 살이 쏠려 더 커다랗게 보이는 가슴이 출렁이고, 그 위의 도톰하고 커다란 빨간 젖꼭지도 가슴과 함께 달랑였다.
주인의 좆은 이제 내보낼 것도 없으면서 다시 부풀어 가슴이 흔들릴 때마다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희고 두꺼운 허벅지 사이에서 통통하게 부푼 좆이 마구 흔들렸다. 그토록 원했던 좆이 들어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한참 전에 절정을 맞이했음에도 비엔나의 좆은 빠져나가지 않고 흉폭하게 내벽을 침범했다.
이젠 주인의 이마뿐 아니라 흰 목덜미며 가슴까지도 땀과 주인의 턱을 타고 흐른 침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엔나가 쾅쾅 박아 대는 박자에 따라 세게 출렁이는 가슴이 다 아플 정도였다.
‘힘들어…’
주인의 가슴골까지 축축하게 적시던 땀이 마구 흔들리는 젖꼭지를 타고 흘러 바닥에 뚝뚝 떨어질 지경이 되자, 주인의 허리를 단단하게 쥐고 있던 비엔나의 손이 주인의 가슴으로 올라왔다. 손아귀에 다 잡히지 않는 출렁이는 가슴을 세게 쥔 비엔나가 주인의 등에 납작 몸을 붙이고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약간은 느릿했던 비엔나의 허릿짓이, 주인의 가슴을 터질 듯 주무르며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으… 흑, 흐앙…”
비엔나의 손이 가슴을 세게 주무를 때마다 받쳐지는 것 없이 마구 출렁여 아팠던 가슴에 뭉근한 통증과 쾌감이 함께 일었다. 간혹 가슴을 주무르는 단단한 손가락 사이로 큼직하게 부푼 젖꼭지가 뭉개지거나 스치기라도 하면 주인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신음이 나왔으나, 너무 힘이 빠져 신음에도 힘이 없었다.
“흐아아앙!”
“흐읏, 주인…”
그리고 주인의 가슴을 주무르던 비엔나가 배를 받치고 있던 다른 손까지 빼내어 바닥으로 무너진 주인의 몸 위를 세게 체중으로 짓누르며, 거의 다 빼냈던 좆 기둥을 뿌리까지 다시 한번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주인은 지금까지 중 가장 깊게 박혀 들어온 비엔나의 성기가 안에서 뜨거운 정액을 내보내는 것을 느꼈다.
배 속에 뜨거운 액체가 퍼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비엔나의 체중에 의해 바닥에 짓눌리듯 하며 좆을 받아 낸 주인의 붉어진 얼굴 위로 생리적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바닥에 짓눌린 가슴과 젖꼭지가 아팠고, 구멍이 화끈거렸으나 쾌감이 훨씬 더 컸다. 주인의 좆이, 액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데 바닥에 짓눌린 채로 빨간 좆 대가리를 파들파들 떨었다.
잠시 그대로 주인의 등 위에 가만히 달라붙어 있던 비엔나가 주인이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있게 되었을 때쯤 주인의 위에서 내려갔다. 붉게 부은 구멍 사이로 기다란 좆이 주르륵 빠져나가고, 좆이 빠져나간 구멍에서 진한 정액이 진득하게 흘러 주인의 얼룩덜룩 붉은 자국이 남은 엉덩이와 통통한 회음부 위로 흘러내렸다.
비엔나가 위에서 비키자마자 주인은 헐떡이며 바닥에 대자로 늘어졌다. 불편한 자세로 몇 차례나 절정을 맞은 데다 드라이로 가기까지 해서인지 기운이 쭉 빠져 버렸다. 다리 사이로 주르륵, 계속 정액이 울컥이며 새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지만 건드릴 기운도 없었다. 주인이 바닥에 누운 채로 가쁘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쉴 때마다 땀으로 젖은 하얀 가슴이 크게 부풀었다가 가라앉는 것을 반복했다.
주인의 몸에서 내려와 옆에 앉은 비엔나의 까만 눈이 자신의 옆에서 붉어진 뺨과 땀에 젖은 몸을 하고 야하게 누워 있는 주인을 빤히 내려다봤다. 비엔나의 모양 좋은 입술이, 망설이는 듯 몇 차례 달싹였다.
“아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했어?”
헐떡이는 주인을 잠시 가만히 보던 비엔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악… 하… 응?”
열심히 호흡을 고르고 있던 주인이 아예 비엔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주인과 눈이 마주친 비엔나가 엉덩이를 일으켜 주인의 몸 위로 올라타 들썩이는 가슴 위로 자신의 몸을 겹쳤다. 주인은 습관적으로 자신의 위에 올라탄 비엔나의 허리와 엉덩이 사이쯤을 쥐었다.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탄 비엔나가 옆으로 굴러떨어질까 봐서였다. 축축한 것은 신경도 쓰지 않고, 주인의 가슴에 뺨을 얹은 비엔나가 중얼거렸다.
“아까… 계속 나는 보지도 않고, 다른 생각만 했잖아.”
“내가? 아응! 하지 마… 비엔나 네가 너무 박아 대서, 더는 못 한단 말이야.”
주인은 그랬던가- 하고 떠올리던 중 비엔나가 제 도톰한 젖꼭지를 만지작거리자 그를 제지했다. 너무 긴 시간 동안 시달려서 또 할 기운이 없었다. 비엔나가 약간은 시무룩한 기색으로 순순히 손을 내렸다. 그러고는, 주인의 가슴골에 턱을 얹고 까만 눈을 깜박이며 주인의 대답을 기다렸다.
주인도 부어서 뻑뻑한 눈을 깜박였다.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였다.
‘초콜릿 말고는 신경 쓴 거 없었는데. 그거 얘긴가.’
어쩐지 오늘따라 유독 집요하게 굴며 몰아붙이더라니,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주인은 조금 억울해졌다.
‘아니, 그럼 그걸 내가 신경 안 쓰면 누가 쓰는데!’
억울한 것은 억울한 것이고 어쨌든 옆에서 까만 눈을 올망이고 있는 어린 애인에게 설명은 해 줘야 했으므로 주인은 남은 힘을 끌어 모아 입을 열었다.
“아니, 우리 비엔나를 안 본 게 아니고 나는…”
주인은 비엔나에게 설명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완전히 인간이 된 건지 뭔지 잘 모르겠어서 걱정됐어. 나는 너랑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으니까.”
“주인, 내가 미안해.”
주인의 말을 다 들은 비엔나가 주인의 목을 감으며 안겨 왔다. 주인은 힘을 다 빼고 누워 있다가 갑자기 묵직하게 안겨 오는 무게감에 잠시 켁켁거리기는 했으나, 곧 비엔나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음, 땀투성이라서 축축할 텐데.’
“주인이 물어보지 않아서 따로 말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 나한테는 내 하나뿐인 반려인 주인이랑 같은 종이 된 것이 너무 당연한 거라서…”
비엔나의 말을 들은 주인의 눈이 커졌다.
“너, 완전히 인간이 된 거였어?”
힘이 없어 바닥에 누워 있던 주인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응, 주인은 내 반려잖아. 난 주인이랑 같은 종으로 죽을 때까지 살 거야.”
비엔나가 완전히 인간이었다니, 주인은 그간 비엔나가 못 먹을 것을 먹은 것은 아닌가 했던 걱정들이 싸그리 마음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인간이라기엔 뭔가 이상한 점이 많은데.’
“그런데… 그럼 너 힘이 왜 그렇게 세?”
주인은 전부터 궁금했던 것 중 하나를 물어봤다. 주인은 비엔나가 힘이 너무 좋아서 겉모습은 인간인데 사실은 안에 든 것은 인간이 아닌 게 아닌가 생각했었다.
“많이 센 거야? 나는 그냥 인간이 된 거지 딱히 힘을 키운 건 아닌데.”
비엔나가 커다란 눈을 순진하게 깜박였다.
“그… 그럼 수명은? 얼마나 살아? 지금은 인간 나이로 몇 살이야?”
정말로 인간이 되었다는 사실을 듣자마자 주인은 다급하게 비엔나의 양손을 쥐고 물었다. 그 기세가 얼마나 엄청났는지 주인에게 손을 잡힌 비엔나가 잠시 흠칫했을 정도였다.
“난 주인이 죽을 때 같이 죽어. 우리 종족은 반려를 정하면 반려와 같은 수명을 가져. 나는 주인이 죽을 때까지 옆에 있을 거야.”
주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정말로, 죽을 때까지 자신의 옆에 있어 준다고? 비엔나를 사랑하지만 사실 주인의 마음 한구석에는 계속 작은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비엔나를 만나고, 비엔나를 사랑하게 된 것은 꿈만 같은 일이었지만 현실은 동화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비엔나의 존재 자체가 지금도 주인에게는 평생 쓸 행운을 다 사용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간혹 들게 했다.
비엔나가 다른 모습으로 또 변신하면 어떻게 하지? 비엔나의 수명이 나보다 짧으면, 아니면, 내 수명이 비엔나의 수명보다 짧으면?
주인은 굳이 고르자면 자신의 수명이 차라리 비엔나의 것보다 짧았으면 했다. 이기적인 마음이지만 주인은 언제나 자신의 편이 되어 줄 가족이자 사랑하는 존재가 자신보다 먼저 떠나는 것이 끔찍했다.
그런데 정말로 자신이 숨을 다하는 순간까지 자신의 옆에 있어 준다니. 심지어, 자신이 숨을 다한 이후에도 비엔나가 외롭게 혼자 남겨지지 않는다니.
주인의 뺨을 타고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슬퍼서도, 쾌락을 느껴서도 아닌, 행복으로 가슴이 너무 벅차서 흘리는 눈물이었다. 비엔나가 손을 뻗어 주인의 뺨을 타고 뚝뚝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리고 주인을 보며 잠시 망설이던 비엔나가 입을 열었다.
“나한테는, 주인이 내 전부야. 그러니까, 주인. 주인이 먹는 건 나도 전부 먹을 거고, 주인이 먹지 않는 건 나도 먹지 않을 거야.”
비엔나가 주인을 까만 눈으로 내려다보며 선언하듯 말했다.
“하아, 하… 뭐?”
주인은 잠시, 비엔나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주인이 가는 곳에는 나도 따라갈 거고, 주인이 가지 않는 곳에는 나도 가지 않을 거야.”
쵹. 비엔나가 주인의 눈물로 젖은 뺨에 가볍게 입술을 누르고 떨어졌다.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나한테 말을 해 줘. 날… 반려로서 의지해 줘. 나는, 이제 성체고… 주인의 반려잖아. 나는 주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한테 전부 솔직하게 말해 줘. 조금 전이랑 똑같이… 때려 주는 것도 힘을 잘 조절해서 해 줄 테니까… 그런데, 솔직히 아파 보여서 핥아 주기는 했는데…”
조금 전까지 비엔나의 말을 듣고 밀려오는 감동으로 더 큰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던 주인이, 비엔나의 마지막 말을 듣고는 그대로 굳었다.
‘…뭐? 때려 주는 거? 솔직하게?’
“아니, 잠깐만 비엔나. 난 맞는 거 안 좋아해.”
“그렇지만, 아까는 막 엄청 좋아하면서… 그러니까… 주인, 맞으면서 쌌잖아.”
주인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하필, 비엔나에게 들은 말이라 배는 수치스러웠다.
“아니야, 그거 아니야. 아니라고.”
주인의 강한 부정에, 비엔나가 까만 눈으로 주인을 빤히 쳐다봤다.
“그렇지만, 주인. 전에 다른 수컷 냄새를 묻히고 왔을 때… 엉덩이에 빨간 자국을 잔뜩 달고 왔잖아. 나는 주인이 맞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내가 때려 주면 주인이 더 날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인은 조금 전까지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 같았던 기분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을 느꼈다. 양가 놈과의 일이 있었던, 비엔나가 거칠게 자신을 범했던 그날이 틀림없었다. 주인은 그날의 일을 별로 떠올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날은 주인의 인생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날이었고 좋은 일만 기억하고 살기도 부족한 남은 생에 굳이 자꾸만 그날의 일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지금 들어 보니 양가 놈이 자신의 몸에 헉헉거리며 묻힌 냄새며 체액, 자국이 문제였던 모양이었다. 주인은 양가 놈을 떠올리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예쁜 얼굴을 보며 애써 가라앉혔다. 비엔나에게 화를 낼 일은 아니었다.
“아니야. 난 맞는 거 안 좋아해. 그때 그 자국 만든 놈도, 아주 혼내 주고 왔어.”
“그럼, 아까는 왜 쌌어?”
“그건… 비엔나, 너 때문에 흥분해서… 그리고, 네가 날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아, 아까 맞으면서 쌌다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지금 얼굴에 열이 더 몰리는 기분이었다. 주인은 차마 비엔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애꿎은 바닥만 노려봤다. 하지만, 바닥에는 아까 자신이 말 그대로 ‘맞으면서’ 싼 정액이며 침이 동그랗게 남아 있어 주인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라앉히는 것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흘긋 비엔나의 쪽을 쳐다봤으나 비엔나가 까만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본 주인은 더 창피해지고 말았다.
“크흠, 흠. 어쨌든, 앞으로는 우리 서로 비밀 없기로 하자. 나도… 음, 앞으로는 비엔나 너한테 전부 말할게. 널 의지할게. 슬펐는지, 기뻤는지, 좋았는지… 뭐, 그런 거 전부. 비엔나 너도, 나한테 전부 바로바로 말해 줘야 해.”
“응, 주인. 그럴게. 난 주인 거니까.”
비엔나가 예쁘게 커다란 눈을 휘어 웃으며 대답했다.
“나… 나도 네 거야…”
서른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이 순간 주인의 머릿속을 스쳤지만, 생글생글 예쁘게도 웃는 비엔나의 얼굴을 본 주인은 그 생각을 멀리 날려 버렸다. 자신의 예쁜 애인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뭐 어떤가 싶었다. 원래 애인의 앞에서는 조금 유아퇴행도 하고, 뭐, 그러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나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는데.”
주인은 불현듯, 비엔나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마지막 한 가지가 떠올랐다.
“응, 뭐든지 물어봐, 주인. 난, 이제 주인한테 의지받는 반려니까.”
의지라는 말이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주인은 가슴을 펴고 있는 비엔나를 보며 웃고는, 마지막으로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으, 이제 완전히 인간이 됐다고 했잖아. 그런데, 좆도… 인간 거 맞지?”
주인이 비엔나의 다리 사이를 흘끔 내려다보며 물었다. 전혀 서지 않은 상태인데도, 쾌감에 절여지지 않은 맨정신으로 보니 새삼 크기가 놀라웠다. 주인은 비엔나의 다리 사이를 내려다보며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가슴 바로 아래부터 아랫배까지를 슬슬 가늠하듯 쓸어 보았다.
“응. 맞는데. 주인이 궁금하면 확인해 봐도 돼. 난, 주인 거니까.”
비엔나가 무릎걸음으로 다리 사이의 길고 두꺼운 살덩이를 덜렁이며 주인에게 다가왔다. 주인은 없는 힘을 끌어내, 최대한 엉덩이걸음으로 비엔나에게서 멀어지면서 다급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비엔나. 아냐. 난 너 믿어! 사랑하는 사이에는 신뢰가 중요한 거니까. 응, 그러니까 됐어.”
“으응, 주인이 믿는다면 됐어. 그럼 주인, 내가 씻겨 줄까? 주인, 조금 전까지 엄청 힘들어 했잖아. 나 때문이니까 내가 책임질게.”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선 비엔나가 주인의 다리 사이를 빤히 내려다보며 말했다. 주인도 비엔나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다리 사이를 내려다봤다. 퉁퉁 부은 붉은 구멍 사이로 아직도 울컥울컥 정액이 흘러나와 허벅지와 바닥을 더럽히고 있었다. 붉게 부은 입구가 뻐끔거리며 울컥 액을 뱉어 내는 모양새는 제법….
“아니야. 아니야, 내가 씻을게. 비엔나.”
그리고 주인은 고개를 들어 본 비엔나의 좆이 말랑하게 늘어져 있던 조금 전과는 달리 단단하게 부풀기 시작한 것을 보며 비엔나의 말을 극구 사양했다. 물론, 사랑하는 사이에는 책임도 필요한 법이었지만 지금은 정말로 괜찮았다. 주인이 생각하기에 지금은 책임이 필요한 때가 아니었다!
“나 진짜 됐… 으억!”
엉덩이걸음으로 바닥을 흘러나온 정액으로 더럽히던 주인이, 갑자기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것에 깜짝 놀라 팔을 휘저어 앞에 있는 것을 잡았다. 그리고 주인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비엔나의 새까만 눈과 마주쳤다.
“내가 욕실까지 데려다줄게, 주인.”
쪽. 비엔나가 주인의 뺨에 입을 맞췄다. 백구십에 가까운 거구를 들고도 비엔나는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주인은 아직도 화끈거리는 엉덩이 부근에 느껴지는 단단하고 뜨거운 몽둥이 같은 것의 감촉에 벌써부터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비엔나, 뭐 먹을래?”
주인은 비엔나의 옆자리에 앉으며 들고 온 메뉴판을 비엔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아이스 초콜릿. 휘핑 많이 얹어서. 주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란데 사이즈에 샷 추가하고 얼음 많이, 맞지? 내가 주문하고 올게.”
메뉴판을 빤히 내려다보며 발음 한 번 꼬이지 않고 말을 마친 비엔나가 주인에게 얌전히 손바닥을 내밀었다. 잘했냐는 듯 묘하게 뿌듯해 보이는 표정에 주인은 옆자리에 앉은 비엔나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얌전히 내밀어진 손바닥 위에 카드도 얹어 줬다.
“아이구, 잘 읽네. 우리 비엔나, 천재다!”
비엔나는 어떻게 이렇게 똑똑하고 귀여운지 모를 일이었다. 처음 비엔나와 외출할 때는 장을 보러 나오는 것만 해도 걱정이 되어 주변을 한참 두리번거렸는데 이제는 장을 보고 차에 짐을 실은 뒤 근처의 카페에까지 들를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사실 비엔나가 대체로는 귀엽고 똑똑하지만 고집이 굉장히 센 편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주인은 장을 보러 나오는 것 외에 비엔나와 외출하는 것을 굉장히 걱정했었다. 게다가 비엔나는 주인과 있을 때는 괜찮은데, 잠시 주인이 물건을 비교하거나 상품 설명을 듣는 동안 다른 사람이 말을 걸기라도 하면 싸늘한 태도를 보이거나 무시하고는 했으므로 주인은 나름대로 걱정이 많이 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완전히 인간이 되었고 자신이 죽을 때까지 함께 할 텐데 아예 다른 사람들과 대화도 하지 못할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런데, 이렇게 혼자서 카페에 주문을 하러 가기까지 한다니! 주인은 뿌듯한 표정으로 비엔나를 쳐다봤다.
“왜 그렇게 봐?”
자리에서 막 일어나려던 비엔나가 주인의 시선을 느끼고, 다시 자리에 앉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그냥. 네가 많이 컸구나 싶어서. 이제는 너 혼자서 카페도 다닐 수 있는 거잖아.”
주인의 말을 들은 비엔나가 갑자기 주인의 손을 꼭 쥐었다. 그러더니 눈을 내리깔며 입을 열었다.
“난, 주인이랑 오는 게 훨씬 더 좋아…”
주인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비엔나의 왠지 수줍은 듯한 행동에 괜히 간지러워서였다. 그야, 혼자 오는 것보다는 같이 오는 것이 좋은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주인도 이전에는 항상 혼자서 다니는 것을 당연시했던 일상에 비엔나가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전부 함께하기 시작하자 이전보다는 훨씬 좋았다. 요즘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그렇지. 혼자보다는 둘이 좋으니까.”
“아니, 다른 사람은 의미가 없어. 주인이랑 오는 거라서 좋아. 주인은 나한테 특별하니까.”
비엔나의 말을 듣고 주인은 자기도 모르게 테이블 위를 쾅 내리칠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아 냈다. 주인은 이런 달달한 말들에 면역이 전혀 없었다. 얼굴이며 목덜미가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자꾸만 열이 몰리는 얼굴을 간신히 진정시키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주인은 비엔나가 자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색해진 주인이 뒷목을 쓸어내렸다.
“…주문 안 하고 와?”
목덜미를 만지작거리고 잠시 눈을 굴려 보기도 하던 주인이 미동도 없이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보는 비엔나에게 물었다.
“…비엔나?”
목덜미를 만지작거리고도 잠시 눈을 굴리던 주인이 비엔나를 불렀으나 비엔나의 시선에는 흔들림조차 없었다. 괜히 민망한 마음에 고개를 살짝 옆으로 움직여 본 주인은 비엔나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뒤쪽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뒤에 뭐가 있나?’
주인의 뒤는 전면 유리로 된 창이었다. 주인은 비엔나의 시선을 따라 등 뒤로 휙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주인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위, 아래, 오른쪽, 왼쪽을 전부 돌아봐도 주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푸릇하게 올라온 화단의 식물들이나 주변의 주택들뿐이었다.
“비엔나, 뭐가 밖에 있었어?”
괜히 찜찜해진 주인은 비엔나에게 물었다.
“으응, 아니야. 주문하고 올게.”
주인의 말에 눈을 몇 차례 깜박인 비엔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비엔나는 주문을 마치고 그 자리에 서서 잠깐 기다리더니 쟁반에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휘핑이 잔뜩 올라간 아이스초콜릿을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고마워, 비엔나. 우리 비엔나, 빨대까지 꽂아서 왔어? 나 빨대로 먹는 거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지?”
주인이 비엔나를 마구 칭찬하던 중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주인의 칭찬을 듣고 있던 비엔나가 불현듯 주인의 뒤쪽을 빤히 응시했다. 비엔나의 까만 눈이 주인의 뒤에 있는 전면 유리로 된 창을 빤히 응시했다.
“비엔나, 너 케이크도 먹을래? 어휴, 우리 비엔나가 가져다줘서 그런가 얼음까지 맛있… 어, 비엔나? 왜 그래?”
비엔나가 대꾸가 없는 것을 알아챈 주인이 비엔나가 보는 방향을 따라서 쳐다봤으나, 이번에도 창밖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까와 같은 상황에 주인은 더 찝찝해졌다. 주인은 딱히 귀신의 존재를 진지하게 믿지는 않았으나, 지금은 인간이 되었다고는 해도 나름대로 특별한 생물이었던 비엔나가 자꾸 창밖을 보는 것이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비엔나, 밖에 뭐 있었어?”
“…으음, 아무것도 아니야. 케이크? 응, 먹을래.”
주인은 창밖을 한 번 더 돌아보기는 했으나, 이것도, 저것도 먹어 보고 싶다고 여러 개를 손가락으로 짚는 비엔나에 금세 다시 메뉴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게다가 이제는 비엔나와 자신은 서로 숨기는 것 없이 전부 말해 주기로 한 사이가 아닌가.
주인은 깔끔하게 창밖에서 신경을 껐다. 비엔나는 그새 눈을 반짝이며 메뉴판을 다음 페이지로 넘기고 있었다. 처음 와 본 이 카페는 초콜릿 케이크를 포함해 각종 케이크 종류가 많았으므로 이전에는 마트 내부에 위치한, 간단한 음료 종류만을 파는 카페만 몇 번 가 본 비엔나의 마음에 쏙 든 모양이었다.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네. 나중에는 점점 같이 가는 곳을 늘려 볼까. 유명 식당이나, 바다나… 아, 비엔나랑 같이 고르면 되겠다.’
주인은 흐뭇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보는 비엔나를 보며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셨다.
* * *
케이크 류는 또 처음 먹어 보는 비엔나가 이것저것 궁금해했으므로, 주인은 결국 카페에서 다 먹지 못한 나머지 케이크들을 두 개씩 전부 포장해서 나왔다. 케이크는 유통 기한이 짧은 편이었지만, 비엔나는 호기롭게 자신이 전부 먹을 수 있다고 말했으므로 주인은 걱정하지 않았다. 저 가느다란 몸 안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이 사라지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했던 바였다.
마트가 위치한 주택 단지 안에 있는 개인 카페였으므로 집에 가기 위해서는 다시 차를 대 놓은 마트로 돌아가야 했다. 마트가 집과 그리 멀지는 않았으나 주인은 한 번에 장을 보는 양을 생각해 꼬박꼬박 차를 가지고 오는 편이었다.
“자, 비엔나. 이거 좀 들어 줘.”
주인은 장바구니를 트렁크에서 들어 비엔나에게 건넸다.
“비엔나?”
집의 주차장에 도착해 차를 대고 장 본 것을 챙기는데 이번에도 비엔나가 어딘가를 빤히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분명 아까 비엔나가 별것 아니라고 했으므로, 주인은 가볍게 비엔나를 불렀다.
“응, 주인.”
비엔나는 금세 주인에게 대답하며 걸어와 주인의 양손에 들려 있던 짐을 한 손으로 가볍게 받아들었다. 그 이후로도, 몇 차례 트렁크와 비엔나 사이를 왕복한 주인은 마침내 짐을 전부 내릴 수 있었다.
“진짜 안 무거운 거 맞지?”
주인은, 족히 자신이 양손에 든 것의 세 배는 되는 무게의 장바구니를 한 손에 모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아까 카페에서 포장해 온 케이크를 소중하게 쥐고 있는 비엔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편안해 보이는 표정을 보면 정말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자신에 비하면 가느다란 비엔나가 한 손에 무슨 이민을 갈 때 들 법한 크기의 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기도 모르게 괜찮나 묻게 되었다.
“응, 주인. 빨리 들어가자. 나 배고파.”
아까 케이크를 먹기는 했지만, 아침을 먹은 지는 시간이 좀 되어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점심때가 다 되기는 했다. 주인은 비엔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빨리 들어가서 밥 먹고 사 온 케이크도 먹자.”
“응, 주인.”
그리고 주인과 비엔나는 주차장에 있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 * *
“씨발, 소름 끼치게… 왜 이쪽은 보고 난리야.”
지하 주차장에서 다급하게 차를 몰아 빠져나온 양희찬은 주인의 집 앞 골목에서 운전대를 잡고 씩씩댔다. 주인의 옆에 있는 가느다란 놈이 자꾸만 자신이 있는 쪽을 쳐다보는 바람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기분이 나빴다.
그놈은 카페에서부터 주인의 옆에 꼭 붙어 앉아서는 귀신같이 자신이 있는 쪽만 골라서 빤히 응시했다. 쓰고 있는 모자 때문에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찌나 정확히 자신이 있는 쪽을 응시하는지, 괜히 찔끔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현주인과 대화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현주인을 따라다니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단 말이다.
현주인이 자신을 차단하기라도 한 건지 전화, 문자를 받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현주인은 간혹 업로드 하고는 하던 SNS계정에도 사진 한 장 올리지 않은 지 몇 달이었다. 새로운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기도 했지만,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는 건지 여전히 현주인의 목소리 끝자락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현주인의 집 주변을 맴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다. 다른 연락 수단이 통하지를 않으니 직접 찾아오는 수밖에.
“…그런데, 그 새끼는 누구지? 현주인, 분명… 최근에 어디 밖에서 남자 만나는 꼴은 못 봤는데.”
양희찬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중얼거렸다. 덩치가 매우 좋은 양희찬이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는 꼭 박스 안에 구겨 넣어진 짐 덩어리를 연상시켰다. 현주인에게 만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근 일 주가량을 현주인의 집 주변을 맴돌며 자신이 직접 봤으니 확실했다.
양희찬이 이번에는 두툼한 입술을 짓씹기 시작했다. 자신이 알아본 바로는, 현주인의 취향은 몸이 좋은 남자였다. 현주인은 항상 어깨가 넓고 운동에 관심이 많은 남자들을 만나고는 했다. 그래, 꼭 자신과 같은.
그러니까 아마 그 가느다란 놈은 현주인의 애인이 아닐 것이다. 애초에 자신과 완전히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애인을 사귄단 말인가. 그럴 리 없었다.
그렇지만 현주인의 몸매며 얼굴이 잘 빠진 것은 사실이니 만나는 사람이 없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 빨리, 빨리 현주인과 만나 대화를 나눠야 했다.
* * *
“…주인, 추워…”
“춥다구?”
주인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엔나가 자신의 품을 파고들자, 일단은 침대의 이불을 끌어당겨 비엔나와 자신의 주변을 한 번 더 감쌌다. 평소에는 하나도 춥지 않다면서 얇은 반바지 외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비엔나를 떠올리면, 비엔나의 입에서 춥다는 말은 처음 들은 것 같았다. 심지어, 지금은 봄도 다 지나고 한낮에는 얼핏 여름처럼 느껴질 정도의 날씨였다.
‘비엔나가 추위를 느끼다니, 별일이네.’
그렇지만, 일교차가 큰 편이기는 했으므로 주인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그날 기분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춥고 덥고 정도는 바뀔 수 있는 것이니까. 잠시 후, 아침으로 토스트와 에그샐러드를 준비하고 있는 주인을 따라와 식탁에서 계란의 껍질을 벗기던 중에 비엔나가 물었다.
“주인, 창문 열어도 돼?”
“창문을? 으응, 당연히 되지. 그런데 안 좋아하지 않았어? 열어 놓으면 바람이랑 햇볕이 바로 들어와서 별로라고 하더니.”
“으응, 그런데 오늘은 쐬고 싶어…”
이때부터 주인은 조금 이상함을 느꼈다. 하지만 뭐, 자신도 가끔 바람을 쐬거나 햇살 아래를 걷고 싶은 날이 있으니 주인은 이 역시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리고 비엔나는 평소처럼 밥을 세 그릇, 아니, 평소보다 많은 네 그릇 먹어치웠으므로 주인은 비엔나가 아픈 것은 아니라고 여겨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을 금세 잊었다.
아침을 먹은 뒤, 주인은 지난번의 카페에서 사 온 케이크를 비엔나의 앞에 놓아 주고 자신은 에스프레소를 한 잔 내려서 식탁에 앉았다. 자신은 아침을 먹고 나면 별로 무얼 더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데, 비엔나는 참 잘도 먹었다.
‘잘 먹는 게 복스럽고 귀엽지. 우리 비엔나는 문어일 때부터 끼니를 거른 적이 없다고.’
흐뭇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주인은, 내준 케이크에 손도 대지 않고 가만히 케이크를 내려다보고 있는 비엔나에 의아함을 느꼈다.
“비엔나, 안 먹어? 너 여기 케이크 좋아하잖아.”
비엔나가 지난번에 워낙 잘 먹기에, 굳이 들러서 사 온 것이었다.
“…냄새가 너무 달아. 코가 마비될 것 같아.”
그렇게 대답한 비엔나가 케이크가 올려진 접시를 옆으로 밀었다. 주인은 살짝 당황했다. 비엔나가 인간 모습이 된 이후로 먹을 것을 거부하는 것은 처음 본 탓이었다. 아니, 인간이 된 이후뿐이 아니었다.
비엔나는 문어나 개였을 때도 딱히 주인이 주는 사료며 간식을 거부한 적이 없었고 식물이 된 이후에도 영양제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방 안을 가득 채울 만큼 자라나지 않았던가? 그제야 주인은 비엔나가 이상함을 느꼈다.
“비엔나! 너,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다급하게 식탁에서 일어나 비엔나가 있는 쪽으로 돌아간 주인이 비엔나의 매끈한 뺨을 쥐었다. 주인은 들어 올린 비엔나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며 살펴보고, 커다란 손으로 비엔나의 이마며 귀를 더듬어 보기도 했다. 비엔나는 까만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주인의 손이 얼굴을 다 더듬고 떨어질 때까지 얌전히 있었다.
“열은 없는데…”
“아픈 거 아니야… 그런데 주인, 혹시 말린 멸치는 없어?”
말린 멸치? 말린 멸치라면 많았다.
주인은 찬장 하나를 통째로 채우고 있는 말린 멸치들을 떠올렸다. 문어나 강아지였을 때는 하루에 몇 봉씩도 사라졌던 것 같은데 지금은 요리의 재료로만 사용하고 있어 몇 박스나 구매해 놓았던 찬장의 말린 멸치들은 영 줄어들지를 않고 있었다.
“많… 지?”
“먹고 싶어.”
“너, 인간 되고 난 다음부터는 맛이 너무 심심하다고 안 먹었잖아.”
“그렇지만, 지금은 먹고 싶어. 안 돼?”
“…비엔나.”
커다란 눈을 위로 뜨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비엔나에, 주인은 단호하게 비엔나를 불렀다. 주인의 단호한 음성을 듣자 열심히 팔랑이던 비엔나의 속눈썹이 멈칫 움직임을 멈췄다.
“내가 먹는 거 허락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
“응, 주인.”
주인을 올려다보던 까맣고 커다란 눈이 예쁘게 휘어졌다.
그리고, 그렇게 말린 멸치를 한 다섯 봉지쯤 먹어치운 비엔나는 자신이 멸치를 먹어치울 동안 침대헤드에 기대어 ‘강아지는 죄가 없어’의 재방송을 보는 중이었던 주인의 옆으로 기어 들어왔다.
비엔나의 팔이 스르륵 주인의 잘록한 허리에 감겨들고, 비엔나가 주인의 두꺼운 팔뚝에 뺨을 기댔다. 매끈한 뺨이 주인의 어깨가 각진 모양대로 눌려 들었다. 주인은 비엔나가 자신에게 찰싹 달라붙는 것은 흔한 일이었으므로, 별생각 없이 계속 드라마를 시청했다. 하지만 매끈한 콧대며 더운 공기의 감촉이 자꾸만 목덜미와 벗은 어깨, 쇄골 부근에 닿는 것에 도저히 드라마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비엔나, 너 오늘 진짜로 조금 이상한 것 같은데. 진짜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솔직하게 말하기로 나랑 약속했었잖아.”
자꾸만 자신의 어깨며 목덜미에 코를 비비며 킁킁 냄새를 맡는 비엔나 때문에, 주인이 할 수 없이 입을 열었다. 티비에서는 무려 강아지 예삐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작은 강아지를 물고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 앞에 나타나며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중요한 장면이 방영 중이었다.
주인의 물음에, 주인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킁킁대던 비엔나가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들었다.잠시 모양 좋은 입술을 한두 차례 열었다 닫으며 대답을 망설이는 비엔나에 주인이 더 긴장한 상태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사실, 전에 순서를 지키지 않은 부작용이 지금 오는 것 같아…”
비엔나의 말꼬리가 나른하게 늘어졌다. 부작용이라는 말에, 주인의 눈이 커졌다. 변신에 부작용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부작용이라니?! 부작용이 있는데, 모습을 왜 그렇게 많이 바꿨어…!”
“아니야. 원래는 없어. 그런데, 반려인 주인이랑 같은 종이 되어야 하는데 식물인 채로 오래 있어서 그런가 봐. 그때 남은 에너지가, 흡수가 덜 돼서 몸 상태가 조금 불안해진 것 같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있어?”
주인이 걱정스레 되물었다.
“아니야, 그냥 조금 쉬면 괜찮을 거야.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있으니까…”
“알았어. 혹시 아프면… 꼭 이야기해 줘야 해.”
“응, 주인.”
주인은 비엔나의 등을 감싸 토닥였다. 다시 주인의 품에 안긴 채로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비엔나가 나른한 목소리로 웅얼거렸다.
“으응… 주인, 냄새가 너무 좋아. 다른 사람들 냄새는 싫은데, 주인만 항상 너무 좋은 냄새가 났어.”
비엔나가 주인의 목덜미에 얼굴을 부비며 말했다. 목덜미에 닿는 숨결과 말랑한 입술이 간지러웠다. 주인은, 예삐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인데도 자꾸만 말캉한 입술의 감촉 때문에 드라마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컨디션이 안 좋은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었다.
“으응, 비엔…”
지잉- 슬슬, 목덜미로부터 간질거리는 느낌이 퍼지는 것을 느낀 주인이 막 비엔나를 부르려던 찰나 주인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비엔나를 품에 안은 그대로 최대한 팔을 뻗어 침대 옆 작은 탁자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휴대폰에 뜬 이름을 본 주인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임현수.”
임현수에게 악감정이 남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이전처럼 임현수의 전화가 반가운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날 이후로 임현수는 주인에게 연락 한 통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주인은 자신과 임현수의 사이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제는 인간이 된 비엔나와 함께 있느라 그간 임현수를 특별히 떠올린 적도 없었다.
“주인,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주인에게 달라붙어 있던 비엔나가 웅얼거렸다. 비엔나는 여전히 주인에게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주인은 비엔나의 등을 토닥였다.
“하아… 여보세요.”
주인은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통화 버튼을 눌러 임현수의 전화를 받았다.
-어어, 주인아. 오랜만이다.
“어, 뭐. 그렇지.”
-그…
주인이 어색함을 참고 적당히 대답했으나, 임현수는 무슨 말을 꺼낼 듯 말 듯 하더니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 주인은 임현수가 한 달이 넘어 가도록 연락이 없다가 어째서 이제야 연락을 했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친했던 친구인데 지금은 잠깐의 침묵도 어색할 만큼 불편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결국 주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전에, 내가 사과의 의미로 밥 산다고 했잖아. 혹시, 오늘 시간 괜찮아?
주인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분명히 전에 임현수가 그렇게 말하며 양가 놈과 사라지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으, 주인아. 내가 정말 미안했어. 하지만 너도 알잖아. 내가 그 선배하고 어긋나면 힘들어지는 거. 네가 조금만 이해해 줘라. 너랑은 다르게, 나는 부모님이 지방에서 노후에 쓸 땅 팔아서 유학 보내 준 거 알잖아.
‘그건 그렇지.’
주인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확실히, 임현수는 열심히 사는 친구이기는 했다. 고등학교에 이어 함께 대학을 다니고, 군대를 다녀와 취업 준비를 할 시기까지도 임현수를 봤던 주인은 알고 있었다. 그는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주인아, 내가 밥 비싼 데서 살게. 정말 미안해, 한 번만 나와 주라. 난 너랑 이런 일로 멀어지고 싶지 않아.
‘음, 현수가 오래된 친구기는 하지. …아주 나쁜 애는 아니기도 하고.’
“…그래, 알았어. 주소 문자로 보내.”
임현수에게 대답을 마친 주인은 통화를 종료했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 온 세월이 있는데, 일단 만나는 봐야 할 것 같았다.
“주인, 누구야? 나가야 해?”
“아, 비엔나.”
주인은 자신을 올려다보며 묻는 비엔나에 아차 싶었다. 임현수와 통화하면서 순간 심각해져 비엔나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잠깐 잊고 승낙해 버렸다.
“아니야. 우리 애기랑 있을 거야. …다시 전화해서 다음에 보자고 해야겠다.”
임현수와 한번 이야기는 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컨디션이 별로인 비엔나를 혼자 두고 나갈 만큼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주인은 다시 임현수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
“주인, 그냥 다녀와.”
“…어?”
‘내가 잘못 들었나?’
주인은 귀를 의심했다. 자신이 혼자 마트에 나가는 것도 싫어하는 비엔나가, 자신에게 약속을 다녀오라고 한다고? 주인은 임현수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던 것도 잊고 비엔나를 내려다보며 입을 벌렸다.
비엔나가 손을 들어 주인의 턱을 잡고 벌어진 입을 닫아 주었다.
“나를 만나기 전에도 알던 사람들이 있다는 거 알아. 다녀와도 괜찮아.”
“…그렇지만, 너 오늘 혼자 있기에는 컨디션도 별로고…”
주인은 당황해서 주절주절 말을 늘어놨다. 갑자기 어른스럽게 구는 비엔나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간 자신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아 놓고는 갑자기 이렇게 덤덤하게 구니 왠지 약간 서운한 것 같기도 했다. 당연히 비엔나가 자신에게 나가지 말라고 매달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물론 나도 갈 거야.”
“그렇지? 역시 너 혼자 있기에는… 뭐?”
* * *
식당에 들어간 주인은 옆에 비엔나를 단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임현수가 주인을 부른 곳은 생각 외로 조용한 식당이었다. 임현수의 성격상, 당연히 자신을 술집으로 불렀을 것이라고 예상 중이었던 주인은 조금 놀랐다.
‘진짜로 나한테 미안하기는 한가 보네.’
“손님, 예약하셨나요?”
“아, 네. 아마, 임현수로 예약되어 있을 겁니다.”
“네, 여기 있네요.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리스트를 확인한 직원이 친절하게 웃으며 주인을 안내했다.
자신을 배려한 듯한 장소 선정에, 주인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복잡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이대로라면 나중에는 비엔나를 애인이라고 소개하는 것도 가능할지도 몰랐다. 주인은 임현수와 오래 알고 지냈지만 딱히 임현수에게 남자를 좋아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거나, 애인을 소개시켜 준 적은 없었다.
주인은 사실 비엔나가 귀엽고 예쁘다며 주접을 떨던 버릇이 남아 있어 비엔나를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었다. 비엔나가 세상에 단 한 마리뿐인 종이라서, 비엔나가 그렇게 귀엽고 똑똑하고 예쁜데도 SNS 같은 곳에 자랑할 수도 없었다. 그냥 가끔 임현수에게 메시지로 주접을 떠는 것이 다였다.
“주인, 주인 친구는 어디 있어? 궁금한데.”
“응, 이제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주인은 직원의 차분한 뒷모습을 보며 비엔나에게 답했다. 임현수가 자신에게 사과하기 위해 부른 자리이기는 하지만, 아예 끊어진 줄 알았던 관계가 사실은 아니었음을 확인하자 주인은 살짝 들뜬 상태였다.
그리고 직원이 안내해 준 방으로 들어와, 고개를 든 주인은 어색하게 손을 들어 올린 임현수와 마주쳤다.
“아, 안녕, 주인아. 그런데… 그분은 누구셔? 혼자 오는 거 아니었어?”
어색하게 손을 흔들던 임현수가 비엔나를 보더니 당황한 기색으로 물었다.
“응, 그래. 오랜만이다. 그, 같이 있던 사람이랑 같이 왔어. 네가 갑자기 불렀잖아. 뭐, 괜찮지?”
“어? 어어, 그럼!”
주인과 임현수는 다소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마주 앉았다. 조금 전까지는 그래도 어느 정도 들뜬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마주하고 보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비엔나를 별로 반기지 않는 듯한 임현수의 기색에 주인은 살짝 기분이 상했다.
‘비엔나가 하도 졸라서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저런 표정 지을 거 있나. 자기도 갑자기 불러냈으면서.’
주인은 어색하게, 임현수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주인, 저 사람이 주인 친구야?”
비엔나가 자연스럽게 주인의 옆자리에 앉으며 주인에게 속삭였다. 방 안에 있는 테이블은, 사인용이었다. 잠시 테이블을 훑으며 비엔나를 위한 자리를 세팅해 달라고 직원을 불러야 하나 돌아보던 주인의 표정이 의아해졌다. 테이블 위에는 총 세 자리가 세팅되어 있었던 것이다. 임현수가 앉은 쪽에 한 자리, 주인이 방금 앉은 쪽에 두 자리였다. 어째서 비엔나가 올 줄을 몰랐는데 세팅된 자리가 셋인지 주인은 잠시 의아함이 들었으나, 주인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뭐, 예비용인가 보지.’
“그래서 그분은 누구야?”
“아, 이쪽은 비엔…”
말을 내뱉고 나서야 주인은 아차 싶었다. 비엔나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을 수도 있기야 하지만, 확실히 사람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특이한 데다 임현수에게 비엔나의 사진을 보내고는 했으므로 임현수는 이미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아니, 비엔. 응, 비엔이야!”
“아, 그렇구나. 그, 비엔 씨? 안녕하세요. 주인이 친구인 임현수라고 합니다.”
하지만 비엔나는 눈을 깜박일 뿐, 임현수의 인사를 받아 주지 않았다.
“음, 비엔이… 낯을 조금 가려서.”
주인이 비엔나의 옆구리를 꾹 찔렀지만, 비엔나는 매끈한 이마를 살짝 찌푸릴 뿐이었다. 아무래도 비엔나는 임현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 아니야. 괜찮아. 내가, 갑자기 부른 거기도 하고. 그런데, 비엔 씨랑은 어떤 사이야? 처음 뵙는데…”
솔직하게 애인이라고 말해야 하나 갈등했지만 이전의 임현수라면 몰라도 지금의 임현수에게 솔직하게 비엔나와의 관계를 말하기에는 찝찝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온 친한 동생인데, 지금은 우리 집에서 신세 지고 있어.”
“그렇구나. 십 년을 봤는데, 주인이 너한테 오스트리아에 친한 동생이 있는 줄은 몰랐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임현수가 뭔가 말하고 싶은 듯 입을 우물거렸다. 주인은 그런 임현수를 기다리고 주인 옆에 앉은 비엔나는 기분이 좋지 않은지 입을 일자로 꾹 다물고 있었다.
“오늘 내가 너에게 사과하려고 부른 것도 있는데, 사실…”
주인은 임현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럼 사과 말고는, 뭘 하려고 부른 거지? 하지만 입을 달싹이던 임현수가 다시 입을 일자로 다물었다. 주인은 의아한 표정으로 임현수를 쳐다봤다.
“…아무것도 아니야. 배고프지? 이제 음식 나올 거야.”
주인은 임현수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고 여기기는 했으나, 곧 옆에 앉은 비엔나의 눈치를 살피느라 임현수가 안절부절못하며 자꾸만 휴대폰을 흘긋거리는 것은 미처 보지 못했다. 혹시나, 반려나 애인이라고 소개하지 않아 비엔나의 기분이 많이 상했을까 싶어서였다. 확인한 비엔나의 표정은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먼저, 게살수프…”
중국식 코스 요리가 차례로 서빙되기 시작했다. 주인은 이 어색한 상황에서 나온 음식이 반가웠다. 주인은 계속 비엔나의 표정을 살폈다. 비엔나를 데리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처음이라, 비엔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에 대해 미리 말을 맞춰 두지 못한 것이 잘못이었다.
주인과 임현수, 비엔나가 수프를 반쯤 먹은 후 직원이 들어와 샐러드며 전채 요리를 서빙하기 시작했을 때, 임현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여기 고량주 종류가 많은데 마실래? 반주하기 괜찮아.”
“그래.”
임현수도 이 분위기가 못내 어색했던 모양이었다. 잠시 고민한 주인은, 어차피 비엔나와 택시를 타고 왔으니 운전할 일이 없기도 했고 임현수를 만나러 나올 때 반주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므로 흔쾌히 대답했다.
술이 나오자, 임현수가 작은 잔을 주인과 비엔나에게 하나씩 건넸다.
“뭐야, 임현수 너는 안 마셔?”
주인은, 스스로의 앞에는 잔을 놓지 않는 임현수에 의아하게 물었다.
“아, 난 차를 가지고 와서….”
“뭐야. 그러면 나도 됐어. 비엔ㄴ… 아니, 비엔도 술 그렇게 안 좋아해.”
주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임현수도 마시지 않는데, 굳이 이전에는 술을 마셔 본 적도 없는 비엔나와 술을 마실 생각은 없었다.
“아니, 아니야. 내가 사 주고 싶어서 그래. 여기 술 진짜 맛있거든. 내가 학회에서 바로 오느라고 차를 못 놓고 왔어. 그냥 마셔. 내가 사 주는 거니까.”
임현수가 극구 만류하며 주인의 손에 잔을 쥐여 주었다. 잔을 쥐여 주느라 맞닿은 임현수의 손을, 젓가락을 깔끔하게 사용해 음식을 집던 비엔나가 불만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주인의 친구라고 해서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했지만 비엔나는 저 임현수라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인도 친구라는 것치고는 그닥 그와 친근해 보이지 않아 더 그랬다. 저조한 몸 상태를 포함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비엔나는 주인에게 몸을 기울이고 속삭였다.
“주인, 쟤 정말 주인 친구 맞아?”
“으음, 응. 맞아.”
이전과 같아질 수는 없겠지만, 친구가 맞기는 맞았다. 어쨌든 사과를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고. 주인의 대답에 비엔나는 다시 얌전히 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거, 냄새가 너무 독해. 왜 마시는 거야?”
“뭐, 이유가 있다기보단… 그냥,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요?”
주인의 잔에, 새로 술을 따라 주던 임현수가 주인 대신 대답했다. 이걸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비엔나는 독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를 내려다봤다. 냄새만 맡으면 못 먹을 음식 같았지만 옆을 보니, 주인도 마시고 있는 것을 보면 못 먹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비엔나는 쥐고 있던 잔에 든 액체를 한 번에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 * *
“비엔 씨… 좀 취하신 것 같은데.”
비엔나는 술이 센 편이 아니었는지 아까 한 잔을 마신 이후로 내내 턱을 괴고 테이블에 멍하게 앉아 있었다. 커다란 눈을 아주 느릿하게 깜박이는 비엔나의 뺨이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냐, 주인. 나는 괜찮아.”
주인은 비엔나의 말을 무시했다. 취하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발그레한 뺨이며 살짝 감긴 눈이 딱 취한 사람의 그것이었다.
“괜찮아. 내가 데리고 가면 돼. 그것보다, 나 비엔이도 이렇게 됐고, 슬슬 일어나야 할 것 같은데…”
주인도 약간 술기운이 올라오기는 했으나, 비엔나처럼 한 번에 털어 넣지도 않았고 임현수가 함께 마시지 않아 혼자서 홀짝였던 터라 심하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 주인은 취한 것처럼 보이는 비엔나의 얼굴을 살피며 임현수에게 말을 꺼냈다. 뭐든지 잘 먹기에 술도 잘 마실 줄 알았는데, 오늘 컨디션도 그렇고 알코올에는 면역이 없는 모양이었다. 어서 집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지, 지금 간다고? 안 돼!”
임현수가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주인을 만류했다. 반쯤 자리에서 일어섰던 주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임현수를 내려다봤다.
“왜? 너도 밥 다 먹었잖아.”
주인은 다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며 턱짓으로 임현수의 앞접시를 가리켰다.
“아니, 그렇긴 한데…”
“왜, 아직 할 말이 남았어? 사과하는 거라면 난 괜찮아. 다행히도, 정말… 큰일이 난 건 아니고 네가 사과도 했으니까. 그리고, 네 말대로 넌 직장이랑도 연관된 문제였잖아.”
주인은 비엔나가 들어도 알아채지 못하도록 그날의 일을 뭉뚱그려 말했다. 정말로, 자신은 괜찮았다. 이제 자신에게는 비엔나가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고…”
임현수가 안절부절못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리고 휴대폰을 한 번 보더니 주인의 뒤를 흘끔 쳐다봤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주인이,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이다, 현주인?”
임현수가 어색하게 주인의 뒤쪽을 향해 고개를 까딱해 보였다. 주인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전에 맞은 것은 이제 멀쩡해진 것인지 뺀질한 낯짝의 양희찬이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주인이 너무 어이가 없는 이 상황에 당황해 잠시간 굳어 있는 동안, 주인의 옆에 붙어 있는 비엔나와 양희찬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살짝 감긴 비엔나의 눈이 느릿하게 깜박였다.
‘젠장, 저 낯짝 반질한 새끼는 뭐야? 현주인, 만나는 사람 없다고 하지 않았어? 뭐, 키도 내가 더 크고, 몸은 내가 더 좋은 것 같기는 하다만…’
양희찬은 지난 일로 주인과 끝낼 생각이 없었다. 집에서 혼자 곱씹어 보면 곱씹어 볼수록, 치명상을 피해서 때린 거며, 자신을 진짜로 고소하지 않은 것까지 현주인은 자신을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게다가 자신의 손길에 앙앙 신음을 내뱉지 않았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데, 밖에서 그렇게 야한 모습을 보인 것이 창피해서 자신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이번엔 현주인을 만나기 위해 정말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온 터였다. 양희찬이, 비싸게 주고 산 주머니의 약 봉지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렸다.
간만에 가까이서 본 현주인은 더 잘생겨진 것은 물론 여름이 가까워 얇아진 셔츠의 가슴 부분이 터질 듯 팽팽한 것이 아주 보기 좋았다. 자신은 주인 때문에, 몸과 마음의 상처로 끙끙 앓는 동안 저렇게 잘 지낸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조금 약이 올랐지만 어쨌든 보기에는 좋았다. 그래서 현주인의 얇아진 옷 아래로 드러난 몸매를 한 번 훑는데, 현주인의 옆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웬 놈과 눈이 마주친 것이다.
한편 비엔나는 비엔나대로 주인을 찐득한 시선으로 훑는 양희찬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독한 냄새에 살짝 마비된 코로도, 양희찬에게서 언젠가 맡은 적이 있는 것 같은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았다.
“주인, 저 사람한테서 기분 나쁜 냄새가 나. 그리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양가 놈을 빤히 보던 비엔나가 주인에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사이 어쩐지 자신을 자꾸 잡고 늘어지던 임현수를 시선으로 뚫어 버릴 듯 노려보고 있던 주인은 비엔나의 말에 흠칫 놀랐다. 주인은 임현수를 노려보던 것을 멈추고 다급하게 비엔나의 눈치를 살폈다. 그날 자신을 그 꼴로 만들어 놓은 것이 양희찬이라는 것을 비엔나가 눈치챘나 싶어서였다.
게다가 양희찬은 주인의 집에 왔다가 수조 안의 비엔나를 두드리며 헛소리를 해 쫓겨난 전적도 있었다. 어쩌면 비엔나가 얼굴을 기억할지도 몰랐다. 비엔나는 주인이 자신을 보자 반쯤 감긴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시선을 마주했다.
‘…알아챈 것 같지는 않은데.’
주인은 비엔나와 양가 놈이 마주치는 상황 자체를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야, 현주인. 오랜만인데… 그동안 내가 어떻게 지냈는지는 안 궁금해?”
“그, 그래. 그리고 형한테 그 옆의 비엔이라는 분도 소개 좀 시켜 주고 그래.”
양희찬이 주인에게 말을 걸고 임현수가 옆에서 거들었다. 주인은, 아무렇지 않게 자신에게 말을 거는 양희찬의 목소리에 발끈해서 뒤를 돌았다.
“이런 미친… 야, 네가 무슨 낯짝으로 나한테 말을 걸어? 너 그날…!”
그날의 일을 언급하며 화를 내려던 주인은, 자신의 뒤에 있는 비엔나를 떠올리며 입을 다물었다. 주인은 별로 비엔나에게 그날의 일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주인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평소에 잘 웃는 편이라 티가 나지 않았을 뿐, 주인이 인상을 한껏 찌푸리자 제법 험악해 보였다.
주인이 말을 하다 말고 옆의 비엔나의 표정을 살피는 것을 본 양희찬의 표정이 잠시 일그러졌다가, 이내 알겠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린 미소가 양희찬의 얼굴에 걸렸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비엔나를 보는 주인의 표정이 점점 더 이상해졌다. 인상은 잔뜩 찌푸렸는데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주인의 입꼬리가 파들파들 떨렸다.
‘…젠장, 소문이 퍼지더라도 그냥 저 새끼 고소할 걸 그랬나. 이렇게까지 뻔뻔할 줄은 몰랐는데.’
“주, 주인아?”
험악하게 인상을 구긴 주인을 임현수가 조심스럽게 불렀다. 주인은 임현수 쪽을 흘긋 보며 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저 새끼랑은 내가 인연을 끊고 만다.’
정말, 사람 새끼가 아니었다. 지금 주인으로서는 뻔뻔한 낯짝을 들이밀고 있는 양희찬보다도 임현수가 더 괘씸했다.
“야, 나 간다.”
주인이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이 자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현주인. 가면 안 될 텐데.”
주인 옆의 비엔나를 노려보던 양희찬이, 비엔나의 어깨에 막 손을 얹은 주인을 불러 세웠다.
“하, 뭐라는 거야. 가자. 비엔ㄴ…아니, 비엔.”
주인은 코웃음을 치며, 양희찬을 무시하고 비엔나와 방을 나가려고 했다.
“너, 다 말해도 괜찮아?”
그대로 방을 나가려던 주인의 걸음이 멎었다. 주인의 뒤를 따라 일어난 비엔나의 걸음 역시도 멎었다. 주인이 양희찬을 노려봤다.
“…뭘?”
“아니, 그날 있었던 일 말이야. 아, 기억이 안 나면 직접 말해 줄 수도 있는데. 네가, 화장실에서….”
“야!”
주인이 참지 못하고, 양희찬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 와중에도 주인은 가슴이 쿵쾅거려서 미칠 것 같았다. 주인의 눈이 자꾸 불안하게 흔들리며 비엔나의 얼굴을 살폈다. 비엔나에게는 절대로 그날 밤 있었던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입술을 씹던 주인은, 결국 비엔나와 임현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방을 나와 앞에서 걸어가는 현주인의 엉덩이를 빤히 보던 양희찬은 가게를 나와 주인과 단둘이 되자마자 조금 전까지 눈앞에서 흔들렸던 탄력 있는 엉덩이에 손을 가져다 대고 세게 움켜쥐었다.
“미쳤어?!”
주인은 자신의 엉덩이를 노골적으로 더듬는 양희찬의 손길에 거의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양희찬의 손목을 쥐었다. 양희찬은 주인에게 손목을 잡힌 채로도 끈질기게 간만에 만진 주인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주물렀다.
“후우, 뭐가? 만져 달라고 살랑살랑 흔들면서 걸어간 거 아니었어?”
양희찬이 뻔뻔하게 되묻는 것에 주인은 기가 막혔다. 주인이 양희찬의 손을 그대로 떼어 내 팽개쳤다.
“허억, 헉. 후우, 오랜만에 본 건데, 좀 서운하다?”
그새 숨이 거칠어진 양희찬이 눈썹을 치켜 올렸다. 주인이 양희찬에게 닿기도 싫다는 듯 한 발짝 물러나 양희찬을 노려봤다. 하지만 양희찬은 주인이 물러난 만큼 끈질기게 다시 거리를 좁혔다. 양희찬의 눈은 진득하게 주인의 가슴이며 다리 사이를 노골적으로 훑어 내리고 있었다.
“무슨 속셈이야?”
양희찬이 주인의 손을 낚아채듯 잡았다. 그리고, 그 손을 그대로 자신의 다리 사이로 가져갔다.
“하아, 씨발… 주인아, 너 때문에 이렇게 됐어. 느껴져?”
헉헉대며, 양희찬이 주인의 손으로 자신의 좆 위를 문질렀다.
“이런 미친…!”
주인이 더러운 것을 만진 듯 다급하게 손을 떼어 내며 양희찬을 거칠게 밀쳐 냈다. 주인에게 두 번째로 거부당한 양희찬이, 헐떡이며 입을 열었다.
“후우, 헉. 현주인. 너 아까 그 얼굴만 반반한 새끼랑 무슨 사이야, 응?”
“네가 무슨 상관이야. 아무 사이도 아니야.”
양희찬이 비엔나를 언급하자 주인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대답했다. 양희찬이 끈질기게 다시 주인의 엉덩이에 손을 얹었다. 주인이 파드득 몸을 떨었다.
“씨발, 후우… 아무 사이도 아니긴. 응? 그럼 그 새끼한테 전부 말해도 돼?”
“뭐… 뭔 소리야!”
엉덩이를 주무르는 양희찬의 손을 떼어 내려던 주인의 손이 멈칫했다. 주인이 강하게 부정하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비엔나가 그날의 일을 알게 되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다. 대충 눈치를 채긴 했으나, 아까 그 비리비리한 놈을 언급하자 바로 반응하는 주인을 보는 양희찬의 눈이 질투심으로 이글거렸다.
“후우… 따라 와!”
양희찬이 주인의 손목을 낚아채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어…!”
주변을 살피느라 정신이 없던 주인이 얼결에 어어- 하며 양희찬의 뒤를 따라갔다. 주인을 끌고 가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양희찬의 시선이 눈앞에 보이는 비상구 계단의 문으로 향했다. 양희찬이, 비상구 문을 열고 들어가며 더 센 힘으로 주인을 끌어당겼다.
“이거 안… 윽!”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손목을 마구 비틀던 주인이. 양희찬에 의해 거칠게 구석으로 밀쳐져 벽에 부딪히는 바람에 신음을 뱉었다.
“주인아, 애태우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내가 씨발, 너 한 번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양희찬이 짓씹듯이 중얼거리며, 거칠게 벽으로 밀쳐진 주인의 몸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주인은 양희찬이 졸지에 뒤에서 몸을 옭아매듯 감싸는 것에 마구 몸부림쳤지만, 벽 구석에 몰려 묵직한 몸에 짓눌린 채 이번엔 맨정신으로 제대로 밀어붙이는 양희찬의 몸을 떼어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미친 새끼…! 이거 안 놔?”
주인이 마구 몸부림치는 것에 아랑곳 않고 양희찬이 거칠게 주인의 엉덩이 위로 하반신을 문대며 셔츠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양희찬의 손이, 가슴을 손아귀 가득 움켜쥐고 주무르며 그 위에 도톰하게 만져지는 젖꼭지를 손톱 끝으로 꾹 눌러 비볐다. 예민한 젖꼭지는 양희찬이 문지르는 대로 금세 단단하게 뭉쳐 들었다.
“으으윽, 큭, 이거, 놔아…!”
주인의 몸부림이 더 거세어졌지만, 체중을 본격적으로 실어서 주인의 몸을 구석에 누른 양희찬 때문에 쉽지 않았다. 주인의 몸부림이 강해질수록 가슴을 쥐어짜고 젖꼭지를 뭉개는 양희찬의 손길도 더 거칠어졌다.
“후우… 씨발, 가만히 좀… 있어. 젖꼭지는 이렇게 단단하게 세운 주제에, 좋으면서 튕기는 것도, 작작… 하라고!”
“아흑…! …싫어! 흐억, 으윽…”
주인의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던 양희찬이, 다른 손을 움직여 주인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몇 차례 엉덩이를 주무르던 양희찬이 손가락 하나를 꼿꼿하게 세웠다.
“후우, 헉, 허억…”
양희찬이 세운 손가락으로 주인의 엉덩이 사이의 벌어진 부분 위를 꾹꾹 누르며 헐떡였다. 살이 많은 엉덩이 사이로 주인이 입은 바지의 얇은 면이 조금 말려 들어갔다. 양희찬이 단단한 손가락으로 꾹꾹 누를 때마다, 완전히는 아니어도 엉덩이 사이로 양희찬의 손가락 끄트머리가 들어갔다 나오는 것을 반복했다. 옷 위로 더듬어지고 있는데도, 양희찬의 손길이 어찌나 집요하고 찐득한지 양희찬이 만진 부위에서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불쾌감이 들었다.
“너, 너 진짜 가만 안… 크읏…!”
“허억, 헉, 너, 그 새끼한테 다 말해도 좋아? 어? 후우, 이렇게 젖꼭지 발딱발딱 세우고, 구멍은 벌름거리는 음란한 몸인 거 그 새끼도 아냐? 응? 후우… 뭐야, 이게. 너… 술집에서는 조금 더 쫀득했던 것 같은데, 조금 헐거워진 것 같다? 그 새끼랑 했냐? 어? 이거 이거, 아주 옷 위로도 벌름거리는 게 느껴지는 거 같은데?”
양희찬이 옷 위로나마 주인의 구멍을 끈질기게 더듬고, 그 위로 손가락을 문질러 대며 귓가에 헉헉댔다. 손가락이 조금 패인 엉덩이 사이의 천 위를 빠르게 왔다 갔다 하며 비벼졌다. 주인의 얼굴이 분노와 수치심으로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를 으득 씹은 주인이, 있는 힘을 다해 뒤에 달라붙은 양희찬의 몸을 등으로 밀어냈다.
“아악!”
조금 전까지 반항이 미약해졌던 주인이 온 힘을 다해 밀어내자, 양희찬이 뒤로 물러나며 계단 난간에 허리를 부딪혔다. 흐트러진 셔츠며, 옷을 추스를 새도 없이 주인이 씩씩대며 뒤들 돌아 양희찬의 멱살을 잡아 쥐었다. 주인이 멱살을 쥐지 않은 손을 핏줄이 돋도록 꾹 쥐며 들어 올렸다. 주인이 주먹을 들어 올린 것을 본 양희찬이, 눈을 질끈 감고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 잠깐만! 때리면, 때리면 너 그 옆에 앉아 있던 비리비리한 놈한테 다 말할 거야!”
양희찬의 얼굴에 주먹을 꽂으려던 주인이 잠시 멈칫했다. 주인에게서 망설이는 기색을 읽은 양희찬이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아주 샅샅이 말할 거야. 씨발, 네가 젖꼭지랑 좆 빨갛게 세우고 따먹어 달라고 흔들던 것부터 내 좆 받아먹으려고 구멍 움찔댄 거 다 말할 거라고. 어? 진짜야, 진짜 다 말할 거야.”
양희찬의 말을 들은 주인이, 분노로 부르르 떨리는 주먹을 내렸다.
“원하는 게 뭐야.”
주인이 양희찬의 멱살을 흔들며 물었다. 더 패 주고 싶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비엔나에게 그날의 일이 알려지는 것이 더 싫었다.
“나랑 러브모텔 가는 거.”
“이… 이 씨…”
양희찬이 주인의 가슴 부근에 손을 올리고 뭔가를 주무르는 듯한 제스처를 해 보이며 대답했다. 저질스럽게 움직이는 손의 모양새를 내려다본 주인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주먹을 치켜들었다.
“주인! 주인, 어디 있어?”
그 순간, 주인을 찾는 목소리가 들리고 주인과 양희찬 모두 그 자리에 그 자세 그대로 굳었다.
“야, 빨리 말해. 똑바로 말해라. 또 러브모텔이니 뭐니 하면 가만 안 둬.”
주인이 불안하게 비상구 문을 살피며 양희찬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하도 돌아오지 않으니 비엔나가 자신을 찾으러 나온 것이 분명했다. 양희찬과 이러고 있는 모습이며 흐트러진 옷을 들킬까 봐 초조해서 미칠 것 같았다.
“오늘! 오늘 나랑 밥이라도 제대로 먹고 가. 내가 주는 술도 받아 마셔! 군소리 말고.”
“진짜 미친 새끼… 너, 이따 방에서도 또 이딴 식으로 굴면 네가 말하든 말든 그냥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주인이 뻔뻔하게 요구 사항을 말하는 양희찬의 얼굴을 경멸하듯 내려다봤다.
“나 나가고 조금 있다가 나와.”
주인이 양희찬의 멱살에서 손을 떼어 내고는, 더러운 것을 털어 내듯 양손을 털었다. 그리고 옷을 추스른 주인이 양희찬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비상구 문을 열고 나갔다. 혼자 남은 양희찬에게, 주인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많이 기다렸어?”
술기운이 도는데도 기특하게 자신을 찾아다닌 것인지 살짝 비틀대면서도 자신에게 뛰어오는 비엔나를 주인이 다정하게 끌어안았다. 정말로 예쁜 짓만 하는 비엔나를 보며 주인의 마음이 풀어졌다.
“주인! 어디 있었어? 주인이 돌아오지 않아서, 찾아다녔어.”
“으응, 친구랑 얘기가 좀 길어져서… 친구도 곧 올 거야.”
주인과 아까의 그 얼굴만 반질한 놈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희찬은 멱살이 잡혀 구겨진 옷을 펴며 이를 악물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양희찬이라도 모를 수가 없었다. 현주인은 자신과 잘 마음이 없다. 부끄러워하는 것에도 정도가 있었다.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저 반반한 놈의 실루엣이 익숙한 것이 현주인과 카페와 주차장에서 찰싹 달라붙어 있던 그놈인 것 같았다.
‘그새, 나를 두고 애인을 꿰찼단 말이지. 그것도, 얼굴만 반반한 새끼로.’
자존심이 상한 양희찬이 입술을 씹었다. 누가 봐도, 키도, 몸도, 능력도 자신의 쪽이 나은데 현주인은 정말 남자 보는 눈이 없었다.
하지만 양희찬은 절대로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마음이 안 된다면 현주인의 몸이라도 반드시 가져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알약이 든 봉지를 한 차례 더 확인한 양희찬이 조금 전까지 주물렀던 주인의 가슴과 엉덩이의 촉감이 남은 손을 쥐었다 폈다.
* * *
“현주인, 안 마실 거야?”
양희찬이 자신에게 술잔을 내밀며 빙글거리는 것에, 주인은 저 말을 내뱉는 턱을 갈겨 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양가 놈이 내미는 술은 왠지 찝찝했다. 주인이 술잔을 가만히 보고만 있자 양희찬이 눈썹을 치켜 올리더니 입을 열었다.
“아아, 되게… 부드러웠는데.”
술잔을 쥐지 않은 다른 손을 스스로의 가슴 부근까지 끌어 올려, 뭔가를 주무르는 듯한 모션을 취하는 양희찬을 본 주인이 양희찬의 손에서 술잔을 탁 낚아챘다. 술잔을 받아 든 주인의 손이 화를 참느라 잘게 떨렸다.
대체, 어쩌다가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린 건지 알 수 없었다.
식사 자리는 어색하게 흘러갔다. 양희찬이 온 뒤 추가로 주문한 음식이 차례로 나오는데, 임현수는 자신에게 사과하기 위해 부른 자리라면서 양희찬의 눈치를 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십 년 우정이고 뭐고 아예 자신을 팔아넘긴 임현수의 행태는 주인의 기분을 더 저조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양희찬은 자꾸만 비엔나를 노려봤다. 비엔나가 양희찬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받아치는 탓에 공중에서 마주치는 양희찬과 비엔나의 시선에서는 스파크가 튈 지경이었다.
“주인, 아까는 가자고 했잖아.”
“이따, 이따가 가자.”
양희찬의 시선을 의식한 주인이, 비엔나에게 애써 웃어 보였다. 음침한 양희찬 놈은 자신뿐 아니라 비엔나를 자꾸만 관찰하듯 쳐다봤다. 자신과 술집에서 그렇게 난리를 피우고 얻어맞기까지 했으면서 왜 나타난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써 웃고 있는 주인의 옆모습을 비엔나가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하지만, 주인이 괜찮다고 했으니… 비엔나는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며 다시 시선을 돌렸다.
“주인아. 희찬이 형이 너랑 오랜만에 할 말이 있다는데, 자리 바꿀까?”
양희찬의 눈치를 계속 보던 임현수가 입을 열었다. 주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싫은데.”
주인은 단칼에 임현수가 꺼낸 말을 거절했다.
‘화 장 실.’
양희찬이 입 모양으로 중얼거렸다. 주인이 테이블 밑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 어디 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주인의 옷자락을 비엔나가 잡아챘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비엔나의 까만 눈을 본 주인은, 정말로 울고 싶어졌다. 맞은편에서 혼자서 술을 따라 홀짝이던 양희찬이 주인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주인은 발끈했다. 하지만 다른 수가 없었다.
“애기야,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서… 잠깐만 얘기하고 올게. 응?”
주인이 작게 속삭이자 비엔나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옷자락을 놨다. 그 모습을 보며 걸음을 옮기는 주인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임현수가 다급하게 일어나 주인과 자리를 바꿔 주었다.
자리에 앉은 주인이 똥 씹은 표정으로 앉아서는 비엔나의 쪽만 쳐다보고 있자, 양희찬이 테이블 아래로 슬금슬금 손을 뻗어 주인의 허벅지에 얹은 뒤 손을 허벅지 안쪽으로 미끄러뜨렸다.
“…!?”
파드득 튀며 양희찬을 노려본 주인은 다급하게 비엔나의 쪽을 쳐다봤다. 비엔나의 표정이 어쩐지 걱정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야, 미쳤어?”
“아니. 안 미쳤는데. 그런데 네가 영 나긋나긋하게 굴지를 않으니, 내가 직접 만지는 수밖에 없잖아. 술도 한 잔 안 따라 주고 말이야.”
뻔뻔스럽게 대답하는 양희찬을 보는 주인의 눈가가 분노로 파르르 떨렸다. 화는 머리끝까지 치솟는데, 비엔나한테 이 상황을 들킬까 봐 도저히 제대로 반항을 할 수가 없었다. 주인은 곁눈질로 비엔나의 쪽을 다시 한번 살폈다. 좋지 않은 표정으로 이쪽을 보던 비엔나는 임현수가 건네주는 술잔을 받아 들고 있었다.
주인은 이를 으득 갈며 술병을 들었다.
“술잔 이리 대.”
* * *
“주인아. 야, 현주인.”
“으으…”
주인은, 양가 놈이 부르는 자신의 이름을 들으며 골이 징징 울리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양희찬이 자신의 잔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술잔을 자신에게도 건네며 허벅지나 엉덩이를 더듬는 탓에 너무 빨리, 많이 마신 것 같았다. 머리가 아팠다. 그래도 주인은, 비엔나를 저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는 생각에 최대한 정신을 차리고 있으려고 노력했다.
“아윽…!”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하던 중, 또다시 자신의 엉덩이를 더듬는 양희찬의 손에 주인이 비엔나를 보던 시선을 돌려 양희찬을 노려봤다.
“원하는 대로 술 따라 주고, 받아 마셔 주고 다 했잖아. 뭐가 문제, 큭, 야.”
주인이 화를 내는데도 양희찬의 손은 떨어지기는커녕 조금씩 위로 타고 올라와 허리 부근을 더듬었다. 그나마 조금 전까지는 엉덩이 부근이라서 거의 들킬 위험이 없었다면, 손이 더 올라온 지금은 더 위험하다는 생각에 주인이 다급하게 비엔나 쪽을 살폈다.
비엔나는 속이 좋지 않은지, 살짝 허리를 숙인 채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비엔… 큭.”
상태가 조금 전보다 더 좋지 않아 보이는 비엔나를 본 주인이 반사적으로 이름을 부르려다, 이제는 아예 셔츠 아랫단으로 파고들어 맨허리를 더듬는 손길에 허리를 뒤틀었다. 주인은 그 와중에도 비엔나의 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런 주인을 불만스럽게 한 번 흘긋 본 양희찬이, 주인이 완전히 비엔나 쪽에 정신이 팔린 틈을 타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하얀 알약을 술잔에 집어넣었다. 알약은 금세 사르르 녹아 육안으로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녹아들었다.
“안 빼?”
허리를 뒤틀었는데도, 자꾸만 끈질기게 따라붙는 양희찬의 손에 주인이 이를 악물었다. 축축하고 뜨거운 양희찬의 손이 맨허리를 더듬는 감각은 꼭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만 같았다.
“이거 마시면 빼 줄게. 네가 자꾸 저쪽만 보니까 내가 외로워서 그러잖아.”
뻔뻔하게 구는 양희찬을 노려본 주인이, 양희찬의 손에서 잔을 낚아채 한 번에 털어 넣었다.
“크으… 이제 됐지.”
입가를 훔친 주인이 잔을 탁 테이블 위로 내려놓는 것과 동시에 양희찬의 손을 허리에서 떼어 냈다. 양희찬은 아쉬운 듯했지만 이쯤에서 순순히 손을 물렸다. 그리고 양희찬의 손이 주머니에서 알약을 재빨리 하나 더 꺼내 주인이 비엔나를 쳐다보는 동안 잔 안으로 집어넣었다. 양희찬이 그 위로 술을 따랐다.
이제 맞은편에 앉은 비엔나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비엔나에게 괜찮은지 묻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던 주인은 느껴지는 어지럼증에 휘청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 주인을 양희찬이 만족스럽게 쳐다보고는 주인의 손목을 낚아챘다.
“비엔…! 큿, 이거 안 놔?”
주인은 화가 났다. 아까부터 자꾸 장난질을 치듯 몸을 건드리고 비엔나와 말을 하는 것을 방해하는 양희찬의 행동은 계속 신경을 갈작갈작 갉아먹고 있었다.
“이것만 마시면, 진짜로 안 건드릴게.”
양희찬은 빙글빙글 웃으며 주인에게 조금 전 알약을 탄 잔을 건넸다.
“…이게 마지막이야. 약속 지켜.”
양희찬의 손에서 잔을 받아 든 주인이 안에 든 액체를 빠르게 입에 털어 넣었다. 주인은 이제 자유로워진 몸에 비엔나의 쪽을 쳐다봤다. 그 순간 양희찬이 임현수에게 눈짓했다. 아까 잠시 나가서 임현수에게 자신은 현주인과 나갈 것이니 네가 그 비엔인지 뭔지 하는 놈을 잠깐 잡아놓으라고 말을 마쳐 놓았다.
“와, 비엔 씨. 속이 많이 안 좋은가 봐요. 저랑 바람이라도 쐬고 올까요?”
그러면서 임현수가 살짝 휘청대는 비엔나를 자리에서 일으켜 데리고 나갔다.
‘저 새끼가! 우리 비엔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지?’
주인은 비엔나를 따라가기 위해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비엔나가 문을 열고 뛰쳐나가고 임현수가 다급하게 그 뒤를 따르는 장면이 느릿하게 보였다. 점점,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주인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빙글 돌았다.
주인이 그대로 휘청이며 테이블 위로 엎어지려는 것을 양희찬이 잡아챘다.
양희찬은 주인의 볼을 한 번 찔러 보기도 하고 주인의 감긴 눈앞에 손을 흔들어 보기도 하며 약 기운이 제대로 도는지를 확인했다. 주인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양희찬은 서둘러 몸을 일으켜 문을 연 뒤 빼꼼 고개를 내어 복도에 사람이 없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임현수가 제대로 잡아 두고 있는 모양이었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마지막으로 주위를 한 차례 두리번거린 양희찬이 다급하게 주인의 몸을 들쳐 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으음… 비엔나?”
“어, 나야.”
양희찬은 웅얼웅얼 비엔나를 부르는 주인의 말에 적당히 대답했다. 양희찬은, 조금 전 테이블 위로 무너진 주인을 그대로 부축해 자신의 차로 걸어가는 중이었다. 술을 잔뜩 먹였는데도 주인이 계속 멀쩡해 보여 초조했는데, 약을 탄 것이 잘 들어서 다행이었다. 비엔인지 뭔지 하는 놈이 임현수가 건네는 술을 받아먹으면서도 자꾸만 주인과 자신의 쪽을 쳐다봐 약을 탈 타이밍을 잡지 못해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모른다. 양희찬이 혹시나 비엔이라는 놈이 쫓아올까 다급하게 뒤쪽을 흘긋거렸다.
그 작은 문어 소시지를 찾는 것인지 방에 남아 있는 그 반반한 놈을 가리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편이 주인을 차로 끌고 가기 쉬울 것 같아서였다. 정량보다 조금 더 먹였으니, 반항을 하더라도 어떻게 차로 데리고 갈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덩치가 좋은 주인이 진심으로 반항하기 시작하면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 그는 주인과 함께 온 비엔나인지 소시지인지가 따라 나오기 전에 주인을 자신의 차에 태워 집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초조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기껏 효과가 좋다는 약까지 수소문해서 먹였는데 아까 그놈이 따라와서 계획이 어그러져서는 곤란했다.
“우웅, 비엔나… 흐윽… 나, 몸이 뜨거워…”
그리고 자신의 선택은 옳았던 모양이었다. 그냥 응이라고 대답했을 뿐인데 조금 전까지 뻗대던 주인이 수월하게 자신에게 매달려 왔다.
“응, 그래. 나랑 집에 가자.”
“으응, 우리 비엔나… 그런데 비엔나… 왜 이렇게 두꺼워졌어.”
“허억… 후, 아니야. 난 원래 이랬어.”
목을 끌어안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팔뚝이며 어깨를 더듬으며 웅얼거리는 주인에 양희찬은 금방이라도 이 자리에서 주인을 덮치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대답했다. 지금은 주인을 어서 빨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비엔나인지 소시지인지 하는 놈은 아까 말을 단단히 해 두었으니, 임현수가 알아서 잡아 둘 것이다. 양희찬은 서둘러 주인을 조수석에 밀어 넣고 운전석에 다급하게 올라타며 문을 잠갔다.
* * *
한편, 얼결에 임현수에게 끌려 나가 커다란 가게 안을 족히 두세 바퀴는 돌고 방으로 돌아온 비엔나는 주인이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정신이 돌아오자마자 임현수를 뿌리치고 방으로 달려왔지만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는 동안 제법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옆에서 임현수가 주인이 화장실에라도 간 것이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자리에 앉아 제법 긴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주인이 돌아오지 않자 비엔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기분 나쁜 냄새를 풍기는 놈도 돌아오지 않아 더 불안했다. 직접 주인을 찾아와야 할 것 같았다.
“주인!”
비엔나는 주인의 이름을 부르며 식당 안을 미친 듯이 헤매고 다녔다. 하지만 주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다급하게 비엔나를 따라 나온 임현수가 옆에서 거들었지만 그는 주인을 찾는 것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주인을 찾을 수 없자 비엔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비엔나는 아까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며 말로만 주인을 찾는 것을 거들던 임현수를 노려봤다. 자신에게 독한 액체를 먹인 것도 주인을 이 자리에 불러 낸 것도 전부 이 사람이다. 게다가 이 사람에게 얼결에 끌려 나갔다 돌아오니 주인이 사라져 있었다. 아까 그 유독 기분 나쁜 냄새를 풍기는 놈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비엔나의 이글거리는 시선을 받은 임현수가 움찔했다.
“…어디야. 그놈 어딨냐고! 빨리 말해.”
비엔나가 임현수의 멱살을 잡고 끌어 올렸다. 멱살을 잡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임현수가 켁켁거렸다.
“큭, 그으… 몰… 라.”
“거짓말하지 마! 그놈이 나가고 주인이 사라졌잖아.”
비엔나가, 임현수의 멱살을 잡아 올리지 않은 다른 손으로 테이블을 쾅 내려쳤다. 금이 간 테이블을 본 임현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근육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평균 신장은 넘기는 자신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는 것이며 내려친 두꺼운 원목 탁자에 금이 가는 것이며 아무리 봐도 평범한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나, 난 잘못 없어…! 이게 다, 양희찬이…”
쾅. 비엔나가 테이블을 한 번 더 내려쳤다. 이번에야말로 테이블이 완전히 쪼개져 바닥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그래서, 우리 주인 어디 있어.”
* * *
머리가 징징 울리고 아랫배부터 시작한 뜨겁고 뭉클거리는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 온몸으로 퍼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몸이 뜨거우면서 힘이 없고 축축 늘어져 녹아내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동시에 온몸의 감각이 너무나도 생생했다.
“더워… 비엔… 나아…”
주인은 약간 흐릿해진 시야로 주위를 둘러보며 비엔나를 찾았다. 분명히 조금 전에 자신에게 대답하면서, 부축했었다. 그 생각도 잠시 몸이 뜨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꾸만 좆과 젖꼭지가 욱신거리고, 회음부며 구멍 주변이 저릿하게 당겨 왔다. 머릿속이 하얀 물감이라도 끼얹은 듯 뿌옇고 몽롱했다.
“나 더워, 뜨거워…”
주인이 울먹였다. 비엔나가 빨리 자신을 어떻게든 해 줬으면 했다. 비엔나라면, 이렇게 이상하게 변한 자신의 몸을 어떻게든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자신이 이렇게 야해진 것은 다 비엔나 때문이니까.
“흐으… 하악… 으흐으… 나 뜨겁다니까아…”
“씨발…”
양희찬이 핸들을 잡은 채 욕을 중얼거렸지만, 몽롱한 상태의 주인은 양희찬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비엔나가 대답이 없자 주인의 목소리에 점차 울먹임이 섞이기 시작했다. 평생 옆에 있어 주겠다고 했으니 옆에 있어야 하는데 아까부터 비엔나가 답이 없었다.
그 와중에 이제는 몸에 감긴 천들이 전부 뜯어내고 싶을 만큼 답답하게 느껴졌다. 옆에서 입 모양으로 욕을 중얼거리며, 양희찬이 엑셀에 발을 올렸다.
투둑. 급기야는 더 이상 온몸의 피부 위를 기어 다니는 것 같은 감각을 참지 못한 주인이 자신의 셔츠 앞섶을 뜯어냈다. 거의 쥐어뜯어 내다시피 한 손길이었다. 차 바닥으로 단추가 굴러 떨어지고, 거의 배까지 뜯어진 앞섶 사이로 주인의 가슴골은 물론 아주 단단하고 큼직하게 부푼 빨간 젖꼭지까지 전부 들여다보였다.
“아흑… 흐엉…”
온몸이 너무 간지러웠다. 주인의 손이 스스로의 벌어진 셔츠 사이로 들어가 자신의 가슴을 터질 듯 센 힘으로 주무르기 시작했다. 비엔나가 만져 주지 않으니, 일단 자신이 만지고 있을 셈이었다. 이렇게 만지고 있으면 금방 비엔나가 만져 줄 것이다. 비엔나는 자신의 가슴을 좋아하니까.
“후우… 허억, 헉… 씨발! 신호등은 또 왜 안 바뀌어!”
옆에서 그 광경을 본 양희찬의 숨이 거의 넘어갈 듯 거칠어지고, 오늘따라 전부 걸리기만 하는 신호에 핸들을 쾅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주인이 있는 조수석 쪽을, 번들거리는 눈동자로 한 번 응시한 양희찬이 눈앞에 보이는 신호를 무시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주위에서 빵빵거리는 소리와 비명, 욕설이 들렸지만 엑셀을 더 세게 밟아 이미 그 자리를 떠난 양희찬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지금 양희찬의 머릿속은 온통 현주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장 저 야한 몸에 자신의 좆을 박아 넣고, 자신의 아래에 깔려 앙앙 울어 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진작 약을 쓸걸!’
양희찬은 생각했다. 어차피 몸에 별로 해롭지도 않다던데, 지난번에도 약을 사용했다면 수줍음이 많은 현주인에게 맞는 쪽팔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였다. 신호를 몇 차례나 위반해 가며 다급하게 집 앞에 대충 차를 세운 양희찬이 주인 쪽을 쳐다봤다.
“하으… 흑…”
그사이 주인은 큰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자신의 가슴을 마구 쥐어짜고 있었다. 발갛게 익은 얼굴 위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눈에는 이제 거의 초점이 없었다. 얇은 셔츠가 벌어진 사이로 손을 넣은 주인이 가슴을 주무를 때마다 셔츠가 밀려 커다란 가슴이 거의 젖꼭지까지 보일 듯 드러났다가 가려졌다. 얼마나 단단하게 세웠는지 주무르지 않는 반대쪽 가슴의 셔츠 위로도 단단하게 선 젖꼭지의 윤곽이 도드라져 있었다.
“후우… 현주인, 이거 완전 변태 새끼잖아. 허억… 헉…”
“우응… 하으…”
양희찬이 몸을 꺾어 조수석 위로 덮쳐들었다. 주인은 양희찬의 두꺼운 몸과 좌석 사이에 눌린 몸이 불편한 듯 헐떡였다.
“후우… 훅, 혼자 만지면 안 되지. 그동안 만져지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 응?”
양희찬은 셔츠 안으로 들어가 있는 주인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챘다. 가슴에 가해지던 자극이 사라지자, 주인이 울먹이며 졸랐다.
“흐아… 젖꼭지, 가슴… 빨아 줘…”
자신의 손으로 아무리 세게 가슴을 주무르고 젖꼭지를 뭉개도 도저히 저릿하고 뜨거운 감각은 사라지지를 않았다. 그런데 이제 가슴까지 못 만지게 하니, 서러워서 저절로 눈물이 났다.
“하앙…!”
짝. 주인의 손목을 쥐지 않은 다른 손으로 양희찬이 주인의 가슴 위를 내려쳤다. 찰진 소리와 함께, 셔츠에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가슴이 출렁 흔들렸다. 제법 크게 흔들린 가슴에, 이미 거의 뜯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셔츠 자락이 더 벌어지며 주인의 한쪽 가슴이 거의 다 드러났다.
“허억… 후… 빨아 줬으면 좋겠어? 씨발, 현주인, 대답해 봐.”
양희찬이 셔츠가 벌어지며 새어 나오듯 드러난 한쪽 가슴에 손을 얹고 헉헉댔다. 그렇게나 도도하게 굴던 현주인이, 자신의 아래에 눌려 가슴을 다 드러낸 채로 빨아 달라고 애원하는 꼴이라니 아주 절경이었다.
“하으… 아으… 흐아앙…”
주인은 가슴에 손길이 닿은 것만으로도 끙끙대며 신음을 내뱉으며 가슴을 비벼 왔다. 그 신음을, 대충 그렇다는 뜻으로 해석한 양희찬이 주인의 가슴을 손아귀 가득 세게 움켜쥐었다. 손안에 가득 들어차고도 넘치는 가슴의 감촉이 만족스러웠다. 가슴을 움켜쥐자 주인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하, 현주인…”
약기운이 돌아 완전히 몽롱하게 풀린 주인의 눈과 발갛게 달아오른 뺨이며 눈가, 목덜미를 보던 양희찬이 주인의 목덜미에 거칠게 입술을 파묻었다. 목덜미에 진득하게 뭉개지는 양희찬의 입술에서 츕- 젖은 소리가 울리고, 양희찬이 그대로 흥분으로 젖혀진 주인의 목덜미를 입술로 더듬어 올라갔다.
“으응, 응…”
맨날 자신만 보면 눈을 사납게 치뜨던 주인이 몽롱하게 풀린 얼굴로 목덜미를 고스란히 내주고 있는 것을 보던 양희찬의 눈에 더 짙은 욕정이 어렸다. 한참이나 목덜미며, 쇄골, 귓불에 두꺼운 입술을 뭉개가며 츕츕대던 양희찬이 주인의 입가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댔다.
“우움… 흐아… 나아, 여기… 빨리이…”
양희찬은 주인의 입가며 보드라운 입술을 한두 차례 핥고는 혀를 섞으려고 했으나 거의 등받이에 기댄 채 고개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주인의 얼굴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그 와중에 자신의 가슴을 쥔 채로 끙끙대며 조르는 주인에, 양희찬이 주인의 가슴으로 눈을 돌렸다.
그래, 이곳은 벌써 주차장이었다. 밤은 길었고, 주인은 이미 자신의 손아귀에 완전히 들어왔다.
“허억… 헉, 후우… 가슴 좀 더 내놔 봐. 그럼, 헉, 허억… 빨아 줄게.”
“아으… 으응, 응…”
간신히, 가슴을 내놓으면 빨아 준다는 말만 알아들은 주인이 끙끙대며 자신의 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얇은 셔츠 자락이 더 벌어지며 밖으로 나와 있지 않았던 주인의 다른 쪽 가슴까지 밖으로 나왔다. 셔츠가 찢어진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주인은 배와 팔, 어깨는 전부 얇은 셔츠에 감싸인 채로 큼직한 가슴만 내밀고 있는 꼴이 되었다. 주인은, 자신의 젖꼭지를 빨기 좋도록 스스로 양쪽의 셔츠 자락을 쥐어 셔츠를 더 벌리기까지 했다. 양희찬이 진득한 시선으로 자신 앞에 무방비하게 드러난 야하고 큼직한 가슴을 훑었다.
“흐아… 빨리, 빨리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젖꼭지와 가슴을 빨아 주지 않자 주인이 끙끙대며 졸랐다.
“허억… 헉, 씨바알… 후욱…”
“아응…! 흐앙, 아앙!”
양희찬의 얼굴이 주인의 가슴 위로 거의 처박히듯 파묻혔다. 양희찬은 일단 코끝이며 뺨에 눌리는 말캉한 살덩이를 양쪽 손으로 받쳐 쥐고 마구 그 위로 얼굴을 비볐다. 양희찬의 얼굴이, 부드러운 가슴살과 단단한 젖꼭지 위로 마구잡이로 비벼졌다. 양희찬이 헉헉대며 내뱉는 더운 숨은 덤이었다. 양희찬의 콧구멍에서 나오는 뜨겁고 축축한 숨결이, 빨갛고 도톰한 젖꼭지 위로 훅훅 내려앉았다. 주인이 양희찬의 뒷통수를 눌러 얼굴을 자신의 가슴에 밀착시켰다.
더, 더한 자극이 필요했다.
양희찬은 적극적으로 엉겨 오는 주인의 행동에 만족했다. 그래, 지난번에도 이렇게 솔직하게 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말이다. 양희찬은 상을 주듯 주인의 아파 보일 정도로 빨갛게 부푼 젖꼭지를 입 안으로 삼켰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입에 넣지 못한 다른 쪽 가슴을 손아귀 가득 세게 움켜쥐고 주물렀다.
가슴이 얼마나 큰지, 손안에 다 들어오지 않는 말캉하고 큼직한 살덩이의 감촉이 만족스러웠다. 자신의 말을 고분고분 들으며 야하고 귀엽게 구는 꼴이라니. 이렇게 야한 몸으로, 그간 어떻게 그렇게 도도한 척을 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양희찬은 도톰하고 야하게 부푼 젖꼭지를 입에 넣고 굴리며 그 감촉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왠지,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도 더 색이 진하고 큼직하게 변한 것 같은 모양새가 더욱 먹음직스러웠다.
“하아… 후, 존나 따먹고 싶게 생겼네.”
“아아앙…!”
양희찬이 주인의 가슴을 통째로 입 안으로 삼켰다. 가슴과 젖꼭지에 마침내 강한 자극이 가해지자 주인의 입에서 더 높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막상 젖꼭지며 그 주변의 살이 통째로 뜨거운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가 쭉쭉 빨리고 이로 잘근잘근 씹히는 것은 물론 거칠거칠한 손가락에 마구 비벼지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몸에 자극이 너무 강했다.
“후우, 훅…”
정신없이 가슴을 빨고 도톰한 유두를 손가락 사이에 쥐고 굴리던 양희찬이 잠시 고개를 들었다가, 주인의 가슴 아랫부분을 받쳐 가운데로 모았다. 그리고 두꺼운 혀를 빼문 양희찬이 고개를 도리질하듯 움직이며, 가운데로 모인 주인의 큼직하게 부푼 젖꼭지를 혀로 거의 동시에 자극하기 시작했다.
주인은 거의 폭력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쾌감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제는, 온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뇌가, 파도처럼 밀려드는 쾌감과 함께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좆이 터질 것 같고, 아직 손끝 하나 대지 않은 구멍이 벌렁거리는 기분이었다.
“흐아… 그만… 그… 그마안…… 하읏…!”
주인의 손이 열심히 고개를 움직이며 도톰한 감촉을 즐기던 양희찬의 이마에 닿았다. 조금 전까지는 앙큼하게도 제 손으로 가슴에 머리를 박아 놓고 자신을 밀어내려고 하는 것에, 양희찬은 기분이 상했다. 주인의 가슴을 쭉쭉, 강한 힘으로 빨아 당기면서 양희찬이 눈을 치켜 떠 마구 도리질을 치는 중인 주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위로 치켜 뜬 양희찬의 눈이 번들거렸다.
항상 보여 주던 도도한 표정이 아니라, 자신이 주는 쾌락에 취해 눈물이며 침으로 범벅된 얼굴은 만족스러웠으나 입 안에 굴려지는 젖꼭지는 이렇게 단단하게 세우고 있으면서 자신의 머리를 밀어내려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현주인은 늘 그랬다. 여지를 줘 놓고는,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 밀어낸다. 정말로,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벌을 줘야 할 차례였다. 양희찬은 주인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떼어 냈다.
“흐아아아앙…!”
양희찬이 이를 세워 으득, 동그란 젖꼭지를 짓씹는 것과 동시에 반대쪽 젖꼭지를 세게 비틀며 잡아 당겼다. 뒤로 고개를 젖힌 주인의 뒤통수가, 조수석 등받이에 비벼지며 단정했던 머리가 엉망으로 흐트러졌다. 좆에서부터 머리끝까지 강렬한 쾌감이 전류처럼 주인의 몸을 관통했다. 주인의 초점이 없이 흐릿하게 풀린 눈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흘러 눈꼬리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고통에 가까운 쾌감에, 주인의 이마며 목덜미에 축축하게 식은땀이 배어들었다.
“아흣…!”
양희찬이 마지막으로 입 안에서 부피감 있게 굴려지는 젖꼭지를 한 번 잘근 씹으며 입을 떼 냈다. 완전히 조수석에 늘어져 있던 주인의 몸이 양희찬의 입에서 축축하게 젖은 빨간 젖꼭지가 뱉어진 순간, 한 차례 경련했다. 양희찬의 손과 입이 떨어져 나간 주인의 가슴 위로는, 이제는 붉다 못해 진한 핏빛으로 잇자국이며 꼬집힌 흔적 등이 남은 젖꼭지가 빠르게 들썩이는 가슴과 함께 오르내리고 있었다.
“후우…”
양희찬은 거의 정신을 놓은 것 같은 현주인을 헐떡이며 내려다봤다. 효과가 좋은 약이라고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엉망으로 흐트러지다니 정말 야해 빠졌다. 양희찬의 시선이 주인의 하반신으로 향했다. 그래, 이제 집 앞까지 왔으니 이곳에서 한 번 빼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주인의 허리와 등받이 사이로 손을 집어넣은 양희찬이 그대로 손을 쭉 미끄러뜨려 주인의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을 움켜쥐자, 손안 가득 주인의 엉덩이 살이 잡혔다. 양희찬의 손이 다급하게 주인의 바지 안으로 들어갔다.
“허억, 헉…”
엉덩이를 마구 주무르던 양희찬이 아예 조수석으로 몸을 움직였다. 팔이 긴 편이라, 조금 전까지 주인의 몸을 더듬는 것에 큰 무리는 없었으나 본격적으로 만지려고 보니 계속 운전석 너머로 팔을 뻗는 자세가 불편했다. 양희찬은 작은 차는 폼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해 SUV를 몰고 다녔으나 190 되는 남자 두 명이 부대끼자 조수석이 가득 찼다.
양희찬은 주인의 허벅지 위로 아예 올라타, 다른 쪽의 손도 주인의 바지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자연스레 양희찬이 주인의 위에 올라탄 채로 주인을 끌어안는 모양새가 되었다. 여름이 가까워 얇아진 티 너머로, 주인의 큼직한 가슴과 부풀어 오른 젖꼭지가 뭉개지자 양희찬은 더 흥분했다. 양손으로 말랑한 엉덩이를 가득 움켜 쥔 양희찬이, 본격적으로 주인의 목이며 귀를 씹기 시작했다.
“흐으… 으응, 무거워… 흐… 이렇게… 안 무거웠…… 아흣…!”
주인은 몸통과 가슴을 압박하듯 내리누르는 무게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비엔나는 이렇게 무겁지 않았던 것 같은데 허벅지에 느껴지는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그 와중에도 가슴과 젖꼭지가 눌리며 압박당하는 감각에 더해 귀며 목덜미가 자꾸만 씹히고 핥아지는 것에 주인은 끙끙댔다.
덜컹. 양희찬은 정신없이 주인의 목을 씹고 맞닿은 가슴을 비비며 막 엉덩이 골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으려던 중 덜컹 흔들리는 차체에 고개를 들었다.
“허억, 헉. 뭐야.”
양희찬이 인상을 왈칵 찌푸린 채로 창문이며 앞유리를 살폈다. 양희찬은 버튼을 눌러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보기까지 했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누군가 장난을 치기라도 했던 모양이었다.
“쯧…”
한참 몰입하던 중 흥이 깨진 양희찬이 혀를 찼다. 그리고 누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히 놀란 양희찬은, 서둘러 옷을 추슬렀다. 어차피 현주인은 이미 완전히 손아귀에 들어왔으니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었다.
“하으… 으응, 흐으…”
그새를 못 참고 가슴을 자신에게 비비는 주인에 양희찬이 주인을 내려다봤다. 몽롱하게 풀린 얼굴이 조르듯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 씨발, 집 들어가서 만져 줄 테니까 조금만 참아. 완전 발정 났네, 현주인. 허억… 후…… 이렇게 야한데 어떻게 참았어. 응?”
양희찬이 주인을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주인의 위에서 내려와 조수석 문을 열고 내렸다. 양희찬이 힘없이 늘어진 주인의 몸을 조수석에서 끌어 내렸다. 양희찬은 주인의 몸을 끌어 내리며 주변을 마구 둘러봤다. 혹시나 이웃과 마주치기라도 할까 봐서였다.
주인은 힘없이 자신의 허리를 감은 양희찬의 위로 늘어지다시피 기댔다. 주인이 영 허리며 다리를 가누지 못하자 양희찬이 주인을 거의 들쳐 메듯이 업었다. 주인은 그저 양희찬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 전에 한 번 쌌는데도 여전히 몸이 너무 뜨거웠다. 오히려 조금 전 사정의 쾌감이 뜨거움을 해소해 주기는커녕 완전히 뇌를 망가뜨려 놓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온몸을 기어 다니는 따끔거리고, 간질거리는 감각이 이제는 불쾌할 정도였다. 욱신거리는 젖꼭지와 축축하게 젖은 좆에서 느껴지는 것은 분명 쾌감이었지만, 고통스러웠다.
주인의 입에서 앓는 듯 조르는 듯 신음이 나와 조용한 빌라 주차장에 울리자 양희찬이 손을 어깨 위로 뻗어 주인의 입가를 틀어막았다.
“조용히 해. 집에 들어가면 잔뜩 만져 줄 테니까…”
주인은 양희찬이 입을 틀어막든 말든, 양희찬의 등에 기대어 흔들릴 뿐이었다. 주인의 허리를 감은 양희찬이 거친 숨을 고르며 마지막으로 주위를 둘러본 뒤 자신의 집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등에 주인의 커다란 가슴이 눌려 양희찬의 흥분감을 고조시켰다.
빨리 집에 들어가서 가슴을 더 괴롭히고 다리를 한계까지 벌려 자신의 좆을 박아 넣고 싶었다. 가슴만으로도 이 정도 반응인데, 좆이며 구멍을 만져 주면 얼마나 앙앙대며 자지러질지 기대감이 차올랐다. 오늘을 위해 여러 날 준비한 만큼 이대로 끝낼 생각은 절대로 없었다. 자신의 팔에 감긴 잘록하고 군살 없는 허리며 팔에 닿는 밑 가슴의 감촉에 양희찬은 좆이 터질 것 같았다. 자신은, 오늘 현주인을 안을 것이다.
“흐아… 윽.”
어두운 현관에 들어서기 무섭게 양희찬은 현관 불을 켜며 주인을 바닥에 거칠게 눕혔다. 주인이 차가운 바닥에 찧은 등이 아픈 듯 끙끙댔지만 지금 양희찬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양희찬은 빠르게 주인의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잡고 끌어 내렸다.
바지를 내리기 무섭게 질척질척 엉망으로 젖은 주인의 좆이 퉁 튀어나오고 정액이 속옷 안에서 고여 함께 젖은 불그스름한 빛을 띠는 회음부와 구멍도 바지가 내려감에 따라 두꺼운 허벅지 사이로 들여다보였다. 양희찬이 주인의 발목에서 걸리적거리는 바지와 속옷을 빼내며 다른 손으로는 주인의 발목을 잡아 허벅지를 벌렸다. 주인의 좆과 불알, 회음부와 구멍이 양희찬의 잡아먹을 듯 뜨거운 시선 아래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조금 전 불을 켜 밝아진 현관이 주인의 몸을 훑어보는 것을 도왔다. 어두운 차 안에서 보던 것보다, 밝은 불빛 아래 보는 현주인의 몸이 배는 더 야한 것 같았다.
“흐으응… 응…!”
바지 안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좆과 구멍에 찬 공기가 느껴지자, 주인이 신음을 내뱉으며 본능적으로 양다리를 오므려 허벅지를 붙이려고 시도했다. 그새 바지를 벗겨서 저 멀리 던져 버린 양희찬은, 다른 손으로 주인의 반대쪽 발목도 잡아 주인의 허벅지를 완전히 벌려 버렸다.
“아흐… 흐으…”
주인의 좆은 아까 전 차에서 한 번 쌌음에도 그새 발딱 일어서 흔들리고 있었다. 양희찬이 진득한 시선으로 주인의 다리 사이를 훑어 내렸다. 아, 드디어 현주인의 무방비하게 드러난 구멍을 확인한 양희찬의 얼굴에 진한 만족이 어렸다. 양희찬이 질척하게 젖은 주인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그날 술집에서 만져 보기는 했으나, 제대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드디어 현주인의 비싼 구멍을 관찰하게 됐다는 기대감으로 양희찬의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양희찬이 떨리는 손을 뻗어 구멍 입구를 손가락 끝으로 더듬었다. 구멍을 만지작거리지 않는 다른 손으로는 주인의 엉덩이 살을 쥐어 구멍이 더 잘 보이도록 벌렸다.
꾹 다물려 있는 구멍이 드러나자 양희찬은 이제 구멍 입구를 더듬는 것도 모자라 엉덩이를 쥐고 있던 다른 손까지 끌어와 작은 구멍 주변의 살을 당겼다. 오밀조밀 구멍의 입구 주변을 감싸고 있던 주름이 조금 더 팽팽하게 벌어졌다.
양희찬은 조금 더 팽팽하게 당겨진 오밀조밀한 주름 위를 손가락 끝으로 꾸욱 눌러 보기도 하고 그 위를 문대며 주름을 펴 보기도 했다. 촘촘한 주름들이 손가락 아래에서 이리저리 눌리며 모양을 바꿨다. 주름을 만지작대던 양희찬이 이번에는 주변의 연한 피부를 조금 더 당겨 구멍을 벌렸다.
벌어진 구멍의 입구 사이로 진한 붉은빛을 띠는 점막이 조금 들여다보였다. 점막을 본 양희찬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저 연하고 말캉한 표면이 자신의 좆을 감싸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양희찬은 구멍 안쪽까지 샅샅이 보려는 듯 구멍 주변의 피부를 더 잡아당기며 얼굴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으나 주름이 조금 더 팽팽하게 변했을 뿐 작은 구멍 안쪽을 들여다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응!”
붉은빛을 띠는 작은 구멍을 홀린 듯 관찰하던 양희찬이, 곧 자신의 좆을 받아먹을 구멍이 사랑스럽다는 듯 혀로 구멍 위를 한 차례 길게 핥아 올렸다. 갑자기 구멍 위를 뜨끈한 혀가 핥아 올리는 감각에 주인이 높은 신음을 흘렸다.
자신의 침이 묻은 구멍을 입맛을 다시며 보던 양희찬이, 구멍 안으로 손가락 하나를 바로 푹 쑤셔 박았다.
“흑, 아으…!”
갑자기 구멍 안으로 거칠게 박혀 든 손가락에 주인이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고통도 잠시, 거칠거칠한 손가락이 구멍 입구 부근의 내벽을 문지르기 시작하자 점차 쾌락이 번지기 시작했다. 불그스름한 구멍 주변의 주름을 벌리고 생김새가 거친 굵은 손가락이 들락날락하는 광경은 퍽 야했다.
‘씨발… 그날 술집에서 내 좆을 이렇게 넣었어야 하는 건데.’
양희찬은 자신의 손가락을 받아먹는 불그스름한 구멍을 빤히 보며 생각했다.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이렇게 잘 받아먹는 것을 보면, 좆도 잘 삼킬 것이 분명한데 이걸 이제야 맛보다니!
자기도 모르게 그날의 일을 떠올린 양희찬의 손가락이 점차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굵고, 모양이 투박한 손가락이 빠른 속도로 구멍 안을 사라졌다가 나오는 것을 반복했다. 구멍 주변에 남은 양희찬의 침이 손가락에 묻어, 빠르게 왕복하는 젖은 손가락에서 작게 찔꺽이는 소리가 울렸다.
“아응, 응! 하으으…!”
연하고 예민한 구멍이 양희찬에게 거칠게 쑤셔지자 주인이 울먹이며 신음을 뱉었다. 손가락에 거칠게 마찰된 연한 구멍 주변의 주름이 조금 더 진한 붉은빛으로 물들었다. 더 진한 색으로 먹음직하게 변한 구멍을 보며 양희찬이 입맛을 다셨다. 주인의 신음을 들은 양희찬의 호흡이 거칠어지고, 구멍을 찔러 대는 손가락의 움직임도 점차 빨라졌다.
처음에는 손가락 한 마디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 양희찬이 주변의 침을 발라 빙글빙글 돌리며 구멍을 풀자 점차 더 깊게 손가락을 삼켰다. 양희찬은 이제 손가락 하나를 거의 뿌리까지 받아먹는 구멍을 보며 손가락을 하나 더 거칠게 밀어 넣었다.
“후우… 여기로, 빨리 내 걸 받아먹고 싶지?”
“아흐… 어떻게든… 흐아…”
양희찬의 뜨겁고 축축한 숨이 내려앉자, 불그스름한 구멍 주변의 주름이 움찔 떨렸다. 양희찬은 이제 손가락 두 개를 가위질 하듯 움직이며 뻐끔대는 구멍을 관찰하듯 집요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젖꼭지보다도 훨씬 예민한 구멍에 뜨겁고 축축한 숨이 훅훅 끼치자 주인의 좆 대가리에서 울컥울컥 정액이 새어 나왔다. 구멍 안을 휘저어지면서, 다리 사이에 끼치는 뜨거운 숨과 약 기운에 취한 주인의 고개가 까딱 움직였다가 힘없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괴로워.’
주인은 어째서 이렇게까지 몸이 뜨거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술을 마셔서인가? 하지만 전에는 술을 마셔도 이런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온몸이 뜨겁고, 머리를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여전히 머릿속이 열기로 진탕되어, 제대로 생각을 이어 가는 것이 힘들었다.
“흐윽…!”
그리고 순식간에 구멍 안을 거칠게 긁어내리는 손가락에 주인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동시에, 아까 전의 사정으로 잔뜩 예민해진 좆이 거친 손아귀에 거의 쥐어 짜이는 듯한 강도로 잡혔다. 손가락은 매우 딱딱했으며 거칠거칠했다. 주인의 목덜미며, 뜯어진 셔츠 사이로 완전히 내어져 있는 가슴에서 주르륵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아으… 비엔, 나아… 조금, 조금만 천천, 아흑…!”
여린 살을 마구 쑤시며, 빙글빙글 구멍의 입구를 뭉개는 거친 손길에 주인이 애원했다. 어느새 주인의 구멍은 양희찬의 굵은 손가락을 세 개나 물고 있었다. 구멍 안의 연한 점막이 손톱에 긁히는 것이 아팠다. 좆기둥을 마구 센 힘으로 주물러 대는 손길도 거칠기 그지없었다. 쾌감이 거의 고통과도 같이 느껴지는 지금, 갑작스레 강제로 벌려진 구멍이며 마구 주물러지는 예민한 좆 때문에 숨이 턱 막혔다.
붉어진 얼굴로, 헐떡이며 발갛게 부푼 좆을 주무르고 손가락 세 개를 넣은 구멍을 찌걱이며 쑤시던 양희찬의 손길이 멈칫했다.
“씨발… 현주인, 지금 네 좆 만져 주고 구멍 쑤셔 주는 게 누군데 또 그 비엔나인지 소시지인지를 찾아.”
구멍을 쑤시는 양희찬의 손길이 거칠어졌다. 마디가 굵고 거친 손가락이 한 번에 손가락의 뿌리 부분까지 푹 작은 구멍 안으로 쑤셔 박혔다. 주인의 좆을 거칠게 주물대던 양희찬의 다른 손이, 주인의 회음부와 엉덩이 부근을 찰싹 내려쳤다.
“아읏! 흐으윽… 흐엉…!”
이번에는, 정말로 아팠다. 회음부와 불알이 화끈거리고 갑자기 거칠게 쑤셔진 내벽은 긁힌 것처럼 아팠다. 여전히 좆과 젖꼭지는 욱신거렸으나, 따끔거리고 쓰라린 연한 구멍과 회음부 주변의 살과 긁힌 듯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지는 내벽의 통증이 더 컸다.
“흐엉… 비엔나, 아파… 아프다고…”
주인의 눈꼬리를 타고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문어였을 때, 더 커다랗고 빨판으로 덮인 다리를 쑤실 때도 이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서러운 마음과 고통에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주인이 눈을 깜박여 눈물을 털어 내고 힘들게 양희찬 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네 구멍을 쑤셔 주는 게, 허억… 누군지, 제대로 보라고.”
양희찬은, 술과 약에 취한 주인을 집까지 데리고 올 때에는 비엔나를 찾는 주인의 말에 비엔나인 척 대답해 놓고는, 주인이 몽롱한 정신으로 비엔나를 찾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현주인은 자신이 누구에게 박히는지 똑똑히 알 필요가 있었다. 양희찬은 그대로 손을 들어 올려, 벌을 주기 위해 주인의 통통한 엉덩이를 내리쳤다.
“하읏!”
찰싹. 살이 마찰하는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엉덩이에 화끈거리는 통증을 느낀 주인의 눈에 초점이 아주 조금 돌아왔다. 주인의 흰 엉덩이 위로 붉은 자국이 남았다. 다 뜯어진 셔츠 한 장만 걸친 주인의 몸은 얼룩덜룩한 가슴이며 핏빛으로 자국이 남은 젖꼭지, 방금 맞아 부어오르기 시작한 엉덩이까지 본래의 흰 피부가 남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주인은 아직도 뿌연 시야 때문에 눈가를 찌푸렸다. 여전히 온몸에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저릿저릿했지만, 허벅지며 예민한 피부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조금이나마 주인이 제정신을 차릴 수 있게 했다.
“양… 희찬…?”
주인의 몽롱한 눈에 점차 초점이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초점이 돌아온 주인의 눈과 짜증스레 내려다보는 양희찬의 눈이 마주쳤다. 양희찬과 마주한 주인이, 빠르게 눈을 깜박였다.
“하, 그래. 후우… 현주인, 누가 네 구멍을 쑤시는지, 허억, 제대로 보라고.”
“시… 싫어…!”
자신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은 것이 양희찬이라는 것을 확인한 주인이, 온 힘을 다해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주인의 눈에 아까까지 흘리던 생리적 눈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커다란 눈물방울이 맺혔다. 술과 약에 취해 유독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이나마, 열심히 버둥거린 주인의 마구 휘저어진 팔에 양희찬의 머리가 퍽 소리를 내며 맞았다.
“아윽…!”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주인의 팔에 얻어맞은 양희찬이 얼굴을 감싸 쥐고 아파하는 동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을 마친 주인이 계속 몸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위에 묵직하게 올라타 있는 양희찬 때문에 쉽지가 않았다. 게다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물론 여전히 몸이 뜨겁고 화끈거렸다. 시야도 아직 어질어질했다.
“비… 비엔나. 비엔나 어딨어?”
주인은 울먹이며 다급하게 비엔나를 찾았다. 지금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자신을 데리고 온 것이 비엔나인 줄 알았는데 쾌감에 신음하며 조르고 스스로 온전히 몸을 내어 준 것이 사실은 양희찬이었다니. 갑자기, 조금 전까지 피부 위를 지나던 간질거리는 쾌감이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불쾌함으로 변했다. 주인의 쾌감으로 붉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들었다.
“이런 미친… 이게 자꾸 치네? 귀엽다고, 오냐오냐 해 줬더니 아주 상습적으로… 내가 너한테 좀 매달렸다고 내가 만만해 보여?”
머리를 문지르는 양희찬의 얼굴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심상치 않은 기색에 주인이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했다.
“크흑… 흑, 비엔나…”
주인이 다급하게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바르작거리며 몸을 일으키려고 노력하는 동안, 양희찬이 쿵- 주인의 몸을 다시 바닥에 내리눌렀다. 술기운과 약 기운에 취한 주인은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손쉽게 양희찬의 묵직한 몸에 내리눌렸다.
양희찬은 자신의 머리를 후려친 데다, 끝없이 입으로 비엔나를 찾아 대는 주인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태였다. 조금 귀여워 해 주자마자 이 꼴이라니. 현주인은 역시, 오냐오냐 해 주면 안 됐다. 주인을 내려다보는 양희찬의 눈이 번들거렸다.
‘씨발, 현주인… 가만 안 둬. 내가, 그렇게 잘해 줬는데 이딴 식으로 굴어? 가만…’
엉엉 우는 주인을 찍어 누른 채 이대로 좆을 박아 버릴까 잠시 고민하던 양희찬은, 자신의 아래에서 붉어진 얼굴 위에 침과 눈물로 젖어 번들거리는 입술을 보며 생각을 바꿨다. 감히 자신에게 반항의 말을 뱉은 입을 벌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악, 흐윽…!”
양희찬은, 일단 들어 올리고 있던 주인의 발목을 바닥으로 대충 던졌다. 주인의 다리가 바닥으로 힘없이 팽개쳐졌다. 양희찬은 자신의 좆을 주무르며 아예 주인의 배 위로 올라탔다. 묵직한 무게에 배를 눌린 주인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냈다.
“하아, 후… 현주인. 그 새끼는 안 와. 애초에 이렇게 세우고 있으면서 그 새끼를 찾는 것도 어이가 없다, 씨발.”
“흐앗… 아윽…!”
핏빛으로 잇자국이 남아 퉁퉁 부어오른 젖꼭지를 양희찬이 좆으로 탁탁 두드렸다. 젖은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주인의 신음과 함께 울려 퍼졌다. 주인은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수치심으로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자신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을 보면 뭔가 양가 놈이 비열한 수를 쓴 것이 틀림없었다.
주인의 아파 보일 정도로 퉁퉁 부은 젖꼭지를 두드리던 양희찬이, 엉덩이를 더 움직여 이제는 아예 주인의 두툼한 가슴을 깔고 앉았다. 주인의 두툼한 가슴과, 핏빛으로 부은 젖꼭지가 양희찬의 엉덩이 아래에서 뭉개졌다. 양희찬이 완전이 주인의 가슴 위로 위치를 옮긴 탓에, 아무리 길이가 짧은 양희찬의 좆이라도 이제는 주인의 턱 부근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흐윽… 저리, 안… 흐… 치워?”
턱에 닿는 축축하고 뜨거운 갈색의 좆 대가리에 주인이 진저리를 치며 고개를 옆으로 있는 힘껏 틀었다. 양희찬은, 자신의 아래에 완전히 깔려 있는 주제에 고개를 트는 주인을 보며 픽 웃었다.
“어디, 똑똑히 봐. 이 좆으로 네 구멍을 쑤셔서 앙앙 울게 만들어 줄 거니까.”
양희찬은 엉덩이를 조금 더 앞으로 빼 주인의 입가에 자신의 좆을 가져다 댔다.
“우읍…! 읍, 싫… 읍!”
주인이 입술을 꾹 다문 채로 고개를 최대한 틀며 반항했지만 이제는 거의 목 부근까지 양가 놈의 묵직한 엉덩이에 눌린 터라 더 이상 고개를 트는 것도 불가능했다.
“읍…!”
“하아, 씨발… 현주인… 후우, 헉.”
아까 주인이 잔뜩 흘린 침으로 푹 젖은 주인의 말캉한 아랫입술에 자신의 좆 대가리를 가져다 댄 양희찬이,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조금 전까지는 머리끝까지 치솟아 있던 화가, 무력하고 야한 표정으로 자신의 좆을 입에 대고 눈물을 흘리는 주인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많이 사그라들었다. 게다가 주인의 입술은 따뜻하고 말캉거려 감촉이 좋았다.
“부읍…! 웁…!”
주인은, 양희찬이 좆을 쥐고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의 갈라진 틈새를 문대는 것에 어떻게든 피해 보려고 고개를 마구 저었지만 오히려 양희찬의 갈색 좆 대가리에 입술을 직접 문대는 꼴이 되었을 뿐이었다. 주인의 얼굴이 울음을 참는 모양새로 일그러졌다. 그 와중에 주인은 입술을 벌리면 양희찬의 정액을 먹게 될까 봐 입을 벌리지도 못하고 목구멍에 뜨겁게 걸리는 울음을 속으로 삼켜야 했다.
“하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엉덩이를 들썩이며 주인의 입술의 갈라진 틈에 좆 대가리를 문대던 양희찬은 손을 들어 주인의 턱과, 보드라운 입술을 더듬기 시작했다. 이 보드라운 입술에, 자신의 것을 물리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지 상상만 해도 쌀 것 같았다.
“허억… 후… 존나 부드럽네…”
양희찬은 주인의 입술 틈으로 억지로 손가락을 하나 쑤셔 넣었다. 입술 안쪽의 보드라운 살이 만져지고 고른 치열이 만져지자 양희찬은 손가락을 더 깊숙이 밀어 넣었다. 양희찬이 손가락을 쑤셔 넣어 강제로 벌어진 통통한 입술 옆으로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헐떡이며 손가락으로 뜨끈하고 말캉거리는 입 안을 휘젓던 양희찬은 문득 자신을 노려보는 주인의 눈과 마주쳤다. 왠지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서늘한 감각에 양희찬이 재빨리 주인의 입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
딱. 이가 센 힘으로 부딪히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씨… 씨발… 이거 완전 미친 새끼 아니야? 하,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손가락을 조금만 늦게 빼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 만약 정말로 자신의 좆을 물리기라도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지를 떠올린 양희찬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의 입술에 묻은 양희찬의 정액을 혀로 훔쳐 낸 주인이, 고개를 돌려 옆으로 퉤- 하고 침을 뱉었다.
“내가, 그냥 가만히 당할… 하악…!”
침을 뱉는 주인을 내려다보며 이를 갈던 양희찬이 주인의 몸에서 내려갔다. 주인은 눈동자를 굴려 양희찬의 모습을 좇았다. 여전히 몸에는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바닥에 힘없이 늘어진 주인의 손가락이 분한 듯 움찔 떨렸다.
그리고 자신의 양쪽 발목을 잡고 들어 올리는 양희찬에, 주인이 버둥거렸다. 하지만 조금 전 방심하고 있다가 주인의 무릎에 얻어맞았던 양희찬은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데, 흡사 갈고리처럼 자신의 발목을 세게 옭아맨 양희찬에 주인은 제대로 버둥거려 보지도 못했다.
“하, 씨발… 그래, 엉엉 울면서 넣어 달라고 비는 걸 보고 만다. 후우…”
“하으… 이번엔 또 뭐… 윽!”
그리고 발목을 잡고 있던 손을 옮겨 이미 한껏 벌어진 주인의 흰 허벅지를 세게 누른 양희찬이 그대로 주인의 허벅지에 얼굴을 가져다댔다. 양희찬의 뜨겁고 두툼한 입술이 자국 하나 없는 허벅지 안쪽을 더듬으며 점점 더 가랑이 안쪽으로 타고 올라갔다. 주인이, 허벅지 안쪽의 살이 축축하고 뜨거운 입술에 더듬어지는 끔찍한 감각에 허벅지를 떨었다.
“아악! 아으… 흑…”
그리고 거의 엉덩이가 시작하는 부분까지 더듬고 올라와 잠시 입술을 대고 있던 양희찬이, 입을 크게 벌리더니 하얀 허벅지 살을 한 움큼 베어 물며 이를 세웠다. 연한 살이 세게 씹히는 통증으로 주인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다시 그 위를 혀로 후벼 파듯 핥아 올리는 양희찬에 주인의 뺨을 타고 고여 있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악! 흐읍… 흑…”
양희찬은 주인의 반대쪽 허벅지에도 똑같은 짓을 했다. 주인의 흰 허벅지 가장 안쪽에 검붉은 색의 잇자국이 양 허벅지에 하나씩 남았다. 검붉게 떠오른 잇자국 위가, 침으로 반들반들 빛났다. 주인은 세게 씹힌 연한 살이 아파 계속 훌쩍였다.
이제는 반항도 없이 그대로 늘어져 얼룩진 가슴만 들썩이며 눈물만 주륵주륵 흘리는 것을 꼴좋다는 듯 보던 양희찬이 주인의 양쪽 허벅지를 쥐고 체중을 실어 꾸욱 눌렀다. 자연스럽게 주인의 허벅지가 근육이 당길 정도로 한껏 벌어지며 주인의 엉덩이가 살짝 들렸다.
“으… 흣, 싫어…! 안 돼, 야!”
“허억, 후우…”
주인이 헐떡이며 거부 의사를 표했으나, 양희찬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살짝 들린 커다랗고 둥근 엉덩이를 내려다보던 양희찬이 양손을 움직여 주인의 살이 많은 엉덩이를 한쪽씩 잡고 양쪽으로 벌렸다. 통통한 엉덩이가 한껏 벌어지며 붉은빛을 띠고 뻐끔거리는 작은 구멍이 양희찬의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흐익, 흐아…”
구멍 위로 양희찬의 뜨겁고 축축한 숨결이 내려앉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주인이 불쾌함과 쾌감을 동시에 느끼며 흐느꼈다. 양희찬의 숨결이 기분 나쁜데, 온몸이 간질거리고 예민한 감각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하물며 본래도 예민했던 다리 사이의 작은 구멍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아윽! 아아…!”
그리고 양희찬의 뜨겁고 두툼한 혀가 붉은빛을 띠는 회음부부터 구멍까지를 길게 핥아 올린 순간 주인은 정말로 자지러졌다. 주인의 배 위로 터질 듯 부풀어 흔들리던 좆이 울컥울컥 정액을 잔뜩 내뱉었다. 조금 전의 따끔한 통증과 더 대비되어서 그런 것인지, 양희찬의 뜨겁고 두툼한 혀가 구멍과 회음부를 부드럽게 핥아 올린 순간 뇌까지 같이 핥아져 녹아내린 것 같았다.
“하악… 흐… 하으…”
온 신경과 감각이 다리 사이의 작은 구멍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양희찬이 주인의 다리 사이를 몇 차례 진득하게 핥아 올렸을 때, 주인은 거의 흐느끼며 늘어져 있었다. 눈물로 범벅된 채 호흡을 고르려고 노력하는 주인의 얼굴은 온통 붉었다. 이 상황이 너무나 억울하고 수치스러웠다. 주인이 흐물흐물해진 채로 씩씩대는 사이, 양희찬이 조금 전까지 주인의 다리 사이를 몇 차례나 진득하게 핥아 올린 혀를 다시 빼물었다.
“하악…!”
그리고 그대로 양희찬의 두꺼운 혀가 주인의 구멍 안으로 박혀 들었다. 예민한 구멍 안으로 파고드는 두툼하고 뜨거운 살덩이에, 주인이 허리가 부르르 경련했다. 주인의 손이 쥘 것 없는 바닥 위를 긁었다. 구멍 안으로 들어온 양희찬의 혀가 빙글 돌아가며 내벽을 휘저었다. 몇 차례 내벽을 혀로 쑤시던 양희찬은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지 젖어 든 구멍 입구로 손가락을 하나 더 집어넣었다. 구멍 주변을 핥고, 안쪽의 얕은 곳까지를 두툼한 혀가 쑤시고,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간 손가락이 내벽을 더듬어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꾸욱 눌렀다.
뜨겁고 말캉한 혀와 단단한 손가락이 동시에 예민한 내벽을 거침없이 쑤시고, 헤집어 놓으며 전립선까지 꾹꾹 누르는 감각에 주인은 말 그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최대한 깊은 곳까지 쑤셔 박혀졌던 두꺼운 혀가 빠져나갔다 다시 깊은 곳까지 박혀드는 것을 반복했다. 그리고 양희찬의 혀가 왕복 운동을 하듯 붉은빛을 띠는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주인의 고개가 도리질 치듯 움직이고, 이마에서 식은땀이 뚝뚝 흘러내렸다.
“아으… 흐…”
주인의 입에서 신음조차 되지 못한 헐떡임이 새어 나왔다. 양희찬의 눈이 신음도 내뱉지 못하고 반쯤 뒤집힌 주인의 눈을 올려다보고는 혀로 내벽을 헤집는 것과 동시에 이로 구멍 주변의 연한 살을 잘근거리기 시작했다.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한 작은 구멍 안으로 양희찬의 혀가 얼핏 보였다 사라질 때마다 주인의 허리가 경련했다.
“으흐… 흑…”
“후우…”
그리고 구멍 주변의 주름이 침으로 불어 터질 정도로 적셔지고 나서야 양희찬이 주인의 구멍에서 혀와 손가락을 뽑아냈다. 주르륵, 두툼한 혀와 뻐끔대는 붉은 구멍 사이로 굵은 침이 늘어졌다. 그렇게나 잔뜩 적셔 놓았는데도 계속 개폐를 반복하는 구멍에서 양희찬의 혀가 뽑혀 나올 때 마개를 따뜻 뽁- 하는 젖은 소리가 울렸다. 혀를 씹어 먹을 듯 조여 대는 구멍을 진득하게 빨면서, 양희찬도 더 흥분한 상태였다.
“허윽, 헉, 씨발…”
거의 흐물흐물 풀어진 구멍에 양희찬이 다급하게 자신의 좆 대가리를 가져다 맞췄다. 녹진하게 풀려 뻐끔대는 구멍은 주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입구에 맞춰진 양희찬의 좆 대가리를 빨아들이려는 듯 오물오물 움직였다.
“시… 싫어, 비엔나! 비엔나…!”
양희찬의 귀두가 구멍의 입구를 쿡쿡 찌르는 감각에 주인이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질렀다. 주인이 눈물 젖은 뺨으로 고개를 마구 저었다.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것은 물론 미약한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양희찬의 좆이 구멍 안으로 들어오기 직전이었다.
‘비엔나, 구해 줘…!’
자신이 벗어날 수 없는 이 상황에서, 비엔나의 얼굴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비엔나를 떠올리는 주인의 눈에서 주륵 또다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쿵. 양희찬의 좆 대가리가 막 구멍 입구를 벌린 순간, 양희찬 등 뒤의 현관문에서 묵직한 소리가 울렸다.
쿵- 쿵- 쿵!
양희찬은 짜증이 났다. 드디어, 현주인의 안에 자신의 좆을 넣는 역사적인 순간인데 어떤 새끼가 문을 두드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양희찬이 막 엉덩이를 움직이려고 하기 무섭게, 이번에는 연속적으로 두꺼운 문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
그리고 문을 넘어설 정도로 크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양희찬은 기겁했다. 저 목소리는 비엔인지 뭔지 하는 그놈이 틀림없었다. 자신이 술집에서 현주인을 데리고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따라왔다고? 괜히 마음이 급해진 양희찬이 어떻게든 빨리 자신의 좆을 넣으려고 주인의 허벅지를 더 세게 쥐었다.
“흐으… 비엔나…!”
거의 힘없이 늘어져 있던 주인이 비엔나를 부르며 남은 힘을 전부 짜내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는 제대로 힘도 못 쓰더니, 어디서 이런 힘이 나왔는지 제법 센 힘으로 버둥거리는 주인 때문에 구멍 입구에 맞춰져 있던 양희찬의 좆이 어긋났다.
“야, 현주인! 가만히 안 있…”
빠드득- 그리고 이번에는 뭔가 뒤틀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양희찬은 주인을 제압하려고 찍어 누르던 것도 멈추고 끼기긱-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느린 동작으로 고개를 돌렸다. 양희찬의 집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문이 열린 자리에는, 통째로 뜯어낸 도어락을 손에 쥔 비엔나가 서 있었다.
“히익… 사… 사람이 아니…”
누가 봐도 맨손으로 도어락을 뜯어낸 것이 분명한 모습에, 양희찬이 기겁하며 주인의 다리를 놓쳤다. 양희찬이 다리를 놔주자마자, 주인이 다급하게 몸을 굴려 양희찬의 아래에서 벗어났다.
“너, 그때 그놈이구나.”
비엔나의 깊게 가라앉은 새까만 눈이 벌어진 다리 사이를 가릴 생각도 못한 채 주저앉은 양희찬을 내려다봤다. 양희찬의, 번들거리는 좆은 수치심도 없는지 여전히 빳빳하게 일어서 까딱이고 있었다.
잠시 양희찬의 얼굴을 기억하겠다는 듯 내려다보던 비엔나가 다급하게 바닥에 늘어진 주인의 쪽으로 향했다.
“뭐, 뭐라는 거야. 너, 너 이거 무단 가택 침입이야, 알아!?”
양희찬이 커다란 목소리와는 달리, 엉덩이 걸음으로 마구 비엔나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물러나며 소리를 질렀다. 급하게 뒤로 물러나던 양희찬이 주변을 마구 손으로 더듬더니 손에 잡히는 구두주걱을 비엔나에게 던졌다. 막 주인을 안아 들려던 비엔나의 뒷통수로 양희찬이 던진 구두주걱이 꽤 큰 소리를 내며 맞고 떨어졌다. 비엔나가 잠시 멈칫했지만 상관하지 않고 마저 주인을 안아들었다.
“흐엉… 비엔… 비엔나…”
주인이 엉엉 울며 비엔나의 목에 팔을 감고 매달렸다. 자신은 밀어내기만 하던 주인이 비엔나의 목에 매달리는 것을 본 양희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양희찬은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에, 조금 전 비엔나가 맨손으로 문을 뜯어내고 들어온 것을 보고 겁먹어 물러났던 것도 잊고 마구 소리를 질러 댔다.
생각할수록 자신이 무서워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제 까짓게 힘 좀 세 봤자였다. 무단 침입에, 문까지 뜯어내 놨으니 양희찬은 저 새끼를 그냥 둘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자신이 현주인을 얻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현주인은 마땅히 자신의 것이 되어야 했다.
“너, 저 문도 그렇고 대체 뭐 하는 새끼야? 씨발, 역시 현주인한테 얹혀사는 기둥서방 같은 거지, 너. 어? 너, 내가 진짜 가만 안 둘 거야.”
그새 뜯어진 셔츠만 입고 있는 주인을 자신의 재킷을 벗어 어떻게든 감싸고 품에 꼭 안아 들고 일어선 비엔나가 그대로 양희찬의 앞으로 걸어갔다. 현관문을 등지고 선 비엔나의 긴 그림자가, 양희찬의 위로 드리웠다. 양희찬은 새카만 눈만 번뜩이는 비엔나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흠칫했다.
“주인, 어떻게 해 줬으면 좋겠어? 죽여 줄까? 아니면… 주인이 당한 것보다 더 심한 꼴로, 죽고 싶어질 정도로 아프게 만들어 줄까? 주인이 원하는 대로 해 줄게. 나는, 주인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흐윽…”
소리를 지르는 양희찬을 내려다보던 비엔나가 자신의 목에 매달린 주인의 머리에 뺨을 가져다 대며 낮은 목소리로 주인에게 물었다. 비엔나의 물음에 주인이 비엔나의 품 안으로 더 파고들었다. 자신보다 두꺼운 몸체의 주인이 목을 끌어안고 마구 품으로 파고드는데도 양희찬을 내려다보는 비엔나는 미동조차 없었다.
“씨… 씨발, 네가 뭔데!”
양희찬이 약이 잔뜩 오른 얼굴로 주인에게 손을 뻗었다. 양희찬의 손이 주인에게 닿기 전에, 비엔나가 주인의 몸을 한 팔로 받친 뒤 팔을 뻗어 양희찬의 머리를 눌러 주인을 건드리려는 것을 제지했다. 그리고 그대로 양희찬의 머리채를 잡아 쥐었다. 사람의 목에서 나오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거칠고 으르릉거리는 소리가 울리며 양희찬을 위협했다.
“히익, 아악…!”
짐승처럼 으르렁거리는 비엔나의 손에 머리채를 잡힌 양희찬의 상체가, 손힘에 의해 위쪽으로 당겨지더니 비엔나의 손짓에 따라 끌려왔다.
“아악, 악! 이거, 악…! 안 놔?”
양희찬은 생전 살면서 머리채를 잡혀 본 일이 없었다. 양희찬이 두피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어떻게든 최소화하기 위해 주저앉아 있던 자세를 바꿔 무릎으로 일어섰다. 그러자 비엔나가 손을 더 높이 들어 양희찬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에 가까이로 들어 올렸다. 양희찬은 이제는 머리카락이 전부 뽑혀 버릴 것 같은 통증에 비엔나의 손을 떼어 내려고 마구 발버둥 쳤다. 옷도 제대로 추스르지 않은 양희찬의 다리 사이로 아직도 발기해 있는 양희찬의 좆이 덜렁덜렁 흔들렸다. 비엔나는, 주인의 대답을 기다리며 발버둥치는 양희찬을 혐오스럽게 내려다볼 뿐이었다.
비엔나의 새까맣게 가라앉은 채 자신을 응시하는 눈을 본 양희찬의 버둥거림이 점차 줄어들었다. 갑자기, 눈앞의 남자가 아까 문을 맨손으로 뜯어내고 들어온 것이 생각났다. 분명히 자신보다 키와 덩치가 작은데도 도저히 눈앞의 남자의 손을 떼어 낼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면, 경찰이 오기 전에 죽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은가?
비엔나가 손에 머리채를 잡힌 채, 버둥대는 양희찬의 목 부근을 빤히 응시했다.
“허억, 주… 주인아! 이, 이놈 좀 말려 봐…! 야, 솔직히 내가 뭐 죽을죄를 진 건 아니잖아.”
직감적으로, 눈앞의 남자보다는 주인과 이야기가 통할 것이라 판단한 양희찬이 다급하게 비엔나의 품에 안겨 있는 주인을 불렀다.
“흐… 비엔나, 그냥 가자… 집에, 집에 가고 싶어.”
주인이 비엔나의 목에 얼굴을 파묻으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정말로? 이대로 가도 괜찮아?”
“응, 응. 지금은, 그냥 우리 집에 가고 싶어… 흐으… 비엔나, 나, 나 아파… 몸이 뜨거워. 집에 데려다줘.”
비엔나의 품에 안긴 주인이 더 작은 소리로 웅얼거렸다. 주인의 말을 들은 비엔나가 이를 갈면서도 양희찬의 머리채를 손에서 놨다. 비엔나로서는 양희찬의 목을 꺾어 놓고 싶었다. 비엔나는 아직도 주인이 양희찬의 냄새를 잔뜩 묻히고 울면서 돌아왔던 날을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도 주인에게서는 꼭 그때와 같은 냄새가 났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더 중요한 것은 주인이었다. 화가 나서 그 감정에 휩쓸리면 또 주인을 울게 만들지도 몰랐다. 비엔나는 입술을 꾹 깨물며 주인을 더 소중하게 끌어안고 걸음을 옮겼다. 양희찬을 죽여 버리고 싶지만, 주인을 위해서라면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이대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분했다. 비엔나는 품에 안은 주인의 몸을 한 손으로 받치고, 계속 흐느끼는 주인의 머리를 자신의 목덜미에 더 꾹 누르며 귀를 막았다. 주인이 아무런 의심 없이 비엔나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현관문을 향해 걸어 나가며, 온 힘을 다해 아직도 양희찬의 다리 사이에서 까딱이는 축축한 갈색 성기를 으깨듯 밟았다. 심지어 비엔나와 주인, 두 사람분의 무게였다.
뿌드득. 비엔나의 신발 아래에서 뭔가 터지며 바닥에 갈리는 듯한 소리가 나고, 비엔나의 신발이 내딛은 자리 주변의 장판이 움푹 팼다.
“…! 아… 아흐…!”
양희찬이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눈을 까뒤집으며 뒤로 넘어갔다. 뒤로 넘어간 양희찬의 입에서 뽀글뽀글 게거품이 올라왔다.
비엔나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주인을 더 꼭 안으며 현관을 나섰다. 온 힘을 다해서 밟았으니 적어도 다시는 세우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비엔나가 주인을 안고 사라지고 시간이 제법 흐른 뒤, 까뒤집어졌던 양희찬의 눈에 초점이 조금씩 돌아왔다.
“허억, 아윽… 끅…”
양희찬은, 정신을 차리고도 미칠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다리 사이 때문에 한참을 그 자리에서 허벅지를 움켜쥔 채 웅크리고 꺽꺽댔다. 환부는 고통이 너무 심해 차마 손을 댈 수조차 없었다. 꺽꺽대는 양희찬의 다리 사이로 핏물로 웅덩이가 고여 있었다.
이대로는 죽겠다는 위기감이 양희찬의 고통으로 가득 찬 머릿속을 스쳤다. 양희찬은 현관문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현관에서 문까지의 거리는 정말 얼마 되지 않음에도, 조금이라도 다리를 움직이면 몰려오는 고통 때문에 한참을 쉬었다가 움직이는 것을 반복해야 했다.
고통을 참느라 헐떡이며 기어가던 중 무의식중으로 욱신거리는 두피를 한 번 스친 양희찬의 손가락 사이로 우수수 머리카락이 떨어져 내렸다. 아까 전 비엔나에게 센 힘으로 쥐어졌던 머리 타래가 전부 뽑힌 모양이었다.
하지만 바닥으로 뭉텅 떨어지는 머리카락을 보는 양희찬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다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고통만이 양희찬의 모든 감각을 지배하고 있었다. 허벅지 사이로 핏물이 흘러내렸지만 양희찬은 느끼지 못했다.
‘벼… 병원, 병원에 가야 해.’
양희찬은 고통으로 껄떡껄떡 넘어가는 호흡을 애써 골라 가며, 현관을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참 뒤 살기 위한 집착의 힘인지 양희찬은 식은땀으로 범벅된 채, 자신의 차까지 기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아까 주인을 끌고 올 때와는 다르게 차라리 기어 오던 중 이웃이라도 만났으면 도움을 요청했을 텐데 놀랍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운전석에 올라타는 것에 성공했다. 시트에 닿은 환부가 아파 몸부림치던 양희찬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뻗어 간신히 문을 닫았다.
차키를 꽂기 위해 시도하는 양희찬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헛손질을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차키를 꽂은 순간 누군가 차의 창문을 똑똑 두드렸다. 양희찬이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창밖을 돌아봤다.
양희찬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만난 타인이 반가웠다. 양희찬이 헛손질을 몇 차례 반복하며 차 문을 열었다.
“선생님, 난폭 운전, 보복 운전으로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실례지만, 음주 측정에 협조해 주실 수 있을까요?”
문이 조금 열린 것을 본 경찰관이 수첩을 넘기며 물었다. 대답이 없는 것에 경찰관이 고개를 들었다. 문은 아까와 같이 아주 조금 열려 있었다.
“사… 살려…”
그리고 완전히 차문이 열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기절한 양희찬이 차에서 쿵 떨어졌다.
“으아아아악!”
경찰관 두 명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비엔나… 비엔나.”
주인은 어떻게든 비엔나의 품으로 파고들기 위해 몸을 웅크렸다. 아직도 머리가 울리고, 온몸이 뜨거웠다. 비엔나를 보고 안심하자 긴장이 풀린 것인지 자꾸만 온몸이 욱신거리고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주인, 조금만 기다려. 빨리 가자. 응?”
비엔나가 쓰기는 싫었으나 급한 대로 임현수에게 으르렁거려 받아 낸 겉옷과 자신의 재킷으로 감싼 주인을 품에 안은 채 달랬다. 주인은 어떻게든 비엔나의 품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비엔나는 아까 잔뜩 겁먹은 임현수를 끌고 양희찬의 집을 찾아온 뒤 지금은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임현수의 차를 차고 집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비엔나가 막 주인을 안아 들고 주차장으로 나왔을 때, 주인의 몰골을 본 임현수의 눈이 크게 떠졌지만 비엔나가 으르렁거리며 임현수를 독촉했다. 주인이 자신에게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빨리 주인을 집으로 데려가야 했다. 비엔나가 품 안의 주인을 더 꼭 끌어안았다.
항상 건강하고, 어리광도 부린 적 없던, 크게만 보였던 주인이 자신의 품에 자꾸만 파고드는 것을 보자 더 화가 났다.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양희찬을 찢어 죽여 버리고 싶었다. 주인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 더 급해서 그냥 나왔지만 갈 곳을 잃은 분노가 부글부글 속에서 끓었다. 꼭, 식물이었을 때 에너지를 억누르던 것과도 비슷한 감각이었다.
분노가 치미는 것과는 별개로, 더 이상 파고들 수도 없는 자신의 품을 파고는 주인에게서는 강한 안도감, 서러움, 반가움 등만이 느껴졌다. 결국 비엔나는 주인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반려의 감정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임현수가 흘긋 뒤를 돌아보았지만, 비엔나의 새카맣게 가라앉은 형형한 눈과 마주치자 후다닥 고개를 돌리고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집의 주차장에서 비엔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급하게 주인을 안고 차에서 내렸다. 빨리 주인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만이 비엔나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임현수는 주차장으로 도착한 순간 비엔나의 안중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비엔 씨!”
막 엘리베이터로 달려가는 비엔나를 임현수가 불렀다.
“…뭐야?”
비엔나가 이를 드러내며 임현수를 돌아봤다. 자신의 겉옷을 주고 가라고 하려던 임현수는, 비엔나의 기세에 움찔해 하려던 말을 꿀꺽 삼켰다.
“…아, 아니에요. 주인이랑 조심히 들어가세요.”
비엔나는 임현수의 말에 대꾸도 없이 뒤돌아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그리고 곧, 주인과 비엔의 모습이 임현수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사실 주인에게 사과도 전해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건 너무 염치가 없었다.
임현수는 그냥 다시 운전석에 올라타, 주인이 사는 빌라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 * *
“주인, 집에 왔어.”
익숙한 현관으로 들어서며 비엔나가 자신에게 매달린 주인의 등을 토닥였다. 주인을 받치고 있지 않은 손으로 급하게 밀어서 닫은 현관문의 문고리가 휘어져 있었다. 비엔나는 조심스럽게 주인을 내려 주려고 시도했지만 주인은, 계속 비엔나의 이름을 부르며 비엔나에게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흐윽, 비엔나, 비엔나…”
결국 비엔나는 주인을 양팔로 받쳐서 안은 그대로 조심스럽게 신발을 벗고 들어와 침대까지 걸어갔다. 주인을 찬 바닥에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주인, 침대야. 불편하지는 않아?”
“흐엉, 싫어… 너랑, 안 떨어질래, 비엔나…”
할 수 없이 비엔나는 침대에 앉아 주인을 무릎에 얹은 자세 그대로 아주 조심스럽게 계속 주인의 등을 쓸어내렸다. 뭐라도 주인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비엔나는 대체 자신이 뭘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다. 주인한테서 느껴지는 강한 안도가 비엔나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차라리 주인에게서 주인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향한 원망이나, 양희찬에 대한 분노가 느껴졌다면 이렇게 아무것도 못했다는 무력감이 들지 않았을 것 같았다. 결국 주인을 끌어안은 비엔나의 까만 눈에도 눈물이 고여 들었다.
“주인, 미안해… 내가, 주인을 지켜 준다고 했는데.”
그 말에 고개를 살짝 들어 비엔나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본 주인이 이미 퉁퉁 부은 눈에서 다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비엔나의 잘못이 아닌데 눈물 고인 눈으로 사과해 오는 비엔나가 못 견디게 사랑스럽고, 고마웠다.
어떤 일을 당해도 비엔나가 자신의 옆에 있어 준다면 괜찮았다. 이제는 주인에게도 완전한 자신의 편이 있었다. 아무리 긍정적인 주인이라도 아까 양희찬에게 당한 일이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아직도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감각이 생생하고 여전히 욱신대는 구멍이 고통스러웠다. 혼자서도 괜찮다고, 자신은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생전 느껴 본 적 없는 무력감, 절망, 공포를 느끼며 주인은 비엔나를 떠올렸다. 비엔나가 와 주길 바랐지만, 비엔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비엔나의 존재 자체가 주인이 무너지지 않게 지탱해 줬다.
그리고, 비엔나가 나타났다. 그 순간 주인의 몸에 모든 긴장이 풀렸다. 주인은 자신과 비엔나의 집으로 오는 내내 자신에게 닿아 있는 뜨끈한 체온을 느끼며 안심했다. 비엔나는 분명히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데도 무릎에 자신의 몸을 얹고 양팔로 꽉 안아 주었다. 아주 어릴 적 이후로는, 절대로 느껴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안도감이었다. 주인은 이미 비엔나를 이만큼이나 의지하고 있었다.
이제 비엔나가 있기 전의 삶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정말로 내가 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 주는 거지?”
“응, 응, 주인.”
그리고 주인에게는, 그 말 한 마디면 충분했다.
“비엔나… 쓰다듬어 줘.”
주인이 머리를 들이밀며 온기를 졸랐다. 끌어안겨 있는 것만으로는 아직도 부족했다. 더, 더, 비엔나의 따뜻한 손길을 느끼고 싶었다. 아직도 저릿하고 욱신거리는 감각이 몸에 남아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냥 온기 자체가 더 느끼고 싶었다.
머리 위로 솜털 같은 손길이 내려앉았다. 손길을 느끼고 만족스럽게 눈을 감았던 주인은, 너무나 솜털처럼 내려앉는 손길에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손길이 너무나 가볍고 조심스러워서 온기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이 비엔나의 목을 감고 있던 팔을 내려 비엔나의 허리를 감고 더 몸을 밀착시켰다.
“비엔나… 더, 더 세게 쓰다듬어 줘, 응?”
“흐읏, 주인…”
자꾸만 몸을 붙여 오며 허리와 등줄기를 더듬는 주인 때문에 비엔나가 이를 악물었다. 잔류한 분노에, 주인의 몸에 남은 흥분감이 더해져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비엔나가 떨리는 손을 들어 아주 약간 더 강한 힘으로 주인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나 여전히 주인의 마음에는 차지 않았다.
“비엔나, 제대로 쓰다듬어 달란 말이야.”
하지만 비엔나는 망설이는 듯 주인의 뺨을 손등으로 살살 문질러 줄 뿐이었다. 급기야 주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아, 주인, 부작용이 다 안 사라졌어. 지금 흥분해서 힘 조절이…”
주인은 비엔나가 자신의 어리광을 받아 주지 않는 것이 그저 서러웠다. 비엔나의 체온을 더, 더 느끼고 싶었다. 지금의 주인에게는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이 더 필요했다. 주인이 비엔나의 뺨을 쥐고 자신에게로 비엔나의 얼굴을 돌렸다. 순순히 고개를 돌린 비엔나의 입술을 주인의 뜨거운 입술이 삼켰다.
“흐으… 후…”
주인이 온기를 갈구하며 혀로 뜨거운 입술을 핥았다. 더운 공기가 둘의 얼굴 사이를 채웠다. 비엔나가 헐떡이며 순순히 입을 벌렸다. 주인은 가만히 입술을 내어 주고 있는 비엔나의 따뜻한 입술을 양껏 핥고, 더 뜨거운 체온을 찾아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었다.
비엔나의 입 안은 부드럽고 말캉거렸으며 무엇보다 뜨거웠다. 주인은 뜨거운 비엔나의 혀를 휘감고 빨았다. 입 안과 혀로 뜨거운 체온이 느껴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뜨거운 체온을 따라 혀를 움직이는 것에 몰두한 주인의 몸에서, 임현수의 겉옷과 비엔나의 재킷이 스르륵 흘러내렸다.
“하아… 하… 주인…”
만족할 만큼 뜨거운 체온을 맛본 주인이 입을 떼어 냈을 때, 주인의 얼굴은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주인이 몽롱하게 풀린 눈으로 조금 전까지 뜨거운 체온을 전해 준 비엔나의 빨간 혀를 응시했다. 아직 약 기운이 남은 주인의 숨이 거칠었다. 뺨이며 눈가가 상기된 것은 비엔나도 마찬가지였다.
더운 숨을 뱉으며 반려의 사랑스러운 얼굴을 응시하던 비엔나의 시선이, 문득 붉은 손자국으로 얼룩진 가슴과 피딱지가 맺히고 자주색으로 부어오른 젖꼭지로 향했다. 주인의 가슴을 내려다보는 비엔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까만 눈이 주인의 가슴 위에 남은 자국을 차례로 훑었다.
주인이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더니 급격히 어두워진 비엔나의 얼굴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양가 놈이 자신의 가슴을 씹고, 쥐어짜 놓은 흔적을 보고 저러는 것이 틀림없었다. 비엔나가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나, 나 씻겨 줘. 비엔나. 씻고 싶어.”
새카맣게 빛나는 비엔나의 눈을 보던 주인이, 비엔나의 뺨을 쥐고 졸랐다. 주인이 비엔나의 입술과 뺨에 쪽쪽 입을 맞췄다.
“…알았어, 주인.”
* * *
“주인, 이 정도 온도면 돼? 너무… 차가운 것 같은데.”
비엔나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욕조에 걸터앉은 주인의 발을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로 적셔 주며 물었다.
“응. 이 정도면 돼.”
주인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어일 때부터 그러더니, 비엔나는 뜨거운 물을 너무 좋아했다. 그 온도의 물을 끼얹었다가는 피부가 발갛게 익어 버릴 것이 틀림없었다.
“하아… 비엔나, 좋아…”
비엔나는 고개를 갸웃 움직이면서도 조심스럽게 주인의 발부터 물을 끼얹기 시작했다. 따뜻한 물과 따끈한 비엔나의 손이 자신의 발목부터 부드럽게 문지르는 것을 느끼며 주인이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뱉었다.
“흐으… 으응…”
샤워기의 물이 점차 종아리, 허벅지를 적시고 비엔나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이 함께 타고 올라오며 피부를 문질렀다. 체온이 더 급했을 뿐, 여전히 약 기운이 남아 예민한 피부가 부드럽게 문질러지는 것에 주인의 입에서 미세한 신음이 새기 시작했다.
“주인, 정말로 차갑지 않아?”
“으응, 응. 딱 좋아. 비엔나…”
주인이 나른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주인의 눈이 저절로 스르륵 감겼다. 이제 허벅지까지 따뜻한 물이 끼얹어졌다. 주인은 눈을 감고 비엔나의 손이 따뜻한 물로 적셔진 허벅지를 타고 오르는 것을 느꼈다.
“흐으…”
그리고 부드럽게 허벅지 안쪽을 쓸어 올리던 비엔나의 손이, 주인의 엉덩이와 가까운 쪽에 닿은 순간 잠시 멈칫했다. 비엔나의 손가락이 자줏빛으로 큼직하게 남은 잇자국을 살짝 더듬자 주인이 얕은 신음을 내뱉었다. 어찌나 세게 씹어 놓았는지 자줏빛 잇자국 주위로는 푸른 멍이 떠올라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비엔나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목을 울렸다.
“비엔나, 나 봐. 응?”
욕실을 울릴 정도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나른하게 감았던 눈을 뜬 주인이 다급하게 비엔나를 내려다보며 비엔나의 뺨을 쥐었다. 잔뜩 일그러진 채 눈에 눈물이 고인 비엔나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 나는 진짜로 괜찮아. 응?”
주인이 비엔나의 뺨을 엄지로 문지르며 달랬다. 비엔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인을 거칠게 끌어안았다. 욕조에 앉아 있던 주인의 상체가 완전히 비엔나의 품에 안겼다. 비엔나의 호흡이 거칠었다. 주인의 팔이 반사적으로 비엔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주인… 주인은 괜찮다고 하지만, 난 아직도 화가 나. 소중한 내 반려를 아프게 한 그 녀석이 미워. 주인보다 더 아프게 만들어 주고 싶어. 자꾸… 자꾸 화가 새어 나와서 조절이 안 돼. 주인은, 주인은 어떻게 이렇게 침착해? 내가, 내가 어른스럽지 못한 거야?”
뺨을 대고 있는 비엔나의 가슴팍이 비엔나가 말할 때마다 크게 들썩였다. 짧은 머리카락 위로 비엔나의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주인은 비엔나의 등을 쓸어 주며 비엔나에게 말했다.
“비엔나, 나 봐. 응? 빨리. 이리 와.”
잠시 비엔나의 몸이 들썩이는 것이 느껴지고, 주인을 끌어안고 있던 비엔나가 떨어져 나가며 주인의 앞에 무릎을 꿇듯이 몸을 낮췄다. 주인이 손을 뻗자 비엔나가 축축한 뺨을 그 위에 얹었다. 주인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비엔나를 내려다봤다. 비엔나가 눈물로 젖은 속눈썹을 들어 올려 주인을 올려다봤다.
자신을 위해 울어 주는, 세상에 하나뿐인 내 편.
온전히 주인만을 담고 있는 새까만 눈동자가 주인과 마주쳤다. 아직 남아 있는 약 기운이 확 올라오듯, 배 속이 화끈거리고 좆과 구멍이 저릿했다. 조금 전까지 비엔나가 애정을 담고 쓸어 올린 발목부터 허벅지까지가 따끔거리는 것 같았다.
주인이 욕조 위로 다리 하나를 올렸다. 흰 허벅지가 벌어지며 순식간에 진한 붉은색으로 부어오른 구멍과 주변의 연한 피부가 고스란히 비엔나의 얼굴 앞에 드러났다. 눈물을 흘리며, 주인을 올려다보던 비엔나의 까만 눈이 주인의 다리 사이로 향했다.
“주인…”
무릎을 꿇고 있는 비엔나의 허벅지 위로 반쯤 부푼 채 놓여 있던 길고 두툼한 좆이 순식간에 부피를 키웠다. 비엔나가 여전히 주인을 담고 있지만 뜨거운 욕망이 일렁이는 눈동자로 헐떡이며 주인을 올려다봤다.
주인이 스스로의 다리 사이를 손가락으로 더듬어, 구멍을 벌려 보이며 말했다.
“비엔나, 안아 줘.”
지금 이 순간 주인은 누구보다도 비엔나를 원했다.
* * *
“주인은, 가만히 있어. 내가 전부, 전부 해 줄 거야.”
“흐으… 비엔나, 비엔나…”
비엔나의 손가락이 부어 있는 구멍 주변을 부드럽게 더듬었다. 그리고 비엔나가 조심스럽게 새빨갛게 부은 구멍 위로 입술을 가져다 댔다.
“흐으… 아흣, 비엔… 나아…!”
말캉한 입술이 구멍 주변의 주름을 문대고, 붉은 혀가 조심스럽게 나와 회음부와 구멍 입구를 문질렀다. 츕- 물기 젖은 소리가 울리고 비엔나가 입술을 꾸욱 눌러 입 맞추듯 구멍 위를 자극했다. 주인이 욕조를 쥐고 헐떡이는 신음을 내뱉었다. 잔뜩 예민해진 구멍을 비엔나가 뜨거운 입술과 혀로 문대고 쪽쪽거리니 만져 주지도 않은 젖꼭지며 배 속이 저릿저릿하고 쾌감이 몽롱하게 덮쳐들었다.
“힉…… 흐아아…으응!”
비엔나의 뜨겁고 말캉한 혀가 구멍 입구를 허락을 구하듯 톡톡 누르다가, 이내 구멍 입구를 느릿하게 벌리고 들어왔다. 구멍 안으로 무언가 파고들어 오는 감각이 들면 주인이 잠시 흠칫하며 다리 사이를 내려다봤으나 눈을 내리깔고 구멍 주변을 전부 입 안으로 삼키듯 물고 있는 비엔나의 예쁜 얼굴을 확인하고는 금세 높은 신음을 내뱉었다.
부드럽게 구멍 안의 내벽을 문질러 오는 감각은, 양가 놈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주인을 달래듯 구멍 안으로 들어온 혀가 부드럽게 내벽을 문대고 이어서 들어온 단단한 손가락이 내벽의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비비듯 누르는 것을 느꼈다. 비엔나의 다른 손은 주인의 허벅지를 쓸었다. 주인의 다리 사이에서 젖은 살끼리 마찰대고 문대지는 질척이는 소리와 주인의 신음이 욕실에서 더 크게 울리며 섞여 들었다.
“비엔나, 넣어 줘… 네 거, 빨리…! 응?”
벌어진 주인의 다리 사이가 온통 젖어 들고 주인의 좆이 끄트머리를 붉게 물들인 채 배에 올라붙어 꺼떡일 정도가 되자 주인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비엔나를 졸랐다.
“흣…!”
비엔나가 새빨간 혀를 주르륵 구멍에서 빼내며, 주인의 잔뜩 젖어 뻐끔대는 구멍 위로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잠시 차가운 공기가 닿았던 구멍에 비엔나의 뜨거운 입술이 꾹 눌러지는 감각에 주인이 고개를 젖혔다.
“하아… 학, 주인…”
주인을 올려다보는 비엔나의 얼굴도 눈가와 뺨이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채 헐떡이며 더운 숨을 내뱉고 있었다. 비엔나의 허벅지 위로는 이미 핏줄이 두껍게 표면에 돋아난 길고 두꺼운 좆이 완전히 일어나 꺼떡이고 있었다.
비엔나가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한 손으로는 주인의 등을 받치고 다른 손으로는 욕조에 올리고 있는 주인의 허벅지를 더듬어 내려가 무릎을 쥐고 들어 올렸다. 주인은 욕조에 걸터앉은 채, 한쪽 다리만 더 높이 들린 모양새로 헐떡였다.
“아으… 으응…”
주인이 조르듯 계속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간절한 눈으로 쳐다보자, 비엔나가 다급하게 주인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비엔나의 호흡도 주인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거칠었다. 비엔나가 허리를 움직여 잔뜩 풀어져 뻐끔대며 자신의 좆을 조르는 구멍의 입구에 귀두를 가져다 댔다.
구멍에 뜨거운 귀두가 비벼지며 구멍 주변의 주름을 벌리자 주인이 흠칫 몸을 떨며 비엔나의 어깨를 세게 쥐었다. 주인의 시선이 불안하게 비엔나의 얼굴을 찾았다.
“비엔나… 비엔나…”
“하아… 응, 응 주인.”
비엔나가 헐떡이며 주인의 말에 대답했다. 주인이 손을 올려 정말 비엔나라는 것을 확인하듯 매끈한 뺨을 더듬었다. 조금 전까지 좆을 조르던 주인이 불안하게 얼굴의 이목구비를 하나하나 더듬자 얌전히 얼굴을 내주고 있던 비엔나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기울였다.
“비엔나, 비엔나 맞는 거지?”
“응, 응, 주인.”“흐윽… 비엔나.”
비엔나가 대답을 해 줬음에도 주인이 자꾸만 울먹이자 비엔나가 고개를 숙여 주인의 입가에 가볍게 입술을 눌렀다 떼어 냈다.
“나야, 주인. 난 주인 거잖아. 주인이 이름도 붙여 줬잖아. 알아볼 수 있지?”
주인을 달래듯 말하며 비엔나가 혀를 내어 주인의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핥아 올렸다. 불안하게 흔들리던 주인의 눈동자가 자신의 뺨을 핥아 올리는 감촉에 조금씩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자신의 눈물을 핥아 주는 사랑스러운 행동을 하는 이가, 비엔나가 아닐 리가 없었다.
“응, 응, 비엔나. 알아볼 수 있어.”
주인이 대답하며, 다급하게 손을 뻗어 비엔나의 엉덩이를 쥐고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
“크흣…”
좆 대가리가 잔뜩 풀어진 구멍의 입구에 빨려들 듯 조이는 감각에 비엔나가 신음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그리고 한 번에 비엔나의 뜨거운 좆이 뿌리까지 박혀 들었다.
“…아흑!”
비엔나의 뜨거운 좆이 한 번에 깊은 곳까지 쾅 박혀 들며 내벽을 온통 뭉개고 들어오는 감각에 주인의 좆에서 울컥이며 정액이 뿜어져 나왔다. 잔뜩 달아올라 있던 몸은 이미 한계였다. 주인의 커다란 눈에 고인 생리적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헐떡이던 주인이 부은 눈을 떠, 비엔나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애썼지만 자꾸만 눈에서 눈물이 흘러 어려웠다.
그대로 주인의 안에 박아 넣은 채로, 움직이지 않고 있던 비엔나가 상체만 살짝 굽혀 주인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다시금 뜨거운 혀로 핥아 올렸다.
“하아… 주인, 주인…”
주인은 자신의 뺨을 핥아 올리는 비엔나의 혀를 느끼며 또 안심했다. 주인이 헐떡거리며 더듬더듬 비엔나의 엉덩이를 쥐었다. 어서, 자신의 안에서 더 움직여 줬으면 했다. 뜨겁게 움직이는 비엔나를 더 느끼고 싶었다. 한 번 내보냈지만, 아직도 몸 위를 기어 다니는 화끈거리는 감각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크읏, 주인…”
비엔나가 주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으며 더운 숨을 내뱉었다.
“비엔나… 움직여 줘, 널… 널 더 느끼고 싶어.”
주인의 말을 들은 비엔나의 붉어진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대로 움직이려던 비엔나가 주인의 등 뒤가 아무런 받침대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비엔나가 주인의 허벅지를 쥐고 있지 않은 다른 손을 움직여 자신의 것을 박아 넣은 그대로 주인의 엉덩이를 받쳐 들었다.
“흐읏…!”
몸이 들어 올려지자, 더 깊은 곳까지 비엔나의 좆이 들어오는 기분에 주인이 신음했다. 비엔나가 주인의 등을 욕실 벽에 붙여 기대게 했다.
“아으…윽, 앙!”
비엔나의 체온에 비한다면 차가운 욕실 벽이 등에 닿자 주인이 잠시 흠칫했으나 잠시 빠져나갔다가 다시 자신의 안으로 박혀 드는 뜨겁고 굵은 비엔나의 것에 금세 다시 신음을 흘리며 비엔나의 어깨를 쥐었다.
한쪽 다리만 들어 올린 상태로 주인의 등이 비엔나의 움직임에 따라 욕실 벽에 문질러졌다. 그때마다 주인의 몸이 위아래로 들썩이며 흔들렸다. 욕정이 일렁이는 까만 눈으로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함께 흔들리는 커다란 가슴을 내려다보던 비엔나가, 핏빛으로 잇자국이 남고 퉁퉁 부어오른 주인의 큼직한 젖꼭지를 내려다보고는 일그러졌다.
“흐, 비엔… 비엔나아…”
조금 전보다 더 거칠어진 비엔나의 움직임에 주인이 헐떡이며 올려다봤다. 눈물이 고여 뿌연 시야로, 찌푸려진 비엔나의 얼굴이 들어왔다. 비엔나의 시선은 자신의 가슴으로 향해 있었다.
“흑… 비엔나, 흡… 빨아 줘.”
주인이 비엔나의 어깨를 쥐고 있던 팔을 힘겹게 들어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비엔나의 힘이 잔뜩 들어간 턱을 쥐고는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 내렸다. 비엔나의 얼굴이 지금도 자신의 허릿짓을 따라 흔들리고 있는 주인의 가슴 앞까지 숙어졌다. 잠시 망설이는 듯 잇자국이 남은 도톰한 젖꼭지가 흔들리는 것을 보던 비엔나가 입을 벌려 젖꼭지를 삼켰다.
“아윽… 흣, 아아……!”
주인은 한 번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전립선은 물론 내벽을 온통 헤집고 뭉개 놓는 뜨겁고 단단한 좆과 뜨거운 입 안에서 혀로 부드럽게 굴려지는 젖꼭지에서 느껴지는 쾌감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리고 허벅지를 들어 올리지 않은 다른 손으로는 주인의 허리며 옆구리를 더듬던 비엔나의 손이 다른 쪽의 허벅지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리고 비엔나가 양쪽 허벅지 아래를 받쳐 드는 것과 동시에, 주인의 몸이 비엔나의 좆을 박은 채 완전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하응…?”
갑자기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감각에 주인이 다급하게 비엔나의 목에 팔을 감았다. 등이 벽에 닿아 있기는 하지만, 양다리가 전부 들리니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라서 불안했다. 조금 전까지 뜨거운 입 안에서 부드럽게 굴려지던 젖꼭지와 가슴이, 비엔나의 얼굴에 닿아 뭉개지고 순식간에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내려다보였다.
“흐윽, 아응!”
상황에 당황한 것도 잠시, 그대로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주인이 비엔나의 목과 머리통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비엔나가 한 번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배 속 깊은 곳까지 뜨겁고 단단한 좆이 아까 전보다 훨씬 깊은 곳까지 쾅쾅 박혀 들었다. 주인의 체중이 더해져, 평소와는 다른 각도로 치고 들어오는 길고 두꺼운 좆의 감각에 주인의 숨이 가빠졌다. 주인은 어느새, 처음 들어 올려질 때 불안해하며 매달렸던 것도 잊고 비엔나의 목에 팔을 감은 채 온전히 비엔나가 주는 쾌감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힘이 없는 몸이 비엔나에 의해 흔들리고 텅 빈 배 속이 비엔나의 뜨거운 좆으로 들쑤셔졌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얼굴을 비엔나의 목덜미에 묻고 있어 시야에는 비엔나의 매끈한 목과 젖은 머리카락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뺨에 눌린 비엔나의 목덜미에서 뜨겁게 쿵쿵 맥동하는 비엔나의 심장 소리가 울렸다. 주인은 비엔나의 목덜미에 얼굴을 더 깊게 파묻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순간만은, 세상이 온통 비엔나로 가득 찬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자신의 세상은 비엔나로 가득 차 있었다.
“아윽…”
“주인… 주인…”
“흐으… 비엔, 나…”
주인은 목에서 느껴지는 따끔한 감각에 비엔나의 축축하게 젖은 머리카락에 뺨을 뭉갰다. 비엔나도 자신과 같은 모양이었다. 비엔나의 뜨겁고 말캉한 입술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듯 주인의 목과 쇄골 사이의 움푹 패인 부분부터, 핏줄이 맥동하는 목줄기까지를 더듬어 올라왔다. 뜨겁고 말랑한, 입술 안쪽의 살이 목덜미에 뭉개지는 감각에 이미 비엔나의 좆을 가득 물고 있는 아래가 더욱 저릿하게 욱신거렸다.
주인은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몸을 비엔나에 의지해 쿵쿵 흔들리는 것을 한참 반복했다. 처음에는 부드러운 입술로 뜨겁게 목 위를 더듬던 비엔나는 그걸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점차 목덜미를 빨아들이듯 흡입하거나 이를 세워 잘근거리기 시작했다.
“으흐… 하윽, 하으…”
“하… 주인, 더… 더 해 줘…”
목덜미를 잘근거리며 정말로 먹어치울 듯 고개를 파묻는 비엔나에 주인도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묻고 있던 비엔나의 목덜미에 이를 세웠다. 하지만 비엔나는 아프지도 않은지 손으로 받치고 있던 주인의 엉덩이를 더 세게 쥐어 벌릴 뿐이었다. 비엔나의 손아귀에서, 탄력 있는 엉덩이 살이 엉망으로 쥐어 짜이듯 뭉개지며 엉덩이 골이 더 벌어졌다.
벌어진 엉덩이 골 사이로, 푹푹 뿌리까지 박혀 들었다가 빠져나오는 흉흉한 생김새의 긴 살기둥이 더 잘 보였다. 붉고 푸른 핏줄이 불뚝대는 짙은 색으로 물든 좆 기둥이 욕실 안 전등의 빛을 받아 유독 희게 빛나는 커다란 엉덩이 사이를 드나드는 광경은 퍽 음란했다.
“윽, 하응… 흐아앙……”
하지만 주인은 이제는 정말로 비엔나의 목에 이를 세울 힘조차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바닥에 머리를 대는 순간, 바로 기절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지친 몸이 감당하기에는 거의 폭력과도 같이 밀려오는 쾌감들이 너무 지나쳤다. 온전히 비엔나로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만이, 주인이 비엔나에게 의지해 허공에서 흔들리는 상태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게 해 주고 있었다.
“흐윽…!”
그리고 목덜미를 끈질기게 빨아 올리고 핥아 대던 비엔나가 쿵쿵 울리는 주인의 맥 위를 이로 으득- 문 순간, 주인은 날카로운 쾌감과 함께 비엔나의 배 위에 울컥 액을 내보냈다. 비엔나의 납작하고 단단한 배 위에 뭉개진 채 비벼지던 주인의 통통한 좆이, 새빨간 끄트머리에서 울컥울컥 액을 뿜으며 떨렸다.
목덜미를 세게 물린 순간 비엔나도 사정했는지 배 속에서 뜨거운 액체가 퍼지는 느낌이 났다. 구멍 안을 전부 채우다 못해 흘러넘친 뜨겁고 뭉글거리는 정액이 엉덩이 골 사이를 타고 흐르는 느낌이 났다.
비엔나가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낀 주인의 몸에서 긴장이 탁 풀렸다. 주인의 커다랗고 두툼한 몸이, 녹아내리듯 비엔나의 몸 위로 기대며 밀착됐다. 본래라면 비엔나의 얼굴쯤에 위치했어야 할 가슴이 비엔나의 가슴에 닿아 뭉개졌다. 비엔나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느라 잔뜩 굽혔던 몸이 긴장이 풀리자마자 통증을 호소했다.
“으으…”
주인은 비엔나에게 기대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다가 비엔나의 손가락이 아직도 비엔나의 좆을 물고 있는 구멍 주변을 더듬는 것에 얕은 신음을 흘렸다. 잠시 뭉글거리는 정액이 새어 나오는 구멍의 입구에서 머무르던 단단한 손가락이, 아직 박혀 있는 좆을 옆으로 밀어내고 조금씩 구멍 안으로 파고들어 왔다.
“아흣…! 비…비엔나, 나 힘든데…”
주인이 비엔나의 어깨에 뺨을 누른 채 작게 웅얼거렸다.
“흐으응…!”
그리고 주인은 안으로 들어온 손가락이 정확하게 내벽의 볼록한 부분을 문대고, 자신의 안에서 다시 비엔나의 좆이 점차 빠듯하게 내벽을 밀어내고 부풀어 오르는 것을 생생하게 느끼며 비엔나의 어깨에 얼굴을 문댔다. 내벽을 밀어내며 부풀어 오르는 좆 표면의 두툼한 핏줄이 불규칙하게 내벽을 뭉개서 느낌이 이상했다.
“주인은 가만히 있어. 내가 다 해 줄게.”
비엔나가 자신의 어깨에 기댄 주인의 뺨에 입술을 눌렀다. 주인은 대답할 힘도 없어, 그냥 눈만 한 차례 깜박였다.
‘비엔나가 침대까지는 데려다주겠지.’
주인은 이제는 귓가며 이마 위로 쪽쪽 내려앉는 입술을 느끼며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으응… 하으…”
그러나 막상 비엔나가 허리를 뭉근하게 돌리며 움직이기 시작하자 주인은 헐떡이느라 비엔나의 어깨에 편하게 기대어 있을 수가 없었다. 결국 참지 못한 주인이 몸을 일으켜 비엔나의 입술을 찾았다.
그리고 욕실에는 찰박이는 젖은 소리와 신음 소리가 섞여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비엔나는 자신의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잠을 깨기 위해 눈을 몇 차례 깜박였다. 긴 속눈썹이 눈꺼풀의 움직임을 따라 함께 팔랑였다.
그리고 눈을 몇 차례 깜박여 시야가 또렷해지자 비엔나는 자신을 마주 보고 자고 있는 주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주인의 퉁퉁 부은 얼굴을 보며 비엔나는 문득 처음 주인과 눈을 마주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으음… 비엔나?”
그래, 저 눈이었다.
비엔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그때 주인이 건넸던 인사말을 떠올렸다. 그때는 말을 하지 못해서 대답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주인에게 대답해 줄 수 있었다.
“안녕, 주인.”
“으응, 잘 잤어?”
주인이 비엔나에게 대답하며, 퉁퉁 부은 눈을 휘어 웃어 보였다. 비엔나는 사랑스러운 주인의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움직여 주인의 코끝에 쪽 입술을 찍고 떨어졌다.
“응, 잘 잤어, 주인.”
“간지러워.”
주인이 큭큭 웃으며 말했다. 비엔나는 주인의 모습을 보며 심장 부근이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인간이 된 이후로 비엔나는 심장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정말로, 비엔나는 주인을 위해서라면 뭐든 해 줄 수 있었다. 비엔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내가 아침도 해 줄까?”
비엔나는 자신이 다 알아서 했던 어젯밤을 떠올리며 주인에게 물었다. 주인의 눈동자에 아주 잠시 불안함이 스쳤다가 반짝이는 비엔나의 눈을 마주하고는 픽 웃었다.
“응, 네가 해 주는 거라면 다 좋아.”
비엔나가 다시 사랑스러운 반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방 안에는 한동안 쪽쪽거리는 소리와, 둘의 웃음 소리만이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