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 안녕? 멍멍이소시지야 (2/5)

2. 안녕? 멍멍이소시지야

“흐응… 아읏….”

주인은 가슴 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과, 젖꼭지에서 느껴지는 축축하고 쓰라린 느낌에 몸을 뒤척였다. 피곤해서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으으… 무거워….”

하지만 계속 눈을 감고 있기에는, 가슴에 묵직한 것이 얹혀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라 답답해서 다시 깊게 잠들 수가 없었다.

무겁고 따끈따끈한데 말랑한 난로를 가슴과 배 위에 얹고 있는 기분이었다.

반사적으로 뻗은 손끝에 보들보들한 감촉이 느껴졌다. 주인은 따끈하고 부드러운 인형을 안은 것만 같은 만족스럽고 포근한 감각이 들자 자기도 모르게 팔에 조금 더 힘을 줘 보들보들한 거대 난로를 양팔로 끌어안았다.

할짝.

“흐읏!?”

주인의 눈이 한순간에 번쩍 떠졌다.

‘지금, 난로가 내 젖꼭지를 핥았어?! 아니, 그런데 우리 집에 난로가 있었나?’

“왕!”

그리고 주인의 집에서 들릴 리 없는 소리가 커다랗게 뜬 눈을 깜박이는 주인의 귓가에 꽂혀 들었다.

“…비엔나?”

주인은 자신의 눈과 마주친, 까만 깨를 연상시킬 정도로 온통 새카만 동그란 눈을 마주하고 반사적으로 익숙한 이름을 입에서 뱉었다.

“왕! 웡!”

주인의 말에 맞다고 대답하기라도 하듯, 비엔나와 똑같은 눈을 한 커다랗고 북실거리는 강아지가 주인의 커다란 가슴 아랫부분에 커다란 발을 얹은 채로 왕왕 주인을 보며 짖었다.

주인은 얼굴 바로 앞에서 까만 눈을 반짝이며 헥헥거리는 커다란 강아지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았다. 하얗고 단단한 손이 강아지의 복실거리는 동그란 얼굴을 감쌌다. 강아지의 크기가 워낙 커서 그런 건지, 강아지가 상체만을 주인의 가슴과 배 위로 올리고 있음에도 느껴지는 무게감이 상당했다. 손바닥에 만져지는 털의 감촉이 보들보들했다.

미끈미끈하면서도 탱탱했던 비엔나의 감촉 같은 것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부드러운 털과, 그 아래의 말랑한 살, 강아지 특유의 조금 더 따끈거리는 체온만이 손바닥 아래에 느껴질 뿐이다.

주인의 머리 역시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새카만, 윤기가 나는 눈이 비엔나와 똑같다.

‘하지만 분명 우리 비엔나는 문어였는데.’

주인은 눈을 뜨니 지난밤에 기대고 잤던 적갈색의 매끈거리는 다리는 빨판 하나 남지 않고 사라지고 배 위에 따끈하고 무거운, 처음 보는 털 덩어리만이 남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고 들면 자신의 손바닥보다도 작았던, 정말로 딱 비엔나소시지만 했던 비엔나가 하룻밤 사이에 대한민국의 평균 성인 남성보다 큰 자신을 번쩍번쩍 들어 올릴 정도로 커졌던 것 역시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 하룻밤 만에 백배는 넘게 크기가 커질 수 있는 거면, 종이 바뀌는 것도 가능하지 않아…? 거기다, 세상에 한 마리만 있는 개체라고 했잖아. 그럼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비엔나?”

주인이, 아직은 확신이 없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다시 자신의 반려 생물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왕!”

“…비엔나!”

“웡!”

자신의 손에 털이 복슬복슬한 얼굴을 잡힌, 비엔나로 추정되는 개는 비엔나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착실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주인에게는 조금 더 확신이 필요했다.

그래도 비엔나가 커졌을 때는 크기가 어마어마해졌을 뿐 생김새는 똑같았었다. 세상에 딱 한 마리 남은 개체라고 했으니 하룻밤 만에 엄청난 성장을 이루는 종이라고 친다면 납득하지 못할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종이 다르다. 주인이 알고 있던 비엔나는, 딱 보기 좋은 적갈색을 띄고, 동그란 머리통을 가진 비엔나소시지만 한 크기의 귀여운 아이였으니까. 그리고 까만 깨 모양의 눈!

주인은 눈앞의 강아지의 새까만 눈을 유심히 들여다봤다. 아무리 봐도, 문어였을 때 홍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검고 윤기가 나던 눈과 똑같았다.

‘으음, 반짝반짝하니 딱 총기가 흐르는 게, 영락없이 우리 비엔나 눈인데.’

“목돈촌!”

“…”

“천하장수!”

“…”

“으음… 그럼 이번엔, 맥스봉봉!”

“…”

놀랍게도 주인의 손에 얌전히 얼굴을 맡기고 있는 커다랗고 북슬북슬한 강아지는 주인이 비엔나와 비슷한 느낌의 다양한 이름들을 차례로 불렀음에도 까맣고 동그란 눈으로 주인을 말똥말똥 올려다보며 절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비엔나!”

“왕! 끄웅…”

커다란 강아지가 우렁차게 비엔나란 이름에 대답함과 동시에 주인의 커다란 가슴 사이의 가슴골에 머리를 부비며 애교를 피우듯 안겨 들었다.

강아지의 크기가 작지 않아 주인의 가슴골은 물론이고 쇄골에서 목까지의 공간에 털로 보송한 동그란 머리통이 꽉 들어찼다. 맨가슴에 느껴지는 보들하고 따끈한 털의 사랑스러운 감촉은 아직 낯선 털뭉치의 모습에 긴장으로 평평했던 주인의 입꼬리를 실룩실룩 움직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름도 알아듣고 이렇게 똑똑한 것을 보니까 아무래도 내 천재 반려 생물 비엔나가 맞는 것 같은데?’

게다가 어리광이 많은 성격까지도 아주 똑같다.

“역시 우리 비엔나 맞구나!”

주인은 마침내 확신했다.

주인에게 중요한 것은 비엔나의 존재 그 자체지 비엔나의 종이 아니었다. 눈앞의 생물체가 비엔나임을 마침내 확신한 주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리고 비엔나를 쳐다보는 커다란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웡! 끼잉…”

주인의 말에 착실하게 짖은 비엔나가 주인의 상체를 누르듯 더 무게를 실어 안겨 들며 주인의 뺨을 할짝였다. 주인의 하얀 뺨이 이리저리 눌리며 금세 축축해졌다.

“큽… 간지러워~”

결국 주인의 입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첫눈에 비엔나에게 운명을 느끼고 반려 생물로 들이기는 했지만 주인은 원래 커다란 털 달린 동물들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커다란 대형견은 주인이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동물이었다. 이제는 비엔나의 매끈하고 통통한 모습이 주인의 눈에는 가장 귀엽긴 하지만 내심 마음 한 구석에서는 강아지의 복슬거리는 털을 아쉬워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데 주인의 하나뿐인 반려 생물 비엔나가 이젠 강아지가 되다니? 이보다 완벽할 수는 없었다.

“으억…….”

기뻐하던 주인의 입에서 고통의 신음이 새어 나왔다. 커다랗고 북슬거리는 털 덩어리가 친근하게 엉겨들며 맨살에 부벼지는 감촉은 만족스러웠으나 웬만한 성인 남성만큼 커다란 강아지로 변한 비엔나의 무게가 문제였다.

묵직한 무게감이 상체를 압박하고 어제보다는 옅어졌으나 여전히 얼룩덜룩 자국이 남은 커다란 가슴이 앞발에 눌리자 신음이 절로 나왔던 것이다.

“끼잉…”

주인의 몸에 올라타듯 앞발을 얹고 있던 비엔나가 낑낑거리며 엉덩이를 뒤로 뺐다. 그리고 할짝, 비엔나의 뜨겁고 축축한 혀가 주인의 붉게 얼룩진 윗가슴을 핥았다.

“비엔나야, 주인님 빨리 나으라고 침 발라 주는 거야? 왜, 막 야생에서는 상처 같은 거 친한 동물들끼리 핥아 주고 그러잖아. 그렇지?”

주인은 비엔나의 혀가 오가는 것을 거듭할수록 침에 듬뿍 젖어 번들거리는 피부에서 나기 시작한 질척이는 소리에, 이젠 괜히 민망한 기분이 되어 비엔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었다.

“응… 으으응…”

처음에는 주인을 걱정하는 것이 기특해 가슴을 고스란히 내어 주고 있던 주인의 입에서 점점 다른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비엔나의 뜨겁고 축축한 혀가 뾰족하게 세워진 채로 가슴골을 느릿하게 적시며 내려가자, 뭔가, 기분이 이상하고 발가락 끝이 간지러웠다. 뜨겁고 말캉한 감촉에 배 속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아프지 말라고 핥아 주는 것치고는 혀의 움직임이 좀 끈적한 것 같았다. 분명히 전에 동물의 세상 같은 프로그램에서 동물끼리 서로 핥아 줄 때에는 조금 더 담백한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 비엔나의 혀놀림은 꼭 섹스하기 전 가슴을 애무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비엔나가 그런 것을 알고 했을 리 없었다.

‘하, 이 조그맣고 귀여운 게 뭘 알겠어. 내가 문제지.’

그리고 그 순간, 가슴골까지 축축하게 적신 비엔나의 분홍색 혀가 아직도 빨간색으로 동글동글 부어 있는 젖꼭지 옆의, 젖꼭지와 꼭 같은 색으로 부어 있는 젖꽃판을 축축하고 뜨거운 혀로 적시고 지나갔다. 뜨겁고 말캉한 혀가 아슬아슬하게 붉게 부은 젖꼭지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흐으앙! …합.”

비엔나의 앞발 아래에 깔린 주인의 단단하고 판판한 배에 힘이 들어갔다. 급하게 움직이며 가슴 위를 덮어서 가리는 두꺼운 팔에, 주인의 가슴에 촉촉한 코와 축축한 혀를 대고 있던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밀려났다.

“끼잉?”

게다가 흠칫한 주인이 허리까지도 뒤트는 바람에, 졸지에 주인의 몸과 함께 들썩여져 주인의 배 위에서 침대 위로 완전히 미끄러진 비엔나가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까맣고 동그란 눈으로 주인을 쳐다봤다.

그런 비엔나의 행동은, 주인의 눈에는 꼭,

‘주인님, 비엔나가 주인님 아프지 말라고 핥아 주는 거 싫어서 떨어뜨렸어요?’

하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엔나의 새까맣고 반짝이는 눈을 마주하고 있는 주인의 마음이 미약한 죄책감으로 콕콕 찔려 왔다.

‘그… 그래. 비엔나가 무슨 의도가 있었겠어. 어제부터 너무 민감한 내 젖꼭지가 다 잘못했지!’

비엔나가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며 주인의 얼굴을 살피더니, 튀어나온 가슴에 다시 슬쩍 혀를 가져다 댔다.

할짝.

비엔나의 분홍색 혀가 이번에는 아주 정확하게, 주인의 동그랗게 부풀어 튀어나온 젖꼭지를 핥고 지나갔다.

축 처진 귀 아래의 까만 깨를 닮은 눈과 난감함이 담긴 채로 흔들리는 주인의 검은 눈동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쳤다. 잠시간 눈과 눈 사이에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그, 그래. 알았어. 우리 비엔나가 주인님 치료해 줘…”

그리고 이건 처음부터 승자가 예견된 싸움이었다.

“웡!”

주인의 말에 대답하듯 크게 짖는 비엔나의 풍성한 꼬리가 힘차게 흔들렸다.

* * *

“흐으으… 으응! 앙!”

얼룩덜룩 붉은 자국이 가득한 하얀 가슴이 가파르게 들썩일 때마다, 잔뜩 젖어 있는 하얀 피부 위로 쏟아지는 형광등의 불빛에 따라 솟아오른 커다란 살덩이가 음란하게 빛났다. 그 위에 빨간색으로 톡 솟아올라 있는 젖꼭지 역시 침으로 잔뜩 젖어 번들거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비엔… 나아… 흣…”

주인이 잘록한 허리를 뒤틀며 자신의 가슴에 파묻히다시피 주둥이를 박고 있는 북실한 머리통에 손을 얹었다. 주인은 이 보들한 머리통이 자신의 가슴에서 떨어져 나가기를 바랐다. 지금 자신의 꼴은, 반려 생물에게 가슴을 핥아지며 느끼는 꼴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주인의 머릿속을 스친 탓이었다.

점점, 반려동물에게 애무를 받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흐웃… 그렇게 핥지 말… 읏! 아니, 이제 나 진짜로 다 나아… 흐으앙! 흣…”

주인은 비엔나에게, 이제 자신은 다 나았다는 것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어서, 이 행위를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부어 있는 젖꼭지가 뜨겁고 축축한 혀에 의해 뭉개졌다 꼿꼿하게 세워지는 것이 자꾸만 반복되는 바람에 자꾸만 허리가 저릿하게 뒤틀리고 배 속이 부글부글 간지러워 말을 잇는 것이 힘들었다.

“흐… 나, 다 나았다니… 흑… 까?”

주인의 말을 들은 비엔나의 복슬한 귀가 잠시 쫑긋 했지만,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비엔나의 귀가 납작하게 접혔다.

할짝.

그리고 비엔나의 넓고 축축한 혀가, 이번에는 아예 젖꼭지를 감싸듯 휘감으며 낼름 핥고 지나갔다. 어째 핥는 것을 거듭할수록 비엔나의 혀 놀림이 발전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젖꼭지를 휘감으며 낼름 핥는 솜씨가 처음 가슴을 할짝이기 시작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으응…!”

“비… 흣, 엔나.”

“꾸웅…”

주인의 꽤나 단호한 표정을 본 비엔나가 꿍 울며 주인을 불쌍하게 쳐다봤다. 복슬한 얼굴이 귀를 늘어뜨린 채로 그러고 있으니 제법 불쌍해 보였다. 그 얼굴을 본 주인의 단단하게 굳은 입꼬리가 움찔거렸다.

‘뭐… 뭐야, 말 안 들을 줄 알았는데 귀엽게.’

“핫. 이게 아니지. 비엔나, 내가 분명 그만 핥으라고…”

“끼이이잉…”

비엔나가 구슬픈 소리를 내며 주인을 올려다봤다. 어떻게 봐도, 그래, 뒷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는 얼굴이었다. 주인의 생각은 점점 우리 비엔나의 잘못은 없는 것 같다는 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아니면, 갑자기 크게 자라서 발정기라도 온 건가. 확실히 문어일 때도 조금 과하게 내 좆이나 구멍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니, 그렇지만 우리 비엔나는 아직 어린데. 뭘 알고 했을 것 같지는 않아….’

주인이 혼자 고민하는 동안, 비엔나가 까맣고 동그란 눈을 굴려 주인의 얼굴을 살피며 주인의 가슴 위에 얹어진 머리를 슬슬 부볐다. 온기를 찾는 듯 가슴에 보드라운 턱을 부비는 불쌍한 모습에, 안쓰러운 마음이 든 주인의 커다란 검은 눈에는 급기야 살짝 눈물까지 고였다.

역시, 자신이 조금 너무했던 것 같다.

“흐으아…!”

비엔나의 관심을 뭘로 돌려야 할지 고민하느라 무방비한 주인의 가슴을 비엔나가 또다시 혀를 내어 핥기 시작했다. 어제부터 유독 예민해진 젖꼭지에 가해지는 급작스러운 자극에 주인의 입에서 다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흐앗…. 그… 흣… 만…! 흐아앙!”

하지만 비엔나는 이번에는 순순히 말을 듣지 않았다. 주인이 시트를 쥐어뜯는 것에 개의치 않고 가슴골을 가로질러 핥으며 반대쪽 가슴으로 넘어간 비엔나의 뜨거운 분홍색 혀가 빨간색으로 퉁퉁 부은 젖꼭지를 사정없이 뭉개고 지나갔다. 아까보다도 더 높은 신음이 주인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허억… 학…”

분명히 뜨겁고 축축한 느낌은 가슴과 젖꼭지에서 느껴지는데, 핥아진 적도 없는 뇌가 흐물흐물해지는 것만 같았다. 주인의 손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가슴을 핥는 비엔나의 보드라운 머리통을 헤집듯 쓰다듬었다.

“아아앙…!”

주인의 손이 머리에 올라와 머리를 쓰다듬자, 비엔나의 혀 놀림이 더욱 진득하고 집요하게 변했다.

비엔나의 뾰족하게 세워진 뜨거운 혀가 주인의 퉁퉁 부은 젖꼭지 위의 오돌토돌한 부분을 쑤시듯 집요하게 파고들어 문지르고, 단단하게 뭉친 젖꼭지를 통째로 짓눌러 뭉개며 거칠게 비볐다.

“으엇… 아앙!”

주인이 높은 신음을 흘리며 마구 고개를 저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어제처럼 완전히 묶여 있지 않은데도 가슴에서 느껴지는 지나친 쾌감 때문에 비엔나를 밀어내는 것이 어려웠다.

“흐으…. 흐어엉…”

양 허벅지를 문대 가며 거의 흐느끼던 주인의 머릿속으로 문득 어떤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나, 욕구 불만인가?’

꽤나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그게 아니고서는, 고작 핥아질 뿐인데 이렇게까지 가슴으로 느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렇게 설명한다면 비엔나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냥 주인 자신이 예민해진 것이 문제라는 결론이 나온다.

비엔나가 있는 집에 다시 남자를 끌고 들어올 생각 같은 것은 절대로 없었지만, 다음에 나가서 욕구를 해소하고 올 필요가 있을지도 몰랐다. 아무나 꼬셔서 한 번 자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다. 그러면, 비엔나의 행동을 보며 이런 이상한 기분을 더 이상은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흐앙!”

하지만 뭔가 낌새를 채기라도 한 건지, 비엔나가 이번에는 이의 뾰족한 부분으로 주인의 퉁퉁 부은 젖꼭지를 물어 꾸욱 조이듯 씹는 바람에 주인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흐아아아…!”

그리고 다음 순간, 젖혀진 주인의 목에 힘줄이 돋았다. 곧이어 집에서 입는 바지의 왼쪽 허벅지 부근이 동그랗게 번지듯 젖어 들었다.

“흐어엉…”

곧이어 머리 위에서 들리기 시작한 주인의 울음에, 비엔나가 주인의 젖꼭지를 빤히 보던 것을 멈추고 주인의 배와 가슴 위로 올라탔다. 주인의 위에 올라탄 비엔나는 혀를 내어 목을 타고 흘러내리는 주인의 눈물을 핥아 올리기 시작했다.

“흐어어엉…”

주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로 세탁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베갯잇이 축축하게 젖어 들고 있었지만, 베갯잇이 젖고 젖지 않고는 지금 주인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지금의 주인은 뺨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멈추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다.

첫 번째로는 눈물이 멈춰지지 않아서였고 두 번째로는 비엔나가 주인의 뺨을 핥아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전으로는 돌아가지 못하면 어떡하지? 나는 이렇게 하드한 취향이 아닌데!’

아직도 조금 전에 몸을 관통하고 지나간, 생전 처음 느껴 보는 쾌감이 선명했다.

주인은 일단은 조금 더 울기로 결심했다.

“흡… 흐으엉…”

그래도 비엔나는 주인의 뺨을 핥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주인은 펑펑 우는 와중에도, 옆에 따끈한 털 덩어리가 붙어서 어쨌든 약이나마 주고 있다-병도 이 털 덩어리가 줬지만-는 사실에 조금씩 기분이 나아지는 스스로가 어이없었다.

주인은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아예 팔을 뻗어 따끈하고 털이 북슬거리는 비엔나의 목을 끌어안아 버렸다. 비엔나는 순순히 주인이 자신을 끌어안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주인이 안기 편하도록 몸을 숙여 주기까지 했다. 물론, 여전히 주인의 눈물을 핥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흐어엉… 아까도 이렇게 말을 잘 들었으며어어언…”

주인이 펑펑 우는 것을 완전히 멈춘 것은, 옆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흘러내리는 주인의 눈물을 열심히 핥던 비엔나가 챱챱 입맛을 다시기 시작한 걸 들어서였다. 동시에 주인의 배에서도 꼬르륵- 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래, 밥은 먹어야지.’

“크흥…”

주인이 훌쩍 코를 들이마시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일단 울고 나니까 기분도 나아진 것 같고, 배도 고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엔나의 밥을 챙겨 주는 것은 중요했다. 비엔나는 주인이 챙겨 주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리고, 비엔나를 오래오래 잘 챙겨 주기 위해서는 주인 자신도 밥을 잘 먹어야 했다.

어찌 되었든, 둘 중 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같이 살겠다는 생각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주인은 조금 전의 울음으로 이제 거의 모든 것을 내려놨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그래! 생각해 보면, 이미 이틀 전에 젖꼭지랑 구멍은 이미 뚫린 거나 다름없잖아. 아, 좆도 이미 뚫렸지. 그래, 새로운 무언가를 잃은 것도 아닌걸.’

단순한 욕구 불만이라기엔 주인 자신의 몸이 이상해진 것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에는 더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성인 용품도 많았고 주인은 그것들을 살 돈도 있었다. 그리고 비엔나의 행동들도, 비엔나가 강아지가 된 기념이라고 친다면 넘어가지 못할 것도 없었다.

이젠 비엔나와 산책도 나갈 수 있었다. 그럼 외로워하는 것도 차차 나아지겠지.

“끄웅…”

그리고 일어선 자신의 옆에 따라와 끙끙거리며 다리에 부드러운 털을 비비는 비엔나를 보고 있자니, 아까 눈물을 열심히 핥아 준 것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비엔나는 그냥 외로움을 심하게 타는 것이 틀림없었다.

“우리 비엔나, 일단 밥 먹자.”

주인은 자신의 허리께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털 덩어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말린 멸치 먹을래?”

강아지용 사료는 없으니 말린 멸치를 먹여야 할 것 같았다. 주인이 읽었던 반려동물에 대한 서적들에 따르면, 사람이 먹는 음식을 주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닐 것이다.

주인의 물음에, 비엔나의 커다랗고 두꺼운 꼬리가 마구 흔들렸다. 침대에서 내려오고 보니, 비엔나는 주인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덩치가 좋았다. 주인의 키는 웬만한 성인 남성의 평균보다 훨씬 큰 188센티임에도, 비엔나는 네발로 선 상태에서 주인의 골반의 높이를 넘어설 정도로 커다란 크기를 자랑했다. 두 발로 선다면 주인의 키를 훌쩍 넘길 정도로 커 보였다.

주인은 침착하게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찬장을 연 주인은 침착하게 다시 찬장을 닫았다. 주인의 커다란 눈이, 이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살짝 일그러졌다.

“웡!”

주인은 커다란 눈을 약간 굴려 자신의 뒤에서 꼬리를 마구 흔들고 있는 비엔나를 흘끔 돌아봤다. 비엔나의 얼굴에는 말린 멸치를 먹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한 치의 의심도 보이지 않았다.

챱챱-

다시 정면을 보고 선 주인의 귀에 비엔나가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은 침착하게 이번에는 냉장고 앞에 가서 섰다. 주인이 냉장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다시 닫았다.

주인은 곧바로 냉장실 바로 옆의 냉동실의 문도 열었다. 이번엔, 침착하지 않고 꽤나 다급한 손길이었다. 그리고 주인은 다시 냉동실 문을 닫았다.

‘없잖아?!’

주방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집에는 말린 멸치가 커다란 봉지로 두 봉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찬장과 냉장실, 냉동실 어디에도 멸치 꽁다리 하나 보이지 않았다. 주인은 어제 문어 소시지를 닮은 외향 그대로 커다랗게 변해 버린 비엔나에게 단 두 번 만에 그 말린 멸치들이 모조리 사라졌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주인이 주문한 말린 멸치 네 박스는 아직 배송되지 않았다. 오늘은 주말이었기 때문이다. 비엔나는 일단 주인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별로 참을성이 많지는 않았다. 비엔나는 수조 안에서 살 때조차 주인이 말린 멸치를 든 채로 수조 위에 손을 가져다 대면 넣어 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수면에 올라와서 멸치를 받아먹곤 했었다.

주인은 이제 그의 반려 생물 비엔나에 대해, 비엔나가 잔소리를 싫어한다는 것과, 외로움을 많이 탄다는 것.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성격이 꽤나 급한 편이라는 것도.

‘후우, 그래. 솔직하게 말하자. 비엔나한테.’

주인은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비엔나를 불렀다.

“비엔나.”

“왕!”

비엔나가 주인의 부름에 대답했다. 왠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들었던 소리에 비해서는 작아진 것처럼 들렸다. 주인은 내 새끼가 밥을 못 먹어 소리가 작아졌나 싶어 심각한 표정으로 비엔나를 살폈다. 그러고 보면 비엔나는 커다란 강아지이기는 해도 어제의 그 커다란 문어 모습에 비한다면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고 보면 강아지가 된 건 그렇다 쳐도, 왜 줄어든 거지? 어제 먹은 말린 멸치랑 물고기 사료로 몸을 유지하기에는 턱도 없었던 건가?’

“…배 많이 고파?”

“웡!”

비엔나가 대답했다.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이 말린 멸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그 눈을 마주한 주인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어제 네가 먹은 게 마지막이야. 그리고 새로운 말린 멸치는 모레는 되어야 올 거야.”

“끼우웅…”

주인의 말을 들은 비엔나의 귀가 축 처지고, 방금까지 힘차게 흔들리던 비엔나의 꼬리가 멎었다. 주인은 비엔나를 위로하기 위해 쭈그리고 앉았다. 쭈그리고 앉자, 이제는 비엔나의 앉은키가 주인보다 커다랬다.

“아, 그래. 그러면 내가 마트 가서 사 올…”

“끼이잉, 꾸웅!”

쭈그리고 앉은 자세에서 일어나려는 주인의 무릎에 비엔나가 낑낑거리며 앞발을 얹었다. 아무래도 비엔나는 자신이 나가는 것은 또 싫은 모양이었다. 주인은 할 수 없이 다시 비엔나를 달래기 시작했다.

“없는 데 어떡하겠어… 나갔다 오는 것도 싫어하고… 다른 거 먹자, 다른 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내가 지금 줄 수 있는 것 중에. 아니,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집에 먹을 거라고는 도시락… 응?”

주인은 자신의 가슴에서 느껴진 말캉한 감촉에 고개를 갸웃하며 시선을 내렸다. 비엔나의 털이 복슬복슬한 앞발이 자신의 가슴 위에 얹어져 있었다. 비엔나의 앞발이 얹어진 모양대로 살이 눌려 있었다. 아마도 비엔나의 발바닥 젤리가 닿아 말캉한 느낌이 났던 모양이다.

주인은 침착하게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에 얹어진 비엔나의 따끈하고 커다란 발을 잡고, 조심조심 내렸다. 퉁퉁 부은 젖꼭지에 쓸리기라도 하면 아플 것 같아서였다.

“왜 가슴에 손을 얹어. 그 옆에 젖꼭지 부었으니까 조심해야 돼. 먹고 싶은 거 물어봤잖… 으응?”

주인은 이번엔 반대쪽 가슴에서 느껴진 말캉한 감촉에 다시 시선을 내렸다. 이번에는 반대쪽 가슴에 얹어진 비엔나의 앞발 덕분에, 커다란 가슴 위가 비엔나의 앞발 모양대로 눌려 들어가 있었다.

“에이, 비엔나. 이건 먹는 게 아니…”

주인은 말을 하다 말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에이… 설마.’

그럴 리 없다. 자신은 남자다.

“끄웅.”

주인이 몸을 부르르 떠는 동안에도, 비엔나의 북슬북슬한 앞발은 그대로 주인의 가슴 위에 얹어져 있었다.

“아… 안 돼.”

주인이 다급하게 쭈그린 자세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비엔나가 무게를 실어 주인을 내리누르는 것이 더 빨랐다. 비엔나가 제대로 무게를 실어 양발을 주인의 어깨에 얹고 체중으로 누르자, 주인은 속절없이 바닥에 그대로 깔려 버렸다.

누운 채로 올려다보는 비엔나의 까만 눈과 챱챱 입맛을 다시는 입이 공포스러웠다.

“흐아하앙!”

비엔나는 아무것도 입지 않아 가리고 있는 천 한 장 없이 커다랗게 솟은 주인의 가슴 맨 꼭대기에 달린 유두를 손쉽게 입에 넣었다. 주인의 입에서 비명 같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미 부을 대로 부은 젖꼭지를 다시 씹힐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날카로운 쾌감에 대한 공포가 주인을 덮쳤다. 아니, 어쩌면 젖꼭지가 똑 따먹힐지도 모른다!

“흐으으아악…! 아악…악? 흐으읏!”

그리고 주인의 젖꼭지에 느껴진 것은, 예견했던 종류의 감각은 아니었다. 비엔나가 챱챱 입맛을 다시듯이 혀를 움직여 주인의 젖을 빨고 있었다. 비엔나의 뜨겁고 축축한 입 안에서, 주인의 커다랗게 부은 젖꼭지가 꼭 사탕을 굴리듯이 굴려지며 강한 힘으로 흡입되고 있었다.

“흐응! 비… 비엔나!”

물론 젖꼭지를 씹히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이 젖꼭지를 빨려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주인의 가슴에서는 젖이 나오지 않았다. 주인은 비엔나를 조금 더 진정시키기 위해 일단 비엔나의 이름부터 불러 젖히고 보았다.

비엔나의 아래에 단단하게 깔린 주인의 허리가 비엔나의 입에서 챱챱거리는 소리가 날 때마다 움찔움찔 떨렸다. 몇 차례 챱챱 젖꼭지를 빨던 비엔나가 젖꼭지를 뱉어 내고 고개를 갸웃 움직였다.

“봐 봐. 침만 엄청 묻고 아무것도 안 나오잖아. 이거 먹는 거 아니야. 아, 그래! 말린 멸치 오면, 너 다 줄게. 조금만 기다리면 다 네 거야, 비엔나. 우리 비엔나는 똑똑하니까 뭐가 더 좋은 건지 알지!?”

주인이 다급하게 비엔나에게 거래를 제시하며 손으로 비엔나가 방금 주둥이에서 뱉어 낸 하얀 가슴을 받쳐 보였다. 주인의 커다란 손 위에도 다 올라가지 않는 커다란 살덩이가 비엔나의 주둥이에 더 가깝게 들이 밀어졌다.

하지만 주인은 자신이 젖꼭지에 침이 묻은 것을 보여 주겠답시고, 자신이 비엔나에게 가슴을 먹어 달라는 듯 들이밀고 있는 꼴이라는 자각은 전혀 없었다. 워낙 마음이 급해서였다.

비엔나는 의외로 순순히 가슴을 빨던 것을 멈추고 주인이 하는 양을 까맣고 동그란 눈으로 빤히 보고 있을 뿐이었다. 비엔나의 촉촉한 코와, 축축한 주인의 젖꼭지 사이의 거리는 이제 한 뼘도 되지 않았다.

비엔나가 순한 얼굴로 행동을 멈추고 가만히 있자, 자신의 말이 비엔나에게 먹히고 있다고 생각한 주인의 얼굴이 살짝 밝아졌다. 일단 이 상황에서 벗어나면 뭔가 해결책이 생길 것이 틀림없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반려 생물의 버릇을 버리고 있다는 죄책감은 주인의 마음에 눈곱만큼도 없었다. 일단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젖꼭지가 퉁퉁 부어서 빨갛게 익은 채로 가슴에서 똑 떨어져 나오게 생겼다.

“내 젖꼭지 맛도 없어. 젖 안 나온다고. 너도 혀 대 보니까 별맛 없지? 생각해 봐. 말린 멸치가 훨씬 맛있잖아. 응? 자, 우리 비엔나는 똑똑하잖아.”

코앞에 들이 밀어진 주인의 젖꼭지를 보던 비엔나의 꼬리가 흔들렸다. 주인은 꼬리를 흔들기 시작한 비엔나를 보며, 자신의 말이 먹혔다고 확신했다. 자신이 비엔나에게 제시한 것은 합리적인 거래였다.

‘후우, 강아지용 간식도 잔뜩, 잔뜩 주문해야겠어…’

“거 봐. 말린 멸치가 역시 더 좋지? 이틀은 금방 지나가. 완전 합리적이잖… 핫!”

비엔나의 시선이 어느새 다시 주인의 가슴으로 향해 있었다. 주인은 반사적으로 손을 엑스자로 올려 자신의 얼룩덜룩 자국이 남은 가슴을 가렸다. 퉁퉁 부은 젖꼭지가 단단한 팔에 눌려 쓰라렸고, 젖꼭지에서 묻은 침으로 팔이 축축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가… 강아지는 잡식이니까… 어어, 너무 배고프면 내 도시락 같이 나눠 먹을까? 그거 저염식이라 강아지가 먹어도 될 거야. 배… 배가 많이 고픈 거지?”

주인이 다급하게 대안을 제시했다. 이러다가는 다시 안 그래도 욕구 불만으로 예민해진 가슴을 또 핥아질지도 몰랐다. 거기다, 한쪽은 이미 너무 부어서 여기서 더 빨리면 다시는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더 이상해지고 싶지 않았다.

“꾸웅.”

하지만 주인에게는 야속하게도, 비엔나의 복슬한 머리통이 좌우로 움직였다. 명백한 거절이었다. 비엔나가 킁킁거리며 주인의 엑스자로 교차한 팔 사이로 주둥이를 들이밀었다. 엑스자로 교차한 팔로는 다 가려지지 않는 주인의 가슴에서 유독 톡 튀어나와 번들거리는 젖꼭지에 비엔나의 촉촉한 코가 닿았다.

“흐앗! 아냐, 안 돼! 이거 먹는 거 아냐!”

주인은 비엔나의 복슬한 머리통을 밀어내려고 했다. 이번에는 진심이라, 주인의 손에 꽤나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쉽게 밀려나지 않고 킁킁 냄새를 맡던 비엔나는 결국 입을 벌려 빨갛고 동그란 젖꼭지를 왕- 물었다.

“끄흐아앙!”

아픔으로 인한 것인지, 쾌감으로 인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주인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 * *

비엔나는 동그랗고 작은 몸을 쭉 폈다. 이등신은 간신히 될까 싶은 작은 몸이 수조 안에서 꼼질꼼질 움직였다.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주인을 특별하게 여기게 된 다음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명확해졌지만, ‘하는 법’이라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비엔나가 또다시 짧뚱한 몸을 쭈욱 폈지만, 비엔나의 몸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명확한… 의지… 아마… 없을…’

비엔나는 답답한 마음에 열심히 힘을 주고 있던 것을 멈추고 수조 구석의 산소공급기가 뿜어내는 공기 방울에 작은 몸을 맡겼다. 뽀글뽀글 뿜어져 나오는 동그란 공기 방울들이 비엔나의 작고 짧뚱한 몸을 띄웠다.

그러던 중, 수조 앞면을 익숙하고 커다란 얼굴이 가득 채우자 비엔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빛내며 공기 방울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다니던 것을 멈추고 수조의 앞면으로 짧은 다리를 움직여 헤엄쳐 갔다.

익숙한 커다란 까만 눈이 휘어졌다. 비엔나를 보며 휘어진 까만 눈에는 늘 그랬듯 무언가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일렁이고 있었다.

“우리 비엔나, 자다가 주인님 마중하려고 일어난 거야? 진짜 천재가 따로 없네. 방금까지 모하고 있었쪄요? 코오 하고 있었어요? 코야?”

비엔나가 공기 방울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고 잔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비엔나가 자고 있지 않았다는 의미로, 작은 몸을 몇 차례 좌우로 움직였다.

곱게 휘어진 채로 비엔나를 똑바로 보고 있던 주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비엔나는 주인의 커다란 검은 눈을 보며 살짝 당황했다.

“세상에…”

주인은 눈을 평소의 두 배는 되게 커다랗게 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손을 올려 입을 틀어막기까지 했다. 비엔나는 좌우로 움직이던 몸을 멈추고 불안을 담아 주인의 커다란 얼굴을 쳐다봤다.

비엔나의 정말로 까만 깨만 한 작은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주인은 자신을 매우, 매우 좋아했다. 보통 이쯤이면, 입꼬리까지 위로 부드럽게 올라가며 듣기 좋은 웃음소리가 나와야 했다.

찰칵-

불안하게 짧은 다리를 흔들며 주인의 눈만 응시하던 비엔나는 갑자기 들리는 찰칵 소리에 깜짝 놀라 작은 몸을 파드득 떨었다. 주인이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다급하게 계속 찰칵이는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흐읍… 어떡해… 사진, 아니, 동영상 찍었어야 되는데…! 방금 정확하고 절도 있게 좌우로 움직이면서 아니라고 한 거 맞지? 우리 비엔나 정말 천잰데 나만 알다니 억울해…”

비엔나는 자신을 매우 좋아한다고 믿었던 주인의 처음 보는 반응에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었다.

“흐엉… 비엔나, 한 번만 더 아니라고 해 줘. 응? 한 번만…!”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에 황당함이 스쳤다. 비엔나의 천재적인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지 못했다는 사실에 상심한 주인은 비엔나의 아주 작은 눈에 스친 감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악… 흔들렸잖아. 지난달에 나온, 손떨림 잡아 주는 폰으로 바꿀걸…!”

띠링- 주인이 다급하게 다시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비엔나는 그대로 좌우로 헤엄치는 것을 멈췄다. 비엔나는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 있는 커다란 눈을 쳐다봤다. 자신을 놀라게 한 것에 대한, 작은 심술이었다.

그 눈을 보며, 비엔나는 저 까만 눈을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유리와 물을 투과해서가 아닌, 자신의 눈으로 저 일렁이는 까만 눈을 보고 싶었다.

“흑흑… 다음부터는 비엔나 수조 앞에서는 항상 동영상 켜 놓을 거야…”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 커다란 까만 눈을 보는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 * *

“흐읏… 흐… 으응!”

조용한 집 안에, 제법 큰 신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인의 집은 전체적으로 아주 커다란 원룸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주방과 욕실, 베란다와 그 옆의 작은 옷 방을 제외한다면 거실과 침실이 별도로 분리되지 않은 구조였다. 하얀색 커버가 씌워진 아주 커다란 킹사이즈의 침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 그리고 책장 옆의 작은 책상과 커다란 75인치 TV가 가구의 전부였다.

아, 그리고 책장의 반대쪽 벽을 거의 가득 채운 비엔나의 투명하고 높은 수조도 있었다. 비엔나의 수조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커다랗고 하얀 침대가 아주 잘 보였다. 주인은 비엔나의 수조 앞에서 책을 읽거나 말을 거는 등 꽤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지만 주인이 보이지 않을 때면 비엔나는 수조의 오른쪽 끝으로 가 주인을 보곤 했다.

그리고 지금 방 안을 울리는 신음 소리는, 하얀 시트 위에 하얀 몸을 거의 드러낸 채로 침대헤드에 기대어 있는 주인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흐으… 읏!”

주인의 손이 하얀 가슴을 받치듯 감싸 세게 쥐어짜고, 엄지와 검지로 빨간색으로 솟은 유두를 꼬집듯 비틀 때마다 헐벗은 허리가 이리저리 뒤틀리며 평소에 비엔나에게 말을 걸 때보다 훨씬 높은 소리가 주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분명히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 가슴이 커다란 손안에서 쥐어 짜이듯 뭉개지는 것을 보면 아파 보이는데, 주인의 발갛게 열이 오른 눈가와 뺨을 보면 고통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비엔나가 주인의 저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비엔나는 주인이 저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주인의 눈이 일렁이는 것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비엔나가 주인의 감정을 판단하는 기준은 감정이 일렁이는 주인의 눈을 통해서였다.

하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뺨이며 눈가와 기분 좋은 듯 높아진 목소리를 통해서도 주인의 기분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엔나는, 주인이 자신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주인은 자신에게 특별하니 주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더 알고 싶었다.

주인은 저 행위를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았다. 지난번 주인에게 선택받지 못한 그 기분 나쁜 경쟁자가 가고 나서부터 주인은 하루 이틀에 한 번 꼴로 저 행위를 했다.

“으응… 후우… 조금 더… 흣…”

주인의 하얀 손이 느릿하게 얼룩진 커다란 가슴과 탄탄하게 복근이 잡힌 배를 타고 내려가 바지로 가려져 있는 사타구니 쪽으로 움직였다. 몇 차례 손을 움직이던 주인은 그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탄탄한 엉덩이를 꿈지럭 움직여 바지를 아예 벗어 버렸다. 거칠게 몸에서 떨어져 나온 헐렁한 바지가 침대 아래로 휙 떨어져 내렸다.

“아… 좋아…”

바지를 벗은 주인은, 끝이 붉게 달아오른 좆을 하얀 손으로 주무르며 아예 다리를 넓게 벌렸다. 근육이 탄탄하게 잡힌 하얀 허벅지가 양쪽으로 활짝 벌어지며 주인의 다리 사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이 주인의 한껏 발기해 배꼽과 복근 위에서 흔들리는 좆과, 그 아래의 연한 붉은빛을 띠는 통통한 회음부, 그리고 주름진 작은 구멍을 빤히 응시했다. 주인이 스스로 가슴을 만지거나 쥐어짜는 행위는 많이 봤지만, 바지를 벗은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주인의 좆 끄트머리와 구멍은, 주인의 하얀 가슴 위에 달린 붉은색으로 솟은 젖꼭지와 색이 꼭 같았다.

비엔나는 처음 보는 주인의 나신을 쳐다봤다. 새카만 눈과 머리카락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하얗고 매끄러워 보였지만, 하얀 몸의 부분 부분은 붉었다. 그리고 그 붉은 부위들이 비엔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으응… 흐…”

적나라하게 벌어진 하얀 허벅지 사이로 솟아 있는, 붉은 부위에 속하는 좆 위로 주인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눈을 질끈 감고 점점 부피를 키우는 살덩이를 주무르는 주인의 입에서 달뜬 신음이 샜다. 까맣고 큰 눈을 꾸욱 감고 있으니, 붉어진 눈가와 뺨 때문에 주인의 얼굴이 온통 붉은 것처럼 보였다.

이미 어느 정도 서 있던 색이 옅은 좆이 주인의 손안에서 약간은 거칠게, 뭉개지듯 주물러지며 끝뿐만이 아니라 전체가 점차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비엔나의 눈이 끄트머리부터 시작해 붉게 물이 드는 주인의 좆을 신기한 듯 빤히 쳐다봤다. 주인의 손끝에서 번지듯 퍼지는 붉은색이 예쁘다고 생각했다.

“으핫… 응… 으응! 조… 좋아…! 하앙!”

주인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이 점점 높아지고, 곧이어 움찔거리던 붉은 귀두에서 뿌연 액이 울컥 터져 나왔다.

뿌옇고, 끈적해 보이는 액체는 아직도 붉은 좆 기둥을 타고 흘러 주인의 하얀 손가락 사이사이로 스며들 듯 진득하게 흘러내렸다.

“하악… 헉… 허억…”

주인은 잠시 붉은 자국이 남은 커다란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고르더니, 끈적거리는 하얀 액체가 묻은 손가락을 이번에는 좆 아래의 구멍에 가져다 댔다. 위의 커다란 좆이나 통통하게 볼록 솟아 있는 회음부에 비해 구멍은 매우 작았지만, 색은 더 진했다. 젖꼭지나 좆의 끝부분과 같은 붉은색이었다.

아무래도 주인은 붉은 부위들을 만지면 좋아하는 것 같다. 비엔나는 그 사실을 작고 동그란 머리통 속에 입력했다.

“하… 으음… 응…”

하얗고 끈적거리는 액체로 젖은 기다란 손가락이, 주름져 다물린 작고 붉은 구멍을 헤집었다. 주인의 손가락에 비하면 작아 보였던 작은 구멍은 신기하게도 주름이 조금씩 펴지더니 벌어져 주인의 손가락을 삼켰다. 아직도 살짝 벌어져 있던 주인의 입에서 다시금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구멍을 서서히 벌리며, 한 마디 정도만 붉은 구멍 안으로 사라졌던 손가락이 점점 더 깊이 구멍 안으로 사라졌다. 붉은 구멍은 금세 주인의 손가락 하나를 전부 삼켜 냈다. 주인은 손가락을 뿌리까지 깊게 밀어 넣으면서, 하얀색의 끈적거리는 액체가 묻지 않은 다른 손을 들썩이는 가슴 위로 가져갔다.

“흐아… 아흣…!”

붉은 자국들은 거의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주인의 젖꼭지는 커다란 가슴 위에서 유독 붉은색을 자랑하며 톡 솟아 있었다. 붉은 젖꼭지가 세게 당겨지고, 구멍을 헤집는 손가락의 개수가 늘어나 붉은 구멍 주변의 주름이 팽팽하게 펴질수록 주인의 입에서 나오는 신음이 더 높아지고, 더 커졌다.

다시 좆에서 하얀 액체를 뿜어내고 헐떡이며 붉어진 얼굴 위로 까만 눈을 반짝이는 주인을 보며 비엔나는 마침내 확신했다.

중요한 건 붉은 부위! 라고.

비엔나는 수조의 벽면에 아주 희미하게 비치는 자신의 짧뚱한 몸을 쳐다봤다. 적갈색의 동그란 몸이 주인의 나신이 보이는 수조의 유리창 위로 흐릿하게 비쳐 보였다.

주인은 자신에게 특별했다.

까맣고 커다란 눈을 수조와 물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다는 것 외에도, 주인을 기분 좋게 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붉은 부위!

자신이 찾아낸 정답을 떠올리는 비엔나의 눈이 반짝였다. 하지만 곧 비엔나의 작은 몸이 동그랗게 말려들었다. 주인이 봤다면 우리 애기가 색이 칙칙해졌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모습이었다.

그만큼 작은 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비엔나는, 유독 시무룩해 보였다.

물론 비엔나는 정말로 시무룩한 상태였다. 주인을 기쁘게 해 주기에는 주인에 비해 자신이 너무 작았다. 주인보다 전체적으로 작은 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주인의 붉은 부위들보다도 작다. 멀리서 봐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작을 것이 분명했다.

자신은 주인보다도 작고, 지난번에 주인에게 선택받지 못한 이보다도 작다. 주인이 자신을 선택한 것을 보면 크기를 신경 쓰는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자신이 더 컸더라면 주인이 자신의 앞을 막아설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비엔나는 주인의 까만 눈을 직접 보고 싶다는 소망에 더해, 더 커다랗게 변하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했다.

‘남은… 너… 신중… ㄴ번…“

그렇게 생각한 순간, 동그랗게 말려 있던 비엔나의 몸이 원래의 소시지를 닮은 모양으로 돌아왔다. 비엔나의 눈이 다시 반짝반짝 빛났다.

이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뿐 아니라, 어떻게 할 수 있는지도 알 것 같았다.

* * *

주인은 들뜬 표정으로 비엔나의 보들보들한 목덜미에 목줄을 채웠다. 손에 느껴지는 따끈하고 보들한 털은 아무리 만져도 질리지 않았다. 너무 좋아서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엔나를 이렇게 마구 쓰다듬고 끌어안을 수 있게 되다니, 최고야!’

전에는 비엔나가 너무 작아서, 손이 큰 편인 자신이 잘못 만졌다가 그 작고 사랑스러운 것을 터뜨리기라도 할까 봐 절대로 비엔나를 잡거나 만지지 않았었다. 주인은 비엔나에게 위험할 만한 행동은 아예 하고 싶지 않았다.

가끔 말린 멸치를 줄 때, 손을 수조에 넣어 멸치를 받아먹으러 다가온 비엔나의 조그만 몸이 손가락에 스치는 것을 두근거리며 기다린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완전히 커다래진 다음에는, 엉망으로 느껴 버려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커다랗고 미끈거리는 다리에 기대 본 것이 다였다.

‘아, 물론 많이 접촉하기는 했었지…’

엉덩이 사이의 구멍 같은 은밀한 부위까지도 전부 접촉했던 그때를 떠올린 주인의 눈에서 반짝이는 빛이 잠시 사라졌다.

하지만 주인의 눈은 금방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반려 생물과 산책을 나간다는 사실이 주인을 들뜨게 했다. 어찌나 신났는지 주인의 하얀 뺨이 상기되고 눈이 반짝이는 등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마음껏 만지는 것뿐 아니라, 이제는 하나뿐인 반려 생물과 산책도 나갈 수 있었다! 비엔나 앞에서 온갖 수치스러운 꼴을 다 보였지만 이제 아무래도 좋았다. 주인은 지금 이 순간 너무, 너무 행복했다.

반려 생물이 수중 생물이고, 커진 다음에는 밖에 데리고 나가기에는 너무 큰 데다 혹시나 연구소 같은 곳에 빼앗길까 봐 데리고 나갈 수 없었지만… 이제 비엔나는 어엿한 강아지였다. 크기가 조금… 아니, 많이 크기는 하지만 산책을 데리고 나가기에 문제는 없었다.

이젠 강아지가 된 비엔나는 이상하게 젖꼭지에 조금 집착하는 것 같다는 점을 제외한다면 완벽하다.

“왕!”

비엔나는 두껍고 북실거리는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얌전히 주인의 손에 목을 맡기고 있었다. 비엔나의 목에 급하게 주문한 초대형견용-디자인이 몇 가지 없어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목줄을 살살 마저 채운 주인이 뿌듯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주말 동안 주인이 나가려고만 하면 낑낑거리며 바짓단을 잡는 비엔나 때문에, 초대형견인 비엔나를 마트에 데리고 갈 수 없었던 주인은 저염식 도시락을 나눠 먹어야 했었다. 다행히 주말이 지나자 말린 멸치를 포함한, 주인의 택배가 순차적으로 도착했다. 강아지용 사료와 각종 강아지 간식들도.

여러 가지를 이것저것 비엔나에게 먹여 본 결과, 비엔나는 딱히 편식을 하는 강아지는 아니었지만 말린 멸치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말린 멸치를 좋아한다는 점조차 너무 귀여웠다.

“세상에… 진짜, 누구 집 강아지가 이렇게 멋있고 잘생겼지?”

“워웅.”

“그래, 우리 집 애라고? 우리 애기, 주인님 말에 대답했쪄? 아이고, 우리 비엔나, 이렇게 똑똑한데 멋있기까지 해서 어떡해. 아직 나는 우리 비엔나 보낼 준비가 안 됐는데…”

주인의 얼굴에 상심이 어렸다. 주인은 진심으로, 비엔나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는데 산책길에서 만난 모든 강아지가 비엔나에게 반하면 어떡할지 너무 걱정이 됐다. 비엔나의 잘생긴 자태를 볼 때 비엔나의 매력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통할 것이 틀림없었다.

‘음, 그래도… 비엔나한테 어울리는 아주아주 멋진 짝이 나타나면 보내 줘야겠지. 어, 그런데 비엔나가 수컷이야, 암컷이야?’

주인은 갑작스레 드는 의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비엔나의 성별을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 비엔나의 털은 길고 북실북실해 성별을 바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딱히 비엔나의 하반신을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털이 풍성한데도 좋은 냄새가 나서 아직까지 비엔나를 딱히 목욕시킨 적도 없었고.

“비엔나, 자, 배 보여 줘 봐. 누워. 빵야!”

주인은 비엔나의 동그랗고 복실거리는 얼굴을 잡고 배를 보일 것을 지시했다. 전에는 자신의 반려 생물의 성별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포유동물이 된 이상 비엔나의 성별 정도는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비엔나는 까만 깨를 닮은 눈을 굴리더니 얌전히 주인의 말에 따라 배를 보이고 누웠다.

“아이고, 천재! 만재!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비엔나!”

비엔나가 똑똑하게 배를 보이고 누웠다는 점에 흥분한 주인이 배를 보이고 누운 비엔나의 위에 엎어져 배에 마구 얼굴을 부볐다. 주인의 칭찬을 들은 비엔나의 꼬리가 바닥을 쓸며 좌우로 세차게 흔들렸다. 비엔나는 배도 따끈하고 보들보들했다.

“…응?”

성별을 확인해야 한다는 사실도 잠시 잊고 비엔나의 귀여움에 취해 부드러운 배에 마구 얼굴을 부비던 주인의 코에 뭔가 딱딱한 것이 닿았다. 주인은 고개를 마구 부비던 것을 잠시 멈추고, 코에 닿은 딱딱한 것의 정체를 알기 위해 반사적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주인의 생각으로는 강아지의 배에 딱딱할 만한 것은 없었다. 조금 전에 눈으로 봤을 때도 보들하고 풍성한 털만 잔뜩 보였고. 하지만 주인의 손에 만져지는 것은 털이 별로 없었다.

이상하다? 분명 털밖에 없었는데. 이건 뭔가 뜨겁고, 털이 없고, 조금은 딱딱하고…

“히이이이익!”

그리고 손으로 더듬어 올라가도 끝이 나지 않고 계속 만져지는 털이 없는 부위에, 비엔나의 배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조금 전 자신의 코에 닿은 딱딱하고 뜨거운 것의 정체를 확인한 주인의 하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 * *

주인은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며 소름이 돋아난 팔뚝을 마구 문질렀다. 이제 날씨가 많이 풀려서 그다지 춥지 않은 날씨임에도 그랬다.

‘…그래, 잊자. 사람도 얼굴 생김새로 차별하면 안 되는데 하물며 우리 비엔나 좆이 생긴 게 좀 그럴 수도 있지! 일단, 기능에 문제만 없으면 되는 거잖아?’

주인은 애써 머릿속에 자꾸만 떠오르는 생생한 감촉과 이미지를 지웠다.

“웡! 웡!”

주인은 비엔나의 목줄을 쥐고 있는 손이 당겨지자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비엔나가 어서 다른 곳도 가 보자는 듯 귀여운 분홍색 혀를 빼어 물고 헥헥거리며 주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까만 깨를 닮은 눈이 햇살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비엔나의 뒤로는 커다랗고 북실한 꼬리가 미친 듯이 바닥을 쓸고 있었다.

‘음… 이따가 비엔나를 반려 생물로 들인 이래 처음으로 목욕을 시켜야 할지도.’

“나오니까 신나지?”

주인이 비엔나의 머리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주인이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자 비엔나가 주인의 손에 복슬거리는 동그란 머리를 비벼 왔다. 비엔나는 강아지가 된 이후로 더 적극적으로 애교를 부리고는 했다.

이전에 작은 소시지였을 때도 자신이 손을 넣으면 손가락에 동그란 머리통을 가져다 대거나, 손가락 사이를 지나가는 등 무척이나 귀여웠지만 복실거리는 털에 커다란 덩치로 그렇게 행동하니 배는 귀여웠다.

주인은 그의 인생 전반에 걸쳐 좋은 것은 클수록, 많을수록 좋다는 말을 꽤나 진지하게 믿는 편이었다. 그런 주인에게 매우 귀여운 비엔나가 매우 크다는 것은 정말로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비엔나가 지금보다도 거대한 문어 모양으로 변했을 때도 주인의 마음은 같았었다. 다만, 그때는 비엔나를 귀여워할 정신이 없었을 뿐.

“흐윽… 귀여워. 머리통 동그란 것도 똑같아.”

머리를 비비는 비엔나의 행동을 본 주인이 지퍼를 채우지 않은 숏패딩 사이로 손을 넣어 가슴께를 부여잡았다. 주인의 가슴을 팽팽하게 감싸고 있던 티가 주인의 손아래에서 속절없이 구겨지며 구겨진 부위의 천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주인의 커다란 가슴 위로 더 팽팽하게 달라붙었다.

“아야…”

겨울 옷 중에서는 최대한 헐렁한 축에 속하는 티를 입고 나왔지만, 가슴과 덩치가 워낙 큰 터라 부해 보이지 않기 위해 평소에 옷을 몸에 딱 맞게 입는 편이었던 주인의 상의는 대부분 여유가 없었다. 주인은 아직도 약간은 부어 있는 젖꼭지가 천에 쓸리는 감각에 미세한 신음을 내뱉었다.

“…어쨌든, 가자!”

따끔거리는 젖꼭지도, 주인이 반려 생물과 첫 산책을 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길을 걷고 있자니 간혹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멈춰 서서는 비엔나를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우리 비엔나가 그렇게 멋있나? 뭐, 내가 낳지는 않았지만 뿌듯한걸?’

주인의 고개가 빳빳하게 치켜 올라갔다. 분명히 다들 비엔나를 보고 너무 멋있어서 놀란 것이 틀림이 없었다.

주인은 고개를 치켜들고 공원으로 가는 중 길을 지나가는 강아지들을 눈으로 스캔했다. 저 중에 비엔나의 짝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까 확인한 바로는, 어쨌든 비엔나에게는 명백히 달려 있었다.

‘음, 매우 귀엽지만 체급이…’

‘오, 쟤는 조금 큰데 우리 비엔나가 조금 아까워. 아냐, 역시 작네.’

공원까지 가는 길에 열심히 주위를 살핀 보람이 없게도 주인의 마음에 차는 강아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엔나만큼 크고, 잘생기고, 귀여운 강아지가 없었다.

‘그냥 내가 죽을 때까지 끼고 살아야지! 아니, 짝을 만들어 줘도 내가 끼고 살 거지만… 음, 꼭 짝이 있을 필요는 없잖아? 이렇게 잘났는데.’

주인은 비엔나와 한 마디 상의 없이 머릿속으로 깔끔하게 합리화를 마쳤다.

공원에 도착한 주인은 야심차게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풀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비엔나가 얌전히 주인의 앞에 앉아 혼자 부산스러운 주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바쁘게 가방 안을 휘젓던 주인의 손에 들려 나온 것은, 동그란 공이었다.

“여깄다!”

주인은 강아지 사료며 간식 등을 추가로 주문하면서 강아지 장난감도 여러 개 주문했다. 작은 인형들은 비엔나의 앞에 들이밀어도 비엔나가 큰 흥미를 보이지 않는 바람에 실패했지만, 이 공이라면 다르다!

주인의 머릿속으로 언젠가 미국 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초록색 잔디 위에서 공을 던지고 커다란 강아지가 공을 물어오는 장면과 그렇게 몇 차례 공을 던지고 물어오는 것을 반복하다 결국은 하하 웃으며 주인과 커다란 강아지가 초록색 잔디밭 위를 껴안고 구르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주인은 커다란 강아지를 키운다면 그런 것을 꼭 해 보고 싶었다.

주인이 공을 쥔 손을 비엔나의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비엔나의 눈이 주인의 손을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자, 비엔나. 물어 와!”

주인은 마침내 비엔나의 앞에 동그란 공을 높이 들어 보이며, 신나게 공을 던졌다. 공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공터 위를 날았다.

“…”

“…”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비엔나는 그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주인은 공을 던지느라 높이 들었던 팔을 어색하게 내렸다.

‘장난감도 다시 사야 하나?’

아무래도, 자신의 반려 생물은 공에도 흥미가 없는 모양이었다.

“우리 비엔나는… 공 안 좋아하는구나. 하하…”

주인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공을 줍기 위해 걸음을 뗐다. 마음속에 간직했던 로망이 깨진 것에, 약간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걸어가 쓸쓸히 멈춰 있는 공 앞에 섰다. 주인이 공을 줍기 위해 곧은 허리를 굽히자, 주인의 탄탄하고 둥근 엉덩이의 윤곽이 숏패딩 아래로 드러났다.

“음, 공이 별로면 뭐 하고 싶… 응?”

주인은 허리를 펴자마자 바로 뒤에 와 있는 비엔나와 마주쳤다. 언제 따라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혹시, 공놀이를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사실은 공을 가지고 놀아 보고 싶었던 건지도 몰랐다.

“자, 봐 봐.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물고 나한테 오면 내가 다시 공을 던져 주는 거야. 뛰어다닐 수도 있고, 아주 재밌는 놀이지.”

“왕.”

“좋아. 그럼 다시 한번 던져 볼까?”

비엔나가 자신의 말을 긍정한 것이라고 제멋대로 판단한 주인은, 다시 힘차게 공을 던졌다.

“…”

“…”

“…공 말고 다른 거 할래?”

주인은 또다시 멀뚱멀뚱 자신을 올려다볼 뿐인 비엔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비엔나는 동그란 머리를 갸웃할 뿐 그 흔한 웡 소리도 내지 않았다. 주인은 할 수 없이 다시 터덜터덜 다시 공터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다시 공을 주워 든 주인은, 다시 자신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온 비엔나를 보며 생각했다.

‘…그냥 나 따라다니는 건가?’

주인은 자신의 추측에 확신을 얻기 위해, 이번에는 공을 던지지 않고 그냥 옆으로 몇 걸음 움직였다. 앉아 있던 몸을 일으킨 비엔나가 주인을 졸졸 따라와 주인의 앞에 털썩 앉았다.

주인은 이번에는 뒤로 몇 걸음 움직여 보았다. 이번에도 비엔나가 엉덩이를 바닥에서 떼고 일어나 졸졸 주인이 뒤로 물러난 만큼 따라왔다.

“…우리 애기, 주인님 따라 다니는 거였어!? 귀여워!”

“꾸웅…”

그리고 주인은 자신을 졸졸 따라오는 비엔나를 보고 벅차오르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아 비엔나의 목이며 몸통을 끌어안고 마구 얼굴을 부볐다. 비엔나는 약간 불편한지 조금 뒤척이기는 했지만, 주인이 끌어안고 마구 부비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좋아. 오늘 이 주인님이 태어나서 가장 재밌는 날로 만들어 주지.”

몸을 일으킨 주인이 상당히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히익!?”

그리고 주인은 다리에서 느껴지는 생소한 감각에, 아래를 놀란 눈으로 내려다봤다. 분명 조금 전까지 열심히 빙글빙글 돌던 비엔나가 주인의 다리에 대고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왜, 왜 이러지? 혹시, 발정기라도 온 건가?’

주인은 비엔나의 행동에 크게 당황했다. 조금 전 다른 강아지들을 보며, 비엔나의 짝에 대해 생각해 보기는 했으나 진지했던 건 아니었다. 커다란 문어로 변한 비엔나에게 이런저런 짓을 당하기는 했으나, 직접적으로 비엔나가 성기를 넣은 것도 아니었던 데다 주인의 마음속 비엔나는 아직 작은 아기 문어 그대로였다.

주인은 헥헥거리며 자신의 다리에 좆을 마구 비비는 비엔나를 내려다봤다. 비엔나를 보는 주인의 눈이 마구 떨리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비엔나는 몸만 커다랗게 변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짝을 찾을 때가 되었는지도 몰랐다.

‘에이, 아니겠지. 마운팅은… 놀다가 신나면 하기도 한다고 했으니까.’

주인은 전에 개를 반려동물로 고민할 때 본 내용을 떠올렸다. 그래. 비엔나는 처음 밖으로 나와 봤으니, 그냥 너무 신이 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보통 그런 경우에는 많이 몸을 움직이게 해 주면 된다고 했었다.

“좋아. 비엔나, 오늘 집에 일찍 들어갈 생각 하지 마.”

주인은 제법 비장한 표정으로 비엔나에게 말한 뒤, 팔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 * *

“허어어억… 헉… 헉…”

이제 더 이상은 무리였다. 목에서 피 맛이 나는 것만 같다. 주인의 커다란 몸이 털썩 공원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인은 다급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미친 듯 뛰는 심장을 입 밖으로 뱉어 버릴 것만 같았다.

“왕!”

헐떡이며 곧 심장을 뱉어 낼 기세인 주인과는 달리 비엔나는 매우 활기차 보였다. 주인은 핑핑 도는 것 같은 시야에 들어오는 비엔나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호흡을 고르기 위해 노력했다.

‘…효과가 있었나?’

주인은 책에서 본 적 있던, 강아지의 마운팅에 대한 것을 떠올렸다. 본 지 좀 되어서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충분히 운동을 시켜 주지 못해서였다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주인은 자신의 다리에 열심히 하반신을 비비는 비엔나의 목줄을 다급하게 잡아당겨 다시 공원을 돌았다.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몇 바퀴를 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이상 도는 것은 무리였다.

“우욱… 이제 집에 가자…”

“왕!”

주인은 지친 기색이 전혀 없는 비엔나에게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참으며 말했다. 비엔나가 꼬리를 흔들며 주인의 말에 대답하듯 짖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정말로 됐겠지…?’

자신의 다리에 비벼지던 비엔나의 좆-그래, 이제는 좆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다-을 떠올리니 아까 아침에 손으로 잡았던 감각까지 떠올라 더 소름이 돋았다. 얼굴은 이렇게 귀여운데 왜 다리 사이에 그런 것이 달려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주인의 상식에 비추어 볼 때 그 생김새는 강아지의 것이라고 칭하기도 미묘했다.

‘…별 뜻 없었겠지?’

주인은 비엔나의 동그란 얼굴을 쳐다봤다. 비엔나는 주인을 보며 꼬리를 마구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비엔나의 목줄을 쥐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집으로 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달리는 것을 멈추니 미지근하게 식기 시작한 땀 때문에 조금 추운 것 같았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고는 해도, 아직 봄이라고는 할 수 없는 날씨였다. 주인은 집에 가자마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도 자신의 옆에서 신나게 걸음을 옮기는 비엔나를 보니 제법 뿌듯했다. 땀에 젖어 축축한 가슴에 따뜻한 온기가 퍼지는 기분이었다.

‘그래, 내 새끼가 재밌었으면 됐지! 내 다리 따위!’

힘들어서 딱딱하게 굳었던 땀에 젖은 주인의 얼굴이 비엔나를 내려다보며 헤실헤실 풀렸다.

* * *

“흐아… 살 것 같다…”

욕실에서 머리를 털며 나온 주인의 입에서 기분 좋은 한숨이 나왔다. 뜨거운 물로 미지근하게 식어 끈적이는 땀을 전부 씻어 내고 아직도 후들거리는 다리까지 뜨거운 물이 흘러내리자 몸이 노곤노곤 풀리는 기분이었다.

넓은 어깨나 두꺼운 몸통, 발달한 가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느다란 허리에만 긴 수건을 하나 두르고 나온 주인의 상체 위로 군데군데 젖어 있는 머리카락으로부터 흘러내린 물방울이 맺히거나 흘러내렸다. 뜨거운 물 아래 꽤 긴 시간동안 서 있어서인지, 주인의 하얀 몸이 더 뽀얗게 빛나고 얼굴에는 미미한 붉은 기가 돌았다.

주인의 어깨나 쇄골, 윗 가슴은 큰 자국 없이 하얀 색으로 깨끗했지만 비엔나의 이에 꽤나 잘근잘근 씹혔던 젖꼭지와 그 주변의 피부를 포함한 피부에는 아직도 붉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가슴에서 솟아오른 부분은 전부 붉은색으로 얼룩얼룩하다고 봐도 좋았다.

요 며칠 주인의 사소한 고민이 있다면 비엔나에게 잔뜩 씹히고 핥아지고 빨린 젖꼭지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음에도 여전히 원래의 크기와 색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조금 전에도 뜨거운 물로 샤워를 시작하기 전, 붉은색으로 씹힌 자국이 남은 자신의 젖꼭지를 허리를 틀어 가며 거울로 확인하고 걱정했다.

비엔나가 자꾸 건드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티를 입고 있는 것이 가장 나을 것 같은데, 티를 입고 있자니 젖꼭지가 쓰라렸고 그렇다고 벗고 있자니 또 비엔나가 집적일 것이 걱정됐다. 젖도 나오지 않는데 왜 그렇게 젖꼭지에 입질을 해 대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전까지 족히 세네 시간은 산책을 하고 왔고, 잔뜩 주문했던 강아지 간식도 도착했으니 나가서 간식을 물려 준다면 상관없을 것 같았다.

“왕!”

주인이 나오기를 기다렸는지 욕실 앞에 앉아 있던 비엔나가 작게 짖었다. 주인이 집 안에서는 크게 짖으면 안 된다고 한 말을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주인은 기특하고 귀여운 반려 생물의 머리를 쓰다듬기 위해 손을 내렸다.

“주인님 기다렸쪄요? 간식 먹을까? 간식?”

주인은 비엔나에게 웃어 보이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공원을 몇 시간이나 잔뜩 뛰고 왔으니 배가 고플 것이 분명했다. 저녁을 먹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니, 비엔나에게 간식을 챙겨 줄 생각이었다.

천만다행히도, 아까 집에 막 들어와 비엔나의 털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아 보니 발만 닦아 주면 굳이 비엔나를 목욕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공원을 뛰었는데 냄새가 나지 않다니.

“…역시 동물이 인간보다 낫네.”

주인이 아무 생각 없이 떠오른 말을 그대로 중얼거렸다. 주인을 따라 걷던 비엔나의 귀가 살짝 움직였다. 비엔나의 보들한 발이 잠시 걷는 것을 멈췄다가, 주인이 비엔나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채기 전에 금방 다시 주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주인이 주방으로 들어서 찬장으로 걸어갔다. 아래부터 찬장을 하나씩 열었다. 분명히 택배로 받은 강아지 간식을 찬장에 넣었다는 것은 기억나는데, 몇 번째 찬장에 넣었는지가 기억나지 않았다. 주인이 허리를 굽히자 도톰하긴 해도 겨울옷에 비하면 얇은 타올 위로 주인의 탄탄한 엉덩이의 윤곽이 둥그렇게 드러났다.

“으음… 분명히 세 번째 칸… 아니야, 꼭대기인가?”

주인은 물건을 늘 두는 몇 군데에만 두는 편이었으므로, 차례로 뒤진다면 금방 찾겠지만 비엔나에게 빨리 간식을 주고 싶은 주인의 마음이 급해졌다. 종류별로 다양하게 산 간식을 어서 비엔나에게 먹이고, 비엔나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아닌가? 맨 아래 칸인가? 흐음… 응?”

주인은 열심히 허리를 숙이고 찬장을 뒤지던 중 가까이서 들리는 헥헥거리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려고 했다.

“…흐히익!”

그러나 주인이 뒤를 돌아보는 것보다 주인의 타올 한 장에만 싸인 커다란 엉덩이에 무언가 뜨겁고 단단한 것이 문질러지는 것이 더 빨랐다. 몸에 살짝 남은 물기가 흘러내려 약간은 축축한 타올은 주인의 피부에 꽤나 밀착되어 달라붙어 있었고, 주인은 그 덕에 엉덩이에 느껴지는 뜨겁고, 단단하고, 울퉁불퉁한 감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주인은 엉덩이에 갑자기 뜨겁고 딱딱한 것이 문질러지자 그대로 굳은 채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주인은 어렵지 않게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또야?! 아까 그렇게 뛰었는데!’

그래, 허리와 등을 누르는 묵직한 무게감과, 등에 얹어진 두 개의 꽤나 큼직한 발바닥, 가까운 곳에서 들리는 헥헥거리는 소리까지 종합한다면 비엔나가 자신의 등을 짚고 마운팅 중인 것이 틀림없었다.

“비… 비엔나! 간식 거의 다 찾았으니까…!”

주인은 비엔나를 보기 위해 몸을 틀며 비엔나가 혹할 법한 주제를 던졌다.

분명 처음으로 산책을 다녀온 흥분이 아직 가라앉지 않아 더 놀고 싶은 것이 틀림없었다. 주인이 비엔나의 얼굴을 보고 타이르기 위해 허리를 틀었다.

주르륵. 그 과정에서 주인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타올이 맥없이 흘러내렸다. 주인의 커다란 손이 다급하게 흘러내리는 타올을 부여잡았다.

“자… 잠깐만, 잠깐!”

하지만 이미 허리에 묶었던 느슨한 매듭이 풀린 데다, 비엔나가 계속 주인의 허리와 엉덩이께에 몸을 비비고 있었으므로 타올은 주인이 커다란 손으로 쥐는 것이 의미 없게도 완전히 흘러내리며 주인의 하얗고 탱탱한 엉덩이와 단단한 허벅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야 말았다.

“으앗…!”

부드러운 맨살 위로 우둘투둘하고 뜨거운 성기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주인은 생소한 감촉에 당황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조금 풀리기는 했으나, 여전히 후들거리던 주인의 다리가 휘청였다. 다리에 힘이 한 번 풀리자, 이미 등과 엉덩이를 걸쳐 거의 올라타다시피 했던 비엔나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주인의 커다란 몸이 쿵- 주방 바닥으로 넘어졌다.

“아야…… 비엔나? 에이, 아니지? 이거 밥 아니라니까!?”

주인은 넘어지며 찧은 무릎에 아파하다가 왠지 자신의 가슴에 꽂히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비엔나의 눈이 자신의 가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은 평소처럼 맑은 빛으로 반짝이지 않고 왠지 약간 탁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안 돼…! 또 가슴이랑 젖꼭지를 씹히면 이제 다시는 원래 크기랑 색으로 안 돌아올지도 몰라. 간신히 가라앉았는데! 그리고 너무 이상하잖아! 아무리 마운팅이 신나서 하는 거라고는 해도!’

“우유는커녕 쌀 한 톨도 안 나온다고…! 비엔나 너도 빨아 봐서 알잖아! 왜! 왜 좋은 간식 놔두고 그래, 응?”

다급함을 느낀 주인이 애타게 외쳤다.

하지만 비엔나는 주인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은 것 같았다. 비엔나가 앞발 하나를 주인의 무릎에 얹으며 몸을 들어 올렸다. 비엔나의 몸이 조금 들리자 다리 사이로 보이는 비엔나의 성별을 알려 주는 기관, 그래, 좆이 주인의 눈에 들어왔다.

방금까지 주인의 엉덩이에 문질러졌던 그것!

정면으로 비엔나의 좆을 마주한 주인의 눈이 질끈 감겼다.

귀여운 비엔나의 다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산책을 나가기 전에도 목격한 바 있던 전혀 귀엽지 않은 살덩어리를 정면으로 볼 자신이 없어서였다.

비엔나의 다리 사이에 위치한 그것은, 위치나 전체적 외향, 기능을 따져 보면 ‘좆’의 분류에 속하기야 하겠지만 일반적인 좆의 외향과는 크기부터 생김새까지 조금, 아니 많이 차이가 있었다.

일단, 털 사이로 드러나 흔들리는 살덩이는 크기가 매우 컸다. 주인은 애인을 만나거나 하룻밤 상대를 구할 때 몸이며 얼굴, 좆 크기를 따지는 편이었고 주인 자신의 좆도 키에 맞게 큰 편이었다.

하지만 비엔나의 다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저 적갈색의 울퉁불퉁한 살덩이의 크기에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조금 과장을 보태, 근육이 잔뜩 붙어 두꺼운 자신의 팔뚝의 손목 두께 정도는 족히 넘어 보였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거의 팔뚝에 비견할 정도로 커다란 저 살덩이의 표면이 빨판으로 덮여 있다는 점이었다. 포유동물의 좆에 붙어 있을 리 없는 바로 그 빨판 말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빨판이 달리지 않은 좆의 끝부분은, 무슨 고리가 채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두툼했다.

주인은 행여나 저 흉흉한 모양새의 좆이 자신에게 닿을까 몸을 움츠렸다. 그렇지 않아도, 발정기로 보이는 반려 생물의 좆에 닿는 것은 그게 아무리 자신의 작은 비엔나여도 별로 기꺼운 일이 아니었다.

두툼한 좆의 끝부분이 흔들릴 때마다, 끝이 더 두꺼운 모양새의 방망이가 다리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을 보는 기분이었다. 좆의 표면을 촘촘히 덮은 도톰한 빨판들은, 좆이 흔들릴 때마다 살아 있는 것처럼 좆 기둥의 표면에서 불뚝불뚝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도톰한 빨판들이 길고 두꺼운 방망이 모양의 좆 위에서 살아 있는 것처럼 맥동하는 광경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아니, 좆으로 자기가 문어였다고 광고하냐고!’

반려 생물의 좆을 보고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스스로가 싫었지만, 며칠 전만 해도 비엔나의 굵고 두꺼운 미끈거리는 빨판에 이것저것 당한 입장으로서 비엔나의 이전 모습이 연상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예 문어 모습이었으면 아하, 문어의 다리에는 빨판이 달렸구나! 하고 넘어갈 일이지만, 크기가 좀 클 뿐 온통 보들보들한 비엔나의 다리 사이에 적갈색의 몽둥이 같은 것이-그것도 표면이 빨판에 덮인 채로- 매달려 있는 광경은 한 번에 받아들일 수 있을 법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주인은 비엔나의 성별을 알게 된 지 만으로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비엔나가 수컷이었다는 사실에 더해 좆까지 저만큼이나 자라나 버렸다는 사실은 주인으로서는 적응하기 힘들었다. 주인의 안에서 비엔나는 아직도 자신의 손가락보다 작던 작은 문어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저 좆을 보건대 비엔나도 다 큰 것이 틀림없으니, 정말로 발정기가 온 걸지도 모른다.

주인의 눈이 실처럼 가늘게 떠졌다. 비엔나를 아예 보지 않을 수는 없으니, 흐린 눈으로 볼 심산이었다.

“히익! 안 돼! 죽어도 안 돼! 오늘 가슴은 안 된다고!”

실눈을 뜨자 비엔나는 어느새 자신의 몸 위에 제대로 올라타 있었다. 주인은 다급하게 마치 생명줄처럼 쥐고 있던 타올을 급하게 끌어 올려 가슴을 덮었다. 그걸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단단하게 근육이 잡힌 팔을 들어 엑스자로 모아 이미 타올로 한 겹 덮인 가슴 위를 한 번 더 가리기까지 했다. 절대로 안 된다. 주인은 굳게 다짐했다. 원래 어리광을 전부 받아 주다 보면 내 새끼의 버릇이 나빠지는 법이다.

비엔나가 오늘 이 주방에서 입에 넣을 수 있는 것은 간식뿐이었다.

하지만 주인은 가슴을 너무 열심히 방어하느라 비엔나의 시선이 훤히 드러나 있는 옅은 붉은빛을 띤 자신의 좆에 향해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흐앗! 비엔나!”

주인이 거의 비명을 지르듯 비엔나의 이름을 불렀다. 좆에서 느껴진 축축하고 뜨거운 감촉은 바로 비엔나의 혀였다. 분홍색의 기다란 혀가 주인의 연한 붉은빛이 도는 좆을 기둥부터 시작해 핥아 올리고 있었다.

“비엔나, 거기 지지야…! 지지… 흐아앙!”

다급하게 비엔나를 말리려던 주인의 허리가 들썩였다. 하지만 비엔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주인의 다리 사이에 박은 머리를 들지 않았다. 비엔나의 혀가 진득하게 좆기둥을 훑고 지나갈 때마다 허벅지와 종아리가 덜덜 떨렸다.

지금 자신의 다리가 경련하듯 떨리는 것이 아까 공원을 너무 무리해서 돌아서인지 아니면 비엔나에게 좆을 핥아지고 있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

“흐으… 비… 엔나…”

원래 예민한 부위인 좆에서 느껴지는 뜨겁고 축축한 감촉에 자꾸만 허리가 비비 틀리고 엉덩이가 들썩였다. 게다가 공원에서 몇 시간 동안 혹사당한 다리는 제 것이 아닌 것처럼, 파들파들 떨릴 뿐 주인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으… 흐으… 읏!”

비엔나의 혀가 기둥을 휘감듯 타고 올라가며 조금씩 단단하게 변하는 좆의 표면을 질척하게 적셨다. 적셔지는 면적이 넓어질수록, 주인의 좆은 자극에 반응해 계속 부풀어 올랐다. 막 씻고 나와 은은한 붉은빛을 띠던 주인의 좆은 어느새 진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흐아… 응! 앙!”

‘말려야 하는데…! 이러면 가슴을 가린 의미가 없잖아. 차라리 가슴이 낫겠어!’

비엔나를 말려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좆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자극 때문에 제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비엔나의 침으로 흠뻑 젖다 못해 물소리가 울릴 정도였기에, 더 이상 붉은색으로 달아오른 좆의 표면에 머물지 못한 끈적하고 투명한 액체가 좆기둥을 타고 그 밑으로 흘러내려 통통한 회음부와 그 밑의 움찔거리는 구멍까지 적시고 있었다.

완전히 벌어져 드러난 주인의 다리 사이는 주방의 불빛 아래에서 희고 붉게 빛났다. 비엔나가 동그란 머리통을 움직일 때마다 비엔나의 힘이 좋은 혀로 핥아지는 커다란 좆이 흔들리며 번들번들 붉은색으로 야하게 빛났다.

손에서도 힘이 빠져 가슴을 덮고 있던 수건이 주방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바람에 주인의 가슴과 아직도 부어 있는 젖꼭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인의 허리가 튀어 오르고, 허벅지가 파르르 떨릴 때마다 수건이 흘러내려 드러난 탱탱한 가슴도 함께 들썩이며 떨렸다. 바닥에 늘어져 있던 주인의 팔이 힘없이 움직였다. 주인의 고개가 힘없이 도리질 치듯 움직였다. 주인의 붉게 달아오른 눈가는 좆을 핥아지며 흘러내린 생리적인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흡, 흐윽….”

너무 느껴서,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주인의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린 눈물이 하얀 뺨 위로 궤적을 남기고 신음을 뱉느라 벌어진 붉은 입술 옆으로 침이 한 가닥 흘러내렸다.

“흐앗, 흐으앙!”

설상가상으로, 비엔나는 이제 좆기둥을 혀를 넓게 펴서 핥아 올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이로 살짝 물어 주인의 좆을 고정한 채로 혀를 뾰족하게 세워 유독 예민한 좆 대가리를 후벼 파듯이 쑤시고 꾹꾹 누르고 있었다.

주인의 입에서 더 높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점점 사정감이 몰려왔다. 지나친 쾌감 때문에 주인의 벌어져 파르르 떨리는 하얀 다리가 공중을 몇 차례 차듯이 움직이고 주인의 발가락이 완전히 안쪽으로 오므라들었다.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이러다가는 비엔나의 입 안에다가 쌀 것 같았다. 필사적으로 발가락을 오므려 가며 참고 있기는 했지만 반려 생물의 입 안에다가 정액을 쌀 수는 없었다. 떠올려 보자면, 언제나 생각만 하고 실패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주인은 항상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했다.

“비… 비엔나! 거기 말고 차라리 가슴, 아니, 젖꼭지 빨자? 응? 제발…!”

주인은 거의 울먹이다시피 다급하게 비엔나에게 말했다.

주인은 자신의 젖꼭지 주변의 살을 손가락으로 눌러 빨갛게 뭉쳐 있는 젖꼭지를 비엔나에게 보여 주기까지 했다. 주인의 커다란 손에 눌린 하얀 가슴살이 솟아올라, 붉은 젖꼭지가 비엔나 쪽으로 조금 더 내밀어지듯 튀어나왔다.

‘흐어어, 가슴 가리지 말걸! 차라리 가슴이랑 젖꼭지를 빨리는 게 백번 나았는데!’

이 순간만큼은 주인은 자신의 젖꼭지 주변의 살을 눌러 젖꼭지를 빨라고 내미는 것이 전혀 창피하지 않았다. 비엔나의 눈이, 주변의 살에 밀려 내밀어진 동그란 빨간색 젖꼭지를 빤히 응시했다. 비엔나의 혀가 잠시 주인의 좆에서 떨어져 나갔다. 비엔나의 혀와 주인의 좆 사이에 긴 은색의 실이 늘어졌다.

“그… 그래! 비엔나, 젖꼭지 좋아하잖아, 응?”

주인의 눈에 희망이 어렸다. 하지만 주인에게는 안타깝게도, 비엔나는 금방 시선을 다시 주인의 좆으로 돌렸다.

“아… 안 돼!”

그리고 비엔나의 뜨겁고 축축한 혀가 다시 자신의 좆에 닿은 순간, 주인은 자기도 모르게 비엔나의 복실하고 동그란 머리통에 손을 얹고 밀어 냈다. 필사적인 마음에서 나온, 본인도 자각 없이 나온 행동이었다.

꽤 센 힘으로 밀려난 비엔나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리고 ‘나를…밀었어?’라고 말하는 듯 주인을 올려다봤다.

사실 주인도 밀어내고 아차, 싶었던 터였다. 아무리 문란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비엔나는 주인의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반려 생물이었다. 죽을 때까지 함께할.

“아니야, 비엔나. 그게… 히익!”

주인은 비엔나에게 해명하려고 했다.

우리 애기를 거부한 게 아니라, 그냥, 쌀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하지만 주인이 미처 말을 제대로 꺼내기도 전에, 비엔나가 주인의 벌어진 하얀 허벅지 사이에서 잔뜩 부풀어 흔들리고 있는 붉은색으로 반들거리는 좆을 살짝 물었다.

주인이 급하게 숨을 들이켰다.

‘야… 얌전히 안 있으면 좆을 잘라 버린다는 건가!?’

예민한 부위를 뾰족한 이 사이에 물려 잔뜩 긴장한 주인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비엔나의 보들한 앞발 아래에 깔린 허벅지에 더 힘이 들어가고, 두툼한 가슴이 둥글고 단단하게 경직됐다. 한계까지 부풀어 비엔나의 하얗고 뾰족한 이 사이에서 진한 붉은색으로 번들거리던 주인의 좆이 살짝 시들었다.

“흐아!? 아읏!”

그러나 비엔나의 이가 아주 부드럽게 주인의 좆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하자, 주인의 입에서 다시 높은 신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흐… 아… 흐아앙!”

살짝 날카로운 이 여러 개가 간신히 사정을 참고 있던 주인의 좆을 지압하듯 꾹꾹 눌러 가며 위아래로 씹어 댔다. 뾰족한 이에 씹힌다는 긴장감에 주인의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고, 반대로 주인의 발가락은 한껏 벌어졌다. 그리고 이미 터질 듯 부풀었던 주인의 좆은, 정말로 비엔나의 이에 살짝 물린 채로 터뜨리듯 정액을 분출해 버렸다.

정액의 일부는 비엔나의 입 안으로 분출되었고, 일부는 비엔나의 커다란 입에서 새어 나와 주인의 좆기둥을 타고 그 아래로 흘러내렸다.

흘러내린 정액은 주인의 볼록한 회음부를 타고 흘러, 그 아래의 작은 붉은색 구멍까지도 유백색으로 진득하게 적시며 주방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주인의 벌어진 다리 사이의 붉은 부위들이 온통 끈적이는 액체로 번들번들 빛났다. 하지만 주인은 꽤나 난잡한 모양새로 벌어져 젖어 있는 다리 사이를 오므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배… 뱉어! 지지야, 지지!”

주인은 비엔나의 입 주변의 보들하고 짧은 털에 튄 정액을 보며 기겁했다. 주인은 다급하게 손을 뻗어 비엔나의 입 주변의 짧은 털을 마구 문질렀다. 귀여운 얼굴을 복슬복슬 덮은 유독 짧은 털들 위로 점점이 튄 정액을 보고 있자니, 창피해서 미쳐 버릴 것 같았다.

‘현주인, 바보! 멍청이! 육욕의 노예 같으니! 어떻게든 참았어야지…! 으허헝…’

꿀꺽. 챱챱. 어떻게든 튄 정액을 닦아 내 보려고 입 주변을 마구 문지르는 주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비엔나에게서 뭔가를 삼키는 소리와 함께 챱챱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주인은 경악했다.

“너… 너… 삼켰어!?”

사정의 여파로 발그레하게 달아올라 있던 주인의 뺨이 살짝 창백해졌다. 방금까지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던 허리가 저절로 벌떡 일으켜졌다.

“비… 비엔나, 빨리 퉤 해. 퉤!”

주인은 동그란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마구 주물렀다. 비엔나가 항의하듯 꿍꿍 울었다. 단단한 손아귀에서 보들한 얼굴이 이리저리 찐빵처럼 눌렸다. 하지만 주인이 비엔나의 동그란 얼굴을 주무른다고 이미 삼켜 버린 정액이 다시 나올 리 없었다.

비엔나는 조금 전 주인의 말은 전부 못 들은 척했으면서, 주인이 볼을 마구 만지는 것에는 꿍꿍거리긴 했지만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주인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양볼을 꾸욱 눌러 입을 벌려 봤지만 비엔나의 입 안에는 이미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주인은 절망했다. 주인은 양손을 들어 올려 거기에 얼굴을 파묻었다. 창피해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훌쩍. 작게 코를 삼키는 소리와 함께, 주인의 얼굴을 덮은 양손의 손가락 사이로 축축한 물기가 배어 나왔다. 이제, 비엔나의 앞에서 보호자의 체면을 버리고 우는 것 정도는 창피한 축에 속하지도 않는다.

“끄우웅… 낑… 웡.”

울고 있던 주인의 귀로 비엔나의 낑낑거리는 소리와 함께, 종아리쯤에 뭔가 뜨겁고 딱딱한 것이 마구 문질러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주인은 낑낑거리는 비엔나의 소리에 할 수 없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어 냈다.

“끼이잉… 꾸웅.”

주인의 약간 부어 눈물이 고인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비엔나의 상태가 뭔가 이상했다. 비엔나가 앓는 듯한 신음을 흘리며 주인의 종아리에 하반신을 비비고 있었다. 까만 깨를 닮은 눈에서도, 종아리에 비벼지는 울퉁불퉁한 살덩이에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주인은 당황했다. 정액은 강아지가 먹으면 안 되는 거였나? 하기야 인간에게는 괜찮은 초콜릿도 강아지가 먹으면 큰일 나지 않는가?

비엔나가 아픈 것 같다고 생각하자 도저히 다른 것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비엔나가 자꾸만 자신의 좆을 문지르는 것도, 자신의 좆에서 나온 정액을 먹어서 뭔가 좆에 관련된 쪽이 아파진 걸지도 모른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로 비엔나가 정액을 먹어서 탈이 난 것처럼 생각됐다.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나? 그런데, 비엔나는 어느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지?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도 괜찮나? 그런데 우리 비엔나는 좆에 빨판이 달렸는데 섣불리 병원에 데리고 갔다가 좆에 빨판이 달린 개라고 신고당해서 실험실로 끌려가면 어떡하지?’

“흐윽… 허엉… 어떡해…”

“끄응… 낑, 끼잉…”

비엔나는 낑낑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비엔나의 좆은 주인의 종아리 위로 문대는 것을 멈췄음에도 꺼떡꺼떡 흔들리고 있었다. 유독 두껍게 부푼 좆 대가리는 이미 축축하게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끄으으응…”

비엔나의 얼굴이 고통스럽게 일그러졌다. 안절부절못하며 바닥을 득득 긁어내리던 비엔나의 눈이 훤히 벌어진 주인의 다리 사이로 향했다.

흘러내린 정액과 침으로 젖어 있는 붉은 구멍을 빤히 응시했다. 붉은빛을 띠는 구멍을 응시하는 까만 깨를 닮은 눈이 흔들리고, 바닥을 긁던 발톱이 멈췄다.

그리고 다음 순간, 안절부절못하던 비엔나가 주인의 몸 위로 덮치듯 올라탔다.

“어억! …비엔나?”

주인이 갑자기 배와 명치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에 울음기가 남은 목소리로 비엔나의 이름을 불렀다. 비엔나는 주인의 몸 위에 올라탄 다음 커다란 몸을 돌렸다. 이제 주인의 몸 위에 올라탄 비엔나의 머리가, 주인의 다리 사이에 위치하는 모양새였다.

“아야! …비, 비엔나?”

몸 위에 올라탄 채로 몸을 돌린 비엔나 때문에, 기다란 꼬리에 턱을 맞은 주인이 비엔나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비엔나의 묵직한 무게에 더불어, 시야를 전부 가린 비엔나의 커다란 몸뚱이 때문에 비엔나가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서 무엇을 하는지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비엔나는 자신이 꼬리로 주인의 얼굴을 쳤다는 자각도 없는 것 같았다.

“비엔나, 왜… 흐아앗!”

비엔나의 튀어나온 주둥이가 주인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다급하게 처박혔다. 비엔나가 제 주둥이에 밀려 더 활짝 벌어진 주인의 엉덩이 골 사이로 코를 더 깊숙이 들이밀었다.

촉촉한 까만색의 코가 주인의 엉덩이 골과 작은 구멍 위를 차례로 스쳤다. 축축한 감각에 반응하듯, 붉은색 구멍의 주름이 움찔 떨렸다. 까맣고 촉촉한 코로 이미 여러 가지 액체로 젖은 구멍 위를 건드리던 비엔나가 곧이어 분홍색 혀를 내밀었다. 혀는, 움찔 떨리는 주름 위를 진득하게 핥아 올렸다.

휑하게 벌어진 다리 사이를 길게 핥는 뜨겁고 축축한 감각에, 주인이 반사적으로 비엔나의 몸 아래에 깔린 몸을 버둥거렸다. 하지만 힘이 완전히 빠져 벌어진 채로 여태 오므리지도 못했던 다리는 물론, 비엔나의 묵직한 무게에 고스란히 눌린 상체가 마음대로 움직일 리 만무했다.

“으응, 아읏…”

할짝. 츄릅. 츕.

비엔나의 몸 아래에 깔린 주인의 두툼한 몸통이 미약하게 들썩이는 것에 아랑곳 않고, 비엔나는 혀를 움직였다. 주방 안에 난잡하고 젖은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가슴께를 압박하는 무게감에 더해, 엉덩이가 벌려져 휑한 느낌과 뜨겁고 축축한 감촉이 번갈아 예민한 구멍에 느껴지자 비엔나에게 깔린 허리가 다시 뒤틀리기 시작했다.

움찔거리는 작은 구멍을 핥으면 뭐가 나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처럼, 혀가 갈급하게 붉은 구멍 위를 넓게 핥으며 지나갔다. 비엔나의 혀가 몇 차례 핥고 지나가자 붉은 구멍 위를 덮고 있던 끈적이는 액체는 금세 사라지고 벌어진 하얀 엉덩이 사이로 작은 구멍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움찔거리는 붉은 구멍이 깨끗해진 것도 잠시, 그 위를 진득하게 핥고 지나가는 혀로 인해 구멍 주변의 주름은 금세 다시 축축하게 젖어 들기 시작했다.

혀가 한 차례 구멍 위를 지날 때마다, 작은 구멍 주변의 주름이 움찔거리며 꼭 구멍이 오물거리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주변을 잔뜩 적신 침 때문에 뻐끔거리는 구멍에 끈적한 침으로 이루어진 작은 거품이 맺혔다가 터졌다.

“아, 아아… 흐아앙! 아, 앗! 앙!”

거품이 날 정도로 진득하게 구멍 주변의 주름과 구멍을 적시고, 비비는 뜨거운 살덩이의 감각은 주인에게 낯선 쾌감을 가져다주었다. 손가락으로 쑤시고 넓힌 적은 많지만 구멍을 이렇게 진득하게 혀로 핥아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조금 전까지 늘어져 있던 주인의 좆은 어느새 붉게 부풀어 주인의 하얀 배 위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지나친 쾌감으로 벌어진 주인의 입에서 침이 주르륵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인의 탄탄한 배에 올라붙을 정도로 새빨갛게 달아오른 좆 대가리에서 울컥울컥 새어 나오는 정액이 묽었다.

주방 바닥에 늘어져 있던 손이 무엇이라도 쥐고 싶은 주인의 심정을 대변하듯, 주방 바닥 위에서 헛손질을 반복했다. 하지만 손아귀에 움켜쥘 시트가 있었던 침대와 달리 딱딱할 뿐인 주방 바닥에서는 아무것도 주인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넓게 펴져 구멍 위를 핥던 비엔나의 혀가 뾰족하게 세워져 뻐끔거리는 구멍을 벌리고 그 안으로 파고들었다. 붉은 주름 사이로 꽤나 두꺼운 혀가 빨아들여지듯이 사라졌다.

이제 주인의 엉덩이 골과 구멍은 구멍을 먹어치우듯 덮은 커다란 주둥이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았다.

내벽 안을 적시던 뜨겁고 축축한 혀가 휘어지며 내벽을 진득하게 쑤시고, 구멍 안쪽에 비벼지기 시작했다. 주인의 구멍이 오물거리며 자신의 안으로 들어온 뜨거운 살덩이를 삼키듯 조였지만, 힘이 좋은 혀는 구멍의 조임에 아랑곳 않고 구멍 안을 샅샅이 휘저었다.

뜨겁고 말캉거리는 혀가 물컹한 내벽을 핥는 것과 동시에 이리저리 각도를 바꿔, 구멍의 입구가 벌름거리기 시작할 때까지 헤집었다. 더 들어갈 공간도 없는데 비엔나의 주둥이는 점점 더 깊게 다리 사이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뜨거운 혀가 조금 빠져나갔다가 다른 각도로 다시 구멍 안을 파고들면, 단단한 배 위로 잔뜩 올라붙은 주인의 좆이 빨간 좆 대가리에서 울컥 울컥 액을 뿜었다.

“아흐으… 으흑, 흐아… 앙!”

두꺼운 혀가 움찔대는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빠져나오고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각도를 틀면 다시 구멍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것을 반복했다. 붉은빛을 띠는 구멍 입구의 주름이 단단한 이에 긁히고 회음부가 촉촉한 코에 꾹꾹 눌리기까지 하자 주인이 자기도 모르게 허벅지로 비엔나의 동그란 얼굴을 조였다. 하지만 비엔나는 아랑곳 않고 계속 혀로 주인의 구멍을 헤집었다. 끈질기게 내벽을 쑤시고 적시는 뜨거운 살덩이의 감각에, 주인은 눈앞에 별이 튀는 것 같았다.

“흐아… 아… 아아!”

주인의 곧은 목에 힘줄이 돋으며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좆 대가리에서 맑고, 적은 양의 정액이 퓻 터져 나와 주인의 배를 더럽혔다. 정액은 비엔나의 부드러운 털 위로도 튀었다.

구멍 안쪽까지 빠짐없이 퉁퉁 불어 터질 정도로 핥은 비엔나의 혀가 마침내 떨어져 나갔다. 구멍이 어찌나 분홍색 혀를 꽉 물고 있었던지, 비엔나의 혀가 주인의 구멍에서 뽑혀 나가며 코르크 마개가 병 주둥이에서 뽑혀 나가는 듯한 소리가 났다.

뜨겁고 축축한 혀에 지속적으로 핥아지고 쑤셔지다가 갑자기 찬 공기에 고스란히 노출된 주인의 구멍과 엉덩이가 파르르 떨렸다. 비엔나의 혀가 뽑혀 나온 구멍이 뭔가를 원하는 듯 크게 뻐끔거리며 붉은 속살을 보였다.

“하악… 하…”

지나친 자극이 멎자 헐떡이는 소리가 주인의 입에서 새어 나오고, 조금 전까지 차갑고 딱딱한 바닥 위를 긁듯이 쥐던 주인의 손이 힘없이 늘어졌다.

하지만 비엔나의 혀가 떨어져 나갔음에도 주인의 구멍은 안쪽까지 잔뜩 젖은 채로 움찔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구멍 위의 회음부도 함께 진득하게 핥아졌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붉은빛으로 부풀어 있었다.

‘이제, 끝난 건가?’

주인은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현실감 없이 느껴졌다. 몸의 모든 부분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몸에 힘이 전부 빠진 이유가 공원을 무리하게 달려서만이 아니라는 것은 주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았다.

요즘 젖꼭지가 특히 예민해진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 예민해진 것은 젖꼭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금도 구멍이 부은 듯 약간 뻐근하고 저린 감각은 물론 움찔거리는 것까지 생생하게 느껴졌다. 뜨거운 혀에 얼마나 핥아졌는지, 구멍 안쪽까지 뻐근하고 욱신거렸다.

‘그래도 기운 넘치는 걸 보니까 비엔나가 아픈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야.’

쾌감에서 겨우 벗어난 주인은 힘없이 늘어진 와중에도 안도했다. 병원에 섣불리 데려가기도 힘든 비엔나가 아픈 상황 같은 것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 비엔나가 아픈 것 같지는 않았다. 천만다행히도. 하지만 생리적인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뿌연 시야로도 보이는 저것. 비엔나의 다리 사이에서 불뚝이는 빨판으로 덮인 길고 두껍고 흉흉한 살덩이!

구멍을 생전 처음으로 진득하게 핥아져 정신을 못 차리는 와중에도 비엔나의 꼬리 너머 빨판에 덮인 기다란 좆은 계속 눈에 들어왔다. 주인은 눈을 한 번 깜박였다. 잔뜩 고여 있던 눈물이, 너무 울어 쓰라린 눈가를 타고 흘러내리자 시야가 선명해졌다.

“낑, 끼이잉.”

비엔나가 끙끙 울며 머리를 주인의 허벅지에 비볐다.

비엔나의 다리 사이에서 선명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빨판에 덮인 표면을 불뚝이는 적갈색의 길고 두꺼운 살덩이는, 처음 봤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커다랗게 부풀어 있었고, 피가 잔뜩 몰려 이제는 검붉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 모양새가 매우 아파 보였다.

비엔나는 자신의 좆을 빨고, 정액을 삼키고, 구멍을 불어 터지게 빨면서 발기한 것이 분명했다.

이제 주인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인정하면,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될 것만 같았다. 이건 자신의 상식으로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지금 이런 비엔나의 행동들은, 단순히 발정기라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발정기는 결국 본능적인 행위다. 엄연히 종이 다른데 자신의 밑을 빨며 본능에 가까운 발정기의 욕구를 해소했을 리는 없었다.

비엔나는, ‘자신’에게 명백하게 성(性)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끙끙거리며 허벅지에 머리를 비비는 귀여운 행동과는 달리 다리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는 중인 빨판에 덮힌 좆의 모양새가 흉흉하기 그지없었다. 검붉게 부푼 살덩이를 바라보는 주인의 검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이럴 땐 어떻게 하지? 저거 피 몰려서 엄청 아파 보이는데. 그것보다, 진짜냐구…’

조금 전까지 비엔나의 혀에 헐떡이며 싼 사람의 고민이라기에는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주인은 지금 진심이었다. 그냥 애가 모습이 바뀌면서 조금 혼란스러운 와중에 버릇이 완전히 잘못 들었다고만 생각했다.

비엔나가 정말로 진지하게 자신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어쩌면 하나뿐인 개체라고 해서 홀로 키우다 보니 자신을 짝 비슷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이 다른데!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그래, 그렇다고 하기엔 주인 역시도 비엔나에게 잔뜩 씹히고 핥아지며 잔뜩 느꼈다.

몇 분 전까지 자신이 내지르던 신음을 떠올린 주인의 얼굴이 진한 붉은색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살면서 이렇게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일단, 비엔나는 주인의 소중한 반려 생물이고 종도 다르다. 역시 좆을 넣기는 좀 그랬다. 주인은 일단 본인도 게이인 데다 평소 섹스에 딱히 보수적으로 구는 편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거의 삼십 년가량을 살아온 상식이 주인을 망설이게 했다.

“으으…”

주인은 짧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이건, 정말로 살면서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였다.

“끼이잉…”

비엔나가 고통스럽게 끙끙거렸다. 주인의 허벅지에 얼굴을 부비면서 하반신을 들썩이고 있었다.

꿀꺽. 비엔나의 움직임에 따라 딱딱하게 발기한 채로 흔들리는 빨판에 덮인 두껍고 긴 살덩이를 본 주인이 침을 삼켰다.

‘아니, 저건 진짜… 진짜 크고, 진짜… 진짜 장난 아니다.’

그래, 문제는 또 있었다. 저… 저… 어마어마한 크기는 물론 도저히 이 세상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좆의 생김새도 문제였다. 주인은 아직, 비엔나의 좆을 똑바로 보는 것조차 조금 힘들었다. 주인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비엔나는 주인이 두 번이나 갈 동안 한 번도 싸지 못했다. 아파 보일 정도로 부푼 끄트머리에서 찔끔 액을 내보내는 좆을 보고 있자니 주인은 비엔나가 안되어 보였다. 비엔나가 아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약해졌다. 남자로서, 저게 얼마나 욱신욱신 아픈지 주인은 잘 알고 있었다.

안절부절못하던 주인은, 결국 입을 열었다.

“…비엔나, 주인님이… 안 아프게 해 줄까?”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이 애처롭게 주인을 응시했다.

“…이리 와.”

‘그… 그래, 까짓거. 넣는다고 뭐 죽기야 하겠어?’

주인은 비장하게 비엔나에게 손짓했다. 그새 주인의 아래로 내려갔던 비엔나가 주인에게 더 가까이, 커다란 몸을 밀착시켰다.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비엔나의 커다란 몸이 자리 잡았다. 비엔나가 자리 잡는 도중, 허벅지에 뜨겁고 딱딱한 것이 스치는 감각이 선연했다.

“끼이잉…”

비엔나의 낑낑거리는 소리에, 다시 마음을 다잡은 주인이 자신의 허벅지 부근으로 손을 가져갔다. 주인의 손안에 표면의 빨판이 불뚝거리는 검붉게 부푼 비엔나의 좆이 쥐어졌다.

‘히이익!’

주인은 막상 손바닥에 두껍게 부푼 미끈거리는 빨판의 감촉이 생생하게 느껴지자 기겁했다. 손바닥과 손가락에 만져지는 두툼한 빨판은 좆기둥의 맥동에 따라 불뚝불뚝 꿈틀거리듯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주인은, 겉으로 자신이 기겁하는 모습을 보이면 비엔나가 상처받을까 봐 겉으로 비명을 내뱉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입술을 씹었다.

“끄웅…”

비엔나가 주인에게 좆을 잡힌 채로 낑낑거리며 주인의 눈물이 말라붙은 뺨을 핥았다. 분명히 짤 것이 분명한데도, 주인의 뺨을 핥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 그래! 우리 애기를 위해서라면, 나… 나나나… 난 극복할 수 있어…!’

주인은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되뇌이며, 손에 쥔 좆을 고쳐 잡았다. 두껍고 기다란 데다 표면의 빨판이 미끌거리는 좆은 제대로 잡고 있기조차 힘들었다. 뜨거운 살덩이가 불뚝일 때마다 주인은 비엔나의 좆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손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히이이… 히익,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주인은 차마 손에 다 들어오지 않는 맥동하는 살덩이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살짝 고개를 돌린 채로 비엔나의 좆을 자신의 엉덩이로 가져갔다.

“흐으아아… 히이…”

유독 두툼한 귀두며 우둘투둘한 빨판이 벌어진 엉덩이 골을 스치는 것에 주인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동시에 허리께와 아랫배가 저릿한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자신의 좆이 닿자, 비엔나가 더 애처롭게 낑낑거리며 이제는 주인의 턱이며 입술 부근을 마구 핥기 시작했다.

잠시 멈췄던 주인의 손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아귀에서 불뚝불뚝 맥동하는 두꺼운 살덩이를 쥔 주인의 하얀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은 그 좆 대가리를 자신의 다리 사이의 움푹 패인 곳에 맞추는 것에 성공했다.

“흐으아… 으읏…”

두껍게 부푼 비엔나의 좆 대가리가, 주인의 이미 질척질척 젖은 구멍 위에 비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인의 덜덜 떨리는 손에 잡힌 두꺼운 좆은 제대로 구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축축하게 젖은 회음부며 구멍 주변의 주름 위에서 자꾸만 미끄러졌다. 좆 대가리가 구멍을 벌리고 들어가는 것에 실패할 때마다, 구멍 주변의 축축하게 젖은 주름과 회음부만이 꾹꾹 눌리듯 비엔나의 좆 대가리 아래에서 뭉개질 뿐이었다.

“히이… 흐으아…”

불어 터지도록 빨린 회음부와 주름이 단단하고 뜨거운 좆에 꾹꾹 눌리며 헤집어지는 감각에, 주인의 입에서 채 낱말이 되지 못한 이상한 신음이 흐느끼듯 새어 나왔다. 잔뜩 젖어 있는 살덩이끼리 마찰하는 소리만 주인의 신음에 섞여 찔꺽찔꺽 주방을 울렸다.

결국은, 낑낑거리며 주인의 턱이며 입술 주변을 마구 핥던 비엔나가 참지 못하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엔나가 몇 차례 허릿짓을 하자, 주인의 젖어 있는 다리 사이를 스치던 뜨겁고 딱딱한 귀두가 마침내 붉은 구멍 주변의 주름을 뭉개며 움찔거리는 구멍 입구에 닿았다.

“흐으… 이제 조금만 더… 으흐으… 그대로, 넣… 아아앙!”

주인이 비엔나의 좆을 쥐고 있던 손을 떼기도 전에, 비엔나가 다급하게 주인의 구멍 안으로 자신의 두꺼운 귀두를 밀어 넣었다. 구멍을 벌리며 들어오는 데일 듯 뜨거운 좆 대가리의 감각에, 주인이 신음을 내뱉었다.

“흐으아아아앙!”

일단 가장 두꺼운 부분이 구멍을 벌리며 들어갔으니, 그다음은 보다 쉬웠다. 비엔나는 좆 대가리에 비해서는 두껍지 않은 좆기둥을 한 번에 뿌리까지 박아 넣었다. 내벽을 긁고, 헤집으며 단번에 깊숙한 곳까지 처박히듯 들어온 뜨겁고 두꺼운 좆에 주인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고, 허리가 바닥에서 튀어 올랐다.

가슴에 비하면 잘록한 허리가 휘어지자 하얀 가슴이 젖혀지며 젖꼭지가 비엔나 쪽으로 내밀어지듯 솟아올랐다. 주인의 좆은 어느새 꼿꼿하게 선 채로 새빨간 색으로 물들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떨리는 주인의 좆에서는, 더 이상 나올 것도 없다는 듯 정액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잠시 그대로 주인의 흔들리는 좆을 내려다보던 비엔나가, 헐떡이며 다급하게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엔나는 주인의 깊숙한 곳까지 밀어 넣은 좆을 움직일 때마다 제 쪽으로 내밀어진 채로 가쁘게 들썩이는 주인의 커다란 가슴에, 그 위로 앞발을 얹었다. 가쁘게 오르내리는 하얀 가슴이 비엔나의 앞발 모양대로 폭 들어갔다.

비엔나의 앞발에 눌리자, 헐떡이는 호흡을 내뱉으며 갑자기 배 속을 꽉 채운 이물감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던 주인이 얼룩덜룩 붉게 물든 얼굴로 비엔나를 올려다봤다.

‘미쳤나 봐.’

비엔나의 까만 눈동자에, 엉망으로 흐트러진 자신의 얼굴이 고스란히 비치고 있었다. 주인의 붉게 물든 눈가가 일그러졌다. 반려 생물의 아래에서 쾌감으로 젖어 든 얼굴을 하고 헐떡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자 자신이 비엔나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생생하게 다가왔다.

“흐앗, 응, 앙!”

하지만 비엔나가 간을 보듯 조금씩 움직이던 좆을, 더 센 힘으로 빠르게 박아 넣기 시작하자 비엔나의 눈에 비친 자신의 엉망으로 느끼는 얼굴을 볼 정신 같은 것은 금세 사라져 버렸다.

두꺼운 귀두가 깊은 곳을 쾅쾅 찍어 올리고, 빨판에 덮인 좆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내벽 전체를 긁듯이 벌리며 지나갔다. 동시에 몇 군데가 자극당하는 것인지 알 수도 없었다. 주인의 눈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 붉게 물든 뺨 위를 적셨다.

비엔나의 앞발이 움직여 내밀어진 가슴 위에 유독 빨간색으로 솟아 있는 젖꼭지를 짓눌렀다. 비엔나의 말랑한 발바닥 아래에서 엉망으로 가슴이 뭉개지며 앞발이 누르는 대로 젖꼭지와 함께 꾹꾹 눌렸다가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아아… 흐… 으응! 응! 아앙! 흐엉!”

하지만 주인은 이제는 젖꼭지가 뭉개지는 줄도 몰랐다.

두껍고 긴 살덩이가 깊은 곳을 벌리고 헤집으며 쿵쿵 박혀 드는 감각만 해도 정신을 차릴 수 없는데, 귀두가 파고든 자리를 두툼하게 부푼 빨판들이 연속적으로 긁고 지나가는 감각 때문에 쾌감이 멈추지를 않았다. 심지어 두툼한 빨판들은 비엔나의 허릿짓이 잠시 느려질 때면 주인의 내벽을 빨아들이듯 달라붙었다가 비엔나가 허릿짓이 빨라지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반복했다.

연속적인 쾌감으로 뇌가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주인의 입에서 높은 신음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본래라면 까만 눈동자가 보여야 했을 주인의 눈에서는 이제 검은자위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주인이 신음을 내뱉을 때마다 벌어진 입에서 침이 질질 흘러내렸다.

정액을 한 방울도 내보내지 못했음에도 다시 꼿꼿하게 서서 흔들리는 주인의 좆 끝에 아주 묽은 정액이 고여 조금씩 새어 나왔다.

“하악…!”

그리고 마침내 내벽을 헤집는 감각과, 미끌거리며 내벽을 자극하고 빨아들이는 듯한 감각이 멈췄다고 생각한 순간 뜨거운 액체가 배 속을 채우는 것을 느꼈다.

‘이제… 이제 끝난 건가?’

지나친 쾌감을 느껴 저릿한 몸과 딱딱한 바닥에 배긴 등이 고통을 호소했다. 비엔나가 자신의 안에서 사정했으니 이제는 비엔나도 만족했을 것이었다. 온몸이 끈적거렸고 단시간에 여러 차례 사정한 성기는 쪼그라들기라도 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화끈거리는 구멍에는 아직도 뜨겁고 두꺼운 비엔나의 좆이…

‘왜… 안 빼지?’

주인은 분명 사정을 마쳤음에도 빠지지 않는 비엔나의 성기에 당황했다. 주인은 퉁퉁 부어서 뜨기 힘든 눈을 애써 크게 뜨고 자신의 위에 여전히 올라타 있는 비엔나를 올려다봤다. 혀를 빼물고 헥헥대고 있던 비엔나가 주인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여 주인의 뺨을 핥아 왔다.

“비…엔나, 이제 빼… 흐으, 아흐응…!”

그리고 주인은 다시 자신의 안에서 부풀기 시작하는 비엔나의 좆에, 파드득 몸을 떨었다.

‘이런… 미… 친…’

새빨갛게 부푼 좆이 짜내듯이 묽은 정액을 찔끔찔끔 내보내며 주인의 불룩 솟은 배 위로 힘없이 늘어졌다. 이제는, 더 짜낼 것도 없었다.

“끄으응… 낑…”

“크읏… 흐… 흐엉…”

‘아니지? 제발…’

주인은 비엔나가 헐떡이며 앞발로 가슴팍을 세게 누르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듬더듬 손을 비엔나와 자신의 접합부로 가지고 갔다. 정말로, 그렇게 잔뜩 싸 놓고도 비엔나의 좆이 또 부풀었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뜨끈뜨끈하다 못해 데일 것 같은 열기가 느껴지는, 미끌대는 다리 사이를 더듬던 주인의 손이 자신의 구멍에 틈 하나 없이 맞물려 있는 뜨겁고 두꺼운 기둥에 닿았다. 손끝에, 팽팽하게 벌어진 자신의 뜨끈한 구멍과, 거의 뿌리 부분까지 박아 넣고 있는지 짧고 보들한 털이 함께 만져지는 우둘투둘한 기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주인이 접합부를 만지자, 그 틈으로 새어 나온 끈적이는 정액이 주인의 손가락 위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주인은, 그 기둥을 빼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손으로 쥐었다. 손에 달라붙을 것처럼 불뚝이는 두툼하고 미끈거리는 빨판들에 기분이 이상했지만 어서 이 좆 기둥을 자신의 안에서 뽑아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더는 못 한다. 절대로 안 된다.

“끼웅… 꿍!”

“히익…”

그리고 주인은, 자신이 좆의 뿌리 부분을 쥐는 순간 손안에서 좆이 더 부푸는 것을 느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안에 박힌 채 그대로 더 부풀어 오른 뜨거운 좆 기둥의 표면을 덮은 두툼한 빨판들이 기둥과 함께 부풀며 아직도 민감한 내벽을 사정없이 뭉갰다.

“아흣…!”

헥헥대며 고개를 숙인 비엔나가, 뜨근한 혀로 주인의 쇄골 부근을 핥았다. 동시에 비엔나의 앞발이 움직여 말랑한 발바닥이 이제는 쓰라린 젖꼭지 위를 뭉갰다. 그렇지 않아도 불뚝이며 더 부풀어 오르는 미끈거리는 빨판에 힘이 풀렸던 주인의 손이 비엔나의 좆기둥을 놓치는 것은 금방이었다.

주인이 비엔나의 좆을 놓치자마자 비엔나의 좆이 주인의 안에서 주르륵 반쯤 빠져나갔다. 그 틈으로, 주인의 빨갛게 부은 구멍이 움찔대며 정액을 울컥 내뱉었다. 주인의 미끌대는 다리 사이로 울컥 새어 나온 진한 정액이 주르륵 엉덩이 골 사이로 흘렀다.

“흐아아앙!”

그리고 비엔나의 두꺼운 좆이 다시 뿌리까지 한 번에 박혀 들어왔다. 예민해진 내벽이 두툼한 빨판에 거칠게 문질러지는 감각에 자지러지는 신음을 내뱉었다. 조금 전까지 잔뜩 문질러졌던 내벽이 쾅쾅 뭉개지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흐엉… 하으… 윽… 흐윽…”

급기야 주인의 뺨에서는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비엔나에게 그만하라는 말을 뱉을 힘도 없었다. 완전히 힘을 빼고 늘어진 주인의 몸이 비엔나가 움직일 때마다 바닥 위에서 미끄러졌다. 이젠 더 이상 나올 것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배에 납작 늘어진 주인의 좆에서는 이제 거의 투명한 액체가 찔끔찔끔 흘러나오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주인은 정신을 반쯤 놓은 채 비엔나의 움직임에 따라 마구 흔들렸다. 제법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센 힘으로 박아 대는 비엔나 때문에 힘을 빼고 늘어진 주인의 가슴까지도 몸을 따라 출렁출렁 흔들렸다.

‘제발… 그… 만…’

하지만 주인에게는 정말로, 입술을 열 힘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또다시 뜨거운 액체가 배 속으로 퍼지는 감각을 느끼며, 주인은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 * *

“으… 으으…”

뺨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감각에 주인은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무거운 추가 달리기라도 한 것인지 눈꺼풀은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주인은 축축한 감각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이건, 비엔나다!’

지난번에 인생 처음으로 기절했을 때에도 주인을 깨운 것은 비엔나였다. 그때는 뺨이 아니고 젖꼭지였지만, 어쨌든 축축한 것에 핥아지며 잠에서 깨어난다는 점은 똑같았다.

주인은 끙끙거리며 눈을 뜨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눈가에 축축하고 뜨거운 감각이 느껴졌다. 그리고 눈가의 살이 마구 눌리는 느낌이 나더니 눈꺼풀이 강제로 열리며 환한 빛이 덮쳤다.

“아악!”

주인은 갑자기 쏟아지는 빛, 그리고 눈알에 느껴지는 뜨거운 액체의 느낌 때문에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웡!”

주인의 눈꺼풀과 눈알을 핥는 극악무도한 짓을 벌인 주제에 비엔나의 얼굴은 그런 일을 저질렀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해맑고 귀여웠다. 까맣고 동글동글한 두 눈이, 지금까지 본 적 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주인의 한쪽 눈과 비엔나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잠시 비엔나를 빤히 보던 주인의 하얀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간 색으로 확 달아올랐다. 비엔나의 귀여운 얼굴 위로, 지난밤의 일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비엔나에게 한 행동까지도. 게다가, 비엔나가 또 자신의 안에서 좆을 세우는 바람에 집요하게 구멍을 쑤셔 대는 비엔나를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기절하기까지 했다.

‘미쳤다, 진짜 미쳤어!’

도저히 비엔나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제정신이 돌아오고 나니 두껍고 기다란 좆에 쑤셔졌던 구멍이 화끈거리는 기분이라 더 민망했다.

가장 화끈거리는 부위의 통증을 자각하자 몸 여기저기가 자기도 아프니 알아 달라는 듯 자기주장을 시작했다. 딱딱하고, 빈말로도 따뜻하다고는 할 수 없는 주방 바닥에서 자서 이렇게 된 것 같았다. 주인이 감각이 없는 허벅지를 끙끙 끌어당기자, 다리 밑에 깔려 있는 줄도 몰랐던 이불이 주인의 허벅지에 말려 같이 끌려왔다.

‘이불이 왜 여기 있지?’

주인은 침대 위에 있었어야 할 이불이 주방 바닥에 있는 것에, 눈을 깜박였다. 자신이 누워 있는 것이 침대 옆의 바닥이었다면 몰라도 침대 위에 있던 이불이 주방 바닥까지 온 것은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신의 베개도 놓여 있었다.

“꾸웅…”

비엔나가 코끝으로 이불을 밀어 주인의 허벅지 위로 다시 이불을 덮어 주었다. 아무래도, 주인이 기절한 사이 비엔나가 이불과 베개를 주방 바닥으로 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우리 비엔나, 기특하기도 하지!’

조금 전까지 비엔나의 얼굴을 보기 창피해 죽겠다고 한 주제에, 기특하게도 이불을 가져다 자신을 덮어 준 비엔나의 행동에 주인은 비엔나를 칭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우리 비… 으어… 어…”

그런데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주인은 입에서 나오는 갈라진 소리에 당황했다. 잔뜩 울어서 목이 부은 것인지도 몰랐다. 그 와중에, 화끈거리는 구멍에서는 뭔가 축축하고 찜찜한 느낌까지 났다.

‘아이고, 아픈 것도 아주 가지가지… 어, 잠시만. 에이, 설마…’

왠지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불길한 느낌에, 더듬더듬 구멍에 손을 가져다 댄 주인은 기함했다. 주인이 손을 가져다 대자마자 구멍이 벌어지며 주르륵 그 안에 있던 정액이 흘러내렸다.

주인의 하얀 허벅지를 타고 정액이 덩어리져 뭉클거리며 흘러나왔다. 주인의 허벅지 아래 있던 이불이 축축하게 젖어 들기 시작했다.

주인의 얼굴이 창백해지다 못해 파랗게 질려 들어갔다. 주인은 그대로 손가락을 엉덩이 골 사이에 틀어박은 채로,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욕실로 엉거주춤 들어갔다. 한 손에는 이불을 쥔 채였다. 이불이 더러워지는 것은 둘째 치고, 이대로 온 바닥에 정액을 질질 흘리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다급하게 어설픈 걸음으로 욕실을 향해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가는 주인의 하얀 엉덩이를 모로 누워 있던 비엔나가 낑낑 작게 울며 쳐다봤다.

주인은 욕실로 오자마자 문을 쾅 닫고 문을 걸어 잠갔다. 구멍을 틀어막듯이 누르고 있던 손가락을 떼어 내자마자, 주인의 탄탄하게 올라붙은 엉덩이 사이에서 뭉클뭉클 정액이 흘러 허벅지까지 흘러내렸다.

“아으…”

신음을 내뱉으며 상체를 숙였다. 그리고 아직도 안에 뭐가 가득 찬 것만 같은 아랫배를 꾸욱 눌렀다. 더 많은 양의 정액이 꿀렁꿀렁 흘러내렸다. 자신의 아랫배를 누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주인의 하얗고 곧은 목덜미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진짜… 많이도 쌌네.’

욕실 바닥의 타일 위로 주인의 다리를 타고 흘러내린 정액이 떨어져 뚝뚝 자국을 남겼다. 주인이 정액을 붉어진 얼굴로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다리를 조금 더 벌렸다.

“으으… 읏, 으아…”

주인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퉁퉁 부은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새빨간 색으로 부어오른 구멍에 손가락을 넣는 주인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간간이 새어 나왔다.

곧이어, 하나 더 들어간 손가락까지 해서 총 두 개의 손가락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구멍을 벌렸다. 붉은빛을 띠는 오밀조밀한 주름이 팽팽하게 벌어지며, 안에서 더 많은 정액이 울컥울컥 뿜어져 나왔다.

“흐윽…”

구멍을 벌리고 있던 손가락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내벽에 달라붙은 정액을 긁어내렸다.

예민한 내벽을 긁어내는 주인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아프지만, 더 굳기 전에 긁어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빼내기 더 힘들 것이라는 것을 주인은 알고 있었다.

욕실 안에서는 한동안 주인의 끙끙 앓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 * *

“하하… 하…”

마침내 모든 뒤처리를 끝내고 끈적거리는 몸까지 전부 씻어 낸 다음 욕실 문고리를 잡은 주인의 입에서 나오는 웃음이 공허했다.

창피해서 미칠 것 같았던 기분은 직접 퉁퉁 부은 구멍을 헤집어서 정액을 긁어내고 각종 끈적이는 액체에 젖은 이불을 어떻게 세탁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안 서서히 가라앉아, 지금은 그럭저럭 비엔나의 얼굴을 마주 볼 정도는 되었다.

이불은 아무래도 버리든지 아니면 세탁 업체에 통째로 맡기든지 해야 할 것 같았다. 아니다. 아무래도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주인은 이불과 함께 창피함과 스스로 자신의 구멍을 헤집어 비엔나의 정액을 긁어낸 기억을 지워 버리기로 결심했다.

“왕!”

문을 열고 나오자, 역시 욕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비엔나가 꼬리를 흔들며 주인을 올려다봤다. 비엔나를 발견한 주인이 잠시 굳었다. 주인과 마침내 눈이 마주친 비엔나의 꼬리가 다시금 세차게 좌우로 마구마구 흔들렸다.

“끼잉?”

주인이 자신과 눈이 제대로 마주쳤음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복슬거리는 동그란 머리통을 갸웃 움직이더니 몸을 일으켜 주인의 옆으로 왔다. 비엔나는 주인의 허리며 골반쯤에 부드러운 털로 덮인 등을 부볐다.

“히이익.”

비엔나의 몸이 주인의 엉덩이를 스치자, 주인의 입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오며 주인이 몸을 떨었다. 조금 전 욕실에서 자신의 붉게 부은 구멍을 직접 확인하고 나온 여파였다.

‘…아니 잠시만. 그런데 우리 비엔나 좆은 괜찮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주인은 몸을 숙여 왠지 시무룩해 보이는 비엔나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박은 쪽은 비엔나고, 박힌 쪽은 자신이기는 한 데다 저리 멀쩡히 걸어 다니는 것을 보면 문제는 없을 확률이 크기는 하다. 그래도 굉장히 아파 보일 정도로 부풀어 빨판과 함께 불뚝이며 끝에서 액을 흘리던 모습을 떠올리면 괜찮은 것이 맞는지 한 번 확인해 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비엔나, 여기 누워 봐.”

“꿍.”

자신을 보지 않던 주인이 자신을 부르자 비엔나의 꼬리가 마구 흔들렸다. 비엔나가 주인의 앞으로 와 털썩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더니 옆으로 길게 드러누웠다. 그리고 잘했냐는 듯 까만 눈을 반짝이며 주인을 올려다봤다.

‘아니, 그 커다란 게 털 안에 가려진다고? 눈으로 보기에는 안 보이는데.’

귀엽긴 하지만 지금 조금 더 중요한 것은 비엔나의 털 안에 들어 있는 것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주인은 눈으로 비엔나의 좆을 확인하는 것을 결국 포기하고 비스듬하게 모로 누운 비엔나의 배 위 북실북실 덮인 털 사이를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사용해 헤치기 시작했다.

주인의 손가락은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비엔나는 주인이 자신의 배를 건드리든 말든 얌전히 모로 누워 있을 뿐이었다.

‘혹시 건드려서 또 서기라도 하면 난 좆 되는 거다.’

주인은 비엔나의 좆을 또 넣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은 절대로 피하고 싶었다. 자위도 자주 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러다가는 정말로 몸이 삭을 것 같다.

북실거리는 털 사이에서, 매끈거리는 적갈색 빨판의 모습을 발견한 주인은 행여나 비엔나의 좆을 건드리기라도 할세라 재빠르게 손을 떼어 냈다.

“후우….”

비엔나의 좆이 멀쩡한지 여부까지 확인하고 나자 조금 안심한 주인이 모로 길게 드러누운 비엔나의 옆에 털썩 엉덩이를 붙이고 주저앉았다. 비엔나가 자연스럽게 주인의 몸에 자신의 북슬거리고 조금 뜨거운 몸을 가져다 대고 누웠다. 비엔나와 붙어 있는 부분에서 느껴지는 체온이 따끈따끈했다.

‘그럼 나랑 비엔나는 이제 뭐지? 아니 뭐, 넣는다고 죽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무려 좆을 넣었는데.’

어젯밤에 비엔나의 좆을 잡고 직접 넣을 때 뭔가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끙끙거리는 비엔나의 얼굴을 보고 직접 좆을 넣은 것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변하는 것이 겁이 났다. 주인은 언제나 가족이,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편이 되어 주는 존재가 가지고 싶었다. 마음 놓고 사랑을 쏟을 수 있는, 그리고 그 사랑이 돌아올 것을 당연히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주인에게는 필요했다.

이미 세상에 피로 섞인 자신의 가족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게이인 자신은 결혼을 통해 법적인 새 가족을 만드는 것도, 아이를 낳아 피가 섞인 새 가족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무언가로 묶여 있지 않은 사랑은 변한다. 그리고 성욕은 더 빠르게 변한다. 그것이 주인 자신이 더 이상 연애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였다. 주인은 변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관계를 더 이상 맺고 싶지 않았다.

주인 자신만 해도, 꼭 사랑하지 않아도 좆을 세울 수는 있었다. 그럼 비엔나의 행동은 그냥 단순한 충동이었을까?

주인은 조금 전 자신이 누워 있을 때 자신의 허벅지에 감겨 있던 이불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의 등 뒤를 받치고 있는 따끈한 비엔나의 몸뚱이를 흘깃 쳐다봤다.

비엔나는 앞발에 머리를 얹고, 까만 눈을 느릿하게 깜박이고 있었다. 졸리기라도 한 것인지 비엔나의 커다란 주둥이가 크게 하아암 벌어졌다 닫혔다. 비엔나는, 자신의 옆에서 편안해 보였다.

‘그래, 뭐. 혹시 충동적으로 그랬으면 좀 어때.’

주인은 손을 뻗어 따끈따끈한 비엔나의 몸을 쓸었다. 손바닥 아래에서 부드러운 털과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주인의 하얀 손이 느릿하게 비엔나의 털을 결대로 쓸어내렸다. 쓰다듬을 받는 비엔나의 꼬리가 느릿하게 흔들리며 바닥을 쓸었다.

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비엔나는 주인의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반려동물이자, 단 하나뿐인 소중한 가족이었다.

비엔나가 자신에게 느끼는 것이 혹여 일시적인 성욕일지라도 비엔나와 떨어질 생각은 없었다. 비엔나가 어떤 행동을 하든 자신이 비엔나의 주인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적어도, 주인 스스로가 비엔나와의 관계를 놓아 버릴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간에.

* * *

비엔나는 커다랗게 변한 자신의 몸에, 만족스럽게 굵은 다리를 몇 번 휘적거려 보았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커다랗게 변한 몸과 굵고 길어진 다리가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라면, 그때 주인에게 선택받지 못한 녀석은 물론이고 주인보다도 크다. 이제는 주인을 기쁘게 해 줄 수 있었다.

주인은 조금 전까지도 붉은 부위를 만지며 기분 좋아하더니, 지금은 어느새 잠들어 있었다. 주인이 잠들어 있을 때면 커다랗고 검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게 약간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주인은 이제 비엔나에게 특별하기 때문에, 이제는 기분 좋은 느낌으로 반짝이는 주인의 검은 눈동자 외에도 주인이라면 다 좋았다. 그래도 역시 까만 눈에 애정을 가득 담고 바라봐 주는 모습이 제일 좋다.

그렇다면 주인을 기분 좋게 해 주면 주인이 까만 눈을 다시 떠서 반짝이며 자신을 봐 주지 않을까? 비엔나는 동그란 머리통을 움직여 주인의 하얀 몸을 훑었다. 주인은 상체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불을 덮고 있어 주인의 상체에서 원래대로라면 보여야 할 붉은 부위가 이불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비엔나는 굵은 다리를 움직여 주인의 붉은 부위를 가리고 있는 이불을 걷어 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갑자기 커진 몸에 갑자기 길고 굵어진 다리는 비엔나의 마음처럼 섬세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몇 차례 헛발질을 한 끝에, 비엔나는 마침내 주인의 붉은 부위를 가리고 있는 이불을 벗겨 내는 것에 성공했다. 뿌듯함에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조금씩 사용할수록 새로운 몸에 적응해 가는 기분이었다. 주인의 하체에 있는 저 천 쪼가리도 가능하면 벗겨 버리고 싶지만, 비엔나는 일단 드러난 상체의 붉은 부위부터 공략하기로 했다.

비엔나의 눈이 침대 위에서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주인의 상체를 훑었다. 주인이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납작한 배와 그 위의 동그랗게 솟아오른 살덩이 두 개가 규칙적으로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둥근 살덩이 위에 붉은색의 젖꼭지가 각각 하나씩 달려 있었다. 잠들기 전까지 혼자서 만졌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가슴 가장 위에 톡 솟아오른 젖꼭지의 색은 유독 붉었다.

비엔나는 가슴과 함께 오르내리는 젖꼭지를 빤히 쳐다봤다. 붉은 부위는 찾았는데, 이제 보니 붉은 부위가 너무 작았다. 비엔나가 주인의 붉게 뭉친 젖꼭지 두 개와, 자신의 빨판을 번갈아 훑었다. 동그랗게 뭉친 젖꼭지가 달려 있는 하얀 살덩이의 크기가 너무 커서 상대적으로 더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몰랐다.

어쨌든, 목표는 저 붉은 부위였으므로 비엔나는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곧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자신의 다리가 주인의 젖꼭지에 비해 너무 굵고 크다면 만지기 좋게 만들면 된다.

비엔나는 실행력이 있는 생물이었으므로, 생각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굵고 기다란 다리를 움직였다. 비엔나의 붉은빛을 띠는 굵고 미끈거리는 다리가 주인의 가슴에 비하면 잘록한 허리 밑을 꾸물꾸물 파고들었다. 조금 전 주인의 이불을 걷어 낼 때보다 훨씬 유려해진 움직임이었다.

주인의 허리 아래 공간을 벌리고 파고드는 것에 성공한 굵고 미끈거리는 다리는, 곧바로 다시 주인의 납작한 배 위로 올라와 주인의 몸통을 한 바퀴 감았다. 비엔나는 성공적으로 주인의 허리를 감은 것에 만족했다.

하지만 젖꼭지는 아직도 너무 작게만 보였다. 그냥 허리를 감았다고 해서 주인의 붉은 부위를 만지는 것이 쉬워진 것은 아닌 듯했다. 잠시 고민하던 비엔나는, 다리 하나를 더 움직여 이번에는 굵고 미끈거리는 다리를 주인의 어깨며 목 아래로 꾸물꾸물 집어넣었다.

마침내, 주인은 허리를 포함한 하반신과 목과 어깨를 포함한 가슴 위쪽을 각각 다리 하나씩으로 칭칭 감기게 되었다.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갸웃 움직였다. 아직도 뭔가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았다. 아, 그래. 가슴이 조금 더 볼록 튀어나오면 자신의 빨판으로 작은 젖꼭지를 문지르기가 더 쉬워질 것 같았다.

비엔나의 미끈거리는 또 다른 다리 하나가, 먼젓번의 두 개의 다리보다 훨씬 손쉽게 주인의 몸 아래로 들어갔다. 그리고 비엔나의 역시 붉은빛을 띤 세 번째 다리는, 주인의 가슴 주변을 둘러 가며 칭칭 감았다.

다리가 주인의 가슴을 위아래로 감아 조이자, 비엔나의 굵은 다리에 밀린 주인의 가슴살이 점차 중앙으로 조여져 모여들었다.

비엔나가 상대적으로 얇은 다리의 끝부분까지 전부 주인의 몸에 감는 것을 마쳤을 때, 주인의 상체는 굵은 다리 사이로 볼록 튀어나온 하얀 가슴과 그 양 꼭대기에 솟은 붉고 작은 젖꼭지를 뺀다면 전부 비엔나의 다리로 칭칭 감겨져 있었다.

미끈거리는 다리에서 약간의 점액질이 묻어 군데군데 반질거리는 하얀 가슴이 굵은 다리에 눌려 튀어나온 모양새가, 꼭 주인이 자신에게 붉은 부위를 만져 달라고 내밀고 있는 것 같았다. 터질 듯 튀어나온 하얀 살덩이 위에서도 제일 앞으로 튀어나온 두 개의 빨간 젖꼭지가 어서, 자신을 기쁘게 해 달라고 주장하는 듯 보였다.

비엔나는 주인의 팔과 다리까지 자신의 남은 다리로 감아 주인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이젠 드디어 주인을 기쁘게 해 줄 때였다.

이제 그때 주인에게 선택받지 못한 녀석보다도 커다래진 자신이 붉은 부위를 만져 주기까지 한다면 주인이 좋아하겠지? 그런 녀석 따위가 아니라, 자신을 선택한 것을 기뻐하겠지?

주인의 까만 눈이 다정함을 담고 자신을 향해 반짝일 것을 기대하는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 * *

츕, 츄릅, 할짝.

“흐으… 간지러워.”

주인이, 자신의 옆에 붙어 젖꼭지를 할짝이는 비엔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얗고 커다란 가슴 위로 꽤나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붉은 젖꼭지를 비엔나의 분홍색 혀가 느릿하게 문지르듯 핥고 있었다.

“흐아… 살살…”

비엔나가 할짝이는 젖꼭지는, 이전에 비하면 확연하게 커져 있었다. 주인은 이제 젖꼭지가 이전의 크기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는 어느 정도 버린 상태였다.

사실 이전의 젖꼭지 크기가 둥글고 커다란 주인의 가슴에 비하면 작은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에, 주인은 이제 적당한 크기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조금 더 크고 통통하게 변한 자신의 젖꼭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 며칠간 주인과 비엔나는 놀라울 정도로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주인이 제법 비장하게 결심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비엔나는 주인이 웃통을 벗고 있을 때 젖꼭지를 집적거리기는 했으나 주인의 구멍이나 좆을 굳이 건드리지는 않았다. 아직도 부어 있는 주인의 구멍에게는 정말로 다행인 일이었다.

“흐으… 그쪽만 핥지 말고, 반대쪽도… 거기만 커지면 안 되니까…”

띠링.

그 순간 평소에는 거의 울릴 일이 없던 주인의 핸드폰에서 소리가 울렸다.

“흐읏… 딱히 연락 올 데가 없는데…”

주인은 옆구리에 거의 끼다시피 안고 있던 비엔나의 목덜미에서 팔을 풀었다.

푹신하고 부들거리는 비엔나의 털에 묻혀 있던 주인의 팔이 스르륵 흘러내렸다. 그러자 붉은색으로 축축하게 젖은 젖꼭지가 하얀 가슴과 함께 움직이며 비엔나의 혀 아래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

자신을 감싸고 있던 주인의 팔이 떨어져 나가자 단단한 팔의 체온과 통통한 젖꼭지를 동시에 뺏긴 비엔나가 작게 낑낑거렸다.

처음에는 비엔나가 낑 소리 한 번만 내도 비엔나가 너무 가엾어 보여 어쩔 줄 몰랐지만, 주인은 이제 비엔나의 낑낑거림에 약간 면역이 생긴 상태였다. 며칠간 자신의 옆에 찰싹 붙어 떨어지지 않는 비엔나를 보며 주인이 알게 된 점은, 비엔나가 낑낑거리는 것 중 페이크가 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비엔나는 자신이 잔소리를 하거나, 무슨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할 때마다 낑낑 가엾게 울었다.

지난 며칠간, 주인은 비엔나가 낑낑대는 것이 가엾어 비엔나가 자신이 씻을 때 따라 들어오는 것도 결국 말리지 못했고, 잘 때 침대로 비엔나가 기어 들어오는 것도 막지 못했다. 어리광이 많다고는 생각했지만 정말로 비엔나는 상상 이상으로 어리광이 많았다.

‘뭐, 가끔은 주인으로서 조금 더 단호하게 해야 할 필요도 있지. 지금처럼 말이야.’

물론 주인은 자신이 이미 어리광을 받아 줄 대로 다 받아 줬다는 자각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어쨌든, 잘 울릴 일이 없는 휴대폰이 울렸으니 한 번 확인하기는 해야 했다.

몇 달 전 여러 모임에 함께 속해 있던 대학 선배를 집으로 끌어들였다가, 쪽을 주고 내쫓은 이후로는 더 그랬다. 그리고 건물이며 땅에 관련된 수익이나 세금 문제는 유산 문제를 도와주셨던 변호사님에게 소개받은 세무사를 따로 고용해 정기적으로 보고 받고 있었으니, 그쪽에서 연락이 올 일도 없다.

“…뭐야. 임현수, 한국 들어왔어? 나가야겠네.”

휴대폰 화면을 확인한 주인이 작게 중얼거렸다. 몇 년간 미국으로 박사 과정을 밟으러 나가 있던 대학 동기가, 완전히 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연락이었다.

“꾸웅… 낑.”

어느새 주인을 따라 침대에서 내려온 비엔나가 자신을 봐 달라는 듯, 주인의 옆구리에 큼직한 몸을 비비고 있었다. 주인은 반사적으로 손을 내려 비엔나의 부들부들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엔나에게 적어도 반나절은 나갔다 와야 한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좆을 넣고 기절했다가 깨어난 이후로, 비엔나는 더더욱 주인에게서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으려 했다. 그런 비엔나에게, 나갔다 온다고 하면 과연 얌전히 수긍할지가 조금 걱정되었다.

‘산책이야 상관없는데, 술자리에 이만한 대형견을 데리고 갈 수는 없으니까.’

주인의 눈에는 그냥 귀여워 보이긴 했지만, 네발로 선 채로도 키가 190에 가까운 자신의 허리께를 왔다 갔다 하는 비엔나의 덩치는 도저히 아무 장소에나 데리고 다닐 법한 크기는 아니었다. 그리고 주인은 비엔나가 몸을 쭉 펴면 족히 자신을 전부 깔아뭉갤 정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친구 앞에서 젖꼭지를 까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돼.’

비엔나는 똑똑한 것과는 별개로 고집이 심한 편이라 친구를 만나는 약속에 데리고 나갔다가 밖에서 마운팅을 하거나 젖꼭지며 가슴을 찝쩍거리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비엔나의 똑똑한 머리 안에는, 주인 자신의 사회적 체면이라든가 그런 것은 들어 있지 않은 것 같았으니까.

‘음, 한번 슬쩍 떠볼까?’

“비엔나, 나 나갔다 와도 괜찮지?”

“왕!”

주인의 말을 들은 비엔나가, 쓰다듬을 받던 것도 마다하고 현관 쪽으로 마구 뛰어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비엔나의 입에는, 주인이 비엔나와 산책을 할 때 목에 매어 주던 목줄이 물려 있었다. 줄을 물고 앉아 있는 비엔나의 꼬리가 마구 바닥을 쓸고 있었다.

“세상에, 우리 비엔나 똑똑하게 리드줄 놓는 위치도 알고 있쪄요? 아이고, 천재다, 천재. 우리 비엔나, 조금 있으면 말도 하겠네!”

똑똑한 비엔나에 감동해 본래의 목적도 잊고 한참이나 쭈그려 비엔나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칭찬하던 주인은 다시 지잉 울린 휴대폰에 정신을 차렸다. 휴대폰에는 아까 주인이 언제 시간이 괜찮으냐고 보낸 문자에 대한 임현수의 답장이 와 있었다. 임현수가 제시한 약속 시각은 오늘 저녁이었다.

주인의 눈이 또르륵 굴러 자신의 품 안에 안겨 있는 비엔나를 내려다봤다. 비엔나가 양순한 눈빛으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주인이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비엔나. 나랑 산책하는 거 말고, 나만. 나만 나가는 거 말이야. 비엔나, 혼자 몇 시간 정도는 있을 수 있지? 응? 우리 비엔나 이제 다 큰, 멋지고 늠름한 멍멍이잖아.”

“끼잉…낑…”

주인의 말을 들은 비엔나가, 마구 고개를 저었다. 낑낑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가 구슬펐다. 주인을 올려다보는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이 촉촉하게 변해 있었다.

‘…어떻게 하지?’

아무래도, 비엔나는 자신이 나가는 것이 정말로 싫은 듯했다. 자신의 손에 머리를 부비는 비엔나를 내려다보는 주인의 등줄기에 살짝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주인은 약속 장소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비엔나가 일어나면 저녁으로 먹을 사료 위에 말린 멸치도 평소보다 더 많이 쌓아 두고 오긴 했지만, 그래도 괜히 비엔나에게 거짓말을 한 것만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비엔나, 지금쯤이면 일어났을 텐데. 많이 삐졌을까? 집에 가면 미안하다고 하고, 내일은 산책도 한 시간 더 시켜 줘야지. 아, 말린 멸치도 더 주고…’

주인은 절대로 순순히 자신이 나가게 두지 않을 것 같은 반응에, 할 수 없이 침대 옆에서 낮잠을 자는 비엔나를 두고 조용히 집을 빠져나온 참이었다. 비엔나는 요즘 산책을 다녀와서 점심을 먹고 나면, 자신이 원래 살던 커다란 수조 앞에 주인이 새로 사 준 푹신한 쿠션을 베고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자고는 했다.

일어났는데 자신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비엔나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임현수가 또 내일은 가족이 사는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지방으로 내려가기 전인 오늘 만나는 것이 가장 나을 것 같았다.

그러던 중, 택시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이야, 오랜만이다. 현주인?”

택시에서 내린 주인을, 가게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다가와 반갑게 맞이했다. 남자는 주인보다는 조금 작은 키에 조금 까무잡잡하게 그을린 피부를 하고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임현수로, 주인과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전부 같은 곳으로 다녔다. 주인이 드물게 연락을 이어 나가는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오랜만은 무슨. 몇 달 전에 너 한국 들어왔을 때도 봤잖아.”

“에이, 그래도. 몇 달이면 오랜만이지!”

“내 기준으로는 1년은 넘어야 오랜만이야.”

주인이 살짝 투덜거렸다. 그래도 간만에 임현수를 보니 반가운 것은 사실이었다.

임현수는 원체 자신이 관심 있는 것 외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 성격 때문에,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을 보이던 미생물에 관련한 학과로 진학하고 대학원을 간 것도 모자라 해외로 나가 박사 과정까지 밟고 돌아왔다.

남 일에 관심이 없고 떠들기도 좋아하지 않는 임현수는 주인이 게이인 것도, 부모님이 전부 계시지 않은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것이 주인이 임현수와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 오고 있는 이유였다. 게다가 임현수는 성격이 털털해 먹는 것도 그다지 가리지 않았다.

“빨리 들어가자. 저녁 되니까 조금 춥다, 야.”

“술 마시게?”

그리고 임현수는 주당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비엔나가 잠든 사이에 몰래 나온 터라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 늦어질 것이 조금 걱정되었다.

“새삼스럽긴. 그럼 술 안 마시면 무슨 재미로 이야기하냐. 나 내일 오후에 지방으로 운전해야 하잖아. 많이 안 마셔, 안 마셔.”

주인은 술을 마시지 못하는 편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잘 마시는 것도 아니었다. 전에는 간혹 영화를 틀어 놓고 맥주를 마시거나 했지만 비엔나와 함께 살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비엔나의 수조 앞에 가서 비엔나에게 이것저것 말을 거느라 자연스럽게 마시지 않게 되었다.

‘그래. 뭐, 맥주 한두 잔인데. 오랜만이기도 하니까.’

주인은 자신을 잡아끄는 임현수를 따라, 술집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아니, 그래서 우리 비엔나는 빨판도 동그랗고 탄력 있는 게, 아주 잘생겼….”

임현수는 주인이 비엔나를 반려 생물로 키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얼마 안 되는 사람이기도 했다. 애초에 반려동물을 키워 보는 것이 어떠냐고 주인에게 추천한 것도 임현수였다. 정작 본인은 미생물들을 반려 생물로 키우고 있다며 다른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지만.

모처럼 비엔나의 귀여움과 똑똑함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난 데다 맥주를 두 잔쯤 마신 주인은 매우 신이 나 있었다.

“걔가 얼마나 똑똑하냐면, 글쎄 …뭐야, 네가 왜 여깄어?”

임현수와 반려 생물에 대한 이야기-거의 주인의 일방적인 비엔나 자랑이었지만-를 나누던 주인은, 고개를 돌리자 보인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에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

“오랜만이다, 주인아.”

몇 달 전 감히 비엔나에게 소시지라고 부르며 모욕하고 그 작은 것을 위협하는 죽어 마땅한 죄를 저지른 주제에, 여러 모임에서 주인에 대해 뒷말을 하고 다닌 주인의 같은 학과 3년 선배, 양희찬이 서 있었다.

“어, 내가 오라고 했는데… 너 희찬 선배랑 친하지 않았어?”

그래, 반려 생물에 대한 대화까지 나누는 것이 가능한, 얼마 없는 친구 중 하나인 임현수의 단점이 있다면 남에게 관심이 없어 남 말을 하지도 캐묻지도 않는 대신 지독하게도 눈치가 없었으며 소문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이었다.

‘저 새끼가 비엔나한테 그따위로 굴고 나간 다음에 나랑 연 끊은 지가 언젠데! 저 새끼가 내 소문도 안 좋게 퍼뜨리고 다녔는데!’

주인은 억울함을 가득 담아 임현수를 쳐다봤다. 주인의 뜨거운 시선을 받은 임현수가 움찔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

간만에 연락이 온 친구가 반가워서, 그 귀엽고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비엔나도 뒤로하고 여기까지 나왔는데 만난 것이 섹스 못 하고 쫓겨났다고 뒷말이나 하고 다니는, 나이를 거꾸로 먹은 개새끼라니.

“네가 연락을 하도 안 받아서 말이야. 현수가 이번에 한국 들어왔다기에, 너랑 현수가 친했던 게 떠올라서 현수한테 연락해 봤어. 혹시 주인이 만나면 그때 나도 좀 불러 달라고.”

차단해서 연락을 한 줄도 몰랐다.

“그렇게 보지 마. 난, 주인이 너한테 사과하고 싶어서…”

“…나 간다.”

양희찬이 제법 애절하게 고개를 기울이며 말을 걸었으나, 주인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엔나에게 그따위로 군 죄는 주인의 기준에서 사형감이었다. 굳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을 이유도 없었으며, 무슨 속셈으로 사과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달이나 지난 사과를 받아 줄 생각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술집을 나온 주인의 뒤를 임현수가 다급하게 따라왔다.

“왜 그래? 너 혹시 희찬 선배랑 싸웠어?”

“아니, 싸운 게 아니고, 저 새끼가… 후, 아냐. 됐어. 오늘은 일단 갈게. 나중에 따로 만나. 둘이서만.”

저놈이 나랑 자려다가 사이가 틀어져서 여기저기 모임에 나가 뒷말을 하고 다녔다는 내용이 이렇게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큰소리로 할 법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임현수는 원래가 소문에 둔감한 편이니, 아마 정말로 몰랐을 것이다. 기분은 이미 잡쳤지만 이 상황에서 임현수에게 화를 내기도 상황이 조금 애매했다.

게다가 임현수는 막 비엔나를 키우기 시작했을 무렵 비엔나 사진을 보내며 주접을 떨어도 귀엽다며 반응해 줬던 친구였다. 특별한 반려 생물을 키우는 동지이기도 했고. 주인은 이런 일로 임현수에게 화를 내고 싶지 않았다.

결국 주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그럼 내 얼굴 봐서라도 잠깐 밥만 먹고 가. 응? 희찬 선배가 사 준대. 나 저 선배랑 둘이만 밥 먹기에는 어색하단 말이야.”

“…그럼 너도 먹지 말고 그냥 가.”

“으음, 나 이번에 강사로 들어가고 싶은 곳 총장이 저 선배 아버지인 거 알잖아.”

임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 보니, 양희찬의 아버지가 대학교 총장이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주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임현수의 얼굴을 보며 갈등했다.

‘…진짜로 저 새끼랑 같이 앉아 있기 싫은데.’

아마, 임현수의 입장에서는 굳이 저 선배에게 밉보여서 좋을 것은 없겠지. 저 새끼의 아버지가 총장으로 있는 대학교는, 임현수가 박사 과정까지 밟은 미생물에 관련된 학과가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대학 중 하나였다.

“…알았어.”

‘그래, 잠깐만 앉아 있다가 나오면 되겠지. …난 절대로 비엔나를 배신하는 게 아니야.’

주인은 떠오르는 비엔나의 얼굴에, 애써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임현수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 * *

“주인아, 그동안 잘 지냈어? 난 너랑 그렇게 틀어지고…”

“저기요, 여기 맥주 한 병 더 가져다주세요.”

주인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양희찬을 무시하고 직원을 불렀다.

막상 자리에 돌아가 양희찬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자니, 자꾸만 짜증이 치밀었다. 양희찬이 사과를 했는데도 그랬다. 옆에 앉아 자신과 양희찬의 눈치를 번갈아 보는 임현수의 모습에 할 수 없이 적당히 사과를 받아 줄 수밖에 없었지만, 사과를 받아 줬다고 해서 주인이 비엔나의 원한을 잊은 것은 아니었다.

‘젠장, 애초에 뒷말까지 하고 다녀 놓고 뭐 하는 짓이야. 이제부터 넌 양가 놈이다. 우리 비엔나를 소시지라고 불렀으니, 나도 널 양가 놈이라고 불러 주겠어.’

주인은 속으로 양희찬을 마구 욕했다. 도리를 모르는 상놈이 아닐 수 없었다. 짜증이 나니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속이 타는 기분에 술을 몇 모금 들이켜자 아직 제대로 저녁 식사를 하지 않은 속이 화끈거렸다.

“크으…”

안주라도 먹기 위해, 젓가락을 집어 들고 테이블을 내려다본 주인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하필이면 안주인 그릴 소시지 위에는 칼집을 내 문어 모양으로 삶은 비엔나소시지가 얹어져 있었다. 심지어 문어 모양 소시지에는, 검은깨로 만든 눈까지 달려 있었다. 주인과 임현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양가 놈이 시킨 안주였다.

‘꼭 시켜도 어떻게 저걸!’

안주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국 입맛을 싸그리 잃은 주인은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집에서 자신만 기다리고 있을 비엔나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힘들더라도, 깨워서 다녀온다고 말하고 올 것을. 후회가 들었다.

“야, 현주인. 나랑 얘기 좀 하자니까? 바로 안 간 거 보면, 너도 분명 나한테 미련이…”

주인은 계속 뭐라 뭐라 짖어 대는 양가 놈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한 마디라도 말을 붙여 보려고 애쓰던 양희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임현수가 일그러진 양희찬의 표정을 보고 난감해하며 주인과 양희찬의 얼굴을 번갈아 살폈다. 그러던 중 임현수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그래도 이왕 같이 모인 건데 음, 그래. 서로 근황이라도 좀 이야기하고 그래. 저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임현수는 이 난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기쁜 듯,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인은 임현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술집을 나가는 것을 쳐다봤다. 이제 임현수도 나갔으니 적당히 타이밍을 봐서 이 불편한 자리에서 빠져나갈 셈이었다.

‘솔직히, 양가 놈 사과를 받아 준 것만으로도 난 친구로서 도의는 다했다.’

* * *

주인이 이 불편한 자리에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동안, 양희찬은 주인이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것은 물론 대꾸도 없자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글래머러스한 사람이 취향인 양희찬은 주인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분명히, 주인도 자신이 가슴을 만지는 것이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그런데 마침내 들어간 주인의 집에서, 제대로 해 보기도 전에 고작 소시지 같은 그 이상한 문어인지 뭔지 때문에 그렇게 쫓겨나다니! 주인과 그렇게 완전히 끝나고, 여러 명을 만나 봤지만 죄다 양희찬의 눈에 차지 않았다. 양희찬은 회색 니트에 덮인 주인의 커다란 가슴을 흘끔거렸다. 아무리 봐도, 전에 봤을 때보다도 더 커진 것 같았다.

물론 몇 달 전 그렇게 쫓겨났을 때 화가 나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주인이 솔직하게 말한다면 양희찬은 다시 주인과 잘해 볼 마음이 있었다. 자신의 사과도 받아 준 것을 보면, 분명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데 그때 그렇게 쫓아낸 것이 민망해 저러는 것이 틀림없었다.

혼자서 입술을 짓씹던 양희찬은, 테이블 위의 양주병을 집어 들었다. 술이라도 좀 들어가면 솔직해지겠지. 하지만 주인이 순순히 도수 높은 술을 받아 마실 것 같지가 않았다. 자신의 기억에 주인은 술이 그리 세지는 않았었다.

양희찬은 슬쩍 눈치를 보며 맥주잔에 양주를 따라 넣고, 그 위에 맥주를 부었다.

“주인아, 내가 정말 미안하다고 했잖아. 화해 기념으로 짠이라도 하지 않을래?”

“…뭐?”

화해 기념이라는 말에 마침내 주인이 대꾸하자, 양희찬은 역시- 싶었다. 이렇게 자신이 먼저 명분을 만들어 줘야 한다니, 가슴은 저렇게 크면서 얼마나 부끄러움이 많은지.

“내 사과도 받아 줬잖아. 한 잔만. 응?”

양희찬은 자신이 가장 잘생겨 보인다고 생각하는 각도로 고개를 기울이며 주인을 쳐다봤다. 이렇게 쳐다보면 넘어오지 않는 남자가 없었다.

“이런 미친…”

주인이 뭐라고 중얼거렸지만, 듣지 못한 양희찬은 주인에게 되물었다.

“응? 뭐라구, 주인아? 안 마셔 줄 거야?”

“하아… 이리 줘.”

주인이 자신의 손에서 잔을 받는 것을 보며, 양희찬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예감이 나쁘지 않았다.

* * *

“술도 들어갔으니까 그냥 솔직하게 말할게. 난 주인이 너한테 미련 있어. 우리 좋았잖아. 응?”

주인은 눈앞에서 뭐라고 떠드는 양가 놈의 얼굴을 쳐다봤다. 자신과 비슷한 높이에 있는 얼굴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보였다. 양희찬을 보는 주인의 눈이 느릿하게 깜박였다.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는 꼴이 보기 싫어 맥주를 한두 잔 받아 마신 것이 다인데 왜 이렇게 어지러운지 모를 일이었다.

‘어지러워…’

주인은 점점 심해지는 어지럼증에 들고 있는 잔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으려고 했다. 이러다가는 맥주를 쏟을 것 같았다. 맥주잔을 들고 있는 주인의 손이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어어?”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주인의 잔이 주인이 미처 테이블 위에 내려놓기도 전에 주인의 손에서 미끄러졌다. 잔 안에 들어 있던 액체는 주인의 가슴 위로 먼저 쏟아져 내렸다.

맥주가 주인의 밝은 회색 니트를 어두운 먹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술집 안으로 들어오면서 코트는 벗어 둔 터라 주인이 상체에 입고 있는 것은 회색의 목이 올라오지 않는 니트뿐이었다. 주인의 단단한 몸 위로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니트는 주인의 가슴과 넓은 어깨의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축축하게 젖은 먹색의 천이 주인의 가슴 위에 달라붙었다. 비엔나가 자꾸만 핥고 잘근거려 크기가 커진 젖꼭지의 윤곽이 희미하게 젖은 니트 위로 비쳐 보였다. 나오기 전에도 비엔나가 꽤나 정성 들여 핥았던 젖꼭지는 니트 위로 볼록하게 도드라져 존재감을 과시했다.

“차가워…”

주인이 멍하니 자신의 니트가 젖어 드는 것을 내려다보는 와중에도, 맥주는 계속 흘러내려 주인의 허벅지까지도 전부 적셨다. 주인의 바지는 검은색이라 젖은 티가 잘 나지는 않았지만, 천이 젖어 들자 주인의 허벅지 위로 좆의 윤곽까지도 전부 드러났다.

주인의 옆에 가까이 붙어 앉았던 양희찬은, 그런 주인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꿀꺽. 주인의 몸을 끈적이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양희찬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양희찬의 진득한 시선이, 주인의 하얗고 곧은 목덜미부터 시작해 니트가 달라붙어 그대로 둥근 윤곽이 보이는 커다란 가슴과 그 위에 도톰하게 올라온 젖꼭지, 그리고 허벅지 위로 드러난 좆의 윤곽까지를 핥듯이 내려갔다.

“후우, 화장실…”

끈적하게 달라붙는 천과 코에 훅 끼치는 맥주의 냄새가 불쾌했다. 화장실에 가서 물로라도 조금 닦아 내야 할 것 같았다.

주인은 옆에 앉은 양가 놈의 존재는 완전히 무시한 채로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옷에 다 스며들지 못한 맥주가 뚝뚝 떨어졌다. 술기운이 훅 몰려온 주인이 살짝 휘청했다.

“내… 내가 도와줄게!”

주인의 몸을 뜨거운 눈길로 훑던 양희찬이 헐레벌떡 주인을 따라나섰다.

“푸우…”

‘으, 숨에서 술 냄새 나.’

양가 놈이 따라오든 말든 한숨을 내쉰 뒤 비틀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주인은 이미 아까부터 그의 존재를 아예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 주인의 뒤를, 양희찬이 다급하게 쫓았다.

* * *

화장실에 들어간 주인은 세면대 앞에 서서 잠시 멈칫했다. 술에 잔뜩 취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일단 젖은 것은 둘째 치고 냄새가 심하니 이 맥주를 닦아 내야 할 것 같은데 너무 많이 젖어서 도저히 천을 조금 당긴 정도로는 맥주를 헹궈 낼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으음, 벗어야겠지.’

고민하던 주인은 손을 올려 축축한 니트를 움켜쥐었다. 주인이 니트를 끌어 올리자 근육이 잡힌 납작한 배와 골반에 비해 잘록한 하얀 허리가 드러났다.

주인의 뒤를 따라온 양희찬이 입을 헤 벌리고 잘 빠진 몸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주인은 양가 놈의 존재는 안중에도 없었기에 회색 니트는 완전히 끌려 올라갔고 곧 넓은 등짝이 드러났다. 주인은 고개를 기울여 머리를 니트에서 빼냈다. 정리해서 올렸던 앞머리가 니트를 벗는 과정에서 마구 흐트러지며 술기운으로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하아…”

세면대 거울은 약간 얼룩이 있었지만 주인이 더운 숨을 내뱉을 때마다 들썩이는 커다란 가슴이 비쳐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나 가슴 위에 꽤나 커다랗게 자리한 붉은색 젖꼭지는 거울에 더 선명하게 비쳐 보였다.

주인의 하얗고 깨끗한 등과, 그 아래의 탄탄하게 올라붙은 엉덩이, 그리고 세면대 거울에 비친 들썩이는 가슴과 그 위의 유독 붉게 부푼 것 같은 젖꼭지는 양희찬의 눈에도 전부 보였다.

양희찬은 진득한 시선으로 정신없이 주인의 드러난 상체를 훑었다.

군살 하나 없는 잘록한 허리며 야하고 커다란 가슴은 전에 봤을 때보다도 더 섹시해진 것 같았다. 특히 저 젖꼭지는, 그동안 뭘 한 건지 따먹어 달라는 듯 솟아 있는 꼴이 아주 야해 빠졌다. 도톰하고, 색도 유독 짙은 것이 농익어 어서 빨아 달라고 자신을 유혹하는 것 같았다.

끈덕지게 주인의 몸을 보던 양희찬은, 현주인이 고개를 들어 화장실 거울을 응시한 순간 분명히 거울에 비친 그의 눈과 자신의 눈이 마주쳤다고 느꼈다. 분명했다. 현주인이 부끄러운 듯 금세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저건 분명 자기 보라고 몸을 드러낸 것이 틀림없었다.

양희찬의 호흡이 점차 가빠졌다.

현주인 정도 몸매면 저렇게 도도하게 굴 법도 했다. 하지만 결국 현주인도 자존심 때문에 튕겼을 뿐, 아까부터 자신을 의식하고 있었던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그렇게 호감 표시를 한 것을 빤히 봐 놓고도 굳이 자신의 앞에서 맥주를 가슴에 쏟았을 리가 없었다. 분명 말로 하기는 창피하니 자신을 화장실까지 끌어들인 다음, 저렇게 야한 젖꼭지를 드러내고 유혹하는 것이다.

‘하, 그래. 내가 져 줘야지.’

양희찬은 헐떡이며 바지 버클을 풀었다. 풀며 주위를 둘러봤다. 화장실에는 지금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게 좋다. 도도한 주인이 모처럼 앙큼하게 자신을 유혹했는데, 즐거운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양희찬은 당장이라도 주인에게 달려가 저 가슴을 양껏 맛보고, 자신의 좆을 비비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 참고 화장실 문을 잠그기 위해 걸어갔다.

* * *

그사이 주인은 허리를 숙여 세면대에서 니트를 헹궈 보려고 시도하는 중이었다. 어질어질한 시야 때문에 손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그래도 어떻게든 니트를 흐르는 물로 헹구어 내는 것에는 성공했다. 니트의 앞면뿐만이 아니라 뒷면까지 전부 젖어 버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 보니 헹구기 전보다 술 냄새는 확실히 덜 나는 것 같았다.

‘음, 물기를 꽉 짜서 입으면 그럭저럭 괜찮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까, 바지도… 젖었는데.”

니트를 짜기 위해 세면대로 몸을 숙였던 주인이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속옷까지 축축하게 젖은 하의 쪽이 더 찝찝했으나, 조금 참았다가 집에 가서 씻는 수밖에는 없다. 주인은 점점 비엔나를 마주할 일이 걱정됐다.

‘이렇게 취할 정도로 마시려던 게 아니었는데. …술 냄새 싫어하겠지?’

주인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역시 양가 놈이 있으니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후우… 어쩌다 쏟아서… 읏!?”

주인은 투덜대던 중 갑자기, 누군가 강한 힘으로 허리를 끌어안는 것에 깜짝 놀라 파드득 떨었다. 벗고 있는 허리를 진득하게 감아 오는 기분 나쁜 손길에 소름이 돋았다.

“하아… 하… 현주인, 진짜, 내가 너 좋아해서 넘어가 주는 거야.”

주인의 귓가를 타고 낮게 깔린, 징그러운 목소리가 헉헉거리는 신음과 섞여 들렸다. 목덜미와 귀에 느껴지는 숨이 불쾌했다. 동시에 옆구리를 더듬는 손길이 느껴지고 엉덩이 부근에 뭔가 딱딱한 것이 문질러지는 느낌이 났다.

“너 미쳤어?!”

뒤늦게 자신의 허리를 더듬는 손의 정체가 양가 놈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왔다. 허리를 타고 올라와, 가슴까지 더듬는 양희찬의 손길에 불쾌감이 치밀었다.

주인은 분명 혼자 있었던 것 같은 화장실에 언제 이 양가 놈이 따라온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하아… 이제 와서 아닌 척할 필요 없어, 응? 허억, 헉, 네가 유혹해서 이렇게 된 거니까, 책임져야지.”

엉덩이를 추저분한 손길로 더듬대던 양희찬의 손이 바지 앞섶으로 넘어왔다. 양희찬은 주인의 앞섶과 허벅지를 몇 차례 주무르더니 주인의 바지 버클에 손을 올렸다. 버클이 달칵 풀리는 소리에 당황해 손을 내렸으나 그보다 쓸데없이 손만 빠른 양가 놈이 바지와 드로즈를 함께 잡아 끌어 내리는 것이 더 빨랐다.

주인이 다급하게 흘러내리는 바지의 앞섶을 잡았지만, 이미 엉덩이와 엉덩이 골의 대부분이 양희찬의 앞에 전부 드러난 뒤였다. 바지가 완전히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바지를 잡아 추켜올리려고 시도하는 동안, 양희찬은 주인의 크고 탄력 있는 엉덩이를 아무런 방해 없이 주무르기 시작했다.

“으읏…!”

주인은 엉덩이를 거칠게 쥐어짜는 손길에 바지를 놓칠 뻔했다. 양희찬의 손이 손가락 사이사이로 볼록하게 살이 비어져 나올 정도로 세게 엉덩이를 쥐어 주무르고 있었다. 탄력 있는 엉덩이 살이 하얀 떡처럼 양희찬의 손바닥 아래에서 뭉개졌다. 쥐어 짜인 엉덩이에서 미미한 고통이 밀려왔다.

“이게 뭐 하는… 흐앗!”

양가 놈에게, 당장 그만두라고 말하려던 주인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신음이 샜다. 어느새 가슴을 타고 오른 양희찬의 손이 도톰한 젖꼭지를 문지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양희찬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새빨간 젖꼭지가 동글동글 비벼졌다.

“흐아, 으흐응….”

“허억… 헉, 씨발… 좋아?”

양희찬이 헉헉대며 물었지만 주인은 몰려오는 술기운과 젖꼭지에서 전해지는 쾌감에 신음만 뱉을 뿐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손가락의 지문이 있는 부분으로 도톰하게 부푼 젖꼭지가 뭉개지듯 비벼지자 절로 허리가 튀었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도 비엔나가 잔뜩 빨아 놓아 더 예민해진 젖꼭지는 전해지는 모든 자극을 쾌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양희찬이 주인의 커다란 가슴을 계속 세게 주무르며 끈질기게 진한 붉은색으로 부어 있는 젖꼭지를 문지르고 꼬집자 주인의 목덜미와 뺨이 점차 발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헉… 허억… 존나 부드러워, 허억… 쌀 것 같아…”

양희찬은 자꾸 허리를 방정맞게 들썩이며 주인의 살이 많은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러 댔다. 엉덩이와 가슴을 동시에 주무르는 손길 때문에 머리에 더 열이 몰린 주인은, 그렇지 않아도 어질어질했던 시야가 점점 더 빙빙 도는 것을 느끼고 휘청거렸다. 바지를 쥐고 있던 주인의 손에 힘이 풀리며, 바지가 허벅지까지 주르륵 흘러내려 주인의 허벅지와 드로즈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지러워.’

“후욱, 후… 밖에다 쌀 수는 없지. 아깝게.”

잡고 있던 바지를 놓치고 고개를 푹 꺾고 있는 주인의 두꺼운 몸을 양희찬이 거칠게 돌려세웠다. 주인의 몸이 세면대에 거의 기대다시피 밀어 붙여졌다.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주인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 더듬더듬 세면대를 쥐었다. 머리가 핑핑 돌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언가라도 잡아야 했다.

“하, 현주인… 허억… 헉… 씨발… 이럴 거면서 튕기기는…!”

“흐아… 으읏, 아으…!”

주인이 세면대를 잡고 몸을 가누기 무섭게, 엉덩이를 만지던 양희찬의 손이 이제는 주인의 좆을 드로즈 위로 대놓고 주무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양희찬은 자신이 만져 더 먹음직스럽게 부어오른 쪽의 젖꼭지를 다급하게 입 안으로 삼켰다. 방금까지 꼬집히고 비벼진 젖꼭지가 뜨겁고 축축한 혀로 굴려지며 빨리기 시작하는 감각에, 주인의 입에서 신음이 마구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헉… 허억… 존나…”

드러난 주인의 허벅지 위로 양희찬이 바지에서 꺼낸 자신의 좆을 마구 문대기 시작했다. 갈색을 띠는 좆이, 끝에서 액을 줄줄 흘리며 주인의 허벅지 위로 비벼졌다. 양희찬이 좆을 비비기 위해 하체를 주인의 허벅지에 더 밀착시키며 주인의 가슴에 얼굴을 처박고 허겁지겁 주인의 반대편 젖꼭지를 입에 물었다.

“후아… 큭, 허어억…!”

그리고 조금 전에 이대로 싸기가 아깝다고 한 것이 무색하게도 양희찬은 주인의 허벅지 위에 정액을 내보내고 말았다. 양희찬의 정액이 주인의 드로즈는 물론, 허벅지 안쪽까지 튀었다.

“후… 아깝게…”

양희찬이, 주인의 안에 미처 집어넣지 못하고 허벅지에 싸 버린 정액을 아까운 듯 바라보더니 주인의 허벅지에 튄 자신의 정액을 손가락으로 문댔다. 잠시 손가락 두 개로 허벅지에서 닦아 올린 정액을 보던 양희찬의 시선이 침으로 푹 젖어 반들거리는 새빨간 젖꼭지 위에 닿았다.

“흐읏…!”

양희찬이 자신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비비던 정액을 주인의 젖꼭지에 비벼 발랐다. 잔뜩 부어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젖꼭지를 미끈거리는 손가락으로 문대는 감각에, 주인이 양희찬의 팔과 세면대 사이에서 몸을 뒤틀었다.

“크윽… 헉, 허어, 하여간… 야해 빠져서는. 후우우… 못 참겠어…”

자신의 정액으로 더러워진 주인의 새빨간 젖꼭지와, 주인이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들썩이자 출렁 흔들리는 커다란 가슴에 양희찬이 헐떡이며 좆을 세웠다. 조금 전의 사정으로 끝에 정액을 찐덕하게 늘어뜨린 갈색 살덩이가 금세 부풀어 양희찬의 다리 사이에서 달랑거렸다.

“흐… 비엔… 나…”

양희찬이 헉헉대며 허벅지 위에 싸는 동안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주인이 익숙한 이름을 불렀다. 자신의 젖꼭지를 건드릴 존재라면, 비엔나밖에 없었다.

“하, 현주인. 아까 나한테 사과받아 놓고, 분위기 깨지게 그 이름은 왜 불러? 쯧, 매너 없긴… 뭐, 그래도 괜찮아.”

하지만 귀에 들려오는 기분 나쁜 목소리에, 주인의 몽롱하게 풀려 있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비엔나가 자신의 말에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온통 붉어진 얼굴에 허벅지며 젖꼭지에까지 자신의 정액을 묻힌 주제에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는 주인을 보며 양희찬이 얼굴을 찌푸렸다. 양희찬이 아직도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자신의 정액을 문대 놓은 도톰한 젖꼭지를 세게 꼬집었다. 커다랗게 부은 젖꼭지가 양희찬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워져 비틀렸다.

“아읏…!?”

주인은 젖꼭지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반쯤 돌아왔던 정신이 번쩍 드는 것을 느꼈다. 몇 차례 깜박이던 주인의 눈이 거의 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상태와 바지 앞섶만 열어 좆을 내놓고 있는 양희찬의 상태를 빠르게 훑었다.

“후우, 곧 나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 안 나게 해 줄 테니까.”

양희찬은 주인이 상황을 파악하느라 눈을 깜박이는 동안, 어느새 한 줌만 한 좆을 덜렁이면서 주인의 허리를 잡았다.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어 아직도 얼떨떨한 상태인 주인의 몸이 다시 세면대를 보도록 돌려졌다.

거의 다 벗겨진 것이나 다름없는 드로즈 위로, 둥글고 탄력 있는 엉덩이가 양희찬의 눈앞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쓰으읍…”

드러난 엉덩이에는, 아까 양희찬이 센 힘으로 쥐어짜듯 주물러 놓은 것의 여파인지 희미한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양희찬이 하얗고 통통한 엉덩이를 보고 입맛을 다시며 붉은 자국 위를 몇 번 손가락으로 덧그렸다.

“으흑…!”

그리고 양희찬이 거의 하얀색으로 돌아온 둥근 엉덩이를 찰싹 내리쳤다. 양희찬의 손바닥이 닿은 부위의 엉덩이 살이 탱글 흔들리며, 찰싹- 하는 찰진 소리가 텅 빈 화장실 안을 울렸다. 꽤 센 힘으로 내리쳤는지 주인의 하얗고 둥근 엉덩이 위로 선명한 붉은 자국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따가운 통증에 주인이 신음을 내뱉었다.

“후… 좋아? 허억, 헉, 좋지?”

“크읏… 흑… 흐아…”

탄력 있는 살이 흔들리며 붉게 변하는 것에 맛을 들였는지, 양희찬은 몇 차례나 더 주인의 엉덩이를 세게 내려쳤다. 그때마다 맞은 부위의 엉덩이 살이 흔들리며 붉은 자국이 남았다. 살이 많은 엉덩이가 손바닥에 착착 감기는 것에 양희찬의 숨이 점점 더 거칠어졌다.

엉덩이를 맞는다는 모멸감에 주인이 버둥거렸지만 아직도 술에 절은 몸은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엉덩이가 온통 화끈거리자 주인의 붉어진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허억… 헉… 후… 이제 이 안쪽은 어떤지 볼까?”

거친 숨을 내뱉으며, 주인의 하얀 엉덩이가 붉은 손자국으로 군데군데 물든 것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던 양희찬이 양손으로 주인의 엉덩이를 벌렸다. 붉은 자국으로 얼룩진 하얀 엉덩이가 벌어지며 그 사이로 은은한 붉은빛을 띠는 작은 구멍이 드러났다. 작은 구멍은, 며칠 전 비엔나의 어마무시한 크기의 좆을 넣은 여파로 아직도 주름 부분이 살짝 부어올라 있었다.

“하…”

주인의 오물오물 다물린 작은 구멍과, 통통한 회음부를 본 양희찬이 탄성을 내뱉었다. 양희찬이 주인의 붉은빛을 띠는 구멍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주인의 허벅지를 더듬어 아직 끈적하게 남은 자신의 정액을 손에 묻혔다. 그리고 그대로 주인의 구멍 안으로 정액으로 젖은 손가락을 하나 푹 쑤셔 넣었다.

“흐아… 읏!”

살짝 붓기가 남은 구멍의 입구를 갑자기 벌리고 들어오는 이물감에 순간적으로 허리에 힘이 풀린 주인이 세면대를 움켜잡았다. 주인의 숙어진 상체에서 커다란 가슴이 출렁 흔들리며 잔뜩 부어오른 젖꼭지가 세면대 거울에 닿을 듯 말 듯 흔들렸다.

양희찬이 한 손을 주인의 허리에 올리며 자신의 손가락을 쑤셔 넣고 있는 구멍에 가깝게 얼굴을 숙였다. 양희찬의 코와 입에서 나오는 뜨겁고 축축한 숨결이 주인의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훅훅 끼쳤다.

“이… 이익… 흐으아… 앙…!”

구멍의 이물감에 더해 예민한 구멍 위로 훅훅 끼치는 불쾌한 숨결을 느낀 주인이, 저항하기 위해 몸을 바르작거렸다. 하지만 이미 세면대 위로 엎어진 데다, 술기운이 돌아 동작이 느린 주인보다 양희찬이 구멍에 손가락을 하나 더 쑤셔 박으며 하얀 허벅지 사이에서 흔들리는 주인의 좆을 손아귀에 쥐는 것이 더 빨랐다.

“후… 넌, 허억… 여기도 색이 존나… 헉, 허억… 야하냐…”

양희찬이 땀과 정액으로 젖은 미지근하고 축축한 손으로 붉은빛을 띠는 주인의 좆을 마구잡이로 주물렀다. 투박한 손길이었으나, 양희찬은 귀신같이 주인의 몸에서 민감해진 부위들만 만져 대고 있었다.

“허억, 헉… 못 참겠다…”

“흐어… 그만… 흐…”

“하, 후우우… 보채지 마. 금방, 허억, 넣어 줄게.”

주인의 구멍 안에 손가락 두 개를 넣고 빙글빙글 돌리며, 아직도 말랑말랑한 주인의 색이 연한 좆을 주무르던 양희찬은 한계인 모양인지 다급하게 다 풀리지 않은 구멍에서 손가락을 빼냈다. 양희찬의 손가락이 빠져나간 주인의 작은 구멍이 벌어져 빠끔거렸다.

야한 붉은색으로 부어올라 뻐끔거리는 작은 구멍을 본 양희찬이, 다급하게 허리를 움직여 주인의 엉덩이 골 사이에 자신의 좆을 끼웠다.

“아아… 흐앗…!”

양희찬이 다급하게 좆을 가져다 대자, 그의 몸에 의해 앞으로 밀린 주인의 가슴이 세면대 거울에 뭉개졌다. 새빨갛게 부어오른 젖꼭지가 거울에 비벼지자 주인이 높은 신음을 내뱉었다. 양희찬을 잡아서 멈추기 위해 뒤로 뻗었던 주인의 팔이 양희찬을 건드리지도 못하고 허공에 헛손질을 했다.

“허억… 헉, 허어억…”

“흐아… 앗, 아아…!”

양희찬은, 마음이 급한지 주인의 구멍에 제대로 좆을 맞춰서 넣지도 못한 채로 자꾸 엉덩이를 뒤로 뺐다가 앞으로 쳐올리는 것을 반복했다. 그때마다 정액이며 침으로 젖은 도톰한 젖꼭지가 거울에 비벼지며 거울 위로 뿌연 얼룩을 남겼다.

주인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자꾸 잔뜩 예민해진 양쪽 유두가 거울에 쓸려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지만 아까보다는 참을 만했다. 그리고 엉덩이 사이로 비벼지는 혐오스러운 살덩이가 금방이라도 주름을 벌리고 자신의 구멍 안으로 들어올 것만 같았다.

그것만은 절대로 싫었다. 주인이 이를 악물고 손을 뒤로 뻗었다.

“허억… 헉, 후…아아아악!”

주인의 엉덩이 구멍에 좆을 비비며, 또다시 사정하기 직전이던 양희찬의 좆이 주인의 손아귀에 세게 틀어 잡혔다. 주인이 있는 힘을 다해 쥐었기 때문에, 연약한 부위에서 느껴지는 통증으로 양희찬의 좆이 주인의 손아귀에서 순식간에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아악, 헉, 으허억… 야! 말로… 악, 말로…!”

양희찬이 죽는소리를 내며 주인의 등을 퍽퍽 두드렸다. 하지만 주인이 좆을 세게 움켜쥔 손에서 힘을 풀어 주지 않자, 양희찬은 억억대며 주인의 등으로 무너져 내렸다. 뒤로 잘못 몸을 뺐다가는, 주인의 억센 손아귀에서 좆이 뽑혀 나갈 것 같다는 공포가 양희찬을 지배했다.

“이… 이… 이 개새끼야!”

양희찬이 자신의 등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낀 주인이, 자신의 허리께에서 흔들리는 그의 팔을 잡아채며 몸을 뒤로 빼냈다. 세면대에서 조금 떨어지자마자 주인의 두꺼운 팔과 어깨의 근육이 불끈 솟아오르며 헉헉거리던 양희찬의 몸을 들어 올렸다. 주인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있는 힘을 다해 그대로 양희찬을 엎어 쳤다.

“어어, 어어어!”

양희찬의 입에서 얼떨떨한 비명이 들리고, 양희찬의 몸이 공중에서 크게 한 바퀴 회전하며 세면대 거울에 처박혔다.

와장창. 화장실 안에 유리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억… 억… 어어…”

유리 파편들과 함께 바닥에 쓰러진 양희찬이 신음 소리를 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좆을 축 늘어뜨린 채였다. 고통으로 표정이 일그러진 양희찬이 주인을 올려다보며 팔을 마구 저었다.

“넌 오늘… 죽었어.”

덜 깬 술에 비틀거리며 양희찬을 내려다보는 주인의 눈이 반쯤 돌아가 있었다.

* * *

“비엔나- 비엔나, 주인님 왔어.”

주인은 터덜터덜 현관에 들어서며 비엔나의 이름을 불렀다.

너무, 너무 피곤했다. 자신이 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양희찬을 흠씬 패 준 것에 후회는 없었다. 양희찬의 키는 주인과 비슷했지만, 허리의 고통 때문인지 양희찬은 제대로 된 반항을 하지 못했다. 주인도 휘저어 대는 양희찬의 팔이며 다리에 몇 대 맞기는 했으나, 거의 일방적인 싸움이었다.

그 이후의 일은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다.

안에서 뭐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는데 문이 잠겨 있으니 술집의 직원들이 전부 달려오는 등,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다행히도 주인과 양희찬은 싸우던 중에도 밖의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직원들이 마스터키로 문을 따고 들어오기 전에 옷을 추스르는 것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들어온 직원들이 눈 주변이 퉁퉁 붓고 입가가 터진 양희찬의 모습이며, 급하게 옷을 주워 입었다고는 해도 머리도 산발에 옷이 구겨지고 더러워진 주인의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얼마나 시끄럽게 싸웠는지, 그 와중에 전화를 중간에 끊고 가게 안으로 달려 들어온 임현수도 얼떨떨하게 경찰서로 동행했다. 사실 주인은 내심 임현수가 친구인 자신의 편을 들어 주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임현수는 양희찬의 눈치를 살피며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다.

다행히 직접 패 주기는 했지만, 조금 전까지 양희찬에게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에서 당할 뻔한 주인으로서는 마음에 서러움이 쌓이기 시작했다. 임현수에게는 취업이 달린 일일 수도 있으니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비엔나라면 무조건 자신의 편을 들어 줬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비엔나가 너무 보고 싶었다. 동시에, 바로 비엔나를 보러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만든 양희찬에 대한 미움이 들었다.

그리고 주인은 양희찬과 경찰서에 앉아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피곤한 얼굴로 양희찬과 주인에게 고소 여부를 물었다. 폭행죄는 합의가 되면 형사 사건으로 넘어가지 않으니 잘 합의를 해 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일단 쌍방 폭행이라는 것과 더불어 양희찬이 더 많이 다쳤기 때문에 합의 시 치료비는 주인이 더 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주인은 자신이 고소를 당해도 상관없으니 양희찬을 성추행이나 강간 미수로도 신고하고 싶다는 마음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주인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양희찬이 주인과의 합의 의사를 밝혔다.

“너 미쳤어? 무슨 속셈이야.”

당연히 주인은 믿지 않았다. 딱 봐도 양희찬의 얼굴은, 처음 맞았을 때보다도 더 부어올라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주인이 기억하는 양희찬은 자신이 맞았는데 가만히 넘어갈 위인이 아니었다. 지난번에도 욕 조금 먹고 쫓겨났다고 주인의 소문을 안 좋게 퍼뜨리지 않았던가?

“너, 네가 합의해 준다고 내가 널 성추행으로 고ㅅ….”

“야, 야! 조용히 좀 말해.”

양희찬이 주위를 둘러보며 주인을 다그쳤다.

“야, 그런 걸로 고소 들어가면 집안 시끄러워진다고. 주변에 소문도 안 좋게 나고. 너도 아예 안 즐긴 건 아니잖아? 네가 때린 거, 치료비 엄청 나올걸. 치료비 안 받을 테니까 조용히 끝내자, 응?”

양희찬의 말에 당연히 주인은 발끈했다.

“너 진짜로 나한테 맞아서 터진 입이라고 아주…”

주인의 인상이 험악해지자, 양희찬이 움찔했다. 하지만 양희찬은 터진 입으로도 다음 말을 뱉었다.

“조… 조용히 안 넘어가면 이번에는 너 게이라고 소문낼 거야. 또 때리면, 나도 가만 안 있을 거라고.”

“…뭐?”

양희찬의 뻔뻔함에 주인은 어이를 상실했다. 물론 직접 사람을 때려서는 안 된다지만 정신이 없는 사람을 상대로 좆을 비벼 댄 주제에 입을 놀리는 모양새가 참 뻔뻔했다.

“야, 제발 조용히 좀 넘어가자. 응? 지금 나보다 어린애한테 맞은 것도 존나 쪽팔린데, 네가 고소하면 진짜로 아빠 귀에까지 들어간다고.”

주인은 입술을 악물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아까 나한테 비빈 건 좆이 아니고 뭐 미더덕이냐?”

양희찬의 퉁퉁 부은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야, 조용히 말하랬지…! 그리고 나 정도면 평균이거든? 아, 됐고. 너 고소하면 나도 너 폭행으로 고소하고 게이라고 다 말하고 다닐 거야.”

분하지만, 거의 사람을 만나지 않는 주인과는 달리 양희찬은 여기저기 나가는 모임이 많았다. 시간과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양희찬이 물고 늘어진다면 분명 더 피곤해지는 쪽은 주인이었다. 주인도 말은 이렇게 했지만 화장실 안에 씨씨티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양희찬의 성추행이나 강간 미수를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할 수 없이 주인은 양희찬과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합의를 마치자 자신이 만든 자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때문인지 경찰서까지 따라와 계속 앉아 있던 임현수가 주인의 앞으로 왔다. 임현수는 자신이 부른 자리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 때문인지,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었다.

“야, 주인아. 내가 미안하다. 너랑 저 선배랑 이렇게 사이가 안 좋은 줄은 몰랐어. 내가 다음에 너만 만나서 밥이라도 따로….”

“야, 임현수. 너 어제 술 안 마셨지? 나 집까지 운전 좀 해 줘라.”

주인의 앞에서 미안해하던 임현수를, 양희찬이 불렀다. 차를 끌고 왔었던 모양이었다. 주인과 양희찬이 조사를 받은 경찰서는 술집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아, 선배. 잠시만요. 저 주인이랑 얘기 좀…”

“나중에 따로 만나면 되잖아! 너 내 얼굴 안 보여?”

양희찬이 퉁퉁 부어올라, 이제는 원래도 작은 눈이 거의 감기다시피 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짜증을 냈다.

“…됐어. 빨리 가 봐.”

“으응, 나중에 내가 꼭 연락할게. 아, 병원 꼭 가 보고!”

임현수는 이미 경찰서 밖으로 나가 버린 양희찬의 뒤를 쫓아 급하게 사라졌다. 주인은 혼자서 터덜터덜 경찰서를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 여전히 희미하게 맥주 냄새가 나는 옷이 불쾌했고, 화장실에서 대충 휴지로 가슴을 닦기는 했지만 양가 놈이 만지고 정액을 문질러 놓은 몸도 찝찝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바로 자리를 뜨는 임현수의 모습을 보며 서운했지만 주인은 꾹 참았다. 그래, 그냥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자신과는 달리 임현수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어쨌든 이건 자신과 양희찬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도, 나도 집에 가면 우리 비엔나 있어.’

주인은 자신을 보고 새까맣게 반짝이는 비엔나의 눈을 떠올리며 목덜미에서 울컥울컥 넘어오려는 눈물을 참았었다. 집에 들어온 지금도 눈 아래가 화끈거렸다.

어서, 보들보들한 비엔나를 끌어안고 그 따끈한 체온에 뺨을 부비고 싶었다.

주인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뭔가 쿠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비엔나가 다급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의 입가에, 오늘 처음으로 미소가 걸렸다.

“왕!”

쿠당탕거리는 소리를 내며 뛰어온 비엔나가 로켓이 쏘아지듯 주인에게 달려들었다. 주인은 그대로 비엔나를 받아 내며 현관에 주저앉았다.

“비엔나! 잘 있었어, 우리 애기? 흐윽… 보고 싶었어…”

주인이 품에 안긴 비엔나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보들한 털이 뺨에 비벼지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품에 안긴 비엔나의 꼬리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끼잉… 끼이잉.”

“그래, 늦게 와서 미안해.”

정말로, 비엔나만 있으면 주인은 다 괜찮았다. 비엔나가 낑낑거리며 주인의 품에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 목덜미에 보들보들한 머리를 얹은 비엔나가 촉촉한 코로 목덜미를 비비자 주인은 간지러움에 큭큭 웃었다.

“뭐야, 비엔나. 크흡, 간지러워.”

“그르르르.”

그런데 품에 안긴 비엔나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귓가에 사나운 으르렁거림이 들렸다. 주인은 깜짝 놀라 비엔나를 품에서 떼어 냈다.

“…비엔나? 왜, 왜 그래. 어디 아파? 괜찮은 거야?”

주인이 비엔나의 얼굴을 잡고 비엔나의 상태를 살피려고 했으나, 비엔나가 으르렁거리며 거칠게 주인의 품에서 뛰쳐나갔다. 주인은, 비엔나의 얼굴을 잡기 위해 팔을 들어 올린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다.

“…비엔나?”

“으르르르르-”

주인의 애처로운 음성에 아랑곳 않고, 비엔나가 주인을 향해 사납게 울었다. 비엔나의 입가가 말려 올라가며 분홍색 잇몸과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주인의 피곤함에 젖은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집에 있는 유일한 자신의 편이, 자신을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비… 비엔나. 왜 그래. 나잖아. 네 주인이잖아. 내가, 말도 없이 나갔다 와서 그래? 그런데, 다 사정이 있었어. 절대로 일부러 널 두고 간 게 아니야.”

주인이 다급하게 신발을 벗고 현관 위로 올라섰다.

“크르르르르르-”

하지만 주인이 현관 위에 올라서자 비엔나의 으르렁거림은 더 심해졌다. 주인의 허리께까지 오는 커다란 대형견이 진심으로 이빨을 드러내자 그 기세는 상당히 살벌했다.

금방이라도 사나운 울림을 내뱉으며 주인을 물어뜯어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주인은 비엔나가 으르릉거리는 것에 아랑곳 않고 걸치고 있던 코트를 벗어 현관에 대충 던져 놓았다.

“그르르르르-”

비엔나가 더 낮은 목소리로 목을 울리며 자세를 낮췄다. 꼭 정말로 주인 자신에게 덤벼들기라도 할 것만 같았다.

‘거, 거짓말. 우리 비엔나가 나한테 공격 자세를 취할 리 없어.’

주인은 크게 충격을 받았다. 비엔나는 다정한 아이였다. 말도 없이 늦은 것은 자신이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비엔나가 자신을 적대할 리 없었다. 분명 조금 전에는 자신을 알아봤었는데. 그래, 술을 많이 마셨으니 냄새가 달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집에서 입는 옷을 안 입고 있어서 낯설어 하는 건가? 그래, 그런 거지?’

주인은 다시 눈물이 나려는 것을 꾹 눌러 참았다. 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거렸다. 주인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그래, 옷을 벗고 집에서 입는 옷으로 갈아입고 샤워를 해서 술 냄새도 가시면, 비엔나는 다시 자신에게 꼬리를 흔들어 줄 것이다. 까만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봐 줄 것이다. 자신의 품에 먼저 안겨 줄 것이다.

주인은 그렇게 굳게 믿었다. 집에 있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의 편마저 자신을 적대한다면, 그렇다면….

‘아냐, 그럴 리 없어. 빨리 비엔나한테 내가 주인이라는 걸 확인시켜 주자.’

눈물을 꾹 눌러 참은 주인이, 으르렁거리고 있는 비엔나의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주인의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맥주가 스며든 그대로 말라붙은 옷은 찝찝했던 참이었다. 금세 애매하게 헹궈져 약간 버석거리는 니트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인의 터질 듯한 가슴과 복근이 선명하게 잡힌 배가 고스란히 비엔나의 앞에 드러났다.

하지만 비엔나는 몸을 낮춘 자세 그대로 콧잔등을 잔뜩 찌그러뜨린 사나운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런 비엔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몸이 떨리는 기분이었다. 주인의 손끝과 발끝이 차갑게 식었다.

훌쩍. 주인이 코를 들이켜는 소리가 났다.

주인이 추운 듯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단단한 팔뚝을 문지르며 조심스럽게 비엔나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주인의 팔에 눌린 가슴 위의 젖꼭지는 주인의 긴장을 증명하듯, 단단하게 변해 있었다.

“그르르르르르-”

“비엔나, 나야. 이제 알아보겠어? 응?”

몸을 낮춰 눈높이를 맞췄음에도, 비엔나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이거 봐. 나 맞잖아.”

주인은 급기야 자신의 가슴을 쥐어, 비엔나에게 내밀기까지 했다. 주인의 큰 손에 다 받쳐지지 않는 부피감 있는 하얀 살덩이가 그 위의 단단해진 젖꼭지와 함께 비엔나의 얼굴과 가까운 곳에 들이밀어졌다.

그렇게 집적이던 가슴인데, 어제까지도 핥았던 젖꼭지인데, 비엔나가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자글자글 찌그러진 비엔나의 콧잔등은 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주인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흐읍, 네가 맨날 핥았던 가슴인데 왜 못 알아봐.”

“으르르…”

비엔나가 다시 한번 낮게 목을 울렸다.

비엔나의 으르렁거림을 들은 주인의 눈에서 기어코 눈물이 한 방울 또르르 떨어졌다. 주인의 하얀 뺨을 타고 흐른 눈물이 주인의 가슴 위로 떨어져 선명하게 진 가슴골 사이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비엔나는 주인이 울고 있는데도, 주인의 눈물을 보고 있지 않았다.

비엔나가 낮게 목을 울리며 주인의 하얀 가슴이며 그 위에 붉게 솟아 있는 젖꼭지, 그리고 주인의 다리 사이를 차례로 훑었다. 주인의 몸을 훑는 동시에 비엔나의 까만 코가 찡긋찡긋 움직였다. 잠시 코를 찡긋대던 비엔나가 울먹이며 서 있는 주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크흥…”

주인의 앞으로 걸어온 비엔나는 주인의 주위를 빙 둘러 돌기 시작했다. 주인은 눈물과 콧물을 들이켜며, 비엔나가 킁킁대며 자신의 주변을 도는 것을 내려다봤다. 주인의 엉덩이 앞에 멈춰서 까만 코를 찡긋대던 비엔나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크르르르-”

조금 더 주둥이를 내려 주인의 허벅지 쪽으로 코를 들이밀고 킁킁대던 비엔나의 잇몸이 더 말려 올라가며, 비엔나의 동그란 얼굴에 한층 더 사나운 기색이 어렸다. 주인의 앞쪽으로 다시 걸어간 비엔나가 금방이라도 뛰어오르려는 듯 납작 몸을 낮췄다.

하지만 그렇게 물고 빨던 가슴을 보여 줬는데도 변하지 않는 비엔나의 반응에 흘러나온 눈물을 닦던 주인은 비엔나의 한층 사납게 바뀐 기세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비엔나가 주인에게 달려들었다.

“큽, 흐응…윽!?”

쿵. 주인의 몸이, 비엔나의 묵직하고 커다란 몸 아래에 순식간에 깔렸다. 등 뒤에 느껴지는 바닥은 차가웠고 자신의 위에 올라탄 비엔나는 무겁고 뜨거웠다.

“비… 비엔나?”

혹시나 자신을 알아본 것은 아닌지 하는 기대감이 어린 목소리가 비엔나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을 알아봐서,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자신을 환영하느라고 자신에게 달려든 것일까?

“그르르르르…”

하지만 주인의 기대와는 다르게 비엔나는 또다시 으르렁거렸다. 바로 코앞에서 맹수처럼 드러난 이빨을 마주한 주인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이빨이 드러난 잇몸과 대비되어 더욱 날카롭고 흉흉해 보였다.

비엔나를 밀어낼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비엔나의 아래에 깔린 주인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긴장으로 인해 이미 단단하게 변해 있던 젖꼭지와 마찬가지로 경직된 가슴이 색색 오르내렸다.

주인이 가슴을 가쁘게 들썩이는 것 외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자 주인의 위에 올라타 있던 비엔나가 으르렁대며 목을 울리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 비엔나의 까만 코가, 드러난 주인의 하얀 가슴 위를 배회하며 킁킁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튀어나온 비엔나의 주둥이와 그 위의 축축한 코가 주인의 오르내리는 가슴 위에 처박히듯 가깝게 닿았다. 살짝 땀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주인의 커다란 가슴 위로 비엔나의 부드러운 털과 축축한 코가 스치듯 지나갔다.

“흐으…”

가슴 위를 간질이는 감각에, 비엔나의 아래에 깔린 채로 굳어 있던 주인의 잘록한 허리가 살짝 뒤틀렸다.

주인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비엔나의 그르렁거림은 멎었으나, 경계하는 태도는 그대로였다. 비엔나는 처음 보는 이를 대하듯 주인의 몸에 코를 들이밀고 킁킁대고 있었다.

‘내가 맞나 확인하는 걸까? 그런 거겠지? 그런데, 그럼 정말로 날 못 알아본다는 거야? 난, 나는, 네가 모습을 바꿔도 너를 한 번에 알아봤는데.’

주인이 밀려오는 서러움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조금 전 눈물을 닦느라 붉게 물든 주인의 눈가가 잔뜩 고인 눈물로 점차 젖어 들었다.

그 와중에도 비엔나는 목덜미부터 시작해 주인의 몸 위를 킁킁거리며 돌아다녔다. 비엔나의 까맣고 촉촉한 코가 차가운 공기와 긴장감으로 딱딱하게 굳어 뭉친 붉은색의 젖꼭지와 유륜을 스치며 그곳에 머물렀다.

“흐읏, 비엔나! 아까부터 대체 뭐 하는…”

“크르르르-”

주인이 영문을 알 수 없는 비엔나의 행동에 상체를 살짝 일으켜 보려고 시도했으나, 비엔나가 지금까지 중 가장 사납고 낮은 소리로 그르렁거리며 주인의 가슴 위를 거칠게 주둥이와 앞발로 찍어 눌렀다. 주인의 상체가 다시 차가운 바닥 위로 떨어져 내렸다.

“흐윽… 킁, 흐어엉…”

결국 주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눈에 그렁그렁 고인 눈물이 뺨과 턱을 타고 흘러내리기 무섭게 새로운 눈물이 눈가에 고였다.

주인은 정말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비엔나의 모습에 너무 서러웠다. 비엔나의 꼬리는 주인에게 쏘아지듯 날아와 잠시 안겼던 이후로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비엔나를 처음 만났을 때조차도 이렇게 외면당한 적은 없었다. 주인의 머릿속으로 작은 소시지 모습의 비엔나가 작은 다리를 꼬물거리며 까만 깨를 닮은 눈을 마주치던 첫 만남부터, 어제까지만 해도 한시도 자신의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던 비엔나의 모습이 주르륵 스쳐 지나갔다.

“어허어어엉….”

주인은 도저히 울음을 그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울음을 참고 싶지도 않았다. 어차피 이곳에는 비엔나 외에는 주인의 우는 모습을 볼 사람이 없다. 든든한 보호자의 모습? 그딴 건 개나 주라지. 바로 그 하나뿐인 반려 생물이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주인의 붉어진 눈가와 뺨을 타고 굵은 눈물방울이 쉴 새 없이 뚝뚝 떨어졌다. 엉망으로 흐트러진 모습으로, 눈가와 코를 붉게 물들이고 우는 주인의 모습은 매우 안되어 보였다.

서럽게 우는 주인을 보는 비엔나의 눈이 아주 살짝 흔들렸으나 그 눈은 금세 단호하게 변했다. 비엔나는 다시 그르르 목을 울리며 몸을 돌려 주인의 바지를 응시했다.

주인은 이제 바닥에 누워 비엔나에게 깔린 채로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없이 눈물만 펑펑 흘렸다. 너무 속이 상하고 서러워서 이제 비엔나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거냐고 묻고 싶지도 않았다.

‘어떻게, 어떻게 비엔나 네가 나한테 그럴 수 있어?’

“크르르르르… 왕! 웡! 그르르르…”

“흐으엉… 어어엉… 흐앗!?”

비엔나의 주둥이가 주인의 바지를 물고 마구 흔들었다. 날카로운 이빨에 당겨진 바지의 천이 투두둑- 뜯어지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패대기쳐지듯 흔들리는 자신의 다리에, 주인이 울던 것도 멈추고 다급하게 자신의 바지의 허리춤을 붙잡았지만 비엔나의 괴력 앞에선 소용없었다.

결국 주인의 바지는, 허리와 종아리 부분은 그대로 남았는데, 가랑이와 허벅지는 전부 뜯겨 나간 이상한 모양새로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다. 주인의 하얗고 탄탄한 허벅지와 까만 드로즈가 마구 뜯겨 나간 바지 사이로 드러났다.

딸꾹.

이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갑자기 울던 중 바지가 찢어진 주인의 입에서 딸꾹질이 새어 나왔다.

뜯어낸 바지의 천을 고개를 마구 저어 던져 버린 비엔나가 더욱 사나운 기색으로 다시 목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르르르르-”

다시 한번 목을 울린 비엔나가 주인의 드로즈 위로 코를 들이밀었다. 냄새를 맡은 비엔나가 사나운 기색으로 드로즈를 물어뜯었다. 좆 위를 스치는 날카로움을 느낀 주인의 입에서는 계속 딸꾹질이 새어 나왔다.

순식간에 주인의 드로즈가 전부 찢어지고, 비엔나가 찢어진 드로즈의 끄트머리를 잡고 당기자 주인의 다리 사이가 고스란히 비엔나의 앞에 드러났다. 주인의 하얀 엉덩이에는, 아직도 희미하게 붉은 손자국들이 몇 개 남아 있었다. 그 자국을 본 비엔나가 잠시 그대로 멈춰 하얀 엉덩이 위에 남은 붉은 얼룩들을 빤히 응시했다.

“흐으… 흣!”

희미하게 남은 손자국들을 노려보던 비엔나가 양 앞발을 주인의 허벅지 위에 눌러 주인의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뿌연 액체가 말라붙은 자국이 보였다. 말라붙은 얼룩은 은은한 붉은빛을 띠는 구멍 입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크르르-”

그 자국까지 확인한 비엔나가 콧잔등에 주름을 잡으며 목을 울리더니 거침없이 주인의 엉덩이 사이에 고개를 처박았다. 비엔나의 코가 연한 색의 통통한 회음 위와 구멍을 지나, 엉덩이 사이를 주둥이로 벌리고 엉덩이 골까지 킁킁거리며 지나다녔다. 얇고 연약한 피부에 느껴지는 축축한 코와 더운 숨에 주인이 발가락 끝을 바르작거렸다.

“으으… 흐으…”

비엔나의 코가 더운 숨을 내뱉으며 살 위를 더듬는 감각이 이상했지만 또 비엔나가 사납게 으르렁거릴 것 같아 비엔나의 행동을 저지하는 것이 망설여졌다. 아무리 비엔나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고 해도 또 으르렁거림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적대하는 태도만으로도 주인은 충분히 슬펐다.

주인은 그래서 비엔나가 자신의 가슴 위로 올라타는 것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주인의 몸 위로 올라탄 비엔나는 킁킁대며 다시 주인의 다리 사이로 얼굴을 박았다.

“크응… 흡… 아앙!”

눈물을 그친 주인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코를 훌쩍이던 중 갑자기 젖꼭지에서 느껴지는 뜨겁고 미끈거리는 감촉에 가슴을 튕겨 올렸다. 비엔나가 젖꼭지 위로 좆을 문지르고 있었다. 두툼하게 부푼 빨판에 덮여 불뚝거리는 적갈색의 좆기둥과, 유독 두툼하게 부푼 검붉은 색의 귀두가 붉은 젖꼭지 위로 마구 문질러졌다.

“비… 비엔나, 대체 뭐…”

“으르르르르-”

또다시 비엔나의 으르렁거림을 들은 주인은, 또다시 울컥울컥 차오르는 서러움에 입을 다물었다.

‘나를 알아본 줄 알았는데, 젖꼭지까지 건드리면서… 아직도 나한테 으르렁거리고… 흐읍…’

“으흐…흣, 흐앙! 응!”

하지만 이미 예민하게 변해 버린 젖꼭지에 느껴지는 자극 때문에, 주인의 서럽게 꾹 다물린 입은 금세 벌어져 높은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동시에 비엔나의 좆 대가리에서는, 진한 색의 정액이 계속 울컥울컥 새어 나오고 있었다.

검붉은 좆 대가리가 통통하게 부푼 붉은색 젖꼭지를 꾹꾹 쑤시듯 누르고, 마구 비볐다. 주인의 단단하게 뭉친 젖꼭지는 꾹꾹 쑤시듯 누를 때마다 하얀 가슴 안으로 꾹꾹 파묻혔다. 통통한 붉은색 젖꼭지가, 유백색의 액체로 푹 젖어 번들번들 빛나는 것은 금방이었다.

“흐아… 응, 아앙!”

비엔나는 한쪽 젖꼭지를 정액으로 절여 놓은 것에 그치지 않고, 주인의 다른 쪽 젖꼭지에도 똑같이 했다. 울컥울컥 액을 뿜는 좆 대가리가 단단하게 뭉친 붉은색 젖꼭지를 꾹꾹 눌러 하얀 가슴 안으로 쑤셔 박았다. 몇 차례 쑤셔진 다른 쪽 젖꼭지 역시 금세 액체로 범벅이 되었다.

주인은 가슴 위에 찐득찐득한 액과 함께 문질러지는 두툼한 빨판과 가슴을 찌르듯 쑤셔지는 뜨거운 좆 대가리 때문에 느껴지는 쾌감으로 울던 것도 잊고 허리를 뒤틀었다. 예민한 젖꼭지에서 시작된 전류가 아랫배와 허리를 지나는 것만 같았다.

“으흐… 흣, 흐으아…”

비엔나는 계속 으르르 목을 울리며, 젖꼭지를 푹 적신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듯 가슴 위로 계속 좆을 문질렀다. 적갈색의 미끈거리는 빨판이 질척이는 소리를 내며 비벼지고, 비엔나가 좆을 비비는 위치를 바꿀 때마다 울컥이는 액을 뱉는 검붉은 좆 대가리가 탁탁 살이 부딪히는 소리를 만들어 냈다.

불뚝거리는 두껍고 기다란 좆이 가슴 위를 지날 때마다, 궤적처럼 유백색의 찐득한 액체가 남았다.

“헉, 흐….”

주인의 눈이 쾌감으로 풀려 점차 몽롱하게 변했다. 주인의 눈물로 얼룩진 뺨이 온통 붉었다. 주인의 몽롱한 눈이 눈물로 젖은 속눈썹과 함께 느릿하게 깜박였다. 진득하게 젖은 커다란 두 덩이의 가슴과 정액에 덮인 채로도 붉은색이 비쳐 보이는 크게 부푼 젖꼭지가 번들거렸다.

“으르르르….”

주인의 쾌감으로 풀렸던 몽롱한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비엔나는 여전히 으르렁거림을 멈추지 않았으며, 주인의 얼굴을 보고 있지도 않았다.

“흑, 흐으…”

비엔나의 좆은 어느새 주인의 배 위에 비벼지고 있었다. 선명하게 갈라진 복근 위를 두꺼운 검붉은 귀두가 울컥울컥 액을 뿜으며 지나갔다. 불뚝대는 두껍고 뜨거운 살덩이는 멈추지 않았다. 두툼한 빨판으로 덮인 뜨거운 표면이 배 위로 마구 문질러졌고 갈라진 복근의 사이와 주인의 배꼽에도 끈적이는 유백색의 액체가 차올랐다.

비엔나는 쉬지 않고 그렇게 뿜어냈는데도 여전히 울컥울컥 액을 뿜는 두툼한 빨판에 덮인 좆을 계속 움직였다. 비엔나의 좆이 주인의 이번에는 주인의 엉덩이에 비벼졌다.

“으흑, 흡, 흐으응!”

주인의 뺨이 다시 눈물로 젖어 들기 시작했다. 울음소리와 섞인 신음이 주인의 벌어진 입에서 헐떡헐떡 새어 나왔다.

꿀렁이며 귀두에서 뿜어져 나온 정액은 주인의 엉덩이 골 사이를 타고 흘러내려 그 사이의 연약한 살까지 전부 적셨다. 으르렁거리는 비엔나의 좆이 엉덩이 골 사이를 비빌 때마다 하얗고 통통한 엉덩이 사이를 두툼한 빨판으로 덮인 길고 두꺼운 살덩이가 들락날락했다.

“흡, 흑… 흐아… 으응! 응!”

예민하고 연약한 살이 뜨거운 귀두에 거칠게 비벼지는 감각에 주인의 입에서는 계속 헐떡이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제 목이 잠겼는지 주인의 신음은 탁하게 갈라져 울음소리와 섞여 나왔다.

엉덩이 골에 고여 찔걱이는 액체는 붉은색의 작은 구멍 위도 흠씬 적셔 놓았다.

“흐읏…”

주인이 미약하게 몸을 뒤틀었다. 너무 지쳐서 자극에 헐떡이며 반응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주인은 조금 전부터 아예 비엔나를 보지 않고 있었다. 그저 몸에 비벼지는 뜨거운 감각과 지친 몸에 일어나는 쾌감만이 받아들이는 전부였다.

‘만약 다시 비엔나를 봤는데, 비엔나 눈이 반짝이지 않으면 어떡해? 꼬리가 안 흔들리고 있으면 어떡하지?’

이제는 비엔나를 볼 용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이대로, 잠시 쉬고 싶었다. 주인이 퉁퉁 부은 눈을 힘겹게 한 번 감았다 떴다.

“아아악… 하악….”

그 순간, 갑자기 작은 구멍이 벌어지며 두꺼운 것이 밀고 들어오는 감각에 주인이 쉰 목소리로 비명 같은 신음을 내뱉었다. 주인이 헐떡이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검붉은 색의 몽둥이 같은 생김새의 귀두가 정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주인의 작은 구멍을 비집고 있었다. 두꺼운 살덩이가 점점 들어오는 것을 보던 주인의 떨리는 눈이, 비엔나를 향했다.

충분히 풀어지지 않은 구멍을 빠듯하게 벌리는 뜨겁고 단단한 살덩이 때문에 느껴지는 고통보다도, 주인은 비엔나의 으르렁거림을 마주하는 것이 더 무서웠다.

“흐윽… 비엔나…”

비엔나가, 자신을 보며 으르렁거리지 않고 있었다.

“하악… 흣… 으으…”

가장 두꺼운 좆 대가리가 들어오자 그 뒤의 우둘투둘 빨판에 덮인 좆 기둥이 넓힌 길을 따라 꾹꾹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쾌감보다는 덜 풀린 구멍이 강제로 한계까지 벌어지는 감각에 주인이 고통스럽게 헐떡였다.

비엔나의 좆은 느릿한 속도로, 끝나지 않을 것처럼 자꾸만, 자꾸만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뜨겁고 불뚝대는 살덩이가 꾹꾹 눌러 가며 내벽을 벌리고 더 깊은 곳으로 들어올 때마다 배와 가슴 위로 점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비엔나가 좆을 박아 넣으며 자신의 위에 올라타는 것 같았다.

주인이 헐떡이며 더듬더듬 비엔나의 몸에 팔을 감았다. 고통을 참기 위해서는, 뭐라도 잡을 것이 필요했다. 비엔나는 주인이 자신의 몸이며 목에 단단한 팔을 감아 매달리는 것을 내버려 두었고, 주인은 필사적으로 비엔나에게 매달렸다.

“으으… 으응… 흐아앙…”

살덩이는 내벽을 온통 헤집고 벌리며 들어왔고 삽입이 깊어질수록 주인은 고통과 함께 빠듯한 쾌감을 느꼈다. 주인의 고통스러운 신음에 미약한 쾌감이 섞였다. 헐떡이는 주인의 눈이 질끈 감기고 비엔나의 몸에 매달리던 팔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비엔나의 좆이 끝까지 들어왔는지 더 이상 내벽을 벌리는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목구멍까지 차오른 것 같은 묵직한 이물감이 안쪽에서 느껴졌다. 주인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배를 더듬었다. 자신의 배 안쪽이 전부 뜨겁고 두꺼운 살덩이로 가득 찬 것만 같았다.

잠시 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주인의 꾹 감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주인은 눈을 떠도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귀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주인은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여전히, 배 위에 손을 올린 채였다. 주인은 자신의 안에 좆을 박아 넣은 채로 자신을 묵직하게 내리누르고 있는 비엔나를 올려다봤다.

할짝. 그다음 순간, 비엔나의 혀가 축축하게 눈물로 젖은 주인의 뺨을 핥고 지나갔다.

“흐… 흐어어엉… 허엉…”

비엔나가 자신을 알아봤음을 확신한 주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인은 갈라진 목소리로 꺽꺽 울었다. 지금 흘러나오는 눈물이, 숨을 쉬기 힘들 만큼 배 속에 들어찬 비엔나의 좆 때문인지 비엔나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사실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안도도 잠시였다.

“하악…!”

주인은, 목구멍까지 꽉 차오른 느낌이 들 정도로 깊숙이 들어와 있는 좆이 갑작스레 배 속에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감각에 허리를 활처럼 꺾었다. 정액으로 번들거리는 가슴과 땀에 젖은 하얀 목이 단단하게 굳어 들며 떨렸다. 뜨거운 살덩이가 배 속을 꽉 채우고 있는 상태에서, 빨판이 내벽을 헤집어 밀어내고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내벽으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상상 이상의 고통으로, 주인의 입이 벌어졌다. 이렇게 벌어지다가는 배가 펑 터져 버릴 것만 같았다. 특히 가장 깊숙한 곳에 처박힌 좆 대가리는 한계를 모르고 부풀었다. 배 속 깊은 곳에서, 묵직한 구슬이 부풀어 오르는 것만 같았다. 깊은 곳에서 빠듯하게 내벽을 있는 대로 벌리는 감각에 주인의 몸이 바르작거리며 들썩였다.

“흐으… 흐읍… 후우…”

“끄응… 끙…”

주인이 헐떡거리며 숨을 골랐다. 빠듯한 부피감에 호흡이 도저히 고르게 돌아오지를 않았다. 비엔나가 끙끙 소리를 냈지만, 온 신경이 배 속을 가득 채운 뜨겁고 딱딱한 것에 가 있는 주인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주인은 어째서 자신의 안에서 비엔나의 좆이 자꾸만 부풀어 오르는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끝을 모르고 부풀 것 같던 살덩이는 어느 순간 부피를 키우는 것을 멈췄다. 주인은 눈을 질끈 감고 호흡을 고르려고 노력했다.

“흐으… 후… 흐으응!?”

그리고 간신히 조금씩, 주인이 적응한 것 같다고 느낄 무렵 갑자기 구멍 안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느낌에 주인의 입에서 새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이번에는 잔뜩 부풀어 오른 비엔나의 좆에 달린 빨판이 주인의 내벽에 달라붙은 채로 수축하고 있었다.

“이… 이게 뭐… 흐아… 으응! 응!”

내벽을 빨아 당기는 듯한 감각에 소스라치게 놀란 주인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비엔나의 좆을 빼내려고 시도했다. 주름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한계까지 벌어진 붉은색 구멍과 벌어진 하얀 엉덩이가 요동쳤다.

하지만 깊이 파고든 좆 대가리와 수축하며 내벽에 달라붙은 빨판 때문에 주인의 엉덩이는 적갈색의 두꺼운 좆을 그대로 박은 채로 흔들릴 뿐이었다.

“으아… 아… 아앗, 앙!”

내벽이 쥐어 짜이는 것만 같았다. 수십 개의 혀가 들어와 내벽을 쪽쪽 빨아 올리고 잘근잘근 씹어 놓는 것만 같았다. 동시에 날카로운 것이 배 속을 헤집는 것 같기도 했다.

주인의 흔들리는 좆에서 울컥울컥 액이 새어 나와, 이미 비엔나의 정액으로 젖어 있는 주인의 갈라진 배와 가슴 위로 튀었다. 몇 방울은 탁한 액체로 덮여서도 색이 비쳐 보이는 동그란 젖꼭지 위로도 튀었다.

실로 폭력적인 쾌감이었다.

주인의 엉덩이가 다급하게 들썩일 때마다, 비엔나의 입에서 작게 그르릉거리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상대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힘든 소리였다.

눈물과 콧물은 물론 벌어진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우는 주인의 새빨개진 얼굴을 보던 비엔나가 고개를 숙여 작게 끙끙거리며 주인의 얼굴을 핥았다.

“흐… 흐아… 저리… 저리 가…”

그리고, 주인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엔나를 거부하는 말이 나왔다.

이제 와서 눈물을 핥아 준다고 해도, 서운한 마음이 풀릴 리 없었다. 자신을 알아봐서 안심했던 마음이 꾹꾹 누르고 있던 비엔나에 대한 원망을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워… 비엔나, 밉다고… 흐앙, 흐… 나, 알아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하악… 아프게… 하고…”

주인은 헐떡이며 비엔나를 원망했다. 비엔나가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주인은 팔을 들어 얼굴을 가려 버렸다. 주인은 팔에 얼굴을 더 깊숙이 묻으며 비엔나가 끙끙 우는 소리를 전부 무시했다.

“흐엉… 너만은, 너만은 내 편이어야… 흑… 내가 오늘… 어떤 일을 당… 흐윽, 했는데… 너까지…”

빨판은 수축을 멈추지 않았고, 아무리 엉덩이를 흔들고 허리와 가슴을 들썩여도 비엔나의 좆은 빠지지 않았다. 뜨겁고 단단한 기둥이 자신을 잡아먹는 것만 같은 감각에, 주인은 엉엉 울며 신음과 원망을 반복했다.

한참을 신음과 원망을 반복하며 울던 주인은, 결국 반쯤 정신을 놓았다.

경찰서에서 지난밤을 거의 새우다시피하고 그 이후로는 무엇을 먹지도 못했다. 펑펑 운 데다가, 그 이후로 잔뜩 느끼기까지 한 주인의 정신은 한계였다. 게다가, 비엔나가 자신을 알아봤다고 생각한 순간 주인은 모든 긴장이 풀린 상태였다.

흐릿한 주인의 의식은 깜박깜박 돌아왔다 다시 나가는 것을 반복했다. 하지만 의식을 놓으려 하면 내벽을 흡착하듯 당기며 수축하는 좆 기둥 때문에 정신을 완전히 놓을 수도 없었다. 여전히 꽉 들어찬 배 속에서 느껴지는 쾌감이 깜박깜박 주인의 의식을 깨우며 밀려오는 수마와 싸웠다.

몽롱하게 가라앉은 의식 사이로, 무언가 축축하고 뜨거운 것이 뺨을 핥는 느낌이 간혹 나고, 잠결에 구슬프게 우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왜 우는 거야. 울어야 하는 건 나인데.’

의식이 흐릿한 와중에도, 주인은 비엔나가 구슬프게 우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 * *

“으음… 으으…”

주인은 여기저기 쑤시는 듯한 감각을 느끼며, 어렵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비엔나, 하지… 어?”

주인은 습관적으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비엔나가 수조에서 나온 이후로부터는, 아침에는 항상 비엔나가 건드리는 것으로 눈을 떴다. 아직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비엔나가 얼굴 혹은 젖꼭지를 마구 건드리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인은 자신이 간만에 스스로 눈을 떴다는 사실에 놀랐다. 주인은 잠시 누운 그대로 눈을 깜박였다.

“…비엔나?”

주인은 조심스럽게 비엔나의 이름을 불렀다.

‘…역시, 어제 일 때문에 그런가.’

아직도 얼굴이며 눈가가 부어 있는지 뻐근했다. 욱신거리는 것은 얼굴만이 아니었다. 덜 풀린 상태로 마구 벌어졌던 구멍도, 한계까지 벌렸던 허벅지 안쪽도, 쥐어 짜이며 자극된 내벽도 아직까지 화끈거리고 욱신거리는 것만 같았다.

그 폭력적이기까지 했던 쾌감을 떠올린 주인의 하얀 뺨이 붉어졌다. 주인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가슴이며 배를 더듬었다. 손바닥에 두툼한 가슴과 동그란 젖꼭지가 만져지고 그 아래의 납작한 배도 만져졌다.

주인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분명히 말라붙은 액체로 끈적거려야 할 몸이 누가 닦아 내기라도 한 것처럼 매끈했다. 그러고 보니 분명히 현관에서 기절한 채로 눈을 떴어야 할 자신이 침대에 고이 눕혀져 있었다. 허리와 종아리에 남아 있어야 할 찢어진 천 조각들도 전혀 만져지지 않았다.

이 집에는 자신과 비엔나뿐이다. 비엔나가 자신의 몸을 닦아 주고, 침대로 옮겨 줬다고? 말도 되지 않는다. 비엔나는 강아지였다. 기껏해야 이불과 베개를 끌어다 놓는 것이 전부일 텐데.

‘…그런데 비엔나는?’

주위를 둘러봐도 비엔나가 보이지 않았다. 커다란 원룸 형식의 방이라 문이 없는 주방과 욕실을 제외한다면 집의 모든 곳이 눈에 들어오는데도 그랬다. 비엔나가 잘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거의 정신을 잃다시피 잠들기 전 비엔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 신경 쓰였다.

“비엔나! 비엔나?”

주인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라, 주인이 침대에서 다급하게 내려오며 커다란 가슴이며 허벅지 위에 늘어진 좆이 출렁 움직였으나 비엔나가 보이지 않아 마음이 다급해진 주인에게는 나신이라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비엔나! 어디 있어? 비엔나!”

주인은 다급하게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에도 비엔나는 없었다.

“비엔나! 제발 대답해… 비엔나…!”

이번에는 욕실로 달려갔다. 하지만 욕실에도 비엔나는 없었다. 욕조 안을 들여다봐도 비엔나의 털 한 가닥 보이지 않았다. 다시 거실로 나온 주인은 침대도 내버려 두고, 맨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비엔나… 비엔나…”

혹시, 자신이 밉다고 해서, 너를 보기 싫다고 해서 어디론가 떠나 버린 걸까? 하지만, 하지만 주인은 절대로 비엔나를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이 아니었다. 주인은, 비엔나가 갑자기 사라진 자신의 삶 같은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비엔나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에 주인에게 남은 가족은 단 하나도 없었다. 주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주인은 현관문을 쳐다봤지만, 현관문은 어제 주인이 들어오며 체인을 걸어 놓은 그대로 잠겨 있었다. 현관문을 쳐다보는 주인의 입술에는 핏기가 하나도 없었다.

“비엔나! 어디 간 거야? 내가, 내가 너 보고 밉다고 말했던 거 잘못했어. 네가 어떤 짓을 해도 널 미워할 리 없잖아. 나는 절대로, 네가 다시는 보기 싫다는 게 아니었는데…”

주인이 울먹이며 외쳤다. 하지만 주인의 외침에도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애초에 강아지인 비엔나가 어떻게 문을 열고 나갔을지도 의문이지만, 문을 열고 나갔다면 안에서 거는 형태의 체인이 걸려 있어서는 안 되었다. 그럼 창문으로 나가기라도 한 걸까? 주인 다급하게 창문을 쳐다봤지만, 창문 역시도 잠금장치가 걸려 있었다. 그렇다면 창문으로 나간 것도 아니다.

“흐윽… 비엔나…”

비엔나가 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주인은 거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

그런데 몸을 웅크리고 훌쩍이는 주인의 다리를 무언가 작고 얇은 것이 살랑이듯 건드렸다. 주인은 자신의 다리를 간질이는 감촉에 울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주인의 눈앞에는 아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아주 작은 화분이 있었다. 그리고 그 화분에는 가느다란 덩굴 식물 하나가 심어져 있었다. 작은 식물은 줄기는 적갈색으로 색이 어두운 반면 주렁주렁 달린 별 모양의 작은 잎사귀들은 상대적으로 밝은 초록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에게로 뻗어 나온 가느다란 덩굴 끝에 달린 별 모양의 잎사귀 하나가 주인의 다리를 간질이고 있었다. 주인의 쪽으로 뻗어진 식물의 적갈색 덩굴에는, 오돌토돌한 돌기 같은 것이 잔뜩 돋아 있었다. 그 돌기는, 얼핏 보면 꼭… 빨판처럼 보였다.

“…비엔나?”

주인이, 작은 식물을 보며 반사적으로 중얼거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