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 안녕? 문어소시지야(1권) (1/5)

안녕? 내가 네 주인이야 1

1. 안녕? 문어소시지야

“으으응! 흐으…”

주인은 가슴이 답답한 느낌에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뜨려고 노력했다. 어젯밤에 커다란 수조를 혼자서 청소해서 피곤했던 것인지 눈이 잘 떠지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가슴이 답답했다.

무거운 무언가가 가슴 위에 올라가 있는 느낌? 아니, 가슴 쪽을 통째로 쥐어짜서 조이는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게다가 자꾸만 젖꼭지가 간지러운 기분이 들었다. 이어서 가슴 부근이 축축해지는 기분까지 들자 주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이상하다. 애인과 헤어진 지는 오래되었는데.

“으응… 아앙!”

다음 순간, 젖꼭지가 강하게 흡착되어 빨리는 것 같은 감각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에서 새어 나온 신음에 주인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주인은 까만, 깨를 닮은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까만 눈이 한 차례의 깜박임도 없이 주인을 빤히 쳐다봤다. 주인은 이상하게 움직이지 않는 고개에 눈을 굴려 유독 답답한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붉은빛을 띠는 굵고 미끈거리는 다리가 주인의 목과 가슴, 허리를 칭칭 감아 고정하고 있었다. 게다가 어쩐지 답답하다 했더니, 꽉 조여진 붉은색의 굵고 미끈거리는 다리는 주인의 가슴을 위아래로 압박하듯이 조이고 있기까지 했다.

번들거리는 굵은 다리에서 흘러내린 것인지, 끈적이는 점성을 띠는 액체가 주인의 하얀 가슴 위로 흘러 번들번들 빛나고 있었다. 가슴을 얼마나 칭칭 감은 것인지 밑 가슴과 위 가슴이 조여져 주인의 모습은 붉고 두꺼운 다리 사이로 가슴만 볼록하니 내밀고 있는 모양새와 다를 것이 없었다.

주인은 잠시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분명히 자신은 수조 청소를 마치고 너무 힘들어, 젖을까 봐 벗어 두었던 티셔츠를 입지도 않고 침대로 기어들어 왔다. 그런데 잠이 오지 않아 티브이로 구매한 야한 영화를 보던 중 야한 기분이 들어 자위를 하고, 휴지로 대충 뒤처리만 마친 채 그대로 잠들었던 것 같은데…

계속 눈을 빠르게 깜박이며 머리를 굴리는 동안 주인을 잠시 빤히 보던 까만 깨를 닮은 눈이 느릿하게 움직이더니 주인을 묶고 있지 않은 다른 다리를 들어 맨가슴을 빨판이 있는 면으로 느릿하게 쓸고 지나갔다.

“흐아앙! 응! 흐읏!”

다리가 느릿하게 지나감에 따라 다리에 달린 여러 개의 빨판이 언제 선 건지 꼿꼿하게 서 있는 유두를 차례로 훑고 지나고 주인의 눈이 질끈 감기며 벌어진 입에서 흐앙앙 신음이 새어 나왔다.

주인의 젖꼭지는 만지면서 자위를 할 때도 있는, 제법 예민한 성감대였다.

그리고 주인은 젖꼭지를 훑고 지나가는 미끄덩하고 탄력 있는 탱탱한 빨판의 감촉으로 알 수 있었다.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커진 것 같긴 하지만… 이 세상에 하나뿐인 이 미끈거리고 탱탱한 감촉, 그리고 저 깨를 박아 놓은 것 같은 까만 눈!

저건 주인의 하나뿐인 반려 생물, 비엔나였다.

그래, 분명 저 검은깨를 닮은 눈은 비엔나다. 주인은 훨씬 커다랗게 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새까맣게 윤이 나는 동그란 눈과 마주치자 한 번 더 확신했다.

그런데, 보통 원래 손가락 한 마디만 했던 생물이 하룻밤 만에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 큰 자신을 이렇게 칭칭 감아서 들어 올릴 만큼 커질 수가 있나?

‘하긴, 그 이상한 가게에서 데려올 때 분명 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개체라고 하긴 했었지.’

주인은 그 가게에 전화해서 따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게에서 데리고 올 당시, 비엔나가 이만큼이나 크게 자라는 종이라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었다! 아무리 온갖 희귀 동물을 취급하는, 세상에 하나뿐인 반려동물을 만나게 해 준다는 가게라고 해도, 적어도 추후 보증 서비스 정도는 있을 것이 아닌가?

이대로 비엔나가 커다래진 채로 돌아오지 않는지, 그렇다면 대형 수중 생물용 수조를 구할 수 있을지 등이 주인의 머릿속을 빠르게 지나갔다.

비엔나는 그 가게에서 어둠의 경로로 데리고 온 생물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펫샵이나 동물 병원에 연락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랬다가는 비엔나가 법적으로 주인에게서 몰수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연구소 같은 곳으로 보내질지도 모른다. 하나뿐인 소중한 반려 생물과 그런 식으로 헤어질 수는 없었다.

주인이 바쁘게 머리를 굴리느라 자신을 쳐다보지 않자, 하얀 부분이 없이 온통 까만 세로로 긴 눈동자가 주인을 불만스럽게 응시했다.

“아흥!”

주인은 갑자기 젖꼭지를 다시금 훑고 지나가는 미끈한 감촉에 넓은 어깨와 두툼한 몸통에 비해 잘록한 허리를 뒤틀었다. 이미 꼿꼿하게 일어서 있는 젖꼭지는 자극에 더 크게 반응했다. 물론, 붉은색의 굵은 다리들로 꽁꽁 온몸이 고정되어 있어, 주인이 몸을 뒤틀어 본들 큰 의미는 없었지만.

대체 젖꼭지를 자꾸 문지르는 것은 어디서 배운 건지! 그냥 튀어나와 있으니까 건드리는 건가?

어쨌든, 하나뿐인 소중한 반려 생물이라고는 해도 이대로 비엔나가 주인의 젖꼭지나 문지르는 생물로 크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멋대로 수조를 빠져나와 멋대로 주인을 묶는 것도 버릇이 되기 전에 고쳐 줄 필요가 있었다.

비엔나는, 생명이 다할 때까지-수명은 잘 모르겠지만- 주인과 함께할 소중한 반려 생물이니까!

‘그런데, 훈육을 어떻게 해야 하더라…? 얘가 내 말을 알아듣기는 하나? 아니, 애초에 비엔나는 귀가 어디에 달렸지?’

주인은 맨들맨들 귀엽고 동그란 비엔나의 머리 부분을 보며 혼란을 느꼈다. 평소에 말을 많이 걸기는 했지만, 비엔나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 일단 말을 걸어 보자! 우리 똑똑한 비엔나라면 분명 알아들을 거야!’

주인은 일단은 최대한 침착하게, 그의 하나뿐인 반려 생물 비엔나에게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 주인의 하나뿐인 반려 생물인 비엔나는 절대로 나쁜 아이가 아니었다. 항상 고 작고 귀여운, 까만 깨를 닮은 눈을 마주쳐 오며 오동통한 이등신의 몸으로 그 짧은 다리를 저어 주인을 마중하는 착한 아이였단 말이다.

비엔나를 데려오기 전, 수많은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을 꿈꾸며 반려동물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할 때의 대처법에 주인은 꽤나 자신이 있었다.

그 책들은 주로 개나 고양이에 관한 것이긴 했지만, 사랑을 담아 말하면 다 통하겠지!

“비엔나야.”

주인은 몇 배는 커져 버린 까만 깨 모양의 눈을 마주 보며 다정하고 침착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시선! 그래, 일단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우선이었다. 비엔나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동그란 머리를 갸웃 움직였다.

세상에, 똑똑하기도 하지! 역시 내 말을 알아듣는 건가 봐!

“사랑하는 우리 비엔나, 젖꼭지는 그렇게 막 만져도 되는 부위가 아니야. 나니까 넘어가는 거지, 밖에서 그러면 큰일 난다구. 난 지금까지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그리고, 수조에서 나오고 싶었으면 나한테 먼저 말을 했어야지 이렇게 네 멋대로… 흐읏! 앙! 아앙! 어엉! 앙! 응! 흐앙!”

비엔나는 주인이 말을 다 끝내기를 기다리지도 않고, 다시 붉고 굵은 다리에 위아래로 조여져 그 사이로 튀어나온 주인의 커다란 맨가슴을 빨판이 달린 쪽으로 문질문질 문지르기 시작했다.

비엔나가 붉은색의 굵은 다리를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번들거리는 하얀 가슴 위에 빨간색으로 톡 튀어나와 존재감을 자랑하는 동글동글한 젖꼭지가 우둘투둘하고 미끈거리는 빨판들에 의해 연속으로 자극당하며 엉망으로 뭉개졌다. 내밀어진 하얀 가슴 위로 붉은색의 굵은 다리가 잔소리에 항의라도 하는 듯, 자비 없이 좌우로 왕복했다.

“허억… 헉… 하악…”

주인은 한 번 다리가 가슴을 지나갈 때마다 점액질로 젖은 예민한 젖꼭지를 여러 개의 빨판이 연속으로 주르륵 훑고 지나가는 바람에 숨도 쉬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었다. 비엔나는 한 번 훑은 거겠지만, 주인의 젖꼭지는 두 개였고 비엔나의 굵은 다리 한 면에 달린 빨판은 족히 수십 개였다. 게다가, 비엔나는 한 차례로 끝내지도 않았다.

구 애인 중 정력이 뛰어난 이는 물론 스킬이 뛰어난 이도 물론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입은 하나고 손은 두 개였다. 이렇게 연속적이고 센 자극은 주인의 인생에서 단연코 처음이었다.

“흐으아앙! 흐응! 앙! 허어억… 헉…”

결국 주인은, 비엔나의 미끌거리는 빨판이 세네 차례 가슴 위를 더 왕복한 다음에는 헐떡이며 완전히 추욱 늘어져 버렸다. 조금 전까지 이 상황에 나름 빳빳하게 긴장하고 있던 몸이 완전히 흐물흐물 늘어졌다.

주인의 하반신을 꽁꽁 둘러 고정하고 있던 붉은색의 굵은 다리들 사이로 약간 드러나 있던 주인의 왼쪽 허벅지가 축축하게 젖어 들어 있었다. 주인은 비엔나의 손, 아니 촉수, 아니 다리에 의해 사정해 버리고 만 것이었다.

‘와, 자기 전에 바지는 다시 입고 잠들어서 다행이다. 하마터면 우리 비엔나 다리 위에 쌀 뻔했잖아? 얼마나 다행이야!’

“흐으윽…”

하지만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했음에도, 주인은 왠지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비엔나의 빨판에 젖꼭지를 문질러지는 것으로 싸다니!

뭔가,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주인이 지나친 자극으로 몸에 완전히 힘이 빠져 늘어져 버리자, 비엔나가 조금 전까지 다리로 꽁꽁 조여 정자세로 세워 놓았던 주인의 몸을 가슴이 아래로 향하도록 완전히 뒤집었다. 주인의 두툼한 몸이 공중에서 종잇장이 뒤집어지듯 가볍게 뒤집어졌다.

“히익!”

공중에 고정되어 있던 몸이 통째로 휙 뒤집히자 비엔나의 다리 사이로 튀어나와 있던 주인의 커다란 가슴이 탱글 흔들리며 중력의 힘에 의해 아래로 늘어졌다. 조금 전까지는 커다란 가슴의 가장 위에 솟아 있던 젖꼭지가, 이제는 가슴의 가장 아래에 위치하게 되었다.

“아이고, 아이고…”

아래를 보고 매달린 자세가 되어 버리자 주인은 입에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확실히 평소에 자주 취하는 자세가 아니라 그런지 여기저기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기분이었다.

정말로, 우리 착한 비엔나가 왜 이러는 걸까? 밥도 꼬박꼬박 주고, 말도 많이 걸고, 많이 사랑해 줬다고 생각했는데! 주인은 강제로 뒤집힌 채 바닥을 보며 심각하게 고민했다.

“비엔나야, 혹시 밥이 부족했어? 불만이 있으면 우리 말로… 아니, 맞다. 비엔나는 말을 못 하지… 아니, 그래도 비엔나야, 이러는 건 나쁘고, 좋지 않… 억!”

비엔나가 주인의 말을 잠시 가만히 듣고 있는가 싶더니, 잔소리를 시작하기가 무섭게 반항하듯 주인의 몸을 위아래로 한 번 흔들었다. 주인의 두툼한 몸이 종잇장이 흔들리듯 가볍게 흔들리고, 주인의 아래를 향하고 있는 커다란 가슴이 주인의 몸을 따라 출렁 흔들렸다.

“어억. 알았어, 알았어. 가만히 있으란 거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어차피 주인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곤한 상태에, 자위까지 하고 잠든 데다 조금 전에 제대로 가 버리는 바람에 힘이 다 빠져 버린 주인은 그냥 몸에서 힘을 완전히 빼 버렸다. 어차피 자신의 힘으로 벗어나는 것은 무리다.

체념하고 늘어진 주인의 희고 커다란 가슴이, 조금 전까지 굵고 동그란 여러 개의 빨판들에 마구잡이로 문질러졌다는 것을 증명하듯 꾹 눌린 하얀 살부터 아래에서 달랑거리는 젖꼭지까지 온통 투명한 점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중력의 법칙에 따라, 가슴에 범벅되어 있던 점액이 아래로 흐르기 시작했다. 커다란 가슴에 골고루 발려 있던 투명한 액체는 끈적하게 흘러, 이제는 가슴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한 붉게 부푼 젖꼭지로 흘러내렸다. 젖꼭지 위를 덮고 있던 투명한 점액질이 달랑이는 젖꼭지 끝에서 바닥으로 똑 똑 한 방울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끝에서 투명한 액체가 한 방울씩 떨어질 때마다, 주인이 비엔나를 떠올리며 구매했던 붉은빛 도는 갈색의 카펫 위로 동그란 검갈색의 자국이 하나씩 늘어 갔다.

‘으엉아아, 간지러워! 긁고 싶어!’

주인은 젖꼭지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투명한 점액질 때문에 젖꼭지가 간지러워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젖꼭지 끝이 미친 듯 간질거렸다.

게다가, 자신은 남자인데! 아무리 이게 자신의 가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는 해도, 젖꼭지에서 끈적한 액체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져 카펫에 얼룩을 만드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조금 전에 비엔나의 다리에 젖꼭지가 문질러지며 쌌을 때보다도 더, 인간으로서의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인의 선이 굵은 얼굴에 어울리는 큼직한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실감이 주인의 커다란 가슴에 가득 차올랐다.

“크흡… 큽. 크흥.”

그래도 주인은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콧물과 함께 씩씩하게 삼켜 냈다.

괜찮다. 지금 이 장면을 본 것은 오로지 비엔나뿐이었다. 그리고 비엔나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러니, 괜찮았다.

하지만, 아무리 본 게 비엔나뿐이라고는 해도, 지금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비엔나인데!

결국 주인은 산소가 부족해진 머리를 굴리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 뭐, 우리 비엔나가 나를 죽이지는 않겠지! 에이, 게다가 이 정도면 이거보다 더 창피해질 수도 없겠는데. 하아… 비엔나가 날 언제쯤 풀어 주려나…’

“어어!”

주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중, 엉덩이에 갑자기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은 갑자기 휑해진 엉덩이에 외마디 소리를 내었다. 비엔나가 그 굵은 다리를 섬세하게 움직여 주인의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내려 버린 것이었다. 주인은 몸을 버둥거리며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듯한 비엔나를 제지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굵은 굵기와는 달리, 비엔나의 다리는 빠르게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는 주인의 반응을 살피며 느릿하게 굵은 다리를 움직였다면 이제는 주인의 반응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거칠고 빠르게 굵은 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그ㅁ…”

주인은 입을 열어 또다시 비엔나를 제지하려다 말고, 조금 전 괜히 입을 열었다가 오히려 비엔나를 더 자극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일단은 잠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주인은 조금 벌어졌던 모양 좋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리고 주인은 맨엉덩이를 내놓고 가슴에서 투명한 액체를 뚝뚝 흘리는 것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을지를 한 번 더 고민했다.

‘음, 어차피 더 나빠질 수도 없겠다.’

주인은 그냥 비엔나가 스스로 자신을 풀어 줄 때까지 가만히 있기로 했다.

“…!?”

정확히, 비엔나의 굵고 미끈거리는 다리가 자신의 엉덩이를 양쪽으로 벌리고 그 사이를 파고들어 오는 것을 느끼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인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더 나빠질 상황이라는 것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비… 비엔나야!”

주인은 벌어진 엉덩이 골 사이를 비비고 지나가는 다리의 미끈하고 우둘투둘한 감촉을 느끼고 다급하게 비엔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 와중에도 조금 전의 경험을 생각해 입에서 안 돼! 등 강한 어조의 말은 내뱉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비엔나가 말을 안 해서 몰랐는데, 비엔나는 아무래도 잔소리를 싫어하는 것 같았다.

엉덩이 사이가 한껏 벌어져 굵고 미끈거리는 다리로 문질러지는 감촉을 느끼고 있자니, 헐벗은 채로 차가운 편인 비엔나의 다리에 감겨 있는 상태인데도 이마며 등에서 식은땀이 절로 흘렀다. 조금 전까지 간지러워서 미칠 것 같았던 젖꼭지의 감각 같은 것도 벌어진 엉덩이 사이에서 느껴지는 미끈거리고 우둘투둘한 감촉 때문에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었다. 가슴과 엉덩이를 내놓고, 비엔나의 다리로 싼 것보다 더 창피해질 상황이라는 것은 존재했다. 이미 인간으로서의 뭔가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는데, 이대로라면 기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확실하게 잃어버리고 만다.

그 와중에 두께와 어울리지 않게 섬세한 비엔나의 굵은 다리가 양쪽 엉덩이 사이를 파고들어 활짝 벌리는 것이 느껴졌다. 휑하니 드러난 엉덩이 구멍에 차가운 공기가 느껴졌다.

“비… 비엔나야, 착하지! 그래, 간식! 간식 줄까?”

사실 훌륭한 주인이라면, 반려 생물이 아무리 귀엽다고 하더라도 아무 때나 간식을 남발해서는 안 되는 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때가 아니니 괜찮다고, 주인은 스스로 합리화를 했다.

주인의 말에, 비엔나가 새까맣게 윤이 나는 커다란 눈을 느릿하게 움직여 주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마치, ‘정말?’ 하고 묻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주인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급한 심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입가에 진실되어 보이는 미소를 띠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럼! 우리 비엔나, 말린 멸치 좋아하잖아. 그, 그래! 이거, 이거 풀어 주면 앞으로 매일매일 말린 멸치 줄게!”

말린 멸치는 비엔나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었다. 비엔나가 스스로의 입으로 말린 멸치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한 적은 없지만, 말린 멸치를 받아먹을 때 유독 그 오동통한 몸이 춤을 추듯 흔들리고 까만 깨를 닮은 눈이 반짝였으니 아마 맞을 것이다. 비엔나의 까맣고 동그란 두 눈을 보고 말하면서도 반려 생물의 올바른 식습관을 자신이 망치는 것만 같아 주인의 마음 한구석이 죄책감으로 아려 왔다.

비엔나는 이렇게 커지기 전에는 정말로 비엔나소시지만 한 크기였기 때문에, 말린 멸치의 정량은 하루 이틀에 한 개 정도였지만, 비엔나는 항상 더 달라는 듯 수조 안에 넣은 주인의 손에 그 조그맣고 짧뚱한 몸을 비비곤 했다.

“지… 진짜야. 비엔나 네 주인 부자야. 말린 멸치 백 봉지도 사 줄 수 있다니까?”

그래, 이건 진짜 아니었다. 주인은 필사적으로 비엔나에게 자신의 재력을 어필했다.

‘비엔나야, 이런 주인이라 미안하다.’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갸웃 움직였다. 아무래도 고민 중인 것 같았다. 비엔나를 보며 애써 웃어 보이는 주인의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지만 잠시 갸웃하던 비엔나가, 동그란 머리통을 좌우로 저었다. 그만두기 싫은 모양이다.

‘제… 젠장!’

주인은 절망했다. 말린 멸치보다 더 맛있는 간식을 구비해 둘걸! 분명히 말린 멸치에 조금 망설인 것 같았는데!

“흐읏!”

비엔나는 약간 멍해 보이는 귀여운 얼굴과는 달리, 실행력이 있는 생물이었다.

주인의 말에 고개를 저음과 동시에, 비엔나는 붉은색의 다리를 움직여 곧바로 본격적으로 주인의 구멍을 건드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얇고 가느다란 편인 다리의 끝부분이 주인의 주름져 다물려 있는 작은 구멍의 입구를 톡톡 건드렸다.

“히익!”

전체적으로 붉고 굵은 다리의 끝부분은 몸통에 가까운 부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다고는 해도, 웬만한 성인 남성의 손가락을 적어도 세 개쯤은 합해 놓은 것 같은 굵기였다.

딱 봐도 주인의 주름져 오물오물 다물려 있는 구멍에 비한다면 비엔나의 다리는 끝부분조차도 한참은 굵었다. 구멍 주변의 주름을 쑤시듯이 문지르는 감각에, 잔뜩 긴장한 주인의 작은 구멍이 더 주름지며 단단하게 조여들었다.

그러자 비엔나의 붉고 굵은 다리가 열어 달라는 듯 톡톡 잔뜩 조여든 작은 구멍의 입구를 두드리면서, 다른 다리를 움직여 바지가 벗겨지면서 함께 드러나 덜렁이던 주인의 커다란 좆을 빨판이 있는 쪽으로 매끄럽게 휘감았다.

“흐응! 앗! 응!”

구멍을 건드리는 것에 대한 긴장으로 경직되어 단단한 턱과 함께 다물려 있던 주인의 입술이 벌어지며 신음이 흘러나왔다.

조금 전의 사정으로 잔뜩 달아올라 붉은빛을 띠고 있는 질척하게 젖은 커다란 좆이 미끈거리는 빨판에 휘감겼다. 오돌토돌 돋아난 축축한 빨판이 빨갛게 달아오른 미끈거리는 좆의 표면을 문지르며 질꺽이는 소리를 점차 키워 나갔다.

“으응, 응, 앙!”

직접적인 자극에, 주인의 좆은 금세 발기해 빨판에 감긴 채로도 꼿꼿하게 일어나 끄트머리를 움찔대며 액을 내보냈다. 움찔거리며 유백색의 액을 흘리는 좆 대가리의 색이 붉었다.

결국은 아까 자기 위안을 한 것이 소용없게도 비엔나의 다리에 정액을 묻혀 버린 셈이었지만, 묶인 채로 좆을 빨판에 문대지고 조여지며 자극당하는 주인의 머릿속에 그런 것을 생각할 정신 같은 것은 이미 없었다.

“흐앗… 하악… 앙!”

주인의 자유롭지 않은 몸이 뒤로 접히듯 휘어지며 비엔나의 다리 사이로 튀어나와 있던 가슴에도 힘이 들어갔다. 점액질에 젖어 새빨갛게 달아오른 젖꼭지가 굵은 다리 사이로 튀어나온 커다란 가슴과 함께 파르르 떨렸다. 그리고 곧이어 주인의 몸이 축 늘어지며 커다란 가슴과 젖꼭지의 떨림이 멈췄다.

아직도 사정의 여운으로 끝을 움찔거리는 좆을 조이듯 감고 있던 빨판 사이사이로 붉은 좆 대가리에서부터 끈적한 정액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정액은 비엔나의 굵은 다리를 타고 흘러 미끈거리는 붉은 표면 위로 반투명한 유백색의 궤적을 남겼다.

“흐으…”

그리고 주인은 이 시점에서 모든 것을 포기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잃을 것도 없는 것 같았다. 주인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하, 그래, 뭐. 구 애인들한테도 대 줬는데 우리 비엔나한테도 좀 대 줄 수 있지. 굳이 따지자면 그 새끼들보다 비엔나가 훨씬 소중하잖아?’

그렇게 생각하니 안 그래도 이미 두 번이나 가 버린 데다 불편한 자세로 묶여 힘들었던 주인의 몸에서 힘이 탁 풀려 버렸다. 모든 것을 체념한 것이다.

이제 말할 힘도 남지 않은 주인이 온몸에 힘을 풀고 다리에 묶인 모양 그대로 매달리자, 계속 힘이 들어가 꽉 다물린 구멍 주변을 톡톡 두드리던 다리의 끝부분이 힘이 풀린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입구를 비집고 들어갔다.

“으흥!”

주인의 입에서 신음과 비슷한,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는 해도 실제로 꽤나 굵은 크기의 미끈거리는 것이 꿈틀거리며 구멍을 강제로 벌리고 파고들자 기분이 이상했다.

“흐읏… 으응!”

상대적으로 얇은 편이었던 다리의 끝부분이 주인의 작은 구멍의 입구를 비집어 벌리고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꾸물꾸물 조금씩 더 굵은 부분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작은 구멍의 입구에 남아 있던 주름이 붉은 다리의 두꺼운 부분이 조금씩 안으로 들어감에 따라 점차 팽팽하게 펴지며 벌어졌다.

“하악…”

힘을 최대한 빼고는 있었지만, 점점 강하게 느껴지는 이물감에 더해 이제는 내벽에서 끈적하고 우둘투둘한 빨판의 감촉이 느껴지는 것에 다시금 힘을 빼고 말랑하게 흔들리던 커다란 가슴에 힘이 들어갔다. 투명한 점액질의 액체로 번들거리는 가슴이, 그 위에 솟은 빨간 젖꼭지만큼이나 단단하게 굳었다.

주인의 커다란 가슴에 힘이 잔뜩 들어가자, 안심하라는 듯 다리 하나가 미끈거리는 감촉을 남기며 주인의 매끄럽고 하얀 뺨을 살살 문질렀다.

‘아이고, 우리 비엔나, 다정하네…’

주인은 비어 버린 눈을 하고 뺨에 느껴지는 미끌거리는 감촉을 느꼈다. 굳이 따지자면 병 주고 약 주고에 가까운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약이라도 준다는 점에서 주인의 하나뿐인 반려 생물, 비엔나는 남달랐다. 굵은 다리는 굵기에 어울리지 않는 깃털같이 가벼운 터치로 주인의 뺨을 쓸었다.

그리고 곧 주인은 뺨을 문지르던 미끈거리는 다리가 턱을 쓸고, 그 아래의 굵고 곧은 목을 문지르며 쇄골과 가슴골을 타고 미끄러지듯 아래로 움직이는 것에 잘록한 허리를 움찔움찔 뒤틀었다. 미끈하고 굵고 우둘투둘한 것이 느릿하게 뺨에서 시작해 가슴을 타고 내려가는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으응! 앙!”

그리고 이미 투명한 액체로 젖어 있던 가슴골을 질척이며 쓸어내리던 다리가, 빨판이 있는 쪽으로 주인의 젖꼭지에 달라붙듯 흡착되었다. 빨판은 정확하게 주인의 발딱 서 단단하게 변한 젖꼭지에 달라붙었다. 하얀 가슴에 굵은 다리가 완전히 밀착되듯 달라붙으며 젖꼭지 주변의 하얀 가슴살을 뭉갰다.

“흐으… 흐응!”

빨판이 강하게 주인의 젖꼭지에 흡착된 채로 주인의 젖꼭지를 압박하듯 조이고, 주인이 가슴과 젖꼭지의 자극으로 신경이 쏠린 사이 비엔나의 다리가 가장 굵은 부분까지 꾸물꾸물 구멍을 벌리고 들어왔다. 주인의 구멍 주변의 주름이 한계까지 벌어져 팽팽하게 변했다.

비엔나가 구멍을 한계까지 벌리고 들어간 두꺼운 다리를 약간 움직이며 까만 눈으로 얕은 신음을 흘리는 중인 주인의 표정을 살폈다. 주인은 눈을 질끈 감고 온통 젖꼭지와 구멍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느라, 비엔나의 까맣고 동그란 눈이 자신을 보며 반짝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동그란 머리통이 움직이고, 미끈거리는 다리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아앙!”

개수가 많고 힘이 좋은 다리는, 젖꼭지를 빨판으로 조인 채로 가슴을 압박하듯 문지르는 것과 주름이 팽팽해지도록 주인의 구멍을 벌리고 들어간 다리로 왕복 운동을 하는 것이 동시에 가능했다.

“흣! 흐읏! 아앙!”

주인은 잔뜩 문질러져 예민해진 젖꼭지가 강하게 빨리는 것처럼 압박되었다가, 조여지며 당겨지는 동시에 내벽이 굵고 우둘투둘한 다리로 사정없이 문질러지는 감각에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졌다. 굵고 우둘투둘한 다리는 점점 깊은 곳까지 들어왔다. 모든 신경이 비엔나의 미끈거리는 굵은 다리와 닿아 있는 부위에 집중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주인은 비엔나의 다리에 온몸이 거의 칭칭 감겨 있는 상태였다. 굵고 미끈거리는 다리가 구멍을 한계까지 벌리고 들어올 때마다 사정없이 주인이 느끼는 부위를 포함해 내벽 깊은 곳까지를 쿵쿵 내리찍듯이 누르고, 뭉개고, 비볐다가 나갈 때는 점막을 울퉁불퉁한 빨판으로 거칠게 긁으며 빠져나가는 것을 반복했다.

“흐윽… 흐하…”

입이 벌어지고 눈앞에 별이 튀었다. 벌어진 주인의 입과 눈꼬리에서 침과 눈물이 질질 흘러내렸다. 지나친 쾌감으로 정신을 놓을라치면, 젖꼭지에 강하게 흡착된 빨판이 젖꼭지를 잡아 당겨 정신을 놓지도 못했다. 이제 주인의 몸은 출처를 구분할 수 없는 온갖 액체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아아아앙!”

그리고 마침내, 주인은 자기 전에 자위한 것까지 해서 지금까지 중 가장 새된 신음을 지르며 오늘만 네 번째로 사정했다. 이번에는 비엔나의 다리와 빨판이 잡지 않았는데도 어느새 군살 없는 배를 감고 있는 비엔나의 다리에 부딪혀 꺼떡이던 좆에서 묽은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묽은 정액이 울컥울컥 흘러내리는 주인의 빨갛게 달아오른 좆 대가리가 움찔거리며 남은 액을 내보냈다. 주인의 사정이 끝나 축 늘어진 좆에서 뚝뚝 흐르는 묽은 정액이, 카펫을 더 진한 검갈색으로 물들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주인은 눈앞이 까맣게 변하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주인은 까맣게 물들어 가는 시야로 언뜻 비엔나의 까만 눈을 본 것도 같았다.

하지만 정신을 놓는 그 순간까지도, 비엔나가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전혀 들지 않았다.

* * *

“비엔나야! 나 왔어, 네 주인님.”

수조 안에 있는 은신처에서 가만히 몸을 웅크리고 있던 비엔나는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은신처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주인이라는 인간이 온 것 같았다. 비엔나는 수조와 점점 가까워지는 주인의 얼굴을 보고, 은신처에서 나와 수조의 유리벽 쪽으로 헤엄쳐 갔다.

“아이고, 오늘도 예쁘고 귀엽네, 우리 비엔나. 우리 애기, 짧은 다리로 주인님 마중 와쪄요?”

주인은 비엔나에게 혀 짧은 소리로 말을 걸었다.

“나 없는 동안 잘 있었지? 웬만하면 너 혼자 두고는 안 나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친구 결혼식이라…”

주인은 평소에는 거의 비엔나의 수조 옆에 붙어 살다시피 했다. 비엔나는 가만히 그 자리에 둥둥 떠서 주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친구들이 이제 하나둘씩 결혼하네…”

주인은 비엔나의 수조 앞에 아예 턱을 괴고 앉았다. 주인의 얼굴이 수조와 더 가까워졌다. 비엔나는 까만 깨를 닮은 눈으로 주인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

“사실, 오늘 다녀온 거, 내 전 남자친구 결혼식이다?”

주인은 비엔나의 작은 눈을 마주보며 중얼거렸다. 자신이 주인의 눈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주인의 검은 눈동자는 자신에 비하면 한참은 커다란 크기였고, 자신에게 말을 걸 때마다 그 커다란 눈동자 안에서 뭔가가 항상 넘실거리는 것은 언제 봐도 신기했다.

“안 가려고 했었는데… 신부도 내 대학 동기라서 어쩔 수 없었어. 아니, 겹지인이 너무 많은 거야.”

지금 주인의 눈에 일렁이는 것은 뭘까? 비엔나는 알 수 없었다. 작고, 아직 깜박거리는 머리로는 생각을 오래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차피 난 게이니까, 결혼도 무리고… 사람의 사랑은 다 유통 기한이 있는 것 같아.”

주인이 팔을 크게 벌려 비엔나를 수조째로 끌어안았다. 비엔나의 시야가 주인의 가슴으로 가득 찼다. 수조의 한 면을 꽉 채우며 뭉개지는 저 가슴까지도 다 주인의 일부기는 하지만, 비엔나는 커다란 까만 눈이 조금 더 좋았다.

“난 우리 비엔나만 있으면 돼! 우리 비엔나, 주인님이랑 죽을 때까지 같이 살자.”

주인이 수조를 끌어안고 차가운 유리에 자신의 뺨을 비볐다. 주인의 큼직한 이목구비가 수조의 유리에 눌려 찌그러졌다. 비엔나의 까만 눈이 수조 안에서는 더 커다랗게 확대되어 보이는 주인의 뭉개진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하지만 비엔나는 놀라지 않았다. 수조에 눌려 납작하게 뭉개진 얼굴이 이제는 익숙했다. 항상 자신을 보며 ‘비엔나’라고 부르며 말을 거는 것도 익숙했다.

어느 순간부터 익숙해진 저 얼굴과, 저 목소리를 인식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던 어둠 속에, 어느 날 작은 빛이 들어오며 빛과 목소리가 들렸다. 작은 빛 사이로 얼굴을 볼 수 없는 누군가가 자꾸만 자신을 불렀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반복될 때마다 조금씩 비엔나를 둘러싸고 있던 어두운 공간이 깨어져 나갔다. 이제는 알고 있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눈앞의 커다란 얼굴이라는 것은.

“우리 비엔나 진짜 너무 귀엽다~”

‘나는 누구지?’

비엔나의 작은 머리통 안을 항상 맴도는 질문이었다. 비엔나가 자신을 부르는 것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저건 자신의 진짜 이름이 아니다.

그래도 주인은 항상 같은 목소리로 자신을 불러 준다. 그리고 비엔나는 그 목소리가 싫지 않았다. 비엔나는 수조의 유리 너머로 보이는 주인의 얼굴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생각을 오래 하는 것은 아직 힘들었다. 배가 고팠다.

오늘은 말린 멸치라는 것을 주려나?

* * *

“으음…”

주인은 뭔가, 몸이 불편한 듯 무거운 기분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역시 어젯밤에 수조 청소를 했더니 젖꼭지랑 구멍이 영…

어? 잠시만. 이건 수조 청소를 해서 아플 법한 부위가 아니었다. 주인의 눈이 번쩍 떠졌다. 그리고 주인은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깨를 닮은 까맣고, 세로로 긴 눈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주인은 강한 데자뷔를 느꼈다.

“비엔나!”

주인은 그의 하나뿐인 반려 생물의 이름을 외치며 누워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으…”

몸을 갑자기 벌떡 일으키자 몸 여기저기가 쑤셔 왔다. 쿡쿡 쑤시는 감각이 잠기운을 몰아내고, 어젯밤의 일이 차례로 주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몸은 쑤시지만 팔다리는 어제와 달리 자유롭게 움직였다. 그리고 모든 기억이 떠오르자, 주인은 자신을 빤히 말똥거리며 바라보고 있는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을 마주하기가 영 민망해져 버리고 말았다.

‘…역시 혼내야 하지 않아?’

비엔나가 이대로 성장한다면-크기만 보면 이미 다 커 버린 것 같지만- 문란한 반려 생물로 자라 버릴지도 모른다. 언젠가, 비엔나가 생전 본 적도 없는 문어니 쭈꾸미 같은 것들을 만나 문란하게 놀아나다가 짝을 이룰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보호자의 입장에서 절로 뒷골이 당겨왔다.

‘내가, 내가 국산에 자연산 멸치가 아니면 주지도 않으면서 얼마나 어화둥둥 키웠는데! 가만, 그런데 비엔나는 암컷이랑 수컷 중에 어느 쪽이지…?’

주인은 자기도 모르게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 아래를 눈으로 훑었다. 하지만 동그란 머리통 아래로는 붉은색으로 촉촉하게 젖어 반들거리는 굵은 다리들 말고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애초에 비엔나는 생긴 게 문어 소시지와 닮긴 했지만 세상에 단 한 마리뿐인 개체라 성별 개념이 확실한지도 알 수 없었다.

‘그… 그래! 지금 성별이 문제가 아니야. 내 젖꼭지랑, 좆이랑, 구멍을 마구 이렇게 저렇게 했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하지만 주인은 비엔나를 어떻게 혼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주인의 구멍을 다리로 뚫으면 안 돼! 주인의 젖꼭지를 빨판으로 비비면 안 돼! 주인의 좆을 빨판으로 문대면 안 된다니까?

어떻게 말해도 좀 이상했다. 게다가 잔소리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것을 어젯밤 온몸으로 깨닫지 않았는가. 주인은 미심쩍은 눈으로 비엔나의 머리통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비엔나는 정말로 자신의 말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주인은 잠시간 더 고민하다가, 비엔나를 혼내는 것은 보류하고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기로 했다.

일단, 어제 그 장면을 본 것은 오로지 자신과 비엔나뿐이다. 그리고 구멍과 젖꼭지가 좀 쑤시긴 하는데, 뭐어, 그래. 그 부분은 구 애인들에게 대 줬을 때도 쑤시는 건 똑같았는데 뭐 어떠냐- 하고 생각하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었다.

‘아이고, 내 새끼. 똑똑하기도 하지. 그러고 보니, 강아지보다도 말을 잘 알아듣는 거잖아?’

“으으… 어억…”

그 와중에 몸 여기저기는 물론, 잔뜩 혹사당한 젖꼭지와 구멍마저 욱신욱신 쑤시기 시작했다. 입에서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유연한 데다 박은 쪽인 비엔나는 괜찮을지 몰라도 주인은 박힌 쪽인 데다 이제 곧 서른을 앞둔 나이였다. 주인의 입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나오자 비엔나의 미끈거리는 굵은 다리가 주인의 등을 받치듯 감쌌다.

“아이고, 착하다.”

흡사 토닥거리기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에 주인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칭찬이 나갔다. 항상 수조를 들여다보며 이쁘다, 착하다, 귀엽다를 연발하던 버릇이 나온 것이다. 칭찬을 들어 기쁜 듯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춤을 추듯 살짝 움직였다.

꼬르륵. 그 순간 주인의 배 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어찌되었든 욕실에 들어가서 씻고 뭐라도 배에 집어넣어야 할 것 같았다. 비엔나한테 밥도 줘야 하고.

온몸이 쑤시는 것은 둘째 치고, 온몸에 각종 체액과 미끈거리는 액체가 말라붙어 찝찝해서 뜨거운 물로 몸을 씻어 내고 싶었다. 주인은 비엔나가 저만큼이나 커다래졌는데, 과연 전에 구매한 물고기용 사료와 국내산 자연 말린 멸치 몇 봉지로 비엔나의 한 끼 식사가 충분할지 따위를 고민하며 여기저기 쑤시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

그런데 몸을 일으키려고 하니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주인은 허리에 느껴지는 답답한 감각에 고개를 내려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비엔나의 붉고 굵은 다리가 주인의 두꺼운 가슴과 몸통에 비해 잘록한 허리 부근을 사정없이 칭칭 감고 있었다.

“비엔나, 나 씻어야 해. 이거 풀자, 응?”

주인은 허리를 칭칭 감고, 까만 깨 같은 눈으로 왠지 불쌍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비엔나를 달랬다. 까만 눈은 하얀 부분이 없어 감정을 알기가 어려웠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다. 항상 수조 안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비엔나가 이렇게 어리광이 많은 아이인 줄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가끔 수조에서 꺼내 줄 걸 그랬나. 그렇지만, 수중 생물이라고 생각했는걸. 내 마음대로 꺼냈다가 죽으면 어떻게 해.’

주인은 끈덕지게 허리를 잡고 놓지 않는 비엔나에게, 귀엽다- 예쁘다- 나는 너에게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 따위의 말을 잔뜩 내뱉고, 미끈미끈한 다리를 잔뜩 쓰다듬어 주고 나서야 허리를 꽁꽁 감은 비엔나의 굵은 다리에서 간신히 놓여 날 수 있었다.

주인은 비엔나의 굵은 다리에서 벗어나자마자 당장 욕실로 직행해 거울 앞에 섰다. 욕실에 들어가 거울로 모습을 보자 더욱 가관이었다. 하얀 피부 여기저기가 흡사 부황을 뜬 것처럼 얼룩덜룩 동그란 붉은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특히, 가장 심한 것은 촉수에 조여져 내밀 듯이 위아래로 튀어나왔던 커다란 가슴이었다. 직접적으로 다리에 감겨서 조여지지 않았음에도, 붉고 굵은 다리가 빨판이 있는 쪽으로 가슴을 잔뜩 비벼 댄 것은 물론 흡착해 빨아 댄 탓에, 빨판 자국이 흐릿하게 여러 번 겹쳐져 난잡하게 나 있어 오히려 더 얼룩덜룩했다.

“으으…”

주인이 빨판에 잔뜩 흡착되어 당겨지고 빨리듯 조여졌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빨간색으로 퉁퉁 부어 부풀어 오른 유두와 주변에 선명한 빨간색으로 남은 동그란 자국을 쓸었다. 유두부터 유륜까지, 큼직하게 새빨간 색으로 부풀어 올라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아파 보였다.

“흐… 흐읏!”

보기만 해도 아파 보이는 퉁퉁 부어 새빨갛게 달아오른 젖꼭지를 슬쩍 만지자 분명히 쓰라리면서도 등줄기를 날카롭게 스치는 쾌감에 주인의 입에서 높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주인의 넓은 등부터 그 밑의 상대적으로 얇은 허리까지 지금까지 젖꼭지에서 느껴 본 적 없는 쾌감이 번뜩 스치고 지나가며 붉게 얼룩진 가슴에 힘이 들어갔다.

“허억… 헉…”

주인은 당황한 마음에 얼른 새빨갛게 부푼 젖꼭지에서 손을 내렸다. 입에서 헐떡거리는 숨이 새어 나왔다.

거울을 보니 울어서 퉁퉁 부은 붉은 눈가와 홍조를 띠는 하얀 얼굴 아래로 붉게 얼룩진 커다란 가슴이 주인의 헐떡이는 숨소리에 맞춰 가파르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주인은 거울 속의 붉어진 얼굴에서 눈을 돌렸다. 아무리 유두가 자신의 성감대라지만, 그래도 혼자 퉁퉁 부은 젖꼭지를 만지면서 쾌감을 느끼는 건 조금 이상했다.

그건 그렇고…

“후우… 우리 비엔나 얼굴을 어떻게 보지… 이제?”

주인은 중얼거리며 심난한 마음으로 수도꼭지를 온수로 돌리고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아무래도 비엔나 앞에서는 조금 더 침착한 주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보다 태연하게 굴었지만 막상 혼자 남으니 머릿속을 번쩍번쩍 물들이던 쾌감과 비엔나의 붉고 굵은 다리에 느껴 내뱉은 신음이 떠올라 낯이 뜨거웠다.

씻고 나오니 비엔나가 꾸물꾸물 커다란 몸을 접어 욕실 앞쪽에 와 있었다. 주인은 붉고 굵은 다리들을 꼬물꼬물 모아 덩치를 줄이고 까만 깨 같은 눈으로 자신을 빤히 보는 비엔나와 눈이 마주치자 자기도 모르게 픽 웃어 버렸다.

“우리 비엔나, 주인님 기다렸쪄요?”

주인의 입에서 절로 혀 짧은 소리가 나왔다. 그래, 저만큼이나 커다랗게 변했어도 어젯밤 비엔나에게 구멍을 뚫렸어도 저건 주인의 하나뿐인 반려 생물 비엔나였다. 비엔나가 커다랗고 동그란 머리를 살짝 갸웃 움직였다.

이젠 꼬르륵거리는 위장에 무언가를 넣어 줄 때였다. 혼자 사는 주인은 밥을 먹으라고 말해 줄 사람이 따로 없어, 스스로 제때 끼니를 챙겨 먹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도 비엔나를 데려오기 전보다는, 비엔나의 끼니를 챙겨 줄 때를 맞춰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기는 했다.

주인은 대충 집에 있는, 끼니마다 집 앞으로 배달되는 도시락 하나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아래쪽에 위치한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르기 위해 살짝 몸을 굽힌 주인의 등 근육이 꿈틀 움직이고, 몸을 굽힌 바람에 살짝 흘러내린 집에서 입는 헐렁한 바지 위로 탱탱한 엉덩이의 윗부분과 선명한 엉덩이 골이 보였다. 천에 닿으면 얼룩덜룩 물든 가슴과 젖꼭지가 쓸려서 아팠기 때문에, 주인은 상의를 입지 않은 채였다.

주인이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르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찬장을 열어 물고기용 사료를 통째로 챙기고, 양 옆구리에 역시 찬장에서 꺼낸 자연산 말린 멸치를 한 봉지씩 끼운 채로 꾸물거리며 까만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비엔나에게 갔다.

주인의 집은, 주방으로 들어오는 부분이 문처럼 되어 있어 비엔나가 그 사이로는 들어올 수 없었다. 조금 전에도 주인이 주방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꾸깃 몸을 접어 따라 들어오려는 비엔나를 간신히 말린 참이었다.

‘음, 이사를 가야 하나. 우리 애가 집에서 다리도 편하게 못 펴고 사는 건 좀 그런데. 혼자 살기엔 나쁘지 않았지만… 아니면 이 기회에 아예 대형 수조 같은 걸 짜서 집에 들여야 하나.’

“자, 우리 애기. 맘마 먹자.”

주인은 복잡한 머릿속과는 달리 늘 하던 대로 다정한 목소리로 비엔나를 불렀다. 밥을 먹을 시간이었다. 그리고 자연산 말린 멸치 두 봉지와 물고기용 사료 두 봉지가 전자레인지에서 도시락이 다 데워졌다는 알림 음이 울리기도 전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비엔나의 배 속으로.

주인은 황망하게 빈 봉지를 내려다봤다.

아무래도 말린 멸치를 박스째로 주문해야 할 것 같았다.

찬장을 전부 뒤집어엎어 말린 다시마며 미역까지 찾아서 비엔나에게 먹인 주인은, 노트북을 켜 말린 멸치를 몇 박스 주문하며 대충 전자레인지에서 꺼낸 도시락을 비웠다.

도시락을 다 먹자 비엔나가 꾸물거리며 주방에서 나온 주인의 뒤를 따라왔다. 주인이 소파에 털썩 몸을 던지자 비엔나가 붉은빛이 도는 굵은 다리를 뻗어 주인의 등을 받쳤다. 다리로 감겨 있을 때도 탱탱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붉고 굵은 다리는 약간 미끈거린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탱글탱글하고 두께감이 있어 기대기에 나쁘지 않았다.

“와아… 나 예전부터 반려 생물이랑 이렇게 편안하게 몸 기대고 있는 거 해 보고 싶었는데. 우리 비엔나 덕에 해 보네. 커다란 강아지 정도는 돼야지 그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주인은 비엔나에게 주절주절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아, 너는 강아지가 뭔지 모르나? 강아지는… 음, 이렇게 생긴 애들이야. 얘네는 주인이랑 산책도 한다? 얘네는 많이들 키우는 반려동물이라 길에 많이 보이거든. 그렇지만 비엔나 너는, 특별해서 나가면 눈에 너무 띄니까 데리고 나갈 수는 없어.”

주인이 급하게 검색해서 비엔나의 앞에 내민 휴대폰 화면을 보는 비엔나의 까맣고 커다란 눈에 다양한 종류의 강아지 사진이 비쳐 보였다.

“비엔나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산책도 하고… 하면 좋겠지만, 음, 그래도 나는 우리 비엔나가 훨씬 더 좋아. 비엔나가 최고야!”

멀뚱히 화면을 보는 비엔나를 흘긋 본 주인이, 혹시나 비엔나의 기분이 상했을까 다급하게 말을 덧붙이며 비엔나의 붉고 굵은 다리를 탄탄하고 하얀 팔로 덥썩 끌어안았다.

“아야…”

곧, 너무 커다란 가슴과 퉁퉁 부어 있는 젖꼭지에 비엔나의 다리가 닿는 바람에 신음을 흘리며 떨어지기는 했지만.

타고나기를 워낙 크게 타고난 데다, 운동으로 더 키우기까지 한 주인의 가슴은 너무 커서 팔로 무언가를 끌어안으면서 가슴이 닿지 않기는 어려웠다. 아무래도, 빨판에 흡착되어 당겨지고, 비벼진 데다 잔뜩 문질러져 얼룩덜룩 붉게 물든 가슴이 완전히 가라앉기 위해서는 적어도 며칠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아, 주인님은 괜찮으니까 우리 비엔나는 걱정하지 마. 이런 건 침 바르면 나아.”

자신의 가슴을 빤히 보는 비엔나에, 주인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큰소리를 쳤다. 주인은 몸을 뒤로 눕혀 비엔나의 굵은 다리에 다시 기댔다. 탱글탱글 두꺼운 다리는 덩치가 좋은 주인이 몸을 기대도 미동도차 없었다. 맨살에 닿는 조금 미끈거리는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배도 부르고, 비엔나가 커져서 이제는 비엔나와 이렇게 몸을 기대고 있을 수도 있다니. 주인은 지금의 상황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처음 기대었을 때는 살짝 차가웠던 두꺼운 다리는 기대어 있자니 조금씩 체온에 덥혀져 따끈했고 주인은 눈을 반쯤 감고 누워 아예 팔까지 비엔나의 미끈거리는 다리 위에 얹었다.

“…응?”

주인은 무의식적으로 팔 아래의 피부를 한 번 쓸어 보던 중 매끈매끈한 감촉 중간 중간 거칠게 만져지는 감촉을 느끼고 손을 멈췄다. 비엔나의 피부는 윤기가 자르르 흐를 정도로 점액질로 촉촉하게 젖어 있으니, 이렇게 거칠고 건조한 감촉이 손에 만져질 리 없었다.

“이게 뭐야! 우리 애기 피부가 왜 이래?”

그리고 허리를 틀어, 손끝에 거칠거칠 만져졌던 부분을 확인한 주인은 나른한 기분이 확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매끈하고 탱글한 피부 중 일부분이 마치 땜빵이 난 것처럼, 거칠하고 버석하게 말라 윤기가 사라져 있었다.

주인은 다급하게 비엔나의 빨판이 잔뜩 돋은 두꺼운 다리를 이리저리 뒤집으며 그 표면을 손으로 더듬었다. 거칠한 감촉은, 한 군데에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주인이 다리며 빨판을 마구 더듬는데도 비엔나는 동그란 머리를 갸웃거리며 주인이 호들갑을 떠는 것을 멀뚱멀뚱 내려다볼 뿐이었다.

“후우, 다행이다. 상처가 나거나 한 건 아니네. 아무래도 수조 밖에 너무 오래 나와 있었던 것 같은데… 비엔나, 아프지는 않았어?”

꼼꼼히 살펴봤지만, 아예 피부가 갈라지거나 껍질이 벗겨진 것은 아니고 점액질이 분비되는 빨판과 먼 쪽의 피부가 약간 말라붙은 정도인 듯했다. 아무래도, 항상 수조 안에만 있다가 밖에 너무 오래 나와 있어 몸체의 물기가 마르는 바람에 피부가 건조해진 것으로 보였다. 그냥, 다시 물로 충분히 표면을 적셔 주기만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얌전히 다리를 주인에게 맡기고 있던 비엔나가 자신은 괜찮다는 듯, 동그란 머리통을 한 차례 위아래로 움직였다.

“우리 비엔나, 씩씩하네.”

주인은 비엔나의 탱글탱글한 다리 위를 두드리며 비엔나를 칭찬했다. 물기가 말라 피부가 건조해지면, 그 부위가 당기고 따갑기 마련인데 씩씩한 비엔나가 기특했다. 주인의 칭찬을 들었는지 멀뚱멀뚱 까만 눈으로 주인을 보던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뿌듯한 듯 살짝 치켜 올라갔다.

“…욕조에 담가야 하나.”

비엔나의 탱탱한 다리를 두드리며 칭찬하던 것도 잠시, 주인은 비엔나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수조가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자신보다도 커다랗게 변한 비엔나를 봤을 때, 정말로 커다란 수조를 맞춤 제작해야 하는 건가 고민하기는 했었지만 비엔나가 워낙 물 안에서 움직이듯 자유롭게 돌아다녀 잠시 잊고 있었다.

게다가 비엔나는 물 밖에서 하루는 넘게 있었음에도 방금 자신이 확인한 조금 건조해진 피부를 제외한다면 딱히 호흡이 불안정하거나 아파 보이지는 않았다.

“역시 욕조에 담가야겠다.”

지금 당장 비엔나를 데리고 수영장에 가거나, 바다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당장 비엔나가 들어갈 만한 크기의 수조를 구하거나 이사를 가는 것도 무리였다. 주인의 사인용 승용차에 비엔나가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았으며, 맞춤 제작 상품이나 적당한 집이 지금 당장 눈앞에 생길 리도 없다.

“비엔나,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주인은 일단 집에 있는 물품 중 한 번에 물을 가장 많이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욕조를 적극 활용해 보기로 했다. 다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더니, 뭔가 부산스럽게 왔다 갔다 하는 주인의 모습을 침대 옆에서 다리를 동그랗게 말고 앉아 있는 비엔나의 까만 눈이 응시했다. 주인이 여기 저기 바쁘게 돌아다닐 때마다,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주인을 따라 움직였다.

“애기야, 가자!”

주인은 나름대로 비장한 표정으로 세안할 때 가끔 쓰고는 하는 밴드를 머리에 두른 채로 비엔나에게 손짓했다. 욕실에 물도 받아 놓았고, 지금도 짧은 편이기는 하지만 혹시나 머리카락이 방해될까 밴드도 했다. 당연히, 바지를 벗은 주인은 아까의 상태 그대로 위도 역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였다.

애기라고 불린 커다란 비엔나가, 욕실을 향해 걸어갈 때마다 탄력 있게 흔들리는 주인의 둥근 엉덩이 뒤를 꾸물꾸물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따라갔다. 비엔나의 까만 눈이, 자신의 앞에서 흔들리는 주인의 둥글게 올라붙은 엉덩이가 무슨 지표라도 되는 것처럼 빤히 응시했다.

주인은 먼저 욕실로 들어갔다. 조금 전 미리 물을 틀어 놓은 욕조에는, 비엔나의 수조에 채워 주곤 했던 것과 비슷한 온도의 차가운 물이 반쯤 받아져 있었다.

“비엔나, 안 들어오고 뭐… 아.”

손을 욕조에 넣어 물의 온도를 확인하던 주인은, 분명 조금 전까지 자신의 뒤를 꾸물꾸물 따라오던 비엔나가 욕실로 들어오지 않는 것에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다리 두어 개로 욕실 문을 양쪽으로 잡고 동그란 머리통을 욕실로 밀어 넣어 보려고 노력하는 중인 비엔나와 눈이 마주쳤다.

“크흡…”

그리고 왠지 억울해 보이는 비엔나의 까맣고 동그란 눈과 마주한 주인은 자기도 모르게 웃어 버리고 말았다. 동그랗고 멍한 얼굴을 해서는 자신이 들어오라고 했다는 이유로 머리를 넣어보려고 낑낑 노력 중인 비엔나가 귀엽고 웃겼기 때문이었다.

“흠, 흠.”

주인이 웃는 소리를 들은 비엔나가 까만 눈으로 주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낑낑 욕실 문으로 들어오려고 애쓰던 것을 멈췄다. 주인은 나름대로 노력 중인 비엔나에게 너무했나 싶어,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을 볼 때마다 피식피식 올라가는 입꼬리를 내리려고 노력하며 욕실 문 앞으로 걸어갔다.

비엔나는 주인이 웃어서 삐지기라도 했는지, 주인이 욕실 문을 잡고 있는 제 다리 한 짝을 잡을 때까지도 가만히 주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인은 비엔나의 다리를 문에서 떼어 낸 다음, 품에 안았다. 맨가슴에 안긴 비엔나의 굵고 미끈거리는 다리의 점액질이 주인의 가슴에 묻었지만 주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욕조 앞까지 걸어갔다.

“비엔나, 욕조에 넣는다?”

주인은 욕조 앞에 서서 비엔나 쪽을 돌아보며 물었다. 비엔나가 커다랗고 동그란 머리를 작게 끄덕였다. 주인은 그대로 비엔나의 다리를 안아서 받치고 있던 팔을 놓아 버렸다.

풍덩. 비엔나의 매끈한 다리와 물의 표면이 충돌하며 욕실에 제법 큰 소리가 울렸고, 두툼한 빨판으로 덮인 두꺼운 다리는 욕조 안으로 잠겨들며 주인에게 물을 튀겼다.

“…!”

그리고 다음 순간, 다리를 욕조에서 들어 올린 비엔나 때문에 주인은 조금 전에 튀었던 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주인은 헤어밴드를 한 의미가 없을 정도로, 완전히 젖어서 이마를 지나 눈썹까지 흘러내린 헤어밴드를 빼내고 얼굴을 손바닥으로 훔쳤다.

얼굴을 흠뻑 적신 물이 주인의 곧은 목을 타고 흘러내리고, 푹 젖어 하얀 이마와 뺨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진 물이 가슴 위로 뚝뚝 떨어져 깊게 패인 가슴골과 봉긋한 젖꼭지 옆을 타고 흘러내렸다.

“비엔나…”

속눈썹까지 흠뻑 적신 물을 대충 닦아 내고 눈을 뜬 주인이 비엔나의 이름을 불렀다. 비엔나가 미안한 듯, 욕조에서 급하게 빼낸 다리를 들어 다리의 끝부분으로 주인의 뺨에 달라붙은 검은색 머리카락을 떼어 내 주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는 듯, 비엔나의 새까만 눈동자가 주인과 욕조를 번갈아 봤다.

“푸우… 왜? 욕조가 마음에 안 들었어?”

주인이 비엔나가 떼어 내지 못한 나머지 머리카락들을 털어 얼굴에서 마저 떼어 내며 되물었다.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좌우로 한 번 움직였다. 이번엔 주인의 고개도 갸웃 움직였다.

“으음, 그럼 왜지… 물 온도가 마음에 안 들었나? 수조 온도랑 비슷하게 맞췄는데… 어, 온도였어?”

중얼대던 주인은, 동그란 머리통을 끄덕이며 조금 전 주인의 뺨을 닦아 줬던 다리 끝으로 욕조를 가리키는 비엔나를 보며 그 방향을 따라 욕조를 봤다.

‘…문어는 찬 물에 사는 거 아니었나? 아니, 그래, 뭐… 진짜 문어도 아닌데 우리 비엔나가 다른 온도에 살고 싶을 수도 있지.’

혼자서 대충 납득을 마친 주인은, 이번에는 아예 샤워기를 집어 들었다. 주인의 집 욕실에 있는 샤워기는 줄을 움직여 욕조에서 분리할 수 있는 형식이었다. 샤워기를 집어 든 주인은 비엔나에게 다정하게 웃어 보였다. 물이 차가워서 싫었다니, 정말로 아기 같았다.

“그럼, 따뜻한 물로 수분 보충 할까? 우리 비엔나가 하고 싶은 온도로 하자.”

주인은 꾸물꾸물 조심스럽게 자신의 앞으로 다가온 다리에, 샤워기를 틀어 미지근한 물을 뿌렸다. 붉은빛을 띠는 미끈거리는 다리가 미지근한 온도의 물이 닿자 잠시 얌전한 듯하다가 금세 다시 파드득 튀었다.

주인은 또다시 물을 뒤집어 썼다.

“푸우… 그럼 더 따뜻하게 가 보자.”

어차피 이미 쫄딱 젖은 거, 대충 고개를 흔들어 얼굴의 물기만 대충 털어 낸 주인이 샤워기의 온도 조절 손잡이를 뜨거운 물 쪽으로 더 돌렸다.

주인이 몇 차례 더 물을 뒤집어쓰고, 마침내 샤워기의 물이 뿌려진 비엔나의 다리가 튀어 오르지 않고 얌전해졌다. 주인은 약간 물러선 채로 계속 샤워기로 물을 뿌려 봤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미끈거리는 굵은 다리가 다시 튀어 오르는 일은 없었다.

“…정말로 이 정도가 좋아?”

주인은 김이 펄펄 올라오는 물줄기를 내려다보며 비엔나에게 물었다. 비엔나가 문어 모양으로 자른 비엔나소시지를 조금 닮았을 뿐 소시지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붉은빛을 띠는 미끈거리는 다리에서 모락모락 하얀 김이 올라오고 있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기분이 영 이상했다.

꼭, 다리가 뜨거운 김을 내며 푹 삶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인의 감상과는 상관없이, 비엔나는 동그란 머리통을 빠르게 끄덕였다. 주인을 보는 비엔나의 새까만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정말로 이 온도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분명히 얼굴만 보면 아기 같은데, 어째서 취향이 이런지 고민하던 주인은 정말로 만족스러워 보이는 비엔나를 보며 비엔나가 좋다는데 뭐 어떤가 싶어졌다.

다행히도 다리를 물로 푹 적셔 준 것이 비엔나의 피부 보습에 효과가 있었는지, 비엔나의 군데군데 거칠거칠하고 건조하게 말라붙었던 피부는 다시 본래의 탱글탱글하고 촉촉한 모습을 되찾아 자르르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허억… 헉… 비엔나, 자, 다리 뒤집자.”

주인의 말을 들은 비엔나가 다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 주인은 비엔나가 들어 올린 다리 아래에 팔을 넣어 묵직하고 미끌거리는 다리를 뒤집었다. 그렇게 비엔나의 다리를 네 개째 세심하게 뒤집고, 빨판들 사이를 꼼꼼히 벌려 가며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도록 뜨거운 물로 적시던 중, 주인은 문제점을 하나 발견했다.

‘너무 힘들어!’

비엔나의 다리는 굵은 두께에 걸맞게 무게가 제법 나가는 편이었다. 비엔나의 다리를 적시는 작업을 반복할수록, 쌀가마니를 들어 옮기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엔나의 피부를 막 보습해 주기 시작했던 초반에는 얌전히 비엔나가 피부 관리를 받는 것이 귀여워 웃고 있던 주인의 얼굴에 더 이상 미소는 남아 있지 않았다.

주인의 이마를 타고 투명한 액체가 뚝 하고 비엔나의 탱글탱글한 피부 위로 떨어졌다. 주인의 몸은 아까 물을 맞은 것에 더해, 노동으로 인한 땀으로 완전히 범벅되어 있었다. 주인의 가슴골은 물론, 갈라진 복근, 샤워기를 들 때마다 꿈틀 갈라지는 팔뚝까지 상체의 굴곡은 전부 땀으로 젖어 번들거리고 있었다.

처음 샤워기를 들었을 때는 주인도 비엔나의 길고, 두껍고, 개수가 많은 다리를 일일이 적시는 것이 이 정도로 중노동일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허어억…”

주인이 비엔나의 네 번째 다리를 두드려 내보내고, 꾸물꾸물 욕실 안으로 들어온 다섯 번째 다리를 뒤집기 위해 비엔나의 미끈한 다리 아래로 손을 넣었다.

번들번들 지금도 새로운 땀이 흘러내리는 주인의 넓은 등과 두꺼운 팔이 불끈 움직이며, 한껏 숙인 가슴이 출렁 흔들렸다. 빨간 젖꼭지 옆으로 또 새로운 땀방울이 흘러 복근 위로 흘러내리고, 이미 완전히 젖어 하체에 완전히 딱 달라붙은 드로즈에 스며들었다. 회색의 드로즈는 완전히 젖어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진한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푹 젖은 얇은 천이, 둥글고 탄탄한 엉덩이의 윤곽과 비스듬하게 수납되어 있는 주인의 두툼한 좆의 윤곽을 드러내는 것은 물론 자꾸만 엉덩이 골이라든가 사타구니 사이로 말려 들고 있었다.

욕실 안에는 뿌연 김이 가득했다. 분명히 비엔나의 다리가 들어오기 위해 욕실 문이 열려 있는데도 전혀 더운 공기가 순환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거의 사우나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열기에 벌어진 붉게 부푼 입술 새로 자꾸 더운 숨이 색색 새어 나왔다. 주인의 발갛게 달아오른 뺨과 목덜미가 땀인지 물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 젖어 반들거렸다.

“후우…”

주인은 눈을 빠르게 깜박여 짧은 속눈썹에 맺힌 땀을 털어 냈다.

‘안 되겠어… 다 벗든가 해야지.’

주인은 온몸에 가득 들어찬 열기에, 이제는 유일하게 몸에 걸치고 있는 드로즈조차도 거슬리기 시작했다. 땀이며 물을 잔뜩 먹어 움직일 때마다 철떡이며 엉덩이 골과 사타구니에 자꾸만 말려드는 드로즈는 주인의 불쾌지수를 높이는 것에 크게 기여하고 있었다.

“비엔나, 하아… 잠깐만 기다려.”

주인은 비엔나의 다섯 번째 다리를 적시던 것을 잠시 중단하고, 샤워기를 바닥에 내려놨다. 샤워기를 내려놓고 자유로워진 주인의 손이 푹 젖어 다리 사이에 감겨 있는 드로즈의 밴드 위로 올라갔다.

“으으…”

잔뜩 젖은 얇은 천은, 주인의 바로 떨어지지 않고 늘어지듯 느릿하게 분리되었다. 잔뜩 젖은 얇은 천은 그냥 수월하게 벗겨지지 않고, 돌돌 말리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드로즈가 조금씩 말리며 내려갈수록 주인의 엉덩이와 은은한 붉은빛을 띠는 좆이 드러났다.

“이게, 왜…! 안 벗겨, 져!”

주인은 쑥 벗겨지지 않고 자꾸만 돌돌 말리며 아래로 내려가는 드로즈에, 이를 악물고 허리를 약간 숙여 짜증을 담은 손길로 두꺼운 허벅지 위로 드로즈를 돌돌 말아 내렸다. 그렇지 않아도 덥고 힘들어 죽겠는데 드로즈까지 쉽게 벗겨지지 않으니 짜증이 절로 났다. 이 와중에도 욕실에 가득한 더운 공기와 습기는 주인의 짜증을 키우고 있었다.

두꺼운 허벅지의 중간쯤에 걸쳐진 드로즈를 내리기 위해 허리가 완전히 숙어졌다. 숙어진 주인의 잘록한 허리 뒤로, 커다랗고 둥근 엉덩이가 높이 솟아올랐다.

“이익…!”

얌전히 욕실의 문에 걸쳐진 채로 주인을 기다리던 비엔나의 새까맣고 동그란 눈이 자신의 쪽을 향하고 있는 둥글게 올라붙은 엉덩이를 빤히 응시했다. 하얗고 둥근 엉덩이는, 주인이 허벅지에서 걸린 드로즈를 내리려고 끙끙댈 때마다 그 아래의 탄탄한 허벅지와 함께 흔들리고 있었다. 허벅지 사이로는, 이제 드로즈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두툼하고 색이 옅은 좆이 덜렁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됐… 어어, 어어어!”

마침내 돌돌 말린 드로즈를 종아리까지 끌어 내리는 것에 성공한 주인이, 엉덩이를 하늘로 향한 자세에서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종아리까지 힘들게 끌어 내린 드로즈를 마침내 벗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쪽 다리를 드로즈의 구멍에서 빼내기 위해 들어 올린 채였다.

욕실 바닥은 당연하게도 비엔나의 다리에서 흐른 점액과 뜨거운 물로 매우 미끄러웠다. 한쪽 다리만 들어 올린 주인의 몸이,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주인은 허공에 드로즈를 쥐고 있지 않은 쪽의 손을 휘저으며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했으나 소용없었다. 욕실 바닥을 디디고 있던 주인의 발이 완전히 미끄러지며, 주인의 몸이 순간적으로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으으… 응?”

이제 넘어지는구나- 싶어 눈을 질끈 감고 있던 주인은 고통이 느껴지지 않자 의아함을 느꼈다. 주름이 잔뜩 질 정도로 질끈 감겨 있던 눈이 조심스럽게 떠졌다.

그리고 주인의 눈이 홍채의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새까맣고 커다란 눈과 마주쳤다. 주인은 상황 파악을 위해 빠르게 고개를 내렸다. 조금 전까지 주인이 적셔 주고 있던 비엔나의 다섯 번째 다리가 주인의 가슴 바로 밑을 칭칭 감아, 주인이 넘어지지 않도록 받쳐 주고 있었다.

“흐윽… 비엔나…!”

상황 파악을 마친 주인이 감격한 목소리로 비엔나를 불렀다. 비엔나가 자신을 잡아 주지 않았다면, 운이 좋으면 엉덩이뼈 골절에 재수 없으면 뇌진탕, 아니면 더 크게 다쳤을지도 몰랐다. 비엔나의 다른 다리가 뻗어 와 주인이 다시 바닥에 똑바로 설 수 있도록 주인이 몸을 가눌 때까지 주인의 허리와 등을 받쳐 주었다.

“우리 애기… 주인님 구해 준 거야? 아이고, 예뻐. 키운 보람이 있다…!”

주인이 여전히 가슴 바로 아래에 비엔나의 다리를 칭칭 감은 채로, 자신의 등을 받쳐 줬던 비엔나의 다리를 와락 끌어안고 뺨을 비볐다. 귀여운 자신의 반려 생물이 자신을 구해 줬다는 기특함과 행복감에 주인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손가락보다 작은 시절부터 키워 온 보람이 새삼 느껴졌다.

미끈거리는 두툼한 빨판들이 주인의 하얀 뺨이며, 입술에 마구 비벼졌다. 입가가 미끌거리는 액체로 더러워졌지만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 전 자신이 적셔 준 뜨끈뜨끈하고 미끌거리는 비엔나의 피부 위에 쪽쪽 입을 맞췄다. 새삼 비엔나가 예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주인이 자신의 다리를 잡고 쪽쪽거리는 것을 내려다보는 비엔나의 까맣고 동그란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주인이 칭찬하고 예뻐하느라 정신이 없는 사이, 비엔나의 다른 다리들이 꾸물꾸물 욕실 바닥을 기어 주인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우리 비엔나가 주인님 구해 줬쪄요? 그랬쪄요? 누구 새낀데 이렇게 예쁘고 똑똑… 응?”

그리고 비엔나를 칭찬하는 것에 여념이 없던 주인은, 갑자기 종아리를 타고 오르는 미끌거리는 감촉에 비엔나의 빨판에 얼굴을 비비던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주인의 하얀 뺨에는 빨판과 꼭 같은 모양의 동그란 붉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주인이 뺨에 붉고 동그란 자국을 달고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는, 이미 비엔나의 다리가 양쪽 다리를 타고 허벅지까지 올라와 있었다.

“으흐악!”

그리고 주인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주인은 그대로 허벅지를 양쪽으로 벌리는 비엔나의 다리에 또다시 중심을 잃고 말았다. 그대로 주인의 상체가 고꾸라지듯 앞으로 쏠렸지만, 아직도 가슴 바로 아래를 칭칭 감고 있는 비엔나의 다리 덕에 넘어지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주인은 양쪽 허벅지를 활짝 벌린 채, 비엔나가 있는 방향을 향해 엉덩이를 치켜 올린, 엎어진 자세가 되었다.

“비… 비엔나, 착하지. 주인님 일으켜 주자. 나 일으켜 주자!”

주인이 엉덩이를 하늘로 향한 채 다급하게 비엔나를 불렀다. 주인의 한쪽 발목에는 아직도 돌돌 말려 뭉쳐 있는 푹 젖은 드로즈가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다. 주인이 다급하게 자신을 부르든 말든, 비엔나는 주인의 발목에 달린 속옷을 잡아 떼어 내 버리고는 벌어진 주인의 다리 사이를 까만 눈으로 빤히 응시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왜 이렇게 됐지?’

사실 주인도 비엔나에게 다급하게 외치면서도 비엔나가 자신을 풀어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어제 그랬듯, 주인은 왜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부터 이해할 수 없었다. 어제는 자다가 일어나니 묶여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분명히 그냥 건전하게, 반려 생물인 비엔나의 피부가 건조해 보여 적셔 주고 있었을 뿐이었다. 심지어 작업량은 아직 네 개 반이었다. 절반보다는 많았으나 아직도 적셔 줘야 할 다리가 많았다.

‘…그런데 머리도 적셔 줘야 하나?’

주인이 벌어진 다리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을 거꾸로 보면서 생각했다. 머리에 피가 좀 몰리기는 하는데, 이 자세로도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보이기는 했다. 단점이라면 허벅지를 잡아 벌리고 있는 붉은빛을 띠는 두꺼운 다리들과 자신의 덜렁이는 좆이 함께 보인다는 것이었다.

‘일단 시도는 해 봐야겠지!’

“아, 아아.”

비엔나가 풀어 줄 것 같지 않더라도, 일단 주인은 작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비엔나를 달래려는 시도라도 해 보기로 했다. 거꾸로 된 자세 탓에 목소리가 약간 억눌린 듯 나왔지만 밑져야 본전이니 시도해 볼 가치는 있었다. 지금 비엔나가 만들어 놓은 자세부터 심상치 않은 것이 벌써부터 불안했다.

“비엔나, 우리 착한 비엔나. 주인님 봐 봐.”

벌어진 허벅지 사이로, 주인의 피가 몰려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 위의 검은 눈과 비엔나의 동그란 까만 눈이 마주쳤다.

“우리 애기, 아직 다리 네 개 반밖에 못 적셨잖아. 지금 빨리 적시지 않으면 나머지 다리가 ‘아야’하지 않을까? 나 풀어 주면, 내가 완전히 촉촉하고 윤기 흐르게 적셔 줄 수 있는데!”

어제 먹을 것으로 비엔나를 설득하는 것에는 실패한 주인은, 이번에는 자신의 유용성을 비엔나에게 어필해 보기로 했다. 비엔나는 똑똑해 먹을 것에는 쉽게 넘어가지 않는 고차원적 반려 생물인 모양이니, 조금 더 고급스러운 방법으로 비엔나를 설득해 볼 생각이었다.

주인의 말에, 주인의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보이는 붉게 부은 주름들에 막 다리의 빨판이 있는 면을 가져다 대려던 비엔나의 행동이 잠시 멈칫했다.

‘어, 혹시, 설득이 되고 있는 건가?’

“생각해 봐, 비엔나. 지금 너는 절반 조금 넘게만 관리를 받았잖아. 우리 비엔나는 지금도 멋지고 귀엽고 예쁘지만, 나머지 다리들도 내가 관리해 주면 더 잘나지지 않을까? 게다가, 이미 절반도 넘게 했으니까 이제 여덟 개까지 금방이야. 나를 놔주면, 너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멋진 다리 여덟 개를 가지게 될 거라고. 그게 나를 묶는 것보다 훨씬 더 너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응?”

다리 사이로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갸웃 움직이는 것을 본 주인은, 갑자기 차오르는 희망에 다급하게 말을 덧붙였다.

“어?”

그리고 정말, 정말 놀랍게도 주인은 자신의 허벅지를 감고 있던 비엔나의 다리가 스르륵 풀려나가는 것을 느꼈다. 주인 자신도, 비엔나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았던 터라 허벅지를 조이던 감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얼떨떨했다.

역시 인간이 절박하면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모양이었다.

‘젠장, 그런데 어제도 나 엄청 절박했는데!’

주인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주인은 겉으로는 티내지 않고 일단 어기적거리며 조금 전까지 한껏 벌려져 있던 허벅지를 오므리는 것에 집중했다. 조금 전에는 마음이 급해 생각하지 못했는데, 엉덩이를 비엔나 쪽으로 한 채로 다리를 벌린 자세라니 정말 수치스러운 자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허벅지를 다 오므렸는데도 상체에 감긴 비엔나의 다리가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비엔나? 내가 나머지 다리를 관리해 주려면… 이것도 풀어 줘야 하는데…”

주인은 자신의 가슴 아래를 감고 있는 비엔나의 다리를 톡톡 두드렸다. 칭칭 가슴 아래를 감고 있는 다리 때문에, 다리에 밀린 가슴살이 전부 위쪽으로 몰려 평소보다 더 솟아올라 있었다. 아까는 허벅지를 감은 다리 때문에 마음이 급해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두께가 있는 밑 가슴 부분을 꾹 눌러 조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했다.

“…비엔나? 어서 풀… 어으아악!”

주인은 갑자기 몸이 뒤로 휙 당겨지는 감각에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반사적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욕조를 잡았다. 하지만 몸이 뒤로 제법 센 힘으로 당겨졌던 터라, 욕조를 잡고 있는 주인의 상체는 살짝 숙어져 있었다.

“으으…갑자기 이게 뭔… 흐으앙!”

주인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에 실패하고, 까만 눈으로 욕조를 한 번 노려본 비엔나가 다른 다리를 들어 올려 상대적으로 얇은 다리의 끝부분으로 주인의 좆을 감쌌다. 하얀 허벅지 사이에서 덜렁이던 은은한 붉은빛을 띤 좆이 촉촉하게 젖은 빨판에 감싸이자 주인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흐으…응! 비엔… 으응, 나, 그… 아앙! 만…!”

조금 전에 물을 뿌려 유독 미끈거리는 빨판이 주인의 좆을 조이며 빨판으로 귀두를 문지르기 시작하자 욕조를 쥔 주인의 손에 더 세게 힘이 들어갔다. 미끈거리는 빨판에 감싸인 좆이 빠른 속도로 부풀어 올라 끝에서 찔끔찔끔 액을 내보였다.

욕조 가장자리를 잡고 버티는 주인의 손과 팔에 힘줄이 돋았다. 미끈미끈 뜨끈한 빨판에 조여지는 좆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주인의 퉁퉁 부은 젖꼭지 역시도 점차 단단하게 뭉쳐 들어갔다.

“하으…”

주인이 진한 붉은색으로 부푼 좆을 문질러지면서도 헐떡이며 신음만 내뱉을 뿐 욕조를 잡은 손을 놓지 않자, 비엔나의 다리 두 개가 꿈틀꿈틀 욕실 바닥을 기어 주인에게로 다가갔다.

“아으읏… 흐아앗…!”

다리 하나가 주인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 주인의 붉게 부푼 회음부를 스르륵 문지르며 끝부분을 바로 오물오물 움찔대는 구멍의 입구에 푹 쑤셔 박았다.

“끄으… 윽… 흐아…”

끝부분이 박힌 것뿐인데도, 구멍이 빠듯하게 벌어지는 감각에 주인의 욕조를 잡고 매달린 손에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하도록 힘이 들어갔다. 끝부분을 구멍에 박은 채 잠시 움직임이 없던 다리가, 주인의 구멍 밖으로 빠져 나갔다가 다시 밀고 들어가는 것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미끈거리는 점액으로 덮인 다리의 끝부분은 한 번 빠져나갔다 다시 구멍 안을 파고들 때마다 쿨척이는 소리를 만들며 조금씩 더 깊이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기껏해야 가느다란 끝부분만 간신히 들어가던 붉은 구멍이 점차 조금 더 굵은 부분과 빨판까지 삼켜 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조금씩 깊이 파고들던 두꺼운 다리는, 붉은빛을 띠는 구멍 주변의 주름이 꽉꽉 조여물 듯 계속 원래의 크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반복하자 스르륵 완전히 빠져나갔다.

그리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굵기가 다리 끝부분의 두 배는 되는 부분까지를 주인의 구멍 안으로 한 번에 쑤셔 박았다. 주인의 몸이 앞으로 크게 밀리며 커다란 가슴이 출렁 흔들렸다. 동시에, 다른 다리가 주인의 단단하게 변한 젖꼭지 위로 꿈틀대며 움직이더니 빨판이 달린 쪽을 젖꼭지 위에 대고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흐으아…! 흑, 아흐… 으윽…”

덜 풀린 구멍이 벌어지고 굵고 우둘투둘한 다리가 거침없이 쑤셔 박히며 느껴진 고통과, 젖꼭지와 좆이 뜨겁고 미끈거리는 빨판으로 문질러지는 감각에 주인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히끅이며 새어 나왔다.

“흐으… 으응! 하응! 하으앙…!”

구멍을 갑자기 벌리고 쑤셔 박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미끈거리는 점액으로 덮인 데다 상대적으로 얇은 끝부분만 쑤셔 박힌 다리는 주인의 좁은 구멍에 큰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으므로 주인의 입에서는 점차 높은 신음만이 흘러나왔다. 욕실 안에서 앙앙대는 신음이 높은 소리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끈질기게도, 주인은 잡고 있는 욕조를 놓치지 않았다. 비엔나의 다리의 움직임이 더 집요해져 갔다.

빨판으로 좆 대가리를 문지르는 것 이외에도, 좆 기둥 전체를 더 촘촘하게 감싼 뜨거운 빨판이 주인의 좆을 압박했고 젖꼭지를 문지르는 다리의 속도 역시 점차 빨라졌다. 끝없이 신음을 내뱉느라 벌어진 주인의 입술 사이에서 주르륵 침이 흘러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하지만 이미 점액이며 뜨거운 물로 잔뜩 젖어 김이 피어오르는 바닥에 침이 떨어진들 티도 나지 않았다.

“응! 으읏… 흐아…앙, 아아앙…!”

다리가 쿵쿵 틀어박힐 때마다, 주인의 몸이 굵직한 다리가 쿵쿵 틀어박히는 박자를 따라 마구 흔들렸다. 주인은 젖꼭지와 좆에 더해 예민한 점막과 전립선까지 두툼한 빨판이 주르륵 빠르게 문대지자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욕실의 더운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몸이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다소 거칠게 박혀 들던 굵고 미끈대는 다리가 빙글 회전하며 각도를 바꿨다. 우둘투둘한 빨판이 내벽을 회전하며 긁고 지나갔다. 결국 주인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자신이 침을 뚝뚝 흘려 놓은 바닥 위로 잔뜩 싸 버리고 말았다.

“허어억… 하… 하아…”

주인은 핑핑 도는 머리에, 헐떡이며 호흡을 고르려고 노력했다. 완전히 힘이 풀리다시피한 주인의 하체가 흐물흐물 힘을 잃고 무릎이 침과 정액이 묻은 바닥 위로 닿았다. 결국 주인은 욕조를 잡은 채,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비엔나가 있는 쪽으로 들어 올린 자세가 되었다.

헐떡이는 주인의 몸에 감겨 있던 비엔나의 다리 여러 개가, 구멍에 박혀 있는 다리 한 개를 제외하고 한 번에 스르륵 풀리며 떨어져 나갔다.

‘끝난 건가?’

주인은 이제 비엔나를 부를 힘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헐떡이며 바닥으로 엎어지지 않기 위해 욕조를 잡고 버티는 것만이 주인이 지금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다리와 허리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 와중에 주인의 둥글고 흰 엉덩이 사이로는 여전히 붉은빛을 띠는 굵은 다리 하나가 박혀 있었다. 엉덩이를 비엔나의 쪽으로 내민 자세로 구멍이 주름 없이 팽팽해질 정도로 굵은 다리를 물고 새빨간 얼굴로 헐떡이는 주인의 모습은 굉장히 음란해 보였다. 힘이 완전히 빠져 헐떡이며 무너져 내린 주인의 뒷모습을 까만 눈으로 빤히 보던 비엔나가 주인의 구멍에 넣고 있는 다리의 끝부분을 갈고리처럼 휘었다. 휜 다리의 끝부분이 내벽을 꾹 누르며 얇은 점막에 파고들 듯 흡착되었다.

“흐아… 아니야, 거긴… 흣, 당기지, 마앗…!”

그 와중에, 다리는 혹여 빠지기라도 할까 걱정되었는지 꿈틀꿈틀 끝을 휜 채 더 깊게 파고들었다. 곧이어 빨판이 점막에 단단하게 흡착되었다. 다리가 내벽에 흡착된 채로 당겨지자, 주인의 상체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숙어진 주인의 상체에서 흔들리던 가슴이 바닥과 더 가까워졌다.

주인은 구멍에 굵은 다리를 하나 박은 채로도 욕조를 잡고 버텼다. 비엔나의 다리가 한 번씩 당겨질 때마다, 예민한 내벽이 흡착된 빨판에 의해 딸려 나갈 것처럼 당겨졌지만 이대로 끌려가면 절대로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주인을 지배했다. 주인이 남은 오기를 긁어모아 제법 센 힘으로 버티자, 다리를 잡아당기던 비엔나의 까맣고 동그란 눈에 불만이 어렸다.

조금 전까지 물에 충분히 적셔져 반질반질 붉은색으로 윤기가 흐르는 다리 하나가, 주인의 땀인지 물인지 모를 것으로 젖은 허벅지를 칭칭 감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주인의 허벅지는 큰 키와 덩치에 맞게 두께가 상당했지만, 비엔나는 이번에도 아주 손쉽게 몇 바퀴나 주인의 허벅지를 돌려 감았다.

“아… 안 돼!”

허벅지를 감은 비엔나의 다리가 자신의 몸을 당기는 것을 느낀 주인의 필사적인 외침이 증기가 가득한 욕실 안에 울려 퍼졌다. 주인의 손이 미끈거리는 욕조의 가장자리에서 조금씩 미끄러지다가 비엔나가 다리를 한 번 세게 당긴 순간 한 번에 떨어져 나갔다. 오기로 버텼을 뿐, 뜨거운 김이 가득한 욕실 안에서 중노동을 한 뒤 한 번 싸기까지 한 주인의 손에 힘이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아악!”

욕조에서 떨어져 나와, 욕실 바닥의 타일에 대자로 엎어진 주인이 가슴이 욕실 바닥에 부딪히는 느낌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다. 비엔나가 엎어지는 중간에 다른 다리로 받아 주기는 했지만, 바닥에 찧기 직전에 받아 준 터라 앞으로 튀어나온 주인의 가슴과 부어서 볼록한 젖꼭지는 바닥에 찧을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퉁퉁 부은 젖꼭지와 가슴을 부딪힌 주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주인이 바닥에 부딪힌 가슴에 제대로 아파하기도 전에, 비엔나는 주인의 배를 받쳐 주던 다리를 빼냈다.

“흐으…아흐!”

졸지에 아직도 아픔이 남은 젖꼭지와 가슴이 체중을 실어 바닥에 뭉개진 주인의 입에서 앓는 듯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흐앗…으윽…으흐응! 흐아아으…!”

그 와중에, 비엔나가 이제는 욕조에서 완전히 분리된 주인의 몸을 죽 당겼다. 졸지에 엉덩이 사이에 빨판에 덮인 두꺼운 다리를 박고 미끄러운 욕실 타일에 가슴을 주르륵 쓸리며 끌려가게 된 주인의 입에서 신음인지 비명인지 알 수 없는 소리가 마구 새어 나왔다.

바닥의 타일에 새겨진 무늬에 도톰하게 부풀어 예민해진 새빨간 젖꼭지와 가슴살이 주르륵 비벼지고, 타일에 걸려 들썩이는 몸 때문에 구멍 깊은 곳까지 박혀 있는 다리의 빨판이 진동하듯 민감한 내벽을 문질렀다.

한 번 쌌는데도 다시금 잔뜩 부풀어 액을 찔끔찔끔 싸는 좆이 타일에 주르륵 문질러졌다. 약간 더 탁한 색을 띠는 액체가 욕실 바닥에 자국을 만들기 무섭게 주인의 커다란 가슴이 그 위를 닦아 내듯 다시 뭉개고 지나갔으므로, 주인은 바닥을 더럽히기 무섭게 스스로 닦고 있는 셈이었다. 비엔나에게 주인이 질질 끌려간 자리에 남은 것은 그냥 아까와 같이 미끈거리는 욕실 바닥뿐이었다.

욕조를 잡고 버틴 것까지가 주인의 거의 마지막 남은 이성이었다. 주인의 완전히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에서 땀인지, 눈물인지, 침인지 모를 액체가 신음 소리에 맞춰 주르륵 흘러내렸다.

“흐아앙… 흐윽… 허어엉… 응! 아앙! 흐어아… 어엉…”

주인은 너무 느껴 거의 흐느끼다시피 헐떡이면서 붉은빛을 띠는 굵은 다리에 질질 끌려갔다. 비엔나는 욕실의 입구에 반쯤 걸치다시피 몸을 끼우고 있었으므로, 욕실 입구 부근에서 엎어진 채로 질질 끌려가던 주인의 몸이 멈췄다.

비엔나가 마침내 자신의 앞으로 끌려온 주인을 까만 눈으로 내려다봤다. 비엔나의 까맣고 윤기 흐르는 눈동자가 땀과 점액으로 미끈거리는 주인의 넓은 등짝과 잘록한 허리, 그리고 한껏 벌어져 자신의 다리를 굵은 부분까지 삼키고 있는 주인의 탄력 있는 엉덩이를 차례로 훑었다.

“하악… 하으…흑, 흐읍…큽.”

비엔나가 주인을 까맣고 동그란 눈으로 내려다보는 동안 헐떡이며 숨을 고르고, 코를 훌쩍이며 들이마신 주인이 비엔나를 올려다봤다. 그리고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갸웃 움직이는 것을 본 주인은 울컥해 버렸다.

“비엔나! 이건, 나쁜 짓이야!”

그리고 주인은, 비엔나에게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주인이 노기를 띠고 내뱉은 커다란 목소리가 욕실 안을 웅웅 울렸다.

‘어, 잠깐만…’

막상 울컥해서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크게 욕실 안을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나니 주인도 아차 싶었다. 하지만 엎드린 상태인 주인으로서는 비엔나의 표정을 바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주인은 엎드린 상태에서 힘겹게 고개를 돌린 뒤, 눈을 굴려 비엔나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비엔나의 동그란 얼굴과 홍채가 구분 가지 않는 새까만 눈은 멍해 보여 표정을 읽기가 어려웠지만, 주인은 비엔나를 오래 보면서 대충 분위기나 행동으로 비엔나의 기분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비엔나의 기분은 분명…

“아니, 비엔나. 내가 화내려던 게 아니고… 흐으악!”

매우 좋지 않아 보였다.

주인은 순식간에 배 밑을 파고든 다리에 의해 하체가 붕 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미 박혀 있는 굵고 뜨거운 다리가 조금 빠져나가나 싶더니 그 옆으로 또 다른 다리 하나가 주인의 구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고통으로, 배 위로 잔뜩 올라붙었던 주인의 좆이 시들어 원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두 번째 다리는 가느다란 끝부분만을 밀어 넣은 상태였지만, 다리를 한 개 박고 있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듯 벌어져 있던 주인의 구멍은 새로운 다리의 침입을 고통으로 인식했다.

“흐앗… 안 돼…! 찢어… 흐윽, 져…!”

이미 주름이 팽팽해지도록 한계까지 벌어진 구멍이 강제로 더 벌어지는 감각에 주인이 비명을 질렀다. 이러다가는, 생전 벌어져 본 적 없는 크기로 벌어진 구멍이 다시는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봐 공포에 질린 주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처음에는 빨판이 없는 끝부분만이 꼬물꼬물 들어왔던 두 번째 다리는 느릿하지만 꾸준한 움직임으로 주인의 구멍을 벌리고 들어갔다. 결국, 이미 굵은 다리 하나를 박고 있는 주인의 구멍 안으로 두 번째 다리의 빨판이 돋은 부분까지가 추가로 삼켜졌다.

“흐으…흑, 흐엉… 허어엉… 싫… 흣, 어어…”

구멍이 정말로 찢어질 것같이 벌어진 감각에 주인이 꺽꺽대며 울자, 계속 구멍을 억지로 벌리며 파고들던 비엔나의 두 번째 다리가 구멍을 파고드는 것을 멈췄다. 주인은 내장이 온통 빠듯하게 벌어진 감각이 너무 생소하고 무서워 애원하듯 고개를 마구 저었다. 도리질을 치는 주인의 새빨간 얼굴 위로 굵은 눈물방울이 펑펑 흘러내리는 것을 본 비엔나가, 주인의 구멍에서 스르륵 다리들을 빼내기 시작했다.

비엔나의 굵은 다리가 스르륵 빠져나간 주인의 붉게 부푼 구멍이 붉은 속살을 내보이며 뻐끔댔다.

“흐어엉…크흡, 흡, 어어어어엉….”

비엔나의 다리가 찢어질 것 같았던 구멍에서 빠져나간 것을 느낀 주인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이제는 욕실 안을 온통 주인의 울음이 채우고 있었다. 주인의 구멍에서 빠져나온 비엔나의 다리가 끝없이 눈물이 흘러내리는 주인의 뺨을 닦아 주었다.

“흐윽…허으엉…”

주인의 손이 자신의 뺨을 닦아 주는 중인 뜨겁고 미끌거리는 다리의 끝부분을 꼭 쥐었다. 주인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비엔나의 다리를 꼭 쥐고 놓지 않았다.

* * *

“하아…”

주인은 다시 씻고 나오던 중, 그대로 욕실 입구에 주저앉아 버렸다. 뜨거운 물은 정말로 꼴도 보기 싫었으므로, 아직 봄이 되지 않았는데도 찬물을 끼얹은 주인의 퉁퉁 부은 입술이 살짝 파랗게 질려 있었다.

주인은 완전히 질린 표정을 지으며 수건을 그나마 얼룩덜룩한 자국이 덜 남은 목덜미에 걸쳤다. 샤워하면서 몸을 살펴보니, 욕실의 뜨거운 김에 익은 상태에서 바닥 타일에 문질러지는 것은 물론 비엔나의 빨판이 달린 굵은 다리에 감기고, 조여지고, 문대지고, 박혔으니 온몸에 벌겋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지만 땀이며 점액, 정액과 침, 눈물 등 온갖 액체로 더러워진 몸을 씻지 않을 수는 없었으므로 최대한 몸을 문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차가운 물로 몸을 씻어 냈는데도 벌겋게 익은 몸 여기저기는 원래의 색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몸을 박박 문질러 닦는 것을 포기하고 대충 헹구고 나온 주인은, 얼룩덜룩 난리가 난 몸을 만든 주범이 있는 쪽을 살짝 노려봤다. 하지만 막상 자신이 언제 주인의 온몸을 괴롭혔냐는 듯, 새까맣고 동그란 눈동자를 순진하게 반짝이고 있는 비엔나를 보고 있자니 화를 내는 것도 우습게 느껴졌다.

자신이 보호자의 체면 같은 것도 내던지고 울기 시작하자 바로 그만둔 것도 그렇고, 아기나 다름없는 비엔나의 행동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웃겼다. 아마 자신이 욕조를 잡고 버티니 반사적으로 힘겨루기와 비슷한 상황으로 인식했던 것일 것이다.

‘하하… 그래, 그냥 포기하자.’

한계까지 벌어졌던 구멍이 아직도 화끈대고 뻐끔거리는 느낌이긴 하지만 피를 보지도 않았고 비엔나에게 구멍을 처음 뚫린 것도 아니었으니 계속 곱씹고 있는 것도 웃겼다.

‘그리고, 우리 비엔나는 애기니까.’

“…이리 와.”

체념한 주인은, 왠지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처럼 다리를 동그랗게 말고 자신과 눈을 마주해 오는 비엔나에게 손짓했다. 주인은 비엔나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손, 아니, 다리 줘 봐.”

비엔나가 동그란 머리통을 한 번 갸웃 하더니, 주인이 내민 손 위로 자신의 다리 하나를 올렸다. 미끈거리는 두꺼운 다리 중 상대적으로 가느다란 다리의 끝부분이 주인의 손바닥 위에 턱 얹어졌다.

주인은 다른 손에 쥐고 있던 통을 한 번 흔들어 비엔나의 다리 위에 치익 뿌렸다. 조금 놀랐는지 주인의 손에 얹어진 비엔나의 다리가 움찔 떨렸다.

“아이고, 놀랐어? 아까 우리 비엔나, 다리 덜 적셨잖아. 내가 너무 힘들어서 또 샤워기로는 못 하겠고… 내가 쓰는 미스트 뿌려 줄게.”

움찔거리면서도, 얌전히 다리를 손에 올리고 있는 비엔나에 주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주인은 웃으며 미스트 통을 한 번 더 흔들었다.

피부가 흰 주인은 피부가 얇은 축에 속했으므로, 면도를 하거나 외출했다 돌아오면 피부 진정을 위해 미스트를 가볍게 뿌려 피부를 진정시키고는 했다. 여러 가지 제품을 써 봤지만, 주인이 써 보기로는 현재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온천수 미스트가 제일 괜찮았다.

주인은 얌전히 자리를 내밀고 있는 비엔나의 다리 여기저기는 물론 동그란 머리통에도 미스트를 칙칙 뿌렸다. 여분으로 두 통 정도 더 있긴 하지만 비엔나의 크기가 장난이 아니니 이번에는 아예 박스째로 주문해야 할 것 같았다.

* * *

“비엔나야~ 나 왔어!”

비엔나는 오늘도 자신의 앞에 와서 앉는 주인을 빤히 쳐다봤다. 주인은 가끔 수조 앞에서 사라졌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돌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늦어지는 것 같아 수조 안을 한 바퀴 돌았다. 딱히 주인을 기다렸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자신 외의 유일한 생명체의 행방에 대한 의문. 그 정도의 감상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자꾸만 깜박거렸다. 뭔가가, 기억날 듯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저 까맣고 커다란 눈은 비엔나의 기억에 선명하게 박혀 버린 것 같았다.

아무래도 무언가를 일렁일렁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저 커다란 까만 눈이 자신을 보면 항상 똑같은 모양으로 휘어지는 것이 신기해서일지도 모른다.

비엔나는 수조 앞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은 주인의 커다란 얼굴 앞으로 빠르게 헤엄쳐 갔다. 일렁이는 커다란 까만 눈이 점점 가까워졌다. 모든 것이 흐릿한 비엔나의 기억에 선명한 것은 오로지 저 커다란 까만 눈뿐이었다.

“우리 귀여운 비엔나, 잘 있었쪄요?”

주인의 커다란 눈이 휘어지고 그와 동시에 킥킥 웃은 주인이 손가락을 비엔나의 앞에 가져다 댔다. 비엔나는 그 손가락 앞에 가만히 멈춰 있었다. 꼭, 그렇게 멈춰 있으면 그 손가락과 닿을 수 있는 것처럼.

“뭐야, 그 먹다 남은 소시지 같은 건?”

처음 듣는, 별로 듣기 좋지 않은 목소리가 비엔나의 귀에 들려왔다. 주인의 손가락 앞에서 짧뚱한 다리를 열심히 저어 주인의 손가락 끝이 닿은 위치에 몸을 띄우고 있던 비엔나의 작은 몸이 움찔했다.

“…무슨 소리야. 우리 비엔나를 소시지 따위에 비교하지 마.”

곧이어 수조의 비어 있는 면을 커다란, 처음 보는 얼굴이 가득 채웠다. 빛을 봤을 때부터 항상 본 것은 주인의 얼굴뿐인 비엔나의 눈에 그 얼굴은 생기다 만 것처럼 보였다.

낯설었고,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

비엔나는 머릿속을 울리는 경고음을 따라, 반사적으로 있는 힘껏 다리를 펴고 몸을 부풀리며 낯선 이에게 적대감을 표출했다.

“푸하학, 이거 뭐야? 이름도 비엔나라고 지어 놓고, 소시지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짧은 다리 펴니까 삶아서 동그랗게 돌돌 말린 문어 소시지 같다? 야, 쪼그만 게, 덤비냐?”

낯선 이가, 주인의 킥킥 밝게 울리는 웃음소리와는 다른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비엔나 앞의 수조 벽면을 손가락 마디를 세워 콩콩 두드렸다.

수조가 미미하게 흔들리며 비엔나가 떠 있는 수조 안의 물이 출렁였다. 주인의 조심스러운 터치와 작은 두드림에 익숙했던 비엔나는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던 비엔나가 통통한 몸을 파르르 떨었다. 자신이 저런 놈의 위협에 물러섰다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까만 깨 같은 동그란 눈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만큼 세모꼴로 변했다. 왠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대로라면 주인을 빼앗길 거라는 생각이 비엔나의 작은 머릿속을 지배했다.

비엔나는 돌격을 위해 뒤로 조금 물러서 짧뚱한 몸을 다시 동그랗게 부풀렸다.

“씨발… 야. 재밌어? 남의 반려 생물 보고 못생겼다고 하고, 이 쪼그만 걸 그렇게 위협하면 재밌냐고.”

막 돌격 준비를 하던 비엔나가 수조 벽으로 돌진하는 것보다, 주인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주인이 낯선 생명체와 비엔나가 든 수조의 사이로 끼어드는 것이 더 빨랐다.

“너 설마 화났냐? 아니… 그리고 내가 언제 못생겼다고… 아니, 소시지 닮은 건 맞잖아.”

“그럼 그게 칭찬이냐? 어딜 평가질이야. 씨발, 내가 너보고 눈 작다고 발효되다 만 새우젓 같다고 하면 좋겠냐? 그리고 이 쪼끄만 걸 그 족발 같은 손으로 위협해?”

“뭐…뭐? 미친, 현주인. 너 진짜 미쳤냐? 너…너, 그게, 그게 형한테 할 소리야?”

주인의 온화하게 휘어질 줄만 아는 줄 알았던 커다란 눈이 명백한 분노를 담고 일그러졌다. 비엔나가 아닌, 비엔나의 적을 향해. 주인이 완전히 비엔나를 등지며 수조를 가리듯 섰다.

처음으로 자신의 앞에 등을 보이고 선 주인의 넓은 등을 빤히 올려다봤다. 주인의 넓은 등은 비엔나의 수조를 전부 가리고 있었다.

“형은 무슨. 난 고아라 너 같은 형 둔 적 없거든? 꼴랑 한 살 차이로 유세는. 내가 아무리 요즘 외로웠어도 너 같은 건 안 주워 먹는다. 야, 꺼져.”

“…두고 보자. 너 어디, 내가 가만 있을 줄 알아? 너랑 나랑 같이 아는 사람이 몇 명인지 잊었어?”

“귓구멍도 늙었나… 꺼지라는 말 못 들었어?”

그렇게 비엔나가 주인 외에 처음으로 마주했던 낯선 이는 주인과 비엔나의 앞에서 떠나갔다.

주인을 빼앗기지 않았다는 승리감과 주인에게 선택받았다는 우월감으로 비엔나의 작은 몸이 파르르 떨렸다. 다른 생명체를 보니 알 것 같다. 주인은 비엔나에게, 단순한 자신 외의 생명체 정도가 아니다.

그 순간 비엔나의 깜박이던 머릿속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 이젠 알 것 같았다.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깜박이는 기억 속에서 듬성듬성 떠오르는 목소리가 비엔나에게 말해 주고 있었다.

‘너한테… 남은…… 는…… 이제 네 번…… 신중하게…… 되돌릴 수 없……’

“에잇… 내가 다시는 집으로 누구 끌어들이나 봐라. 대충 몸만 보고 괜찮은 것 같아서 골랐다가 완전 똥 밟았네… 에휴… 앞으론 영 외로우면 그냥 자위나 해야지. 우리 비엔나가 집에 있는데 남자는 뭔 남자냐. 애 교육에 안 좋게.”

주인의 커다란 등이 아니라, 얼굴이 다시금 수조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비엔나, 내가 미안해. 많이 놀랐어? 다시는 저런 놈 안 데리고 올게. 아이고, 우리 애기 놀래서 색 칙칙해진 것 좀 봐… 우리 비엔나, 주인님한테 와 보자, 응? 말린 멸치 줄까?”

비엔나는 몸을 움직여 주인의 손가락 앞으로 다가갔다. 통통한 적갈색의 몸이 꾸물거리며 주인의 손가락이 닿은 위치에 정확하게 맞닿았다.

“아이고, 천재네, 천재! 어떻게 이렇게 손가락 짚은 곳에 정확하게 왔어요? 응? 우리 비엔나, 지금 주인님 손가락이랑 인사했쪄요? 헉, 맞아. 내 폰, 폰 어딨어! 사진 찍어야 해!”

주인이 앞에서 커다란 덩치를 굽히고 부산을 떨든 말든, 이미 마음을 정한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작은 눈이 단호한 빛으로 반짝 빛났다.

* * *

비엔나의 까맣고 동그란 눈이, 헐떡이며 늘어진 주인의 얼굴을 훑었다. 비엔나의 상대적으로 얇은 다리 끝이 눈물로 얼룩진 하얀 뺨을 약한 힘으로 톡톡 두드렸다. 주인은 반응하지 않았다.

비엔나는 이번에는 다리 끝을 질척질척한 액체로 더러워진 주인의 붉게 얼룩진 가슴에 가만히 얹어 보았다. 부드럽고 두툼한 살덩이 아래로 꽤나 빠른 속도로 두근두근 뛰고 있는 주인의 맥박이 느껴졌다.

주인이 그냥 잠든 것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비엔나가 동그란 머리통을 움직여 자신의 다리 위에 늘어진 주인의 몸을 훑었다.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이 각종 액체로 번들거리는 얼룩덜룩한 몸을 응시했다.

주인의 하얀 얼굴은 물론, 그 아래의 흰 목덜미와 쇄골, 그 아래부터 이어지는 볼록 솟은 윗가슴과 가슴의 가장 위에 톡 솟아 있는 동그란 젖꼭지, 점차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이어지는 아랫가슴, 그리고 그 아래의 조금 전까지 자신의 다리의 윤곽이 보이게 불록 솟았던 납작한 배는 물론 붉은빛을 띠는 매끈한 좆, 자신의 다리를 빨판 째로 꽤나 깊은 곳까지 삼켰던 약간 부풀어 있는 구멍까지.

전부 붉은빛을 띠고 있었다. 자신으로 인해 온통 붉어진 주인의 몸뚱이를 보고 있자니, 비엔나의 마음 한구석에 서서히 만족감이 차올랐다. 수조 안에서 바라보던 다정하게 휘어지던 커다란 눈도 좋았지만 실제로 주인과 닿는 것은 비엔나가 혼자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기분이 좋았다.

주인이 어서 눈을 떠서 커다란 눈을 휘며 자신을 바라보면 좋겠다. 비엔나는 그렇게 주인이 깨어나 눈을 마주할 수 있기를 기다리며 한참을 주인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참을 주인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갸웃 움직였다. 자신이 꽤나 한참 동안 주인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주인이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서였다.

비엔나의 까만 눈이 걱정스럽게 주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러던 중, 주인의 굳게 닫혀 있던 눈꺼풀이 움찔움찔 떨리기 시작했다.

“으음…”

움찔움찔 떨리던 주인의 눈꺼풀이 들어 올려지고, 비엔나의 반질거리는 새까만 눈동자와 반쯤 떠진 검은 눈동자가 마주쳤다.

“비엔나!”

그리고 주인이 자신을 부르며 검고 큰 눈이 온전히 자신을 응시했다. 그리고 가까이서 본 주인의 눈은 주인의 감겨진 눈을 보며 상상한 것 이상으로 예뻤다.

* * *

욕실에서 나온 주인은 주방으로 향했다. 비엔나는 커다란 몸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그 뒤를 따랐다. 비엔나는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다리를 몸 쪽으로 끌어당겨 봤지만 주인이 들어간 주방 입구로는 머리조차 제대로 밀어 넣을 수 없었다.

비엔나는 시무룩해졌다. 커지기만 하면 계속 주인의 옆에 붙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은 소중한 기회 중 하나를 그냥 날려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야! 주방 문이 너무 작은 거야! 아니, 집을 뭐 이따위로 지었어? 응? 우리 애기 지나다니지도 못하게! 나중에 이사 가면 돼. 더 큰 데로 가자. 말린 멸치 먹을까?”

시무룩했던 것도 잠시, 주인이 동그란 머리통에 손을 올려 토닥이며 달래 주자 비엔나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까만 눈이며 자신의 머리를 부드럽게 토닥이는 손길을 느끼고 있자니 따뜻한 기운이 몸 안으로 퍼지는 것만 같았다.

조금 더, 조금 더 주인과 가까이 있고 싶었다. 비엔나의 붉은빛을 띠는 굵은 다리들이 수줍은 듯 꾸물꾸물 안쪽으로 동그랗게 말려들었다. 비엔나가 꾸물거리며 따뜻한 기분을 만끽하는 동안, 주인이 바스락거리며 말린 멸치를 가지고 왔다.

비엔나의 까맣고 동그란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주인이 직접 손을 넣어 먹여 준다는 점도 좋기는 했지만, 비엔나는 기본적으로 저 멸치가 좋았다. 평소에 먹는 사료의 맛과는 다른 짭짤함은 물론 씹는 맛이 있었다.

“자, 우리 애기. 맘마 먹자.”

주인이 자신의 도시락도 내버려 둔 채로 멸치 한 개를 집어 들며 익숙한 혀 짧은 소리로 자신을 불렀다. 비엔나는 기쁘게 주인을 향해 크고 굵은 다리를 내밀었다.

하지만 꽤나 큰 편인 멸치의 크기-비엔나는 모르겠지만, 주인은 큰 것이 좋다는 주의였기에 항상 인터넷으로 크기가 손가락 하나 정도로는 커다란 멸치를 주문하곤 했다-에도 불구하고, 말린 멸치는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

“…”

주인과 비엔나 모두 주방 바닥에 떨어진 말린 멸치를 황망하게 내려다봤다.

비엔나가 굵은 다리를 보다 섬세하게 사용하게 되었다고는 해도, 비엔나의 빨판 하나 크기는 될까 싶은 말린 멸치는 비엔나가 잡기에는 너무 작았다. 생각지 못한 새로운 단점을 발견한 비엔나는 약간 시무룩해졌다.

“괘, 괜찮아. 자, 이거 애기 다 먹어.”

주인은 비엔나의 굵은 다리를 잡고 새로 가지고 온 말린 멸치를 봉지째로 비엔나의 빨판에 붙여 주었다. 평소 먹던 사료도 봉지째 쥐여 준 것은 덤이었다.

사실, 말린 멸치며 평소 먹던 사료는 한 입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전부 먹었는데도, 배가 채워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먹을 것이 부족하다고 투정을 부릴 생각은 없었다. 주인은 주인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데도 자신에게 이것저것 가져다 먹이기 바빴으니.

“자, 이건 말린 미역이랑 말린 다시마야. 아마… 문어가… 그래, 해조류도 먹었… 을걸? 강아지는 먹어도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저염이고… 일단 먹어 보고 맛없으면 퉤 해.”

주인은 항상 자신에게 다정하다. 비록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수조 밖으로 나와 주인의 까만 눈을 마주한 것에 후회는 없었다. 자신은 역시, 주인이 너무 좋았다.

순식간에 말린 멸치 두 봉지와 커다란 사료 한 봉지에 이어 주인이 건넨 미역과 다시마까지 전부 먹어치운 비엔나는 주인이 간에 기별은 갈지 의심스러운 크기의 도시락을 꼭꼭 씹어 먹는 것을 까만 눈을 말똥이며 지켜봤다.

“크읍… 비엔나, 그렇게 있으니까 꼭 강아지 같네. 귀여워라.”

강아지? 생소한 단어에 비엔나의 까만 깨를 닮은 눈에 호기심이 어렸다. 그러고 보니, 수조 안에 있을 때 지나가듯 한 번쯤 들은 기억이 있었던 것도 같다. 비엔나가 동그란 머리통을 바쁘게 굴렸다.

아, 기억났다. 털이 복슬복슬한 생물들의 사진을 보여 주며 친구의 강아지라거나 인터넷에서 유명한 강아지라는 말 등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우리 비엔나가 더 귀여워. 주인님 밥 거의 다 먹었으니까, 조금만 기다리자.”

주인의 다정한 목소리에, 비엔나의 동그란 머리통이 한껏 치켜 올라갔다.

그것 봐. 주인은 나를 선택했어. 나를 제일 좋아해. 주인만 나를 좋아해 준다면 상관없어.

곧이어 밥을 다 먹은 주인이 주방에서 나왔다. 비엔나는 꾸물꾸물 커다란 몸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주인의 뒤를 따랐다. 주인이 침대에 털썩 앉자 비엔나는 붉은빛을 띠는 굵은 다리를 움직여 주인의 등과 침대 사이로 넣어 주인의 등을 감쌌다. 주인과 닿기 위해 수조 밖으로 나온 만큼 이왕이면 주인과 최대한 많이 닿아 있고 싶었다.

* * *

비엔나는 자신에게 기대어 눈을 반쯤 감고 졸고 있는 주인을 내려다봤다.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 것을 보고 금방이라도 주인이 떨어질 것 같아 다리로 받쳤더니 주인은 그대로 자신의 다리에 몸을 늘어뜨렸다. 결국 ‘온천수 미스트’라는 것을 자신에게 두 통이나 뿌린 주인은, 미스트를 뿌린 것을 마친 뒤로 꾸벅꾸벅 졸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쓰읍… 지금 몇 시… 아야야…”

고개를 떨구던 주인이 붉은색으로 퉁퉁 부어오른 입술을 훔치다가 팔로 새빨간 색의 젖꼭지를 스치곤 아픈 듯 신음을 흘렸다. 조금 전까지 주인의 얼굴을 보고 있던 비엔나는, 문득 눈에 들어온 새빨간 젖꼭지를 빤히 응시했다.

분명 처음에는 그냥 주인을 기분 좋게 해 주려고 붉은 부위들을 건드리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이제는 주인의 붉은 부위들을 보면 자꾸만 빤히 바라보게 되었다. 아까도 주인을 아프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는데 주인의 엉덩이 사이의 붉은 구멍을 자세히 보려다가 주인을 울려 버렸다.

앞으로는 주인의 붉은 부위를 만져 줄 때는 조금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주인의 커다란 눈이 자신을 향해 휘어지는 것이 눈물을 흘리며 일그러지는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

비엔나는 생각에 잠겼다. 주인의 옆에 더 오래 붙어 있고 싶었다. 문득 고민하는 비엔나의 머릿속에, 아까 주인이 보여 줬던 강아지 사진이 스쳐지나갔다. 주인은, 강아지는 주인과 함께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남은… 세 번… 신중…… 되돌릴 수 없…’

생각에 잠긴 머릿속으로, 또다시 목소리가 울렸다. 비엔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의 다리에 기댄 주인은 그새 다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비엔나야, 나랑 오래오래 살아야 돼… 네 수명이 몇 년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죽을 때까지 네 옆을 떠나지 않을게. 내가 먼저 죽어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네 앞으로 재산을 전부 남기고 죽을 테니까….”

비엔나는 웅얼거리더니 자신의 다리에 기댄 채 완전히 잠들어 버린 주인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주인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비엔나의 눈에 무언가 결심을 한 듯, 단호함이 어렸다.

남은 기회는 세 번.

결심을 마친 비엔나의 몸이 서서히 빛에 감싸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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