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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 메리드 트러블 (60)화 (6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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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테오도어는 본궁으로 향했다. 손끝까지 두근거려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게 리엔델의 짓이라면 그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낮인데도 세상이 어두웠다.

성에 있는 모든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멀쩡한 한낮의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천둥이 울렸다.

그건 뇌우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흰빛이 번쩍이며 불길하게 해를 덮고 있었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갑자기 어두워진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더니 그곳에서 다시 햇빛이 떨어졌다.

구름이 갈린 경로를 따라 바닥에 빛의 길이 생겼다.

이곳으로 오라는 듯했다.

테오도어는 어떤 판단도 없이 위스에게 달려갔다.

왕의 병사들이 그를 막아섰다.

“아악!”

“대공이다! 이곳에 대공이…….”

테오도어는 병사들을 뚫고 마력이 격동하는 중심 지점으로 뛰어들었다.

그곳에 위스가 있었다.

바닥에 무릎을 대고, 흰 얼굴은 피에 젖어서.

“위스미아!”

그런 위스에게 거대한 마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테오도어는 그 앞을 막아섰다.

-생각해 봐. 내가 죽으면…….

-그때 저는 이미 죽은 뒤일 테니 생각할 것이 없군요.

테오도어는 맹세를 지킬 것이다.

이번에는.

마력이 폭발했다.

⚜ ⚜ ⚜

“전하.”

위스는 눈을 깜빡였다.

흙먼지와 핏물과 눈물로 시야가 막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손을 뻗었다. 단단한 턱이 만져졌다. 목과 어깨를 만지고 다시 얼굴을 더듬었다.

“등은?”

“괜찮습니다.”

테오도어가 대답했다.

“팔다리는?”

“무사합니다.”

“어디 한 짝 날아가지 않았느냐?”

“아무 데도 다치지 않았습니다. 전 괜찮습니다, 전하. 무사하지 않은 분은 전하십니다.”

“난 멀쩡해. 앞을 봐라.”

이놈은 죽고 싶은 놈인가?

‘마력에 대응하는 법도 모르는 놈이 무슨 정신으로 뛰어들어?’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가? 눈이 없나?

‘미친놈.’

그러나 화낼 때가 아니다.

위스는 치미는 감정을 억눌렀다. 눈이 뜨거웠다.

“마법사는 전투 불능일 것이다. 인형들이 보이느냐?”

“……예. 크기가 작군요.”

“몇 기가 남아서 작동하고 있느냐?”

“수십 기입니다. 전부 멀쩡한 듯합니다.”

‘뭘 만들었냐.’

인형은 과연 전투 병기였다. 인간보다 튼튼해 마법에 실패한 타격을 적게 받는 듯했다.

인간과 달리 감정의 동요를 느낄 리도 없어서, 테오도어라는 기사에게 두려움을 느끼지도 않을 터였다.

“팔라틴 왕의 병사들도 이곳을 포위하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 한 곳을 뚫었으니 그곳을 도주로로 삼을 수 있을 듯합니다.”

‘유능한 놈…….’

위스는 가물가물한 정신을 다잡았다.

“잘했어.”

대답은 조금 늦게 돌아왔다.

“예.”

“틈을 봐서 그리로 도망치자.”

“예.”

테오도어가 위스를 안아 들었다. 위스는 테오도어의 목에 자신의 팔을 걸고 끌어안았다.

‘가벼우니 매달고 달리기는 낫겠군.’

짐 덩어리는 가벼운 편이 나을 것이다. 위스는 이 몸에 처음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안 돼요, 폐하. 도망가도 인형들은 폐하를 쫓을 거예요. 바깥까지 피해가 미칠 텐데요.”

사무엘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테오 경, 폐하를 놔주세요. 폐하께서 경과 결혼한 이유를 궁금해하지 않으셨어요? 폐하는 팔라틴에 내전을 일으키기 위해 경께 청혼한 거예요.”

“닥쳐라, 마법사.”

테오도어가 대답했다.

“폐하께서, 경을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아시잖아요.”

사무엘은 겁먹지 않았다.

‘저 새끼가.’

테오도어가 동요한다면.

위스는 자신의 행동에 변명할 필요성을 느껴온 적이 없었다. 누구도 그의 변명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위스가 하는 건 명령이었고 그의 주변 사람들이 해야 할 행동은 그 명령에 따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스는 지금 테오도어에게 변명하고 싶었다.

‘뭐라고 하냐.’

하지만 사무엘의 말을 다 사실이었다.

위스는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그저 명령했다.

“듣지 마.”

“예, 전하.”

말도 안 되는 소리에도 테오도어는 순종했다.

‘이놈은…….’

머리가 어지러워서 위스는 테오도어의 목을 꽉 안았다.

“좋습니다. 그렇게 꼭 잡고 계십시오.”

테오도어가 어디론가 달려들었다.

쾅!

인형이 날아갔다.

부딪히는 소리로 위스는 테오도어가 인형을 상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인형은 마력을 운용해 대응했다.

쾅! 쾅! 쾅!

마력의 스파크를 피할 때마다 위스는 피부가 따끔거렸다.

몸이 마력에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쓸모가 있었다. 마법이 주위를 스쳐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솜털이 곤두섰다.

위스는 보지 않아도 수백 개의 마법이 그들에게 날아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저게 뭐야?”

“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사람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압도됐다.

“핵을 파괴해야 돼.”

위스는 눈을 뜨려고 노력했다.

인형 핵의 위치를 확인해 테오도어에게 알려 줘야 한다.

“알겠습니다. 꼼지락거리지 말고 좀 쉬십시오.”

“뭘 아느냐……. 볼 줄도 모르는 게…….”

“마력이 뭉쳐 있는 곳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압니다.”

쾅!

테오도어의 몸이 다시 흔들렸다.

또 무언가와 충돌했다.

위스는 간신히 피눈물을 닦아 내고 앞을 봤다.

“…….”

수천 개의 빛의 화살이 날아들고 있었다.

그것을 한 대도 맞지 않고 피하거나 쳐 내며 테오도어는 인형을 파괴하고 있었다.

파괴된 인형들은 작동을 멈추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목이 꺾이거나 발이 돌아가 내부를 드러내고 있다. 위스는 파괴된 면에 드러난 마력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쾅!

“의식을 잃으시면 안 됩니다. 전하, 제발…….”

“앞이나 봐라…….”

그 와중에 테오도어는 위스를 걱정하고 있었다.

위스는 팔에 힘을 주어 그를 다시 끌어안았다.

‘마력도 못 보던 놈이.’

그새 성장했다. 무슨 수를 쓰든 이놈을 혼자서는 못 죽일 것 같다.

그러나 위스는 이놈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아마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를 죽일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그건 사무엘도 마찬가지였다.

쾅!

“쿨럭!”

사무엘은 인형이 파괴될 때마다 피를 토하고 있었다.

그가 토해 낸 핏덩어리가 시뻘겋게 바닥에 뭉쳐 있었다.

‘더 하면 죽는다.’

그러나 사무엘은 인형을 멈출 생각이 없었고, 인형은 중지 명령을 받지 않으면 남은 한 기가 모두 파괴될 때까지 위스를 죽이려 덤벼들 터였다.

‘한심한 놈.’

위스는 멍청하게 쓰러져 있는 사무엘을 쳐다봤다.

멀리서 병사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팔라틴 왕의 병사들이었다.

‘이만한 소란이 일어난 이상 없던 일로 덮을 순 없다.’

왕은 이곳에서 테오도어를 죽일 것이다.

위스를 인질로 삼아.

‘사무엘이 죽으면 테오도어는 마탑의 적이 된다.’

아니.

그게 아니라도 위스는 사무엘이 죽지 않기를 바랐다.

‘멍청한 놈…….’

사무엘의 대마법은 마지막 순간 방향을 바꿨다. 위스에게서 비켜 간 방향으로.

그건 위스가 한 일이 아니었다.

“사무엘.”

위스의 목소리는 작았다. 소란에 묻혀 들리지도 않을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시체처럼 쓰러져 있던 사무엘이 눈을 떴다.

“예, 폐하.”

“난 전쟁을 일으키지 않아. 이제는 못 해. 멍청한 놈이, 다 알면서 왜 바보짓이냐…….”

‘위스미아’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테오도어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

위스는 그럴 수 없었다.

위스의 기사가, 마법사가 원하지 않는 일을 그가 하겠는가?

지금은 전란의 시대가 아니었다.

위스를 둘러싼 모든 것뿐만이 아니라 위스 자신도 변해 버렸다.

그걸 가장 곁에서 지켜보고 아는 놈이 헛소리를 하고 난리다.

사무엘은 다 죽어 가는 꼴로 위스를 멀뚱히 보고만 있었다.

그 꼴이 화가 치밀었다.

“맹세를 기억해!”

사무엘은 위스에게 맹세했다. 그의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충성하겠다고.

육체의 죽음 따위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 맹세는 위스와 사무엘의 것이었다.

위스가 아직 사무엘의 왕인 이상, 그는 맹세를 지켜야 한다.

“……나를 폐하라고 부르려면, 약속을 지켜라. 인형을 멈춰. 왕의 군대를 막아.”

사무엘은 가느다란 숨을 내쉬었다.

“…….”

그의 대답은 갑작스레 등장한 기사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기사는 한 무리의 기마병들을 이끌고 있었다.

“지원하러 왔습니다, 마법사님! 예언 속 ‘멸망의 씨앗’을 대륙에서 뿌리 뽑겠습니다!”

왕의 병사들이 동경의 눈초리로 사무엘을 쳐다봤다.

겉늙은 기사가 위스를 돌아봤다.

“여전하시군요, 위스미아 전하. 말 몇 마디로 남자를 부리는 일이 여기서도 통하실 줄 알았습니까?”

‘이 새끼는 또 뭐야.’

팔라틴 왕의 사절로 찾아온 시저 남작이었다.

위스가 대답하기도 전에 거대한 마력구가 남작을 덮쳤다.

시저 남작은 그대로 낙마해 조용해졌다.

“예, 폐하.”

바닥에서 주섬주섬 일어난 사무엘이 대답했다.

인형 둘이 마법을 멈추고 그를 부축했다. 그는 양팔을 인형에게 기댄 채 무너진 허수아비처럼 섰다.

영 어설픈 꼴이었다.

그러나 사무엘은 원래 혼자서는 못 서 있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는 흩어져 있던 마법사들을 찾아다니고, 또 위스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았는가?

“명에 따르겠습니다.”

사무엘이 피투성이 얼굴로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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