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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 메리드 트러블 (21)화 (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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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테오도어가 웃었다. 목만 울려 웃는 웃음이 맞닿은 입술을 통해 느껴졌다.

그는 위스를 만지면서 위스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관찰당하고 있다. 어쩔 줄 모르고 반응하는 꼴을 다 보이고 있다.

위스는 수치스러워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구석에 놓인 전신 거울과 눈이 마주쳤다. 위스는 저딴 게 왜 침실에 놓여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침실을 벗어나기 전에 얼굴을 한번 살피라는 의도겠지만.

현재 위스에겐 정말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그 목적성이 최악이었다.

위스가 어떤 꼴로 깔려 있는지 그대로 보였다. 달아올라서 헐떡거리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 위스는 수치스러워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테오도어는 목에 입을 맞추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만……. 으응, 하지 마…….”

“이러지 않으면 다치십니다.”

“그냥 좀……!”

정사에 익숙하지 않은 위스라도 그가 뭘 하고 싶은 건지는 알 수 있었다.

위스의 몸을 이완시키고 싶은 게 아닌가?

쓸데없는 배려였다. 그냥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

“좀?”

“흑, 빠, 빠르게…….”

“여기서 더?”

테오도어가 이를 세우고 지분거렸다. 그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내뱉는 숨이 피부를 간질여서, 배 속이 오싹하고 뜨거워졌다. 안쪽에서 시작된 열기가 가슴을 데우고 머리까지 올라왔다.

“아니, 아니이, 그거 말고…….”

“……이런 거 말이십니까?”

테오가 다시 콱 깨물었다.

“응! 으으응, 아니……!”

이 새끼가 말귀를 못 알아들어서 위스는 서러웠다. 그는 어쩔 줄 모르고 훌쩍였다.

“……그대는 이런 게 좋은가?”

테오도어의 이성이 유지되는 건 거기까지였다.

그의 애무가 멈췄다. 위스는 영문을 모르고 안도했다.

그러나 이른 안도였다.

어쨌든 위스는 테오도어가 더 미루지 않게 하는 데 성공하긴 했다.

⚜ ⚜ ⚜

위스는 통증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어제 커튼도 안 치고 잤는지 햇살이 그대로 들어오고 있다.

눈부신 아침이었다. 그러나 위스의 기분은 상쾌하지 않았는데, 허리와 말 못 할 곳의 통증 때문이었다.

아직도 이물감이 남은 것 같다. 짓씹힌 피부는 그대로 흔적이 남아 울긋불긋했다. 이불을 내리자 쓸린 피부가 고통을 호소했다.

위스는 일어나려다 주저앉을 뻔했다.

‘미쳤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무리해서 수련했을 때처럼 근육통이 일었다. 다들 밤에 이 짓을 하고도 낮에 그렇게 쌩쌩히 돌아다닌단 말인가?

위스는 전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다. 마차에 한 대 치인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그건…… 사고였다.

아직도 손이 떨려서 가운이 잘 잡히지 않았다. 간신히 몸을 꿰어 넣은 뒤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뭐에 대한 안심인지는 몰랐다.

‘몸이 왜 이렇게 떨리냐.’

위스는 의아해하다가 테오도어에게 허리를 잡혔다.

피부가 확 달아오르고 배 속이 간지러워졌다.

테오도어는 위스의 등허리에 입을 맞추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그의 향이 느껴졌다. 위스는 테오도어가 왜 그렇게 간밤에 코를 들이댔는지 알 것 같았다.

그에게서 싸한 숲 냄새 같은 것이 났다. 깊고 자극적인 향이다. 그런데도 피부 아래서 머무는 것처럼 은근하게 느껴져서, 몸이 근질근질해졌다. 좀 더 제대로 맡고 싶다.

‘대가리를 쳐야 정신을 차리나.’

위스는 자기 목을 치고 싶었다. 이 몸은 제대로 된 곳이 없다.

“더 주무십시오. 간밤에 제대로 쉬지 못하셨을 텐데요.”

‘누구 때문이냐?’

테오도어는 위스의 허리에 이마를 문지르며 웃었다.

“페로몬은 갈무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제정신을 유지하기가 좀 힘들어서…….”

“페로몬?”

“……아니면 좀 더 할까요. 아직 만족하지 못하셨습니까?”

위스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니요!”

테오도어가 웃음을 터뜨렸다. 위스는 가운을 여몄다. 테오도어에게서 떨어지고 싶었으나, 허리가 잡혀서 불가능했다.

‘이 자식 왜 이렇게 친한 척이지.’

그러는 위스도 테오도어가 부쩍 잘 알던 놈처럼 느껴지는 게 찜찜했다.

침대에서 살을 맞대고 있으면 정이 생긴다. 위스가 정략결혼 상대와 잠자리를 갖지 않은 데에는 그런 이유도 있었다. 가장 크게는 어느 세력이든 힘을 실어 주기 싫어서였지만.

그런데 이놈은 무슨 생각으로 위스와 잤단 말인가?

‘아니지.’

이 경우 위스와 상황이 달랐다.

보통은 정략결혼으로 낳은 애를 후계자로 삼을 것이다. 둘 사이의 아이야말로 동맹의 가장 큰 증표가 아닌가?

위스는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페로몬 조절.”

“……조절하는 법을 모르십니까?”

“까먹었습니다.”

위스는 눈도 깜짝 않고 말했다. 평생 베타로 살아온 그는 그게 되도 않는 소리라는 걸 몰랐다.

테오도어는 눈 깜빡이는 법을 까먹었다는 것다는 것과 비슷한 소리를 듣고 생각했다.

‘유혹인가?’

“……다시 배우셔야겠군요.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테오도어는 웃으며 위스의 위로 올라탔다. 위스는 침대 위로 쓰러졌다.

기사의 몸이 그를 깔아뭉개서 숨이 턱 막혔다. 위스가 입을 벌리자, 테오도어는 놓치지 않고 입술을 삼켰다.

한참 키스하던 테오도어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다시 입 맞췄다.

“이렇게 쉽게 열어 주시면 안 됩니다.”

“으응…….”

“좀 더 닫는다는 느낌으로…….”

“아…….”

“자꾸 단 향이, 흘러나와서……. 전하께선 소질이 없으시군요.”

“내가, 뭘…….”

그러는 테오도어는 설명에 소질이 없었다. 위스는 그가 뭘 설명하고 있는지 감도 안 왔다.

“……아니, 그 반대인 것 같기도 합니다.”

위스는 넋이 나가서 입맞춤을 받고 있다가 웃음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천천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시간은 많으니까요.”

‘시간?’

위스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는 시간이 없었다. 늦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잠깐, 잠깐만…….”

“……왜 그러십니까?”

테오도어는 뺨을 지분거리던 입술을 떼어 냈다.

“일단 수도에 모인 귀족들은 잡아 둘까요. 자기 영지로 돌아가면 귀찮아지니까.”

“……?”

⚜ ⚜ ⚜

테오도어의 부관 예센은 자신이 왜 상관의 신혼 첫날 침실로 불려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대공의 명령이 있었다.

-조사한 내용을 가져와.

습격 주모자들의 진술서와 정황 조사 내용을 가져오라는 명령이었다.

누구 말이라고 거역하겠는가?

서류를 품에 안고 이동하면서 예센은 어쩌면 상관이 무언가 알아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서머 왕실과 리엔델 왕의 드러나지 않은 공조 같은 것을.

‘신혼 첫날 추궁하시는 건가.’

예센은 위스미아 왕자를 좋아하지 않았으나, 안됐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 왕자는 계략이든 뭐든 잘 알지도 못할 것이다. 휘말렸을 뿐이지 않나.

‘최악의 하루가 되겠군.’

그러나 예센의 추측은 침실에 도착한 뒤 사라졌다.

“들어가겠습니다.”

“아, 왔군. 거기서 멈춰. 들어오지는 말고.”

“예?”

대공은 몸소 문을 열고 서류를 받았다. 그가 워낙 소탈한 성격이어서 예센은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몸으로 예센이 들어갈 길을 막고 있었다. 예센이 의아해져서 그 옆으로 지나가려고 하자, 한 걸음 움직여 다시 막았다.

“……?”

예센은 문틈으로 침실 풍경을 목격했다. 위스미아 왕자는 여전히 침대에 있었다. 그런데 피부가 이상했다. 얼굴 아래부터 울긋불긋해서, 열병에라도 걸린 듯했다.

“……!”

“질문할 일이 있을지 모르니 잠시 기다리고 있어. 지금 안으로 누굴 초대하기에는 상황이 적절치 않군.”

어째서 ‘적절치 않은지’ 예센은 알 것 같았다. 그는 하얗게 질려서 대답했다.

“예. 이 방에서 대기하겠습니다.”

대공은 고개를 끄덕이고 침실로 돌아갔다. 문이 닫혔다.

침실과 연결된 방에는 시선을 빼앗는 구경거리가 여럿 있었다. 예센은 위스미아 왕자의 초상화에 집중하고 싶었으나 온 신경이 침실로 쏠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침실에서는 이런 대화가 들리고 있었다.

-조금 더 해 볼까요. 인내심이 부족하시군요.

-이대로 나가면 큰일 나십니다.

-울지 마십시오. 그래도 안 됩니다. 제가 해 드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텐데요…….

-……어쩔 수 없군요. 어리광이 심한 분입니다.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예센의 상관은 담백한 성품이었다. 그 능력에 그 신분, 외모를 가진 왕족이 뭐가 부족하겠는가? 십 대 시절부터 유혹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대공은 유혹에 넘어간 적이 없었다. 언제나 점잖게 거절하고 절제해서 모든 기사들의 귀감이었다.

그런데 지금 방 안에서 들려오는 대화는 호색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위스미아 왕자의 대답은 들리지도 않았다. 추측하건데 울고 있는 듯했다.

‘아니야. 난 아무것도 못 들었어.’

예센은 귀를 막고 머리를 비웠다. 상관의 명예를 위해서였다.

한참 뒤 침실 문이 열렸다. 예센은 그 사이 초췌해졌다.

“들어와. 전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는군.”

“예? 예.”

위스미아 왕자는 여전히 침대 속이었다. 예센은 눈물범벅이 되어 있는 왕자를 볼까 봐 겁을 먹었으나, 왕자의 얼굴은 멀끔했다. 그 주변에 서류가 쌓여 있다는 점이 아까와 달랐을 뿐이다.

예센은 의아해졌다. 대공에게 건넨 서류를 왜 위스미아 왕자가 읽고 있다는 말인가?

“호버 남작, 클라넷 남작, 라드 백작을 추궁하지 않은 건 이들이 서머의 귀족이어서입니까?”

왕자가 물었다.

예센은 깜짝 놀랐다.

“그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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