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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 메리드 트러블 (13)화 (1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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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골렘은 끈질기게 앞을 가로막았다. 술사에게 근접한 건 골렘 다섯 기가 대부분 반파되어 다리만 걸어 다니게 되었을 즈음이었다.

위스는 위화감을 느꼈다.

‘왜 도망치지 않지?’

평범한 술사라면 수호 골렘의 파손을 느낀 순간 마력 회로를 폭주시키고 도주했을 것이다. 폭주하는 골렘이 시간을 끌기를 바라면서.

그게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그런데 이 ‘술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위스가 위치를 특정할 수 있게 된 시간부로 변화가 없었다.

테오도어의 검이 수풀을 베어 넘겼다. 무성한 나뭇가지가 떨어지자 공터가 드러났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생성한 작은 공터 한가운데에 그것이 있었다.

“……인형?”

테오도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간을 흡사하게 닮은 형체였다. 말 그대로 인형이다.

정교한 인형이 빙그르르 돌더니 테오도어와 그에게 업힌 위스를 쳐다봤다.

아니, 인형은 볼 수 없다. 인간을 흉내 낸 움직임을 취할 뿐이다. 그러나 위스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마력 반응은 저 인형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인형술?’

“……잠깐.”

위스는 테오도어를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기사의 반응이 더 빨랐다.

몸은 그대로 선 채 고개만 빙그르르 돌아가 자신을 쳐다보는 인형을 보며 ‘귀여운 인형이로군’이라고 느낄 사람은 드물 것이다.

테오도어는 일반적인 감성을 지닌 기사였다. 가차 없이 인형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쾅!

“…….”

위스는 이마를 짚었다.

인형의 머리는 꺾여서 어깨에 붙어 있었다. 척추의 역할을 해야 할 지지대가 가까스로 연결된 채 목과 몸의 분리를 막았다. 기괴한 꼴로 눈만 깜빡이던 인형이 입을 열었다.

“공격 반응. 이상 신호. 비상 체계로 전환.”

테오도어의 폐에서 헛바람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게 뭡니까?”

“인형.”

“그렇게 생겼군요. 하지만 인형은 혼자 움직이지 못하지 않습니까?”

“보통 말도 못 하지.”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인형이 입을 달칵거렸다.

“비상 체계. 개체 보호를 우선. 수호 골렘 회수. ……5기 파괴. 복원.”

인형의 주변으로 골렘이 모여들었다. 근거리의 적을 인식하고 반응하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일사불란한 움직임이었다.

테오도어가 반파한 골렘들은 허리가 분리되어 있었는데, 다리는 다리대로, 상체는 또 상체대로 알아서 쿵쿵 뛰어 복귀했다.

인형이 손을 번쩍 치켜들자 골렘들은 제 몸 파편을 알아서 찾아가 서로 달라붙었다.

“…….”

위스와 테오도어는 허망하게 그 꼴을 쳐다봤다.

“비상소집. 비상소집. 골렘 전 기 회수. 복귀를 명령.”

멀쩡해진 골렘들이 일어나 방패를 들었다. 두 사람으로부터 인형을 가로막는 위치였다. 잠시 뒤 땅울림이 느껴졌다. 사방에서 골렘이 모여들고 있었다.

“유인에는 성공했군요.”

테오도어는 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을 찾았다.

위스는 황당해졌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했었지.’

“이제 어떻게 할까요?”

위스가 입을 열었다.

“저 인형이 술사야.”

“저걸 부숴야 합니까?”

“그래.”

테오도어가 ‘어떻게?’라고 물으면 위스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마법사의 습격이 분명해진 지금, 자신이 마법을 써서 저놈을 부술 거라는 소리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법이 드물어진 이 시대에 무슨 오해를 받을지 모른다.

테오도어가 위스를 범인으로 오해해도 방도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테오도어는 방법을 묻지 않았다. 검을 빼 들고 달려들었다.

실용적인 성격이다.

‘아까도 그랬지.’

당장 상대를 앞에 두고 군말은 안 하는 것이다.

쾅!

골렘 두 기가 인형의 앞을 가로막았다. 테오도어는 대리석 석상에 몸을 처박은 꼴이 됐다.

그의 목에 매달려 있던 위스는 온몸이 격렬하게 튕겨서 팔을 놓칠 뻔했다.

‘……죽을 뻔했군.’

아찔했다. 테오도어는 위스가 잘 매달려 있는 걸 확인하고 훌쩍 뛰었다. 남 챙길 여유도 있는 모양이었다.

전위(前衛)를 맡은 기사에게 여유가 있다는 건 좋은 신호였다. 위스는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눈동자가 밝은 빛을 띠었다.

세상의 색이 반전되고 보통 사람의 눈에 안 보이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골렘의 사지에서 연결된 실이 허공의 막대기와 연결되어 있는 모습 같은 것이.

꼭두각시 인형의 조종대 같았다. 저것이 골렘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종대에서 뻗어 나온 실은 전부 인형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야외 연회장에서부터 달려오는 골렘들과 연회장 밖으로 유인했던 골렘들, 산으로 모여드는 모든 개체에서 뻗어 나온 실이 인형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인형은 이상한 바늘꽂이처럼 보였다.

‘대단하군.’

그럴 상황은 아니었지만 위스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300년 만에 인형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위스는 인형술의 기원을 알고 있었다. 위스의 마법사들은 전쟁 중에 흥미로운 생각을 해냈는데, 병사를 마법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골렘은 술사가 일일이 달라붙어 조종해야 하는 물건이었다. 그런 번거로운 돌덩어리가 아니라 진짜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전쟁으로 죽는다. 마법으로 만든 병사가 대신 전쟁에 나선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 인형은 만들어졌고, 전쟁에 별 쓸모는 없었다.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인형이 마법까지 쓰고 있지 않은가?

‘부수려니 아깝긴 하군.’

하지만 저걸 안 부수면 위스가 부서지게 생겼다.

위스는 팔에 힘을 줬다. 허공에 붕 떠오른 몸이 테오도어의 착지와 함께 그의 등짝에 부딪혔다. 폐가 으스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골렘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테오도어가 위스도 아는 사실을 말했다.

“이것들을 뚫고 술사를 공격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부숴도 재생하니 상대하기 힘들군요. ……제가 내려 드리면 저것들이 전하를 공격하겠습니까?”

“저게 나만 예뻐할 것 같진 않은데.”

“역시 그렇군요.”

“뭔데?”

테오도어가 할 말을 멈춘 느낌이 들어서 위스는 캐물었다. 그가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한 대 맞는 걸 각오하면 저 안으로 들어갈 순 있을 것 같습니다.”

골렘이 만든 보호막 안을 말하는 거였다.

위스는 의아해졌다.

“그럼 들어가.”

저런 소릴 하는 걸 보니 한 대 맞고 뻗지도 않을 모양인데, 뭘 묻고 있단 말인가?

테오도어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위스는 깨달았다.

‘위스미아가 문제였군.’

저 돌주먹에 맞으면 골로 갈 것 같은 몸이긴 했다.

이 몸이 아니라면 그가 짐 취급을 언제 또 받아 보겠는가? 위스는 헛웃음을 뱉을 뻔했다.

그가 즉답했다.

“어.”

‘맞을 생각도 없지만.’

테오도어는 포기하지 않았다.

“전하를 나무 위로 올려 드려도 위험하겠습니까?”

“그 질문 시간 낭비 같지 않나?”

“좀 그렇긴 합니다.”

“그만하고 저거 부수지. 슬슬 버티기 힘든데.”

위스가 버티기 힘든 쪽은 마력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테오도어는 자기 목을 끌어안고 있는 걸 말하는 줄 알았는지 입을 다물었다.

실제로 팔이 바람 맞은 이파리처럼 파들파들 떨리고 있긴 했다.

골렘 두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테오도어는 몸을 비틀어 피했다.

“……맞으면 전하께서 잘못되실 것 같아 하는 말입니다.”

“상관없어. 네가 죽으면 난 무사할 것 같아?”

위스는 이를 악물었다. 헐떡이는 소리를 내고 싶지 않았지만 무리였다.

팔은 힘이 빠지고 있고 코와 입으로 피가 넘어왔다. 삼키는 것도 한계가 있다.

“……최대한 제가 맞아 보겠습니다.”

테오도어는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골렘 사이를 파고들었다. 눈 깜짝할 채 위스의 몸은 다섯 기의 골렘 한가운데 있었다.

위스에게로 날아오는 거대한 팔이 보였다.

동시의 색이 반전된 위스의 시야에는 그 팔을 조종하는 마력 실도 함께 보였다.

위스는 그 빛나는 실을 끊어 냈다.

띵.

신경을 건드리는 소리와 함께 골렘의 몸이 비틀거렸다. 그것은 팔을 휘두르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위스는 넘어지는 골렘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는 허공을 보고 있었다.

입을 꾹 다물고 집중한 채로, 그는 허공에 이어진 실의 파도를 지켜봤다.

띵. 띵. 띵. 띵. 띵!

끊어진 실이 파도처럼 출렁였다. 빛무리가 흩뿌려지며 눈을 산란케 했다.

위스는 소맷부리로 얼굴을 막았다. 소매가 순식간에 피로 젖어 들었다.

쿵! 쿵! 쿵!

차례로 골렘들이 쓰러졌다. 다음 순간 테오도어의 검이 인형을 썰었다.

쾅!

골렘이 쓰러지는 소리와 비교도 안 되는 굉음이 울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위스는 튕겨져 나갔다. 누구 모가지를 붙잡고 있을 만큼 몸뚱어리에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의 몸은 바닥을 튕기고 먼지 더미 속을 두 바퀴 굴렀다.

‘죽겠다.’

“전하!”

위스가 기절하기 전에 목격한 건 그에게 달려오는 테오도어의 모습이었다.

그 뒤에는 인형이었던 것의 잔해가 남아 있었다.

아깝다는 생각이 순간 치밀어 올랐다. 그보다 먼저 드는 생각은 기절해선 안 된다는 거였다.

‘지금 입을 잘 털어야 저놈 목숨 살려 준 은인이 된다.’

그런다고 날아가는 의식이 붙잡힐 리 없었다.

위스는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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