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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 메리드 트러블 (2)화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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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위스는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뛰쳐나간 기사를 다시 끌고 들어왔다.

지금으로서는 정보를 얻을 곳이 이놈밖에 없다.

“악! 왜 이러십니까? 그렇게 잡아당기신다고 전하 힘으로 제가 끌려가겠습니까?”

“넌 기사가 왜 그렇게 말이 많으냐?”

“전하 오늘 정말 이상하십니다.”

위스미아 전하는 별로 위엄 있는 주인이 아니었는지 기사는 한번 말해서 듣는 법이 없었다.

“명령을 하면 듣는 시늉이라도 해라. 너는 주인을 모시는 법도 모르느냐?”

“예?”

“…….”

기사가 멍청하게 되물어서 위스는 꾸짖을 의욕도 잃었다.

나라가 개판이라는 건 호위 기사 상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약간의 고생 끝에, 위스는 기사를 무릎 꿇려 놓았다.

“아는 대로 말해 보아라. 전쟁은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

기사는 위스의 머리가 이상해진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한 듯했으나, 일단 고개를 조아리고 말했다.

“그야 야만스러운 팔라틴 왕국이 아니겠습니까?”

“팔라틴?”

위스는 그 지명을 알고 있었다. 죽기 얼마 전 들은 지명이 아니던가?

위스의 원정을 틈타 반란을 일으킨 지방이었다. 위스는 자비로운 왕이 아니었기 때문에 반란을 두고 보지 않았다. 그는 불씨까지 짓밟는 성정이었다.

그 작은 지방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그는 가장 아끼는 부관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부관이 반란군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뼈아픈 배신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놈 때문에 병이 악화된 것 같군.’

병마와 싸우는 와중에 부관의 배신 소식까지 접하게 되니 영 기력이 나지 않았다.

“북쪽 끝에 붙어 있는 그 낙후한 영지 말이냐?”

“언제 적 이야길 하십니까? 팔라틴이 중앙으로 세를 넓힌 게 언제인데요. 그놈들 몇 대 전부터 야욕을 보이더니, 신왕이 즉위한 후로 되도 않는 명분을 들어 정복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무슨 명분?”

“위스 대왕의 뜻을 받들어 서머 왕국령을 회복하겠다는 겁니다!”

‘위스 대왕?’

이놈들은 남의 이름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러나 누가 그를 대왕 따위의 소름 끼치는 호칭으로 부르자고 했는지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었다.

“그놈들이 무슨 명분으로 서머 왕국령을 회복하니 마니 하느냐? 그 위스 대왕의 후손이 멀쩡히 있고 서머 왕국이 멀쩡히 살아 있는 판에?”

“팔라틴이야말로 위스 대왕의 유지를 이었다는 겁니다! 그쪽 선조가 위스 대왕의 가장 충성스러운 기사 아니겠습니까?”

위스는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부관은 그를 배신한 것뿐만 아니라 그의 사후 아예 건국을 해 버린 모양이었다.

“그놈들이 삼백 년을 주장해 오던 게 서머 왕국은 대의를 잃었다는 것이니, 뭐 그 헛소리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 나라는 ‘아, 그 말이 옳습니다.’하고 항복했느냐? 동맹은?”

“아, 연합군부터 패배했죠.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아카젤 대공은 사람이 아닙니다. 전쟁 신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이 사실인 모양입니다.”

기사가 혀를 내둘렀다.

팔라틴의 정복 전쟁은 폭풍 같아서 휩쓸린 나라들은 백기를 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 전쟁에 앞장선 사람이 아카젤 대공이었다.

기사의 말에 따르면, 팔라틴이 전쟁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여러 나라가 비웃었다는 듯했다.

서머 왕국의 옛 영토를 차지한 나라는 한둘이 아니었다. 팔라틴은 전방위적으로 도발한 셈이다.

팔라틴이 쳐들어오면 그들은 당하고만 있겠는가?

그러나 아카젤 대공이 어찌나 뛰어난 기사인지 대적할 방도가 없었다. 왕국들은 연합군을 모아 대응했으나 이 또한 속수무책이었다.

여러 왕국이 차례로 무릎을 꿇고, 마지막으로 남은 서머 왕국마저 얼마 전 점령되었다…… 는 게 기사의 설명이었다.

서머 왕성이 멀쩡한 이유는 제대로 된 방어전도 없이 항복했기 때문이었다.

팔라틴의 강군이 서머 왕국으로 진격할 즈음, 이미 팔라틴군은 전쟁의 신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서머 왕국의 모든 사람은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위스미아 왕자는 벌벌 떠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연인과 야반도주를 시도했다…….

‘가지가지 하는군.’

위스는 후손들이 어디까지 한심해질 셈인지 의문이었다.

“이 와중에 폐하께서는 ‘위스 대왕께 도움을 청하겠다’면서 신관들을 불러 놓고 기도나 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때 많은 기사들이 실망하고 떠났습니다. 저는 끝까지 전하 곁을 지켰으니 충심이 지극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사가 코를 씰룩이며 말했다. 코웃음을 참고 있는 듯했다.

위스는 왕을 바보 취급하는 기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으나 욕이 튀어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 그래서 불려온 게 나다.”

“예?”

“적군의 규모는 어떻지?”

“예? 적군이요?”

위스는 기사에게 기대하는 대신 스스로 알아보기로 했다. 이놈에게 질문을 이해시킨다고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올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스는 체내의 마력을 살폈다. 예상대로 마력 한 줌 없는 몸이었다.

전쟁 중에 나라를 버리고 도망치는 왕자가 마법사일 리 있겠는가?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자신의 체내에 마력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즉시 벽에 머리를 박으려고 할 것이다.

마력과 두뇌는 마법사의 모든 것이다. 둘 중 하나를 잃으면 다른 것도 쓸모를 잃으니, 마력이 사라진 즉시 뇌를 부숴 버리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스는 일반적인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는 자해하는 대신 체외의 마력을 움직였다. 공기 중에 퍼진 희미한 마력이 느껴졌다.

위스의 이마가 땀으로 흠뻑 젖으며 허공에 바람이 일었다.

기사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위스를 쳐다봤다. 그도 느낄 수 있었다. 무언가 이적이 일어나고 있다.

마력이 한군데 모이기 시작했다.

들인 공에 비해 비효율적이기 짝이 없는 양이었으나, 다른 마법사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마법사가 체내의 마력을 이용하는 건 그게 효율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신의 몸에 담긴 마력밖에 이용할 수 없다. 마법사들이 마력을 잃는 즉시 죽어 버리려고 드는 건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위스는 체계적으로 마법을 배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노예였고, 마력을 깨닫자마자 그것을 활용해 주인을 죽였다.

이후에는 도주 생활을 하느라 느긋하게 마법을 배울 시간이 없었다.

위스를 따라 수십 명의 노예가 주인의 저택을 탈출했다. 그들은 위스만 믿고 있었다.

위스의 마법은 실전을 통해 발전했다. 추적을 피하고 또 적들을 해치기 위해.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하던 노예가 체내에 마력을 쌓았을 리 없었다. 주변의 마력을 닥치는 대로 긁어 사용하던 게 위스 마법의 근원이었다.

위스를 도와 왕국을 세운 마법사는, 마력 활용에 있어 그 이상으로 뛰어난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전으로 익힌 마법이라 남에게 가르치는 법은 몰랐다. 그러나 남의 몸에서 사용하는 데는 문제없을 것이다.

위스의 눈이 밝은 빛으로 물들었다.

허공에 뭉친 마력이 방 밖으로 퍼져 나갔다. 순간 커튼이 강풍에 휩쓸린 듯 펄럭였다.

마력은 그물처럼 퍼져 적의 수와 위치를 파악해 냈다.

성을 점령한 병사는 2만.

‘고작?’

마법적 방비도 되어 있지 않다.

위스는 기가 찼다. 뭘 믿고 이렇게 오만방자하게 병사들을 방치했단 말인가?

뛰어난 마법사가 함정을 판다면 몰살도 가능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라도 당장.

다음 순간 위스는 움찔했다. 적들 사이에 대단히 뛰어난 기척이 하나 있었다.

정순한 마력을 몸에 품고 있는 기사였다. 그 자의 위치는…….

‘이곳?’

기사는 위스의 방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훌륭한 기사였다. 저만한 기사는 위스조차 거의 본 적 없었다. 그가 아끼던 부관이라면 능히 상대가 되겠지만, 그놈은 배신했고…….

위스는 대인 전투에 약한 마법사였다.

‘정당한 방법으로는 제거 못 해.’

저자가 아카젤 대공이다.

위스는 확신했다. 그리고 입을 가렸다.

아까부터 속이 메슥거리는가 싶더니 목으로 뜨거운 것이 울컥 넘어왔다.

“콜록.”

‘……?’

바닥에 피가 툭 떨어졌다.

“……전하! 전하? 방금 뭐 하신 겁니까? 마법을 쓰신 겁니까?”

손가락 틈으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위스는 속에서 넘어오는 대로 핏덩이를 뱉어 냈다.

‘이건 또 뭐야.’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피가 끓어오를 듯 빠르게 돌고 있었다.

체내의 모든 장기가 마력을 거부하는 듯했다.

위스가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상황에 당황하는 사이, 문이 열렸다.

“얘야, 위스. 귀여운 잠꾸러기야! 누가 네 병문안을 오셨는지 보렴! 내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아들…….”

통통한 남자가 들어오다 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폐하!”

호위 기사가 벌떡 일어났다.

‘이자가 제레미아 왕?’

“위스! 이게 무슨 일이니!”

위스는 달려오는 왕보다 그 뒤의 인물이 신경 쓰였다.

장신의 남자가 위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체구가 크고 무표정한 남자였는데 제복이 맞춘 것처럼 잘 어울렸다.

훤칠하게 잘생긴 남자였다. 게다가 그는 기사였다.

위스의 뇌리에 이곳으로 다가오던 출중한 기척이 떠올랐다.

‘아카젤 대공.’

기사도 문학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남자가 위스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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