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0화 〉 웨딩드레스1
* * *
“결혼식 위치로 몇 군데 알아둔 곳이 있는데 어느 곳이 좋아?”
“으응, 저는……, 핫!”
“왜 그래?”
“중요한 걸 깨달았어요.”
“뭔데?”
“결혼식 올릴 때 드레스 입어요? 턱시도 입어요?”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진지한 얼굴을 하는 엘라.
레이시는 엘라의 표정에 덩달아 진지한 얼굴로 턱시도를 입는다면 누가 입는 거냐고, 그리고 결혼식을 올린다면 몇 번의 결혼식을 해야 하냐고 물어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결혼식은 한 번만 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나랑만 하면 돼. 왜냐면 내가 본처니까.”
“네? 그럼 미스트나 다른 사람들이랑은요?”
“우리끼리 소박하게 해야지. 어쩔 수 없어. 우리나라 전통이야.”
“맞아요. 저희는 저나 미네르바, 아샤도 레이시랑 결혼식을 올리면 사람들이 저희랑 공주님을 동등하게 볼 수도 있으니까 결혼식은 저희끼리 가볍게 하거나 안 하는 수밖에 없어요.”
“그런…….”
신분제 사회의 단점이구나…….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그렇게 생각하다가 꼭 사진 정도는 남기자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시의 볼에 입을 맞췄다.
“슬슬 저녁 때네요. 뭔가 먹고 싶은 게 있나요?”
“으음, 글쎼요? 애들이 좋아하는 거?”
“애들이 좋아하는 걸로 해드릴까요?”
“네, 저는 미스트가 해주는 거라면 뭐라도 좋으니까요.”
레이시가 눈웃음을 짓자 미스트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엘라는 미스트가 떠나자 레이시에게 다른 카탈로그를 보여주었다.
“그럼 식장은 미스트랑 다른 사람이 있을 때 말하고……, 드레스부터 볼래? 이건 우리끼리 정해야 하는 거니까.”
“으응…….”
“걱정 마, 다른 건 내가 양보할 게.”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다독이면서 빨리 드레스를 골라보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미스트의 눈치를 힐끗 쳐다보다가 카탈로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으으응, 그나저나 저는 드레스는 서투른데.”
“괜찮아. 입어볼 기회 많이 만들어줄게.”
“그러면 우선……, 이거?”
tv에서 자주 봤었던 드레스를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레이시는 무난하고 예쁘지 않냐면서 배시시 웃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카탈로그에 표시하면서 자기가 마음에 드는 드레스에도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너, 너무 과감하지 않아요?”
“한 번 있을 결혼식인데 제대로 해야지.”
“아으응~, 그래도 너무 노출이 심한 옷은 못 입어요오오.”
레이시의 애교에 작게 웃던 엘라는 레이시는 뭘 입어도 이쁠 거라면서 카탈로그에 다른 색으로 표시했고, 레이시는 엘라의 표시에 결국 자기 의견이랑 상관 없이 야한 드레스도 사는 거 아니냐며 엘라의 볼을 콕 찔렀다.
“응. 맞아.”
물론 엘라는 더욱 당당하게 나왔지만.
레이시는 너무나 당당하게 가슴을 내미는 엘라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엘라의 볼에 입을 맞추면서 엘라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 아샤와 미네르바가 내려오자 히죽 웃으면서 자랑하듯 레이시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눈살을 찌푸리는 미네르바와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하게 애들을 데리고 오겠다고 말하면서 위로 올라가는 아샤.
엘라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작게 웃다가 미네르바에게 레이시가 어떤 옷을 입으면 좋겠냐고 물어봤고, 미네르바는 엘라의 질문에 엘라를 흘겨보다가 어차피 자기는 결혼식에 못 나가지 않냐고 물어봤다.
“뒤풀이 때 입을 순 있어. 그리고 나처럼 사람들 앞에서 결혼식을 못 하는 거지 우리끼리 결혼식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진짜인가?”
“응, 정말이야. 안 그러면 뭐하로 몇 벌씩이나 준비하겠어? 한 번 입고는 왕궁 보물관에 박힐 녀석인데.”
“으음.”
엘라의 설명에 미심쩍은 얼굴을 하면서도 맞은편에 앉아 카탈로그를 정독하는 미네르바.
마치 주식에 투자하는 것처럼 각종 드레스를 보고 어느 게 좋은지 고민하는 모습에 레이시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잘 어울리는 거로 부탁한다고 말했고, 미네르바는 레이시의 말에 눈을 힐끔 돌리더니 이내 자기만 믿으라며 카탈로그가 뚫릴 듯이 강렬하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그러자 이제는 불안감까지 들면서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레이시는 미네르바가 열중하는 걸 보고는 엘라에게 너무 엄한 옷은 안 고르면 좋겠다며 어색하게 웃다가 미네르바를 흘깃 쳐다봤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소리를 죽이며 웃다가 이내 애들이 내려오자 손을 흔들어주었다.
“에일렌은?”
“몰라, 좀 있다가 내려오겠대.”
“레이시 오고 나서부터 좀 이상하네……. 낯가리나?”
“으응, 많이 이상해요?”
엘라의 말에 걱정스러운 얼굴로 엘라를 바라보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심한 건 아닐 거라면서 레이시에게 에일렌을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했다.
“좀 있으면 저녁 먹으니까 내려와달라고 부탁해봐.”
“알았어요.”
엘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2층으로 올라가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가 노크하자 천천히 이불 밖으로 기어 나오더니 문을 열어주었고, 레이시는 에일렌이 문을 열어주자 환하게 웃으면서 저녁을 먹기 싫은지 물어봤다.
tv에서 나오던 상담가 아주머니처럼은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노력을 해보는 레이시.
그런 레이시의 노력을 알아주는 건지 에일렌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모르겠다고 말한 아샤와는 다르게 조금 생각할 게 많아서 그런다면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으응, 뭐가 그렇게 고민되요? 마망은 엘라 엄마나 미스트 엄마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그래도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해줘봐요.”
“아니에요, 마망.”
“정말로요?”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카데미에 들어오라고 잔소리를 좀 들었을 뿐이에요.”
“아카데미에서 안 좋은 일 있었어요?”
“네. 애들하고 좀 말싸움을 좀……. 엄마밖에 없는데 낳아준 엄마도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하하……, 나이는 저보다 4배는 더 많이 먹었을 건데 몸이 비슷하다고 그런 말도 서슴치 않더라고요.”
“으응, 그랬군요.”
“뭐, 한참 자기가 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할 때니까요.”
“아, 아하하하……. 에일렌은 안 그래요?”
“저도 그러기엔 조금, 부끄럽잖아요.”
얼굴을 붉히면서 눈을 돌리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에일렌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말했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숨을 깊게 내쉬다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에일렌이 레이시와 아래로 내려오자 미스트가 연어 스테이크의 굽기 정도를 물어보면서 에일렌에게 인사했고, 에일렌은 레어로 부탁하면서 소파에 앉아 자기를 바라보는 엘라를 바라봤다.
“……왜?”
“아니, 그냥. ……저번에도 말했지만, 아카데미를 꼭 갈 필요는 없어. 친구를 만들고 싶다면 자그마한 티 파티 같은 걸 열어줄게. 엘레오놀에게 부탁한다면 나름 괜찮은 애들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런 식으로 만든 친구가 진짜 친구겠어?”
“그렇게 말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하여튼 아카데미는 꼭 안 가도 돼. 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그 아카데미랑 관련이 있는 사람일 거니까 경계하고.”
“알았어, 엄마.”
엘라의 말에 한숨을 내쉬면서 또 똑같은 소리를 한다고 투덜거리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한숨에 꺄르륵 웃다가 그러지 말고 저녁이나 맛있게 먹자면서 에일렌의 손을 잡고 식탁에 갔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손을 바라보다가 미르와 레아를 부르면서 레이시의 옆자리에 앉았다.
“마망은 뭐가 좋아요?”
“음식이요?”
“네.”
“글쎄요? 저는 야차라서 음식의 맛보다는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랑이 담겨있는지가 중요하겠네요. 그래서 미스트의 요리라면 뭐든 맛있어요.”
반대로 사랑이 없다면 어떤 음식도 맛이 없지만.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디움으로 구운 연어 스테이크를 입에 넣었고, 입에서 살살 녹아내리는 연어의 살점과 입안을 가득 채우는 소스의 향기에 부르르 떨었다.
“상큼해요!”
“그래요? 레몬 소스는 생선과 잘 어울리니까 한 번 시도해봤는데 다행이네요.”
“에헤헤.”
미스트를 보며 헤실 웃다가 열심히 포크를 놀리는 레이시.
미스트는 그런 레이시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다음에는 동양식을 먹자고 말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에일렌을 쳐다봤다.
“저는 기름진 것만 아니면 괜찮아요. 쟤 둘은 밥보다는 간식을 좋아하고요.”
“에에, 미르, 레아. 그러다가 살찌고 이빨 아야해요?”
“아야래.”
“우리 아기 아닌데.”
“으응~ 아기 같은데요?”
“우리 몸 나이만 따지면 12살이라구.”
“맞아!”
“아직 어려요.”
레이시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미르와 레아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간식만 먹다보면 나중에 미스트처럼 못 된다고 말했고, 미르와 레아는 레이시의 말에 움찔 떨다가 밥도 잘 먹는다며 미스트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미스트는 작게 웃으면서 간식이라고 해도 설탕을 많이 쓰는 건 아니니까 이가 아프다거나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말했다.
“살 찌는 건 모르겠지만요.”
“헉……!”
“아, 안 되는데.”
“메이드 삼총사 되기로 했는데!”
“엄마는 미르, 레아를 기다리기 위해서 열심히 몸매 관리를 하고 있답니다.”
미스트의 말에 자기 배를 바라보다가 덜덜 떠는 미르와 레아.
레이시는 귀여운 두 딸의 반응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대신 밥 대신에 간식을 먹거나 그러면 안 되요. 그러면 진짜 살찌고 이빨 썩으니까요.”
“네에~.”
“네에에~.”
레이시의 말에 얌전히 밥을 먹기 시작하는 미르와 레아.
레이시는 두 사람의 반응에 작게 웃다가 다 먹은 접시를 치우고 미스트의 옆에서 설거지를 도와주기 시작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옆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눈을 흘깃 돌려 다른 사람들을 보다가 오늘 밤에 어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레이시는 아샤와 엘라의 눈치를 살피면서 쭈뼛거렸고, 레이시의 시선을 받은 아샤는 자기는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면서 다음에 데이트를 해달라고 말했다.
“다음에, 알겠지?”
“엘라는요?”
“결혼식 때문에 양보해야지. 순서 정도는 미루어줄 수 있어. 나중에 미룬 만큼의 데이트를 해줘야겠지만.”
“아하하…….”
애들이 있기에 직접적인 단어를 피해가며 약속을 잡는 엘라와 미스트.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다가 아샤가 접시를 들고 오자 뺨에 입을 맞추면서 데이트를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어봤고, 아샤는 레이시의 질문에 어디든 좋다면서 단둘이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말했다.
“오늘처럼 낮잠 자는 것도 좋아. 냄새 같은 건 신경 끄고 둘이서.”
“으응, 그래요. 둘이서 놀아요. 다른 사람 없이.”
레이시는 아샤의 애교를 받아주다가 이번에는 가볍게 뽀뽀한 다음 다시 설거지를 이어갔고, 아샤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미스트가 레이시의 엉덩이를 가볍게 터치하는 걸 보고는 가볍게 헛기침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한 명, 두 명 방에 들어가자 미스트는 점점 과감하게 레이시의 몸을 쓰다듬었고, 레이시는 미스트의 손에 기대며 움찔움찔 떨었다.
“참, 레이시. 입어줬으면 하는 옷이 있는데요.”
“코스프레인가요?”
“네. 여기 옷이요.”
코스프레하고 야한 짓이라니…….
레이시는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미스트라면 이런 걸 해도 이상하지 않단 생각에 흔쾌히 상자를 받고서 안에 있는 게 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눈에 보인 건 새하얀색.
레이시는 뭔가 입기 힘들어 보이는 옷을 펼쳤다가 이내 드러나는 옷의 정체를 보고 얼굴을 붉혔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반응에 키득거리면서 레이시에게 입을 맞췄다.
“입어주실 거죠? 레이시가 오자마자 하루만에 만들었는데.”
“아, 아읏……. 이거 웨딩드레스잖아요…….”
“후후, 왜요? 안 돼요?”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이러라고 있는 옷은 아니잖아요.
레이시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우선 방에 들어가자며 옷을 상자에 도로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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