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9화 〉 이세계 첫 취미생활4
* * *
“레이시.”
“꺅!?”
레이시의 이름을 부르더니 그대로 레이시를 안아드는 아샤.
아샤는 레이시를 꼭 끌어안다가 레이시를 안은 채로 돌아가자고 속삭였고, 레이시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바라보다가 에일렌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자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아샤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자 아샤는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추며 애정을 표현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애정 표현에 배시시 웃으면서 아샤에게 머리를 파묻었다.
“잘 지냈어?”
“네. 그나저나 아샤는 이럴 거라고 생각 안 했는데.”
“응?”
“되게 덤덤하게 잘 돌아왔다고 해서 안 이럴 줄 알았어요.”
레이시의 웃음에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피하는 아샤.
아샤는 잠시 입을 우물거리다가 그런 건 됐다면서 레이시를 껴안은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고, 레이시는 아샤의 반응에 작게 웃다가 아샤를 끌어안고 슬슬 사람들이 보니 놓아주지 않겠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아샤는 아쉽다는 듯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레이시를 천천히 놓아주었고, 레이시는 아샤의 뺨에 입을 맞춘 다음에 어디 다친 곳은 없냐고 물어봤다.
“없어. 애초에 다칠만한 일도 아니었고.”
“그런가요?”
“바보 같은 짓을 해서 다치지는 않는지 감시하는 일이었으니까. 신인들이나 좀 다치고 말 일에 내가 다칠 리가 없잖아.”
레이시의 뺨에 입을 맞추면서 레이시를 가볍게 끌어안는 아샤.
사람들은 그런 아샤의 행동에 수군거리기 시작했지만, 레이시는 이 정도는 그냥 봐주기로 했는지 손을 뒤로 해서 아샤의 뺨을 두어 번 쓰다듬다가 아샤와 함께 축사로 다가갔다.
그러자 더욱 크게 투레질하면서 레이시에게 빨리 문을 열어달라고 말하는 하양이.
레이시는 하양이가 이렇게 살가운 성격이었나 싶어 쿡쿡 웃다가 문을 열어준 다음 하양이의 콧잔등을 쓰다듬어주었고, 하양이는 레이시의 손길이 닿자 기분이 좋은 듯 자신의 얼굴로 레이시를 툭툭 밀어내면서 애교를 부렸다.
“오랜만에 밥 줄까요?”
“메에에에.”
하양이의 대답에 작게 웃으면서 포대를 뜯어서 안에 있는 걸 물려주는 레이시.
하나씩 먹이는 거라 감질날만도 하지만 하양이는 레이시가 하나씩 먹여주는 과일을 끈기 있게 씹어먹다가 이내 레이시의 앞에 무릎을 꿇고 레이시의 몸을 밀어냈다.
“으응, 돌아갈까요?”
그렇게 하는 건 의미가 명확했기에 레이시는 하양이의 이마를 쓰다듬다가 아샤를 보면서 조금 이르긴 하지만 돌아갈지 물어봤고,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코코의 목줄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코코는 레이시에게 달려가 앞발을 레이시에게 내밀었고, 레이시는 자기 몸보다 큰 손을 끌어안다가 손등을 쓰다듬으면서 돌아가자고 말하며 아샤와 함께 하양이의 등 뒤에 올라탔다.
“에일렌, 에일렌은 말 타고 올래요? 아니면 마망 앞에 탈래요?”
“말 타고 갈게요. 할 일도 있고요.”
“그런가요?”
뭔가 일이 있던가?
에일렌이 밖에 나올 때만 하더라도 별 다른 일이 없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레이시가 그렇게 생각하며 에일렌을 바라보자 에일렌은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에게 안겼고, 레이시는 에일렌을 안아주면서 가볍게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너무 늦게 들어오면 안 돼요? 알죠?”
“네, 1시간 내로는 들어와요.”
에일렌의 말에 배시시 웃으면서 에일렌을 꽉 끌어안아준 다음 아샤와 하양이의 등 뒤에 올라타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등 뒤에 타더니 레이시를 안은 채 천천히 저택으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레이시는 아샤에게 궁금하던 걸 물어보기 시작했다.
“맞아, 벽천화 기사단이 이사했다는 거, 알고 계셨어요?”
“당연하지. 내가 이사시켰는데.”
“네?”
“음, 엘라가 슈레이에게 제대로 빡친 건 알고 있어?”
“네, 엘라가 말해줬어요. 오늘 슈레이 형님에게 갔었거든요.”
“형님……, 딱히 마음에 드는 호칭은 아니네.”
“아하하하…….”
“하여튼 엘라가 빡쳤을 때 막은 게 나랑 미스트라서 국왕에게 불려갔는데 거기에서 벽천화 기사단을 옮기라고 말했어.”
“왜요?”
“엘라를 보호해야 할 게 아니라 다른 여자를 보호해야 할 판이었으니까. 전에는 엘라가 가장 많은 대외활동을 했으니까 엘라를 주로 보호하기 위해서 활동했지만, 전에는 그, 엘라가 그거니까.”
“아하하…….”
엘라가 위험분자라는 말에 어색하게 웃는 레이시.
하지만 엘라가 진심으로 화를 내면 확실히 엘라보다 다른 사람들이 위험하긴 했기에 레이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람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아샤는 레이시의 반응에 잘못한 건 왕가의 다른 사람들이니 신경 쓰지 마라고 말했다.
“네가 살아있는데 죽었으니 그만 포기하라고 말했으니까. 슈레이가 대표로 말하긴 했지만, 왕가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거든. 엘라가 만약 좀 더 귀찮은 일을 감수하는 성격이었으면 그 순간 왕이 바뀌었을 거야.”
“…….”
“죽였다는 소리는 아니니까 긴장하지 마. 그냥 국왕을 끌어내리고 널 찾는 걸 방해하지 않는 사람을 왕위에 올렸을 거란 이야기니까.”
“그거도 충분히 무서운 걸요.”
아샤의 말에 쭈뼛거리면서 아샤를 껴안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레이시가 돌아왔으니 이제 다 잊어도 괜찮은 일이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아샤의 말에 작게 웃다가 오늘은 슈레이에게 뜨개질 선생님을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뜨개질?”
“네, 지금부터 열심히 배우면 가을 쯤에는 목도리 정도는 만들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 기대해도 돼?”
“에헤헤, 기대해주세요.”
“만들어주면 답례로 베틀 사줄게.”
“아하하, 엘라랑 똑같은 소리.”
“친구니까 닮는 거겠지. ……친구라고 말한 건 엘라에게 비밀이야.”
“그럴게요.”
아샤의 말에 작게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가 레이시를 꽉 끌어안으면서 다시 한번 볼에 입을 맞췄고, 레이시는 아샤의 입맞춤에 눈웃음을 짓다가 아샤에게 머리를 기대면서 저택에 도착할 때까지 몸을 맡겼다.
그리고 저택에 도착한 레이시는 하양이와 나비, 코코를 축사에 넣어준 다음 털을 빗어주기 시작했고, 아샤는 레이시가 자기가 아닌 동물들에게 신경을 더 많이 쓰는 모습에 레이시를 뚱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아샤.”
“응? 왜?”
“다 빗었으니까 이리로 와요.”
그런 아샤의 시선을 느끼고 하양이에게 몸을 기대 앉은 채 팔을 벌리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행동에 자기는 동물 냄새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한 번 튕겼지만, 레이시는 아샤에게 그렇게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면서 팔을 벌린 채 가만히 있었다.
“저 팔 아픈데.”
“……에휴.”
한숨을 내쉬면서도 기쁜 듯 웃으며 레이시에게 안기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웃음에 왜 튕기냐면서 작게 웃다가 아샤를 꽉 끌어안았고, 아샤는 레이시의 말에 샐쭉거리다가 이내 레이시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레이시의 체취를 맡기 시작했다.
“후우우…….”
“왜요?”
“아니, 냄새 같은 걸로 편안함을 얻는 게 바보 같아서.”
“뭐 어때요.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데. 그리고 저희는 불완전한 종족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그 말은……. 응, 그러네.”
레이시의 말에 아샤는 잠시 멍하니 레이시를 바라보다가 이내 피식 웃으면서 짚을 카펫 삼아서 누운 다음 레이시의 손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손장난을 치듯 손가락 끝을 가볍게 댔다가 떨어지길 반복하는 아샤.
레이시는 아샤의 손장난을 받아주면서 눈웃음을 짓다가 이내 하양이에게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고, 아샤는 레이시의 손을 잡은 채 레이시와 같이 그대로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동물의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레이시의 체취와 뒤섞여 포근한 냄새가 나는 축사.
아샤는 그 축사 안에서 한참을 자다가 레이시가 움직일 때까지 한참을 눈을 감고 있다가 일어났고, 레이시는 아샤가 곧바로 반응하자 자기가 깨웠냐며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 깨운 건 아냐. 애초에 낮잠을 잘 안 자서 언제 일어날지 타이밍을 재고 있었어.”
“으응, 그렇구나.”
“레이시는?”
“에일렌이 온 느낌이 들어서요.”
늘어지게 하품을 하다가 이내 기지개를 켜면서 다리를 푸는 레이시.
아샤는 레이시의 다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스트레칭을 해주다가 레이시와 눈을 마주치고는 얼굴을 붉혔고, 레이시는 아샤가 볼을 붉히자 똑같이 얼굴을 붉히다가 가볍게 입을 맞추면 다음에 하자고 말했다.
“미네르바랑 하면서 느낀 건데 저……, 그, 으응, 너무 잘 느끼게 변해서…….”
“으, 으응…….”
레이시가 얼굴을 붉히면서 허벅지를 비비적거리자 아샤는 덩달아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거렸고, 레이시는 아샤의 대답에 숨을 깊게 내쉬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에일렌이 왔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에일렌.”
“마망, 으응? 축사에서 주무셨어요?”
“에헤헤, 하양이가 애교를 부려서 하양이 배에서 잤죠.”
“아……. 그렇군요.”
“츗. 씻고 올 테니까 기다려요? 근데 에일렌은 뭐 하고 왔어요?”
“저는, 그러니까, 베틀을 좀 알아보고 왔어요.”
어색하지 않았나?
에일렌은 레이시의 눈치를 살피며 그렇게 생각했지만, 레이시는 에일렌에게 자기를 위해서 그렇게 용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면서 깍지를 끼고 배시시 웃었다.
그 모습에 에일렌은 들키지 않았다는 것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저택으로 들어갔고, 이내 카탈로그를 보는 엘라와 미스트를 보고는 레이시를 바라봤다.
“어음…….”
“아, 아하하……. 엄마를 본 받으면 좋겠지만 저런 것까지는 본 받지 말아주세요.”
레이시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리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시선에 얼굴이 절로 화끈거리기 시작해 대체 뭐 하는 거냐며 두 사람에게서 카탈로그를 뺏어 들었고, 엘라와 미스트는 레이시의 행동에 뭐가 어때서 그러냐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이제 막 뜨개질 배웠거든요? 이러면 에일렌이 보고 뭘 배우겠어요?”
“애인에게 잘 해줘야 한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에요?”
“아니, 응, 미안해.”
“부우우. 선물은 나중에 제가 뜨개질을 전문으로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해주시는 거예요. 아시겠죠?”
“그럼 지금 사줘도 괜찮지 않아?”
“아니에요! 으음, 올해가 갈 때쯤에도 뜨개질을 하면 사주세요.”
“흐응, 알았어. 그럼 혼수로 해주면 돼?”
“네?”
“우리 결혼식 날자 잡혔어. 올해 겨울이야.”
엘라의 말에 벙찐 얼굴을 하는 레이시.
엘라는 레이시의 반응에 대충 예상했다는 듯 작게 웃다가 싫은 거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그런 건 아니라고 말했다.
“다, 단지. 그게…….”
“놀랐어?”
“네.”
“슬슬 결혼하자. 네가 말하기도 했고 결혼하는 김에 은퇴하고 신혼생활이나 즐길까 해서.”
“아, 응.”
레이시는 엘라의 말에 얼굴을 붉히다가 알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며 부르르 떨었고, 엘라는 레이시가 기뻐하자 싱긋 웃으면서 레이시를 안아주었다.
“그러니까 빨리 씻고 나와, 결혼식 어떻게 할지 이야기하자. 알았지?”
“네!”
엘라의 말에 레이시는 아샤의 손을 잡고 거의 뛰듯이 욕실에 들어갔고, 엘라는 그런 레이시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미스트와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기 시작했다.
“응? 왜 그래?”
“응? 뭐, 뭐가?”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이라. 밖에서 뭔 일 있었어?”
“……딱히. 아카데미에 다니지 않겠냐고 누가 또 물어봐서.”
“어떤 놈인데?”
“몰라, 얼굴도 모르는 귀족.”
퉁명스럽게 말하는 에일렌.
엘라는 그런 에일렌을 바라보다가 웬만한 녀석이라면 자기가 처리할 테니 부탁하라고 말했지만, 에일렌은 엘라의 말에 눈을 지그시 감더니 이내 머리를 한 번 쓸어올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힘들면 마망한테 말해둘게.”
“내가 아니라?”
“엄마는 다 때려 부술 거 같아서.”
“킥! 알았어. 그럼 쉬어.”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들어가는 에일렌.
엘라는 그런 에일렌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미스트를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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