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538화 (538/542)

〈 538화 〉 이세계 첫 취미생활­3

* * *

“에일렌?”

“네? 마망. 왜요?”

“아뇨, 뭔가 멍하니 있는다 싶어서요.”

목욕을 끝내고 티 타임을 즐기로 한 레이시.

레이시는 미르와 레아에게 간식을 먹여주며 머리를 쓰다듬다가 문득 에일렌이 멍하니 자기를 쳐다보는 걸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괜찮은 거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레이시를 바라봤다.

자기를 빤히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의 시선에 헛기침하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스콘에 잼을 발라 에일렌에게 먹여주었다.

“으, 으움.”

“맛있나요?”

“네, 맛있어요.”

“에헤헤, 그렇죠? 달콤해서 기분이 좋아져요.”

마망은 단 걸 좋아했었나?

에일렌은 레이시의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엄마랑 단 둘이 있을 때 먹었었던 간식들을 떠올려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레이시는 신맛이 나는 달콤한 종류의 디저트를 더 좋아했었다.

그렇게 생각한 에일렌은 자기도 달콤한 디저트는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케이크를 입에 물었고, 미르와 레아는 평소 디저트를 입에 대지 않는 에일렌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레이시를 바라보고 있자 둘이서 귓속말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에일렌 언니, 거짓말 했지?”

“응, 했어. 언니는 다이어트 한다고 디저트 잘 안 먹는데.”

“그리고 먹어도 신맛 좋아하는데.”

“거짓말 했어.”

“마망 때문인가봐.”

“맞아, 마망 때문이야.”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레이시를 바라보는 미르와 레아.

두 사람은 처음에는 레이시가 나쁘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지만, 레이시가 눈을 마주치면서 웃자 레이시가 나쁜 게 아니라 레이시가 특별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결론이 날 때쯤 레이시는 미르와 레아를 보면서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냐며 턱을 괴고 두 사람을 바라봤고, 두 사람은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아무 이야기도 안 했다면서 고개를 좌우로 젓다가 스콘을 입에 넣었다.

“우부부부.”

“으뷰뷰뷰.”

“푸훗, 아무리 맛있어도 천천히 먹어야죠. 쪽. 천천히 먹어요?”

“마망은?”

“어디 가?”

“차가 떨어져서 다시 받아오게요.”

“아, 우응. 홍차가 좋아.”

“미르도 홍차가 좋아.”

“알았어요, 레아.”

“속아주지.”

입술을 샐쭉하게 내밀고 투덜거리는 미르와 레아.

레이시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면서 다시 한번 입을 맞추고 일어났고, 미스트는 레이시에게 새로운 주전자를 가져다주면서 에일렌을 힐끗 쳐다봤다.

조각 케이크가 반쯤 남은 상태에서 포크를 움직이지 않고 계속해서 차만 마시는 에일렌.

조그마한 미니 케이크를 잘라준 거라서 많이 안 먹고 남겼다고도 볼 수 있었지만, 평소 에일렌의 식성을 생각해보면 반이나 먹었다고도 놀랄 일이었고, 에일렌도 그걸 알고 있는지 움찔 떨다가 시선을 피하면서 다시 케이크를 입에 물었다.

물린다는 게 티가 날 정도로 표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에일렌.

미스트는 그런 에일렌을 바라보다가 레이시에게 심부름을 시킨 다음 그 사이에 에일렌의 케이크를 대신 먹어주었고, 에일렌은 유일하게 자기 속내를 알고 있는 미스트의 배려에 떨떠름한 얼굴을 하다가 레이시가 과일을 들고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서 케이크나 스콘을 더 먹으라고 권유했다면 정말 죽을 맛이었겠지.

그렇게 생각한 에일렌은 레이시가 사과를 토끼 모양으로 잘라 건네주자 레이시를 힐끔 쳐다봤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시선에 멋쩍게 웃으면서 뺨을 긁었다.

“안 어울리나요?”

“아뇨, 귀여워요.”

“에헤헤, 고마워요. 맛있게 먹어요?”

“자, 레이시, 아앙~.”

“앗, 미스트. 우으으……, 애들두 있는데에~.”

“어때서 그래요? 아앙~.”

“아, 아앙~!”

“후후, 귀여워라.”

“우읏…….”

미스트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눈을 돌리는 레이시.

에일렌은 그런 레이시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기가 귀엽다고 했을 때와 미스트가 귀엽다고 했을 때를 비교하면서 다시 우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마망이 미스트 엄마가 말하는 것처럼 반응해줄까?

엄마들이 단체로 해외 출장 같은 걸 가서 3년 정도 자리를 비우고 그 사이에 자기가 엘라 엄마보다 더 미인이된다면……?

……그런데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3년 동안 출장을 가는 건 엄마가 공주고 세상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엘라를 비롯한 다른 모두보다 뛰어난 미인이 되는 것?

그런 게 애초에 가능할 리가 없다.

엘라 엄마만 하더라도 무도회에 참석한 귀족 영애들이 모두 구애를 했었다는 전설이 남아있을 정도로 미인이고, 설령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았으니 외모만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고 해도 분위기라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니까 힘들 것이다.

거기에다가 사람의 취향이라는 건 사람의 수만큼 다 다르고 까다로우니 레이시의 취향에 맞는 여자가 되는 건 힘들겠지.

설령 취향이 된다고 해도 엄마 자식 사이니까 그렇게 될 리도 없고.

“후우…….”

“왜 그래요?”

“아, 아니에요. 음, 사실 주변 아저씨들이 아카데미에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슬슬 권유해서요.”

“네?”

“제 몸이 여기까지 컸으면 당분간은 그렇게 몸이 커지지 않는대요. 그래서 슬슬 아카데미에 가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마망이 안 돌아왔으면 엄마랑 같이 아카데미 카탈로그를 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와아~, 아카데미라. 에일렌은 어떤 아카데미에 가고 싶나요?”

“저는 사실 안 가고 싶어요. 엄마도 아카데미에는 안갔다고 말하고 미스트 엄마가 가르쳐주는 게 아카데미 선생들이 가르쳐주는 것보다 많고 유익할 거 같아서요. 그리고 제 또래 애들은……, 좀 싫네요.”

잠시 말을 멈췄다가 한숨을 내쉬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반응에 또래 애들하고 무슨 사고가 있었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질문에 잠시 입을 꾹 다물다가 별 일 없었다며 웃었다.

그러자 레이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말해주기 어려운 일이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그런 건 아니라면서 한숨을 푹 내쉬다가 이내 머뭇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저번에 제 외모만 보고 사귀자고 하더라고요. 정말이지……. 그런 건 질색이라서요.”

“으응, 에일렌은 누구랑 사귀는 건 싫나요?”

“그런 건 아니지만 연애는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요. ……무엇보다 제 취향도 아니었고요.”

“그래요? 에일렌은 어떤 사람이 좋은데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에일렌을 바라보는 레이시.

레이시는 딸의 연애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눈을 빛내면서 에일렌에게 말해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이상형 그 자체인 레이시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손을 잡자 손을 슬그머니 빼면서 입술을 우물거렸다.

묘하게 붉어지는 에일렌의 얼굴.

레이시는 에일렌의 표정 변화에 혹시 현상을 좋아하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질문에 일단 틀리지 않은 레이시의 말에 입술을 빼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작게 소리를 지르며 에일렌의 뺨에 입을 맞추는 레이시.

레이시는 자기는 다 괜찮으니까 여자친구를 사귀게 된다면 한 번 얼굴을 보여줄 수 있겠냐고 물어봤다.

“그럴게요.”

“헤헤…….”

“그나저나 마망, 마망은 뜨개질 좀 해보실 생각이세요?”

“으응? 왜요?”

“선물로 베틀이라도 해드릴까 싶어서요.”

“아하하, 엘라랑 미스트랑 똑같은 소리를 하시네요.”

에일렌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기지개를 켜는 레이시.

에일렌은 레이시가 자기 말에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자 입술을 샐쭉 내밀고 투덜거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사람이 저택에 찾아오자 자리에서 일어나 손님을 맞이했다.

“무슨 일이죠?”

“아샤님이 하양이, 나비, 코코와 함께 귀환하셨습니다.”

“아, 아샤 엄마가? 알았어, 금방 가볼게. 참고로 어디서 쉬고 계시지?”

“벽천화 기사단의 샤워 시설에서 몸을 씻고 오신다는 군요.”

“알았어. 수고해.”

이걸로 적당히 시선을 돌릴 수 있겠네.

에일렌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미르와 레아에게 시달리고 있는 레이시에게 아샤가 왔다고 말해주었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지금 가면 볼 수 있는 거냐고 물어봤다.

“네, 아무래도 늦은 게 중간에서 합류해서 그런 거 같아요.”

“에헤헤, 정말 다행이에요. 솔직히 슈레이 형님에게 갔을 때 올 줄 알고 언제든지 나가려고 했는데 너무 늦어서 걱정했었거든요.”

“아하하. 얼른 가봐요.”

아샤의 이야기에 자기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쏙 들어가자 에일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소식을 전하러 온 사람에게 말을 빌린 다음 레이시를 자기 앞에 태우고 고삐를 잡았다.

그러자 레이시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자기가 뒤에 타는 게 낫지 않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질문에 싱긋 웃으면서 기사단 숙소를 이사를 시켰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망이 아는 곳에는 숙소가 없을 거예요.”

“에에, 그런가요?”

“네, 1년 전쯤에 이사했어요. 이유는……, 음, 엘라 엄마가 고모랑 큰 아빠랑 멱살을 잡고 싸웠을 때 엄마에게서 가족들을 보호한다고…….”

“아, 아하하……. 멱살까지 잡고 싸웠군요.”

“그 날은 좀 말을 심하게 했거든요.”

서로에게 공격을 가하면서 싸우지는 않았지만 진심으로 죽이겠다는 살기 정도는 풀풀 뿜어댔다고 말하는 에일렌.

레이시는 에일렌의 말에 엘라의 경우에는 그것만으로 웬만한 사람들의 공격을 뛰어넘지 않냐면서 어색하게 웃다가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에일렌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하여튼 진심의 편린을 본 것만으로 기사단이 왕궁에 좀 더 가까운 곳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러자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다가 주변을 둘러봤다.

에일렌의 말대로 정말 이사했는지 평소에 보이던 무관들은 안 보이고 문관들이 가득한 풍경.

레이시는 그 풍경에 어색하게 웃다가 에일렌이 말을 멈추자 말에서 내리고 에일렌에게 팔을 벌렸다.

“좀 더 어릴 때도 태워주고 싶었는데.”

“하양이 등 뒤에 많이 탔으니까 괜찮아요.”

“에에, 마망, 손 안 잡아줄 거예요?”

“누, 눈도 있고 좀 부끄럽다고요.”

레이시의 손을 피하며 헛기침한 에일렌은 이쪽이라면서 벽천화 기사단이 사용하는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고, 레이시는 에일렌의 말에 엄마가 딸 좀 껴안으면 어떠냐면서 투덜거리다가 축사 쪽을 힐끗 쳐다봤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나비.

2년 전에도 몸이 좀 줄어든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2년 만에 만난 나비는 몸이 확연히 작아져 있었다.

“그르릉!”

“아하핫!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그래도 건물 하나 정도의 크기는 됐지만.

등에 타면 2층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칠 정도에서 내려다 보기는 해도 1층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수 있게 된 나비.

레이시는 그런 나비의 목을 끌어안고 쓰다듬어주다가 나비가 몸을 뒤집은 채 자기를 바라보자 가슴을 쓰다듬어주면서 다른 애들은 잘 있냐고 물어봤고, 나비는 레이시의 질문에 눈을 돌려 하양이와 코코를 보여주었다.

같이 지낸 기간이 오래되지 않았는데도 꼬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반갑게 맞이해주는 코코와 사육사들의 제지에 나가지는 못하고 땅을 발굽으로 후벼파고 있는 하양이.

레이시는 그런 두 마리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봤고, 이내 아샤가 자기를 보고 눈물을 글썽이자 말 없이 팔을 벌려주었다.

그러자 아샤는 레이시를 껴안으면서 얼굴을 비벼댔고, 다른 사람에 대한 것과는 달리 근원에서의 아샤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기억하고 있던 레이시는 아샤의 애교에 어색하게 웃으면서 아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다녀왔어요.”

“응, 잘 다녀왔어.”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