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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하게 된 건 좋지만 내가 여자가 되어버렸다-531화 (531/542)

〈 531화 〉 복귀 기념 파티­4

* * *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들리는 숨을 삼키는 목소리.

레이시는 그 목소리에 올 것이 왔구나 싶어 고개를 들어 사람들을 바라봤고, 자기를 예전에 본 것 같은 사람들은 레이시와 눈을 마주치자 숨을 내쉬는 걸 잊고 레이시를 바라봤다.

부드러운 첫 인상과 반대로 난폭한 눈빛.

어울리지 않는 두 요소가 절묘하게 어울려진 외모.

정말로 살아돌아왔다.

그렇게 생각한 귀족들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레이시에게 접근하려고 했지만, 그 순간 엘라가 그 사람들을 노려보면서 눈을 찌푸렸고, 귀족들은 엘라의 시선에 움찔 떨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레이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엘라를 바라봤고, 엘라는 어깨를 으쓱이면서 저런 인간들은 미리 기를 죽여놔야만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건 아는데 엘라는 좀 너무하잖아요.”

“내가?”

“네?”

“예전에 에일렌이 나한테 마법을 배우고 궁중 마법사하고 대련하면서 있었던 이야기인데 에일렌의 대모를 하겠다고 나선 여자가 있었어, 어떻게 됐을 거 같아?”

“어떻게 됐는데요?”

“어, 엄마!?”

“그날, 제 2 내벽 안쪽이 부서졌어. 많이 부서진 건 아니지만, 마법을 떡칠 해놓은 성벽이 단숨에 박살나서 다들 식겁했었다고? 뭐,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는지 대충 비껴 쐈지만.”

“…….”

“아, 아니! 그렇잖아! 마, 마망은 마망 밖에 없는데 그 사람이!”

“으응, 안 다쳤으면 괜찮아요.”

정말로 했구나…….

에일렌의 반응에 어색하게 웃던 레이시는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에일렌의 드레스 차림을 보고는 정말로 많이 컸다 싶어 볼에 입을 맞췄고, 에일렌은 레이시의 입맞춤에 얼굴을 붉히다가 뺨을 닦으면서 레이시의 손을 잡고 회장에 들어섰다.

아직 공식 시작 시간까지는 꽤 남아있는데도 회장 안에는 사람이 꽤 많이 있었고, 레이시는 그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저 사람들하고 인사해야 하는 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현기증이 느껴졌지만, 벌써 포기하고 돌아갈 수는 없었기에 회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레이시가 들어오자 회장 안의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몇 명은 기뻐하고, 몇 명은 싫어하고, 그리고 나머지의 대다수는 저울질하고…….

뭔가 전보다 예민해진 감각을 통해 그런 정보가 들어오자 레이시는 눈을 깜빡이다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자신을 마중 나오는 국왕에게 인사했고, 국왕은 레이시를 껴안아주면서 잘 돌아왔다면서 레이시를 맞이해주었다.

“갑작스러운 초대에도 와줘서 정말 고맙단다. 오늘은 너를 위한 연회이니 마음껏 즐기려무나.”

“감사합니다, 아버님.”

“크으~, 역시 우리 아가구나. 그럼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고, 슬슬 가보마. 부디 즐겨주렴.”

약간의 주책을 떤 다음 다른 귀족들에게 레이시를 양보해주는 국왕.

레이시는 국왕의 배려에 속으로 작게 굳이 안 그래도 된다고 작게 중얼거렸지만, 국왕은 이미 저 멀리 가서 다른 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국왕이 물러남에 따라 사람들이 ㅁ몰려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에일렌은 도끼눈을 뜬 채 레이시를 보호하듯 사람들을 가로막았고, 레이시는 그런 에일렌의 행동에 작게 웃다가 에일렌에게 괜찮다면서 에일렌을 껴안았다.

“사람들을 받아주지 않으면 나중에 더 괴로울 거니까요.”

“으, 으으으…….”

“괜찮죠?”

“맞아, 벌써부터 그렇게 날을 세울 필요는 없다고?”

“엄마는 시끄러워.”

“레이시이이~, 에일렌이 벌써 사춘기인가봐.”

“아, 아하하하…….”

엘라의 칭얼거림에 어색하게 웃다가 가장 먼저 다가오는 사람을 보는 레이시.

국왕 다음에는 왕족인 건지 아이야트가 찾아와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물어보면서 레이시의 건강을 살폈고, 레이시는 아이야트의 질문에 고개를 꾸벅 숙이면서 어떻게 지냈는지는 자세히 말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게, 아무래도 심연 마법이라서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네요.”

“아, 그런가? 확실히 우리는 마법에 대해서 문외한이니 어떻게 물어봐도 모르겠구나. 아픈 곳은 없는 거지?”

“네, 멀쩡해요.”

레이시가 웃자 똑같이 웃으면서 잘왔다고 말하는 아이야트.

아이야트는 한동안 뭘 할 거냐고 물어봤고, 레이시는 아이야트의 질문에 한동안은 아무것도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년 동안 에일렌과 미르, 레아를 돌보지 못했으니 제대로 돌봐주고 싶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던 레이시는 에일렌을 보고 싱긋 웃더니 에일렌을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아이야트는 레이시의 생각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중에 아이와 함께 가볼만한 곳을 알려주겠다고 말했고, 레이시는 아이야트의 배려에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아이야트가 물러나자 곧바로 다가오는 슈레이.

레이시는 쉬지 않고 오는 시댁에 어색하게 웃다가 슈레이에게 인사했고, 슈레이는 레이시를 보더니 건강에 대한 건 아이야트가 물어봤을 테니 자기는 다른 걸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새로 취미를 만들 생각이 없니?”

“네?”

“동양에서 꽤 재미있는 취미가 들어왔거든. 한 번 생각이 있으면 해보자.”

“뭔데요?”

“뜨개질.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큰 바늘 하나로 뜨개질을 하지만, 동양에서는 대바늘이라고 큰 바늘 두 개를 이어서 바느질을 하거든. 재밌더라고, 한 번 해보지 않겠어?”

“으으응~ 그건……, 흥미가 있네요.”

그러고 보니까 엄마가 어릴 때 바느질로 외투를 만들어주셨지.

그렇게까지는 못 하더라도 목도리 쯤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레이시는 슈레이의 제안에 그렇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고, 슈레이는 레이시의 대답에 잘 생각했다면서 다음에 책을 보내주겠다고 말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 뒤로 레이시는 온갖 사람들을 맞이했다.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사람과 자기를 적대적으로 대하는 사람.

그 모든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이런 일에 익숙하지 않은 레이시는 숨을 깊게 내쉬면서 엘라에게 기댔고, 엘라는 레이시가 슬쩍 몸을 맡기자 레이시의 허리에 손을 돌리면서 레이시에게 다가오는 사람을 알아서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 지금 꼭 해야 하는 이야기였던가? 백작?”

“그! 그건…….”

“내 아내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눈곱만큼도 발견할 수가 없군. 화내기 전에 돌아가라. 에일렌 앞에서는 화를 내고 싶지 않거든.”

싱긋 웃으면서 귀족을 적당히 달래 돌려보는 엘라.

귀족은 엘라의 말에 사색이 되어서 돌아갔고, 레이시는 귀족의 반응에 눈을 깜빡이다가 대체 자기가 없는 사이에 무슨 짓을 했으면 사람이 저렇게 겁을 내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엘라는 별 일은 안 했다면서 어색하게 웃었고, 에일렌은 자신에게 찾아온 반격의 기회에 씩 웃으면서 엘라가 한 짓을 말해주었다.

“별 일 안 하긴 했지.”

“응? 에일렌, 뭔가 알아요?”

“응! 있잖아? 엘라 엄마, 마망이 없을 때 가문 몇 개 날려버렸어!”

“……네?”

“왕궁 마법사의 실력을 오랜만에 보겠다더니 이론에서 완전히 탈탈 털어버려서 몇 명이 재기불능이 됐거든. 화풀이야!”

“……실력이 모자란 녀석들이 있더라고. 부정 취직한 녀석들만 탈탈 털어버린 거야. 그 와중에 좀, 멀쩡한 인간들도 같이 가버린 거고.”

눈을 피하면서 어깨를 으쓱이는 엘라.

레이시는 너무 세게 충고하면 사람은 그대로 뻗어버린다며 어색하게 웃었고, 엘라는 레이시의 말에 걱정하지 마라면서 그 정도에 뻗어버리면 어차피 그 정도에 막힌다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녀석이니 왕국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대답했다.

“엘라아아…….”

“뭐, 농담이야. 부정 입학한 녀석들 말고는 전부 제대로 벽을 깨는 방법을 알려줬고, 그 사람들이 방안에 틀어박힌 것도 전부 자기 벽을 깨기 위해서 들어간 거니까. 먼저 나온 사람들에게 제대로 감사 인사도 받았다고?”

“부우, 거짓말. 우는 사람도 찾아왔으면서.”

“그건 나한테 일 좀 같이 해달라고 부탁하려고 온 거야. 가까운 도시에 결계를 수복하거나 그런 거. 그런 건 마력만 있으면 되는데 기사보다는 아무래도 마법사가 마력이 많으니까.”

“정령술사나 연금술사는요?”

“연금술사는 마력이 많다기 보다는 섬세하게 잘 쓰는 거고, 정령술사는 정령들이 마력이 많은 거지 술사가 마력이 많은 게 아냐. 그러고 보니 이런 것들도 안 가르쳐줬네.”

“에헤헤, 굳이 알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러네. 그나저나 슬슬 인사 다 했지?”

“네? 네. 돌아갈까요?”

“응, 돌아가자.”

인사를 다 했고 돌아가려고 사용인에게 신호를 줘도 딱히 말리지 않는 걸 보면 국왕도, 다른 왕족도 돌아가는 걸 묵인하고 있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엘라는 사용인에게 마차를 대기시켜놓으라고 말한 다음 에일렌에게 돌아가는 길에 뭐 먹고 싶은 게 있냐고 물어봤고, 에일렌은 엘라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사과 주스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럼 카페에 들렸다 가자. 괜찮지? 레이시.”

“네, 괜찮아요. 미르와 레아는…….”

“자고 있네요.”

미스트의 손을 잡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미르와 레아.

언뜻 지루해서 멍 때리는 아이처럼 보일 수도 있었지만, 레이시는 두 사람의 호흡이 이상하게 느리고 규칙적인 걸 보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행군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서있는 채로 자고 있는 걸까?

자기 딸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독특한 모습에 레이시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돌아가자고 말했고, 미스트는 레이시의 웃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미르와 레아를 깨우고 마차에 들어갔다.

“연회는 재미없어.”

“맞아, 그냥 먹고 떠들 뿐이야. 재미 없어.”

“다트 놀이가 더 재밌어.”

“아하하, 죄송해요. 미르, 레아네 할아버지랑 꼭 만나야 했었거든요.”

레이시의 사과에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그럼 됐다면서 자리에 앉는 미르와 레아.

레이시는 두 사람은 뭐 먹고 싶은 거 없냐면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미르와 레아는 서로 얼굴을 쳐다보더니 이내 바클라바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에……? 네? 바, 바클라바? 그게 뭐예요?”

“2개월 전에 아멜리아에서 새로 들어온 디저트!”

“맛있어!”

“밀푀유 같이 겹겹이 되어 있는데 달콤해!”

“으응~ 그렇구나. 미르, 레아는 마망이 모르는 것도 아네요?”

두 사람이 떠들자 꺄륵 웃으면서 안아주는 레이시.

에일렌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억울하다는 듯 입을 벌리다가 투덜거리면서 고개를 돌렸고, 엘라는 에일렌의 반응에 킥킥 웃다가 이내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레이시가 그렇게 좋아?”

“……그럼 싫어?”

“하긴, 그것도 그러네. 네 엄마니까.”

엘라의 말에 움찔 떨다가 눈을 피하는 에일렌.

엘라는 에일렌의 반응에 하긴 2년 동안 돌봐주지 않은 자기가 말하면 잘 안 듣겠다 싶어 한숨을 내쉬면서 에일렌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에일렌은 엘라의 손길에 괜히 눈을 피하면서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엄마에게 말하면 당장 화를 내겠지?

……그러니까 참아야지.

책에서도 그러지 않았나?

아이가 처음 보는 존재는 부모라서 아이의 첫 사랑은 어쩔 수 없이 부모가 되고 만다고.

나도 그런 거겠지.

에일렌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디저트 가게에 들렸다가 평소와 다르게 많은 간식을 사고 돌아갔고, 약간의 폭식을 한 다음에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아무리 침대에 오래 누워 있어도 베개와 이불의 감촉이 거스릴 뿐 도통 잠을 잘 수가 없었고, 에일렌은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도 않는 과식을 한 탓이다.

안 그래도 무거운 음식은 잘 소화를 못 하는데 커피가 잔뜩 들어간 버터 덩어리를 그렇게나 먹어댔으니 잠이 안 올만도 하지.

그렇게 생각한 에일렌은 주방에 들어가서 뜨거운 물을 마시면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속이 좀 가라앉자 다시 2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으응~, 미네르바아.”

“하으, 하으으.”

“간지러워요.”

“레이시, 레이시.”

“응읏.”

아마, 방문 틈 사이로 비친 불빛이 아니었다면 그냥 들어가지 않았을까?

에일렌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키면서 기척을 죽인 채 방문 앞으로 걸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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